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장 전체의 모든 잡음이 사라졌다. 어찌나 조용한지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다 들릴 정도였다.바닥에 떨어진 창섭의 머리를 보며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리고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이라 뭇사람들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조금 전까지 기세등등하고 사람들을 압도하던 창섭이 유진우에게 질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게다가 그것도 단 일격에 말이다.“내...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창섭이 죽었어?”“검 한번 휘둘러서 창섭을 죽이다니. 저 녀석 대체 무슨 괴물이야?”“정말 무서운 검이야. 세간에 언제 저런 고수가 생겨났대?”침묵도 잠시 현장 전체가 다시 떠들썩해졌다.유진우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빛에 놀라움과 경악이 가득했고 저마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창섭이 세상을 뒤흔들만한 검을 휘둘렀을 때 다들 유진우가 무조건 죽을 것이라고 확신했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한가?유진우가 죽기는커녕 되레 창섭을 쉽게 처리해버렸다. 실로 놀라운 실력이 아닐 수 없다.무릎 꿇고 굴복하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던 그의 망언이 지금 전부 현실이 되었다.“어... 어떻게 이럴 수가... 저 자식 왜 저렇게 강해?”청풍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그도 믿을 수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그의 눈에 비친 유진우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명성이 자자한 혈안 창섭을 이길 거라고 어찌 상상이나 했겠는가 말이다.“저렇게 강했어?”유하와 청하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경악했다. 두 사람의 선배인 청풍마저도 창섭의 손에 패했는데 유진우는 검 한번 휘두르고 창섭을 죽였다. 유진우의 실력이 청풍보다 훨씬 강하다는 걸 뜻했다.조금 전에 그에게 범한 실례와 무시했던 것만 생각하면 유하와 청하는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거물을 못 알아보고 나댔던 건 오히려 그녀들이었다.“역시 아저씨는 대단하다니까.”황은아는 정신이 번쩍 들었고 유진우에 대한 존경심이 더욱 짙어졌다.“형부 대박. 정말 최고라니까요.”조아영
다시 도망쳐 나왔을 때는 이미 피부가 짓물러져 있었고 온몸에서 고름이 흘러나왔으며 입에서 피를 토했다.아마 오래 못 살 것 같다.“저들을 놓쳐서는 안 돼, 쫓아가!”가면을 쓴 두 명의 킬러가 조선미 일행을 추격하려 했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기도 전에 검이 휘둘리더니 그 두 사람의 머리가 잘려나갔다.“너희 상대는 나야.”유진우는 검을 손에 들고 위엄있게 맨 앞에 섰다.그 독극물들은 마치 무엇을 두려워하는 듯 가까이 다가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저 녀석을 죽여라! 선배를 위해 복수하자!”분노의 외침과 함께, 검은 옷과 가면을 쓴 킬러들이 즉시 유진우를 포위하였다.그들의 공격 수단은 무기뿐만 아니라 독극물, 심지어 환술까지 사용한다.막으려야 막을 수 없다.“오늘, 한 사람도 나갈 생각을 하지 마.”유진우는 차갑게 말하고 검을 들어 무리 속으로 쳐들어갔다.피 튀기는 전쟁이 순식간에 벌어졌다.그 시각, 화원.조선미 일행은 폭설을 무릅쓰고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새하얀 대지에 발자국들이 하나하나씩 찍혔다.“언니, 그 사람들이 쫓아오지 않은 것 같아. 우린 인제 안전해.”2,300미터를 달려 조아영은 숨을 헐떡거렸다.“선미 아가씨, 선배가 많이 다쳐서 빨리 치료해야 해요. 안전한 곳을 찾아 먼저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유하가 말했다.조선미는 고개를 돌려 청풍을 바라보았다. 안색이 창백하고 팔다리에 힘이 없는지 서 있기도 힘들어했다. 분명히 큰 부상을 입었다.“회의실로 가자. 조씨 집안의 엘리트들이 모두 거기서 회의를 해.”그녀는 곧바로 결정을 내렸다.“가요.”몇 사람이 막 출발하려고 할 때 덩치가 큰 무리의 건장한 남자들이 갑자기 꽃밭에서 걸어 나왔다.맨 앞에 있는 사람은 전의 폭도 주봉이었다.“미녀 여러분, 어디 가십니까?”주봉은 사악하게 웃으며 나쁜 마음을 품은 눈빛으로 조선미 몇 사람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주봉, 조씨 가문에 외적이 침입했는데, 너희들 어서 빨리 가서 지원해.”조선미가 외쳤다.“지원? 허허.
“개자식아, 그만해.”유하와 청하가 강제로 침범당할 것을 보고 황은아가 더는 참지 못했다.‘이 사람들은 그야말로 개, 돼지만도 못하네.’“이쁜이, 조급해하지 마. 우리가 이 두 사람과 잘 놀고 그 다음 천천히 너랑 놀아줄게.”한 무리의 건장한 남자들이 방자하게 웃으며 마치 사냥감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너희들 사람을 너무 업신여기지 마.”황은아는 화가 나서 단검을 뽑아 무리 속으로 직접 쳐들어갔다.몇 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몸에 상처가 나자 놀라 뒤로 물러났다.“감히 우리의 좋은 일을 망쳐? 오늘은 너와 먼저 자야겠어.”반응이 돌아온 후, 남자들은 부끄럽고 분한 나머지 화가 났다.칼을 빼려다가 주봉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이 녀석들아, 미녀에게 어찌 거칠게 대할 수 있어?”“이쁜이, 아저씨들이랑 놀고 싶어도 줄은 서야지?”“꺼져, 다시 가까이 오면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황은아가 외쳤다.“그렇게 화내지 마. 아저씨는 악의가 없어. 일단 칼 먼저 줘, 이런 물건은 너무 위험해서 너한테 어울리지 않아.”주봉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꺼져!”황은아는 칼을 휘둘렀다. 날카로운 칼날이 주봉의 손을 스치자 피가 났다.주봉의 미소가 굳어지고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이쁜이, 내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어. 좋은 말로 해서는 안 되겠네.”“은아야, 함부로 하지 마.”그때 황백이 갑자기 앞으로 달려가 딸 앞을 가로막고 웃는 낯으로 대했다.“제 딸이 어려서 철이 없습니다, 용서해 주세요.”“용서?”주봉은 콧방귀를 뀌었다.“영감탱이, 방금 내가 칼에 베였는데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배상, 제가 배상할게요.”황백은 주머니에서 40억짜리 수표 한 장을 더듬어 꺼내 조심스럽게 건네주었다.바로 전에 윤호가 준 배상금이다.“오, 그래도 적지 않은 액수네.”주봉은 수표를 받아 즉시 호주머니에 넣었다.“어르신, 돈은 이미 배상했으니 인제 저희 가도 되죠?”황백은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놔요.”황은아는 그를 뿌리치고 화를 냈다.“아빠가 비겁하게 죽음을 무서워하는 건 아빠 일이에요. 어쨌든 난 아빠처럼 비굴하지 않을 거예요.”그녀는 갈 수 있다 해도 조선미와 몇 사람은 또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설마 동료를 버리고 구차하게 살아가야 하는 건가?이 문제에 대해 그녀는 할 수 없었다.“은아야, 푸르고 무성한 산이 있는 한, 땔나무 걱정은 없어. 목숨부터 지키는 게 중요해.”황백이 황은아를 말렸다.“갈 거면 아빠 혼자 가요. 난 상관 하지 말고요.”황은아는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자기 아버지의 이런 비겁한 모습을 가장 경멸했다. 여태까지 무슨 일을 당해도 언제나 굽실거리고 비굴하게 굴었다. 한 번도 정정당당한 남자인 적이 없다.아버지의 나약함 때문에 그녀는 어려서부터 웃음거리가 되어 고개도 들지 못했다.그녀는 일찌감치 설령 몸이 부서져도 절대 존엄을 잃지 않겠다고 맹세했다.“은아야, 제멋대로 굴지 말고 빨리 따라와.”황백은 조금 초조해져서 딸을 강제로 끌고 가 위험에서 벗어나려고 했다.“신경 쓰지 마요. 꺼져요!”황은아는 힘껏 밀어 황백을 땅에 쓰러뜨렸다.이 모습을 본 주봉은 저도 모르게 웃었다.“이쁜이, 넌 네 아버지의 충고를 들었어야 해. 비록 너희들은 여전히 갈 수 없지만, 적어도 나는 더 재미난 구경거리를 볼 수 있었어.”그는 처음부터 두 사람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고, 순전히 가지고 놀려고만 했을 뿐이다.“난 네가 좋은 뜻을 품지 않았다는 걸 진작에 알고 있었어. 죽어!”황은아는 화가 나 칼을 들어 주봉을 찌르려고 했다. 주봉을 죽인다면 위기는 자연히 풀릴 것이다.“주제넘긴.”주봉은 고개를 가로젓고 빠르게 바로 복부를 걷어찼다.황은아는 끙끙 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서 넘어졌고 입가에 피가 흘렀다.한순간 일어서려야 일어설 수가 없었다.“이쁜이, 네가 이렇게 잘난 체하면 내가 제일 먼저 너와 잠자리를 할 거다.”주봉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황은아의 옷을 벗기려고 했
황은아와 조선미 등 몇 사람은 놀라고 화가 났다.방금 주봉이 죽을힘을 다해 힘을 쓴 게 분명했다.아무리 힘이 세고 실력이 강한 무사라도 그 자리에서 죽는데, 하물며 황백과 같은 일반인은 어떻겠는가?“영감탱이, 내 옷을 더럽히다니.”주봉은 바짓가랑이에 묻은 피를 툭툭 치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너 죽었어.”황은아는 눈을 부릅뜨고 단검을 주워 주봉에게 달려들었다.주봉은 냉소적으로 웃으며 황은아의 손목을 움켜쥐고 그녀를 땅에 눌렀다.“이쁜이, 이제 아무도 우리를 방해하는 사람이 없어. 그냥 하자.”주봉은 사악하게 웃으며 손을 뻗어 황은아의 옷을 찢었다. 그러자 하얀 피부와 함께 섹시한 몸매가 드러났다.“꺼져!”황은아는 눈시울을 붉히며 온몸의 힘을 끌어올려 주봉의 아래를 걷어찼다.“으악!”주봉은 비명을 질렀고 얼굴 전체가 일그러졌다.“시발, 감히 나를 다치게 하다니? 죽어.”그는 분노하여 바로 칼을 뽑아 황은아를 향하여 내리쳤다.단칼에 죽이려고 할 때 피투성이가 된 손이 불쑥 나타나 칼날을 움켜쥐었다.“응?”주봉은 고개를 들어 보았다.맨손으로 칼을 잡은 사람은 다름 아닌 황백이었다. 다만 지금의 황백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얼굴에 비굴함도 나약함도 두려움도 없다. 대신 냉담함과 살기가 살아있었다.“영감탱이가 아직도 죽지 않았다니?”주봉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왜, 왜 나를 강요하는 거예요?”황백은 가볍게 탄식했다. “용서할 수 있는 만큼 용서해야죠. 잘 살아가는 게 좋지 않나요?”“영감탱이가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주봉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불안해졌다.상대의 기세가 서서히 변하고 있다는 것을 그도 발견했기 때문이다.“나는 이미 너에게 기회를 줬는데, 네가 소중히 여기지 않았어. 그렇다면 나를 탓하지 마.”황백이 한 손으로 살짝 쥐자 주봉의 긴 칼이 순식간에 부서져 가루가 되었다.이와 동시에, 공포스러운 위압이 몸에서 폭발했다.쾅!순간 광풍이 불더니 눈이 펑펑 쏟아졌다. 사방의
“뭐?”갑자기 눈앞에서 터진 주봉을 보고 사람들은 아연실색했다.그 얼굴들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가득 찼다.주봉은 선천무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전에 군웅을 제압한 것이 가장 좋은 증명이다.그런데 이런 고수가 황백의 손짓 한 번에 폭발하다니.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이 사람이 정말 방금 전 겁도 많고 맞고도 반격을 하지 않는 나약한 그 남자란 말인가?“빨리, 빨리 뛰어!”잠깐 놀란 후, 건장한 남자들은 두말하지 않고 몸을 돌려 달아났다.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그 영감탱이의 실력은 그들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게 분명했다.주봉도 순식간에 살해당했는데 그들이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이럴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그러지 말았어야지.”황백은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펑, 펑, 펑...한바탕 폭음이 들렸고 도망치던 건장한 남자들이 잇따라 몸이 터졌다. 한 사람도 면하지 못했다.“어...”청풍, 유하, 청하, 조선미, 조아영은 멍해졌다. 그러나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황은아였다.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이전의 그 겁쟁이 아버지가 이렇게 대단해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정말 잘도 숨기셨네요.”멀지 않은 곳에서 막 도착한 유진우는 기세가 무서운 황백을 보고 똑같이 경악했다.그는 자신의 판단력이 좋다고 여겼지만 주변에 이런 고수가 숨어 있을 줄은 한번도 눈치채지 못했다. “아저씨? 아직도 내가 아는 그 아저씨 맞아요?”입을 연 조선미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아가씨를 놀라게 해서 죄송합니다.”황백은 고개를 약간 끄덕이고 기세를 거두더니 또다시 이전의 평범한 모습으로 돌아갔다.다만 지금 이 순간, 아무도 그를 얕잡아 볼 수 없었다.“아빠, 어떻게...”황은아는 말하려다 멈추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무지 몰랐기 때문이다.그녀는 아버지가 이렇게 강한 실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 티를 내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괴롭힘을 당해도, 다른 사람에게 개처
조군수는 주저하지 않고 급히 명령을 내렸다.“갈 필요 없어요. 그쪽은 이미 처리했어요.”그때 유진우가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흰 옷은 피로 물들었고, 몸에서 아직 살기가 흩어져 사라지지 않았다.“그럼 됐어요.”조군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진우 씨, 블랙지존의 자취는 발견했나요?”“아직이요.”유진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블랙지존이 죽지 않으면 조씨 가문의 후환이 끝이 없을 거예요. 모든 조씨 제자들은 듣거라. 다섯 명씩 짝을 지어 사방을 수색해야 한다. 반드시 잡아내도록 하라.”조군수가 낮은 목소리로 근엄있게 말했다.“찾을 필요 없어. 난 이미 왔어.”그때 갑자기 음산한 소리가 공중에서 울렸다.고개를 들어 보니 멀지 않은 정자 위에 검은 망토에 반쪽 가면을 쓴 중년 남성이 우뚝 서 있었다.남자의 몸에 독기가 감돌아 그 사방 수 미터 안의 모든 화초와 나무가 다 시들었고 생기가 없어졌다.심지어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눈마저 남자의 몸에 닿자 금세 검게 변했다.“블랙지존?”남자를 본 순간, 조씨 가문 사람들은 강한 적을 만난 듯 일제히 무기를 뽑아 들었다.요 몇 년 동안 블랙지존은 이미 조씨 가문 사람들의 트라우마가 되었다.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어 시시각각 경계해야 했다.상대방의 수단이 너무나도 괴상하기 때문이다.블랙지존은 독과 주술에 모두 능통했다. 함부로 손을 썼다간 눈에 보이지 않게 사람을 죽일 수 있다.정말 막으려야 막을 수가 없다.오늘날 사람을 실제로 직접 보니 조씨 가문 사람들은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드디어 나타났구나.”조군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얼굴빛이 굳어졌다.블랙지존의 간사하고 교활한 성격으로 본다면 절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늘 대담하게 남에게 보이는 것은 분명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허허허... 오래 끌었으니 이제 슬슬 끝을 봐야지.”블랙지존이 냉소했다.“이제 당신에게는 두 가지 선택밖에 없어. 보물을 내놓든지, 아니면 멸족되든지.”“멸족? 흥! 너 혼자만
“응?”공중에서 떨어진 조일명을 보며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막 공중으로 떠올랐을 때 조일명은 위풍당당했고 기세가 놀라웠다.상대의 능력이 블랙지존을 압도한다고 생각할 정도였는데 결과는 어떠한가?방금 얼굴을 마주치자마자 바로 맞고 쓰러졌다.정말이지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다.“일명아!”조군표는 안색이 변해 급히 다가가 사람을 일으켜 세웠다.“아버지, 방금 발이 미끄러졌어요...”조일명은 겨우 한마디를 하고 난 뒤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다.조군표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입이 고집있네.’“그까짓 능력을 가지고 감히 큰소리로 떠들다니. 너희 조씨 가문은 정말 사람이 없어?”정자 위에 앉은 블랙지존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경멸하는 눈빛이었다.“날뛰지 마. 우리가 상대해 주마!”그때, 노하여 호통치는 소리와 함께 조씨 가문의 진영에서 갑자기 아홉 명의 그림자가 나타났다.이 아홉 명의 체형은 각기 달랐다. 남자와 여자가 있었고, 기운이 유달리 강했다.사람마다 모두 무림세계 중 일류의 고수들이다.움직임 없이 서 있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강한 압박감을 준다.“블랙지존, 사실대로 말해줄게. 이 아홉 분은 우리 조씨 가문이 큰돈을 들여 모신 무도의 고수들이다. 저분들이 있으니 설령 네가 탁월한 재주가 있다 하더라도, 즉석에서 목이 잘리게 돼.”조군해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죽기 싫으면 당장 그만둬.”조군수가 입을 열었다.조씨 가문은 이번에 많은 무사들을 청했지만, 대부분은 전투력을 끌어올리기 위함이고 이목을 혼란시키는 데 사용했다.눈앞에 있는 이 아홉 명의 고수만이 진정한 필살기이다.“흥흥... 개미 아홉 마리일 뿐, 나는 닥치는 대로 죽일 수 있다.”블랙지존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경멸했다.“건방지다!”“방자하다!”아홉 명의 고수가 듣고는 분분히 꾸짖기 시작했다.그들은 모두 무림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사람들이고 혼자 싸운다 해도 블랙지존과 싸울 자신이 있다. 하물며 아홉 사람이 손을 잡았는데 말이다.“
유진우와 이청성은 원래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포니테일 여자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화살을 두 사람에게 겨누자 잠시 반응이 없었다.“그래! 저 사람들은 열몇 가지 음식이 있고 전부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아 보이잖아. 근데 우리 상에 올라온 건 전부 쓰레기야!”“당장 우리 음식도 바꿔줘! 그렇지 않으면 정말 화낼 거야!”많은 사람들이 소란을 피웠고 말하면서 식탁 위의 음식을 바닥에 힘껏 내던져 온통 엉망진창이 되었다.“죄송합니다. 저희 작은 가게 능력으로는 정말 저렇게 유명한 음식으로 바꿀 수가 없어요.”종업원이 울상을 지으며 난감해했다.“바꿀 수 없다고? 그 말은 우리가 저런 음식을 먹을 돈이 없다는 거야?”매부리코 남자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지금 사람을 차별 대우하겠다는 거야? 우리가 누군지 알아? 우리가 바로 강호에서 유명한 비설파 제자들이야. 만약 우리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이 가게는 오늘로 끝이야!”포니테일 여자가 흉악하게 소리쳤다.“오해, 모두 오해입니다.”종원은 화들짝 놀라며 설명했다.“저 유명한 음식들은 전부 손님이 직접 데려온 요리사가 요리한 겁니다. 저희는 그저 주방만 제공했을 뿐이에요.”“뭐? 요리사를 데리고 왔다고? 지금 장난쳐? 누가 요리사를 데리고 다녀?”포니테일 여자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죽음의 사막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보물을 찾으러 오는데 요리사를 곁에 두는 것이 말도 안 되었다.“정말입니다. 제가 직접 봤어요. 제가 어찌 감히 여러분을 속이겠어요.”종업원이 확신에 차서 말했다.그 말을 들은 비설파 제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더니 결국 유진우와 이청성에게 시선을 돌렸다.“이봐, 그 음식들 정말 그쪽 사람들이 만든 거야?”포니테일 여자가 앞으로 나서더니 위에서 내려다보며 물었다.“맞아요.”이청성은 고개를 끄덕였다.“밖에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직접 요리사를 데리고 왔어요.”“그래?”포니테일 여자는 식탁 위의 요리를 자세히 보고는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새우 볶음, 쏘가리구
“에취!”여관에서 막 옷을 갈아입던 유진우는 갑자기 재채기하고 속으로 ‘도대체 누가 나를 생각하는 거지?'라고 중얼거렸다.유진우는 코를 비비고 방을 나와 여관 식당에 도착했다.이 여관은 초등학교를 개조했기 때문에 식당의 면적도 작지 않았는데 대략 이삼백 제곱미터였다.백여 명이 식사하기에 넉넉했다.“여기요!”유진우가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이청성이 손을 들어 흔드는 것을 보았다.앞으로 다가가 보니 테이블 위에 이미 십여 가지 맛있는 음식이 놓여 있었다.“이 음식들은 전부 우리 주방장이 만든 거예요. 안전하고 맛도 있으니 안심하고 드세요.”이청성이 설명하자 유진우가 웃으며 말했다.“조심성이 많으시네요.”그는 사양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집 밖에 나오면 조심하는 게 맞죠. 이곳은 죽음의 사막 경계지역으로 아주 혼잡해요. 경각심을 늦추면 언제 죽을지 몰라요.”이청성은 젓가락을 집어 들고 천천히 씹으며 우아하게 먹었다.두 사람이 밥을 먹고 있을 때, 청의를 입고 보검을 든 젊은 남녀들이 갑자기 들어왔다.이 사람들은 분위기가 강하고 눈빛이 날카로우며 압박감이 넘쳤다. 옷차림을 보니 강호의 문파 제자일 것이다.그중 선두주자는 마른 체구의 매부리코 남자로, 서른이 넘은 나이에 인상이 다소 험상궂어 좋은 사람 같지 않았다.“대선배님, 이곳은 너무 낡았어요. 그리고 더러운 물건도 많은데 어떻게 여기서 식사를 하겠어요?”포니테일을 한 여자가 사방을 둘러보며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어쩔 수 없어. 이번에는 상황이 열악하니 대충 때워.”매부리코 남자가 좋은 말로 달랬다.“그래요. 온 김에 대충 먹죠 뭐. 배고파 죽겠어요.”포니테일 여자는 그나마 깨끗한 자리를 찾아 앉더니 외쳤다.“종업원! 여기에서 가장 좋은 요리로 당장 준비해!”“네!”종업원이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그리고 요리사에게 몇 가지 귀한 요리를 준비해서 먼저 내놓으라고 당부했다.그러나 포니테일 여자가 음식을 집어 한 입 먹자마자 곧바로 토했다.“퉤! 이
“전에는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달라요.”팀원들의 비웃음에 진이수는 부인하지 않았다.서로 생사를 함께한 형제자매들이라 못할 말이 없었다.“청성 아가씨는 정말 특별해요. 비록 실제로 뵌 적은 없지만 분명 절세미인인 느낌이 들어요.”체격이 우람진 한 대머리 남자가 늠름하게 말했다.“황소야, 청성 아가씨는 대장님이 마음에 두신 여자야. 분수에 넘치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난 그냥 한 말인데 왜 내가 감히 대장님 여자를 뺏는 것처럼 말해?”대머리 남자가 멋쩍게 웃었다.“대장님, 모처럼 설레는 여자를 만났으니 너무 많은 생각하지 마시고 용감하게 행동하세요. 대장님의 남성적인 매력이라면 충분할 거예요!”단발머리 여자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왠지 한발 늦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진이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아가씨 옆에 수행 경호원이 있는데 두 사람 같은 차에 타고 온 걸 보면 보통 사이가 아닌 것 같아. 난 아마 기회가 없을 거야.”전에 유진우를 겨냥한 건 질투심 때문이었다.게다가 이청성이 유진우를 옹호하는 태도를 보면 두 사람은 분명 평범한 친구 사이가 아닐 것이다.“대장님, 방법만 정확하면 넘어오지 않는 여자는 없어요.”단발머리 여자가 실눈을 뜨며 말했다.“그래?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진이수는 순간 흥미가 돋았다.“아주 간단해요. 아가씨 옆에 있는 그 경호원이 죽기만 하면 대장님에게 기회가 생기지 않겠어요?”단말 머리 여자가 놀라운 말을 하자 진이수는 안색이 굳어져서 좌우를 둘러보며 아무도 엿듣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는 목소리를 낮추었다.“은하야, 함부로 말하지 마. 행동에는 규칙이 있는 법이야. 우리는 탐험대이지 용병이 아니야.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훔치는 일은 일단 소문이 나면 앞으로 누가 우리를 찾겠어?”“저희가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하면 누가 알겠어요?”은하는 웃을 듯 말 듯 말했다.오랜 세월 강호를 누비며 서로 속고 속이며 생사를 걸고 싸웠으니
진이수의 갑작스러운 적대적 태도에 유진우는 잠시 당황하며 이해할 수 없었다. ‘나와 초면이고 아무런 악연도 없는 상황인데 왜 이렇게 나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일까?’ “진 대장님, 우리가 전에 만난 적 있나요?” 유진우는 가볍게 물으며 손을 천천히 내렸다. “만난 적 없는데요.” 진이수의 표정은 차가웠다. “그렇다면 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죠?” 유진우가 되물었다. “저는 그저 청성 씨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예요” 진이수는 여전히 단호하게 말했다. “죽음의 사막은 위험이 도사리는 곳으로서 들어간 사람 중 살아 돌아온 사람이 거의 없어요. 강한 실력과 전문적인 지식, 경험이 없다면 일반적인 사람은 하루도 살아남지 못해요. 청성 씨가 저를 고용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저는 청성 씨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죠. 그런데 당신은 전문적인 경호원이 아닌 게 분명해 보이기 때문에 당신의 능력이 의심되네요. 사막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청성 씨가 오히려 당신에게 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돼요.” 진이수의 말은 매우 직설적이고 거칠었다. “진 대장님, 청성 씨가 저를 데려온 이유가 있습니다. 당신의 역할은 단지 길을 안내하는 것뿐이에요. 위험을 피하고 그것만 잘하면 됩니다. 그 이상은 신경 쓰지 마세요. 저를 평가할 권리는 없습니다. 제가 할 일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유진우는 차분하게 답했다. 그는 성격이 온화한 편이지만 이처럼 자신을 함부로 평가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 “돈을 받는 일도 적당히 해야죠. 이건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 그렇게 대충할 수 없어요.” 진이수는 여전히 진지하게 말했다. 그의 눈빛은 이청성을 향했다. “청성 씨, 이 일과 관련된 뛰어난 경호원을 몇 명 알고 있습니다. 만약 저를 믿으신다면 그들을 데려올 수 있습니다. 물론 비용이 더 들겠지만요.” “진 대장님, 그 마음은 고맙지만 저는 유진우의 능력을 믿습니다. 그가 있기 때문에 제 안전은 문제가 없을 거예요.” 이청성은
차량은 일정한 속도로 순조롭게 달렸다. 결국, 그들은 다음 날 오전에 죽음의 사막의 가장자리 지역에 도착했다. 사막의 가장자리에는 크지 않은 마을이 하나 있었다. 약 500-600가구가 살고 있는 곳이었다. 마을에는 여관, 주유소, 마트 등이 있었다. 규모는 작지만 필요한 물건들은 다 갖추어져 있었다. 탐험대들에게 이 마을은 중요한 보급소로 위험한 순간에 생명의 은인이 되기도 한다. 사막에 들어가기 전이나 사막을 빠져나오는 이들은 모두 이 마을에 잠시 머물며 정보를 얻고 물자도 보충한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사막으로 물자를 운반하기 어려운 탓에 마을의 물가가 외부보다 몇 배나 비쌌다는 것이다. 이청성의 차량 행렬은 마을에 들어가 ‘희망의 집’이라는 이름의 여관 앞에 멈췄다. 이 여관은 원래 초등학교 건물을 개조한 곳으로 방이 아주 많아 100명 넘게 수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청성 씨, 도착했습니다.” 차량이 멈추고 한 명의 용병 옷을 입은 남자가 이청성의 차 창문을 두드렸다. 그 남자는 30대 중반의 키 큰 남자였고 황색 군복을 입고 가죽 부츠를 신고 있었다. 강한 인상의 얼굴을 지닌 그 남자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느낌을 주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진이수, 탐험대의 대장이며 죽음의 사막에 두 번 들어가 성공적으로 살아 돌아온 경험이 있는 유능한 인물이었다. 이청성은 그에게 큰돈을 주고 가이드를 맡겼다. 이번 탐험도 그가 이끌게 되었다. “진 대장님, 이곳이 바로 사막의 마을인가요?” 이청성은 차 문을 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을은 그리 크지 않았다. 대부분의 건물은 낮고 허름해 보였다. 사막의 모래바람에 오랜 세월 닳고 닳아 마을은 전반적으로 허술하고 거칠게 보였다. 하지만 ‘희망의 집’이라는 여관은 예외였다. 깨끗하고 정돈된 모습이었다. 자주 청소하는 듯했다. “맞습니다. 반경 100리 내에 이 마을 하나뿐입니다. 죽음의 사막에 가까워서 ‘사막의 마을’이라 불리죠.” 진이수는 미소 지으며 설명했다. “이
왕부에 돌아온 유진우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두 통의 편지를 썼다. 하나는 유만수의 서재에 두었고 다른 하나는 유천우의 침실에 놓았다. 이 두 통의 편지는 사실 떠나기 전에 그들에게 남기는 작별 인사였다. 유진우는 감정적인 문제를 잘 처리하지 못했다. 때로는 침묵 속에서 떠나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일 때가 있었다. 황혼이 내려앉을 무렵, 유진우는 이청성의 차에 몸을 싣고 서남의 사막으로 향했다. 서남에서 가장 거대한 사막은 ‘죽음의 사막'이라고 불린다. 이 사막은 환경이 극도로 험하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잘못 들어가면 거의 죽음을 면치 못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물론 죽음의 사막은 위험하지만 그 안에는 보물도 숨겨져 있고 금광도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수많은 탐험대가 생명을 걸고 사막에 들어가 운을 시험하려 한다. 운이 좋으면 보물을 발견해 하루아침에 부자가 될 수 있지만 운이 나쁘면 목숨을 잃고 만다. 과장하지 않고 말하자면 매년 수백 명이 보물을 찾아 사막에 들어가다가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런데도 죽음의 사막에는 끝없이 많은 탐험대가 몰려든다. ‘사람은 재물을 위해 죽고 새는 먹이를 위해 죽는다'는 말처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여전히 일확천금을 꿈꾸며 사막에 발을 들여놓는다. 이청성은 당연히 죽음의 사막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녀는 그 신비로운 오아시스를 찾기 위해 죽음의 사막에서 탐험했던 경험이 있는 전문 탐험대에게 큰돈을 지급해 길잡이를 맡겼다. 자신의 호위대와 합쳐 총 100명 이상의 인원과 30대가 넘는 차량이 함께 떠났다. 그중 절반 이상은 물자를 실은 차량이었다. 음식, 물, 나침반, 통신 장비, 응급처치 키트, 자외선 차단복, 구조 도구 등 필요한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청성은 부족함 없이 모든 물품을 준비했다. 밤이 깊어졌다. 차량 행렬은 계속해서 전진하고 있었다. 유진우는 자리에 기대어 창밖으로 달빛을 바라보며 얼굴에 어떤 감정도 드러내
점심을 먹고 난 후, 유진우는 갑자기 이청성의 전화를 받았다. 중요한 일이 있어서 상의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만날 장소는 성서의 옛 저택으로 정했다. 성서에 있는 그 오래된 집은 유진우가 이미 구매해 놓은 곳으로 주로 밀사 훈련을 위한 장소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전에 소현무에게 피해를 보았던 여자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서경의 밀사 대열에 합류했다. 그들의 큰 뜻은 다시는 자신들처럼 고통을 겪는 사람이 없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깊은 뜻에 유진우는 존경을 표했으며 그들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손도운의 훈련을 거친 그 여자들은 이제 입문 단계에 있지만 진짜 임무를 수행하려면 최소한 3년 이상의 연습이 필요했다. 유진우는 그들이 평생 임무를 수행할 일이 없기를 바랐다. 그렇다면 그것은 곧 모든 것이 평화롭다는 의미였다. 밀사들은 잠재적인 위협이 있을 때만 활동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 그들은 거의 죽을 각오로 임무를 수행한다. 30분 후, 유진우는 성서의 오래된 집에 도착해 회의실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이청성이 이미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이청성은 푸른 옷을 입고 있었다. 얼굴은 여전히 면사포와 모자로 가리고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몸매만 봐도 여전히 매우 유혹적이었다. 특히 그녀에게서 풍기는 신비롭고도 매혹적인 기운은 마치 타고난 매력처럼 사람들을 쉽게 끌어당기는 느낌을 주었다. “왔어요?” 이청성은 직접 유진우에게 차를 따라 주었다. “공주마마, 갑자기 절 찾으시다니, 무슨 일로 저를 부르신 겁니까?” 유진우는 태연하게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우리 이렇게 친해졌는데 공주마마라 부르는 게 좀 어색하지 않나요? 다른 호칭을 쓰는 건 어때요?” 이청성은 미소를 머금은 듯, 아닌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뭐라 부르면 되나요? 아가씨? 아니면 여사님?” 유진우는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에이, 그런 거 말고 그냥 청성 씨라고 불러도 되잖아요. 왜 그렇게 격식을 차려요?” 이청성은
원인은 간단했다. 유진우는 배신자를 극도로 혐오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중적인 자들은 마땅히 엄벌에 처해야 했다. 반란을 일으킨 다섯 명을 처형한 후, 그들을 따랐던 고급 장교들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처분이 내려졌다. 강등될 자는 강등되고 포섭할 자는 포섭하며 감옥에 가야 할 자들은 감옥에 보냈다. 구체적인 처분은 자발적인 배신이었는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에 따라 달라졌다. 유진우는 반란을 수습하는 동시에 홍복홍에게 유만군의 한 부대를 이끌고 보물 지도의 위치를 따라 호룡각의 보물 창고를 찾아가도록 지시했다. 모든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호룡각에도 고수들이 지키고 있었지만 대 마스터인 홍복홍 앞에서는 상대도 되지 않았다. 손쉽게 호룡각의 잔당을 소탕하고 보물 창고에 있던 모든 재물을 회수해 왔다. 사철수의 말이 사실이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보물 창고 안에는 재물이 그야말로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서경 왕부에서 동원한 수백 대의 대형 트럭과 수만 명의 인력을 총동원해야만 창고를 완전히 비울 수 있었다. 그 모든 재물의 양과 가치는 어마어마해서 가늠조차 하기 어려웠다.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이 보물만으로 서경의 향후 20년 군자금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창고 하나만으로 이 정도라면 남은 세 개의 보물 창고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나라를 사고도 남을 부가 될 것이었다. 보물을 가져온 뒤 가장 먼저 진행된 것은 바로 공로를 논하고 상을 주는 일이었다. 남방의 세 명의 제후인 회음 제후 은성종, 평양 제후 장범규, 선평 제후 주한휘는 모두 큰 공을 세운 자들이었기에 마땅한 보상을 받았다. 그들의 휘하에 있던 장군과 병사들도 저마다 공훈에 따라 상을 받았다. 모든 일이 마무리된 후 어느덧 사흘이 지나 있었다. 3일 후, 정오. 유진우가 식사하던 중 홍복홍이 갑작스레 찾아왔다. 그의 손에는 나무 상자가 들려 있었다. “세자 전하, 아뢸 일이 있습니다.” 홍복홍은 몸을 숙이며 최대한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
“됐어, 시간도 늦었으니 일찍 방에 들어가서 쉬어.”유만수는 피곤한 얼굴로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유만수가 유진우한테 왕위를 계승해 줄 생각을 했던 건 한편으로는 유진우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죄책감 때문에 조금이나마 보상을 해주고 싶어서였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유진우는 야망도 없고 많은 사람이 우러러보는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그러니 유만수도 싫다는 아들을 억지로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다.얼마 남지 않은 삶이니 이젠 두 아들이 평안하고 행복하게 지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그 외에 일은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유진우는 뭔가를 말하려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유진우는 아직 왕이 될 각오가 되어 있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은 확실히 아니었다.다른 사람들한테는 서경의 왕은 최고의 권세를 대표하고 무궁무진한 부귀영화를 대표하며 세계 정상에 서는 위풍을 대표하겠지만, 유진우한테 서경의 왕은 너무 무거운 자리였다.그 자리는 오르기만 하면 짊어져야 할 것이 너무 많고 더 이상 자기 자신보다 전체 서경, 더 나아가 천하의 백성을 생각해야 한다.유진우는 자신은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 이렇게 무거운 책임을 질 자신이 없었다. 유진우는 이번만큼은 그냥 이기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며칠 동안 유진우는 왕부에서 시간을 보냈다.반역을 평정하는 이번 일은 호룡각을 소탕하는 것을 제외하고도 처리해야 할 사소한 일이 많았다.유만수의 건강이 좋지 않아 유진우가 그를 대신하여 일을 처리했다.먼저 유태범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문제였다. 유진우는 유태범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주었다.첫째, 병권을 반납하고 서경에 머물며 매일 개를 산책시키고 말을 타고 활을 쏘며 한가로운 귀족으로서 부귀한 삶을 누린다. 단, 어떤 세력도 있어서는 안 되며 수중의 호위대도 백 명을 넘지 말아야 한다.둘째, 어느 정도의 금전을 가지고 서경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서 발전한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왕부는 절대 간섭하지 않을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