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군수를 구하기 위해 조선미는 그 어떤 대가도 기꺼이 치를 것이다. 누군가를 지나치게 걱정하는 지금이 바로 함정에 빠지기 가장 쉬운 때이다.유진우는 재빨리 휴대 전화를 꺼내 조선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왜요? 안 받아요? 선우 가문에서 벌써 움직였나 보네요.”연홍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명의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지금 명의님에게는 두 가지 선택밖에 없어요. 은신처에 가서 진범을 잡거나 조선미를 구하러 가거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으니 하나만 선택해요.”“어린아이나 하나만 선택하겠죠. 난 둘 다 해낼 겁니다.”유진우가 유리창을 향해 손짓하자 호위무사 팀장인 한설이 몇몇 호위무사와 함께 빠르게 다가왔다.“유진우 씨, 무슨 분부라도 있으십니까?”한설이 예의 바르게 물었다.“여기가 바로 진범의 은신처야. 당장 가서 잡아 와.”유진우는 주소를 그녀에게 건넸다.“그럼 진우 씨는요?”한설이 떠보듯이 물었다.“난 다른 데 가볼 데가 있어. 얼른 가봐.”유진우가 재촉했다.“알겠습니다.”한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명을 받들고 떠났다.그 모습에 연홍은 그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술집을 나선 후, 유진우는 조아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아영 씨, 선미 씨 지금 집에 있어요?”“언니 아까 전화 받고 호위무사들을 데리고 나갔어요. 왜요? 무슨 일로 찾아요?”조아영이 말했다.“나갔다고요? 어디 갔는데요?”유진우가 계속하여 캐물었다.“등용각인지 뭔지 거기로 간 것 같아요.”조아영이 대답했다.“선미 씨 지금 위험해요. 당장 지원 보내요.”유진우는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등용각으로 향했다....그 시각 등용각에서는 가면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대부분 돈 많은 사람들이었고 저마다 화끈하게 즐기고 있었다. 어차피 가면을 쓰고 있어 누가 누구인지 모르니 완전히 내려놓고 마음껏 놀아도 되었다.선우영채는 담배를 문 채 소파에 앉아
“뭐라고?”조선미가 눈살을 찌푸렸다.“못 들었어? 옷 벗으라고!”선우영채가 언성을 높였다.“적당히 해!”조선미의 표정도 싸늘해졌다. 모욕을 줘도 정도가 있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옷을 벗으라는 건 그야말로 말이 안 되었다.“적당히? 싫은데?”선우영채가 냉랭하게 말했다.“네 아빠가 내 손에 있는 이상 내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할 거야.”조군수를 감옥에 보낸 건 조선미를 제대로 모욕하기 위해서였다. 감히 선우 가문과 파혼하겠다고 했으니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대에게 고통을 주지 않으면 마음속의 분노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선우영채! 적당히 하라고 했다?”조선미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하하... 조선미, 너 아직 상황 파악을 못 했구나?”선우영채가 미친 듯이 웃었다.“여긴 내 구역이야. 널 죽이고 싶으면 죽이고, 살리고 싶으면 살릴 수 있어. 그러니까 지금 당장 옷 벗어!”“벗어!”“벗어!”주변에 가면을 쓴 남녀들이 흥분하며 소리를 질렀다. 대부분 마약에 취해있어 제정신이 아니었다.“말이 안 통하네. 계속 이런 식이라면 더 할 얘기도 없어.”있어봤자 시간만 낭비할 것 같아 조선미는 자리를 떠나려 했다. 상대가 그녀를 가지고 노는 게 확실했다.“거기 서! 내가 가라고 했어?”선우영채의 호통에 여자 경호원 두 명이 조선미의 앞을 가로막았다.“내가 혼자 왔을 것 같아?”조선미가 싸늘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위험할 거로 생각하여 특별히 호위무사와 동행했다. 호위무사의 실력이라면 경호원을 처리하는 건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하하... 당연히 뭔가 준비하고 올 줄 알았지. 하지만 이걸 어쩌나? 뒤에 더 있는데.”선우영채가 손뼉을 치자 엄청난 기운을 내뿜는 경호원들이 가면을 쓴 채 시체 몇 구를 질질 끌면서 성큼성큼 다가왔다.“뭐야?”자세히 살피던 조선미의 표정이 확 변했다. 바닥의 시체들이 전부 그녀와 함께 온 호위무사들이었다.“어때? 내가 준비한 서프라이즈야.”선우영채는 그녀를 마음껏 조롱했다.“호
선우영채는 이를 꽉 깨물고 욕설을 퍼부으며 조선미의 얼굴을 칼로 그었다. 한줄 한줄 인정사정이라곤 없이 계속 그었다.“으악!”조선미는 비명을 지르다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정신을 잃고 말았다. 아름다운 얼굴이 시뻘건 피로 물들었고 차마 눈 뜨고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이것도 못 버텨? 아직 다 못 즐겼는데.”선우영채가 흉악스럽게 웃었다.“옷을 전부 벗겨서 매달아 놓아.”“네.”여자 경호원 두 명은 조선미의 속옷만 남겨두고 전부 벗긴 후 무대 가운데에 매달아 놓았다.차가운 물을 머리에 확 뿌리자 정신을 잃었던 조선미는 몸을 부르르 떨며 천천히 두 눈을 떴다.“조선미, 지금까지 계속 조신한 척했잖아. 오늘 모욕을 당한 기분이 어떤지 제대로 느끼게 해줄게!”선우영채의 표정은 섬뜩하기 그지없었다.“이 사람들 봤지? 오늘 밤에 돌아가면서 널 따먹을 거야. 그리고 난 영상을 찍어서 네 남자친구에게 보낼 생각이야, 천천히 감상하게.”“너... 파렴치한 것 같으니라고!”조선미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고 두 눈에 핏발이 섰다.“하하, 마음껏 욕해.”선우영채는 싸늘하게 웃으며 무대 아래 가면을 쓴 남자들에게 말했다.“여러분, 조선미의 명성, 다 들어봤겠죠? 비록 지금 얼굴은 엉망진창이 됐지만 그래도 몸매는 여전히 끝내줘요. 집에 데려가서 마구 부려 먹을 분 있어요?”“저요!”“저요!”“젠장, 아무도 빼앗아갈 수 없어. 저 여자는 내 것이야!”무대 아래의 남자들은 서로 데려가겠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조선미의 명성을 당연히 들은 적이 있다. 평소 바라만 보던 여신을 오늘 마음껏 가지고 놀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다들 데려가겠다고 하니 가격을 높게 부른 분에게 마음껏 가지고 놀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선우영채가 사악하게 웃었다.“2억이요! 제가 먼저 가지고 놀게요!”양 가면을 쓴 남자가 손을 번쩍 들었다.“고작 2억? 전 10억이요!”소 가면을 쓴 남자도 따라서 손을 들었다.“16억이요!”“20억!”“...”가격이 끝
“멈춰!”천둥 같은 소리에 떠들썩하던 장내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화들짝 놀란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보니 누군가 허리를 곧게 펴고 살기등등하게 걸어오고 있었다.뜨겁던 분위기가 마치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싸늘해졌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몸을 파르르 떨었다.“진우 씨?”상대의 얼굴을 확인한 조선미는 구세주라도 본 것처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너였구나!”선우영채는 그를 빤히 보며 코웃음을 쳤다.“지옥에 제 발로 기어들어 왔네? 오늘 네 여자가 어떤 몹쓸 짓을 당하는지 똑똑히 지켜봐.”“너희들... 다 죽어야겠어!”만신창이가 된 모습으로 허공에 매달려있는 조선미를 본 유진우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안색이 어둡기 그지없었고 섬뜩한 살기를 내뿜었다.유진우는 분노가 치솟은 나머지 하마터면 이성을 잃을 뻔했다.“유진우, 화가 나서 미치겠지? 그런데 어쩌겠어? 네 여자가 지금 내 손에 있는데. 내가 괴롭히고 싶은 만큼 괴롭힐 거야. 저기 아까 그분, 멍하니 서 있지만 말고 얼른 가서 즐겨요. 조선미도 지금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게 안 보여요? 조선미의 남자친구 앞에서 하고 싶은 거 다 해요. 눈치 보지 말고.”선우영채는 잇몸까지 드러내며 크게 웃었고 조선미를 마음껏 조롱했다.“하하... 아주 좋아!”양 가면을 쓴 남자는 흥분하며 큰소리로 웃었다. 더는 기다릴 수 없었던 그는 두 손을 비비며 조선미에게 다가갔는데 너무 흥분한 나머지 몸까지 부들부들 떨었다.“선미 씨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뼈도 못 추리는 수가 있어.”유진우가 분노했다.“하하... 털끝뿐만이 아니라 몸 전체를 전부 만지겠다면 어쩔 건데?”양 가면을 쓴 남자는 혀를 내밀고 조선미의 다리를 핥으려 했다.“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유진우는 굳어진 얼굴로 손을 번쩍 들었다.“슈욱!”그때 은침 하나가 순식간에 날아가 양 가면을 쓴 남자의 미간을 그대로 관통했다.“으악...”양 가면을 쓴 남자는 몸을 파르르 떨다가 갑자기 굳어버리더니 이내 먼지를 풀썩
“승낭 호위의 손에 죽을 수 있는 걸 영광으로 생각해야지.”승낭 호위가 나타난 순간 사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저마다 재미난 구경을 기대하는 눈치였다.“큰일 났다!”조선미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진우 씨, 날 신경 쓰지 말고 얼른 가서 조씨 가문에 지원 요청해요.”그녀는 유진우도 어느 정도 실력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선우 가문의 승낭 호위는 전부 다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 그녀를 데리고 이곳을 빠져나간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고 생각했다.“그런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아요. 난 절대 선미 씨 혼자 두고 가지 않아요.”유진우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하지만 날 데리고 도망치기 힘들 거예요.”조선미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유진우가 위험을 무릅쓰고 목숨까지 내거는 걸 원치 않았다.“내가 언제 도망친다고 했어요?”주변을 둘러보는 유진우의 눈빛이 사뭇 날카로웠다.“오늘 밤에 난 저들을 전부 다 죽일 겁니다.”“아주 미쳐 날뛰는구나. 우리 선우 가문의 승낭 호위를 죽이겠다고? 그럴 재간이나 있어?”선우영채가 냉랭하게 웃었다. 승낭 호위는 모두 그녀의 오빠가 심혈을 기울여 뽑은 자들이다. 조씨 가문의 호위무사마저 그들의 상대가 전혀 안 되는데 하물며 촌놈은 더 말할 것도 있겠는가?“그럼 어디 한번 해보든지.”유진우의 표정은 차갑기 그지없었다.“좋아! 그렇게 죽고 싶다면 내가 그 소원 들어줄게!”선우영채가 손을 흔들었다.“봉철아, 가서 죽여버려!”“알겠습니다.”승낭 호위 팀장인 봉철은 바로 검을 뽑아 들고 유진우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조용했지만 엄청난 위압감을 내뿜고 있었다.“죽어!”공격 범위에 들어서자 봉철은 갑자기 스피드를 올려 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검이 눈이 부시게 반짝였다.“흥.”유진우는 덤덤한 얼굴로 주먹을 휘둘렀다.“쾅!”반짝이던 빛과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별다른 기교도 없는 평범한 주먹이었지만 그대로 봉철의 가슴팍을 관통했다. 피로 물든 주먹이 등까지 뚫고 나왔다. 그야말로 거칠고 깔
현장 전체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죽은 채 바닥에 누워있는 승낭 호위들을 보며 사람들은 너무도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저마다 입을 쩍 벌렸고 오금이 저릴 지경이었다.발을 한번 구르니 승낭 호위 9명이 전부 즉사했다. 이게 정녕 사람이란 말인가?“너, 너... 건방진 자식! 감히 내 승낭 호위를 죽여?”잠깐 넋을 놓았던 선우영채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노발대발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승낭 호위는 선우 가문에서 심혈을 기울여 배양한 엘리트들이다. 그런 엘리트들이 갑자기 10명이나 죽었으니 도무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승낭 호위를 전부 죽일 뿐만 아니라 너에게도 피의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유진우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뭐 하려는 거야? 경고하는데 함부로 건드리지 마!”겁에 질린 선우영채는 두어 걸음 뒷걸음질 치다가 체면이 깎이는 것 같은지 다시 멈추었다. 그러고는 가슴을 쫙 펴고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선우 가문의 딸인 그녀가 한낱 천민을 두려워할 리가 있겠는가?“네가 선미 씨에게 한 짓 두 배로 갚아줄 거야. 선미 씨 얼굴에 한 줄 그었으면 난 네 얼굴에 두 줄 그을 거다!”유진우가 매섭게 말했다.“그럴 용기나 있어?”선우영채가 두 눈을 부릅떴다.“내 뒤에는 선우 가문이 있어. 감히 내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아무도 널 구하지 못해.”“그래?”유진우는 손을 내밀어 선우영채의 목을 조르고는 그대로 들어 올렸다.“콜록콜록...”선우영채가 심하게 기침하기 시작했다. 허공에 떠 있는 두 발을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가 없었고 목을 조이고 있어 숨쉬기조차 힘겨웠다. 죽음의 공포가 점점 엄습해왔다.“이... 이거 놔... 안 그러면 아주 비참한 말로를 맞이하게 될 거야.”선우영채가 으름장을 놓았다.“진우 씨, 영채를 다치게 해서는 안 돼요.”그때 조선미가 참다못해 나서서 말렸다. 비록 선우영채가 죽도록 미웠지만 신분이 높아 함부로 할 수가 없었다. 만약 이곳에서 다치기라도 한다면 선우 가
“유진우, 한낱 이방인 주제에 네가 여기서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 없어!”조군표는 부끄럽고 분한 나머지 성을 냈다.“당신들이 선미 씨를 위해 나서지 않는다면 내가 하겠어요. 당신들은 선우 가문의 미움을 살까 두렵겠지만 난 아니라고!”유진우가 손에 힘을 주자 강철칼이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눈에는 눈, 이에는 이. 오늘 누가 사정해도 소용없어요.”말이 끝나자 유진우는 칼을 들어 선우영채의 얼굴에 하나의 깊은 핏자국을 냈다.“으악!”선우영채는 고통스러워서 비명을 질렀고 그 목소리는 처량했다.“감히!”“네 이놈, 그만두지 못해!”조군표 일행의 얼굴색이 크게 변하더니 하나둘씩 노하여 호통쳤다.하지만 유진우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다시 칼을 들어 선우영채의 얼굴에 크게 “X” 자로 흠집을 냈다. “유진우, 너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 영채 아가씨를 다치게 하면 그 누구도 너를 구해줄 수 없어!”조군표가 크게 성냈다. 그러나 유진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손에 든 칼을 계속 휘두르며 선우영채의 얼굴에 한번 또 한번 베었다.“으악! 얼굴, 내 얼굴!”선우영채는 베일 때마다 비명을 질렀고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도 동반했다. 어느 여자가 예뻐지는 것을 싫어하겠는가? 하지만 지금, 얼굴이 망가졌으니 이 꼴로 앞으로 어떻게 사람을 만날 수 있겠는가?10번 베고 나서야 유진우는 마침내 손을 멈추었다.지금 이 시각, 선우영채는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다른 사람이 봐도 머리털이 곤두설 지경이었다.“미쳤어, 저 녀석 정말 미쳤어!”“영채 아가씨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아가씨의 얼굴을 망가뜨리다니, 이 녀석 죽어도 용서받을 수 없을 거야!”유진우의 행동에 사람들은 놀라고 분노했다. 하지만 쥐를 잡고 싶어도 그릇 깰까 두려운 것처럼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짐승 같은 놈, 넌 죽었어, 너희 모두 오늘 죽었어! 감히 내 얼굴에 흠을 내다니, 난 너희 가족 모조리 죽일 것이다!
“진우 씨, 안 돼요!”“네 이놈, 하지 마!”유진우가 칼을 들자, 사람들의 얼굴색이 변하며 소리를 크게 질렀다. 그러나 유진우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단칼에 베어버렸다.“으...”선우영채의 광폭한 웃음소리가 순간 뚝 그쳤다.1초 후, 목에서 머리가 떨어져 고무공처럼 땅바닥을 몇 바퀴 구른 뒤 멈췄다.부릅뜬 두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죽을 때까지 그녀는 유진우가 정말로 사람을 죽일 줄은 몰랐다. 그것도 사람들 앞에서 말이다.선우영채의 독선적인 권세와 지위는 지금 이 순간 아무 소용이 없었다.“죽... 죽었어?”선우영채의 떨어진 머리를 보고 있던 사람들은 놀라서 간담이 서늘해지고 두피가 저렸다.선우 가문의 부잣집 딸이자 호풍장군 선우희재의 친여동생이 이렇게 살해당하다니?“망했다!”조선미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만약 유진우가 승낭호위를 죽였다면 아직 되돌릴 여지가 있지만 지금 유진우는 사람들 앞에서 선우영채를 죽였다.이 죄를 뒤집어쓸 사람이 없다.“미쳤어, 미쳤어! 저 녀석 정말 미쳤구나!”“씨발, 영채 아가씨까지 죽이다니, 정말 대담하구나!”짧은 침묵이 흐르고 이내 장내가 술렁거렸다.한사람 한사람 유진우를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미치광이를 보는 것 같았다.미치광이가 아니라면 누가 감히 대중 앞에서 선우 가문을 도발할 수 있겠는가?“화근, 저놈은 정말 화근이 따로 없구나!”조군표는 발을 동동 구르며 성을 냈다.선우영채를 상하게 한 것도 이미 죄악이 하늘에 사무치는데, 오늘날 사람을 죽이다니. 그야말로 이성을 잃고 날뛰는 짓이다!아마도 이번에는 조씨 가문도 함께 봉변당할 것이다.“짐승 같은 놈, 감히 우리 아가씨를 죽이다니, 간덩이가 부었구나!” 선우 가문의 집사는 화를 금치 못했다.선우영채의 죽음은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과 연관 있다.“자신이 죽기를 원해서 난 선우영채를 도와줬을 뿐이야.”유진우는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죽음이 코앞인데도 이렇게 날뛰다니?”선우 가문의 집사는 손을 크게 흔들며
진산 기슭 아래, 포효와 함성 그리고 비명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유진우는 한 자루의 검을 들고 십만 대군 속을 종횡무진하며 검 끝이 닿는 곳마다 무적의 기세를 보였다.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수십 명이 피 웅덩이 속에 쓰러졌다.그러나 유진우가 아무리 격렬히 싸우고 있다고 해도 주변의 병사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많아졌다.밀려오는 파도처럼 한 무리를 척살하면 또 다른 무리의 병사들이 덮쳐왔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병사들은 끝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십만 대군이 가만히 서서 목을 길게 빼고 죽기를 기다린다 해도 사흘 밤낮으로 베어야 할 것이다.하지만 십만 대군은 모두 정예병들이었다.갑옷을 입고 방패를 든 그들을 처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유진우의 실력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혼자서 십만 대군을 도륙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사람은 기계가 아니니 고강도의 싸움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었다.유진우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조금씩 체력이 소모됐다.단시간 내에는 눈에 띄지 않겠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피로는 서서히 누적되고 기력은 점차 소진될 것이다.결국 유진우는 병사들의 인해전술에 의해 패배할 운명이었다.“흥! 죽여라!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문관옥은 멀리서 전투를 관전하며 냉소를 지었다.어차피 죽는 건 자기 병사가 아니니 그는 조금의 안타까움도 느끼지 못했다.‘실력으로 보니 많아야 만 명 적도 죽이는 게 한계겠네.’체력이 고갈되면 유진우는 곧 도살될 양처럼 무력해질 것이다.“1년 사이에 실력이 이 정도로 향상되다니 역시 남겨두면 안 될 불씨야.”부규환이 중얼거리며 무표정한 얼굴로 유진우의 전투를 지켜보았다.유진우의 재능으로 볼 때 몇 년만 더 성장할 시간을 준다면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다.“죽여라! 다 죽여라! 전진!”여덟 명의 지휘관이 병사들을 독려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전진하도록 지시했다.상부의 명령을 받은 그들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임무를 완수해야 했다.
“죽여라!”500명의 정예병이 차량에서 뛰어내리며 앞으로 돌진했다.그때 대형 트럭의 측면 문이 열리며 빼곡히 들어있던 사람들이 드러났다.그들은 검은 전투복을 입은 채 가면을 쓰고 강철 검을 들고 있었다.하나같이 기운이 강대했는데 무도 고수가 분명했다.“돌격!”트럭 위의 가면을 쓴 남자가 장도를 휘두르자 트럭 안의 무사들은 주저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양측 병력은 곧바로 격렬한 혈투를 벌이기 시작했다.조무진의 병력이 더 많았다. 게다가 훈련도 잘되어 있어 공격과 방어가 일체화된 강력한 전력을 자랑했다.반면 가면을 쓴 암살자들은 다섯 명씩 조를 이루어 완벽한 호흡으로 협력하며 매우 맹렬하게 돌격했다.일순간 양측은 팽팽히 맞서며 승부를 가릴 수 없는 치열한 전투를 이어갔다.“진무사?”조무진은 자세히 살펴보다가 이내 단서를 발견했다.가면을 쓴 암살자들은 모두 정예 무사로 각별히 선발된 사람들이 분명했다.일반적인 무림 문파였다면 격전속에서 이토록 통일된 움직임을 보여줄 수 없었다.오직 공식적이고 엄격한 훈련을 받은 무사만이 이러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다.연경 전체에서 봤을 때, 이 정도의 실력과 동기를 가진 집단은 진무사밖에 없었다.진무사까지 출동한 것을 보니 조무진은 사태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때 500리 떨어진 한적한 산림 속.조홍연이 정예 병력 한 부대를 이끌고 산적 토벌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일부 저항이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산적들은 정예군을 보자마자 쥐가 고양이를 보듯이 산채를 버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그들은 이렇다 할 저항도 하지 않았다.조홍연은 단 한 명의 병력 손실도 없이 가볍게 임무를 완수했다.“홍연 님, 산적들은 이미 도망쳤고 저희는 무사히 산채를 점령했습니다. 현재 전리품 정리 중입니다.”조홍연의 측근 중 하나인 여자 장군 공요가 다가와 보고했다.조홍연은 산채의 나무 성벽 위에 서서 가볍게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그녀의 얼굴에서 기쁨은 찾아볼 수 없었다.“홍연 님, 왜 그
홍군림이 백준을 막아서 검을 상대하고 있을 때, 다른 한편 동방의 진산에서 백 리 떨어진 곳에서 조무진이 정예병 500명을 이끌고 급히 진산으로 향하고 있었다.상황이 갑작스럽게 발생한 탓에 병력이 많지 않았지만 이 500명은 그의 직속 친위대로 구성된 강력한 전투력의 부대였다.안에는 적지 않은 무도 고수들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만 명 규모의 일반 군사들과 맞서도 전혀 밀리지 않을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더 빨리! 더 속도를 내라! 반드시 최단 시간 안에 서하사에 도착해야 한다.”조무진은 차량에 앉아 연신 재촉하며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의 이런 반응은 함께 차량에 타고 있던 두 명의 여자 부하에게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평소 조무진은 전쟁의 신으로 불리며 세상이 무너진다 해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담담히 대응하던 사람이었다.‘그 어떤 위급한 상황에서도 냉철한 판단으로 대응해 온 그가 지금 이토록 다급한 모습을 보이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조홍연 쪽은 어떠한가? 연락이 닿았느냐?”조무진이 갑자기 물었다.“아가씨는 가문 장로들에 의해 긴급 임무에 차출되어 현재로서는 연락이 닿지 않지 않아 일단 메시지를 남겨놓았습니다. 아가씨께서 돌아오시는 대로 즉시 지원하러 올 것입니다.”한 여자 부하가 답했다.“무슨 임무? 다 헛소리야! 늙은 놈들이 일부러 방해를 놓은 게 틀림없어!”조무진이 분을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이 중요한 시점에 가장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조홍연을 멀리 차출보내는 건 조씨 가문에서 황가와의 충돌을 피하고자 유장혁이 죽는 것을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행위였다.“도련님, 유 도련님께서는 복이 많으신 분이니 분명히 무사하실 겁니다. 너무 염려 마세요.”여자 부하가 조심스럽게 위로를 건넸다.“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조무진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지금 연경성은 이미 폭풍전야다. 황권 뒤에 숨은 세력들조차 움직이기 시작했어. 내 추측이 맞다면 10년 전의 그 비극적인 사건이 다시 벌어질
그의 옷자락은 바람에 나부끼며 속세를 벗어난 듯 초탈한 기운을 뿜어냈다.보통 사람이 이 광경을 봤다면 곧바로 무릎을 꿇고 선인을 외쳤을 것이다.슉!흰옷의 검객이 열심히 목적지를 향해 가던 중 갑자기 하얀 보검 하나가 땅에서 솟구쳐 오르며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그 검은 마치 도전장을 내미는 듯했다.“누가 내 길을 막는 것이냐!”흰옷의 검객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검선 선배님의 검술이 뛰어나다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들어왔습니다. 하여 후배가 가르침을 청하러 왔습니다.”이때 웃통을 벗은 준수한 청년이 천천히 허공으로 떠올라 하얀 보검 위에 가볍게 발을 디뎠다.허공에 떠오른 청년과 검이 검선 백준과 마주 섰다.“네 놈은 누구냐?”백준이 청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후배 검종, 홍군림이라 합니다. 천 리 길을 달려와 검선 선배님께 몇 수 가르침을 청하고자 합니다.”준수한 청년 홍군림이 두 손을 모아 공손히 인사했다. 그의 태도는 비굴하지도 오만하지도 않았다.“홍군림? 검종에서 천하를 누비며 다니는 자?”백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약간 놀란 기색을 보였다.“검종에서 절세의 천재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오늘 보니 과연 소문대로네. 어린 나이에 대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니... 유장혁 그 자식보다 낫구나.”“선배님, 과찬입니다.”홍군림의 얼굴에는 일말의 동요도 없었다.“홍군림, 오늘 중요한 일이 있으니 정말 가르침을 청하려 한다면 다음 기회로 미뤄라.”백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다음을 기약하기보다 어렵게 만났으니 이번 기회에 부디 선배님께서 가르침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홍군림은 물러서지 않았다.“네 말은 일부러 날 막고 있다는 거냐? 설마 검종이 호룡각이 부리는 개가 된 것은 아니겠지?”백준의 얼굴이 서서히 차가워졌다.“제 행동은 검종과도, 호룡각과도 무관합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흥미일 뿐입니다.”홍군림은 담담히 대답했다.“저는 세 살 때부터 검을 익혀 검도의 극한에 이르렀습니다. 선배님의 검이 빠를지 제 검이 빠를지
“뭐라고?”부규환의 말에 유진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유진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유만수는 서경에 머물면서 막대한 병력을 쥐고 있을 뿐 아니라 주변에는 실력 있는 고수들이 많이 있다. 그런 사람을 상대로 너희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호룡각의 세력이 아무리 막강하다 해도 서경왕부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호룡각이 눈엣가시 같은 서경왕부의 존재를 참을 리가 없었다.호룡각이 움직이지 않았던 것은 서경왕부를 상대하기에 껄끄러웠기 때문이었다.다시 말해 유만수가 건재한 서경왕부의 세력은 절대 약화하지 않을 것이며 호룡각또한 함부로 손댈 수 없는 세력이라는 뜻이었다.그러나 부규환의 말투를 보니 지금은 상황이 이미 많이 바뀐 듯했다.“도련님, 이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부규환이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호룡각은 10년간 치밀하게 준비해 왔습니다. 언젠가 서경왕부를 제거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제 그날이 머지않았습니다.”“대체 뭘 하려고 하는 거야!”유진우가 외쳤다.“도련님,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어차피 오늘 살아서 나갈 수 없을 테니까요.”부규환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흥! 나를 죽이려고? 그렇게 쉽지는 않을 거야!”유진우가 냉정한 얼굴로 말했다.“아무리 숨겨둔 병력이 많다고 해도 나도 혼자 온 게 아니다! 지원군이 오고 있으니 누가 이길지는 두고 봐야겠지.”“도련님의 계획은 이미 호룡각에 간파되었습니다. 말씀하신 지원군은 아마 오늘 도착하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의 도련님은 저희 수중에 들어온 먹잇감에 불과합니다.”부규환이 담담하게 말했다.“하하하, 유장혁! 설마 이런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겠지?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고 실력이 강하더라도 죽음은 피할 수 없겠구나!”문관옥이 참지 못하고 조소를 터트렸다.경천 랭킹 10위에 오른 강자가 직접 나섬과 더불어 10만 외성 군의 정예병을 내세웠으니 유장혁이 아무리 숨겨둔 비장의 수가 있다고 해도 마지막 발버둥
왜 무림에는 고수들이 넘쳐나고 강자가 끊임없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공무원과 정면으로 맞서지 못했는지를 사람들은 이제야 알았다.그 이유는 실력의 차이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수십만 대군이 밀고 들어오면 설령 하늘을 찌르는 능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어떤 문파라도 관군의 정예 병력과 대적하게 되면 결국 멸망의 길을 걷게 될 뿐이다.“포위하라!”명령과 함께 10만 대군이 안팎으로 유진우와 일행을 완전히 둘러쌌다.병사들은 각자 창과 칼을 들고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으며 살기 가득한 기운이 사방을 압도했다.“나는 옥면 군신 무관옥이에요. 팔방제후는 어디 있어요?”그 순간 무관옥이 앞으로 나와 위세를 떨치기 시작했다.초품 군신의 위엄을 지닌 그는 이품 고급 장교에게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존재처럼 느껴졌다.팔방제후로 불리는 실권자들도 무관옥의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그의 질문은 대답 없이 공허하게 메아리쳤고 병사들은 오직 무표정하게 대형을 유지하며 무관옥을 무시했다.“이게 무슨 일이죠? 당신들의 고급 장교 어디 있는 거예요?”무관옥은 불만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무관옥은 30만의 백호랑을 연경으로 보낼 수 없지만, 군신으로서 어떠한 고급 장교도 그를 보고 정중하게 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군신님, 오늘 외성군의 지휘는 제가 맡고 있습니다.”그때 중앙 대열에서 하얀 옷을 입은 얼굴 창백하고 수염이 없는 노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노인의 키는 훤칠하고 체격은 마른 편이며 날카로운 음성이 다소 섬뜩하게 들렸다.“부 내관님?”부 내관을 본 순간 무관옥의 눈동자가 급격히 수축하였다. 좀 전까지 드러냈던 거만한 태도는 순식간에 사라졌다.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비록 관직은 높지 않지만, 그 지위는 매우 특별한 존재였다.그는 천자의 측근이자 대내 제1고수로 꼽히는 인물이고 경천 랭킹 10위에 오른 절정 고수 부규환이었다.“군신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 문제는 이제 제가 처리하겠습니다.”부규환은 고개를 살
문관옥이 어찌 할 바를 몰라 할 때 발밑의 땅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그와 함께 약간의 ‘쿵쿵’ 소리가 들려왔다.“뭐야? 지진이 난 건가?”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무관옥이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자 후방의 산림 속에서 언제부터인가 수천, 수만의 병마들이 나타나 있었다.눈길이 닿는 곳마다 빽빽하게 가득 찬 병마들로 산과 들이 전부 뒤덮여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 거대한 병력은 하나로 합쳐진 단일 부대가 아니었다.오히려 여덟 개의 정예 부대가 각기 다른 방향에서 몰려들고 있었다.땅의 진동은 바로 이 여덟 부대가 달려오며 만들어낸 소리였다.“저거 봐요! 저게 뭐예요?”“맙소사! 엄청난 규모잖아요! 산 전체가 덮일 것 같아요!”“저기 깃발을 봐요. 우리 지원군인 것 같아요!”“뭐라고요? 지원군이 왔다고요? 정말 잘됐어요!”사람들은 상황을 자세히 살핀 뒤 크게 기뻐하며 외쳤다.너무나 강력한 힘을 지닌 유장혁을 그들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더 많은 병력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했으며 그들이 바라던 대로 엄청난 지원군이 도착한 것이다.사람을 압도하는 수적 우위로 유장혁을 포위하거나 아니면 절대 강자가 나서서 그를 제압해야만 했다.현재 이곳에 도착한 방대한 군력은 무려 10만에 달했다. 사람마다 한 개 기술을 써도 유장혁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팔방제후에요! 팔방제후의 병력이 도착했어요!”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무관옥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연경에는 세 개의 주요 군사력이 존재한다. 첫째는 치안을 유지하는 성위군 둘째는 자금성 안에서 황족을 보호하는 금위군이다.그리고 셋째가 바로 외성에서 제8대 총수가 지휘하는 특수 군대인데 이는 연경의 안전을 지키고 반란이나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대이다.팔방 제후라고 불리는 이 총수는 높은 관직이 아니지만, 실제 권력은 거의 제1제후와 맞먹는다.그래서 이들은 종종 ‘팔방제후’라는 존칭으로 불리며 고위 관료들도 이들에게 함부로
“으윽!”전신 법상이 산산조각 난 순간 한비영은 마치 심각한 타격을 입은 듯 입에서 피를 쏟아냈다.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몸은 힘이 빠진 듯 휘청거렸다. 마치 기운을 전부 뺏긴 것 같은 모습이었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내가...내가 졌다고?”한비영은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그는 늘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있었고 어떤 천재가 나타나더라도 그 앞에서는 빛을 잃었다.자신이 무적이라 믿었고 누구도 자신의 적수가 될 수 없으리라 자부했다.그러나 오늘 한비영은 아주 처참하게 패배했다.천신사상결의 모든 기술을 남김없이 펼쳤지만, 결국 상대를 넘지 못했다.반면 유장혁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매 순간 정면으로 맞섰다.이번 싸움은 오직 절대적인 힘과 기술의 대결이었고 속임수 같은 건 없었다.결과적으로 한비영이 졌고 유장혁은 강력한 실력으로 천신사상결을 완전히 깨부수며 자신의 불패 신화를 끝장냈다.한비영은 자신이 졌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맙소사! 유장혁이 이겼다고요? 유장혁이 한비영을 이겼다고?”“천신사상결을 막아낸 사람이 있다니 이건 기적이에요!”“이게 바로 전설 속의 천재인가? 정말 두렵군요!”“...”유장혁이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을 보며 주변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유장혁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경악했다.한비영마저 이길 수 없다면 이들 중 유장혁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젠장! 천하회의 도련님이라는 사람인데 이런 망신을 당하다니!”문관옥은 얼굴이 어두워지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문관옥은 한비영과 유장혁이 서로 치명적인 상처 입기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한비영은 이미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유장혁은 멀쩡한 상태였다.유장혁이 얼마나 숨겨온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천신사상결은 정말 대단한 기술이에요. 도련님께서 대 마스터 경지에 도달했다면 나는 이 기술을 막지 못했을지도 몰라요.”유장혁은 담담히 말
“왔다! 드디어 천신사상결의 최강 필살기가 나왔어요!”“전설에 따르면 전신의 분노를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죠. 오늘 우리가 그것을 직접 볼 줄은 몰랐어요!”“천신사상결에 의해 죽는다면 그 또한 유장혁의 명성에 어울리는 최후가 될 것 같아요.”“...”공중에 떠올라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낸 한비영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두려움과 경외심에 휩싸였다.천신사상결은 천하회의 종주가 세상에 이름을 알린 필살기로 무림의 5대 필살기 중 하나로 꼽힌다.사람들은 그저 소문으로만 들어왔을 뿐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조금 전 보여준 세 가지 기술만으로도 이미 천지개벽할 정도였는데 이제 마지막 기술이 펼쳐질 순간이었다.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 아무도 가늠할 수 없었다.“전신의 분노!”공중에 떠 있는 한비영이 갑자기 포효했다.순간 한비영의 몸에서 전신 법상이 폭발적으로 나타났고 순식간에 키가 30미터가 넘는 거대한 거인으로 변했다.유진우는 그 발끝에서 마치 개미처럼 보잘것없어 보였다.마치 발을 한 번 내디디기만 해도 간단히 짓밟힐 것처럼 보였다.“검법 파장술!”한비영은 천천히 손을 들어 던지는 자세를 취하더니 거칠게 손을 아래로 내리눌렀다.그의 머리 위 거대한 법상 역시 똑같은 동작을 취했지만, 그 손에는 푸른 번개로 뒤덮인 거대한 창이 들려 있었다!“쿵!”번개 창은 마치 미사일처럼 유진우를 향해 내리꽂혔다.순식간에 천지가 뒤바뀌고 공간이 뒤틀렸다.극에 달한 공포스러운 위압감이 순식간에 온 사방을 덮쳤다.마치 하늘에서 신이 벌을 내려주듯 사람들을 공포와 전율로 몰아넣었다.번개 창이 가까이 다가오기도 전에 그 강력한 힘은 이미 대지를 붕괴시키고 바위를 산산조각 냈다. 백 미터 이내에 있던 풀과 나무는 모두 먼지로 변했다.멀리서 지켜보던 무사들은 겁에 질려 연신 뒤로 물러나며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강린!”번개 창이 내려오는 순간 유진우의 몸에 새겨진 강린 문신이 갑자기 빛을 발했다.검은 불빛이 그의 몸에서 터져 나와 거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