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지 않는다면 돌아가시죠.”유진우는 더 이상 엮이기 싫다는 듯 딱 잘라 말했다. 자존감이 높아도 너무 높은 여자였다.차연주가 고개를 흔들며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또 아닌 척해? 유치하게. 네가 그러고 싶다면 방해 안 할게. 후회만 하지 마. 가자!”“기회를 줬는데도 내팽개치다니, 우리 선배님 화나셨어, 후회해도 소용없어!”“빨리 사과드려, 그럼 용서해 주실지도 몰라.”인여궁 제자들은 고소하다는 표정으로 한 마디씩 던졌다. 눈물범벅이 된 유진우의 모습을 벌써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뭔가 걸리는 게 있었다.유진우는 너무도 덤덤했다. 차연주가 회의실을 나가는데도 아무 상관 없는 듯했다.차연주가 문가에서 걸음을 멈추고 다시 외쳤다.“나 진짜 간다! 마지막 기회였는데 놓쳤네, 평생 후회하게 될 거야!”유진우는 아무 표정도 없이 평온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차연주가 다시 말했다.“계속 참는 거야? 그래. 얼마나 참는지 두고 보자!”차연주가 이를 악물고 회의실을 나갔다. 아쉽게도 그녀를 마주쳐 그의 꼼수가 모조리 탄로 나고 말았다.‘내 뒤꽁무니나 졸졸 따라다니면 될 거 아닌가? 왜 허튼짓을 하는 걸까? 정말 웃겨!’유진우는 오늘 차연주에게 돌아오라고 빌 것이다. 차연주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선배님 이미 가셨어, 이제 후회해도 소용 없어!”“꼴 좋다, 그렇게 선배님 화 돋우더니, 이제 국물도 없어.”“이런 방법으로 우리 선배님 눈에 띌 수 있다고 생각해? 너 진짜 웃긴다.”“나중에 와서 빌지나 마!”인여궁 제자들이 한 마디씩 던지며 차연주를 따라 나갔다. 그들은 모두 올 때처럼 기세등등하게 자리를 떠났다.“유진우 씨! 다 당신 때문이에요! 선배님 화를 돋우다니!”떠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홍청하가 급하게 말했다.“저랑은 상관없는 일입니다. 저쪽에서 혼자 상상한 거잖아요.”“그렇긴 하지만, 우리 선배님은 외모가 출중하시잖아요. 흑심 품고 접근하는 남자들이 많아서 저 정도 경계심은 있는 게 당연해요.”“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지
“응?”유진우의 말에 모든 사람이 멍해졌다. 나가서 울며불며 차연주를 붙잡아야 하는 거 아닌가? 이건 무슨 경우지? 상상을 벗어나는 놈이었다.“뭐 하는 거예요? 일부러 우리 선배님 심기 건드리는 거예요?”잡으랬더니 오히려 내쫓기나 하고, 정말 기가 찼다.“정말 너무하네!”차연주는 부끄러워 죽을 것 같았다. 그동안의 여신 이미지는 다 버린 채 당장이라도 공격할 듯 칼을 뽑아 들었다. 그녀가 언제 이런 무안을 당해봤겠는가?“지금 뭐 하는 거야?”이때 위엄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3, 40대 정도 돼 보이는 기품 있는 여자가 한 할머니와 함께 나타났다. 그녀의 눈빛은 거만하고도 냉정했다. 그 뒤의 할머니는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사부님?”여자를 본 차연주가 화색을 띠고 그녀를 맞이했다. 그녀는 바로 인여궁의 궁주인 백수정이었다.“여긴 어쩐 일이세요?”백수정이 기분 나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인여궁 제자들은 우아해야 해. 툭하면 때리고 죽이고, 그게 뭐니?”“사부님! 이 자식이 저희를 내쫓으려 했어요!”차연주가 유진우를 가리키며 고자질했다.“말 지어내지 마시죠, 제 자릴 뺏으려다 뜻대로 안 된 거잖아요.”유진우의 담담한 한 마디에 차연주가 그에게 소리쳤다.“나한테 흑심 품고 아닌 척 접근하려다 내가 널 안 봐주니까 쫓아낸 거잖아, 이 나쁜 놈아!”“선배, 오해일 거예요, 다시 천천히 얘기해 봐요.”“청하야, 너 어떻게 저놈 편을 들 수 있어?”“이곳이 사부님과 참 잘 어울리는데, 불필요한 싸움은 하지 않는 게 좋잖아요.”“흥! 하지만 저놈은 반드시 내게 사과해야 해!”차연주가 유진우를 가리켰다. 유진우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내가 사과하지 않겠다면요? 그럼, 그쪽은 여기서 나가야 하겠죠? 멀리 안 나갑니다.”“너...!”차연주가 이를 꽉 깨물었다.“됐다!”백수정이 손을 들어 그들의 싸움을 제지하고는 차갑게 말했다.“여기, 마음에 들어. 여기 있는 거로 하자.”“사부님, 여기 남자들은 더럽고
차연주는 차갑게 웃으며 그 안으로 들어갔다.“그 선생에 그 제자라더니.”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했다. 차연주가 왜 이렇게 거만한지 알 것 같았다. 궁주도 안하무인인데 그 제자들이 다를 리가 없었다.“저희 사부님이 차가우시긴 해요, 너무 신경 쓰지 마요.”홍청하가 난감한 듯 말했다. 이에 유진우가 손을 흔들었다.“됐어요, 그런 사소한 거 안 따져요.”홍청하의 체면 때문에 양보한 것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진작에 모두 쫓아버렸을 것이었다. 홍길수에게 목숨을 빚졌으니 열심히 그의 가족들에게 보답할 수밖에 없었다.“그럼 됐어요. 맞다, 하나만 물어볼게요. 인여경이 뭔지 알아요?”“인여경? 그게 뭔데요?”“저희 인여궁에서 잃어버린 보물인데, 그게 없어서 저희 사부님이 지금까지도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지 못하셨어요. 얼마 전 인여경이 남성에 나타났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누가 가지고 있는지는 몰라서요. 혹시 들은 얘기 없어요?”홍청하는 솔직하게 모든 것을 얘기했다. 만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유진우에게 묘한 신뢰를 느꼈다. 그녀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할 만큼 이상한 감정이었다.“인여경이요? 네,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알아낸 게 있다면 바로 알려드릴게요.”“좋아요! 인여경을 찾기만 한다면 제가 사부님께 당신을 후하게 대접하라고 할게요! 저희 선배님과 결혼한다 해도 좋아요!”“하하, 마음은 감사합니다만 그건 넣어두기로 하죠.”유진우가 인상을 썼다. 머리나 눈이 잘못된 사람들만이 저런 여자를 마음에 들어할 거였다.인여궁 사람들의 거처를 정해준 뒤 유진우는 방에 들어와 수련하기 시작했다. 7일 탈명단의 독성은 계속 억제할 수 있을 뿐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다. 황보용명의 죽음은 아직도 수수께끼로 남아있었다. 범인은 아무런 증거도 남기지 않고 홀연히 사라졌다. 실마리를 잡을 수 없었다. 이제 6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 모든 사람들이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범인을 잡지 못한다면 뒷감당을 할 수 없었다.띠리링.그때 벨소리가 울렸다.
저녁 여덟 시, 로즈 카페.이청아는 창가 자리에 앉아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두 손으로 커피잔을 들고 커피를 홀짝대고 있었다. 기분이 조금 안 좋은 듯했다. 안색이 안 좋은 게, 피곤한 듯했다.어젯밤 후로 그녀는 계속 우울하고 초조했다. 머릿속은 온통 유진우의 모습과 그와의 기억으로 가득했다. 그녀는 최선을 다했지만, 그녀와 유진우 사이는 계속 삐걱거리고 있었다. 이청아는 유진우의 마음속에서 그녀의 자리가 점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더 이상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 특히 어젯밤의 그 냉정한 시선은 무섭기까지 했다. 둘은 원수가 된 것 같았다.이때 문에 달린 종이 울렸다.이청아는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쪽을 쳐다보았다. 문 앞에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유진우였다!“왔어?”이청아가 급히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무슨 말을 하려고 그래?”유진우가 표정 없이 자리에 앉았다.“우리 둘, 이렇게 얘기하는 거 오랜만이지?”이청아의 표정이 복잡해졌다.“어젯밤에 오해가 있었다면, 지금 풀고 싶어.”“내가 말하면 믿을 거야? 안 믿을 거잖아. 그럼, 말할 필요 없는 거 아니야?”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 이청아가 옅게 인상을 썼다.“나랑은 말하기도 싫다는 거야?”“무슨 말이 듣고 싶은 건데? 어제 다 말했잖아.”“사실이 듣고 싶은 것뿐이야. 나한테 숨기는 일 없었으면 좋겠어.”“사실이 듣고 싶다고? 그럼, 처음부터 끝까지 쭉 말해줄게. 첫째, 강백준과 이씨 가문 사모님 사이에 뭔가 있어. 네가 받은 공격은 그 사람들의 자작극이야. 둘째, 알아봤는데, 이씨 가문 족장이 계속 깨어나지 않는 건 그 가문 사모님 짓이야. 인삼으로 치료한다는 건 아무 근거 없는 말이야. 네 믿음을 얻으려는 거라고. 내가 나올 수 있었던 건 강백준 도움이 아니라 다른 분 도움이 있어서야. 강백준 그 사람은 위선자라고. 심지어 병사들까지 동원해서 날 죽이려고 했어, 실제로 내 형제들이 많이 죽었고. 이게 알겠어? 믿을 거긴 해?”유진우는 모든 일
“거기 서!”이청아는 유진우를 따라가 그의 소매를 잡으며 말했다.“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잘 얘기하면 안 되는 거야?”“필요 없을 것 같은데, 나도 바빠. 서로 시간 낭비하지 말자.”유진우는 더 이상 말하기도 싫은 듯 문을 향해 걸어갔다.“가지 마!”이청아가 유진우의 허리를 껴안았다. 콧대 높은 이청아에게는 엄청난 용기가 있어야 하는 일이었다.“가지 말라고 했어!”이청아는 유진우를 안은 채 얼굴을 그의 등에 대고 작게 중얼거렸다.“이번 일은, 내가 잘못했어. 문제가 있다면 고칠게. 강백준이 위선자라면 위선자인 거야. 이제 그 사람과는 안 볼게. 그럼 돼? 나 당신을 잃을까 봐 너무 무서워... 우리 화해하자. 다시는 억지 안 부리고, 당신 때리지도 않을게. 맹세해. 떠나지만 않으면 당신이 뭘 하든 좋아. 돈, 권력 그딴 거 필요 없어. 회사 팔고 여행 갈까?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날마다 즐기면서 사는 거야. 당신이 고개만 끄덕이면 바로 그렇게 할게!”이청아는 점점 흥분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부귀영화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게 더 중요했다.“청아 씨, 3개월 전에 그렇게 말했으면 승낙했겠지만, 지금은 너무 늦었어.”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지나간 건 돌이킬 수 없어. 전처럼 당신 곁만 맴돌면서 초조해하고 싶지 않아. 지난 시간 동안 너무 힘들었거든. 이제 내 방식대로 살고 싶어. 우린 이제 끝났어.”말을 마친 유진우가 이청아의 손을 뿌리쳤다.“왜? 아직도 화난 거라면 나 때리고 욕해. 하지만 이렇게 떠날 수는 없어. 우린 아직 안 끝났어! 당신 의심 안 할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응?”이청아는 붉어진 눈시울로 흐느끼면서 빌었다. 전에는 유진우가 화났어도 조금만 달래면 됐었다. 하지만 오늘 유진우는 너무도 냉정했다. 오늘 이렇게 그를 보낸다면 정말 끝나버릴 것만 같았다. 그렇게 될까 봐 너무도 무서워서 그를 잡아야만 했다.“청아 씨, 이 손 놔.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마. 더
다음 날 아침, 풍우 산장.유진우는 옥상에 앉아 무표정으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고 있었다.어젯밤 이청아에게 이별을 고하고 돌아온 뒤 그는 계속 옥상에 있었다. 밤부터 새벽, 그리고 아침까지. 심란했던 기분도 완전히 가라앉았다. 많은 것들을 깨달은 밤이었다. 언제까지 과거에 묶여있을 수는 없었다.“보스...”이때 장 어르신이 옥상에 올라와 말했다.“방금 들은 소식인데, 인여경을 찾았답니다.”“네? 어디서요?”“타지방 상인들이 가지고 있답니다. 직거래하고 싶다고 합니다.”“직거래? 그래요, 그럼. 홍청하 씨를 불러 함께 가자고 해요.”“네!”한 시간 뒤, 진성 식당 문 앞.검은색 차가 천천히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고 유진우 일행 세 사람이 걸어 나왔다.“거짓말 아니죠? 인여경이 정말 여기 있어요?”홍청하는 식당을 바라보며 믿기 힘든 듯 말했다.“제가 왜 당신을 속여요? 믿지 못하겠으면 그냥 돌아가요.”유진우가 다시 차에 오르려 했다. 홍청하가 그를 붙잡으며 툴툴댔다.“믿을게요, 믿으면 되잖아요. 다 큰 남자가 왜 그렇게 예민해요?”“그래서, 들어갈 거예요?”“가요, 가요.”홍청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유진우를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인여경은 인여궁의 보물이었고, 사부가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는 데 꼭 필요한 물건이었다. 무슨 수를 쓰든 꼭 손에 넣어야 했다.세 사람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 2층으로 올라가 화려하게 장식된 룸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두드리자 곧바로 문이 열렸다.안으로 들어가자 뚱뚱한 몸매의 중년 남자가 앉아있었다. 그는 대머리에 인자한 눈매를 갖고 있어 마치 부처님 같았다. 그 뒤에는 선글라스를 쓴 경호원 두 명이 서 있었다.“오셨습니까? 여기 앉으세요!”유진우 일행을 본 남자가 몸을 일으켜 웃으며 그들을 맞이했다.“누구세요?”홍청하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전 황성태라고 합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앞으로 잘 지내봅시다.”남자가 웃으며 말하자 홍청하가 대답했다.“인사치레는 필요
홍청하가 인상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이에요? 저희한테 파는 게 아니었나요?”“인여경을 사겠다는 사람이 많아서 참 난처했습니다. 그래서 모두 한자리에 불러서 의논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공평하게요.”“공평?”유진우가 고개를 흔들며 웃었다.“언변이 뛰어나시네요, 경매를 이렇게나 고상하게 말씀하시고.”모두를 불러내 의논한다는 건 경매하겠다는 거나 다름없었다. 인여경의 값은 이제 몇십 배로 불어날 것이다.“과찬입니다. 전 상인이니, 당연히 돈을 많이 버는 게 중요하죠.”황성태는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 그도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흥! 당신 같은 사람이 제일 싫어!”홍청하가 흥분해 소리쳤다. 확실하게 값을 정하면 될 거 아닌가? 돈 있으면 사고, 없으면 말고. 간단한 일을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지?시간 낭비에 불과했다.쾅!몇 사람이 얘기하고 있을 때 문이 또다시 열리고 금색 가면을 쓴 남자가 들어왔다.“오셨습니까? 앉으시죠.”“네.”가면을 쓴 남자가 머리를 끄덕이며 앉으려 하다 유진우를 보고는 깜짝 놀라 뒷걸음치며 물었다.“당신... 당신이 여긴 어떻게?”“절 압니까?”유진우가 의아하게 물었다. 남자는 실수한 걸 깨달은 듯 침을 삼키며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죄송합니다, 사람을 잘못 봤어요.”“뭐야, 놀랐잖아요!”홍청하가 불만스레 말했다.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놀라다니, 이럴 필요 있나?남자는 심호흡하고 자리에 앉았다. 유진우를 보는 눈에 원한이 가득했다.또다시 몇 명의 구매자가 들어왔다. 모두 명품을 몸에 두른 것이, 아무리 봐도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다 온 것 같은데, 시작하죠?”홍청하가 짜증스레 말했다.“급해 마시죠, 아직 한 분 남았습니다.”“왜 이렇게 느려요? 그럼, 그 사람 올 때까지 계속 기다려야 하는 거예요?”“재촉하긴 뭘 재촉해? 지금 왔잖아!”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멀끔하게 차려입은 부잣집 도련님이 여자 몇 명을 데리고 들어왔다.그 사람은 이원기였다!“방금 누가 재촉했어? 싫으
“오지 마, 경고했어!”때릴 기세인 유진우를 본 이원기가 놀란 듯 몇 걸음 물러섰다. 오늘은 경호원도 없어 그를 제압하기 힘들었다.“좋은 날인데, 싸우지들 마시고. 앉아서 천천히 얘기하시죠.”“한 번만 봐주는 거다.”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인여경을 사기 위해 왔으니 함부로 사람을 때릴 수 없었다. 이원기 같은 사람은 언제든 처리할 수 있었다.“얼마나 대단한가 했더니 속 빈 강정이었네!”이원기가 차갑게 웃었다. 유진우가 자신의 신분 때문에 때리지 못한 줄 알았다.“그런 몰골을 하고 감히 도련님께 덤벼? 주제를 모르네.”이원기 옆의 여자들이 비웃었다. 그녀들이 유진우를 보는 시선에도 비웃음이 더해졌다.“그만하세요, 모두 도착했으니 이제 시작합시다.”모두 자리에 앉자, 황성태가 손짓했다. 경호원 한 명이 옆의 금고를 열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나무상자를 꺼냈다. 그 안에는 양피지 고서 한 권이 들어있었다. 인여경이라는 세 글자가 크게 쓰여있었다.“인여경?”이를 본 사람들이 눈이 반짝 빛났다. 홍청하는 흥분한 듯 숨을 몰아쉬기까지 했다. 조금 의심했었는데, 진짜일 줄 몰랐다.황성태가 인여경을 가리키며 얘기하기 시작했다.“여러분, 이건 제가 힘들게 구한 겁니다. 인여경은 사라진 지 오랜 책이죠. 이 안에 엄청난 비밀들이 들어있습니다. 인여경을 수련한 사람들은 실력이 몰라보게 늘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외모 또한 가질 수 있답니다.”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특히 한 무리 여자들의 눈에 탐욕이 가득했다. 실력은 관심 없었지만, 외모가 주는 유혹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어떤 여자가 아름다움을 싫어하겠나?영원히 젊음을 누릴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유혹이었다.“도련님! 이거 저희가 꼭 가져가야 해요, 다른 사람에게 돌아가면 절대 안 돼요!”“걱정하지 마, 내가 있는 한 누구도 뺏지 못해!”이원기가 기세등등하게 말했다.“이걸 가져가면 아주 좋아하겠지?”가면 쓴 남자가 중얼거렸다.“값 부르시죠. 제가 가져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