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죽었어?”숨이 멎은 황보용명을 본 순간 유진우는 그대로 멍해졌다. 도무지 믿을 수 없어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그마저도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어떻게 된 거지? 맹주님이 왜 죽어? 대체 누가 한 짓이야?’눈앞의 이분은 무도 마스터이자 강남의 5대 강자 중 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누가 무슨 재간으로 죽였단 말인가? 게다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아무 소리 없이 죽여버렸다.대체 누구의 짓이란 말인가?유진우는 재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수상한 점을 잡으려 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어떤 단서도 잡히질 않았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었고 아무런 징조도 없었다.유진우는 웅크리고 앉아 황보용명의 상태를 간단하게 살폈다. 아직 몸이 완전히 차갑지 않고 온기가 남아있는 걸 봐서 사망 시간은 1시간이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 그리고 죽기 전에 마취제에 중독되어 감각이 마비되고 반응도 느려졌을 것이다.치명상은 등에 있었다. 칼날이 비수 같은 짧은 무기였는데 단 일격에 죽이려고 등 뒤에서 심장을 찔렀다. 심지어 혹시라도 실수할까 봐 칼에 맹독도 묻혔다.무도 마스터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소리 없이 뒤에서 암살했다는 건 실력이 엄청난 사람이거나 황보용명이 아는 사람이라는 걸 뜻한다. 그래야만 황보용명이 아무런 경계도 하지 않을 테니까.“할아버지, 차 가져왔...”그때 황보걸이 갑자기 걸어 들어왔다. 그런데 황보용명의 시체를 본 순간 날벼락이라도 맞은 듯 들고 있던 찻잔을 쨍그랑하고 바닥에 떨구었다. 그 바람에 찻잔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유진우 씨! 당신 우리 할아버지를 죽였어요?”정신을 차린 황보걸이 놀라서 연신 뒷걸음질 치며 물었다.“저 아니에요. 제가 들어왔을 때 맹주님은 이미 돌아가셨어요.”유진우가 다급하게 설명했다. 조금 전 황보용명의 몸에 난 상처를 살펴보다가 손에 피가 묻은 바람에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말았다.“여기에 할아버지와 진우 씨 두 사람밖에 없는데 당신이 아니면 누구예요?”황보걸이
“큰형님, 저 자식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아요. 아버지를 죽인 원수와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 수 없어요. 오늘 반드시 저 자식을 갈기갈기 찢어 죽일 겁니다.”황보추가 성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여봐라! 당장 저 자식을 잡아서 찢어 죽여! 아버지의 복수를 기필코 하고 말 테다!”“알겠습니다.”황보 가문 사람들은 공분을 참지 못하고 칼을 빼 들어 유진우를 공격하려 했다.“제 말 좀 들어봐요. 이건 함정입니다. 누군가 절 모함하려 해요.”유진우는 그들의 공격을 피하면서 말로 설득하려 애를 썼다. 이젠 그도 뭔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황보용명이 갑자기 암살당했고 또 마침 유진우와 만나기로 했었다. 이 모든 게 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잘 맞아떨어졌다. 그렇다면 누군가 일부러 유진우를 모함하는 게 틀림없다.“저놈을 죽여!”황보 가문 사람들은 유진우의 해명 따위 아예 들으려 하지 않았고 계속 치명적인 공격을 퍼부었다.황보용명은 가문의 기둥으로서 가문 전체를 대표한다. 그런 분이 집에서 살해당했으니 화가 나는 건 물론이고 유진우를 죽이고 싶어 하는 마음도 이해는 되었다.“여러분, 저에게 시간을 조금만 주시면 진범을 꼭 잡아내겠습니다.”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이 없자 유진우는 펄쩍 뛰어 대나무집 지붕 위로 올라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자취를 감추었다.“쫓아! 무슨 대가를 치르든 반드시 저놈을 죽여야 해.”황보추는 핏발이 선 두 눈으로 성을 내며 소리쳤다.황보 가문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엘리트 고수뿐만 아니라 다른 세력들도 한자리에 모였고 평소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비밀 호위마저도 전부 모여들었다.그들의 목표는 딱 하나였다. 바로 유진우를 죽이는 것!...그 시각 무도 연맹 내부.송만규는 무도 연맹의 몇몇 원로들과 함께 앞으로의 발전 계획을 논의하고 있었다.무도 대회에서 승리를 거둔 후 강남 무도 연맹은 앞길이 휘황찬란해졌고 앞으로 3년간 강북 무도 연맹을 누를 수 있게 되었다. 더 많은 자원을 얻는 건 물론이고 더욱 많은 인재도
“진우 씨? 그 사람이 왜?”송만규는 넋이 나간 표정이었고 이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조금 전까지 유진우를 어떻게 키울지 의논했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이런 변고가 생겼다.“너 뭐 잘못 안 거 아니야? 진우 씨가 왜 어르신을 죽여?”한 무도 연맹 원로가 물었다.“사실입니다. 황보 가문에서 전해온 소식인데 많은 사람이 직접 목격했다고 해요. 절대 거짓말일 리가 없습니다.”무도 연맹 직원이 진지하게 말했다.“어떻게 이런 일이... 그 자식 미친 거 아니에요?”“조금 전까지 어떻게 키우면 좋을지 상의했었는데 이렇게 양심 없는 짐승일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우리 무도 연맹을 해치는 암적인 존재예요. 암적인 존재.”소식을 접한 후 무도 연맹 원로들은 공분을 참지 못했다.황보용명은 강남 무도 연맹에 크나큰 공헌을 한 사람으로서 거목이라고 불렸다.누구든지 그를 보면 예의를 차려야 했다. 이런 덕망이 높은 인물이 살해당했다고 한다. 게다가 그를 살해한 진범이 요즘 핫하게 떠오르는 유진우였으니 어찌 공분을 사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갑시다! 어떻게 된 건지 황보 가문에 직접 가서 봅시다.”송만규는 굳은 얼굴로 명을 내리고 무도 연맹 사람들과 함께 황보 가문으로 향했다.사실인지 아닌지 조사해보면 다 알게 된다....그 시각 무도 연맹의 임시 주둔지.어제의 실패로 소홍도는 이른 아침부터 무도 연맹의 임원들을 한자리에 불러 총결 회의를 열었다. 그런데 회의가 절반 정도 진행됐을 무렵 황보용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뭐? 황보용명이 죽었다고?”소식을 들은 소홍도는 잠깐 놀라는가 싶더니 이내 벌떡 일어서며 크게 웃었다.“하하... 잘 죽었어, 아주 잘 죽었어! 그 영감탱이 죽을 때도 됐지, 뭐. 그나저나 대체 어느 영웅이 죽인 거래?”“어제 우승을 거둔 유진우라고 합니다.”부하가 보고를 올렸다.“유진우? 그 자식이었어?”소홍도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그 자식 지금 강남 무도 연맹에서 아주 환대를 받을
교외 풍우 산장.인제 이곳은 강린파의 본부로 자리 잡았다.황보 가문을 나선 후 유진우는 이곳에 숨어있었다. 황보 가문 사람들의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솟아 있어 말로 설명해봤자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을 게 뻔했다. 지금으로선 하루빨리 진실을 조사하는 것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황보용명은 누구에게 살해당했을까? 그리고 그 사람은 왜 유진우를 모함하려 할까?이런 의문을 품은 채 유진우는 강린파의 모든 힘을 동원했다. 지금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전부 다 내보냈다. 1분 1초를 다투어 아직 사건이 완전히 악화되기 전에 상황을 진정시켜야 했다.“보스...”그때 홍길수가 땀범벅인 채로 회의실 안으로 헐레벌떡 뛰어왔다.“보스, 큰일 났어요. 황보 가문 사람들이 지금 풍우 산장으로 쳐들어오고 있어요.”“벌써 왔다고?”유진우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풍우 산장이 본부로 자리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이곳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고작 몇 시간 사이에 행적을 들켜버리고 말았다. 누군가 그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는 게 분명했다.“황보 가문뿐만 아니라 무도 연맹의 임원들과 수많은 무사들이 쳐들어오고 있어요.”홍길수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보스, 상황이 심상치 않아요. 여기는 제가 막고 있을 테니까 얼른 도망가세요.”“복이 되든 화가 되든 간에 이젠 이판사판이야. 이 상황에 도망치면 되레 도둑이 제 발 저렸다고 의심받을 수 있어. 이런 일은 직접 얘기하는 게 나아.”유진우는 몇 초 고민하다가 결국 발걸음을 옮겨 문을 나섰다.도망친다고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자신의 죄명을 벗지 못하다면 앞으로 무림의 공공의 적이 될 것이다.“유진우, 당장 나와! 이 살인범 자식아, 나와서 내 칼을 받아!”그 시각 대문 밖.어찌나 빼곡하게 모였는지 대충 봐도 천 명은 넘어 보였다.황보 가문이 맨 가운데, 왼쪽에는 강남 무도 연맹, 오른쪽에는 강북 무도 연맹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리고 뒤에는 소식을 듣고 황보용명의 억울함을 풀어
툭!발 옆에 떨어진 비수를 본 순간 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이 비수는 송만규가 선물한 게 맞았다. 그런데 어젯밤에 술을 마신 후 분명 방에 가져다 놓았었다.아침에 황보 가문에 갈 때 딱히 신경 쓰지 않았는데 황보용명을 죽인 살인 흉기가 됐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다시 말해 지금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그였다.“왜 아무 말이 없어? 다른 사람이 비수를 훔쳐 갔다고 말하려고?”황보춘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마침 그 얘기를 하려 했던 유진우는 일그러진 얼굴로 다시 삼키는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다른 사람이 훔쳐 갔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지금 말해봤자 믿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이 자식아, 이렇게 명확한 증거가 떡하니 있는데 또 뭐라 변명하려고?”황보추가 성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아버지, 쓸데없는 얘기 그만하고 그냥 죽여요. 할아버지 복수를 해야죠.”황보곰이 뒤에서 그를 부추겼다.“진우 씨, 정말로 진우 씨가 스승님을 죽였어요?”줄곧 침묵하던 송만규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대체 왜요? 스승님은 진우 씨를 후계자라고 생각할 정도로 아끼셨는데 왜 그런 잔인한 짓을 했어요?”“우리가 당신을 얼마나 믿었는데. 어떻게 어르신을 죽일 수가 있어요? 정말 양심도 없는 사람이군요.”무도 연맹 사람들도 나서서 아우성쳤다.황보용명은 덕망이 높았고 무도 연맹에서도 그의 은혜와 가르침을 받은 사람이 많았다. 그런 그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사람들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맹주님, 이 일은 정말 저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전 모함을 당했다고요. 다들 잘 생각해 보세요. 전 용명 맹주님과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왜 죽이겠어요?”유진우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그건 너에게 물어야지. 너 대체 정체가 뭐야?”황보춘이 무섭게 몰아붙였다.“저 사람이 누군지 저 알아요!”그때 인파 속에서 가면을 쓴 여인이 걸어 나왔는데 바로 어제 링에 올랐던 미녀 야수였다.그녀는 유진우를 가리키며 표독스럽게 말했다.“저 사람은 금오국에서 왔고 영살문의 살
무도 연맹 쪽 사람은 기껏해야 천 명이 넘지만 강린파는 족히 사오천 명 정도 되었다.실력이 어떤지는 둘째치고 일단 압도적인 기세만으로도 그들에게 겁을 주기에는 충분했다.조금 전까지 유진우를 죽이겠다고 소리를 지르던 사람들은 기세에 눌려 더는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강린파의 제자들은 손에 칼을 쥐었을 뿐만 아니라 어떤 엘리트들은 총까지 쥐고 있었다. 그들이 공격한다면 본투비 레벨 이하의 무사는 그들을 막으려야 막을 수가 없다.“보스, 괜찮아요?”장 어르신이 강린파 엘리트를 이끌고 유진우 앞으로 가장 먼저 달려와 방패막이를 자처했다.“난 괜찮아요.”유진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가 이대로 도망친다면 말릴 사람은 없겠지만 앞으로 평생 욕먹으면서 살아야 할 것이다.“유진우, 이런 쓸모없는 놈들로 우리 황보 가문의 비밀 호위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황보춘이 살기등등하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강린파의 인원이 많긴 하지만 비밀 호위가 나선다면 그들을 전부 죽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물론 손해도 적지 않을 것이다.“황보 가문의 비밀 호위뿐만 아니라 우리 무도 연맹의 엘리트도 있어.”무도 연맹의 몇몇 원로들이 앞으로 나서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째려보았다.사람이 많아봤자 무슨 소용이겠는가?진정한 고수 앞에서 이런 약해빠진 놈들은 그저 잡아먹힐 신세일 뿐인데.“진우 씨, 다른 사람의 귀한 목숨 괜히 낭비하지 말고 여기서 그만 멈춰요.”송만규가 경고했다.“맹주님, 전 여러분과 적이 될 생각이 없어요.”유진우는 손을 흔들며 강린파의 제자들에게 물러서라고 했다.“당신들이 절 의심한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제 결백을 증명할 기회를 주세요. 용명 맹주님의 죽음에 수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에요. 제가 제대로 조사할 수 있어요.”“조사는 개뿔! 네가 우리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어!”황보추가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만약 제가 맹주님을 죽였다면 왜 당신들이 잡으러 오길 바보처럼 기다렸겠어요? 그냥 도망가면 됐을 텐데?”유진우가
“7일 탈명단?”검은 단약을 본 순간 적지 않은 사람들의 얼굴에 겁먹은 기색이 역력했다.이 단약은 독성이 아주 강했다. 단약을 먹고 해독약을 먹지 못한다면 반드시 죽게 된다. 아무리 내공이 깊고 수련을 오래 한 사람이라고 해도 탈명단 얘기만 들으면 무서워할 것이다.“유진우, 떳떳하다면 이 약을 먹어.”황보춘이 으름장을 놓았다.“그래. 오늘 이 약을 먹지 않는다면 우린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황보 가문 사람들도 나서서 맞장구를 쳤다.유진우를 이대로 놓아주기에는 너무도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유진우가 7일 탈명단을 복용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유진우가 무슨 수작을 부리든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결국에는 목숨을 잃게 된다.“알았어요. 먹을게요.”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망설임 없이 단약을 입에 넣으려 했다.“보스, 안 됩니다!”홍길수가 황급히 나서서 말렸다.“이건 독약이에요. 먹으면 죽을 수 있다고요!”“안 먹어도 죽는 건 마찬가지야.”황보추가 냉랭하게 말했다.“X발, 너희들 가만 안 둬!”홍길수가 분노를 터트렸다.“가만 안 둬!”강린파의 제자들이 일제히 칼을 뽑아 들었다. 기세가 어찌나 사나운지 당장이라도 전쟁을 치를 것만 같았다. 자기 보스에게 억지로 독약을 먹였는데 어찌 참을 수 있겠는가?“됐어.”유진우는 손을 들어 그들을 말리고는 덤덤하게 말했다.“이 일은 나 때문에 일어난 거니까 이 정도 위험은 감당해야지. 7일 내로 여러분들에게 진실을 알려드리겠습니다.”그러고는 7일 탈명단을 꿀꺽 삼켜버렸다.“그래! 송 맹주님의 체면을 봐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 하지만 7일 밖에 없다는 거 명심해. 그만 가자!”유진우가 독약을 삼키자 황보춘도 더는 뭐라 하지 않았고 황보 가문의 엘리트들과 함께 먼저 자리를 떠났다.“큰아버지, 그냥 죽이지 왜 그러셨어요? 7일이나 시간을 주는 건 너무 많지 않나요?”황보곰이 불만을 드러냈다. 줄곧 유진우에게 원한을 품고 있었던 그는 유진우가 하루빨리 죽기를 누구보다 바
만약 조금 전 송만규가 힘으로 다수 의견을 물리치지 않고 조사할 시간도 주지 않았더라면 오늘 아마 피 튀기는 전쟁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상황을 수습하려고 해도 수습할 수 없게 된다.“진우 씨, 내가 대놓고는 진우 씨를 도울 수 없지만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사적으로 날 찾아와도 좋아요.”송만규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고맙습니다, 맹주님.”유진우는 두 손을 가슴 앞에 맞잡고 예를 표했다.“일이 이렇게 된 이상 스스로 잘 알아서 하길 바랄게요.”송만규는 고개를 내젓더니 한숨을 쉬며 자리를 떠났다.세 개의 세력이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왔다가 또 순식간에 가버렸다.유진우가 7일 탈명단을 먹은 그 순간 사람들은 유진우가 무조건 죽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가 진범이 옳든 아니든 이젠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보스, 왜 그런 어리석은 짓을 했어요? 왜 자기 목숨까지 걸고 그래요?”장 어르신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남북 무도 연맹의 고수들이 전부 모였어요. 당신들은 절대 그 사람들의 상대가 아니에요.”유진우가 무덤덤하게 말했다.“아무리 상대가 안 된다고 해도 몇몇은 해결할 수 있겠죠. 저 사람들이 전부 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돼요.”장 어르신이 불만을 드러냈다.“됐어요. 인제 와서 이런 얘기 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어요? 이제부터 당신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바로 진범을 찾아내는 겁니다.”유진우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보스는 어떡해요?”장 어르신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난 아직 죽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얼른 가봐요.”유진우가 손을 흔들었다.“네.”장 어르신은 대답을 마친 후 사람들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보스, 코피 나요.”그때 옆에 있던 홍길수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응?”유진우가 코를 쓱 만져보니 아니나 다를까 손가락 끝에 피가 묻어있었다.“X발! 7일 탈명단이 남 다르긴 하구나. 벌써 반응이 나타나다니.”일반 독이라면 끄떡없었겠지만 10대 기이한 독은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