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우, 한낱 이방인 주제에 네가 여기서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 없어!”조군표는 부끄럽고 분한 나머지 성을 냈다.“당신들이 선미 씨를 위해 나서지 않는다면 내가 하겠어요. 당신들은 선우 가문의 미움을 살까 두렵겠지만 난 아니라고!”유진우가 손에 힘을 주자 강철칼이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눈에는 눈, 이에는 이. 오늘 누가 사정해도 소용없어요.”말이 끝나자 유진우는 칼을 들어 선우영채의 얼굴에 하나의 깊은 핏자국을 냈다.“으악!”선우영채는 고통스러워서 비명을 질렀고 그 목소리는 처량했다.“감히!”“네 이놈, 그만두지 못해!”조군표 일행의 얼굴색이 크게 변하더니 하나둘씩 노하여 호통쳤다.하지만 유진우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다시 칼을 들어 선우영채의 얼굴에 크게 “X” 자로 흠집을 냈다. “유진우, 너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 영채 아가씨를 다치게 하면 그 누구도 너를 구해줄 수 없어!”조군표가 크게 성냈다. 그러나 유진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손에 든 칼을 계속 휘두르며 선우영채의 얼굴에 한번 또 한번 베었다.“으악! 얼굴, 내 얼굴!”선우영채는 베일 때마다 비명을 질렀고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도 동반했다. 어느 여자가 예뻐지는 것을 싫어하겠는가? 하지만 지금, 얼굴이 망가졌으니 이 꼴로 앞으로 어떻게 사람을 만날 수 있겠는가?10번 베고 나서야 유진우는 마침내 손을 멈추었다.지금 이 시각, 선우영채는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다른 사람이 봐도 머리털이 곤두설 지경이었다.“미쳤어, 저 녀석 정말 미쳤어!”“영채 아가씨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아가씨의 얼굴을 망가뜨리다니, 이 녀석 죽어도 용서받을 수 없을 거야!”유진우의 행동에 사람들은 놀라고 분노했다. 하지만 쥐를 잡고 싶어도 그릇 깰까 두려운 것처럼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짐승 같은 놈, 넌 죽었어, 너희 모두 오늘 죽었어! 감히 내 얼굴에 흠을 내다니, 난 너희 가족 모조리 죽일 것이다!
“진우 씨, 안 돼요!”“네 이놈, 하지 마!”유진우가 칼을 들자, 사람들의 얼굴색이 변하며 소리를 크게 질렀다. 그러나 유진우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단칼에 베어버렸다.“으...”선우영채의 광폭한 웃음소리가 순간 뚝 그쳤다.1초 후, 목에서 머리가 떨어져 고무공처럼 땅바닥을 몇 바퀴 구른 뒤 멈췄다.부릅뜬 두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죽을 때까지 그녀는 유진우가 정말로 사람을 죽일 줄은 몰랐다. 그것도 사람들 앞에서 말이다.선우영채의 독선적인 권세와 지위는 지금 이 순간 아무 소용이 없었다.“죽... 죽었어?”선우영채의 떨어진 머리를 보고 있던 사람들은 놀라서 간담이 서늘해지고 두피가 저렸다.선우 가문의 부잣집 딸이자 호풍장군 선우희재의 친여동생이 이렇게 살해당하다니?“망했다!”조선미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만약 유진우가 승낭호위를 죽였다면 아직 되돌릴 여지가 있지만 지금 유진우는 사람들 앞에서 선우영채를 죽였다.이 죄를 뒤집어쓸 사람이 없다.“미쳤어, 미쳤어! 저 녀석 정말 미쳤구나!”“씨발, 영채 아가씨까지 죽이다니, 정말 대담하구나!”짧은 침묵이 흐르고 이내 장내가 술렁거렸다.한사람 한사람 유진우를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미치광이를 보는 것 같았다.미치광이가 아니라면 누가 감히 대중 앞에서 선우 가문을 도발할 수 있겠는가?“화근, 저놈은 정말 화근이 따로 없구나!”조군표는 발을 동동 구르며 성을 냈다.선우영채를 상하게 한 것도 이미 죄악이 하늘에 사무치는데, 오늘날 사람을 죽이다니. 그야말로 이성을 잃고 날뛰는 짓이다!아마도 이번에는 조씨 가문도 함께 봉변당할 것이다.“짐승 같은 놈, 감히 우리 아가씨를 죽이다니, 간덩이가 부었구나!” 선우 가문의 집사는 화를 금치 못했다.선우영채의 죽음은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과 연관 있다.“자신이 죽기를 원해서 난 선우영채를 도와줬을 뿐이야.”유진우는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죽음이 코앞인데도 이렇게 날뛰다니?”선우 가문의 집사는 손을 크게 흔들며
10분 뒤 싸움이 마침내 끝났다.염룡파 제자들이 수십 명 희생한 대가로 선우 가문의 엘리트들을 전멸시켰다.“보스, 보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모두 해치웠습니다.”홍길수는 몇 명을 데리고 허둥지둥 유진우 앞으로 달려가 말했다.“좋아, 수고했어.”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아닙니다, 보스를 도와드릴 수 있어 영광입니다.”홍길수가 웃으며 말했다.“흔적이 남지 않도록 현장을 잘 정리해.”유진우가 명령했다.“문제없습니다!”홍길수가 소리쳤다. “얘들아, 처리하자.”말이 끝나자 홍길수는 사람을 데리고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당신이 염룡파 보스라고요?”조선미는 의아해하다가 이내 눈썹을 찡그렸다.“그러나 염룡파만으로는 선우 가문과 대적할 수 없어요. 우리 이번에 진짜 어려움에 닥쳤어요.”“비록 선우 가문이 세력이 크지만,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어요. 누군가는 선우 가문과 동등하게 맞설 수 있어요.”유진우는 개의치 않게 말했다.“그렇게 쉽지 않아요. 온 남성을 본다 해도 선우 가문과 대립할 수 있는 가문은 남궁가문과 황보가문뿐이에요.”조선미는 한숨을 쉬었다. “진우 씨, 너무 충동적이었어요. 선우영채를 죽였으니 번거로운 일이 계속 생길 거예요.”“내가 죽이지 않더라도 선우영채는 분명 우리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에요. 그렇다면 차라리 죽이는 게 나아요.”유진우는 개의치 않게 말했다.이왕 미움을 산 거 단단히 미움을 사는 게 낫다.“그런데...”조선미는 우물쭈물하며 말하지 못했다.“됐어요, 선우 가문의 일은 그만 생각해요. 선미 씨 상처가 더 중요하니, 즉시 나와 함께 가서 치료해요.”유진우는 다짜고짜 조선미를 번쩍 안아 들고는 한 걸음씩 밖으로 나갔다.비록 은침이 피를 멈추게 했지만, 그 흉악한 상처에 약을 발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흉터가 생기기 쉽다.“유진우, 거기 서!”조군표는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이렇게 큰 사고를 치고 설마 그냥 가려고?” “걱정 마세요. 제가 한 일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여러
그 시각 선우 집안의 저택 안.선우희재는 서재에 틀어박혀 혼자 모래판에서 시뮬레이션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 무엇을 하든 모두 일등이었다. 설령 모래판에서 시뮬레이션해도 적수를 만나기 어렵다. 상대가 없으니 선우희재는 스스로 자신과 싸운다.“도련님, 큰일 났어요!”갑자기 집사 한 명이 당황한 기색으로 서재로 뛰어들었다.“나가.”선우희재는 뒤로 돌아보지도 않고 차갑게 두 글자만 내뱉었다.“그게...”집사가 막 설명하려다가 선우희재의 차가운 태도에 놀라 즉시 말을 삼키고 얌전히 문 앞에 서서 조용히 기다렸다.한참 후, 시뮬레이션이 끝나자 선우희재는 비로소 담담하게 물었다.“무슨 일이야?”“도련님, 방금 소식을 받았는데 영채 아가씨께서 살해당했습니다!”집사가 울상을 지었다.“살해?”선우희재는 얼굴을 찡그렸다.“영채 아가씨가 도련님을 위해 분풀이를 해주려고 조선미를 혼내려 일부러 판을 짰습니다...”집사는 감히 숨기지 못하고 일의 경과를 간단히 말했다.“바보 같은 놈, 누가 걔더러 마음대로 하라고 했어?”말을 듣고 난 후 선우희재는 자기도 모르게 냉랭하게 콧소리를 냈다.“네?”집사는 어리둥절해하며 약간 놀랐다.‘친동생이 죽임을 당했는데 이럴 때는 노발대발하며 진범을 찾아 복수해야 하지 않아? 왜 우리 도련님은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거지? 심지어 영채 아가씨가 너무 어리석다고 탓까지 하다니. 이건 너무 냉담하지 않아?’“도련님, 영채 아가씨는 조선미가 파혼한 일로 도련님을 대신해서 나서려다 간사한 자에게 당한 것입니다.”집사가 낯가죽이 두껍게 말했다.“내 일에 왜 영채가 끼어들어야 하지?”선우희재는 무덤덤한 얼굴이었다.집사는 입을 뻐끔거리고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우리 도련님의 감정이 점점 메말라가네.’“누가 죽였어?”선우희재가 불쑥 물었다.“유진우라는 놈입니다.”집사가 급히 대답했다.“유진우?”선우희재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조선미 옆에 있는 그 기생오라비?”“바로 그 사람입니
...한편, 조씨 별장 안.“자, 됐어요. 약을 발랐으니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유진우는 조심스럽게 조선미를 위해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았다. 상처가 깊은 편은 아니었지만 위치가 좀 민감했다.“내 얼굴에 흉터가 남지 않을까요?”조선미는 거울을 들고 이리저리 살피며 걱정했다.“왜요? 내 의술을 못 믿겠어요?”유진우는 일부러 언짢게 굴었다.“흉터가 남아서 안 예쁘면 어쩌나 걱정했을 뿐이에요. 진우 씨는 내가 싫어져요?”조선미는 진지한 표정이었다.“바보.”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약속할게요, 선미 씨의 얼굴에는 어떤 흉터도 없을 거예요. 만약 만에 하나 정말 흉터가 있더라도, 제 눈에는 여전히 아름다워요.”“흥, 잘 달래줄 줄 아네요.”조선미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겨우 한숨을 돌렸다.조선미는 비록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은 아니지만 못생겨지는 건 절대 원치 않았다.“유진우, 너 당장 나와!”그때 문밖에서 호통치는 소리가 들렸다. 뒤따라 누군가 방문을 걷어찼다.조군해를 선두로 한 무리 사람들이 기세가 사납게 걸어 들어왔다.“큰아버지, 뭐 하시는 거예요?”조선미는 눈살을 찌푸렸다.“너와 상관없어, 우린 이 녀석을 찾으러 왔어.”조군해는 손을 내밀고 소리쳤다.“유진우, 감히 영채 아가씨를 죽이다니, 간도 크군. 지금 당장 포기하고 선우 가문에 가서 석고대죄하러 가자!”“큰아버지, 진우 씨는 저를 구하기 위해 이렇게 한 거예요.”조선미는 사리에 근거하여 힘껏 논쟁했다.“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저 녀석을 감싸는 거야?”조군해는 인재가 되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놈을 넘겨주지 않으면 우리는 선우 가문의 화를 감당해야 한다. 알고 있느냐!”“다른 건 몰라도 전 은혜를 알고 보답해야 한다는 건 알아요. 진우 씨가 절 구해줬으니, 제가 진우 씨를 지켜야 해요. 당신들이 감히 함부로 하겠다면 먼저 저부터 밟고 가세요!”조선미는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갔고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너너너...
“펑!”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총알 하나가 조군표의 발아래쪽에 박히자 놀라서 걸음을 멈추었고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너... 정말 총을 쏘다니?”조군표는 놀라고 또 분노했다. 그는 조선미가 연장자인 자기에게 총을 쏠만큼 독할 줄 꿈에도 몰랐다. 방금 자칫 잘못하면 아마 다리가 부러졌을 것이다.“둘째 큰아버지, 함부로 하지 마세요.”조선미는 냉랭한 표정을 지었다.“건방지다!”조군해는 노하여 한바탕 소리를 쳤다.“조선미, 이 분은 네 둘째 큰아버지시다. 만약 방금 네가 둘째 큰아버지를 다치게 했다면, 그건 도리에 어긋난 행동이다!”“전 사람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당신들이 저를 강요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조선미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너... 이 불효막심한 년아! 너 설마 유진우 때문에 온 가문을 배신할 작정이냐?”조군해는 노발대발했다.조씨 가문은 가문의 이익을 최우선시한다는 조훈이 있다. 가문을 보전하기 위해 누구든지 희생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조선미의 행위는 그야말로 충효를 다 하지 않는 짓이다.“지금 다른 건 생각할 겨를이 없어요. 진우 씨는 제가 반드시 지켜요!”조선미의 말투는 확고했다.“조선미, 네 총에 총알이 몇 개나 있다고 그래? 우린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네가 다 죽일 수 있겠어?”조윤지가 화를 돋우기 시작했다.“그럼 당신이 먼저 해볼래?”조선미가 갑자기 총구의 방향을 돌렸다.조윤지는 얼굴빛이 변하고 놀라서 얼른 조군해 뒤로 숨었다.그녀는 조선미가 진짜 미친 짓을 저지를까 봐 두려웠다.“선미야, 너 미쳤어? 우린 모두 네 혈육이야!”진서현이 더는 못 참고 말했다.만일 자기 딸이 충동적으로 사람을 다치게 한다면 그것은 온 가문의 죄인이 되는 것이다.조선미가 대꾸를 하지 않자 진서현은 눈을 돌려 유진우를 보고 소리쳤다.“유진우, 네가 큰 사고를 쳐놓고 설마 내 딸까지 연루시키겠다는 거야?”“선미 씨, 먼저 총 내려놔요.”유진우는 손을 내밀어 총구를 내리눌렀다. 그리고 곧 여러
“아버지도 참, 아버지는 언제나 이 집안의 가장이에요.”조군해는 웃는 낯으로 대했다.“그래, 너희들이 나를 아직 가장으로 여긴다면 내가 몇 마디 할게.”조 어르신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유진우는 내 목숨을 구해줬을 뿐만 아니라 우리 조씨 가문을 여러 차례나 도와준 조씨 가문의 은인이다. 오늘 누가 감히 유진우를 잡아가려 한다면, 그것은 바로 나와 맞서는 것이다!”“네?”말이 나오자 뭇사람들이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 결정적인 시기에 어르신이 유진우를 적극 지지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아버지! 이놈은 선우 가문의 영채 아가씨를 죽였습니다. 잡아가지 않으면 아마 우리 조씨 가문에 누를 끼칠 것입니다!”조군해는 엄숙한 얼굴이었다.“맞습니다, 아버지! 우린 다 온 가문을 위해서입니다!”조군표가 맞장구를 쳤다.“흥, 말만 번지르르하네. 내가 보기엔 너희들 그냥 겁쟁이야!”조 어르신은 지팡이를 쾅쾅 내리치며 말했다.“선우 가문이 우리를 괴롭히는데, 너희들은 감히 반항하지 못할뿐더러 아첨을 하려고 하느냐? 조씨 가문의 체면은 너희들이 다 망신시키는구나!”“아버지...”“닥쳐!”조군해가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조 어르신이 말을 잘랐다.“우리 조씨 가문이 오랜 세월 자리를 잡으면서 어떤 큰 풍파를 겪어보지 못한 게 뭐가 있느냐? 이 일로 존엄마저 잃는다면 조상들을 볼 낯이 있겠냐?” 이 말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확실히 선우 가문에 겁을 먹고 벌벌 떨었다. “너희들 잘 듣거라!”조 어르신은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현재 급선무는 조군수를 구할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지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다!”셋째 조군수를 후계자로 삼은 이유는 그가 정직하고 강권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하지만 조군수가 잡혀서 조씨 집안 전체가 곧바로 혼란스러워졌다.“할아버지, 군수 삼촌을 구하려면 선우 가문의 힘을 빌려야 해요. 그러니 유진우를 선우 가문에 넘겨주면 군수 삼촌과 바꿔줄지도 모릅니다.”조윤지
진실을 알기 전까지 조씨 가문 사람들은 요행을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진실을 알고 난 후 그들은 두려움과 도피하는 것이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조씨 가문의 족장까지 감히 손을 쓰는 선우 가문이 어찌 그들의 생사를 신경 쓸 수 있겠는가?“다 할 말 없지? 앞으로 기억해, 좀 머리를 굴려서 잘 생각해 보거라!”한바탕 꾸짖은 후, 조 어르신은 유진우에게 시선을 돌렸다.“진우 씨, 다 제가 잘 가르치지 못해서입니다. 방금 억울한 일을 당하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어르신, 아닙니다. 어르신이 제때에 나타나서 저 대신 정의를 주장해 주신 덕분입니다.”유진우가 가볍게 웃었다.조씨 가문에는 비록 배은망덕한 사람들이 있지만, 사리에 밝은 사람들도 적지 않다.“부끄럽습니다. 만약 진우 씨가 저희를 도와 진범을 잡지 않았다면, 우리 조씨 가문은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지 모릅니다.”조 어르신이 한숨을 내쉬었다.조씨 가문은 부, 세력, 명망이 높고 엘리트가 많다고 자부하는데, 족장이 사고를 당하면 여전히 젊은 사람에게 의지해서 그릇된 경향을 애써 바로잡아야 하다니.“아버지, 범인을 잡은 건 분명 저희 호위무사인데 이 자식이랑 무슨 상관입니까?”조군표는 불복했다.“흥, 네가 뭘 안다고!”조 어르신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만약 진우 씨가 위험을 무릅쓰고 범인의 은신처를 캐내지 않았다면, 호위무사가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네? 유진우가 범인을 잡아낸 거라고요?”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서로 쳐다보며 매우 놀랐다.“진우 씨가 우리를 이렇게 많이 도와줬는데, 너희들은 방금 은혜를 원수로 갚으려 하다니, 정말 배은망덕하구나!”조 어르신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나서 소리 질렀다.“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사당에 가서 무릎을 꿇고 반성하거라!”여러 사람은 서로 쳐다보고 풀이 죽어 떠날 수밖에 없었다.방금 전까지 떠들썩했던 방에는 금세 몇 사람만 남았다.“할아버지, 오셨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큰 일 났을 거예요.
“아니에요?”유장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용호산은 여태껏 무림인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에 무관심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해.”서태양이 말했다.인재를 선발해 위상을 높이려고 진무사가 나섰다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었다.하지만 용호산은 전혀 관계가 없지 않은가?“그럼 무슨 의도인데요?”유장미가 되물었다.“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궁금하거든?”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서태양은 어깨를 으쓱했다.“보혁 씨는 내막에 훤하니까 화두를 꺼낸 거겠죠?”유이슬이 시선을 돌렸다.“내막까지는 아니지만 주워들은 소식이 몇 가지 있긴 해요.”염보혁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제가 알기로는 용호산 뒷산의 금지구역에 최근 신비로운 보물이 나타났는데 향후 100년 동안 무림인들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관련이 있다고 해요.”“무슨 보물이 그렇게 대단해요?”유장미가 깜짝 놀랐다.유이슬과 서태양도 예상치 못한 듯 충격을 금치 못했다.무림인들의 흥망성쇠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만약 제 추측이 맞는다면 용원의 기와 관련된 보물일 거예요.”염보혁이 목소리를 낮추었다.순간, 유진우는 눈썹을 추켜세웠지만 이내 포커페이스로 돌아왔다.“용원의 기? 그게 뭔데요?”유장미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용맥의 정수이기도 하죠.”유이슬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며칠 전 호룡각이 와해하면서 지하 용맥이 다섯 개의 용원의 기로 변해 세상에 뿔뿔이 흩어졌어. 소문에 의하면 용원의 기를 얻는 자는 천하무적이 되어 승승장구한다고 해.”호룡각이 무너지고 용맥이 파괴된 일이 워낙 큰 이슈였기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귀에도 흘러 들어갔다.“진짜요? 그렇게 대단한 물건이 있어요?”유장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고서에서 관련된 기록을 본 적이 있는데 용원의 기를 얻은 자들은 세상을 주름잡는 수장이거나 천하를 다스리는 왕이었어.”유이슬이 한마디 보탰다.“맞아요.”염보혁이 대
유진우는 옆에 있는 염보혁을 흘깃 쳐다보았고, 속으로 상대방이 아무리 예뻐도 남자를 좋아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쿨럭!”염보혁은 사레가 들린 나머지 연신 기침하며 쓴웃음을 지었다.“이슬 씨, 지금 절 칭찬하는 건지 비꼬는 건지 모르겠네요.”“당연히 칭찬하는 거죠. 그런 얼굴을 보고도 어떤 남자가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어요?”유이슬이 정색하며 말했다.“네?”염보혁은 말문이 막혔다.설령 사실일지언정 어찌 면전에서 대놓고 말할 수 있지?왠지 모르게 기분이 이상했다.“정 믿기 어려우면 태양한테 물어봐요.”유이슬이 문득 말했다.한편, 서태양은 염보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흠칫 놀라더니 서둘러 시선을 돌렸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은 도둑이 제 발 저린 듯싶었다.“제가요?”서태양은 난감한 얼굴로 대답했다.“선배, 장난하지 마세요. 저랑 무슨 상관이죠?”“뭔가 냄새가 나는데요?”유장미가 눈썹을 까딱하더니 눈알을 굴리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설마 보혁 씨한테 진짜 반한 건 아니죠?”“이... 계집애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서태양이 펄쩍 뛰면서 얼굴이 벌게진 채 고래고래 외쳤다.“남자끼리 엮일 리가 없잖아.”“침착해요. 단지 농담했을 뿐이에요.”유장미가 키득거리며 말했다.“게다가 남남 커플이 진짜 사랑이죠. 어차피 안 될 건 없잖아요. 만약 사귈 생각이 있다면 진심으로 축복해줄게요. 하하하!”“입만 열면 헛소리 하네.”서태양은 짐짓 화가 난 듯 혼내려는 액션을 취했다.유장미는 잽싸게 유이슬의 등 뒤로 숨어 웃음을 터뜨렸다.갑자기 산으로 흘러가는 대화에 당사자인 염보혁은 말문을 잃었다.더욱이 유장미와 투닥거리는 와중에도 그를 흘끔거리는 서태양 때문에 어이가 없었다.단순히 농담으로 치부할 수 있었지만 몰래 훔쳐보는 탓에 괜히 기분이 세했다.“진우 씨, 이슬 씨, 다들 용호산은 처음이죠? 제가 구경 좀 시켜드릴까요? 주변에 뭐 있는지 소개해줄게요.”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염
술이 몇 잔 오가자 서서히 편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슬 씨, 방금 검종의 제자라고 하시던데 무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용호산에 오른 건가요?”염보혁이 넌지시 물었다.“그런 셈이죠.”유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성격이 무심한 편이라 말주변이 딱히 없었다.“사실 저희는 스승님의 명을 받고 찾아왔어요.”상대적으로 외향적인 유장미가 웃으며 말을 보탰다.“노천사가 용호산에서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세상이 발칵 뒤집혔거든요. 검종 뿐만 아니라 천하회, 주술교를 포함한 파벌에서 최정예 제자들을 파견해 출전할 예정이에요.”“그럼 검종에서는 세 분이 참석하는 건가요?”염보혁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니요.”유장미가 고개를 저었다.“저희는 단지 구경하러 왔을 뿐,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는 따로 있어요.”그녀와 서태양은 선천 후기에 속했고, 유이슬은 실력이 뛰어나긴 했으나 반보 마스터에 불과했다.어찌 됐든 천교에 비하면 열세에 처하는지라 검종을 대표해서 출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따로 있다니? 설마 홍군림이에요?”염보혁의 눈썹이 까닥했다.“그건 저도 잘 몰라요.”유장미가 생긋 웃었다.“워낙 제멋대로에 신출귀몰하는 사람이라 이번 무림대회에 참가할지 아무도 몰라요. 만약 홍 선배가 진짜 출전한다면 우승은 우리 검종이 차지할 거예요.”홍군림은 천교 랭킹의 1위에 올랐을뿐더러 어린 나이에 경천 랭킹에 진입한 검종의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다만 성격이 까칠하고 독불장군이라 종주를 제외하고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장미야, 그건 네 생각이고.”이때 유이슬이 입을 열었다.“홍 선배가 실력이 뛰어나고 검종의 천재로서 일반 무사들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존재인 건 사실이지만 너도 알다시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능력자가 한 명 더 있잖아.”“누구요?”유장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유장혁.”유이슬이 무덤덤하게 말했다.“그 사람이 홍 선배보다 실력이 더 뛰어나요?”유장미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막상막하야. 천교
“네?”염보혁의 한 마디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넋을 잃었다.특히 잘 보이기 급급했던 서태양은 굳은 얼굴로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허공에 손을 들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럴 수가?방금 목숨 걸고 구하려던 사람이 남자였다니?“남자...? 농담이죠?”붉은 옷 소녀가 염보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경국지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인이 대체 어디를 봐서 남자란 말인가?푸른 옷 여인은 입만 벙긋했을 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흡혈파 망나니들이 여자가 아닌 남자한테 집적거렸다니?취향 한번 독특했다.“아니요. 진짜 남자예요.”염보혁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밖에 나가면 여자로 오해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하지만 아무리 봐도...”붉은 옷 소녀가 말을 아꼈다.“외모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염보혁이 어깨를 으쓱하며 해탈한 듯 말했다.“아쉽네요.”붉은 옷 소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본인이 이렇게 예쁜 얼굴을 가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선배? 왜 그래요? 괜찮아요?”그녀는 아직도 넋을 잃은 서태양을 발견하고 손을 뻗어 어깨를 툭 쳤다.“응? 아, 괜찮아. 단지 조금 놀랐을 뿐이야.”서태양은 꿈에서 깨어난 듯 금세 정신을 차렸다.다만 눈빛만큼은 남자한테서 떠나지 않았다.이렇게 요염한 얼굴이 사내란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그야말로 재능 낭비이지 않은가?“저는 염보혁입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염보혁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유이슬이에요.”푸른 옷 여인이 대답했다.“저는 유장미라고 해요.”붉은 옷 소녀가 활짝 웃었다.비록 남자이지만 미모에 저절로 눈이 갔다.“서태양입니다.”서태양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다 같이 술이나 한잔 하시죠?”염보혁은 손을 내밀더니 소개를 이어갔다.“이쪽은 유진우 씨, 그리고 두 분은 호위무사인...”“춘화와 추월이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수염 난 사내의 몸에 피투성이 상처가 생겼다.눈 깜짝할 사이에 연신 검에 찔린 탓에 저항할 힘조차 없었다.비록 수염 난 사내가 힘은 더 셌지만 기교에서는 한참 못 미쳤다.여자의 화려한 검술은 감탄을 자아냈고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악!”수염 난 사내가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사지가 부러진 채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은 마치 좀비를 연상케 했다.온몸은 피가 흥건했고 상처로 가득했다. 비록 목숨에 지장은 없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형님!”패배한 우두머리를 보자 흡혈파 제자들이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항상 위풍당당하고 기세등등했던 수장이 이런 몰골을 보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젠장! 감히 우리 형님을 다치게 해? 죽고 싶어 환장했어?”“저년을 없애버려!”흡혈파 제자들이 고래고래 외치며 검을 빼 들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여자를 덮쳤다.“무용지물이야.”푸른 옷 여인은 콧방귀를 뀌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들 틈으로 뛰어들었다.얼마 안 되어 흡혈파 제자들은 하나같이 처참한 비명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팔이나 다리가 부러진 채 선혈이 낭자했다.“역시 대단하세요!”눈앞의 광경에 붉은 옷 소녀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망나니 따위가 감히 검종에게 대들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서태양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뭐... 뭐라고? 너희들이 검종 제자였어?”흡혈파 제자들은 안색이 돌변하더니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검종은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3대 문파 중 하나로 천하회와 주술교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비록 제자들이 많지 않았지만 뛰어난 인재들밖에 없다.특히 검종의 홍군림은 어린 나이에 천교 랭킹 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경천 랭킹에 진입하여 세계 10위의 강자가 되었다.경천 랭킹 10위권에 검종 제자가 무려 2명이나 있는데 압도적인 실력으로 3대 파벌의 수장 자리를 거머쥐었다.여기서 검종의 제자들을 만나게 될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무모한 짓을 벌이지 않았을 텐데.“이제야
“윽!”서태양은 이를 악물고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온 채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이내 양손으로 검을 쥐고 온 힘을 다해 어깨를 짓누른 흡혈검을 떼어내려고 했다.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상대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힘이 점점 더 가해졌고 무릎이 닿은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작 이런 실력으로 감히 우리 흡혈파한테 덤비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수염 난 사내가 냉소를 지었다.“형님! 멋져요.”“역시 대단하세요.”부하들이 질세라 감탄했다.북쪽에서 흡혈파라고 하면 꽤 이름 있는 큰 파벌인지라 애송이 같은 놈이 도발할 만한 게 아니었다.“감히 내 앞에서 영웅 행세해? 넌 오늘 인생에서 가장 잘못된 결정을 내린 거야. 교훈 삼아 사지를 부러뜨려줄게!”수염 난 사내가 비열한 미소를 짓더니 흡혈검을 들어 올려 서태양의 손목을 향해 휘둘렀다.챙!검이 닿기 직전 청색 보검이 불쑥 나타나 허공에서 공격을 막아냈다.“응?”수염 난 사내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푸른 옷 여인이 보검을 들고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선배?”서태양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그제야 한숨 돌렸다.조금만 늦었더라도 오른손을 잃어버렸을 텐데 그나마 선배가 제때 도움을 줘서 천만다행이었다.“괜히 참견하지 마.”수염 난 사내가 음흉하게 웃었다.“우리 후배한테 손을 대는 순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여자가 싸늘하게 말했다.“맞아! 너희들 같은 망나니는 벌을 받아 마땅하지.”이때, 붉은 옷 소녀가 검을 빼 들고 낭랑한 목소리로 외쳤다.“언니, 제가 도와줄게요.”“아니야. 넌 태양이랑 지켜보고 있어. 이런 놈들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푸른 옷 여인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지?”수염 난 사내가 히죽 웃었다.“그런 왜소한 몸으로 오빠의 검을 어찌 막으려고? 차라리 무기는 내려놓고 침대에서 겨뤄보는 건 어때?”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부하들이 폭소를 터뜨렸다.곧이어 음흉한 시선으로 여자를 훑으며 멋대로 평가하
서태양이 움직이자 수염 난 사내의 뒤에서 덩치가 산만 한 남자 두 명이 튀어나왔다.두 사람은 무기로 길쭉한 검을 들고 있었다.몸체는 강한 피비린내와 함께 은은한 살기가 감돌았다. 이는 칼날이 오랫동안 선혈에 노출된 결과였다.무림인들의 세계에서는 흡혈검이라고 불렀다.다만 아쉽게도 그들이 지닌 검은 아직 미성숙 단계였고 기세가 한창 부족했다.챙! 챙!서태양이 먼저 검을 빼 들고 혼자서 두 명의 사내와 대결을 벌였다.그들은 기세등등하게 맞서 싸웠지만 힘만 강했을 뿐 행동이 굼뜬 편이었다.공격할 때마다 동작이 다소 어설펐다.반면, 서태양은 누가 봐도 고수의 가르침을 받았고 실전 경험도 풍부했다.스피드, 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어느 하나 뒤처진 데 없었다.세 사람이 공격을 주고받는 순간 실력 차이가 현저했고, 서태양은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내를 쓰러뜨렸다.그리고 응징할 겸 각자의 다리에 검을 관통했다.“흥! 고작 이런 실력으로 우쭐거려? 제 주제도 모르고.”서태양은 장검을 비스듬히 겨누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죽기 싫으면 당장 꺼져.”“좋아! 잘했어!”승리를 거머쥔 서태양을 보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비록 나서서 싸울 용기는 없었지만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것쯤은 충분히 가능했다.“그래도 실력은 꽤 있나 보네? 어쩐지 참견하더라니.”수염 난 사내가 눈을 가늘게 뜬 채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천천히 뽑아 들고 음침한 목소리로 협박했다.“하지만 오늘 임자를 만났지. 흡혈파를 마주친 이상 살아남을 방법은 없어.”“흡혈파는 무슨, 들어보지도 못했구먼.”서태양의 표정은 기고만장했다.“하! 괜찮아. 네 피를 전부 흡수하고 나면 우리가 왜 흡혈파라고 불리는지 알 거야.”수염 난 사내가 이죽거리더니 두말없이 공격을 개시했다.그가 발을 내딛자마자 맹렬한 기세가 솟구쳤고, 손에 든 흡혈검은 핏빛을 뿜어내며 곧장 서태양을 덮쳤다.앞서 상대했던 부하들과 달리 수염 난 사내의 흡혈검은 살기로 가득했다
아름다운 얼굴은 쉽게 화를 부르는 법이다.염보혁은 남자였지만 여자보다도 더 아름다운 요염한 얼굴을 지녔다.길을 나서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도리가 없었고 지금처럼 깡패 무리와 마주할 때면 번번이 시비에 휘말리기 일쑤였다.유진우는 모른 척하며 조용히 술잔을 기울였다.“어이, 이쁜이. 저런 나약한 놈이랑 술 마셔서 뭐 하겠어? 차라리 우리랑 한잔하지, 아주 즐겁게 해줄 테니 말이야!”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사내가 염보혁의 턱을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이 손 치우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후회하게 될 테니까.”염보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어여쁜 외모 탓에 남녀를 불문하고 다가오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처럼 대놓고 희롱하는 경우는 드물었다.“오, 이쁜이가 화를 내네?”수염 난 사내는 턱을 문지르며 비웃었다.“솔직히 말해서 화난 얼굴이 더 매력적인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더욱 감탄스럽군.”그의 말에 뒤따르던 무리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유진우는 피식 웃으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눈앞의 이 사내는 제법 능숙하게 수작을 부렸다.염보혁이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셋을 센다. 그 안에 사라지지 않으면 내가 직접 손봐주지.”염보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손 본다고? 하하하!”수염 난 사내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이거 제법 앙칼진데?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위층으로 올라가서 천천히 우리를 손 봐줘, 어때?”“맞아, 맞아! 방도 넉넉하니 차례대로 너랑 놀아줄 수 있다고!”그의 동료들도 시시덕거리며 말을 보탰다.“셋.”염보혁은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도 없다는 듯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이쁜이, 괜히 버티지 말고 그냥 올라가자. 내가 아주 다정하게 대해줄 테니 말이야.”수염 난 사내는 입을 커다랗게 벌려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낄낄댔다.“둘.”염보혁은 여전히 냉랭한 표정을 유지했다.“싫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직접 안아 올라가는 수밖에.”그가 손을
유진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보혁 씨가 이렇게까지 많은 걸 알고 있을 줄은 몰랐군요. 제 생각엔 장일청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것 같은데요.”용호산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염보혁이 이렇게나 많이 알고 있다니, 이건 그가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증명하는 셈이었다.“진우 씨께서 과찬해 주시는군요. 저는 그저 사람들 사이에 끼어 듣는 걸 좋아해서 호기심에 이런저런 소문을 알아본 것뿐입니다. 사실 별다른 능력은 없어요.”염보혁은 겸손하게 웃으며 덧붙였다.“하지만 만약 진우 씨께서 무림대회에 참가하신다면 전 온 힘을 다해 진우 씨가 우승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보혁 씨,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군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전 그저 세상 구경이나 해볼 겸 참가하는 것뿐입니다. 우승 같은 건 감히 꿈도 꾸지 않아요. 애초에 제 실력으로 어떻게 그 내로라하는 강자들과 겨룰 수 있겠습니까?”“진우 씨는 너무 겸손하시군요. 저는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합니다.”염보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우 씨는 외모도 준수하고 기품 또한 비범하시죠. 멀리서 봐도 강렬한 기세가 느껴졌습니다. 비록 진우 씨의 신분은 알 수 없지만 이것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진우 씨는 절대 범상한 인물이 아닙니다!”“보혁 씨께서 저를 이렇게까지 칭찬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평범한 출신에 보잘것없는 실력을 갖췄을 뿐입니다. 아마 실망할 겁니다.”“하하, 괜찮습니다. 커다란 황금 잉어가 어찌 작은 연못에서만 머물겠습니까? 바람과 구름을 만나면 반드시 용이 되어 날아오를 것입니다. 지금 진우 씨의 명성이 미미할지라도 저는 믿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하늘 높이 날아오를 날이 올 거라고!”염보혁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그 눈빛은 절대적인 믿음을 담고 있는 듯했다.유진우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이 사람, 도대체 뭐지? 분명 오늘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