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연맹 쪽 사람은 기껏해야 천 명이 넘지만 강린파는 족히 사오천 명 정도 되었다.실력이 어떤지는 둘째치고 일단 압도적인 기세만으로도 그들에게 겁을 주기에는 충분했다.조금 전까지 유진우를 죽이겠다고 소리를 지르던 사람들은 기세에 눌려 더는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강린파의 제자들은 손에 칼을 쥐었을 뿐만 아니라 어떤 엘리트들은 총까지 쥐고 있었다. 그들이 공격한다면 본투비 레벨 이하의 무사는 그들을 막으려야 막을 수가 없다.“보스, 괜찮아요?”장 어르신이 강린파 엘리트를 이끌고 유진우 앞으로 가장 먼저 달려와 방패막이를 자처했다.“난 괜찮아요.”유진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가 이대로 도망친다면 말릴 사람은 없겠지만 앞으로 평생 욕먹으면서 살아야 할 것이다.“유진우, 이런 쓸모없는 놈들로 우리 황보 가문의 비밀 호위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황보춘이 살기등등하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강린파의 인원이 많긴 하지만 비밀 호위가 나선다면 그들을 전부 죽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물론 손해도 적지 않을 것이다.“황보 가문의 비밀 호위뿐만 아니라 우리 무도 연맹의 엘리트도 있어.”무도 연맹의 몇몇 원로들이 앞으로 나서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째려보았다.사람이 많아봤자 무슨 소용이겠는가?진정한 고수 앞에서 이런 약해빠진 놈들은 그저 잡아먹힐 신세일 뿐인데.“진우 씨, 다른 사람의 귀한 목숨 괜히 낭비하지 말고 여기서 그만 멈춰요.”송만규가 경고했다.“맹주님, 전 여러분과 적이 될 생각이 없어요.”유진우는 손을 흔들며 강린파의 제자들에게 물러서라고 했다.“당신들이 절 의심한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제 결백을 증명할 기회를 주세요. 용명 맹주님의 죽음에 수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에요. 제가 제대로 조사할 수 있어요.”“조사는 개뿔! 네가 우리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어!”황보추가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만약 제가 맹주님을 죽였다면 왜 당신들이 잡으러 오길 바보처럼 기다렸겠어요? 그냥 도망가면 됐을 텐데?”유진우가
“7일 탈명단?”검은 단약을 본 순간 적지 않은 사람들의 얼굴에 겁먹은 기색이 역력했다.이 단약은 독성이 아주 강했다. 단약을 먹고 해독약을 먹지 못한다면 반드시 죽게 된다. 아무리 내공이 깊고 수련을 오래 한 사람이라고 해도 탈명단 얘기만 들으면 무서워할 것이다.“유진우, 떳떳하다면 이 약을 먹어.”황보춘이 으름장을 놓았다.“그래. 오늘 이 약을 먹지 않는다면 우린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황보 가문 사람들도 나서서 맞장구를 쳤다.유진우를 이대로 놓아주기에는 너무도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유진우가 7일 탈명단을 복용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유진우가 무슨 수작을 부리든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결국에는 목숨을 잃게 된다.“알았어요. 먹을게요.”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망설임 없이 단약을 입에 넣으려 했다.“보스, 안 됩니다!”홍길수가 황급히 나서서 말렸다.“이건 독약이에요. 먹으면 죽을 수 있다고요!”“안 먹어도 죽는 건 마찬가지야.”황보추가 냉랭하게 말했다.“X발, 너희들 가만 안 둬!”홍길수가 분노를 터트렸다.“가만 안 둬!”강린파의 제자들이 일제히 칼을 뽑아 들었다. 기세가 어찌나 사나운지 당장이라도 전쟁을 치를 것만 같았다. 자기 보스에게 억지로 독약을 먹였는데 어찌 참을 수 있겠는가?“됐어.”유진우는 손을 들어 그들을 말리고는 덤덤하게 말했다.“이 일은 나 때문에 일어난 거니까 이 정도 위험은 감당해야지. 7일 내로 여러분들에게 진실을 알려드리겠습니다.”그러고는 7일 탈명단을 꿀꺽 삼켜버렸다.“그래! 송 맹주님의 체면을 봐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 하지만 7일 밖에 없다는 거 명심해. 그만 가자!”유진우가 독약을 삼키자 황보춘도 더는 뭐라 하지 않았고 황보 가문의 엘리트들과 함께 먼저 자리를 떠났다.“큰아버지, 그냥 죽이지 왜 그러셨어요? 7일이나 시간을 주는 건 너무 많지 않나요?”황보곰이 불만을 드러냈다. 줄곧 유진우에게 원한을 품고 있었던 그는 유진우가 하루빨리 죽기를 누구보다 바
만약 조금 전 송만규가 힘으로 다수 의견을 물리치지 않고 조사할 시간도 주지 않았더라면 오늘 아마 피 튀기는 전쟁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상황을 수습하려고 해도 수습할 수 없게 된다.“진우 씨, 내가 대놓고는 진우 씨를 도울 수 없지만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사적으로 날 찾아와도 좋아요.”송만규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고맙습니다, 맹주님.”유진우는 두 손을 가슴 앞에 맞잡고 예를 표했다.“일이 이렇게 된 이상 스스로 잘 알아서 하길 바랄게요.”송만규는 고개를 내젓더니 한숨을 쉬며 자리를 떠났다.세 개의 세력이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왔다가 또 순식간에 가버렸다.유진우가 7일 탈명단을 먹은 그 순간 사람들은 유진우가 무조건 죽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가 진범이 옳든 아니든 이젠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보스, 왜 그런 어리석은 짓을 했어요? 왜 자기 목숨까지 걸고 그래요?”장 어르신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남북 무도 연맹의 고수들이 전부 모였어요. 당신들은 절대 그 사람들의 상대가 아니에요.”유진우가 무덤덤하게 말했다.“아무리 상대가 안 된다고 해도 몇몇은 해결할 수 있겠죠. 저 사람들이 전부 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돼요.”장 어르신이 불만을 드러냈다.“됐어요. 인제 와서 이런 얘기 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어요? 이제부터 당신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바로 진범을 찾아내는 겁니다.”유진우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보스는 어떡해요?”장 어르신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난 아직 죽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얼른 가봐요.”유진우가 손을 흔들었다.“네.”장 어르신은 대답을 마친 후 사람들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보스, 코피 나요.”그때 옆에 있던 홍길수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응?”유진우가 코를 쓱 만져보니 아니나 다를까 손가락 끝에 피가 묻어있었다.“X발! 7일 탈명단이 남 다르긴 하구나. 벌써 반응이 나타나다니.”일반 독이라면 끄떡없었겠지만 10대 기이한 독은 유
얼마 뒤.유진우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병원이었다. 체내의 독은 잠잠해졌지만 아주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여보! 깼어요?”유진우가 고개를 돌리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침대 옆에 앉아있는 조선미가 보였다.“선미 씨, 여긴 어떻게...”유진우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남편이 쓰러졌다는데 당연히 와 봐야죠. 몸은 괜찮아요? 불편한 덴 없어요?”“괜찮아요. 요새 과로해서, 한숨 잔 것뿐이에요.”유진우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과로는 무슨, 중독된 거면서...”옆에 선 홍길수가 중얼거렸다.“조용히 해!”유진우가 눈을 흘겼다. 조선미가 눈썹을 약간 찌푸렸다.“중독이요? 어떻게 된 건데요?”“약한 거예요, 약만 며칠 먹으면 돼요.”“정말요?”“제 의술을 못 믿는 거예요? 이깟 독 따위는 가뿐히 치료할 수 있어요.”“그렇긴 하죠.”조선미는 이제야 안심했다. 유진우는 못 고치는 병이 없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중독 정도야 그에게는 쉬울 터였다.“됐어요, 제 걱정은 말고 선미 씨나 챙겨요. 며칠 사이에 너무 초췌해졌어요.”“그 정도예요?”조선미는 거울을 꺼내 들고 자세히 얼굴을 살피기 시작했다. 여자들은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쓴다.“길수 오빠...”이때 한 임산부가 대여섯 살의 여자아이를 데리고 들어왔다.“너희가 어떻게 왔어?”홍길수가 의외인 듯 물었다.“아빠!”아이는 즐거운 목소리로 홍길수를 부르며 그의 품에 달려가 안겼다.“아이고, 우리 딸!”홍길수가 환하게 웃으며 아이를 안아 들고는 볼에 짧게 뽀뽀했다.“오빠, 하루 종일 병원에 있느라 밥도 제대로 못 먹었지? 우리가 먹을 거 갖고 왔어.”임산부는 말하며 손에 든 도시락통을 그에게 넘겨주었다.“피곤하게 왜 그래? 한 끼 안 먹어도 안 죽어.”홍길수는 툴툴대면서도 얼굴에 웃음꽃을 활짝 피웠다.“오빠는 괜찮아도, 유 선생님은 굶으면 안 되잖아.”“아 맞다, 보스도 계셨지.”홍길수는 이마를 탁 치고는 웃으며 유진우에게 말했다.“보스, 여긴 제 아내
“앗싸! 내일 놀이공원 간다!”그 말을 들은 홍소현이 소리를 지르며 기뻐하고는 유진우에게 인사했다.“감사합니다, 아저씨. 꼭 쪽박 나세요!”“쪽박?”조선미는 어리둥절했다가 피식 웃었다.‘재미있는 친구네.’“무슨 소리 하는 거야? 대박 나세요, 라고 해야지.”홍길수는 홍소현을 흘겨보고는 급히 정정했다.“보스, 죄송합니다. 애가 어려서 단어를 잘 모릅니다.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어어, 괜찮아.”유진우는 별생각 없는 듯 웃었다.“아저씨, 내일 제 생일인데, 와서 축하해주시면 안 돼요?”“그래, 꼭 갈게.”유진우가 홍소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짱이다!”홍소현이 폴짝폴짝 뛰며 환호했다. 조선미가 장난스럽게 물었다.“아저씨도 초대했는데, 아줌마는?”“아줌마도 와요.”“아이, 착하다. 아줌마가 소현이한테 줄 선물이 있어.”조선미는 정교하게 조각된 옥 펜던트를 홍소현의 손에 쥐어주며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마음에 들어?”“네, 감사합니다!”홍소현은 붙임성 있게 조선미의 볼에 쪽 뽀뽀하고는 깔깔거렸다.“아가씨, 너무 귀한 물건인데, 그냥 가져가세요.”홍길수는 놀란 눈치였다.“이미 준 선물을 다시 가져오는 게 어디 있어요? 그저 펜던트 하나인걸요.”조선미가 홍소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홍길수가 옅게 웃었다. 몇억 원의 펜던트를 아무렇지도 않게 선물하다니, 역시 큰 손이었다.“소현아, 엄마 배 속의 아이는 남동생이야? 아니면 여동생?”조선미가 웃으며 물었다. 홍소현이 머리를 긁적이다 대답했다.“음... 남동생이든 여동생이든 다 좋아요.”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서로 눈을 맞추며 웃었다. 아이 머리가 정말 좋네.“아줌마, 아줌마는 언제 아이 낳아요?”“나?”조선미는 유진우를 바라보며 생긋 웃었다.“아줌마 혼자서는 못 낳아. 아저씨한테 물어봐야 해.”“아저씨, 언제 아줌마랑 아이 낳아요?”“그건...”유진우는 말문이 막혀 난처해했다. 쪽박 나라고 한 것도 모자라 이런 날
“됐어, 소현아. 아저씨 난처하게 하지 마. 아저씨 이마에 땀 좀 봐.”조선미가 먼저 분위기를 풀었다. 아이한테 이렇게나 당하다니.“아저씨, 땀 났어요? 닦아줄게요.”홍소현은 종이 두 장을 뽑아 유진우의 땀을 닦아주었다.“됐어, 소현아. 곧 어두워질 것 같은데 엄마랑 먼저 돌아가.”홍길수가 입을 열었다.“그런데... 아저씨랑 얘기 더 하고 싶은데.”“내일 또 아저씨랑 얘기하자.”유진우가 급히 말했다.“진짜요?”“당연하지.”“그럼 약속해요.”“약속.”유진우는 웃으며 홍소현과 새끼손가락을 걸고는 엄지손가락을 살짝 눌렀다.“아저씨, 할 말이 있어요.”홍소현이 유진우의 귓가에 작게 말했다.“우리 아빠가 요즘 기침을 많이 해요, 감기 걸린 것 같아요. 아저씨가 우리 아빠한테 잘해주시면 안 돼요?”“당연하지.”“이건 제가 금방 산 변신기인데, 아저씨한테 드릴게요.”홍소현은 장난감 하나를 꺼내 유진우한테 밀어줬다.“위험에 처하면 이걸로 울트라맨으로 변신할 수 있어요, 변신해서 우리 아빠도 보호해 주고 세계의 평화를 지켜주세요.”“그래, 변신해서 네 아빠를 지킬게.”유진우가 헛웃음을 지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였다.“그럼 그렇게 해요. 안녕히 계세요.”홍소현은 손을 흔들고는 엄마와 함께 떠났다.“길수 씨, 건장하게 생겼는데 귀여운 딸이 있네요.”유진우가 부러운 듯 말했다.“하하... 엄마를 많이 닮아서요.”홍길수가 웃으며 말했다. 홍소현은 수다쟁이였지만 귀여운 딸이었다.“아내분 곧 출산하지? 요즘은 일 줄이고 아내랑 딸 옆에 많이 있어 줘. 임산부라서 많이 조심해야 할 거야.”“감사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홍길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이 말하는 사이 한 사람이 걸어들어왔다. 고개를 든 유진우가 멍해졌다. 들어온 사람은 이청아였다!“어떻게 오셨어요?”조선미는 웃음을 거두고 눈썹을 까딱했다.“진우 씨가 아프다길래 와 봤어요.”이청아가 과일 바구니를 책상에 내려놨다. 조선미가 담담하게 말했다.“진우
“그날은 내가 욱해서 때렸어, 미안하단 말은 해야 할 것 같아서.”이청아는 입술을 깨물고 화제를 돌렸다.“하지만 내가 그렇게 한 건 다 진우 씨를 위해서야. 강 장군님 그렇게 유명하신 분인데, 때렸다 다치기라도 하면 괜히 더 성가셔지니까.”“강백준 집안이 좋은 건 맞지만, 내가 강백준을 무서워할 이유는 없는데.”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하자 이청아가 경고했다.“진우 씨, 강 장군님 그렇게 단순하신 분 아니야, 그런 분 건드렸다 큰일 나!”강백준은 젊고 능력 있는 데다 집안도 빵빵했으며 병사들도 거느리고 있었다. 그의 명령 한 마디면 군대를 출동시킬 수 있었다. 그런 사람에게 미움 사는 건 사서 고생하는 거였다.“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해. 못 건드리는 사람이라 생각하면 그런 거로 하고.”유진우는 더 이상 말하기 싫었다. 이청아 성격에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 믿지 않을 거였다. 이청아가 인상을 쓰며 물었다.“왜? 아직도 화난 거야?”“그럴 필요도 없어. 당신과 그 정도로 친하지도 않은데 화내서 뭐 하게?”“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무슨 뜻이야? 내가 남이야?”“그럼, 아니야?”“유진우! 양심이 있긴 한 거야?”이청아는 조금 화났다.“한 대 때린 거 가지고 왜 그래? 뒤끝 남았으면 당신도 때리던가. 한 대로 안 된다면 두 대 때리던가. 두 대로도 안 된다면 열 대 때리면 되잖아. 가만히 서서 분 풀릴 때까지 맞아줄게. 그럼 됐지?”그녀는 확실히 사람을 때렸다. 하지만 이미 사과했는데 언제까지 물고 늘어질 것인가? 게다가 그날 밤 유진우가 친 사고 때문에 그녀는 강백준에게 계속해서 사과해 겨우 강백준의 화를 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유진우는 진작에 화를 입었을 것이다.그녀가 한 모든 일은 모두 유진우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알 수 없었다.“이청아 씨,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본데, 그 한 대가 문제가 아니라, 당신이 날 믿은 적 없다는 게 문제야. 예전도, 지금도. 아무리 많은 일이 있어도 당신은 영원히 못 변
“찾았어? 누구야?”유진우의 얼굴이 굳어졌다.“영살문의 살인청부업자인데, 황보 가문에 오래 잠복해 있었습니다. 오늘 맹주님이 방심한 틈을 타 공격했다고 합니다.”“또 영살문이야? 범인 지금 어디 있어?”“청양산의 어느 민박집에 숨어있다고 합니다.”“사람들 모아서 잡으러 가. 절대 놓치면 안 돼!”“네!”윤호는 짧게 대답하고는 급히 문을 나섰다.20분 뒤.유진우는 강린파 사람들을 데리고 청양산으로 향했다. 범인이 도망치는 것을 막기 위해 비밀 행동으로 진행되었다.사람들이 청양산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진 뒤였다. 전날 무도대회의 여파로 청양산 근처는 북적거렸었다. 하지만 오늘 밤은 유독 썰렁해 보였다. 청양산 전체가 어둠에 뒤덮여 크게 벌린 괴물의 입 같았다. 어스름한 달빛이 땅에 비쳐 별빛의 반짝거림을 반사해 냈다.“여보, 여기 좀 이상해요.”사람들이 차에서 내린 뒤 조선미가 갑자기 말했다.“어떤 점이 이상한데요?”유진우의 눈빛이 사방을 꼼꼼히 훑었다.“너무 조용해요. 산에는 동물들이 많을 텐데, 들어봐요. 아무 소리도 안 들려요.”여자의 직감이 그녀에게 위험을 알려주고 있었다.“아가씨, 동물들 잘 시간 아니에요? 이상할 거 뭐 있어요?”홍길수가 큰 소리로 물었다.“동물들 주로 밤에 활동하는 거 몰라요?”“그래요?”홍길수가 되물었다. 중학교도 나오지 않은 그가 이 사실을 알 리 없었다.“응?”순간 유진우의 동공이 흔들렸다. 어두운 산속에 약간의 빛이 반사되고 있었다. 아주 약한 빛이라 일반인은 거의 인지하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건 조준경의 빛이었다!“조심해요!”유진우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조선미를 덮쳐 땅에 넘어뜨렸다.빵!그와 동시에 불빛이 번쩍하더니 총소리가 들렸다. 긴 철갑탄 하나가 유진우의 몸을 비껴가 차에 명중했다.쾅!또다시 큰 소리가 들려왔다. 총알에 차가 관통되면서 엄청난 충격으로 차체가 심하게 흔들렸다.“매복이에요! 조심해요!”홍길수가 크게 소리쳤다. 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