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바닥에 굴러다니는 36개의 사람 머리를 보며 안 장관은 거의 실성했다.조금 전 결사대원 36명의 실력이 어떠한지 그는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완전 무장한 무주 병사들을 2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몽땅 도살해버렸다. 정말 괴물이 따로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한 사람이 그런 괴물들을 전부 죽여버렸다.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어... 어떻게 이런 일이!”강성덕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들은 전부 강씨 가문에서 심혈을 기울여 키운 결사대원들이다. 그리고 혼자서도 백 명 정도는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실력을 지닌 무도 고수들이다. 지금까지 36명이 힘을 합쳐서 패배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마스터급 아래의 무사 중에 그들의 상대가 될만한 자도 없었다.그런데 결과가 어떠한가? 유진우에게 전부 몰살당하고 말았다. 이게 진짜 인간이란 말인가?쿵, 쿵, 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36구의 머리 없는 시체가 하나둘 넘어졌다.강성덕은 사색이 된 얼굴로 연신 뒷걸음질 쳤다. 그의 두 눈에 충격과 경악, 그리고 공포 등 여러 가지가 한데 섞여 있었다.“너... 대체 정체가 뭐야?”강성덕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혼비백산했다.처음에는 유진우를 쉽게 처리하여 아들의 복수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유진우의 실력이 이토록 강할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다.“내가 누군지 넌 아직 알 자격이 없어.”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지금 너에게 두 가지 선택을 줄게. 분쟁을 그치고 앞으로 다시는 강남에 발을 들이지 않거나 지금 깔끔하게 죽는 것, 이 두 가지야.”그의 말에 강성덕의 두 눈이 파르르 떨렸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의 배후 세력도 만만치 않다는 생각에 다시 배짱이 생겼다.“인마, 네까짓 게 감히 우리 강씨 가문에 덤빌 수 있을 것 같아? 연경의 8대 재벌가 중에서 우리 강씨 가문이 4위야. 너 같은 삼류파 보스가 무슨 배짱으로 연경의 재벌가에 덤비는 건데? 지금 스스로 두 손을
곧바로 몸이 두 쪽으로 쪼개지면서 쿵 하고 바닥에 쓰러졌다.“헉...”칼 한 방에 몸이 쪼개진 강성덕을 본 안 장관은 거의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두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은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땀과 오줌이 한데 섞여 주르르 흘러내렸다.유진우가 이토록 잔인한 사람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강씨 가문의 둘째 어르신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칼에 베어버렸다. 정말 이보다 더 무서운 일은 없을 것이다.“보스, 인제 이놈만 남았어요. 그냥 다 죽일까요?”장 어르신이 다시 칼을 안 장관의 목에 겨누었다.“죽... 죽이지는 말아주세요!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세요.”안 장관은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채로 유진우의 발 옆으로 기어가 미친 듯이 머리를 조아리며 빌었다.이번에는 정말 겁을 먹었다. 전부 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미친놈들이었다. 강성덕 같은 거물마저 손쉽게 죽여버리는데 그는 오죽하겠는가?“됐어요. 이 일은 저놈과 연관이 없으니 그냥 살려둬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보스, 강씨 가문 사람이 많이 죽어서 분명 엄밀히 조사할 겁니다. 만약 그냥 살려뒀다가 혹시라도 입을 함부로 놀린다면 나중에 후환이 끝이 없을 수도 있어요.”장 어르신이 귀띔했다.“그럴 일 절대 없을 겁니다. 전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고 아무것도 모릅니다. 오늘 아예 이곳에 온 적도 없고 여기 있는 영웅들을 본 적도 없어요. 가족들의 목숨을 걸고 맹세할게요. 제 목숨만 살려준다면 이 일은 무덤까지 안고 가겠습니다. 안 그러면 제 가족을 다 죽여도 할 말이 없습니다.”안 장관은 울며불며 머리를 조아리는 것도 모자라 가족의 목숨까지 걸고 맹세했다. 살고 싶은 욕구가 정말 극에 달했다.“죽이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하지만 네가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어.”유진우가 무표정으로 말했다.“영웅님! 하나가 아니라 백 개 천 개라도 기꺼이 명을 따르겠습니다.”안 장관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칼로 저 강씨 가문 둘째 어르신이라는 자의
하룻밤이 빠르게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 풍우 산장, 강린파의 모든 제자들이 상복을 입고 고개를 숙인 채 영령전 문 앞에 서 있었다.영령전은 강린파의 위패를 모셔두는 곳이었다. 순직한 제자라면 영웅이 되어 영령전에서 모시게 된다. 한편으로 죽은 자를 그리워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주의를 주기 위해서였다.그리고 영령전에 들어온 영웅의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아낌없는 지원을 보낸다. 만약 자식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위로금을 보내 생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움을 준다. 그렇게 되면 강린파 제자들은 뒷걱정을 덜 수 있다.그 시각 영령전 문 앞.유진우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사람 머리 두 개를 들고 맨 가운데 놓인 위패 앞으로 걸어갔다. 위패에 염룡파 당주 홍길수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적혀있었다.“길수야, 널 죽인 사람을 내가 다 죽였어. 너에게 속죄하게 하려고 두 사람의 머리를 잘라서 가져왔어.”유진우가 툭 던지자 강백준과 윤호의 머리가 데굴데굴 굴러서 위패 밑에 멈췄다.“너와 약속한 일은 반드시 해낼 거니까 걱정하지 마. 앞으로 소현이는 내 딸이고 네 와이프는 내 친누나나 마찬가지야. 내가 죽지 않는 한 아무도 두 사람을 다치게 못 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편안히 눈을 감아.”유진우는 향 세 개에 불을 붙인 후 홍길수의 위패를 향하여 세 번 인사하는 것으로 존경을 표했다.“경례!”문 앞에 있던 장 어르신이 소리를 지르자 강린파의 모든 제자들도 허리를 굽혀 희생한 영웅들에게 존경을 표했다.어쩌면 언젠가는 그들도 희생하여 영령전에 위패가 놓일지 모른다. 하지만 제자들이 이렇게 그리워하고 존경해준다면 죽어도 여한은 없을 것 같다.“유진우, 나와!”그때 호통 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지더니 누군가 풍우 산장 대문을 쾅 하고 걷어찼다.검은색 무사 도복 차림에 올림머리를 한 여자가 한 무리의 여군을 이끌고 기세등등하게 쳐들어왔다. 여군들의 기운이 남달랐고 눈빛도 날카로운 게 딱 봐도 일반인은 아니었다.“무엄하다! 너희들은 누군데 감히 강린파에 쳐들어와?”장 어
올림머리 여자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뭔가 심상치 않음을 바로 눈치챈 그녀는 재빨리 검으로 막았다.쿵!하얀 빛이 검에 부딪히면서 힘에 밀려난 여자는 연신 뒷걸음질 치다가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입가에서는 빨간 피가 흘러나왔고 검을 쥔 손이 저릿하여 움직일 수가 없었다.“당신 누구야? 왜 날 막는 건데?”눈살을 찌푸린 올림머리 여자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 작은 강린파 안에 이런 고수가 숨어있었을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감히 우리 보스를 죽이려 해? 오늘 네 제삿날이 될 거야!”장 어르신이 공격하려던 그때 유진우가 손을 들고 말렸다.“이봐요, 아가씨는 대체 누구이기에 들어오자마자 다짜고짜 사람을 죽이겠다고 하는 거죠?”“퉤! 네가 내 오빠를 죽였잖아. 우리 오빠 복수를 하러 왔어!”올림머리 여자가 분노를 터트렸다.“오빠? 혹시 강씨 가문 사람인가요?”유진우의 눈빛에 냉기가 감돌았다.“강씨 가문 같은 소리 하네. 난 홍씨야, 홍청하라고.”올림머리 여자가 성난 목소리로 대답했다.“홍청하? 그렇다면 아가씨 오빠가...”유진우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우리 오빠가 바로 홍길수야!”홍청하가 생각지도 못한 말을 내뱉었다.“홍 당주님의 여동생이셨군요. 그런데 왜 보스를 죽이려 하는 겁니까?”장 어르신은 잠깐 놀라는가 싶더니 이내 의문을 던졌다.홍길수와 유진우의 사이가 돈독하기에 홍길수의 가족들과도 잘 지낼 텐데 왜 만나자마자 죽이려고 달려드는 걸까?“유진우가 우리 오빠를 죽였으니 당연히 유진우를 죽여야지!”홍청하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헛소리하지 말아요. 홍 당주님은 배신자에게 뒤통수를 맞고 살해된 거고 보스께서 이미 복수했어요. 다른 사람의 말에 속은 거 아니에요?”장 어르신이 눈살을 찌푸렸다.“속았다고? 흥! 저 사람만 아니었더라면 우리 오빠도 죽지 않았어.”홍청하가 원망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아가씨 오빠의 죽음은 나에게도 책임이 있어요. 내가 지켜주지 못했어요.”유진우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그는 홍길수에게
“오늘 찌르지 않으면 앞으로는 기회가 없어요.”유진우가 귀띔했다. 그러고는 복부에 찔린 장검을 다시 뽑아 홍청하에게 던졌다.“흥! 내가 무엇을 하든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오늘 난 우리 오빠를 보러 온 거니까 일단 목숨은 살려줄게. 나중에 기분이 안 좋을 때 다시 와서 네 목숨을 가져갈 거야!”말을 마친 홍청하는 어깨로 유진우를 툭 친 후 영령전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보스, 아까 왜 안 피했어요? 저 분별없는 계집애가 혹시라도 보스를 다치게 하면 어쩌려고 그래요?”장 어르신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이건 내가 저 사람에게 빚진 거예요.”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유진우의 표정이 복잡해 보였다. 매번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홍길수만 생각하면 유진우는 후회되고 자책했다. 이 검을 맞으니 그래도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해진 것 같았다.“보스, 일단 가서 상처부터 치료해요.”장 어르신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한 여제자더러 유진우를 부축하여 치료하러 가라고 했다.보스인 유진우가 정이 많고 의리가 있는 건 당연히 좋은 일이다. 하지만 영웅이 되어 강린파를 이끌어가려면 이런 장점들이 되레 약점이 될 수 있다.1시간 후, 상처 치료를 마친 유진우가 회의실 안에서 조용히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홍청하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눈이 벌겋게 된 게 아무래도 한바탕 운 모양이다.그녀는 유진우를 보자마자 눈가의 눈물을 쓱 닦고 다시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말했다.“저기요! 아까 내가 그쪽을 찌르긴 했지만 이대로 끝나는 건 아니에요. 당신이 오빠에게 진 빚은 영원히 갚지 못할 거예요.”홍청하의 태도가 한껏 누그러들었고 예의도 갖췄다.“알아요.”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 손으로 자리를 안내했다.“앉아서 차 마셔요.”“네.”그런데 홍청하는 자리에 앉으려다가 다시 벌떡 일어났다.“당신이 앉으라고 하면 앉아야 해요? 우리 친해요?”“그럼 서서 얘기해도 돼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흥! 앉을 거예요!”홍청하는 의자에 털썩 앉아 팔짱을 꼈다.
하여 홍청하 일행이 진작 남성에 도착했을 가능성밖에 없었다.“맞아요. 이번에 다른 일이 있어서 강남에 왔어요.”홍청하는 부정하지 않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여기 환경도 좋고 엄청 커 보이는데 우리 인여궁 사람들이 잠시 머물러도 괜찮겠죠?”“묵을 곳이 많아요. 여기서 지내겠다면 당연히 문제없죠. 내가 안배할게요.”유진우가 흔쾌히 동의했다. 미안함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 홍청하의 요구라면 다 들어주고 싶었다.“흥! 그래도 눈치는 있네요!”홍청하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빨간 단약 한 알을 건넸다.“자, 기혈단이에요. 피를 보충해주고 내공을 끌어올려서 수련에도 도움이 돼요. 방금 다쳤으니까 먹으면 좋아요.”“고마워요.”유진우가 덤덤하게 웃어 보였다. 그녀의 마음씨가 나쁜 것 같지는 않았다.“고마워하지 말아요. 집세 대신 주는 거예요.”홍청하는 말을 바로잡은 후 휴대 전화를 꺼내 누군가에게 연락했다.잠시 후, 한 무리 인여궁의 제자들이 위풍당당하게 풍우 산장으로 걸어 들어왔다.맨 앞에 선 여자는 하얀 옷을 입고 있었고 예쁘장한 얼굴에 키도 훤칠했다. 다만 미간 사이에 오만함이 조금 묻어있었다.이 여자가 바로 인여궁의 큰 제자 차연주였다. 그녀 뒤로 여제자들이 따라 들어왔는데 하나같이 예쁜 얼굴에 남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녀들을 본 강린파 사람들이 뭐라 수군거렸다.“선배님, 드디어 오셨군요.”흰옷 차림의 여자가 들어오자 홍청하가 바로 달려가 맞이했다.“여기가 바로 찾았다는 숙소야?”차연주는 성큼성큼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오만한 표정은 여전했고 여주인의 카리스마가 넘쳤다.“네. 주변에 산과 물이 있어 풍경도 아름다워요. 스승님도 좋아하실 겁니다.”홍청하가 대답했다.“우리 인여궁의 신분에 그럭저럭 어울리긴 해.”차연주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시선을 돌려 유진우를 쳐다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뭐야? 여기 왜 남자가 있어? 당장 내쫓아!”“선배님, 저자가 바로 이 산장의 주인입니다.”홍청하가 난감한
유진우는 손가락을 내밀어 칼날을 밀어내고는 평온하게 말했다.“잘 모르시나 본데, 여긴 제 구역입니다. 제 말이 곧 법이란 말입니다. 여러분들이 여기 있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전적으로 제게 달려있습니다. 아시겠어요?”“닥쳐! 네가 감히 우릴 거절하려고? 난 인여궁 제자야, 모두가 우러러보는 여신이라고! 나 좋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어. 자존심 세우지 말고 기회 줄 때 똑바로 해.”차연주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그녀는 어딜 가나 화제의 중심이었다. 수없이 많은 남자가 그녀의 마음을 가지려고 아등바등했다. 그 누구도 그녀의 심기를 거스르지 못했다.“전 당신 좋다고 하는 남자들과는 다릅니다. 당신한테 아무 생각 없어요. 망상은 그만하시죠.”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너...!”차연주는 화가 난 듯 입술을 깨물었다. 어떤 남자도 그녀의 미모 앞에서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런데 이 사람은 그녀를 보는 척도 하지 않는다니, 너무 건방진 거 아닌가?“야, 우리 선배님 요구를 안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경고하는데, 화 돋우지 않는 게 좋을 거야.”“맞아! 우린 인여궁 제자들이라고.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인여궁의 제자들이 저마다 불만을 토해냈다.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인여궁 세 글자만 대면 남자들이 웃는 얼굴로 굽신거렸다. 그게 반복되다 보니 우대받는 게 익숙해진 것이다.이때 차연주가 뭔가 알아낸 듯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알겠다. 일부러 이러는 거지? 내 눈에 띄려고. 하! 너 같은 사람 못 본 줄 알아? 멀끔한 척하면서 속은 더러운 놈들! 그런 사람들한테 절대 안 속아. 너 같은 놈은 안중에도 없으니까. 하긴 나 같은 여자는 네가 평생 못 가지겠지. 그래도 네가 내 눈에 띄긴 했으니, 기회를 한 번 더 줄게. 다른 사람은 꿈도 못 꾸는 거야.”차연주는 왕관이라도 쓴 듯 머리를 한껏 쳐들었다. 조금이라도 고개를 숙이면 머리 위의 왕관이 떨어지기라도 할 듯이.“...”유진우는 말문이 막혔다. 자신감 있는 여자인 줄로만 알았지 이
“믿지 않는다면 돌아가시죠.”유진우는 더 이상 엮이기 싫다는 듯 딱 잘라 말했다. 자존감이 높아도 너무 높은 여자였다.차연주가 고개를 흔들며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또 아닌 척해? 유치하게. 네가 그러고 싶다면 방해 안 할게. 후회만 하지 마. 가자!”“기회를 줬는데도 내팽개치다니, 우리 선배님 화나셨어, 후회해도 소용없어!”“빨리 사과드려, 그럼 용서해 주실지도 몰라.”인여궁 제자들은 고소하다는 표정으로 한 마디씩 던졌다. 눈물범벅이 된 유진우의 모습을 벌써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뭔가 걸리는 게 있었다.유진우는 너무도 덤덤했다. 차연주가 회의실을 나가는데도 아무 상관 없는 듯했다.차연주가 문가에서 걸음을 멈추고 다시 외쳤다.“나 진짜 간다! 마지막 기회였는데 놓쳤네, 평생 후회하게 될 거야!”유진우는 아무 표정도 없이 평온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차연주가 다시 말했다.“계속 참는 거야? 그래. 얼마나 참는지 두고 보자!”차연주가 이를 악물고 회의실을 나갔다. 아쉽게도 그녀를 마주쳐 그의 꼼수가 모조리 탄로 나고 말았다.‘내 뒤꽁무니나 졸졸 따라다니면 될 거 아닌가? 왜 허튼짓을 하는 걸까? 정말 웃겨!’유진우는 오늘 차연주에게 돌아오라고 빌 것이다. 차연주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선배님 이미 가셨어, 이제 후회해도 소용 없어!”“꼴 좋다, 그렇게 선배님 화 돋우더니, 이제 국물도 없어.”“이런 방법으로 우리 선배님 눈에 띌 수 있다고 생각해? 너 진짜 웃긴다.”“나중에 와서 빌지나 마!”인여궁 제자들이 한 마디씩 던지며 차연주를 따라 나갔다. 그들은 모두 올 때처럼 기세등등하게 자리를 떠났다.“유진우 씨! 다 당신 때문이에요! 선배님 화를 돋우다니!”떠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홍청하가 급하게 말했다.“저랑은 상관없는 일입니다. 저쪽에서 혼자 상상한 거잖아요.”“그렇긴 하지만, 우리 선배님은 외모가 출중하시잖아요. 흑심 품고 접근하는 남자들이 많아서 저 정도 경계심은 있는 게 당연해요.”“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지
오아시스 속의 경험은 그에게 있어 지워지지 않는 악몽과도 같았다.그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졌으며 다시 그곳을 탐험할 용기는 전혀 나지 않았다.“뭐가 걱정이야? 내가 있으면 그 어떤 것도 자네를 건들지 못할 거야. 아무리 위험해도 난 자네를 끝까지 지켜줄 수 있어.” 조이준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선배님, 그곳은 선배님이 생각하시는 것만큼 만만하지 않습니다.”바람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우리는 그 외곽을 잠시 돌아봤을 뿐인데도 각종 위협에 시달려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어요. 내부 지역은 아예 탐험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확신해요. 안으로 갈수록 점점 더 위험해지고, 더 강한 괴물이 나타날 거라고 말이죠. 무도 마스터라고 해도 쉽게 다룰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어이, 너무 과장한 거 아니야? 자네는 겨우 선천무사에 불과하면서 어떻게 무도 마스터의 강함을 알겠어?”조이준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대꾸했다.“그건 그렇다 쳐도 난 평범한 무도 마스터가 아니야. 괴물 몇 마리 정도는 금방 처리할 수 있어.”“선배님의 실력은 당연히 의심할 여지가 없죠. 하지만 오아시스 안에는 너무 많은 미지의 것이 숨어 있기 때문에 여전히 조심해야 해요.” 바람은 다시 한번 경고했다.“알겠어. 자네가 그렇게 겁먹은 모습이 보이니 굳이 강요하지 않을게. 대신 지도 하나 그려줄래? 그곳으로 가는 경로와 자네가 봤던 모든 것들을 기록해 두면 언젠가 도움이 될지도 몰라.” 조이준은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그건 제가 해드릴 수 있어요.”바람은 고개를 끄덕였다.위험을 감수하는 것에 비하면 지도를 그리는 일이야 뭐 그다지 큰 일이 아니었다....그 시각, 마을의 찻집 안에서는 엄기준과 연우혁이 비밀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유진우 때문에 유룡종과 비설파의 제자들은 잠시 동맹을 맺게 되었다.“방금 다치셨죠? 이건 우리 비설파의 설화금옥환입니다. 내상을 치료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니 한번 드셔보시죠.”연우혁은 약을 꺼내 엄기준에게 건넸
“열에 아홉은 죽는다고요? 정말 그렇게 위험한 곳인가요?”서지석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바람은 오행문의 천재적인 제자로서 그의 실력은 서지석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그런 그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면 오아시스 속 괴물들이 정말 평범하지 않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괜히 겁주려고 이러는 게 아니에요. 그곳은 정말로 공포 그 자체입니다. 제 몇몇 선후배들이 모두 괴물에게 잡아먹혔어요. 제가 그때 빠르게 도망친 덕에 운 좋게 살아남았지, 아니면 진작에 목숨을 잃었을 거예요.”바람의 얼굴엔 지울 수 없는 고통이 서려 있었다.형제와도 같은 선후배들이 하나둘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 기억이 여전히 아프게 남아 있었다.“이번 임무, 상당히 위험하군요.”서지석은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오행문은 서남 지역의 주류 파벌은 아니었지만 그 세력은 금도문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았다.그러나 이번 탐험에 나섰던 엘리트 제자들이 거의 전멸한 것을 보면 오아시스의 위험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심각해 보였다.현재 그의 실력으로는 그곳의 위험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결국에는 문파의 고수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 터였다.“위험은 늘 기회와 함께 있지. 보물을 얻고 싶다면 당연히 목숨을 걸어야 할 거야. 세상에 공짜는 없어. 두려운 자는 떠나도 좋아. 나는 말리지 않겠어.”조이준은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무도 마스터인 그의 강력한 실력은 자신감의 원천이 되었다.그에겐 그 어떤 괴물도 위협이 되지 않았다.“선배님, 저희도 그만한 각오를 하고 죽음의 사막에 온 겁니다. 죽음이 두려운 건 아니지만 의미 없이 죽을 순 없습니다. 바람 씨가 말한 대로 오아시스엔 위험이 가득합니다. 그렇다면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더 많은 도움을 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서지석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어떻게 하든 상관없어. 정 그러면 오아시스에 들어가서 각자 따로 움직이면 되니까.”조이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그의 눈엔 이들이 짐처럼 보
조이준의 말에 유진우는 한참 동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서지석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진우 씨, 뭐 하는 거예요? 얼른 대답하세요. 이건 정말 둘도 없는 기회라고요!”서지석은 초조하게 유진우에게 눈짓을 보내며 재촉했다.조이준이 누구냐고?그는 바로 사막의 교룡, 서남 5대 강자 중 하나, 자신의 스승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존재였다.그의 실력은 이미 마스터 수준에 이르렀다.매년 무수한 무사들이 조이준의 제자가 되기를 갈망했다.그러나 조이준은 콧대가 높고 변덕이 심해 그들을 전혀 상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지금까지도 혼자였다.그런데 오늘, 이렇게 고오한 사막의 교룡이 스스로 제자를 받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건 정말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선배님의 호의는 충분히 감사히 받겠습니다만, 저는 아직 그런 생각은 없습니다.”유진우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정중하게 거절했다.“난 쉽게 제자를 받는 사람이 아니야. 그러니 신중히 생각해 보도록 하거라.”조이준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의 위상과 능력을 생각하면 제자가 되기를 원하는 무사들이 매일 줄을 서는 상황이었으니 유진우가 이렇게 단칼에 거절할 줄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진우 씨! 기회를 놓치면 정말 후회할 거예요! 이건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고요! 만약 선배님의 제자가 되면 비설파든 유룡종이든 그 누구도 진우 씨를 함부로 건들지 못할 거예요! 얼른요!”서지석은 안절부절못하며 계속해서 유진우를 재촉했다.그는 유진우가 조이준의 명성을 제대로 알지 못해 거절한다고 생각했다.마스터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단연코 최고의 기회가 틀림없었다.게다가 조이준은 그동안 제자를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유진우가 동의하면 바로 조이준의 정통 제자가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그의 미래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열릴 터였다.“선배님의 호의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만, 저는 정말 그런 계획이 없습니다.”유진우는 한 번 더 고개를 저으며 거절의 뜻을 분명히
“이제 제가 사람을 넘겨야 할까요?”유진우는 엄기준을 내려다보며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콜록... 콜록...”엄기준은 피를 뱉으며 끙끙거리며 일어섰다. 그는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 대체 누구냐? 감히 우리 유룡종에 맞서다니!”“제가 누구인지 알 필요는 없어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화나기 전에 얼른 멀리 도망치는 게 좋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피를 토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거니까요.”“너는!”엄기준은 이를 악물고 움직이려고 했지만 참았다.상대의 실력이 분명히 더 강했기에 지금 싸움을 걸었다간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종문 장로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그와 맞서 싸우면 될 것이다.“기억해 둬! 오늘 일 잊지 않을 거야! 오늘의 수치는 반드시 열 배, 백 배로 되갚아줄 거야!”엄기준은 협박을 던지고 나서 제자들과 함께 풀이 죽은 채로 떠났다.“여러분은 왜 아직도 여기 서 있어요? 제가 음식 대접이라도 할 줄 아셨나요?”유진우는 눈을 돌려 비설파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너무 거만하지 마.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니 곧 큰 화를 입을 거야!”연우혁은 유진우를 노려보며 제자들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엄기준조차 도망쳤으니 더는 그가 여기에 남아 있을 이유도 없었다.유룡종과 비설파가 떠나자, 나머지 세력들도 차례로 흩어졌다.마음속으로 탐탁지 않았지만 그들은 유진우로부터 사람을 빼앗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엄기준조차 패배했는데 누가 유진우의 상대가 될 수 있을까?이제 그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남았다. 음모를 꾸미거나 더 강력한 고수를 불러들이는 것이다.“진우 씨, 실력이 이렇게 강하실 줄 몰랐어요. 정말 놀랍네요!”서지석은 웃으며 유진우에게 다가와 손을 흔들었다.그는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유진우를 존경하는 마음이 더 컸다.“사소한 기술일 뿐이에요. 별것 아니에요.”유진우는 웃으며 말했다.“진우 씨는 너무 겸손하세요. 진우 씨의 재능과 실력이라면 어떤 문파에
“웅!”엄기준의 손에 들린 검이 미세하게 떨리며 가냘픈 울림을 냈다.날카로운 검날이 유진우의 손가락 사이에 끼어 있었지만 아무리 힘을 줘도 밀리지 않았다.“뭐야? 막았어?”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아무도 유진우가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는 맨손으로 엄기준의 치명적인 공격을 막아냈다.대체 저 녀석은 얼마나 강한 거지?“어... 어떻게?”엄기준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방금 전의 공격은 비록 전력을 다하지는 않았지만 7할의 힘을 실었다.보통의 선천 무사라면 절대 막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유진우처럼 두 손가락만으로 공격을 막아내는 모습은 난생처음 보게 되었다.“저 녀석... 설마 저것밖에 못 하는 건가?”비설파 제자 중 한 명인 올림머리 여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이전에 호텔 식당에서도 유진우는 두 손가락으로 그녀의 검날을 잡아 그녀에게 큰 충격을 주었었다.지금도 같은 수법을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강력한 엄기준에게 적용되었고 정말 무시무시한 장면이었다.“강한 줄 알았는데, 고작 이 정도 실력이었네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건방진 놈! 너를 죽일 거야!”엄기준은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그는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아 유진우의 심장을 향해 찔렀다.단검은 검은빛을 내뿜고 있었고 분명 독이 묻어 있었다.선천 고수에게는 피부만 긁히더라도 치명적일 수 있었다.“어리석은 짓이에요!”유진우의 얼굴이 차가워졌다. 그는 번개처럼 움직이며 검지로 엄기준의 가슴을 찔렀다.“쾅!”폭발음과 함께 엄기준의 단검은 유진우의 옷자락에도 닿지 못하고 마치 포탄처럼 10미터 이상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그는 코피를 흘리며 비참한 모습으로 쓰러졌다.“형님!”그 광경을 본 유룡종 제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들은 강력한 엄기준이 한 방에 쓰러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심지어 유룡종 최강의 천재인 대선배도 이런 능력이 없을 것이다.“저 녀석 대체 어디 출
“서지석, 상대는 나다.”연우혁은 동시에 검을 뽑아 서지석의 앞길을 막았다.두 사람의 실력은 막상막하였고 싸움은 팽팽하게 이어졌다.서지석은 온 마음을 다해 도우려 했지만 두 대문파의 합동 공격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는 유룡종 제자들이 유진우에게 달려드는 것을 눈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유진우가 폐인이 될 거라고 생각하던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퍽퍽”두 번의 쩌렁쩌렁한 소리가 울렸고 유룡종 제자 두 명이 유진우에게 다가가려던 순간, 유진우는 한 손으로 한 명씩, 총 두 명을 날려 버렸다. 그들은 땅에 나뒹굴며 정신을 잃고 일어설 수 없었다.모든 일은 너무나도 빨리 일어났고 거의 반응할 틈도 없이 벌어졌다.“어?”서지석은 잠시 얼이 빠진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유룡종 제자들은 백 명 중 한 명을 뽑는 엘리트 무사들이었고 보통 사람이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유진우는 단 두 번의 공격으로 유룡종 엘리트 제자 두 명을 제압했다. 그의 실력은 이미 본투비 레벨에 도달한 것으로 추측되었고 대문파에서도 손꼽히는 제자 수준이었다.“뭐야? 어떻게 된 거지?”서지석뿐만 아니라 연우혁, 엄기준도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들은 유진우가 무문무파의 평범한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쉽게 제압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 다른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첫 대면에서 유룡종의 엘리트 제자 두 명을 해치운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흥! 인정할 수밖에 없군. 너 실력이 꽤 있구나. 어쩐지 그렇게 거만하다 했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너는 오늘 사람을 잘못 건드렸어!”엄기준은 천천히 재킷을 벗으며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원래는 너에게 약간의 교훈을 주려고 했는데 네가 기회를 놓쳤어. 내 두 제자를 다치게 했으니, 오늘 피의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손대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왜? 무서워? 이미 늦었어!”엄기준은 비웃으며 말했다.“지금 너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 스스로
이기적인 조강진에게 양측 모두의 미움을 살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 화살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결과가 어떻든 간에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응?”조강진의 말에 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약간 인상을 썼다.이 늙은 여우는 공을 뺏을 때는 누구보다 빠르더니 책임을 떠넘길 때도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이봐요. 저 안에 있는 사람을 내게 내어주면 난 당신에게 혜택을 줄 수 있소.”엄기준은 유진우를 바라며 지시하는 투로 말했다.“누구시죠? 저 아세요?”유진우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난 유룡종의 서열 2위 엄기준이요.”엄기준은 오만하게 말했다.“그쪽이 고분고분 저 안에 있는 사람을 내어준다면 앞으로 우리 유룡종은 당신의 든든한 뒷배가 될 거요.”“내가 내놓지 않겠다면요?”“내놓지 않겠다고? 흥!”“그렇다면 그건 우리 유룡종에게 맞서는 것인데,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겠어?”이름 없는 작은 인물이 유룡종과 맞서는 건 죽는 길밖에 없었다.“그 말을 들으니 정말 사람을 내놓고 싶지 않네요.”유진우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지금 환자의 상태가 매우 불안정해요. 난 의사로서 환자의 안전을 보호할 책임이 있으니 유룡종이든 다른 세력이든 오늘 내 손에서 사람을 데려갈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이놈!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엄기준은 얼굴색이 어두워지더니 협박했다.“우리 유룡종에게 맞서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서남부에서 아무도 너를 지킬 수 없다고.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 사람을 내놔!”“싫어요.”유진우가 차갑게 내뱉었다.“네 놈이 죽고 환장했어!”엄기준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손을 휘두르며 소리쳤다.“얘들아! 이 새끼를 당장 박살 내버려!”두 명의 유룡종 제자가 듣자마자 칼을 뽑았다.“그만!”이때 서지석은 갑자기 외쳤다.“이 사람은 내 친구요. 함부로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요.”“서지석!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마. 감히 유룡종과 맞서는 사람은 모두 대가를
유룡종은 서남부 3대 종파의 우두머리이며 실력은 금도문과 비설파보다 훨씬 강했다.마을은 이런 대문파의 미움을 살 수 없었다.어쨌든 사막의 마을이 살아남으려면 유룡종의 비호에 의존해야 했다.“이장님.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이장님이 구한 그 사람을 우리 유룡종이 데려가야겠어요.”엄기준은 고개를 들고 기세등등하게 말했다.“만약 우리 유룡종의 체면을 세워준다면 앞으로 이장님과 우리 유룡종은 친구가 되는 겁니다.”“그게...”그 말을 들은 조강진은 저도 모르게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그의 처음 의도는 바람을 통해 횡재하려는 것이었지만 이렇게 많은 세력을 끌어들일 줄은 몰랐다.특히 유룡종이 이런 조건을 내걸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물론 거절할 자신도 없었다.“모두 같은 목표를 가지고 왔는데 유룡종이 독식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그때 비설파의 연우혁이 마침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왜요? 불만 있어요?”엄기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불쾌하게 물었다.“저만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계신 모든 분이 불만을 가질 것 같은데요.”연우혁은 두 손을 번쩍 들고 재치 있게 주변 사람들을 모두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였다.유룡종은 아주 강했으니 비설파가 혼자 힘으로는 상대하는 건 무리수였다.그러나 동맹을 맺는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그래서 자네들이 우리 유룡종에 맞서겠다는 건가?”엄기준은 위협하는 기세로 사방을 훑어보았다.모두들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지만 떠날 의향도 없었다.분명 유룡종이 독식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고 있었다.“서지석,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엄기준은 서지석을 바라보며 먼저 입을 열었다.현장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는 안중에도 없지만 금도문의 서지석은 예외였다.만약 상대방이 연우혁과 동맹을 맺는다면 일이 확실히 좀 번거로워질 것이다.“당신들 사이 원한은 내가 신경 쓸 바가 아니지만 바람은 절대 당신이 데려갈 수 없어요.”서지석이 덤덤하게 말했다.“내가
“바람 씨, 진정하세요. 이제는 안전해요. 아무도 당신을 해치지 않으니 두려워하지 마세요.”바람의 감정이 격해진 것을 보고 이청성은 급히 위로했다.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의 이런 상태로는 유용한 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었다.다만 지금의 바람은 이미 공포에 휩싸여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고 여전히 머리를 감싸 안고 벌벌 떨며 중얼거리고 있었다.“이 사람... 정말 미친 건 아니겠죠? 이제 어떻게 하면 좋아요?”조강진은 좀 초조해졌다.겨우 돈줄을 찾았는데 그의 정신이 혼미하니 정말 골치가 아팠다.“진우 씨, 이 사람을 진정시킬 방법 있어요?”이청성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 물었다.“그거야 쉽죠.”유진우는 아무 말 없이 은침 하나를 꺼내 바람의 뒷덜미를 찔렀다.바람은 몸을 움찔하더니 곧바로 침대에 쓰러졌다. 곧 조용하고 평화로워졌다. “이게 진우 씨 방법이에요?”이청성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침 하나로 바람이 진정하긴 했지만 이젠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까?“이 사람은 크게 놀라서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어요. 이 침으로 바람을 진정시키고 먼저 한 시간 동안 재우고 깨어나면 정상으로 돌아올 거예요.”“그럼 다행이네요.”이청성은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용원의 기는 그녀에게 정말 중요했으니 반드시 상황을 알아내야 했다.만약 용원의 기가 정말 오아시스에 숨겨져 있다면 그녀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손에 넣을 것이다.“이장님! 큰일 났어요. 밖에서 누가 소란을 피워요!”그때 정문을 지키고 있던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당황한 표정으로 뛰어 들어왔다.얼굴이 약간 붉게 부어오른 것을 보아 뺨을 맞은 것이 분명했다.“소란을 피워? 누가 감히 사막의 마을 이장 댁에 와서 소란을 피워?”조강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한 마을을 질서 있게 관리할 수 있다는 건 그에게 남다른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그는 강호의 고수들을 많이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호위대도 갖고 있었다.예전에는 세상 물정을 모르고 마을에서 행패를 부리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