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임궁은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만약 직접 겪어보지 않았더라면 그도 강남에 이렇게 무서운 천재가 있을 거라고는 믿지 않았을 것이다.그 시각 링 위.양측의 대결이 점점 치열해졌다. 칼을 쥔 남자와 가면을 쓴 여인은 모든 필살기를 다 꺼냈다. 처음에는 드높은 기세로 유진우에게 맹공격을 퍼부었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왜냐하면 그들이 아무리 공격하고 포위해도 유진우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다.유진우의 몸놀림이 너무도 날렵하여 잡을 수가 없었고 중요한 순간에 퍼부은 치명적인 일격을 전부 다 피했다.한두 번 피했더라면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전부 다 피했다면 말이 달라진다. 그들이 맹공격을 펼치고 있는 게 아니라 유진우의 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니는 격이 돼버렸다.두 사람은 기분이 언짢아졌고 심지어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계속 싸웠다간 진기를 너무 많이 소모하여 되레 그들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비실비실한 놈아, 계속 가만히 보고만 있을 거야? 우리 둘 거의 버티지 못한다고!”상황이 심상치 않자 가면을 쓴 여자가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 그런데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검은색 공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더니 세 사람의 발밑에서 폭발하고 말았다.공이 폭발하는 동시에 대량의 검은색 연기가 뿜어져 나와 그들을 순식간에 덮쳤다. 그뿐만이 아니라 눈 깜짝할 사이에 링 전체를 뒤덮고 말았다.사람들은 링 위의 상황이 어떤지 볼 수가 없었다.그리고 더욱 무서운 건 연기와 호수가 맞닿았을 때 반경 백 미터 이내의 물고기들이 전부 죽어 물에 둥둥 떠다녔다. 연기에 맹독이 있는 게 분명했다.“콜록콜록...”검은색 연기에 뒤덮인 칼을 쥔 남자와 가면을 쓴 여인은 연신 기침하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두 사람의 피부가 눈에 띄는 속도로 검게 변했고 온몸이 불에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본능적으로 독을 빼내려고 내공을 쓴 순간 풉하고 검은 피를 토하면서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비실비실한
“으악...”바닥에 떨어진 칼을 쥔 남자의 머리를 본 순간 가면을 쓴 여인은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이 비실비실한 놈이 이렇게 잔인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딱히 별다른 이유도 없이 사람을 죽였다.사실 두 사람 사이에는 심한 갈등도 없었다. 갈등이라고 해봤자 출전 순서만 다퉜을 뿐이다. 피 맺힌 원한도 없는 데다가 같은 편이었다. 그런데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그녀는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이제 네 차례야.”마른 남자가 음흉하게 웃더니 혀를 내밀어 칼에 묻은 피를 핥았다. 정말 사이코패스가 따로 없었다.“대체 왜? 난 너와 원한도 없는데 대체 왜 죽이려 하는 건데?”가면을 쓴 여인이 겁에 질린 얼굴로 물었다. 그녀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발버둥 쳤지만 온몸이 마비되어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너희 용국 사람을 죽이는 건 이유가 필요 없어. 특히 너희들 같은 천재는 많이 죽을수록 좋아. 그러니까 죽어!”말을 마친 마른 남자는 망설임 없이 가면을 쓴 여인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슉! 쨍!그런데 그때 은침 하나가 안개 속에서 날아오더니 정확히 칼을 조준했다. 엄청난 충격에 마른 남자는 그대로 칼을 떨어뜨리고 말았다.“뭐야?”마른 남자는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검은 안개가 자욱한 링 위에서 누군가 천천히 걸어왔는데 바로 유진우였다.“너 이 자식 아직 안 죽었어?”마른 남자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 독은 그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독이었는데 무도 마스터급 아래의 무사라면 거의 당해낼 자가 없었다. 그런데 눈앞의 유진우는 중독돼도 완전히 멀쩡했다. 실로 괴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솔직히 말할게. 그 어떤 독도 내 몸을 침범할 수 없어. 이런 독은 나에게 있어서는 내 몸을 간지럽히는 거나 다를 바 없어.”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어쩐지. 나랑 같은 사람을 만났네.”마른 남자는 두 손을 뒤로 가져가더니 천천히 비수 두 개를 뽑았다.“이봐, 나 좀... 살려줘.”가면을 쓴 여인은 고통스럽게 울
그의 비수는 주석으로 만들어진 것이라서 아무리 견고한 것도 다 찌를 수 있었다. 정상적인 이치대로라면 사람을 찌르는 건 두부를 베는 것처럼 식은 죽 먹기일 텐데 왜 유진우는 끄떡없는 걸까?‘이 자식 대체 정체가 뭐야?’천천히 몸을 돌린 유진우의 눈빛이 점점 날카로워졌다.“죽어!”마른 남자는 발을 구르며 거리를 넓히는 동시에 독 표창을 던졌다. 독 표창들이 맹렬한 기세로 유진우를 향해 날아갔다.유진우는 싸늘한 표정을 짓더니 손바닥을 무기 삼아 가볍게 휘둘렀다.슉!그 순간 모든 암살 무기들이 전부 반사되었다. 마른 남자는 미처 피하지 못한 바람에 절반 가까이 되는 독 표창을 맞고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지고 말았다.그가 다시 일어나려던 그때 유진우가 발로 그의 가슴팍을 꽉 짓눌렀다. 마른 남자는 바닥에 누운 채 꼼짝도 못 했다.“말해. 너 누구야?”마른 남자를 내려다보는 유진우의 눈빛은 덤덤하기만 했다.“난 네가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니까 당장 치워. 안 그러면 뼈도 못 추리고 죽게 될 거야.”마른 남자가 매섭게 호통쳤다.“오? 그래?”유진우가 발바닥에 천천히 힘을 가하자 마른 남자의 흉골이 부러진 듯 뚜두둑 소리가 났고 코와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죽음의 공포가 순식간에 물밀듯이 밀려왔다.“말... 말할게.”가슴팍이 점점 패어 들어가자 그제야 당황한 마른 남자가 사실대로 말했다.“난 금오국 영살문의 살인청부업자야. 용국에 잠복해서 너희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어.”“금오국? 영살문?”유진우는 실눈을 뜬 채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금오국은 용국의 철천지원수였고 양측의 갈등은 줄곧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영살문은 금오국의 3대 최고 파벌 중 하나였다. 수많은 살인청부업자들이 있었는데 정보 수집과 암살을 일삼았다.영살문의 살인청부업자들은 아주 미스터리한 존재들이었다. 사람들 앞에 잘 나타나지 않고 숨어서 활동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영살문의 사람을 만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건 스카이 랭킹에까지 이름
“어떻게 이럴 수가! 강북 무도 연맹의 고수들이 졌다고? 대체 어떻게 된 거야?”“3대 1로 싸워도 이기다니, 저 자식 대체 정체가 뭐야?”“말도 안 돼! 스카이 고수 랭킹 세 명이 어떻게 무명인 하나조차 이기지 못해?”마지막 결과가 드러나자 현장이 발칵 뒤집혔다. 충격의 도가니에 빠진 건 물론이고 저마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이었다.아무 명성도 없는 무사가 스카이 랭킹 10위 안에 든 강자를 세 명이나 이겼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어떻게 된 거야? 우리 사람들이 졌어?”소홍도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수많은 풍파를 겪은 그도 이런 결과 앞에서는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했다. 조금 전까지 승리를 거머쥔 거나 다름없었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걸까?“방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김금강은 의아해하며 눈살을 찌푸렸다.링 위에 한 사람은 중독되어 쓰러져있었고 한 사람은 머리가 잘려있었으며 또 한 사람은 가슴이 폭발해버렸다.스카이 랭킹 고수 세 명 모두 죽거나 심한 중상을 입었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웠지만 결과는 이미 명확했다.“어휴... 내가 진작 말했었지? 저 사람의 실력을 가늠할 수 없다고. 절대 믿지 않더니.”임궁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두려우면서도 링 위에 누워있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는 걸 다행이라 생각했다.“말... 말도 안 돼. 저 자식... 안 죽었어?”박철 일행은 놀란 나머지 입을 쩍 벌렸고 한참이 지나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들은 이런 살벌한 결투에서 유진우가 무조건 죽을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결과는 어떠한가? 멀쩡하게 살아있는 건 물론이고 마지막까지 버텼다.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하하... 이겼어. 아저씨가 이겼어!”잠깐 넋을 잃던 황은아가 흥분하며 펄쩍 뛰었다. 예쁘장한 얼굴에 자랑스러움이 가득했다. 어쨌거나 링 위에 서 있는 사람은 그의 스승이니 말이다.“역시 실력을 숨기고 있었어.”설연홍이 붉은 입술을 깨물었고 두 눈의 욕망은 더욱 짙어졌다.“좋
화가 난 소홍도는 씩씩거리며 그대로 나가버렸다.“처음 시작은 압도적으로 이기더니 강남 무도 연맹이 역전할 줄은 몰랐어. 정말 창피해 죽겠어.”강북 사람들은 욕설을 퍼부으며 대결 현장을 떠나는 수밖에 없었다. 3대 1로 싸웠는데도 졌으니 계속 여기에 남아있을 수가 없었다.이번 무도 대회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고 변고가 끊이질 않았다. 결국 유진우는 다크호스로 떠올랐고 강남 무도 연맹을 도와 우승을 거머쥐었다. 한순간에 가장 주목을 받는 천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만인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 되었다.승리를 축하하기 위하여 송만규는 무도 연맹에서 손님들을 초대하여 성대한 축하연을 열었다. 그리고 이번 축하연의 주인공은 유진우였다.세간의 많은 고수들과 무림 선배들이 축하하러 왔고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그날 저녁 무맹분타의 응접실.“하하... 진우 씨, 오늘 정말 대단했어요. 자, 내가 한 잔 줄게요.”송만규가 먼저 유진우에게 술 한잔을 따라주었다.“진우 씨, 저희도 한잔 올리겠습니다.”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술잔을 들고 유진우에게 술을 올렸다.“자, 건배합시다!”유진우는 웃으며 술잔을 들고 단숨에 들이켰다.“좋습니다! 오늘 강남 무도 연맹의 위세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취할 때까지 마십시다!”송만규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취할 때까지 마십시다!”다른 이들도 술잔을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축하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세간에서 이름 있고 체면 있는 사람들이 유진우에게 다가가 술잔을 주고받았다.“진우 씨, 난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겠어요.”술 두 잔을 마신 후 황보용명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자리를 비우려 했다.“맹주님, 전 약속을 지켰습니다. 전에 저와 했던 약속 잊지 않으셨죠?”유진우가 귀띔했다. 그가 무도 대회에 참가한 건 오직 칠색 영지에 관한 정보 때문이었다.“걱정하지 말아요. 난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아요. 오늘 저녁은 일단 술 마시면서 즐거운 시간 보내요. 내일 진우 씨 데리러
“죽... 죽었어?”숨이 멎은 황보용명을 본 순간 유진우는 그대로 멍해졌다. 도무지 믿을 수 없어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그마저도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어떻게 된 거지? 맹주님이 왜 죽어? 대체 누가 한 짓이야?’눈앞의 이분은 무도 마스터이자 강남의 5대 강자 중 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누가 무슨 재간으로 죽였단 말인가? 게다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아무 소리 없이 죽여버렸다.대체 누구의 짓이란 말인가?유진우는 재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수상한 점을 잡으려 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어떤 단서도 잡히질 않았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었고 아무런 징조도 없었다.유진우는 웅크리고 앉아 황보용명의 상태를 간단하게 살폈다. 아직 몸이 완전히 차갑지 않고 온기가 남아있는 걸 봐서 사망 시간은 1시간이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 그리고 죽기 전에 마취제에 중독되어 감각이 마비되고 반응도 느려졌을 것이다.치명상은 등에 있었다. 칼날이 비수 같은 짧은 무기였는데 단 일격에 죽이려고 등 뒤에서 심장을 찔렀다. 심지어 혹시라도 실수할까 봐 칼에 맹독도 묻혔다.무도 마스터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소리 없이 뒤에서 암살했다는 건 실력이 엄청난 사람이거나 황보용명이 아는 사람이라는 걸 뜻한다. 그래야만 황보용명이 아무런 경계도 하지 않을 테니까.“할아버지, 차 가져왔...”그때 황보걸이 갑자기 걸어 들어왔다. 그런데 황보용명의 시체를 본 순간 날벼락이라도 맞은 듯 들고 있던 찻잔을 쨍그랑하고 바닥에 떨구었다. 그 바람에 찻잔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유진우 씨! 당신 우리 할아버지를 죽였어요?”정신을 차린 황보걸이 놀라서 연신 뒷걸음질 치며 물었다.“저 아니에요. 제가 들어왔을 때 맹주님은 이미 돌아가셨어요.”유진우가 다급하게 설명했다. 조금 전 황보용명의 몸에 난 상처를 살펴보다가 손에 피가 묻은 바람에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말았다.“여기에 할아버지와 진우 씨 두 사람밖에 없는데 당신이 아니면 누구예요?”황보걸이
“큰형님, 저 자식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아요. 아버지를 죽인 원수와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 수 없어요. 오늘 반드시 저 자식을 갈기갈기 찢어 죽일 겁니다.”황보추가 성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여봐라! 당장 저 자식을 잡아서 찢어 죽여! 아버지의 복수를 기필코 하고 말 테다!”“알겠습니다.”황보 가문 사람들은 공분을 참지 못하고 칼을 빼 들어 유진우를 공격하려 했다.“제 말 좀 들어봐요. 이건 함정입니다. 누군가 절 모함하려 해요.”유진우는 그들의 공격을 피하면서 말로 설득하려 애를 썼다. 이젠 그도 뭔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황보용명이 갑자기 암살당했고 또 마침 유진우와 만나기로 했었다. 이 모든 게 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잘 맞아떨어졌다. 그렇다면 누군가 일부러 유진우를 모함하는 게 틀림없다.“저놈을 죽여!”황보 가문 사람들은 유진우의 해명 따위 아예 들으려 하지 않았고 계속 치명적인 공격을 퍼부었다.황보용명은 가문의 기둥으로서 가문 전체를 대표한다. 그런 분이 집에서 살해당했으니 화가 나는 건 물론이고 유진우를 죽이고 싶어 하는 마음도 이해는 되었다.“여러분, 저에게 시간을 조금만 주시면 진범을 꼭 잡아내겠습니다.”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이 없자 유진우는 펄쩍 뛰어 대나무집 지붕 위로 올라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자취를 감추었다.“쫓아! 무슨 대가를 치르든 반드시 저놈을 죽여야 해.”황보추는 핏발이 선 두 눈으로 성을 내며 소리쳤다.황보 가문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엘리트 고수뿐만 아니라 다른 세력들도 한자리에 모였고 평소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비밀 호위마저도 전부 모여들었다.그들의 목표는 딱 하나였다. 바로 유진우를 죽이는 것!...그 시각 무도 연맹 내부.송만규는 무도 연맹의 몇몇 원로들과 함께 앞으로의 발전 계획을 논의하고 있었다.무도 대회에서 승리를 거둔 후 강남 무도 연맹은 앞길이 휘황찬란해졌고 앞으로 3년간 강북 무도 연맹을 누를 수 있게 되었다. 더 많은 자원을 얻는 건 물론이고 더욱 많은 인재도
“진우 씨? 그 사람이 왜?”송만규는 넋이 나간 표정이었고 이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조금 전까지 유진우를 어떻게 키울지 의논했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이런 변고가 생겼다.“너 뭐 잘못 안 거 아니야? 진우 씨가 왜 어르신을 죽여?”한 무도 연맹 원로가 물었다.“사실입니다. 황보 가문에서 전해온 소식인데 많은 사람이 직접 목격했다고 해요. 절대 거짓말일 리가 없습니다.”무도 연맹 직원이 진지하게 말했다.“어떻게 이런 일이... 그 자식 미친 거 아니에요?”“조금 전까지 어떻게 키우면 좋을지 상의했었는데 이렇게 양심 없는 짐승일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우리 무도 연맹을 해치는 암적인 존재예요. 암적인 존재.”소식을 접한 후 무도 연맹 원로들은 공분을 참지 못했다.황보용명은 강남 무도 연맹에 크나큰 공헌을 한 사람으로서 거목이라고 불렸다.누구든지 그를 보면 예의를 차려야 했다. 이런 덕망이 높은 인물이 살해당했다고 한다. 게다가 그를 살해한 진범이 요즘 핫하게 떠오르는 유진우였으니 어찌 공분을 사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갑시다! 어떻게 된 건지 황보 가문에 직접 가서 봅시다.”송만규는 굳은 얼굴로 명을 내리고 무도 연맹 사람들과 함께 황보 가문으로 향했다.사실인지 아닌지 조사해보면 다 알게 된다....그 시각 무도 연맹의 임시 주둔지.어제의 실패로 소홍도는 이른 아침부터 무도 연맹의 임원들을 한자리에 불러 총결 회의를 열었다. 그런데 회의가 절반 정도 진행됐을 무렵 황보용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뭐? 황보용명이 죽었다고?”소식을 들은 소홍도는 잠깐 놀라는가 싶더니 이내 벌떡 일어서며 크게 웃었다.“하하... 잘 죽었어, 아주 잘 죽었어! 그 영감탱이 죽을 때도 됐지, 뭐. 그나저나 대체 어느 영웅이 죽인 거래?”“어제 우승을 거둔 유진우라고 합니다.”부하가 보고를 올렸다.“유진우? 그 자식이었어?”소홍도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그 자식 지금 강남 무도 연맹에서 아주 환대를 받을
“아니에요?”유장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용호산은 여태껏 무림인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에 무관심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해.”서태양이 말했다.인재를 선발해 위상을 높이려고 진무사가 나섰다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었다.하지만 용호산은 전혀 관계가 없지 않은가?“그럼 무슨 의도인데요?”유장미가 되물었다.“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궁금하거든?”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서태양은 어깨를 으쓱했다.“보혁 씨는 내막에 훤하니까 화두를 꺼낸 거겠죠?”유이슬이 시선을 돌렸다.“내막까지는 아니지만 주워들은 소식이 몇 가지 있긴 해요.”염보혁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제가 알기로는 용호산 뒷산의 금지구역에 최근 신비로운 보물이 나타났는데 향후 100년 동안 무림인들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관련이 있다고 해요.”“무슨 보물이 그렇게 대단해요?”유장미가 깜짝 놀랐다.유이슬과 서태양도 예상치 못한 듯 충격을 금치 못했다.무림인들의 흥망성쇠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만약 제 추측이 맞는다면 용원의 기와 관련된 보물일 거예요.”염보혁이 목소리를 낮추었다.순간, 유진우는 눈썹을 추켜세웠지만 이내 포커페이스로 돌아왔다.“용원의 기? 그게 뭔데요?”유장미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용맥의 정수이기도 하죠.”유이슬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며칠 전 호룡각이 와해하면서 지하 용맥이 다섯 개의 용원의 기로 변해 세상에 뿔뿔이 흩어졌어. 소문에 의하면 용원의 기를 얻는 자는 천하무적이 되어 승승장구한다고 해.”호룡각이 무너지고 용맥이 파괴된 일이 워낙 큰 이슈였기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귀에도 흘러 들어갔다.“진짜요? 그렇게 대단한 물건이 있어요?”유장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고서에서 관련된 기록을 본 적이 있는데 용원의 기를 얻은 자들은 세상을 주름잡는 수장이거나 천하를 다스리는 왕이었어.”유이슬이 한마디 보탰다.“맞아요.”염보혁이 대
유진우는 옆에 있는 염보혁을 흘깃 쳐다보았고, 속으로 상대방이 아무리 예뻐도 남자를 좋아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쿨럭!”염보혁은 사레가 들린 나머지 연신 기침하며 쓴웃음을 지었다.“이슬 씨, 지금 절 칭찬하는 건지 비꼬는 건지 모르겠네요.”“당연히 칭찬하는 거죠. 그런 얼굴을 보고도 어떤 남자가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어요?”유이슬이 정색하며 말했다.“네?”염보혁은 말문이 막혔다.설령 사실일지언정 어찌 면전에서 대놓고 말할 수 있지?왠지 모르게 기분이 이상했다.“정 믿기 어려우면 태양한테 물어봐요.”유이슬이 문득 말했다.한편, 서태양은 염보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흠칫 놀라더니 서둘러 시선을 돌렸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은 도둑이 제 발 저린 듯싶었다.“제가요?”서태양은 난감한 얼굴로 대답했다.“선배, 장난하지 마세요. 저랑 무슨 상관이죠?”“뭔가 냄새가 나는데요?”유장미가 눈썹을 까딱하더니 눈알을 굴리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설마 보혁 씨한테 진짜 반한 건 아니죠?”“이... 계집애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서태양이 펄쩍 뛰면서 얼굴이 벌게진 채 고래고래 외쳤다.“남자끼리 엮일 리가 없잖아.”“침착해요. 단지 농담했을 뿐이에요.”유장미가 키득거리며 말했다.“게다가 남남 커플이 진짜 사랑이죠. 어차피 안 될 건 없잖아요. 만약 사귈 생각이 있다면 진심으로 축복해줄게요. 하하하!”“입만 열면 헛소리 하네.”서태양은 짐짓 화가 난 듯 혼내려는 액션을 취했다.유장미는 잽싸게 유이슬의 등 뒤로 숨어 웃음을 터뜨렸다.갑자기 산으로 흘러가는 대화에 당사자인 염보혁은 말문을 잃었다.더욱이 유장미와 투닥거리는 와중에도 그를 흘끔거리는 서태양 때문에 어이가 없었다.단순히 농담으로 치부할 수 있었지만 몰래 훔쳐보는 탓에 괜히 기분이 세했다.“진우 씨, 이슬 씨, 다들 용호산은 처음이죠? 제가 구경 좀 시켜드릴까요? 주변에 뭐 있는지 소개해줄게요.”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염
술이 몇 잔 오가자 서서히 편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슬 씨, 방금 검종의 제자라고 하시던데 무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용호산에 오른 건가요?”염보혁이 넌지시 물었다.“그런 셈이죠.”유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성격이 무심한 편이라 말주변이 딱히 없었다.“사실 저희는 스승님의 명을 받고 찾아왔어요.”상대적으로 외향적인 유장미가 웃으며 말을 보탰다.“노천사가 용호산에서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세상이 발칵 뒤집혔거든요. 검종 뿐만 아니라 천하회, 주술교를 포함한 파벌에서 최정예 제자들을 파견해 출전할 예정이에요.”“그럼 검종에서는 세 분이 참석하는 건가요?”염보혁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니요.”유장미가 고개를 저었다.“저희는 단지 구경하러 왔을 뿐,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는 따로 있어요.”그녀와 서태양은 선천 후기에 속했고, 유이슬은 실력이 뛰어나긴 했으나 반보 마스터에 불과했다.어찌 됐든 천교에 비하면 열세에 처하는지라 검종을 대표해서 출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따로 있다니? 설마 홍군림이에요?”염보혁의 눈썹이 까닥했다.“그건 저도 잘 몰라요.”유장미가 생긋 웃었다.“워낙 제멋대로에 신출귀몰하는 사람이라 이번 무림대회에 참가할지 아무도 몰라요. 만약 홍 선배가 진짜 출전한다면 우승은 우리 검종이 차지할 거예요.”홍군림은 천교 랭킹의 1위에 올랐을뿐더러 어린 나이에 경천 랭킹에 진입한 검종의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다만 성격이 까칠하고 독불장군이라 종주를 제외하고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장미야, 그건 네 생각이고.”이때 유이슬이 입을 열었다.“홍 선배가 실력이 뛰어나고 검종의 천재로서 일반 무사들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존재인 건 사실이지만 너도 알다시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능력자가 한 명 더 있잖아.”“누구요?”유장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유장혁.”유이슬이 무덤덤하게 말했다.“그 사람이 홍 선배보다 실력이 더 뛰어나요?”유장미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막상막하야. 천교
“네?”염보혁의 한 마디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넋을 잃었다.특히 잘 보이기 급급했던 서태양은 굳은 얼굴로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허공에 손을 들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럴 수가?방금 목숨 걸고 구하려던 사람이 남자였다니?“남자...? 농담이죠?”붉은 옷 소녀가 염보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경국지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인이 대체 어디를 봐서 남자란 말인가?푸른 옷 여인은 입만 벙긋했을 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흡혈파 망나니들이 여자가 아닌 남자한테 집적거렸다니?취향 한번 독특했다.“아니요. 진짜 남자예요.”염보혁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밖에 나가면 여자로 오해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하지만 아무리 봐도...”붉은 옷 소녀가 말을 아꼈다.“외모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염보혁이 어깨를 으쓱하며 해탈한 듯 말했다.“아쉽네요.”붉은 옷 소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본인이 이렇게 예쁜 얼굴을 가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선배? 왜 그래요? 괜찮아요?”그녀는 아직도 넋을 잃은 서태양을 발견하고 손을 뻗어 어깨를 툭 쳤다.“응? 아, 괜찮아. 단지 조금 놀랐을 뿐이야.”서태양은 꿈에서 깨어난 듯 금세 정신을 차렸다.다만 눈빛만큼은 남자한테서 떠나지 않았다.이렇게 요염한 얼굴이 사내란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그야말로 재능 낭비이지 않은가?“저는 염보혁입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염보혁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유이슬이에요.”푸른 옷 여인이 대답했다.“저는 유장미라고 해요.”붉은 옷 소녀가 활짝 웃었다.비록 남자이지만 미모에 저절로 눈이 갔다.“서태양입니다.”서태양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다 같이 술이나 한잔 하시죠?”염보혁은 손을 내밀더니 소개를 이어갔다.“이쪽은 유진우 씨, 그리고 두 분은 호위무사인...”“춘화와 추월이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수염 난 사내의 몸에 피투성이 상처가 생겼다.눈 깜짝할 사이에 연신 검에 찔린 탓에 저항할 힘조차 없었다.비록 수염 난 사내가 힘은 더 셌지만 기교에서는 한참 못 미쳤다.여자의 화려한 검술은 감탄을 자아냈고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악!”수염 난 사내가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사지가 부러진 채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은 마치 좀비를 연상케 했다.온몸은 피가 흥건했고 상처로 가득했다. 비록 목숨에 지장은 없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형님!”패배한 우두머리를 보자 흡혈파 제자들이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항상 위풍당당하고 기세등등했던 수장이 이런 몰골을 보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젠장! 감히 우리 형님을 다치게 해? 죽고 싶어 환장했어?”“저년을 없애버려!”흡혈파 제자들이 고래고래 외치며 검을 빼 들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여자를 덮쳤다.“무용지물이야.”푸른 옷 여인은 콧방귀를 뀌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들 틈으로 뛰어들었다.얼마 안 되어 흡혈파 제자들은 하나같이 처참한 비명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팔이나 다리가 부러진 채 선혈이 낭자했다.“역시 대단하세요!”눈앞의 광경에 붉은 옷 소녀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망나니 따위가 감히 검종에게 대들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서태양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뭐... 뭐라고? 너희들이 검종 제자였어?”흡혈파 제자들은 안색이 돌변하더니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검종은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3대 문파 중 하나로 천하회와 주술교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비록 제자들이 많지 않았지만 뛰어난 인재들밖에 없다.특히 검종의 홍군림은 어린 나이에 천교 랭킹 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경천 랭킹에 진입하여 세계 10위의 강자가 되었다.경천 랭킹 10위권에 검종 제자가 무려 2명이나 있는데 압도적인 실력으로 3대 파벌의 수장 자리를 거머쥐었다.여기서 검종의 제자들을 만나게 될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무모한 짓을 벌이지 않았을 텐데.“이제야
“윽!”서태양은 이를 악물고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온 채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이내 양손으로 검을 쥐고 온 힘을 다해 어깨를 짓누른 흡혈검을 떼어내려고 했다.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상대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힘이 점점 더 가해졌고 무릎이 닿은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작 이런 실력으로 감히 우리 흡혈파한테 덤비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수염 난 사내가 냉소를 지었다.“형님! 멋져요.”“역시 대단하세요.”부하들이 질세라 감탄했다.북쪽에서 흡혈파라고 하면 꽤 이름 있는 큰 파벌인지라 애송이 같은 놈이 도발할 만한 게 아니었다.“감히 내 앞에서 영웅 행세해? 넌 오늘 인생에서 가장 잘못된 결정을 내린 거야. 교훈 삼아 사지를 부러뜨려줄게!”수염 난 사내가 비열한 미소를 짓더니 흡혈검을 들어 올려 서태양의 손목을 향해 휘둘렀다.챙!검이 닿기 직전 청색 보검이 불쑥 나타나 허공에서 공격을 막아냈다.“응?”수염 난 사내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푸른 옷 여인이 보검을 들고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선배?”서태양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그제야 한숨 돌렸다.조금만 늦었더라도 오른손을 잃어버렸을 텐데 그나마 선배가 제때 도움을 줘서 천만다행이었다.“괜히 참견하지 마.”수염 난 사내가 음흉하게 웃었다.“우리 후배한테 손을 대는 순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여자가 싸늘하게 말했다.“맞아! 너희들 같은 망나니는 벌을 받아 마땅하지.”이때, 붉은 옷 소녀가 검을 빼 들고 낭랑한 목소리로 외쳤다.“언니, 제가 도와줄게요.”“아니야. 넌 태양이랑 지켜보고 있어. 이런 놈들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푸른 옷 여인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지?”수염 난 사내가 히죽 웃었다.“그런 왜소한 몸으로 오빠의 검을 어찌 막으려고? 차라리 무기는 내려놓고 침대에서 겨뤄보는 건 어때?”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부하들이 폭소를 터뜨렸다.곧이어 음흉한 시선으로 여자를 훑으며 멋대로 평가하
서태양이 움직이자 수염 난 사내의 뒤에서 덩치가 산만 한 남자 두 명이 튀어나왔다.두 사람은 무기로 길쭉한 검을 들고 있었다.몸체는 강한 피비린내와 함께 은은한 살기가 감돌았다. 이는 칼날이 오랫동안 선혈에 노출된 결과였다.무림인들의 세계에서는 흡혈검이라고 불렀다.다만 아쉽게도 그들이 지닌 검은 아직 미성숙 단계였고 기세가 한창 부족했다.챙! 챙!서태양이 먼저 검을 빼 들고 혼자서 두 명의 사내와 대결을 벌였다.그들은 기세등등하게 맞서 싸웠지만 힘만 강했을 뿐 행동이 굼뜬 편이었다.공격할 때마다 동작이 다소 어설펐다.반면, 서태양은 누가 봐도 고수의 가르침을 받았고 실전 경험도 풍부했다.스피드, 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어느 하나 뒤처진 데 없었다.세 사람이 공격을 주고받는 순간 실력 차이가 현저했고, 서태양은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내를 쓰러뜨렸다.그리고 응징할 겸 각자의 다리에 검을 관통했다.“흥! 고작 이런 실력으로 우쭐거려? 제 주제도 모르고.”서태양은 장검을 비스듬히 겨누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죽기 싫으면 당장 꺼져.”“좋아! 잘했어!”승리를 거머쥔 서태양을 보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비록 나서서 싸울 용기는 없었지만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것쯤은 충분히 가능했다.“그래도 실력은 꽤 있나 보네? 어쩐지 참견하더라니.”수염 난 사내가 눈을 가늘게 뜬 채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천천히 뽑아 들고 음침한 목소리로 협박했다.“하지만 오늘 임자를 만났지. 흡혈파를 마주친 이상 살아남을 방법은 없어.”“흡혈파는 무슨, 들어보지도 못했구먼.”서태양의 표정은 기고만장했다.“하! 괜찮아. 네 피를 전부 흡수하고 나면 우리가 왜 흡혈파라고 불리는지 알 거야.”수염 난 사내가 이죽거리더니 두말없이 공격을 개시했다.그가 발을 내딛자마자 맹렬한 기세가 솟구쳤고, 손에 든 흡혈검은 핏빛을 뿜어내며 곧장 서태양을 덮쳤다.앞서 상대했던 부하들과 달리 수염 난 사내의 흡혈검은 살기로 가득했다
아름다운 얼굴은 쉽게 화를 부르는 법이다.염보혁은 남자였지만 여자보다도 더 아름다운 요염한 얼굴을 지녔다.길을 나서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도리가 없었고 지금처럼 깡패 무리와 마주할 때면 번번이 시비에 휘말리기 일쑤였다.유진우는 모른 척하며 조용히 술잔을 기울였다.“어이, 이쁜이. 저런 나약한 놈이랑 술 마셔서 뭐 하겠어? 차라리 우리랑 한잔하지, 아주 즐겁게 해줄 테니 말이야!”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사내가 염보혁의 턱을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이 손 치우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후회하게 될 테니까.”염보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어여쁜 외모 탓에 남녀를 불문하고 다가오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처럼 대놓고 희롱하는 경우는 드물었다.“오, 이쁜이가 화를 내네?”수염 난 사내는 턱을 문지르며 비웃었다.“솔직히 말해서 화난 얼굴이 더 매력적인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더욱 감탄스럽군.”그의 말에 뒤따르던 무리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유진우는 피식 웃으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눈앞의 이 사내는 제법 능숙하게 수작을 부렸다.염보혁이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셋을 센다. 그 안에 사라지지 않으면 내가 직접 손봐주지.”염보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손 본다고? 하하하!”수염 난 사내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이거 제법 앙칼진데?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위층으로 올라가서 천천히 우리를 손 봐줘, 어때?”“맞아, 맞아! 방도 넉넉하니 차례대로 너랑 놀아줄 수 있다고!”그의 동료들도 시시덕거리며 말을 보탰다.“셋.”염보혁은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도 없다는 듯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이쁜이, 괜히 버티지 말고 그냥 올라가자. 내가 아주 다정하게 대해줄 테니 말이야.”수염 난 사내는 입을 커다랗게 벌려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낄낄댔다.“둘.”염보혁은 여전히 냉랭한 표정을 유지했다.“싫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직접 안아 올라가는 수밖에.”그가 손을
유진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보혁 씨가 이렇게까지 많은 걸 알고 있을 줄은 몰랐군요. 제 생각엔 장일청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것 같은데요.”용호산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염보혁이 이렇게나 많이 알고 있다니, 이건 그가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증명하는 셈이었다.“진우 씨께서 과찬해 주시는군요. 저는 그저 사람들 사이에 끼어 듣는 걸 좋아해서 호기심에 이런저런 소문을 알아본 것뿐입니다. 사실 별다른 능력은 없어요.”염보혁은 겸손하게 웃으며 덧붙였다.“하지만 만약 진우 씨께서 무림대회에 참가하신다면 전 온 힘을 다해 진우 씨가 우승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보혁 씨,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군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전 그저 세상 구경이나 해볼 겸 참가하는 것뿐입니다. 우승 같은 건 감히 꿈도 꾸지 않아요. 애초에 제 실력으로 어떻게 그 내로라하는 강자들과 겨룰 수 있겠습니까?”“진우 씨는 너무 겸손하시군요. 저는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합니다.”염보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우 씨는 외모도 준수하고 기품 또한 비범하시죠. 멀리서 봐도 강렬한 기세가 느껴졌습니다. 비록 진우 씨의 신분은 알 수 없지만 이것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진우 씨는 절대 범상한 인물이 아닙니다!”“보혁 씨께서 저를 이렇게까지 칭찬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평범한 출신에 보잘것없는 실력을 갖췄을 뿐입니다. 아마 실망할 겁니다.”“하하, 괜찮습니다. 커다란 황금 잉어가 어찌 작은 연못에서만 머물겠습니까? 바람과 구름을 만나면 반드시 용이 되어 날아오를 것입니다. 지금 진우 씨의 명성이 미미할지라도 저는 믿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하늘 높이 날아오를 날이 올 거라고!”염보혁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그 눈빛은 절대적인 믿음을 담고 있는 듯했다.유진우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이 사람, 도대체 뭐지? 분명 오늘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