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뒤.유진우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병원이었다. 체내의 독은 잠잠해졌지만 아주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여보! 깼어요?”유진우가 고개를 돌리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침대 옆에 앉아있는 조선미가 보였다.“선미 씨, 여긴 어떻게...”유진우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남편이 쓰러졌다는데 당연히 와 봐야죠. 몸은 괜찮아요? 불편한 덴 없어요?”“괜찮아요. 요새 과로해서, 한숨 잔 것뿐이에요.”유진우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과로는 무슨, 중독된 거면서...”옆에 선 홍길수가 중얼거렸다.“조용히 해!”유진우가 눈을 흘겼다. 조선미가 눈썹을 약간 찌푸렸다.“중독이요? 어떻게 된 건데요?”“약한 거예요, 약만 며칠 먹으면 돼요.”“정말요?”“제 의술을 못 믿는 거예요? 이깟 독 따위는 가뿐히 치료할 수 있어요.”“그렇긴 하죠.”조선미는 이제야 안심했다. 유진우는 못 고치는 병이 없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중독 정도야 그에게는 쉬울 터였다.“됐어요, 제 걱정은 말고 선미 씨나 챙겨요. 며칠 사이에 너무 초췌해졌어요.”“그 정도예요?”조선미는 거울을 꺼내 들고 자세히 얼굴을 살피기 시작했다. 여자들은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쓴다.“길수 오빠...”이때 한 임산부가 대여섯 살의 여자아이를 데리고 들어왔다.“너희가 어떻게 왔어?”홍길수가 의외인 듯 물었다.“아빠!”아이는 즐거운 목소리로 홍길수를 부르며 그의 품에 달려가 안겼다.“아이고, 우리 딸!”홍길수가 환하게 웃으며 아이를 안아 들고는 볼에 짧게 뽀뽀했다.“오빠, 하루 종일 병원에 있느라 밥도 제대로 못 먹었지? 우리가 먹을 거 갖고 왔어.”임산부는 말하며 손에 든 도시락통을 그에게 넘겨주었다.“피곤하게 왜 그래? 한 끼 안 먹어도 안 죽어.”홍길수는 툴툴대면서도 얼굴에 웃음꽃을 활짝 피웠다.“오빠는 괜찮아도, 유 선생님은 굶으면 안 되잖아.”“아 맞다, 보스도 계셨지.”홍길수는 이마를 탁 치고는 웃으며 유진우에게 말했다.“보스, 여긴 제 아내
“앗싸! 내일 놀이공원 간다!”그 말을 들은 홍소현이 소리를 지르며 기뻐하고는 유진우에게 인사했다.“감사합니다, 아저씨. 꼭 쪽박 나세요!”“쪽박?”조선미는 어리둥절했다가 피식 웃었다.‘재미있는 친구네.’“무슨 소리 하는 거야? 대박 나세요, 라고 해야지.”홍길수는 홍소현을 흘겨보고는 급히 정정했다.“보스, 죄송합니다. 애가 어려서 단어를 잘 모릅니다.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어어, 괜찮아.”유진우는 별생각 없는 듯 웃었다.“아저씨, 내일 제 생일인데, 와서 축하해주시면 안 돼요?”“그래, 꼭 갈게.”유진우가 홍소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짱이다!”홍소현이 폴짝폴짝 뛰며 환호했다. 조선미가 장난스럽게 물었다.“아저씨도 초대했는데, 아줌마는?”“아줌마도 와요.”“아이, 착하다. 아줌마가 소현이한테 줄 선물이 있어.”조선미는 정교하게 조각된 옥 펜던트를 홍소현의 손에 쥐어주며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마음에 들어?”“네, 감사합니다!”홍소현은 붙임성 있게 조선미의 볼에 쪽 뽀뽀하고는 깔깔거렸다.“아가씨, 너무 귀한 물건인데, 그냥 가져가세요.”홍길수는 놀란 눈치였다.“이미 준 선물을 다시 가져오는 게 어디 있어요? 그저 펜던트 하나인걸요.”조선미가 홍소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홍길수가 옅게 웃었다. 몇억 원의 펜던트를 아무렇지도 않게 선물하다니, 역시 큰 손이었다.“소현아, 엄마 배 속의 아이는 남동생이야? 아니면 여동생?”조선미가 웃으며 물었다. 홍소현이 머리를 긁적이다 대답했다.“음... 남동생이든 여동생이든 다 좋아요.”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서로 눈을 맞추며 웃었다. 아이 머리가 정말 좋네.“아줌마, 아줌마는 언제 아이 낳아요?”“나?”조선미는 유진우를 바라보며 생긋 웃었다.“아줌마 혼자서는 못 낳아. 아저씨한테 물어봐야 해.”“아저씨, 언제 아줌마랑 아이 낳아요?”“그건...”유진우는 말문이 막혀 난처해했다. 쪽박 나라고 한 것도 모자라 이런 날
“됐어, 소현아. 아저씨 난처하게 하지 마. 아저씨 이마에 땀 좀 봐.”조선미가 먼저 분위기를 풀었다. 아이한테 이렇게나 당하다니.“아저씨, 땀 났어요? 닦아줄게요.”홍소현은 종이 두 장을 뽑아 유진우의 땀을 닦아주었다.“됐어, 소현아. 곧 어두워질 것 같은데 엄마랑 먼저 돌아가.”홍길수가 입을 열었다.“그런데... 아저씨랑 얘기 더 하고 싶은데.”“내일 또 아저씨랑 얘기하자.”유진우가 급히 말했다.“진짜요?”“당연하지.”“그럼 약속해요.”“약속.”유진우는 웃으며 홍소현과 새끼손가락을 걸고는 엄지손가락을 살짝 눌렀다.“아저씨, 할 말이 있어요.”홍소현이 유진우의 귓가에 작게 말했다.“우리 아빠가 요즘 기침을 많이 해요, 감기 걸린 것 같아요. 아저씨가 우리 아빠한테 잘해주시면 안 돼요?”“당연하지.”“이건 제가 금방 산 변신기인데, 아저씨한테 드릴게요.”홍소현은 장난감 하나를 꺼내 유진우한테 밀어줬다.“위험에 처하면 이걸로 울트라맨으로 변신할 수 있어요, 변신해서 우리 아빠도 보호해 주고 세계의 평화를 지켜주세요.”“그래, 변신해서 네 아빠를 지킬게.”유진우가 헛웃음을 지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였다.“그럼 그렇게 해요. 안녕히 계세요.”홍소현은 손을 흔들고는 엄마와 함께 떠났다.“길수 씨, 건장하게 생겼는데 귀여운 딸이 있네요.”유진우가 부러운 듯 말했다.“하하... 엄마를 많이 닮아서요.”홍길수가 웃으며 말했다. 홍소현은 수다쟁이였지만 귀여운 딸이었다.“아내분 곧 출산하지? 요즘은 일 줄이고 아내랑 딸 옆에 많이 있어 줘. 임산부라서 많이 조심해야 할 거야.”“감사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홍길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이 말하는 사이 한 사람이 걸어들어왔다. 고개를 든 유진우가 멍해졌다. 들어온 사람은 이청아였다!“어떻게 오셨어요?”조선미는 웃음을 거두고 눈썹을 까딱했다.“진우 씨가 아프다길래 와 봤어요.”이청아가 과일 바구니를 책상에 내려놨다. 조선미가 담담하게 말했다.“진우
“그날은 내가 욱해서 때렸어, 미안하단 말은 해야 할 것 같아서.”이청아는 입술을 깨물고 화제를 돌렸다.“하지만 내가 그렇게 한 건 다 진우 씨를 위해서야. 강 장군님 그렇게 유명하신 분인데, 때렸다 다치기라도 하면 괜히 더 성가셔지니까.”“강백준 집안이 좋은 건 맞지만, 내가 강백준을 무서워할 이유는 없는데.”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하자 이청아가 경고했다.“진우 씨, 강 장군님 그렇게 단순하신 분 아니야, 그런 분 건드렸다 큰일 나!”강백준은 젊고 능력 있는 데다 집안도 빵빵했으며 병사들도 거느리고 있었다. 그의 명령 한 마디면 군대를 출동시킬 수 있었다. 그런 사람에게 미움 사는 건 사서 고생하는 거였다.“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해. 못 건드리는 사람이라 생각하면 그런 거로 하고.”유진우는 더 이상 말하기 싫었다. 이청아 성격에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 믿지 않을 거였다. 이청아가 인상을 쓰며 물었다.“왜? 아직도 화난 거야?”“그럴 필요도 없어. 당신과 그 정도로 친하지도 않은데 화내서 뭐 하게?”“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무슨 뜻이야? 내가 남이야?”“그럼, 아니야?”“유진우! 양심이 있긴 한 거야?”이청아는 조금 화났다.“한 대 때린 거 가지고 왜 그래? 뒤끝 남았으면 당신도 때리던가. 한 대로 안 된다면 두 대 때리던가. 두 대로도 안 된다면 열 대 때리면 되잖아. 가만히 서서 분 풀릴 때까지 맞아줄게. 그럼 됐지?”그녀는 확실히 사람을 때렸다. 하지만 이미 사과했는데 언제까지 물고 늘어질 것인가? 게다가 그날 밤 유진우가 친 사고 때문에 그녀는 강백준에게 계속해서 사과해 겨우 강백준의 화를 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유진우는 진작에 화를 입었을 것이다.그녀가 한 모든 일은 모두 유진우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알 수 없었다.“이청아 씨,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본데, 그 한 대가 문제가 아니라, 당신이 날 믿은 적 없다는 게 문제야. 예전도, 지금도. 아무리 많은 일이 있어도 당신은 영원히 못 변
“찾았어? 누구야?”유진우의 얼굴이 굳어졌다.“영살문의 살인청부업자인데, 황보 가문에 오래 잠복해 있었습니다. 오늘 맹주님이 방심한 틈을 타 공격했다고 합니다.”“또 영살문이야? 범인 지금 어디 있어?”“청양산의 어느 민박집에 숨어있다고 합니다.”“사람들 모아서 잡으러 가. 절대 놓치면 안 돼!”“네!”윤호는 짧게 대답하고는 급히 문을 나섰다.20분 뒤.유진우는 강린파 사람들을 데리고 청양산으로 향했다. 범인이 도망치는 것을 막기 위해 비밀 행동으로 진행되었다.사람들이 청양산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진 뒤였다. 전날 무도대회의 여파로 청양산 근처는 북적거렸었다. 하지만 오늘 밤은 유독 썰렁해 보였다. 청양산 전체가 어둠에 뒤덮여 크게 벌린 괴물의 입 같았다. 어스름한 달빛이 땅에 비쳐 별빛의 반짝거림을 반사해 냈다.“여보, 여기 좀 이상해요.”사람들이 차에서 내린 뒤 조선미가 갑자기 말했다.“어떤 점이 이상한데요?”유진우의 눈빛이 사방을 꼼꼼히 훑었다.“너무 조용해요. 산에는 동물들이 많을 텐데, 들어봐요. 아무 소리도 안 들려요.”여자의 직감이 그녀에게 위험을 알려주고 있었다.“아가씨, 동물들 잘 시간 아니에요? 이상할 거 뭐 있어요?”홍길수가 큰 소리로 물었다.“동물들 주로 밤에 활동하는 거 몰라요?”“그래요?”홍길수가 되물었다. 중학교도 나오지 않은 그가 이 사실을 알 리 없었다.“응?”순간 유진우의 동공이 흔들렸다. 어두운 산속에 약간의 빛이 반사되고 있었다. 아주 약한 빛이라 일반인은 거의 인지하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건 조준경의 빛이었다!“조심해요!”유진우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조선미를 덮쳐 땅에 넘어뜨렸다.빵!그와 동시에 불빛이 번쩍하더니 총소리가 들렸다. 긴 철갑탄 하나가 유진우의 몸을 비껴가 차에 명중했다.쾅!또다시 큰 소리가 들려왔다. 총알에 차가 관통되면서 엄청난 충격으로 차체가 심하게 흔들렸다.“매복이에요! 조심해요!”홍길수가 크게 소리쳤다. 그의
“빨리 타! 선미 씨 엄호해!”유진우가 판단을 내렸다.“진우 씨는 어쩌고요?”“이 사람들은 저 못 죽여요. 어서 가요. 따라갈게요.”유진우가 재촉했다. 그가 말하는 사이에도 그의 손에서 은 바늘이 계속해서 튀어나와 산속에 숨은 저격수들을 하나씩 처리했다. 하지만 주위에 적이 너무도 많아 전부 처리할 수는 없었다.“조심해요!”조선미는 머리를 끄덕이고는 차에 올라탔다. 계속 남아있는 건 유진우의 집중력만 분산시키는 꼴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길수야, 선미 씨 잘 지켜 줘.”“안심하세요, 머리카락 한 올도 다치지 않게 하겠습니다.”홍길수는 크게 대답하고는 몇 명을 불러 명령했다.“너희, 차 운전해서 나와 함께 간다!”“네!”그들은 짧게 대답하고는 각자 차를 운전해 홍길수가 탄 차를 에워싸고 떠났다.“쫓아가!”누군가 도망치는 것을 본 맨 앞의 지프차가 즉시 방향을 바꿔 그 차를 쫓아가려 했다.“저 차를 쳐버려!”조수석의 지휘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운전자가 액셀을 밟으며 차를 향해 돌진했다.“흥!”유진우가 한 발 나서 천천히 주먹을 쥐고는 지프차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펑!엄청난 소리와 함께 지프차가 몇 미터 밖으로 날아가더니 공중에서 폭발했다. 차 안의 킬러가 즉사했다.허공에서 불타던 지프차가 뒤에서 오는 자동차의 위로 떨어졌다. 차 세 대가 모두 엉망이 되었다.이때 점점 더 많은 차가 엄청난 총소리와 함께 공격해 왔다. 짧은 혼란 뒤에 강린파 사람들도 총을 꺼내 공격했다. 저격수가 없으니 강린파의 사상자가 훨씬 적었다.“응?”유진우가 눈썹을 찌푸렸다. 매복한 킬러들은 사복을 입고 있었지만, 꼭 군인같이 서로 협력하고 엄호해 주며 천천히 상대를 압박해 왔다. 이대로라면 한 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전멸할 것이었다.“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유진우의 살의가 타올랐다. 그는 더 이상 봐주지 않고 적군의 진영으로 들어가 학살하기 시작했다. 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피바람이 불고 비명이 난무했다.“막아!”이때 어둠 속
이때, 풍우 산장 앞.총알 자국이 가득하고 검은 연기가 나는 차 몇 대가 산장 앞에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고 조선미와 홍길수 등 사람들이 차에서 내렸다.“아가씨, 괜찮으십니까? 다친 덴 없고요?”홍길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방금 차에 엄청난 수의 총알이 박혔기 때문이다.“전 괜찮아요, 빨리 진우 씨를 도와주러 가요.”“아, 네...”홍길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사람들에게 소리쳤다.“어서 강린파 사람을 모두 불러내 보스에게 보내!”“네!”그의 수하가 급히 사람들을 부르러 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강린파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청양산으로 달려갔다.“아가씨, 보스의 실력도 강하고, 사람들도 많이 갔으니 아무 일 없을 겁니다. 먼저 들어가 쉬시죠.”홍길수는 땀을 닦고는 조선미와 함께 로비로 들어갔다.“길수 씨, 보스를 노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에요? 모함에 매복까지, 너무 위험한데요.”“그건... 저도 몰라요.”홍길수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는 시키는 일을 열심히 할 뿐 그 이유는 묻지 않았다. 그에게 유진우는 못 하는 게 없었으니까, 그를 따르기만 하면 될 것이었다.“홍길수!”이때 피범벅이 된 윤호가 사람들을 데리고 로비에 들어와 물었다.“유진우 씨는? 돌아왔어?”“너랑 있는 거 아니었어?”“씨발! 적이 너무 많아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어. 도망치다 보니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그래도 진우 씨는 돌아온 줄 알았는데.”“이런 쓰레기 같은 자식!”“어떡해? 위험한 건 아니겠지?”“불길한 소리 그만해! 괜찮을 거야. 사람들을 모두 보냈으니 금방 찾을 거야.”“모두 보냈어? 그럼 풍우 산장은 텅텅 빈 거야?”“그런 생각 할 새 없어. 보스의 안전이 제일 중요하니까.”“그렇긴 해.”윤호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칼을 꺼내 홍길수의 배에 꽂아 넣었다.“컥!”홍길수는 배의 칼자국과 차가운 표정의 윤호를 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너... 너 뭐 하는 거야?”“뭐 하냐고? 당연히 너 죽이고 있지.”윤호가 차
“아가씨! 어서 도망치세요!”홍길수는 이를 꽉 깨물고 칼을 들고는 조선미를 보호했다. 조선미도 급히 로비를 뛰쳐나갔다. 그녀가 다시 뒤를 돌아봤을 때 홍길수 일행은 이미 피 웅덩이 속에 쓰러져 있었다.“저 여자 잡아!”윤호가 조선미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조선미가 유진우의 약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진우가 죽지 않더라도 조선미를 인질 삼아 뭐라도 해볼 생각이었다.“네!”맹호당 제자들이 짧게 대답하고는 조선미를 쫓아가려 했다. 이때 피를 철철 흘리던 홍길수가 벌떡 일어나 달려가서 로비의 문을 닫아버렸다.“아가씨! 어서요!”홍길수가 문을 잠그며 소리쳤다.“뭐 하는 거야!”윤호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 부하의 칼을 빼앗아 들고 홍길수의 몸을 찍어댔다. 홍길수는 몸으로 문을 막은 채 버티고 있었다. 그의 몸은 이미 상처투성이였다.“죽어!”윤호는 미친 듯이 홍길수를 공격했다. 그 잔인한 모습에 맹호당의 제자들도 인상을 찌푸렸다. 결국 홍길수가 서서히 쓰러졌다. 흘러나온 피가 바닥을 물들였다.“문 열어!”윤호의 명령이 떨어지자, 로비의 문이 드디어 열렸다. 윤호가 문을 나서려 할 때, 바닥에서 피 묻은 손이 윤호의 발목을 잡았다.“어서... 어서 도망치...”홍길수는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었지만, 마지막 남은 힘으로 윤호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씨발! 죽여버려!”윤호는 일그러진 얼굴로 계속 홍길수의 몸을 칼로 찍어댔다. 하지만 홍길수의 손은 윤호의 발목을 단단히 잡고 있었다.“미친놈!”윤호는 이를 꽉 깨물고 홍길수의 손목을 끊어버린 뒤 끊어진 손을 질질 끌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지만 금방 문을 나서자 한 줄의 헤드라이트가 보였다. 강린파의 제자들이 돌아온 것이다,“보스!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먼저 돌아갑시다!”맹호당 제자가 말했다.“씨발, 거의 다 왔는데, 그 미친놈 때문이야!”윤호는 아쉬웠지만 사람들을 이끌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이때 큰 소리와 함께 차 몇십 대가 도착했다.차에서 내린 유진우가 처음 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