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극적인 상황이 발생했다.유진우는 안 장관을 인질로 잡고 있었고 강성덕은 유진우를 죽이려 했다. 그리고 안 장관은 자신의 목숨을 지키려고 총구를 강성덕에게 돌려 위협하는 수밖에 없었다.각기 다른 세 개의 세력이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안 장관, 감히 나와 등을 돌려?”강성덕이 흉악스럽게 말했다.“날 이 지경으로 몰아붙인 건 너야! 내가 살지 못한다면 같이 죽어야지!”안 장관도 전혀 물러서지 않고 매섭게 몰아붙였다. 생사가 걸린 마당에 체면이고 뭐고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래, 좋아! 그렇게 죽고 싶다면 내가 그 소원 들어주지.”강성덕이 손을 흔들었다.“일단 방해되는 놈들부터 전부 해결해.”“알겠습니다.”결사대원 36명의 칼날이 순식간에 무주의 병사들에게 향하더니 마치 호랑이처럼 달려들었다.“총 쏴! 빨리 총 쏴!”안 장관이 연신 고함을 질렀다.탕, 탕, 탕...불꽃이 튀고 총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양측은 혼전에 빠졌다. 무주 병사들의 인원수가 많긴 했지만 결사대원들 전부 무도 고수라 움직임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날렵했다. 그 바람에 총을 정확히 조준할 수가 없었다.한 차례 전투가 휘몰아친 후 사상자가 절반이나 넘은 무주 병사와 달리 강씨 가문의 결사대원은 고작 몇 명만 경상을 입었다.피 튀기며 싸우는 양측을 보며 강린파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이게 뭐야? 개들끼리 서로 싸운다고?’갑작스럽게 전투가 펼쳐졌고 또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고 말았다.짧디짧은 2분 동안에 무주의 모든 병사들이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강씨 가문의 결사대원은 많은 후보 중에서 신중하게 고른 후 엄격한 훈련을 거친 자들이다. 육탄전을 펼친다면 일반 병사는 절대 당해내지 못한다.“말... 말도 안 돼.”바닥에 널브러진 병사들을 보며 안 장관은 순간 멍해졌다. 결사대원들의 실력이 강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리도 무서울 줄은 몰랐다. 살인해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고 아주 손쉽게 처리했다. 칼을 휘두를 때마다 단단한 총까지 전부 잘려 나
“뭐야?”바닥에 굴러다니는 36개의 사람 머리를 보며 안 장관은 거의 실성했다.조금 전 결사대원 36명의 실력이 어떠한지 그는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완전 무장한 무주 병사들을 2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몽땅 도살해버렸다. 정말 괴물이 따로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한 사람이 그런 괴물들을 전부 죽여버렸다.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어... 어떻게 이런 일이!”강성덕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들은 전부 강씨 가문에서 심혈을 기울여 키운 결사대원들이다. 그리고 혼자서도 백 명 정도는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실력을 지닌 무도 고수들이다. 지금까지 36명이 힘을 합쳐서 패배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마스터급 아래의 무사 중에 그들의 상대가 될만한 자도 없었다.그런데 결과가 어떠한가? 유진우에게 전부 몰살당하고 말았다. 이게 진짜 인간이란 말인가?쿵, 쿵, 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36구의 머리 없는 시체가 하나둘 넘어졌다.강성덕은 사색이 된 얼굴로 연신 뒷걸음질 쳤다. 그의 두 눈에 충격과 경악, 그리고 공포 등 여러 가지가 한데 섞여 있었다.“너... 대체 정체가 뭐야?”강성덕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혼비백산했다.처음에는 유진우를 쉽게 처리하여 아들의 복수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유진우의 실력이 이토록 강할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다.“내가 누군지 넌 아직 알 자격이 없어.”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지금 너에게 두 가지 선택을 줄게. 분쟁을 그치고 앞으로 다시는 강남에 발을 들이지 않거나 지금 깔끔하게 죽는 것, 이 두 가지야.”그의 말에 강성덕의 두 눈이 파르르 떨렸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의 배후 세력도 만만치 않다는 생각에 다시 배짱이 생겼다.“인마, 네까짓 게 감히 우리 강씨 가문에 덤빌 수 있을 것 같아? 연경의 8대 재벌가 중에서 우리 강씨 가문이 4위야. 너 같은 삼류파 보스가 무슨 배짱으로 연경의 재벌가에 덤비는 건데? 지금 스스로 두 손을
곧바로 몸이 두 쪽으로 쪼개지면서 쿵 하고 바닥에 쓰러졌다.“헉...”칼 한 방에 몸이 쪼개진 강성덕을 본 안 장관은 거의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두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은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땀과 오줌이 한데 섞여 주르르 흘러내렸다.유진우가 이토록 잔인한 사람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강씨 가문의 둘째 어르신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칼에 베어버렸다. 정말 이보다 더 무서운 일은 없을 것이다.“보스, 인제 이놈만 남았어요. 그냥 다 죽일까요?”장 어르신이 다시 칼을 안 장관의 목에 겨누었다.“죽... 죽이지는 말아주세요!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세요.”안 장관은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채로 유진우의 발 옆으로 기어가 미친 듯이 머리를 조아리며 빌었다.이번에는 정말 겁을 먹었다. 전부 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미친놈들이었다. 강성덕 같은 거물마저 손쉽게 죽여버리는데 그는 오죽하겠는가?“됐어요. 이 일은 저놈과 연관이 없으니 그냥 살려둬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보스, 강씨 가문 사람이 많이 죽어서 분명 엄밀히 조사할 겁니다. 만약 그냥 살려뒀다가 혹시라도 입을 함부로 놀린다면 나중에 후환이 끝이 없을 수도 있어요.”장 어르신이 귀띔했다.“그럴 일 절대 없을 겁니다. 전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고 아무것도 모릅니다. 오늘 아예 이곳에 온 적도 없고 여기 있는 영웅들을 본 적도 없어요. 가족들의 목숨을 걸고 맹세할게요. 제 목숨만 살려준다면 이 일은 무덤까지 안고 가겠습니다. 안 그러면 제 가족을 다 죽여도 할 말이 없습니다.”안 장관은 울며불며 머리를 조아리는 것도 모자라 가족의 목숨까지 걸고 맹세했다. 살고 싶은 욕구가 정말 극에 달했다.“죽이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하지만 네가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어.”유진우가 무표정으로 말했다.“영웅님! 하나가 아니라 백 개 천 개라도 기꺼이 명을 따르겠습니다.”안 장관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칼로 저 강씨 가문 둘째 어르신이라는 자의
하룻밤이 빠르게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 풍우 산장, 강린파의 모든 제자들이 상복을 입고 고개를 숙인 채 영령전 문 앞에 서 있었다.영령전은 강린파의 위패를 모셔두는 곳이었다. 순직한 제자라면 영웅이 되어 영령전에서 모시게 된다. 한편으로 죽은 자를 그리워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주의를 주기 위해서였다.그리고 영령전에 들어온 영웅의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아낌없는 지원을 보낸다. 만약 자식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위로금을 보내 생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움을 준다. 그렇게 되면 강린파 제자들은 뒷걱정을 덜 수 있다.그 시각 영령전 문 앞.유진우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사람 머리 두 개를 들고 맨 가운데 놓인 위패 앞으로 걸어갔다. 위패에 염룡파 당주 홍길수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적혀있었다.“길수야, 널 죽인 사람을 내가 다 죽였어. 너에게 속죄하게 하려고 두 사람의 머리를 잘라서 가져왔어.”유진우가 툭 던지자 강백준과 윤호의 머리가 데굴데굴 굴러서 위패 밑에 멈췄다.“너와 약속한 일은 반드시 해낼 거니까 걱정하지 마. 앞으로 소현이는 내 딸이고 네 와이프는 내 친누나나 마찬가지야. 내가 죽지 않는 한 아무도 두 사람을 다치게 못 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편안히 눈을 감아.”유진우는 향 세 개에 불을 붙인 후 홍길수의 위패를 향하여 세 번 인사하는 것으로 존경을 표했다.“경례!”문 앞에 있던 장 어르신이 소리를 지르자 강린파의 모든 제자들도 허리를 굽혀 희생한 영웅들에게 존경을 표했다.어쩌면 언젠가는 그들도 희생하여 영령전에 위패가 놓일지 모른다. 하지만 제자들이 이렇게 그리워하고 존경해준다면 죽어도 여한은 없을 것 같다.“유진우, 나와!”그때 호통 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지더니 누군가 풍우 산장 대문을 쾅 하고 걷어찼다.검은색 무사 도복 차림에 올림머리를 한 여자가 한 무리의 여군을 이끌고 기세등등하게 쳐들어왔다. 여군들의 기운이 남달랐고 눈빛도 날카로운 게 딱 봐도 일반인은 아니었다.“무엄하다! 너희들은 누군데 감히 강린파에 쳐들어와?”장 어
올림머리 여자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뭔가 심상치 않음을 바로 눈치챈 그녀는 재빨리 검으로 막았다.쿵!하얀 빛이 검에 부딪히면서 힘에 밀려난 여자는 연신 뒷걸음질 치다가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입가에서는 빨간 피가 흘러나왔고 검을 쥔 손이 저릿하여 움직일 수가 없었다.“당신 누구야? 왜 날 막는 건데?”눈살을 찌푸린 올림머리 여자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 작은 강린파 안에 이런 고수가 숨어있었을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감히 우리 보스를 죽이려 해? 오늘 네 제삿날이 될 거야!”장 어르신이 공격하려던 그때 유진우가 손을 들고 말렸다.“이봐요, 아가씨는 대체 누구이기에 들어오자마자 다짜고짜 사람을 죽이겠다고 하는 거죠?”“퉤! 네가 내 오빠를 죽였잖아. 우리 오빠 복수를 하러 왔어!”올림머리 여자가 분노를 터트렸다.“오빠? 혹시 강씨 가문 사람인가요?”유진우의 눈빛에 냉기가 감돌았다.“강씨 가문 같은 소리 하네. 난 홍씨야, 홍청하라고.”올림머리 여자가 성난 목소리로 대답했다.“홍청하? 그렇다면 아가씨 오빠가...”유진우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우리 오빠가 바로 홍길수야!”홍청하가 생각지도 못한 말을 내뱉었다.“홍 당주님의 여동생이셨군요. 그런데 왜 보스를 죽이려 하는 겁니까?”장 어르신은 잠깐 놀라는가 싶더니 이내 의문을 던졌다.홍길수와 유진우의 사이가 돈독하기에 홍길수의 가족들과도 잘 지낼 텐데 왜 만나자마자 죽이려고 달려드는 걸까?“유진우가 우리 오빠를 죽였으니 당연히 유진우를 죽여야지!”홍청하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헛소리하지 말아요. 홍 당주님은 배신자에게 뒤통수를 맞고 살해된 거고 보스께서 이미 복수했어요. 다른 사람의 말에 속은 거 아니에요?”장 어르신이 눈살을 찌푸렸다.“속았다고? 흥! 저 사람만 아니었더라면 우리 오빠도 죽지 않았어.”홍청하가 원망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아가씨 오빠의 죽음은 나에게도 책임이 있어요. 내가 지켜주지 못했어요.”유진우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그는 홍길수에게
“오늘 찌르지 않으면 앞으로는 기회가 없어요.”유진우가 귀띔했다. 그러고는 복부에 찔린 장검을 다시 뽑아 홍청하에게 던졌다.“흥! 내가 무엇을 하든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오늘 난 우리 오빠를 보러 온 거니까 일단 목숨은 살려줄게. 나중에 기분이 안 좋을 때 다시 와서 네 목숨을 가져갈 거야!”말을 마친 홍청하는 어깨로 유진우를 툭 친 후 영령전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보스, 아까 왜 안 피했어요? 저 분별없는 계집애가 혹시라도 보스를 다치게 하면 어쩌려고 그래요?”장 어르신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이건 내가 저 사람에게 빚진 거예요.”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유진우의 표정이 복잡해 보였다. 매번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홍길수만 생각하면 유진우는 후회되고 자책했다. 이 검을 맞으니 그래도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해진 것 같았다.“보스, 일단 가서 상처부터 치료해요.”장 어르신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한 여제자더러 유진우를 부축하여 치료하러 가라고 했다.보스인 유진우가 정이 많고 의리가 있는 건 당연히 좋은 일이다. 하지만 영웅이 되어 강린파를 이끌어가려면 이런 장점들이 되레 약점이 될 수 있다.1시간 후, 상처 치료를 마친 유진우가 회의실 안에서 조용히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홍청하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눈이 벌겋게 된 게 아무래도 한바탕 운 모양이다.그녀는 유진우를 보자마자 눈가의 눈물을 쓱 닦고 다시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말했다.“저기요! 아까 내가 그쪽을 찌르긴 했지만 이대로 끝나는 건 아니에요. 당신이 오빠에게 진 빚은 영원히 갚지 못할 거예요.”홍청하의 태도가 한껏 누그러들었고 예의도 갖췄다.“알아요.”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 손으로 자리를 안내했다.“앉아서 차 마셔요.”“네.”그런데 홍청하는 자리에 앉으려다가 다시 벌떡 일어났다.“당신이 앉으라고 하면 앉아야 해요? 우리 친해요?”“그럼 서서 얘기해도 돼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흥! 앉을 거예요!”홍청하는 의자에 털썩 앉아 팔짱을 꼈다.
하여 홍청하 일행이 진작 남성에 도착했을 가능성밖에 없었다.“맞아요. 이번에 다른 일이 있어서 강남에 왔어요.”홍청하는 부정하지 않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여기 환경도 좋고 엄청 커 보이는데 우리 인여궁 사람들이 잠시 머물러도 괜찮겠죠?”“묵을 곳이 많아요. 여기서 지내겠다면 당연히 문제없죠. 내가 안배할게요.”유진우가 흔쾌히 동의했다. 미안함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 홍청하의 요구라면 다 들어주고 싶었다.“흥! 그래도 눈치는 있네요!”홍청하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빨간 단약 한 알을 건넸다.“자, 기혈단이에요. 피를 보충해주고 내공을 끌어올려서 수련에도 도움이 돼요. 방금 다쳤으니까 먹으면 좋아요.”“고마워요.”유진우가 덤덤하게 웃어 보였다. 그녀의 마음씨가 나쁜 것 같지는 않았다.“고마워하지 말아요. 집세 대신 주는 거예요.”홍청하는 말을 바로잡은 후 휴대 전화를 꺼내 누군가에게 연락했다.잠시 후, 한 무리 인여궁의 제자들이 위풍당당하게 풍우 산장으로 걸어 들어왔다.맨 앞에 선 여자는 하얀 옷을 입고 있었고 예쁘장한 얼굴에 키도 훤칠했다. 다만 미간 사이에 오만함이 조금 묻어있었다.이 여자가 바로 인여궁의 큰 제자 차연주였다. 그녀 뒤로 여제자들이 따라 들어왔는데 하나같이 예쁜 얼굴에 남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녀들을 본 강린파 사람들이 뭐라 수군거렸다.“선배님, 드디어 오셨군요.”흰옷 차림의 여자가 들어오자 홍청하가 바로 달려가 맞이했다.“여기가 바로 찾았다는 숙소야?”차연주는 성큼성큼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오만한 표정은 여전했고 여주인의 카리스마가 넘쳤다.“네. 주변에 산과 물이 있어 풍경도 아름다워요. 스승님도 좋아하실 겁니다.”홍청하가 대답했다.“우리 인여궁의 신분에 그럭저럭 어울리긴 해.”차연주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시선을 돌려 유진우를 쳐다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뭐야? 여기 왜 남자가 있어? 당장 내쫓아!”“선배님, 저자가 바로 이 산장의 주인입니다.”홍청하가 난감한
유진우는 손가락을 내밀어 칼날을 밀어내고는 평온하게 말했다.“잘 모르시나 본데, 여긴 제 구역입니다. 제 말이 곧 법이란 말입니다. 여러분들이 여기 있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전적으로 제게 달려있습니다. 아시겠어요?”“닥쳐! 네가 감히 우릴 거절하려고? 난 인여궁 제자야, 모두가 우러러보는 여신이라고! 나 좋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어. 자존심 세우지 말고 기회 줄 때 똑바로 해.”차연주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그녀는 어딜 가나 화제의 중심이었다. 수없이 많은 남자가 그녀의 마음을 가지려고 아등바등했다. 그 누구도 그녀의 심기를 거스르지 못했다.“전 당신 좋다고 하는 남자들과는 다릅니다. 당신한테 아무 생각 없어요. 망상은 그만하시죠.”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너...!”차연주는 화가 난 듯 입술을 깨물었다. 어떤 남자도 그녀의 미모 앞에서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런데 이 사람은 그녀를 보는 척도 하지 않는다니, 너무 건방진 거 아닌가?“야, 우리 선배님 요구를 안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경고하는데, 화 돋우지 않는 게 좋을 거야.”“맞아! 우린 인여궁 제자들이라고.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인여궁의 제자들이 저마다 불만을 토해냈다.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인여궁 세 글자만 대면 남자들이 웃는 얼굴로 굽신거렸다. 그게 반복되다 보니 우대받는 게 익숙해진 것이다.이때 차연주가 뭔가 알아낸 듯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알겠다. 일부러 이러는 거지? 내 눈에 띄려고. 하! 너 같은 사람 못 본 줄 알아? 멀끔한 척하면서 속은 더러운 놈들! 그런 사람들한테 절대 안 속아. 너 같은 놈은 안중에도 없으니까. 하긴 나 같은 여자는 네가 평생 못 가지겠지. 그래도 네가 내 눈에 띄긴 했으니, 기회를 한 번 더 줄게. 다른 사람은 꿈도 못 꾸는 거야.”차연주는 왕관이라도 쓴 듯 머리를 한껏 쳐들었다. 조금이라도 고개를 숙이면 머리 위의 왕관이 떨어지기라도 할 듯이.“...”유진우는 말문이 막혔다. 자신감 있는 여자인 줄로만 알았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