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와 청하는 최선을 다했지만 이삼십 번의 공격 후 결국 주봉에게 약점이 잡혀 가격당하고 말았다.쿵! 쿵!두 차례의 굉음과 함께 두 사람은 연신 뒷걸음질 쳤고 입가에도 피가 흘러내렸다. 순간 내공을 쓸 수가 없게 되었다.“나름 괜찮네.”주봉은 사악하게 웃으며 아직 흥이 다하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파렴치한 것!”수치스러움과 분노가 동시에 밀려온 두 사람이 다시 나서려던 그때 청풍이 손을 들고 말렸다.“됐어, 너희 둘은 저 사람의 상대가 아니야. 내가 처리할게.”“선배님, 아주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놈이니까 꼭 본때를 보여주세요.”유하와 청하는 분통이 터졌다.“걱정하지 마. 나에게 맡겨.”청풍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봉을 훑어보고는 등 뒤의 장검을 천천히 뽑아 들었다. 유하와 청하는 분노를 억누르며 옆으로 물러났다.“이 자식아, 너도 영웅 행세를 하려고? 그럴 실력이나 있어? 이따가 얻어터져서 후회하는 건 아니겠지?”주봉이 경멸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공격 열 번 안에 널 쓰러뜨릴게.”청풍이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열 번? 하하...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네가 스카이 랭킹 고수라면 살짝 꺼리긴 하겠지만 이름도 없는 녀석이 무슨 배짱으로 내 앞에서 막말하는 건데?”주봉이 싸늘하게 웃었다.“못 믿겠어? 그럼 어디 한번 해봐.”청풍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그래.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볼게.”분노가 살짝 치밀어 오른 주봉은 칼을 덥석 빼 들고 휘둘렀다. 청풍도 흔들리지 않는 표정으로 검을 빼 들어 그와 맞섰다.순식간에 결투가 펼쳐지면서 연회장 안에 검의 빛이 눈부시게 반짝였고 기운이 사방으로 퍼졌다. 사람들은 불똥이 튈까 두려워 뒤로 물러서면서 거리를 벌렸다.“언니들, 저 텁석부리 엄청 강해요. 저분이 당해낼 수 있을까요?”황은아가 갑자기 물었다.조금 전의 결투에서 주봉은 자신의 실력을 전부 보여주지 않았다.“흥, 우리 선배님은 무극문의 수석 제자예요. 천부적인 재능이 뛰어나고 실력도 강해서 저런 양아치를 상
“형님!”주봉이 무릎을 꿇었을 때 뒤에 있던 그의 부하들은 전부 다 성난 얼굴이었다.청풍의 실력이 강하긴 하지만 그들이 다 함께 덤빈다면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무릎을 꿇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이 일이 퍼져나가기라도 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머리를 들고 다닐 수 있단 말인가?“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마. 꺼져!”청풍이 냉랭하게 호통쳤다.주봉은 한시라도 지체할세라 부하들과 함께 황급히 도망쳤다.“대박! 멋진 한방이었어요.”“무극문의 수석 제자는 역시 대단하네요.”“공격 열 번을 다 채우기도 전에 폭도 주봉을 이기다니, 정말 진심으로 탄복합니다.”연회장 안의 무사들은 일제히 손뼉을 치며 감탄했다.가뜩이나 주봉은 악명이 높고 사람을 마구 괴롭혀서 예전부터 공분을 샀다. 하지만 그의 실력 때문에 함부로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그런 폭도 주봉을 청풍이 나서서 해결하자 사람들은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통쾌했다. 하여 자연스레 수많은 무사들의 칭찬을 받게 된 것이다.“봤어요? 이게 바로 우리 선배님의 위엄이에요. 아직도 우리 선배님의 실력을 의심할 겁니까?”유하가 고개를 들고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 황은아가 의심해서 기분이 매우 언짢았었다.“선미 씨, 당신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유진우 씨는 찍소리도 하지 않았지만 우리 선배님은 선뜻 나서서 나쁜 놈을 처리했어요. 누가 더 훌륭한지 제가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알겠죠?”청하는 고개를 돌려 조선미를 쳐다보았다. 말하는 와중에도 잊지 않고 우쭐거렸다.“흥, 그게 뭐가 대단하다고. 진우 씨는 당신네 선배에게 절대 뒤지지 않아요.”조아영이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 도씨 가문과의 결투에서 그녀는 유진우가 도규현을 이기는 걸 똑똑히 목격했다.청풍의 실력도 만만치 않은 건 사실이지만 도규현과 비교하면 조금 뒤떨어지기에 당연히 유진우도 이기지 못한다.“하하... 만약 진짜로 강하다면 저렇게 뒤에 숨어서 쭈그리고 있지 않겠죠.”청하가 코웃음을 쳤다.“맞아요. 위험이 닥쳤
건장한 남자의 표정이 급변했고 몸은 통제를 벗어나 창백한 얼굴의 남자 쪽으로 재빠르게 끌려갔다. 마치 보이지 않는 밧줄이 그를 앞으로 잡아당기는 것만 같았다.그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없었고 결국 창백한 얼굴의 남자에게 목이 잡히고 말았다.“너...”건장한 남자가 겁에 질린 얼굴로 뭐라 말하려는데 창백한 얼굴의 남자가 갑자기 손에 힘을 주었다.뚜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건장한 남자의 목이 비틀어지면서 그대로 숨이 멎었다.“뭐야?”난생처음 보는 기괴한 광경에 사람들은 겁에 질려 아연실색했다. 아무나 잡아도 쉽게 죽일 수 있는 이 수단은 실로 무서웠다.“다들 당황해하지 말아요. 우리 선배님이 있는 한 그 어떤 나쁜 놈도 나대지 못할 겁니다.”청하가 갑자기 목소리를 내어 겁에 질린 사람들을 다독였다.“넌 또 어디서 온 나쁜 놈이기에 여기서 행패를 부리는 거야?”두어 걸음 앞으로 나선 청풍의 눈빛이 날카로웠고 살기가 등등했다. 등 뒤의 장검이 파르르 떨리면서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난 블랙지존님의 큰 제자 창섭이다.”창백한 얼굴의 남자가 손을 뿌리치자 건장한 남자의 시체가 그대로 멀리 내팽개쳐졌다.“창섭? 혈안 창섭이라고?”사람들은 저마다 아연실색했다.혈안 창섭은 세간에서 악명이 자자했다. 평소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뺏는 것을 일삼는 데다가 수단도 잔인하기 그지없었다.그가 나섰다 하면 온 집안을 풍비박산 내는 건 당연했다.예전에 세간의 적지 않은 정의 사도들이 여러 번 작당 모의하여 창섭을 제거하려 했었지만 결국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그 일이 있고 난 뒤로 작당 모의에 참여한 사람들은 보복을 당하다가 목숨까지 잃었다.그 후 창섭을 제거하려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창섭도 한동안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런데 오늘 이곳에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드디어 오는 건가?”조선미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3일 경계한 끝에 블랙지존이 드디어 손을 쓰기 시작했다.“혈안 창섭이면 뭐? 저런 나쁜 놈이 무슨 큰 파장이라도 일으킬
주먹 한 방에 날아간 청풍을 보며 사람들은 순간 넋을 잃은 표정이었다.눈앞의 이 사람은 무극문의 수석 제자이자 실력이 강하기로 소문난 무도 천재다. 전에 단 몇 방으로 폭도 주봉을 이겼는데 그런 막강한 존재가 창섭의 일격에 패하고 말았다.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어떻게 이럴 수가... 청풍 도련님이 졌다고?”“창섭의 실력이 이 정도로 강할 줄은 몰랐네. 단 일격에 무극문의 수석 제자를 처리해버렸어. 정말 무서운 사람이야.”“큰일 났어. 청풍 도련님마저도 창섭의 상대가 아니라면 우리가 당해낼 수 있을까?”그 순간 사람들은 놀라면서도 두려움에 떨며 뒷걸음질 쳤다.청풍의 실력도 충분히 강한데 창섭의 실력은 더욱 강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상대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조력자가 매우 많았고 게다가 실력도 있었다. 이 상황에서 인해전술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선배님.”잠깐 넋을 놓다가 정신을 차린 유하와 청하의 표정이 급변했다. 후다닥 달려가 중상을 입은 청풍을 일으켜 부상 치료에 탁월한 단약을 먹였다.“저 자식 너무 강해. 당장 사부님께 연락해.”청풍은 가슴팍을 움켜쥔 채 비틀거렸고 얼굴에는 겁먹은 기색이 역력했다.조금 전 창섭은 썩은 나무를 꺾듯이 그의 공격을 쉽게 막아냈는데 청풍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의 실력 차이가 너무도 컸다.이젠 그의 사부와 사숙이 직접 나서야만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무극문의 수석 제자도 개미 새끼에 불과하군. 당당하게 나선 김에 그냥 죽어.”주먹 한 방으로 청풍을 제압한 후 더욱 날뛰기 시작한 창섭은 다시 한번 주먹을 뻗었다.윙!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엄청난 진기가 솟아오르면서 커다란 주먹으로 변하더니 청풍을 덮치려 했다.“선배님, 비키세요.”유하와 청하가 청풍을 밀어내고 주먹을 향해 검을 뽑아 들었다.쿵!엄청난 굉음과 함께 유하와 청하도 멀리 날아가 중상을 입고 피를 토했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도 창섭의 상대가 아니었다.“유하, 청하야!”청풍의 표정이 급변했고 분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전부 유진우에게 쏠렸다.“너 이 자식 감히 블랙파의 제자를 죽여? 간덩이가 아주 부었구나.”창섭은 유진우를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시뻘건 두 눈이 더욱 살벌하게 느껴졌다.“여기서 항복하고 물러선다면 완전한 시체는 거둘 수 있게 해줄게.”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 그의 한마디에 현장이 발칵 뒤집혔다.“세상에나! 저 자식은 누구야? 누군데 저렇게 나대?”“대놓고 창섭을 도발하다니. 정말 죽으려고 환장했나?”“이런 상황에 나서서 나대? 어리석기 짝이 없는 놈이야.”무사들은 수군거리며 마치 바보를 쳐다보는 듯했다.창섭의 악명이 자자했고 이름만 들어도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였다. 심지어 무극문의 고수도 그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름도 없는 녀석이 저런 소리를 한다고? 대체 무슨 배짱으로?“유진우 씨, 무리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우리 선배님마저 창섭의 상대가 아닌데 당신이 뭔데 나대는 거죠?”유하가 불쑥 한마디 했다.“맞아요. 고작 그 실력으로는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한다고요.”청하도 나서서 맞장구를 쳤다.“당신네 선배가 안 된다고 해서 나까지 안 된다는 법은 없죠. 끼어들지 말고 물러나 있어요.”유진우의 표정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뭐라고요?”유진우의 말에 청풍이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유진우 씨, 당신이 뭔데 날 무시해요? 내가 창섭의 상대는 안 돼도 당신 하나쯤은 쉽게 해결할 수 있어요.”“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면서 큰소리는.”유진우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당신!”청풍이 이를 꽉 깨물었다. 중상을 입지만 않았으면 유진우에게 본때를 보여주는 건데.“우리가 좋은 마음으로 귀띔해줘도 듣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죠. 결과가 어떻든 혼자서 책임져요, 그럼.”유하가 미간을 찌푸렸다.“흥. 좋은 말로 설득하는데도 죽겠다고 달려드는 건 어쩔 수 없어. 그냥 죽게 내버려 둬.”청풍의 얼굴에 독기가 가득했다. 유진우가 당장이라도 창섭의 손에 죽길 바랐다.“시체를 거두게 해주겠다고?”창섭은
연회장 전체의 모든 잡음이 사라졌다. 어찌나 조용한지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다 들릴 정도였다.바닥에 떨어진 창섭의 머리를 보며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리고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이라 뭇사람들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조금 전까지 기세등등하고 사람들을 압도하던 창섭이 유진우에게 질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게다가 그것도 단 일격에 말이다.“내...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창섭이 죽었어?”“검 한번 휘둘러서 창섭을 죽이다니. 저 녀석 대체 무슨 괴물이야?”“정말 무서운 검이야. 세간에 언제 저런 고수가 생겨났대?”침묵도 잠시 현장 전체가 다시 떠들썩해졌다.유진우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빛에 놀라움과 경악이 가득했고 저마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창섭이 세상을 뒤흔들만한 검을 휘둘렀을 때 다들 유진우가 무조건 죽을 것이라고 확신했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한가?유진우가 죽기는커녕 되레 창섭을 쉽게 처리해버렸다. 실로 놀라운 실력이 아닐 수 없다.무릎 꿇고 굴복하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던 그의 망언이 지금 전부 현실이 되었다.“어... 어떻게 이럴 수가... 저 자식 왜 저렇게 강해?”청풍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그도 믿을 수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그의 눈에 비친 유진우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명성이 자자한 혈안 창섭을 이길 거라고 어찌 상상이나 했겠는가 말이다.“저렇게 강했어?”유하와 청하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경악했다. 두 사람의 선배인 청풍마저도 창섭의 손에 패했는데 유진우는 검 한번 휘두르고 창섭을 죽였다. 유진우의 실력이 청풍보다 훨씬 강하다는 걸 뜻했다.조금 전에 그에게 범한 실례와 무시했던 것만 생각하면 유하와 청하는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거물을 못 알아보고 나댔던 건 오히려 그녀들이었다.“역시 아저씨는 대단하다니까.”황은아는 정신이 번쩍 들었고 유진우에 대한 존경심이 더욱 짙어졌다.“형부 대박. 정말 최고라니까요.”조아영
다시 도망쳐 나왔을 때는 이미 피부가 짓물러져 있었고 온몸에서 고름이 흘러나왔으며 입에서 피를 토했다.아마 오래 못 살 것 같다.“저들을 놓쳐서는 안 돼, 쫓아가!”가면을 쓴 두 명의 킬러가 조선미 일행을 추격하려 했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기도 전에 검이 휘둘리더니 그 두 사람의 머리가 잘려나갔다.“너희 상대는 나야.”유진우는 검을 손에 들고 위엄있게 맨 앞에 섰다.그 독극물들은 마치 무엇을 두려워하는 듯 가까이 다가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저 녀석을 죽여라! 선배를 위해 복수하자!”분노의 외침과 함께, 검은 옷과 가면을 쓴 킬러들이 즉시 유진우를 포위하였다.그들의 공격 수단은 무기뿐만 아니라 독극물, 심지어 환술까지 사용한다.막으려야 막을 수 없다.“오늘, 한 사람도 나갈 생각을 하지 마.”유진우는 차갑게 말하고 검을 들어 무리 속으로 쳐들어갔다.피 튀기는 전쟁이 순식간에 벌어졌다.그 시각, 화원.조선미 일행은 폭설을 무릅쓰고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새하얀 대지에 발자국들이 하나하나씩 찍혔다.“언니, 그 사람들이 쫓아오지 않은 것 같아. 우린 인제 안전해.”2,300미터를 달려 조아영은 숨을 헐떡거렸다.“선미 아가씨, 선배가 많이 다쳐서 빨리 치료해야 해요. 안전한 곳을 찾아 먼저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유하가 말했다.조선미는 고개를 돌려 청풍을 바라보았다. 안색이 창백하고 팔다리에 힘이 없는지 서 있기도 힘들어했다. 분명히 큰 부상을 입었다.“회의실로 가자. 조씨 집안의 엘리트들이 모두 거기서 회의를 해.”그녀는 곧바로 결정을 내렸다.“가요.”몇 사람이 막 출발하려고 할 때 덩치가 큰 무리의 건장한 남자들이 갑자기 꽃밭에서 걸어 나왔다.맨 앞에 있는 사람은 전의 폭도 주봉이었다.“미녀 여러분, 어디 가십니까?”주봉은 사악하게 웃으며 나쁜 마음을 품은 눈빛으로 조선미 몇 사람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주봉, 조씨 가문에 외적이 침입했는데, 너희들 어서 빨리 가서 지원해.”조선미가 외쳤다.“지원? 허허.
“개자식아, 그만해.”유하와 청하가 강제로 침범당할 것을 보고 황은아가 더는 참지 못했다.‘이 사람들은 그야말로 개, 돼지만도 못하네.’“이쁜이, 조급해하지 마. 우리가 이 두 사람과 잘 놀고 그 다음 천천히 너랑 놀아줄게.”한 무리의 건장한 남자들이 방자하게 웃으며 마치 사냥감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너희들 사람을 너무 업신여기지 마.”황은아는 화가 나서 단검을 뽑아 무리 속으로 직접 쳐들어갔다.몇 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몸에 상처가 나자 놀라 뒤로 물러났다.“감히 우리의 좋은 일을 망쳐? 오늘은 너와 먼저 자야겠어.”반응이 돌아온 후, 남자들은 부끄럽고 분한 나머지 화가 났다.칼을 빼려다가 주봉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이 녀석들아, 미녀에게 어찌 거칠게 대할 수 있어?”“이쁜이, 아저씨들이랑 놀고 싶어도 줄은 서야지?”“꺼져, 다시 가까이 오면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황은아가 외쳤다.“그렇게 화내지 마. 아저씨는 악의가 없어. 일단 칼 먼저 줘, 이런 물건은 너무 위험해서 너한테 어울리지 않아.”주봉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꺼져!”황은아는 칼을 휘둘렀다. 날카로운 칼날이 주봉의 손을 스치자 피가 났다.주봉의 미소가 굳어지고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이쁜이, 내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어. 좋은 말로 해서는 안 되겠네.”“은아야, 함부로 하지 마.”그때 황백이 갑자기 앞으로 달려가 딸 앞을 가로막고 웃는 낯으로 대했다.“제 딸이 어려서 철이 없습니다, 용서해 주세요.”“용서?”주봉은 콧방귀를 뀌었다.“영감탱이, 방금 내가 칼에 베였는데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배상, 제가 배상할게요.”황백은 주머니에서 40억짜리 수표 한 장을 더듬어 꺼내 조심스럽게 건네주었다.바로 전에 윤호가 준 배상금이다.“오, 그래도 적지 않은 액수네.”주봉은 수표를 받아 즉시 호주머니에 넣었다.“어르신, 돈은 이미 배상했으니 인제 저희 가도 되죠?”황백은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아니에요?”유장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용호산은 여태껏 무림인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에 무관심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해.”서태양이 말했다.인재를 선발해 위상을 높이려고 진무사가 나섰다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었다.하지만 용호산은 전혀 관계가 없지 않은가?“그럼 무슨 의도인데요?”유장미가 되물었다.“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궁금하거든?”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서태양은 어깨를 으쓱했다.“보혁 씨는 내막에 훤하니까 화두를 꺼낸 거겠죠?”유이슬이 시선을 돌렸다.“내막까지는 아니지만 주워들은 소식이 몇 가지 있긴 해요.”염보혁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제가 알기로는 용호산 뒷산의 금지구역에 최근 신비로운 보물이 나타났는데 향후 100년 동안 무림인들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관련이 있다고 해요.”“무슨 보물이 그렇게 대단해요?”유장미가 깜짝 놀랐다.유이슬과 서태양도 예상치 못한 듯 충격을 금치 못했다.무림인들의 흥망성쇠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만약 제 추측이 맞는다면 용원의 기와 관련된 보물일 거예요.”염보혁이 목소리를 낮추었다.순간, 유진우는 눈썹을 추켜세웠지만 이내 포커페이스로 돌아왔다.“용원의 기? 그게 뭔데요?”유장미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용맥의 정수이기도 하죠.”유이슬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며칠 전 호룡각이 와해하면서 지하 용맥이 다섯 개의 용원의 기로 변해 세상에 뿔뿔이 흩어졌어. 소문에 의하면 용원의 기를 얻는 자는 천하무적이 되어 승승장구한다고 해.”호룡각이 무너지고 용맥이 파괴된 일이 워낙 큰 이슈였기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귀에도 흘러 들어갔다.“진짜요? 그렇게 대단한 물건이 있어요?”유장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고서에서 관련된 기록을 본 적이 있는데 용원의 기를 얻은 자들은 세상을 주름잡는 수장이거나 천하를 다스리는 왕이었어.”유이슬이 한마디 보탰다.“맞아요.”염보혁이 대
유진우는 옆에 있는 염보혁을 흘깃 쳐다보았고, 속으로 상대방이 아무리 예뻐도 남자를 좋아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쿨럭!”염보혁은 사레가 들린 나머지 연신 기침하며 쓴웃음을 지었다.“이슬 씨, 지금 절 칭찬하는 건지 비꼬는 건지 모르겠네요.”“당연히 칭찬하는 거죠. 그런 얼굴을 보고도 어떤 남자가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어요?”유이슬이 정색하며 말했다.“네?”염보혁은 말문이 막혔다.설령 사실일지언정 어찌 면전에서 대놓고 말할 수 있지?왠지 모르게 기분이 이상했다.“정 믿기 어려우면 태양한테 물어봐요.”유이슬이 문득 말했다.한편, 서태양은 염보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흠칫 놀라더니 서둘러 시선을 돌렸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은 도둑이 제 발 저린 듯싶었다.“제가요?”서태양은 난감한 얼굴로 대답했다.“선배, 장난하지 마세요. 저랑 무슨 상관이죠?”“뭔가 냄새가 나는데요?”유장미가 눈썹을 까딱하더니 눈알을 굴리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설마 보혁 씨한테 진짜 반한 건 아니죠?”“이... 계집애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서태양이 펄쩍 뛰면서 얼굴이 벌게진 채 고래고래 외쳤다.“남자끼리 엮일 리가 없잖아.”“침착해요. 단지 농담했을 뿐이에요.”유장미가 키득거리며 말했다.“게다가 남남 커플이 진짜 사랑이죠. 어차피 안 될 건 없잖아요. 만약 사귈 생각이 있다면 진심으로 축복해줄게요. 하하하!”“입만 열면 헛소리 하네.”서태양은 짐짓 화가 난 듯 혼내려는 액션을 취했다.유장미는 잽싸게 유이슬의 등 뒤로 숨어 웃음을 터뜨렸다.갑자기 산으로 흘러가는 대화에 당사자인 염보혁은 말문을 잃었다.더욱이 유장미와 투닥거리는 와중에도 그를 흘끔거리는 서태양 때문에 어이가 없었다.단순히 농담으로 치부할 수 있었지만 몰래 훔쳐보는 탓에 괜히 기분이 세했다.“진우 씨, 이슬 씨, 다들 용호산은 처음이죠? 제가 구경 좀 시켜드릴까요? 주변에 뭐 있는지 소개해줄게요.”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염
술이 몇 잔 오가자 서서히 편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슬 씨, 방금 검종의 제자라고 하시던데 무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용호산에 오른 건가요?”염보혁이 넌지시 물었다.“그런 셈이죠.”유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성격이 무심한 편이라 말주변이 딱히 없었다.“사실 저희는 스승님의 명을 받고 찾아왔어요.”상대적으로 외향적인 유장미가 웃으며 말을 보탰다.“노천사가 용호산에서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세상이 발칵 뒤집혔거든요. 검종 뿐만 아니라 천하회, 주술교를 포함한 파벌에서 최정예 제자들을 파견해 출전할 예정이에요.”“그럼 검종에서는 세 분이 참석하는 건가요?”염보혁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니요.”유장미가 고개를 저었다.“저희는 단지 구경하러 왔을 뿐,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는 따로 있어요.”그녀와 서태양은 선천 후기에 속했고, 유이슬은 실력이 뛰어나긴 했으나 반보 마스터에 불과했다.어찌 됐든 천교에 비하면 열세에 처하는지라 검종을 대표해서 출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따로 있다니? 설마 홍군림이에요?”염보혁의 눈썹이 까닥했다.“그건 저도 잘 몰라요.”유장미가 생긋 웃었다.“워낙 제멋대로에 신출귀몰하는 사람이라 이번 무림대회에 참가할지 아무도 몰라요. 만약 홍 선배가 진짜 출전한다면 우승은 우리 검종이 차지할 거예요.”홍군림은 천교 랭킹의 1위에 올랐을뿐더러 어린 나이에 경천 랭킹에 진입한 검종의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다만 성격이 까칠하고 독불장군이라 종주를 제외하고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장미야, 그건 네 생각이고.”이때 유이슬이 입을 열었다.“홍 선배가 실력이 뛰어나고 검종의 천재로서 일반 무사들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존재인 건 사실이지만 너도 알다시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능력자가 한 명 더 있잖아.”“누구요?”유장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유장혁.”유이슬이 무덤덤하게 말했다.“그 사람이 홍 선배보다 실력이 더 뛰어나요?”유장미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막상막하야. 천교
“네?”염보혁의 한 마디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넋을 잃었다.특히 잘 보이기 급급했던 서태양은 굳은 얼굴로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허공에 손을 들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럴 수가?방금 목숨 걸고 구하려던 사람이 남자였다니?“남자...? 농담이죠?”붉은 옷 소녀가 염보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경국지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인이 대체 어디를 봐서 남자란 말인가?푸른 옷 여인은 입만 벙긋했을 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흡혈파 망나니들이 여자가 아닌 남자한테 집적거렸다니?취향 한번 독특했다.“아니요. 진짜 남자예요.”염보혁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밖에 나가면 여자로 오해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하지만 아무리 봐도...”붉은 옷 소녀가 말을 아꼈다.“외모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염보혁이 어깨를 으쓱하며 해탈한 듯 말했다.“아쉽네요.”붉은 옷 소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본인이 이렇게 예쁜 얼굴을 가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선배? 왜 그래요? 괜찮아요?”그녀는 아직도 넋을 잃은 서태양을 발견하고 손을 뻗어 어깨를 툭 쳤다.“응? 아, 괜찮아. 단지 조금 놀랐을 뿐이야.”서태양은 꿈에서 깨어난 듯 금세 정신을 차렸다.다만 눈빛만큼은 남자한테서 떠나지 않았다.이렇게 요염한 얼굴이 사내란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그야말로 재능 낭비이지 않은가?“저는 염보혁입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염보혁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유이슬이에요.”푸른 옷 여인이 대답했다.“저는 유장미라고 해요.”붉은 옷 소녀가 활짝 웃었다.비록 남자이지만 미모에 저절로 눈이 갔다.“서태양입니다.”서태양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다 같이 술이나 한잔 하시죠?”염보혁은 손을 내밀더니 소개를 이어갔다.“이쪽은 유진우 씨, 그리고 두 분은 호위무사인...”“춘화와 추월이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수염 난 사내의 몸에 피투성이 상처가 생겼다.눈 깜짝할 사이에 연신 검에 찔린 탓에 저항할 힘조차 없었다.비록 수염 난 사내가 힘은 더 셌지만 기교에서는 한참 못 미쳤다.여자의 화려한 검술은 감탄을 자아냈고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악!”수염 난 사내가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사지가 부러진 채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은 마치 좀비를 연상케 했다.온몸은 피가 흥건했고 상처로 가득했다. 비록 목숨에 지장은 없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형님!”패배한 우두머리를 보자 흡혈파 제자들이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항상 위풍당당하고 기세등등했던 수장이 이런 몰골을 보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젠장! 감히 우리 형님을 다치게 해? 죽고 싶어 환장했어?”“저년을 없애버려!”흡혈파 제자들이 고래고래 외치며 검을 빼 들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여자를 덮쳤다.“무용지물이야.”푸른 옷 여인은 콧방귀를 뀌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들 틈으로 뛰어들었다.얼마 안 되어 흡혈파 제자들은 하나같이 처참한 비명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팔이나 다리가 부러진 채 선혈이 낭자했다.“역시 대단하세요!”눈앞의 광경에 붉은 옷 소녀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망나니 따위가 감히 검종에게 대들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서태양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뭐... 뭐라고? 너희들이 검종 제자였어?”흡혈파 제자들은 안색이 돌변하더니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검종은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3대 문파 중 하나로 천하회와 주술교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비록 제자들이 많지 않았지만 뛰어난 인재들밖에 없다.특히 검종의 홍군림은 어린 나이에 천교 랭킹 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경천 랭킹에 진입하여 세계 10위의 강자가 되었다.경천 랭킹 10위권에 검종 제자가 무려 2명이나 있는데 압도적인 실력으로 3대 파벌의 수장 자리를 거머쥐었다.여기서 검종의 제자들을 만나게 될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무모한 짓을 벌이지 않았을 텐데.“이제야
“윽!”서태양은 이를 악물고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온 채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이내 양손으로 검을 쥐고 온 힘을 다해 어깨를 짓누른 흡혈검을 떼어내려고 했다.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상대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힘이 점점 더 가해졌고 무릎이 닿은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작 이런 실력으로 감히 우리 흡혈파한테 덤비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수염 난 사내가 냉소를 지었다.“형님! 멋져요.”“역시 대단하세요.”부하들이 질세라 감탄했다.북쪽에서 흡혈파라고 하면 꽤 이름 있는 큰 파벌인지라 애송이 같은 놈이 도발할 만한 게 아니었다.“감히 내 앞에서 영웅 행세해? 넌 오늘 인생에서 가장 잘못된 결정을 내린 거야. 교훈 삼아 사지를 부러뜨려줄게!”수염 난 사내가 비열한 미소를 짓더니 흡혈검을 들어 올려 서태양의 손목을 향해 휘둘렀다.챙!검이 닿기 직전 청색 보검이 불쑥 나타나 허공에서 공격을 막아냈다.“응?”수염 난 사내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푸른 옷 여인이 보검을 들고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선배?”서태양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그제야 한숨 돌렸다.조금만 늦었더라도 오른손을 잃어버렸을 텐데 그나마 선배가 제때 도움을 줘서 천만다행이었다.“괜히 참견하지 마.”수염 난 사내가 음흉하게 웃었다.“우리 후배한테 손을 대는 순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여자가 싸늘하게 말했다.“맞아! 너희들 같은 망나니는 벌을 받아 마땅하지.”이때, 붉은 옷 소녀가 검을 빼 들고 낭랑한 목소리로 외쳤다.“언니, 제가 도와줄게요.”“아니야. 넌 태양이랑 지켜보고 있어. 이런 놈들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푸른 옷 여인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지?”수염 난 사내가 히죽 웃었다.“그런 왜소한 몸으로 오빠의 검을 어찌 막으려고? 차라리 무기는 내려놓고 침대에서 겨뤄보는 건 어때?”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부하들이 폭소를 터뜨렸다.곧이어 음흉한 시선으로 여자를 훑으며 멋대로 평가하
서태양이 움직이자 수염 난 사내의 뒤에서 덩치가 산만 한 남자 두 명이 튀어나왔다.두 사람은 무기로 길쭉한 검을 들고 있었다.몸체는 강한 피비린내와 함께 은은한 살기가 감돌았다. 이는 칼날이 오랫동안 선혈에 노출된 결과였다.무림인들의 세계에서는 흡혈검이라고 불렀다.다만 아쉽게도 그들이 지닌 검은 아직 미성숙 단계였고 기세가 한창 부족했다.챙! 챙!서태양이 먼저 검을 빼 들고 혼자서 두 명의 사내와 대결을 벌였다.그들은 기세등등하게 맞서 싸웠지만 힘만 강했을 뿐 행동이 굼뜬 편이었다.공격할 때마다 동작이 다소 어설펐다.반면, 서태양은 누가 봐도 고수의 가르침을 받았고 실전 경험도 풍부했다.스피드, 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어느 하나 뒤처진 데 없었다.세 사람이 공격을 주고받는 순간 실력 차이가 현저했고, 서태양은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내를 쓰러뜨렸다.그리고 응징할 겸 각자의 다리에 검을 관통했다.“흥! 고작 이런 실력으로 우쭐거려? 제 주제도 모르고.”서태양은 장검을 비스듬히 겨누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죽기 싫으면 당장 꺼져.”“좋아! 잘했어!”승리를 거머쥔 서태양을 보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비록 나서서 싸울 용기는 없었지만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것쯤은 충분히 가능했다.“그래도 실력은 꽤 있나 보네? 어쩐지 참견하더라니.”수염 난 사내가 눈을 가늘게 뜬 채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천천히 뽑아 들고 음침한 목소리로 협박했다.“하지만 오늘 임자를 만났지. 흡혈파를 마주친 이상 살아남을 방법은 없어.”“흡혈파는 무슨, 들어보지도 못했구먼.”서태양의 표정은 기고만장했다.“하! 괜찮아. 네 피를 전부 흡수하고 나면 우리가 왜 흡혈파라고 불리는지 알 거야.”수염 난 사내가 이죽거리더니 두말없이 공격을 개시했다.그가 발을 내딛자마자 맹렬한 기세가 솟구쳤고, 손에 든 흡혈검은 핏빛을 뿜어내며 곧장 서태양을 덮쳤다.앞서 상대했던 부하들과 달리 수염 난 사내의 흡혈검은 살기로 가득했다
아름다운 얼굴은 쉽게 화를 부르는 법이다.염보혁은 남자였지만 여자보다도 더 아름다운 요염한 얼굴을 지녔다.길을 나서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도리가 없었고 지금처럼 깡패 무리와 마주할 때면 번번이 시비에 휘말리기 일쑤였다.유진우는 모른 척하며 조용히 술잔을 기울였다.“어이, 이쁜이. 저런 나약한 놈이랑 술 마셔서 뭐 하겠어? 차라리 우리랑 한잔하지, 아주 즐겁게 해줄 테니 말이야!”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사내가 염보혁의 턱을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이 손 치우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후회하게 될 테니까.”염보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어여쁜 외모 탓에 남녀를 불문하고 다가오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처럼 대놓고 희롱하는 경우는 드물었다.“오, 이쁜이가 화를 내네?”수염 난 사내는 턱을 문지르며 비웃었다.“솔직히 말해서 화난 얼굴이 더 매력적인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더욱 감탄스럽군.”그의 말에 뒤따르던 무리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유진우는 피식 웃으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눈앞의 이 사내는 제법 능숙하게 수작을 부렸다.염보혁이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셋을 센다. 그 안에 사라지지 않으면 내가 직접 손봐주지.”염보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손 본다고? 하하하!”수염 난 사내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이거 제법 앙칼진데?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위층으로 올라가서 천천히 우리를 손 봐줘, 어때?”“맞아, 맞아! 방도 넉넉하니 차례대로 너랑 놀아줄 수 있다고!”그의 동료들도 시시덕거리며 말을 보탰다.“셋.”염보혁은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도 없다는 듯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이쁜이, 괜히 버티지 말고 그냥 올라가자. 내가 아주 다정하게 대해줄 테니 말이야.”수염 난 사내는 입을 커다랗게 벌려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낄낄댔다.“둘.”염보혁은 여전히 냉랭한 표정을 유지했다.“싫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직접 안아 올라가는 수밖에.”그가 손을
유진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보혁 씨가 이렇게까지 많은 걸 알고 있을 줄은 몰랐군요. 제 생각엔 장일청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것 같은데요.”용호산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염보혁이 이렇게나 많이 알고 있다니, 이건 그가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증명하는 셈이었다.“진우 씨께서 과찬해 주시는군요. 저는 그저 사람들 사이에 끼어 듣는 걸 좋아해서 호기심에 이런저런 소문을 알아본 것뿐입니다. 사실 별다른 능력은 없어요.”염보혁은 겸손하게 웃으며 덧붙였다.“하지만 만약 진우 씨께서 무림대회에 참가하신다면 전 온 힘을 다해 진우 씨가 우승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보혁 씨,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군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전 그저 세상 구경이나 해볼 겸 참가하는 것뿐입니다. 우승 같은 건 감히 꿈도 꾸지 않아요. 애초에 제 실력으로 어떻게 그 내로라하는 강자들과 겨룰 수 있겠습니까?”“진우 씨는 너무 겸손하시군요. 저는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합니다.”염보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우 씨는 외모도 준수하고 기품 또한 비범하시죠. 멀리서 봐도 강렬한 기세가 느껴졌습니다. 비록 진우 씨의 신분은 알 수 없지만 이것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진우 씨는 절대 범상한 인물이 아닙니다!”“보혁 씨께서 저를 이렇게까지 칭찬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평범한 출신에 보잘것없는 실력을 갖췄을 뿐입니다. 아마 실망할 겁니다.”“하하, 괜찮습니다. 커다란 황금 잉어가 어찌 작은 연못에서만 머물겠습니까? 바람과 구름을 만나면 반드시 용이 되어 날아오를 것입니다. 지금 진우 씨의 명성이 미미할지라도 저는 믿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하늘 높이 날아오를 날이 올 거라고!”염보혁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그 눈빛은 절대적인 믿음을 담고 있는 듯했다.유진우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이 사람, 도대체 뭐지? 분명 오늘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