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씨 저택 연무장.10명의 중무장한 도씨 가문 고수들이 맨주먹의 젊은 남자를 둘러싸고 있었다.남자는 어깨까지 드리운 긴 머리에 외모가 준수했고 눈매는 매처럼 날카로웠다. 그리고 움직임이 어찌나 빠른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수 10명이 최선을 다해 공격을 퍼부었는데도 남자는 그저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얼굴로 뒷짐을 졌다.그보다 더 무서운 건 남자가 무거운 쇳덩이를 몸에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몸과 사지에 엄청난 무게의 쇳덩이를 차고 있었다.이 많은 쇳덩이를 지니고 있으면 일반 무사는 물론이고 본투비 레벨 고수도 움직이기 어렵다. 그런데 남자의 움직임은 깃털처럼 가벼웠고 심지어 요리조리 피하며 고수 10명을 데리고 놀았다.이 정도의 실력을 지닌 자는 도씨 가문의 최고 천재 도규현뿐이다.“도련님... 더는 안 되겠어요. 패배를 인정합니다.”30분 후, 고수 10명은 힘에 겨운 나머지 더는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나같이 땀을 뻘뻘 흘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그들은 세간에서 그래도 실력이 매우 뛰어난 고수들이지만 오늘 10명이 힘을 합쳐도 도규현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너희들 정말 점점 형편없어지는구나. 너무 식은 죽 먹기야.”도규현이 싸늘한 얼굴로 불만을 드러냈다.“도련님, 저희가 형편없는 게 아니라 도련님의 실력이 또 늘었어요.”한 사람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도련님. 2년 전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었지만 지금은 도련님이 300근에 달하는 쇳덩이를 차고 있어도 건드리지도 못하겠어요.”“도련님은 뛰어난 인재신데 우리 같은 애들은 당연히 못 건드리지.”사람들은 너도나도 한마디씩 주고받으며 도규현을 치켜세웠다.“쓸모없는 것들, 당장 꺼져!”도규현은 그들의 아부 따위 거들떠보지도 않고 호통쳤다. 그 바람에 고수 10명은 혼비백산하여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재미없어. 서울에 내 상대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선우희재밖에 없네.”도규현의 두 눈에 전의가 점점 불타올랐다.선우희재는 세간에서 활
도민향은 도전장을 그에게 건넸다.“3일 뒤에 직접 찾아오겠다고?”도전장을 열어보던 도규현이 갑자기 코웃음을 쳤다.“하하... 아무래도 내가 바깥세상에 너무 오래 나가지 않았나 봐. 개나 소나 다 덤비네?”“오빠, 이번에 꼭 저 대신 복수해줘야 해요.”도민향이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내가 제대로 혼쭐 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도규현의 두 눈에 사나움이 스쳐 지나갔다.“그리고 유진우가 나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 이 기회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경각심을 주고 우리 가문의 위세를 떨쳐야겠어.”“알겠어요.”도민향은 대답한 후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반나절도 채 되지 않아 염룡파 보스가 도규현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소문이 쫙 퍼졌다.염룡파 보스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지만 명성이 자자한 도규현은 다들 알고 있었다.하여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서울 절반이 떠들썩해졌다.도규현은 스카이 랭킹의 강자이자 사람들이 인정한 무도 천재이다. 이런 존재는 평소 한번 보기도 어려웠다. 어쩌다가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받았으니 수많은 사람이 몰려오는 건 당연했다....그날 저녁 조씨 별장.“뭐라고요? 진우 씨가 도규현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고요? 아빠, 지금 장난하시는 거 아니죠?”그 소식을 듣자마자 조선미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옆에 앉아있던 조군수는 차분하게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오늘 오후에 도씨 가문에서 직접 발표한 거니까 거짓은 아닐 거야.”“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죠? 진우 씨는 가만히 있다가 왜 도규현을 도발한대요?”조선미는 아직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진우 씨와 도씨 가문의 원한이 꽤 깊어. 아무래도 이번에 넌지시 겁을 줘서 도씨 가문을 물러서게 할 생각인가 봐.”조군수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진우 씨는 정말 너무 충동적이에요. 도규현은 뛰어난 인재라 실력을 가늠할 수 없는데 쉬운 상대일 리가 없죠. 안 되겠어요. 진우 씨가 포기하도록 설득해야겠어요.”조선미가 전화하려던 그때 조군수
그 후 며칠 동안 유진우는 계속 이현의 죽음을 조사했다.이현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고 그 죄를 유진우가 덮어쓴 상황이다. 비록 진범이 누구인지는 알아내지 못했지만 상대가 꽤 심혈을 기울여 이 판을 짰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그에게 경고를 하고 협박하기 위해서였고 또 모든 사람에게 버림받게 하기 위해서였다.보이는 창은 피하기 쉽지만 몰래 쏘는 화살은 막기 어렵다. 뒤에 몰래 숨어서 공격하는 자를 막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조사하는 동안 유진우는 이청아를 여러 번 찾아갔었지만 이청아는 그를 만나주지 않았다.진짜 범인을 찾기 전까지 두 사람 사이에는 커다란 산이 가로막고 있어 절대 만날 수 없다는 걸 유진우도 잘 알고 있었다.사흘째 되는 날 오전, 염룡 무관.유진우는 링 끝에 앉아 검은 침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검은 침은 주석으로 만들어졌고 위에 독이 묻어있었다. 그 검은 침이 피부를 뚫고 들어간다면 일반인에게는 아주 치명적이다. 이현이 갑작스럽게 죽은 원인도 바로 이것 때문이다.그러나 문제는 이 검은 침이 누구의 것이냐는 것이다.“보스...”그때 홍길수가 갑자기 검사 결과를 들고 헐레벌떡 뛰어왔다.“어떻게 됐어? 내가 시킨 건 다 했어?”유진우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보스의 분부대로 이현의 시체를 몰래 바꿔치기해서 부검을 맡겼어요. 이건 부검 결과 보고서입니다. 한번 보세요.”홍길수는 부검 결과 보고서를 두 손으로 그에게 건넸다.“역시 예상대로군.”부검 결과를 확인한 유진우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부검 결과 자연사가 아니고 살해당한 것이었다.“보스, 흉기도 손에 넣었고 부검 결과도 있으니 이젠 보스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어요.”홍길수가 웃어 보였다.“그리 간단하지 않아. 이 두 가지만으로 증명하기에는 아직 부족해.”유진우가 고개를 저었다. 증거가 있지만 범인이 없으면 여전히 이청아를 설득하지 못한다.“보스, 병원 CCTV도 찾아봤는데 이현이 입원한 그 날 밤 수상한 사람은 없었어요. 범인을 찾는 건 아무래도 힘들
“헐, 도씨 가문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왔다고?”조아영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사람들로 꽉 찬 광경에 놀라고 말았다.그래도 무사가 지키고 있어 그나마 질서유지는 되었다.“도규현 씨는 천부적인 재능이 뛰어난 것으로 이름을 날린 분이라 주목을 많이 받겠군.”조군수는 피식 웃었다.“아빠, 도규현 씨 실력이 막강한데 형부가 이길 수 있을까요?”조아영이 떠보듯 물었다.“어렵긴 해도 불가능한 건 아니지.”조군수가 대답했다.“흥! 고집이 세서 아무리 말려도 듣지를 않아요. 지면 어쩌려고 저러는지!”조선미는 일부러 관심이 없는 척했지만, 걱정스러운 마음은 숨길 수가 없었다.3일 내내 유진우를 말려보았지만 듣지를 않았다.“이기든 지든 최선을 다하면 되지. 도규현 씨한테 진다고 해도 창피한 일은 아니야.”조군수는 웃었다.사실 경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장인어른으로서 미래 사위가 될 사람을 응원해줄 수밖에 없었다.“어머! 군수 아니야! 무슨 바람이 불었기에 여기까지 왔어!”이때 정장을 입은 한 중년남성이 빙그레 웃으면서 걸어왔다.바로 도씨 가문의 족장, 즉 도규현의 아버지 도장수였다.“장수 형님, 오랜만이에요.”조군수가 웃으면서 반겼다.“군수야, 싸우는 것을 싫어한다고 알고 있는데 오늘은 무슨 일로 왔어?”도장수는 의아했다.“할 일도 없고 해서 두 딸을 데리고 구경하러 왔죠. 설마 저를 반기시지 않는 건 아니죠?”조군수는 농담을 던졌다.“무슨 말이야. 나의 영광이지. 어서 와.”도장수는 조군수 일행을 격투 무대와 마주 앉아 관람하기 좋은 위치인 동쪽으로 안내했다.자리에 앉자마자 현장이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인기척에 연무장 입구를 바라보니 한 백발의 무사가 몇몇 젊은 무사들을 데리고 위풍당당하게 입장하고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황보용명이었다!“세상에! 내가 잘 못 본 거 아니지? 맹주님께서 여기까지?”“대박! 진짜 맹주님이시잖아!”“무림 격투에까지 참석하시다니. 오늘 경기 아주 볼만하겠군!”황보용명의 등장으로 현장은 순간
약속된 경기 시간이 다가오자 유진우는 홍길수 등 몇 인을 데리고 연무장으로 들어섰다.현장을 쓱 둘러보니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제일 중심위치에는 노천 격투 무대가 놓여 있었고 주위에는 달랑 의자 몇 개만 놓여있어 대부분 사람은 서서 관람해야 했다.의자에 앉을 수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대단한 사람들이었다.특히 시야가 가장 넓은 동쪽 위치에는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었다.심지어 유진우에게 익숙한 얼굴들도 보였다.그중에는 조군수, 조선미, 조아영이 있었고 황보용명, 황보걸, 도윤진, 도민향도 있었다.그리고 낯익지만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 거물들도 보였다.시선을 돌려 격투 무대 서쪽을 바라보니 이쪽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이 바닥에서 이름난 무림고수들이었다.그중에는 황보용명 못지않게 포스가 넘쳐나는 사람들도 있었다.“평범한 경기일 뿐인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유진우는 눈빛이 어두워졌다.“도씨 가문에서 보스를 이용해서 이름을 날리려는 거 아닐까요?”홍길수는 긴장되는지 사방을 두리번거렸다.이 중에 있는 누구에게나 굽신거려야 할 정도였다.“이름을 날려?”유진우는 웃고 말았다.“누가 누구 덕에 이름을 날릴지 어떻게 알아. 나중에 도씨 가문이 제 발등을 찍을지도.”이 말을 들은 홍길수는 애써 미소를 짓더니 속으로 중얼거렸다.‘참패하지만 말아 주세요.’목숨만 구제할 수 있다면 염룡파는 다시 일어설 기회가 있다.“진우 씨, 또 보네요?”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아 뒤돌아보니 2남 2녀가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바로 주하늘, 현미리, 나동수, 정건우 4인이었다.“진우 씨는 정말 사라지지도 않고 어딜 가나 보게 되네요.”아주 불친절한 말투였다.“하! 오늘 운세를 확인 안 했더니 재수가 없네!”정건우는 바닥에 침을 뱉었다.“제가 보기 싫으면 지금 나가세요.”유진우도 가만히 있지 않고 반격했다.“나가라면 나가야 해요? 자기가 누구라도 되는 줄 아나 봐.”주하늘이 그를 째려보았다.“누구긴 누구겠어. 여자 등이나
“진우 씨, 자기 주제를 좀 파악하세요. 대단한 사람을 만났다고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 된 줄 아나 본데 당신 같은 사람은 그저 외제 차 판매원처럼 모두 자신의 차인 것마냥 잘난 척하는 사람이에요!”주하늘은 한껏 무시하는 말투였다.이처럼 가끔 분위기를 타고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는 사람이 있었다.“지금 뭐라고 하셨어요!”유진우가 화를 내기 전에 옆에 있던 홍길수가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감히 우리 보스를 모욕해? 여기가 염룡파 구역이었다면 아주 목을 따버렸을 거야!”“어머! 호위무사도 있었어요? 어디서 잘난 척이세요?”정건우는 전혀 두렵지 않은 눈치였다.유진우의 뒤를 쫓는 사람 역시 보잘것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진우 씨, 애완견 관리 좀 잘하세요. 자꾸 짖잖아요. 도씨 가문은 당신들이 이럴만한 곳이 아니에요.”나동수는 피식 웃었다.“너...”“됐어. 그만들 해.”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현미리가 나서서 수습했다.“오늘 경기 구경하러 온 거지 싸움하러 온 거 아니잖아.”“됐어. 미리를 봐서라도 이런 무례한 사람과 따지지 않는 것이 좋겠어.”나동수는 마치 아량이 넓은 사람인 척했다.유진우는 그런 그에게 대꾸하고 싶지도 않았다.이 사람들이 조선미와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뺨을 때렸을 것이다.‘마주치기만 하면 비아냥거리는 것을 어디서 배웠는지.’“얘들아, 오늘 경기 말이 나와서 말인데. 그 염룡파 새로운 보스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기에 감히 도규현 씨한테 도발했대?”주하늘이 무심하게 한마디 던졌다.“나도 그 새로운 보스라는 사람에 대해 좀 들은 거 있어.”이때 정건우는 아는 척하기 시작했다.“내가 듣기로는 젊고 실력도 좋은 서울의 신예라고 들었어. 심지어 박웅과 싸워서 이겼다고 들었어!”“뭐라고? 박웅 실력으로도 안 된다고? 그렇게 대단해?”주하늘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박웅이라 함은 이 바닥에서 이름을 널리 알린 인물이었고 칼에 찔려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사람이었다.일당백으로 누구나 제
“염룡파 새로운 보스?”나동수 일행은 그대로 얼어붙더니 홍길수와 유진우를 번갈아 보았다.처음에는 피식 웃더니 소리 내 웃기 시작했다.“하하하... 이봐요, 아저씨. 혹시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주하늘은 배를 끌어 잡고 웃었다.“진우 씨가 도규현 씨한테 도전장을 내민 염룡파 보스라고요? 아예 하늘까지 날 수 있다고 그러시지?”“어디서 굴러온 병신이래? 뭐? 서울의 신예? 그 꼴로 가당키나 해요?”정건우가 비웃었다.“감히 저희 보스님을 모욕해요? 죽고 싶어요?”홍길수는 화가 나서 옷소매를 걷어 올리더니 한판 붙을 행세를 했다.“그만해. 우물 안의 개구리인 사람들과 무슨 말을 해.”유진우는 그를 말렸다.오늘의 목표는 도규현이었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한테는 관심이 없었다.“어머! 잘난 척하기는? 자기가 뭐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고.”정건우가 비웃었다.“하하... 당신 말대로 당신이 2인자고 진우 씨가 보스가 맞다면 제가 왜 모르고 있죠?”나동수는 한껏 비웃는 표정이었다.“그러게! 동수가 염룡파 보스랑 친한 사이라고 했는데 당신들이 여기서 가짜 행세를 한다고 모를 줄 알아요? 정말 망나니와 다름없네요!”주하늘은 경멸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똑똑하지 못한 것도 모자라 허세까지 떨다니. 이런 남자는 참 무능하기도 하지.’“왜 아무 말도 못해요? 찔리나 봐요? 동수랑 따지지 못하겠나 보죠?”정건우는 여전히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진우 씨, 능력이 없으면 허세나 부리지 말고 밖에서는 가만히 있어요. 다른 사람한테 들통나면 얼마나 민망해요.”나동수가 비웃었다.“이봐요, 그 입 좀 닫아주시겠어요? 모기처럼 앵앵거리기나 하고... 정말 시끄럽네요!”유진우는 귀를 파면서 하찮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이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었다.“당신!”정건우가 반박하려고 하자 나동수가 말렸다. “됐어. 그깟 불쌍한 자존심 지켜주자고. 미쳐 날뛰기 전에.”말리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비난이었다.“흥! 당신과 같이 권력도 없고 능력도 없지만 기세등등한
하나같이 두 눈을 부릅뜨고 씩씩거리고 있었다.“누구신데 도씨 가문에 와서 행패를 부려요?”도씨 가문의 세 명의 고수는 바로 무대 위로 올라가 그 남자를 호시탐탐 노렸다.“하! 쓰레기 같은 당신들은 내가 누군지 알 필요도 없어! 빨리 도규현이나 내보내!”그는 건방지게 창으로 겨누고 있었다.“누군데 이렇게 건방져?”“대놓고 도규현한테 시비를 걸다니! 간이 부은 게 틀림없어!”“유명세를 치르려고 목숨까지 내놓네.”사람들은 무대 아래에서 건방진 이 사람을 놓고 의논하기 시작했다.“규현 도련님께 도전장을 내밀어도 좋은데 먼저 우리부터 이겨봐!”도씨 가문 고수 셋은 바로 칼을 겨눴다.“하! 죽고 싶다니 그 소원을 들어주도록 하지!”청의 차림의 남자는 창을 쥔 채 매섭게 공격을 했다.그 공격속도는 어찌나 빠른지 반응할 새도 없었다.눈 깜빡할 사이에 한 도씨 가문 고수 앞에 나타났고 그 고수는 얼굴색이 확 바뀌더니 칼로 창을 막았다.“쨍!”창끝이 칼몸에 부딪혀 그 자리에서 바로 뚫어버렸고 그 힘이 어마어마하여 고수의 복부까지 찌르고 말았다.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순간적으로 창으로 그 고수를 무대 아래로 쓸어버렸다.한 명을 제압한 청의 차림의 남자는 이대로 멈추지 않고 연속으로 창을 휘두르더니 나머지 두 고수도 무대 아래로 날려 보냈다.눈 깜빡할 사이 세 사람은 참패하여 꿈틀거릴 힘도 없었다.“대박!”이 장면을 목격한 무대 아래 분위기는 들끓기 시작했다.그 누구도 청의 차림의 남자의 실력이 이렇게 대단한 줄 몰랐던 것이다.이 세 사람 역시 도씨 가문에서 소문난 고수였고 절대 평범한 실력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일당 셋으로 이렇게 쉽게 이길 수 있다니!’‘아주 어마어마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누가 또 저랑 한판 붙으시겠어요?”청의 차림의 남자는 위풍당당하게 사방을 둘러보았다.“올라가!”아직 포기하지 않은 몇몇 도씨 가문 고수들이 바로 무대 위로 올라가더니 이번만큼은 주동적으로 공격을 가했다.하지만 청의 차림의 남자는 전혀
방금 황은아가 던진 검은 안개 폭탄은 그녀가 이전에 만든 하얀 안개보다 독성이 백 배 더 강했다.하얀 안개는 만성 독으로 중독되면 사지가 힘없이 늘어지고 의식을 잃고 쓰러지며 신속히 구출되면 살 가능성도 있다.하지만 검은 안개는 달랐다.강력한 부식성은 몇 초 만에 살아있는 사람을 피와 살이 뒤섞여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시체로 만들었다.“괴물 같은 여자네.”문관옥은 하늘에서 맴돌고 있는 황은아를 보며 이를 악물고 분노했다.독 안개 하나만으로 수백 미터를 뒤덮던 정예병들을 순식간에 몰살시켰으니 살상 능력은 그야말로 경악스러웠다.만약 황은아가 같은 폭탄을 몇 개 더 던진다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어때?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이제 좀 감이 와?”황은아는 거대한 독수리를 타고 상공에서 내려다보며 소리쳤다.“늙은이들! 상황 파악됐으면 얼른 꺼져! 아니면 폭탄 몇 개 더 던져서 여기를 너희들이 무덤으로 만들어주겠다.”그녀는 말하며 몇 개의 검은 구슬을 꺼내 흔들었다.명백한 위협이었다.지하의 병사들은 두려움에 떨며 흩어져 숨을 곳을 찾았다.하지만 이 황무지에 독 안개를 피할 만한 적당한 은신처는 없었다.피신처라 해봐야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었다.“이제 어떡하죠? 일단 철수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한 총수가 땀범벅인 상태로 달려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유장혁만 상대할 때는 병력이 많아서 밀어붙일 수 있었지만 강력한 황은아의 독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처참한 죽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직접 키운 병사들이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보기는 힘들었다.“철수?”부규환이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상부의 명령은 그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유장혁을 죽이는 것이다. 이대로 탈영병이 되려는 것이냐?”“도망가려는 것이 아닙니다! 잠시 숨어서 해독 방법을 찾은 후 임무를 수행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총수가 얼른 해명했다.“십만 대군이 어린애한테 쫓겨 도망친 일이
하늘 위에서 검은 독수리를 타고 맴돌던 황은아는 냉정한 눈빛으로 지상에 빼곡히 들어선 병사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부규환의 빠른 대처로 인해 이전에 퍼진 독 안개는 절반 정도의 병사들만 쓰러뜨리는 데 그쳤지만 그녀의 능력으로 남은 병사들도 쓰러뜨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주술교가 제일 두려워하지 않는 게 바로 인해전술이었다.“은아?”독수리를 타고 하늘을 나는 황은아를 보며 유진우는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자신에게 가장 먼저 도착한 이가 다른 누구도 아닌 제자라는 사실에 감탄이 나왔다.“아저씨! 괜찮으세요?”황은아가 멀리서 물었다.“괜찮다. 아직 버틸 수 있어.”유진우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그는 황은아에게 답하여 얼른 허리춤에서 단약 한 알을 꺼내 입에 털어 넣었다.계속된 전투로 인해 기력과 진기가 크게 소모된 상태였지만 몸에 항상 지니고 다니는 단약 덕분에 어느 정도 기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어린 계집아이가 어디서 감히 나서느냐? 정체를 밝혀라!”부규환이 고개를 들어 황은아를 바라보며 외쳤다.“내 입에서 정보를 빼내려는 거라면 헛수고야! 내가 그렇게 멍청해 보여?”황은아가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늙은이! 다시 한번 경고하지. 당장 사람들을 데리고 꺼져! 그렇지 않으면 독을 살포해 모두 황천길로 보내버릴 테니까!”“흥! 어린 것이 말은 호기롭구나! 우리가 누군지는 알고 하는 소리냐?”부규환이 차가운 얼굴로 응수했다.“네가 누구든 내 알 바 아니야! 또 지껄이면 네 입부터 독으로 봉해버릴 줄 알아!”황은아가 외쳤다.“건방진 계집이네!”부규환은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손바닥을 들어 허공을 향해 강하게 내리쳤다.웅!순식간에 금빛으로 빛나는 커다란 손바닥 모양의 기운이 허공을 가르며 황은아와 독수리를 향해 날아갔다.부규환의 공격이 황은아와 독수리에 닿기 직전 흰빛의 검기가 측면에서 날아들어 금빛 손바닥을 베어내며 폭발을 일으켰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검기과 기운이 서로 부딪히며 산산이 흩어졌다.검기를 날린 이는 다름 아
쿵! 쿵! 털썩!여 무사들이 쓰러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많은 무사가 잇따라 쓰러졌다.이 상황은 빠르게 확산하며 이제는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후방에 서 있던 가장 먼저 안개를 들이마신 병사들은 도미노처럼 차례로 쓰러지기 시작했다.열 명, 백 명, 천 명, 만 명...엄청난 수의 병사들이 중독 증상을 보이며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갔다.안개가 지나간 자리마다 마치 강풍에 낙엽이 쓸리듯 몇 분 만에 십만 대군의 절반이 쓰러졌다.“이게 무슨 일이야! 왜 뒤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쓰러지는 거지?”여덟 명의 지휘관은 곧 이상함을 감지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독이다! 안개에 독이 섞여 있어! 모두 조심해!”한 교가 외쳤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중독되어 쓰러지는 병사들의 수는 계속 늘어났고 멈출 기미가 없었다.이대로 가다가는 전군이 괴멸할 위기였다.“어서! 해독제를 복용하라!”여덟 명의 지휘관이 연신 외쳤다.의무병들이 일부 해독제를 비축하긴 했지만 십만 대군 전체를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그러나 지금은 한 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그조차도 다행인 상황이었다.“이게 무슨 일이야! 멀쩡하던 전장에 왜 갑자기 독 안개가 나타난 것이냐! 대체 누가 이런 짓을 꾸민 거지?”문관옥이 미간을 찌푸리며 사방을 두리번거렸다.하지만 현장이 워낙 혼란스러웠던 탓에 단서를 찾기 어려웠다.“설마 유장혁에게 동료가 있는 건가?”눈을 가늘게 뜬 부규환의 얼굴에 음산한 기운이 스쳤다.안개의 독성은 미미했기에 무도 고수들에게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하지만 무장한 병사들에게는 매우 치명적이었다.몇 분만 더 지나면 십만 병사 중 90%가 쓰러질 것이 분명했다.그렇게 되면 인해전술은 더 이상 펼칠 수 없을 것이다.“일어나라!”결국 부규환이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그가 몸을 떨자 금빛 광채가 전신에서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그 금빛은 마치 생명력을 가진 듯 빠르게 형태를 갖추더니 눈 깜짝할 새에 거대한 금강 형상으로 변했다.“으아아!”
진산 기슭 아래, 포효와 함성 그리고 비명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유진우는 한 자루의 검을 들고 십만 대군 속을 종횡무진하며 검 끝이 닿는 곳마다 무적의 기세를 보였다.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수십 명이 피 웅덩이 속에 쓰러졌다.그러나 유진우가 아무리 격렬히 싸우고 있다고 해도 주변의 병사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많아졌다.밀려오는 파도처럼 한 무리를 척살하면 또 다른 무리의 병사들이 덮쳐왔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병사들은 끝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십만 대군이 가만히 서서 목을 길게 빼고 죽기를 기다린다 해도 사흘 밤낮으로 베어야 할 것이다.하지만 십만 대군은 모두 정예병들이었다.갑옷을 입고 방패를 든 그들을 처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유진우의 실력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혼자서 십만 대군을 도륙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사람은 기계가 아니니 고강도의 싸움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었다.유진우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조금씩 체력이 소모됐다.단시간 내에는 눈에 띄지 않겠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피로는 서서히 누적되고 기력은 점차 소진될 것이다.결국 유진우는 병사들의 인해전술에 의해 패배할 운명이었다.“흥! 죽여라!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문관옥은 멀리서 전투를 관전하며 냉소를 지었다.어차피 죽는 건 자기 병사가 아니니 그는 조금의 안타까움도 느끼지 못했다.‘실력으로 보니 많아야 만 명 적도 죽이는 게 한계겠네.’체력이 고갈되면 유진우는 곧 도살될 양처럼 무력해질 것이다.“1년 사이에 실력이 이 정도로 향상되다니 역시 남겨두면 안 될 불씨야.”부규환이 중얼거리며 무표정한 얼굴로 유진우의 전투를 지켜보았다.유진우의 재능으로 볼 때 몇 년만 더 성장할 시간을 준다면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다.“죽여라! 다 죽여라! 전진!”여덟 명의 지휘관이 병사들을 독려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전진하도록 지시했다.상부의 명령을 받은 그들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임무를 완수해야 했다.
“죽여라!”500명의 정예병이 차량에서 뛰어내리며 앞으로 돌진했다.그때 대형 트럭의 측면 문이 열리며 빼곡히 들어있던 사람들이 드러났다.그들은 검은 전투복을 입은 채 가면을 쓰고 강철 검을 들고 있었다.하나같이 기운이 강대했는데 무도 고수가 분명했다.“돌격!”트럭 위의 가면을 쓴 남자가 장도를 휘두르자 트럭 안의 무사들은 주저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양측 병력은 곧바로 격렬한 혈투를 벌이기 시작했다.조무진의 병력이 더 많았다. 게다가 훈련도 잘되어 있어 공격과 방어가 일체화된 강력한 전력을 자랑했다.반면 가면을 쓴 암살자들은 다섯 명씩 조를 이루어 완벽한 호흡으로 협력하며 매우 맹렬하게 돌격했다.일순간 양측은 팽팽히 맞서며 승부를 가릴 수 없는 치열한 전투를 이어갔다.“진무사?”조무진은 자세히 살펴보다가 이내 단서를 발견했다.가면을 쓴 암살자들은 모두 정예 무사로 각별히 선발된 사람들이 분명했다.일반적인 무림 문파였다면 격전속에서 이토록 통일된 움직임을 보여줄 수 없었다.오직 공식적이고 엄격한 훈련을 받은 무사만이 이러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다.연경 전체에서 봤을 때, 이 정도의 실력과 동기를 가진 집단은 진무사밖에 없었다.진무사까지 출동한 것을 보니 조무진은 사태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때 500리 떨어진 한적한 산림 속.조홍연이 정예 병력 한 부대를 이끌고 산적 토벌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일부 저항이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산적들은 정예군을 보자마자 쥐가 고양이를 보듯이 산채를 버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그들은 이렇다 할 저항도 하지 않았다.조홍연은 단 한 명의 병력 손실도 없이 가볍게 임무를 완수했다.“홍연 님, 산적들은 이미 도망쳤고 저희는 무사히 산채를 점령했습니다. 현재 전리품 정리 중입니다.”조홍연의 측근 중 하나인 여자 장군 공요가 다가와 보고했다.조홍연은 산채의 나무 성벽 위에 서서 가볍게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그녀의 얼굴에서 기쁨은 찾아볼 수 없었다.“홍연 님, 왜 그
홍군림이 백준을 막아서 검을 상대하고 있을 때, 다른 한편 동방의 진산에서 백 리 떨어진 곳에서 조무진이 정예병 500명을 이끌고 급히 진산으로 향하고 있었다.상황이 갑작스럽게 발생한 탓에 병력이 많지 않았지만 이 500명은 그의 직속 친위대로 구성된 강력한 전투력의 부대였다.안에는 적지 않은 무도 고수들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만 명 규모의 일반 군사들과 맞서도 전혀 밀리지 않을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더 빨리! 더 속도를 내라! 반드시 최단 시간 안에 서하사에 도착해야 한다.”조무진은 차량에 앉아 연신 재촉하며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의 이런 반응은 함께 차량에 타고 있던 두 명의 여자 부하에게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평소 조무진은 전쟁의 신으로 불리며 세상이 무너진다 해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담담히 대응하던 사람이었다.‘그 어떤 위급한 상황에서도 냉철한 판단으로 대응해 온 그가 지금 이토록 다급한 모습을 보이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조홍연 쪽은 어떠한가? 연락이 닿았느냐?”조무진이 갑자기 물었다.“아가씨는 가문 장로들에 의해 긴급 임무에 차출되어 현재로서는 연락이 닿지 않지 않아 일단 메시지를 남겨놓았습니다. 아가씨께서 돌아오시는 대로 즉시 지원하러 올 것입니다.”한 여자 부하가 답했다.“무슨 임무? 다 헛소리야! 늙은 놈들이 일부러 방해를 놓은 게 틀림없어!”조무진이 분을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이 중요한 시점에 가장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조홍연을 멀리 차출보내는 건 조씨 가문에서 황가와의 충돌을 피하고자 유장혁이 죽는 것을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행위였다.“도련님, 유 도련님께서는 복이 많으신 분이니 분명히 무사하실 겁니다. 너무 염려 마세요.”여자 부하가 조심스럽게 위로를 건넸다.“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조무진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지금 연경성은 이미 폭풍전야다. 황권 뒤에 숨은 세력들조차 움직이기 시작했어. 내 추측이 맞다면 10년 전의 그 비극적인 사건이 다시 벌어질
그의 옷자락은 바람에 나부끼며 속세를 벗어난 듯 초탈한 기운을 뿜어냈다.보통 사람이 이 광경을 봤다면 곧바로 무릎을 꿇고 선인을 외쳤을 것이다.슉!흰옷의 검객이 열심히 목적지를 향해 가던 중 갑자기 하얀 보검 하나가 땅에서 솟구쳐 오르며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그 검은 마치 도전장을 내미는 듯했다.“누가 내 길을 막는 것이냐!”흰옷의 검객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검선 선배님의 검술이 뛰어나다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들어왔습니다. 하여 후배가 가르침을 청하러 왔습니다.”이때 웃통을 벗은 준수한 청년이 천천히 허공으로 떠올라 하얀 보검 위에 가볍게 발을 디뎠다.허공에 떠오른 청년과 검이 검선 백준과 마주 섰다.“네 놈은 누구냐?”백준이 청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후배 검종, 홍군림이라 합니다. 천 리 길을 달려와 검선 선배님께 몇 수 가르침을 청하고자 합니다.”준수한 청년 홍군림이 두 손을 모아 공손히 인사했다. 그의 태도는 비굴하지도 오만하지도 않았다.“홍군림? 검종에서 천하를 누비며 다니는 자?”백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약간 놀란 기색을 보였다.“검종에서 절세의 천재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오늘 보니 과연 소문대로네. 어린 나이에 대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니... 유장혁 그 자식보다 낫구나.”“선배님, 과찬입니다.”홍군림의 얼굴에는 일말의 동요도 없었다.“홍군림, 오늘 중요한 일이 있으니 정말 가르침을 청하려 한다면 다음 기회로 미뤄라.”백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다음을 기약하기보다 어렵게 만났으니 이번 기회에 부디 선배님께서 가르침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홍군림은 물러서지 않았다.“네 말은 일부러 날 막고 있다는 거냐? 설마 검종이 호룡각이 부리는 개가 된 것은 아니겠지?”백준의 얼굴이 서서히 차가워졌다.“제 행동은 검종과도, 호룡각과도 무관합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흥미일 뿐입니다.”홍군림은 담담히 대답했다.“저는 세 살 때부터 검을 익혀 검도의 극한에 이르렀습니다. 선배님의 검이 빠를지 제 검이 빠를지
“뭐라고?”부규환의 말에 유진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유진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유만수는 서경에 머물면서 막대한 병력을 쥐고 있을 뿐 아니라 주변에는 실력 있는 고수들이 많이 있다. 그런 사람을 상대로 너희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호룡각의 세력이 아무리 막강하다 해도 서경왕부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호룡각이 눈엣가시 같은 서경왕부의 존재를 참을 리가 없었다.호룡각이 움직이지 않았던 것은 서경왕부를 상대하기에 껄끄러웠기 때문이었다.다시 말해 유만수가 건재한 서경왕부의 세력은 절대 약화하지 않을 것이며 호룡각또한 함부로 손댈 수 없는 세력이라는 뜻이었다.그러나 부규환의 말투를 보니 지금은 상황이 이미 많이 바뀐 듯했다.“도련님, 이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부규환이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호룡각은 10년간 치밀하게 준비해 왔습니다. 언젠가 서경왕부를 제거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제 그날이 머지않았습니다.”“대체 뭘 하려고 하는 거야!”유진우가 외쳤다.“도련님,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어차피 오늘 살아서 나갈 수 없을 테니까요.”부규환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흥! 나를 죽이려고? 그렇게 쉽지는 않을 거야!”유진우가 냉정한 얼굴로 말했다.“아무리 숨겨둔 병력이 많다고 해도 나도 혼자 온 게 아니다! 지원군이 오고 있으니 누가 이길지는 두고 봐야겠지.”“도련님의 계획은 이미 호룡각에 간파되었습니다. 말씀하신 지원군은 아마 오늘 도착하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의 도련님은 저희 수중에 들어온 먹잇감에 불과합니다.”부규환이 담담하게 말했다.“하하하, 유장혁! 설마 이런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겠지?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고 실력이 강하더라도 죽음은 피할 수 없겠구나!”문관옥이 참지 못하고 조소를 터트렸다.경천 랭킹 10위에 오른 강자가 직접 나섬과 더불어 10만 외성 군의 정예병을 내세웠으니 유장혁이 아무리 숨겨둔 비장의 수가 있다고 해도 마지막 발버둥
왜 무림에는 고수들이 넘쳐나고 강자가 끊임없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공무원과 정면으로 맞서지 못했는지를 사람들은 이제야 알았다.그 이유는 실력의 차이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수십만 대군이 밀고 들어오면 설령 하늘을 찌르는 능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어떤 문파라도 관군의 정예 병력과 대적하게 되면 결국 멸망의 길을 걷게 될 뿐이다.“포위하라!”명령과 함께 10만 대군이 안팎으로 유진우와 일행을 완전히 둘러쌌다.병사들은 각자 창과 칼을 들고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으며 살기 가득한 기운이 사방을 압도했다.“나는 옥면 군신 무관옥이에요. 팔방제후는 어디 있어요?”그 순간 무관옥이 앞으로 나와 위세를 떨치기 시작했다.초품 군신의 위엄을 지닌 그는 이품 고급 장교에게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존재처럼 느껴졌다.팔방제후로 불리는 실권자들도 무관옥의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그의 질문은 대답 없이 공허하게 메아리쳤고 병사들은 오직 무표정하게 대형을 유지하며 무관옥을 무시했다.“이게 무슨 일이죠? 당신들의 고급 장교 어디 있는 거예요?”무관옥은 불만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무관옥은 30만의 백호랑을 연경으로 보낼 수 없지만, 군신으로서 어떠한 고급 장교도 그를 보고 정중하게 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군신님, 오늘 외성군의 지휘는 제가 맡고 있습니다.”그때 중앙 대열에서 하얀 옷을 입은 얼굴 창백하고 수염이 없는 노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노인의 키는 훤칠하고 체격은 마른 편이며 날카로운 음성이 다소 섬뜩하게 들렸다.“부 내관님?”부 내관을 본 순간 무관옥의 눈동자가 급격히 수축하였다. 좀 전까지 드러냈던 거만한 태도는 순식간에 사라졌다.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비록 관직은 높지 않지만, 그 지위는 매우 특별한 존재였다.그는 천자의 측근이자 대내 제1고수로 꼽히는 인물이고 경천 랭킹 10위에 오른 절정 고수 부규환이었다.“군신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 문제는 이제 제가 처리하겠습니다.”부규환은 고개를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