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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4화

“오늘 찌르지 않으면 앞으로는 기회가 없어요.”

유진우가 귀띔했다. 그러고는 복부에 찔린 장검을 다시 뽑아 홍청하에게 던졌다.

“흥! 내가 무엇을 하든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오늘 난 우리 오빠를 보러 온 거니까 일단 목숨은 살려줄게. 나중에 기분이 안 좋을 때 다시 와서 네 목숨을 가져갈 거야!”

말을 마친 홍청하는 어깨로 유진우를 툭 친 후 영령전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보스, 아까 왜 안 피했어요? 저 분별없는 계집애가 혹시라도 보스를 다치게 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장 어르신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이건 내가 저 사람에게 빚진 거예요.”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유진우의 표정이 복잡해 보였다. 매번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홍길수만 생각하면 유진우는 후회되고 자책했다. 이 검을 맞으니 그래도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해진 것 같았다.

“보스, 일단 가서 상처부터 치료해요.”

장 어르신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한 여제자더러 유진우를 부축하여 치료하러 가라고 했다.

보스인 유진우가 정이 많고 의리가 있는 건 당연히 좋은 일이다. 하지만 영웅이 되어 강린파를 이끌어가려면 이런 장점들이 되레 약점이 될 수 있다.

1시간 후, 상처 치료를 마친 유진우가 회의실 안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홍청하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눈이 벌겋게 된 게 아무래도 한바탕 운 모양이다.

그녀는 유진우를 보자마자 눈가의 눈물을 쓱 닦고 다시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말했다.

“저기요! 아까 내가 그쪽을 찌르긴 했지만 이대로 끝나는 건 아니에요. 당신이 오빠에게 진 빚은 영원히 갚지 못할 거예요.”

홍청하의 태도가 한껏 누그러들었고 예의도 갖췄다.

“알아요.”

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 손으로 자리를 안내했다.

“앉아서 차 마셔요.”

“네.”

그런데 홍청하는 자리에 앉으려다가 다시 벌떡 일어났다.

“당신이 앉으라고 하면 앉아야 해요? 우리 친해요?”

“그럼 서서 얘기해도 돼요.”

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

“흥! 앉을 거예요!”

홍청하는 의자에 털썩 앉아 팔짱을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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