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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8화 인사해

상혁은 메시지를 다 읽고도 아무런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화면은 점점 어두워졌고, 그는 그저 술잔을 흔들더니 단숨에 마셨다.

“오빠, 몸이 안 좋으면 술은 조금만 마셔요.”

하연은 최동신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최동신은 늦게까지 있을 수 없어 먼저 돌아갔다.

하민은 조금 취한 듯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하연이 이제 정말 다 컸구나. 사람을 챙길 줄도 알고.”

“오빠, 무슨 걱정 있어요?”

하연이 물었다.

하민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셔츠의 단추를 풀고, 붉어진 탄탄한 가슴이 드러냈다. 그는 커다란 창 너머로 반짝이는 야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민의 별처럼 차가운 눈빛 속에는 너무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

하연은 궁금했지만 감히 더 묻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대담하게도 추측했다.

‘어쩌면 이전에 잠깐 얘기가 나온 그 여자 친구와 관련된 일이 아닐까?’

하연은 아직 그 여자가 누구인지 모른다. 하민이 그 여자를 철저히 숨겼기 때문이다.

하연이 더 이상 묻지 않으려던 찰나, 노크 소리가 들렸다. 하연은 직원인 줄 알고 대답했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자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한껏 여유 있는 태도를 보이며 다소 거친 기운을 풍겼다.

하연은 그들을 확인하자마자 얼굴이 창백해졌다.

부남준이었다!

부남준은 흰 스웨터를 입고 있었고, 그의 옆에는 키가 크고 매력적인 여자가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입은 옷은 하연이 입은 것과 똑같았으며, 그저 머리 모양만 다를 뿐이었다.

이 광경은 너무나도 기묘했다.

남준은 그 여자의 손을 잡고 웃으며 앞으로 다가왔다.

“무례를 범한다는 건 알지만, 오늘 설날이잖아요. 아버지랑 진숙 이모가 여기에 계신다는 소식을 듣고 술 한 잔 올리러 왔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연은 본능적으로 상혁을 바라보았다.

상혁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지만, 술잔을 쥔 손가락은 하얗게 변했고, 그의 검은 눈동자 속에는 폭발 직전의 분노가 숨겨져 있었다.

조진숙은 더더욱 떨림을 억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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