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무슨 일이에요? 신전의 전쟁의 신은 왜 여기에 왔어요? 설마 강 당주가 신전의 거물을 건드린 건가요?”살기 어린 아레스를 바라보던 전세권과 진경준은 공포에 질려 곧장 뒤로 물러섰다.“지금 나한테 묻는 거야? 난 그럼 누구한테 물어보냐?”전원중은 침을 삼키며 불친절한 태도로 말했다.오늘 유진우를 없애려고 했는데 갑자기 신전의 강자한테 당할 줄을 몰랐다.너무 이상했다!“이봐. 우리는 당신들 신전과 아무런 원한이 없는데 왜 우리 현무문 제자들을 죽이는 거야?”강수원이 창백한 얼굴로 물었다.“뭐라고? 당신들 서경의 경호팀 아니야?”아레스는 이상해하며 되물었다.“서경 경호팀? 우리는 현무문의 제자들이야!”강수원이 울먹거리며 외쳤다.그러니까 현무문의 제자들은 모두 희생양이 된 것이었다.“그래서 이렇게 보잘것없었구나. 죽였으면 죽였지. 그냥 몸풀기한 거라고 생각해야지.”아레스가 웃었다.“...”강수원의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감히 반박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잘못했다가는 그냥 죽임을 당할 것 같았다.“아레스, 장난 그만해. 임무가 중요하니까.”그때 청량한 여성 목소리가 들리더니 전투 갑옷을 입고 왼손에는 검을, 오른손에는 방패를 든 보라색 머리의 여인이 어둠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그 여인은 섹시하고 아름다웠다.“아테나, 너도 내가 많이 죽일수록 전투에서 더 강해진다는 걸 알잖아, 미리 워밍업을 한 거니까 괜찮아.”아레스가 웃으며 말했다.“아테나?!”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전쟁의 여신 아테나도 강능에 나타나다니!아테나는 아레스에 못지않은 강자였다!아레스 혼자서도 건당을 멸살시키는데 아테나까지 함께 한다면 현무문의 8대당이 힘을 모은다고 해도 학살당할 것이다.“너희 둘도 숨지 말고 나와!”아테나가 말하자, 두 사람이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한 명은 잘생긴 얼굴에 활과 화살을 든 남자였고 다른 한 명은 키가 2미터가 넘고 근육이 바위처럼 탄탄한 건장한 남자였다.“난, 신전의 아폴로.
두 다리가 두려움에 떨리기 시작했다.“도대체 이 괴물들은 왜 여기에 온 거지?”전원중은 너무 무서워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이런 강자들을 만나게 될 줄 알았더라면 오늘 이곳에 절대 오지 않았을 것이다.신전의 4대신이 나타난 뒤로 순식간에 상방이 고요해졌다.모두 멍하니 서서 감히 말도 못 하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심지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마치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현실적으로도 그들은 4명의 강자 앞에서는 개미와 다를 바 없었다.충격과 두려움에 휩싸여 있으면서도 그들은 궁금했다.도대체 무슨 이유로 여기까지 온 걸까?“유 선생님, 여기에 있는 걸 알고 왔으니 이제 나오시죠?”네 사람 중에서 아테나가 먼저 말했다.“정말 재미있네!”유만수가 웃으며 술잔을 들고나왔다.“신전에서 당신들 네 명을 보냈다는 건, 나를 여기서 죽이려는 건가?”“유 선생님, 신전에서도 당신과 같은 인재를 존경합니다. 선생님께서 동의하신다면 오늘 아무 일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저희의 보호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아테나가 큰 소리로 말했다.“하하... 자네 말은 나더러 나라를 배신하라는 건가?”유만수는 장난스러운 말투로 물었다.“용국이 선생님께 주는 건 우리도 드릴 수 있습니다. 심지어 더 많이 드릴 겁니다. 우리 서방세계로 오시면 선생님의 재능을 더 잘 발휘하실 수 있을 겁니다.”아테나는 계속 설득했다.“솔직히 말하면 나는 3가지 원칙이 있다네. 그건 바로 노인, 약자, 여자, 아이들을 죽이지 않는다. 탐관오리를 용납하지 않는다. 나라를 배신하지 않는다. 그러니 오늘 여러분을 실망하게 할 수밖에 없겠네.”유만수는 여전히 미소를 지었다.“동의하지 않으면 오늘 여기서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아테나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자네 네 명이 나를 죽일 수 있겠나?”유만수가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전쟁에서 싸우는 건 안 되지만, 사람 죽이는 건 우리를 따라올 사람이 없을 겁니다.”아테나는 자신감이 넘쳤다.“헛소리 그만해. 죽이고 싶어
결투는 계속되었다. 홍복홍은 홀로 4대 신전 강자를 상대하는데도 전혀 밀리지 않고 끄떡없었다.다섯 개의 그림자가 서로 뒤엉킨 채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싸우는 모습은 실로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들이 지나가는 곳마다 나무들이 쓰러지고 집이 무너져 그야말로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유진우는 문 앞에 서서 가끔 날아오는 기운을 막곤 했다. 홍복홍이 결투 장소를 멀리 옮겼기에 망정이지, 안 그러면 의원이 진작 무너졌을 것이다.“형님네 집안 어르신이 이렇게나 강했어요? 4대 천신급 고수와도 전혀 밀리지 않고 맞설 줄은 정말 몰랐어요.”왕현은 전방에서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결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다섯 개의 그림자가 서로 뒤엉킨 데다가 속도도 너무 빨라 누가 누구인지 도무지 알아볼 수 없었다.“우리 집안 어르신이 아니에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아니라고요? 그런데 왜 형님 아버지랑 같이 있는 거죠?”왕현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유씨 가문의 하인이나 다름없어요.”유진우는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그는 홍복홍에게 별로 호감이 가지 않았다.“하인이요?”왕현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고 가슴이 움찔했다.‘하인이 이렇게나 강하다고? 진우 형님네 집안이 왕실 집안은 아니겠죠?’“뭔가 문제 생긴 것 같아.”그때 유진우는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는지 갑자기 길목을 쳐다보았다.길목의 불빛이 어두워졌다 밝아졌다 계속 깜빡이기 시작했고 흐릿한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그림자가 불빛에 따라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했다. 불빛이 밝아졌을 땐 그림자도 사라졌고 불빛이 어두울 땐 다시 나타났다. 그런데 불빛이 매번 반짝일 때마다 그 그림자가 조금씩 이동하는 것 같았다.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그림자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검은 수염이 덥수룩한 영감이었는데 이국적인 외모에 검은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저승사자처럼 죽음의 기운을 내뿜고 있는 것 같았다.“저 저... 저 사람 누군지 알아요! 저 사람이 바로 신전의 명왕 하데스예요!”그때 인파 속에
하데스는 동방의 예절대로 두 손을 가슴 앞에 맞잡았다. 그러고는 손을 번쩍 들어 다시 아래로 꾹 눌렀다.“우르르 쾅쾅!”하늘에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마치 작은 산 같은 검은 손바닥 그림자가 갑자기 나타나면서 유만수를 힘껏 짓눌렀다.커다란 손바닥 그림자와 비교하니 유만수는 마치 한 마리의 개미처럼 유난히 작아 보였다. 저 손바닥에 맞는다면 사람이 아니라 아마 의원 전체가 그대로 무너져내릴 것이다.“쿵!”결투 장소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던 현무문의 제자들은 그 위압감을 버티지 못하고 시뻘건 피를 토해내며 털썩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신들의 전쟁에 백성들만 죽어날 판이었다.마스터급 고수들을 인간 핵무기라고 비유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충 일격만 가해도 산이 무너지고 땅을 갈라놓을 만한 힘을 지녔으니 일반인들이 어찌 버틸 수 있겠는가 말이다.“뭐야?”머리 위로 떨어지는 커다란 손바닥 그림자에 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그가 나설까 말까 망설이던 그때 한 흰옷 영감이 갑자기 나타나 유만수의 앞을 가로막았다.흰옷 영감이 금빛을 내뿜자 사오 미터 되는 금색 거인이 그의 등 뒤에 나타나더니 손바닥 그림자를 주먹으로 내리쳤다.“쾅!”엄청난 굉음과 함께 커다란 손바닥 그림자가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그리고 금색 거인은 미동도 없이 흰옷 영감의 뒤에 서 있었다. 마치 금색의 불상 같았다.“당신은 또 누굽니까?”하데스가 어두운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물었다. 암살 과정에 그 어떤 예외도 없을 줄 알았는데 또 다른 고수가 숨어있을 줄은 정말 생각지 못했다.“성은 부씨요, 자금성에서 내관직을 맡고 있습니다.”흰옷 영감은 백발이었지만 얼굴은 동안이었고 수염도 기르지 않았다. 말할 때 시선을 늘어뜨리고 태도도 겸손하여 위압감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부씨?”하데스가 실눈을 뜨고 그를 보더니 문득 뭔가 생각난 듯했다.“아... 기억났어요. 당신이 바로 그 전설 속의 제일 고수 부규환 씨군요.”흰옷 영감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헛된 명성인
현장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조금 전까지 격렬하게 싸우던 홍복홍 등 5인도 약속이나 한 듯이 공격을 멈추었다.사람들은 눈앞에 벌어진 광경을 도무지 믿을 수 없어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을 쩍 벌렸다.‘신전의 최고 신왕 중 한 명인 명왕 하데스가 이렇게 쉽게 죽었다고? 그것도 단 일격에?’‘어찌 이런 일이!’하데스는 마스터급 존재이자 서방 세계의 최고 고수였다. 게다가 실력도 어마무시하여 인간 핵무기라고 불릴 정도였다. 그런데 흰옷 영감은 그런 거물을 손쉽게 죽여버렸다. 실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잠깐의 침묵 끝에 현장 전체가 순식간에 발칵 뒤집혔다.“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신전의 신왕께서 저렇게 죽었다고?”“세상에나! 오늘 대체 왜 이래? 나 지금 꿈꾸는 거 아니지?”“그야말로 신들의 전쟁이야, 신들의 전쟁!”현무문의 제자들은 겁에 질려 벌벌 떨었다.전씨 부자든 당주 강수원이든 너나 할 것 없이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자금성의 내관직에 있는 자가 이리도 엄청난 실력을 지녔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설마 이게 바로 제일 고수의 실력이란 말인가? 실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명왕님이 죽었어?”아테나 4인은 눈도 감지 못하고 죽은 하데스를 보자마자 혼비백산했다.원래 계획대로라면 아테나 4인이 서경의 호위를 상대하고 명왕이 유만수를 처리하기로 했었다. 그들은 이번 암살 작전을 수도 없이 훈련했었는데 성공률이 99%에 달했다. 하지만 그렇게 여러 번 계산했는데도 고수가 이렇게 빨리 올 거라고는 계산하지 못했다. 게다가 명왕마저 그 고수의 상대가 아니었다.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들은 이미 완전히 실패했다!“아레스, 철수해!”아테나는 이를 꽉 깨물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도망쳤다.“젠장! 거의 성공이었는데!”아레스는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어 나머지 두 사람과 함께 도망쳤다.명왕마저 그의 실력이 아닌데 그들은 당연히 말할 것도 없었다.“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흰옷 영감의 모습이 눈
이런 강자는 어디를 가든, 어디에 있든 만인이 우러러보는 존재인데 왜 이리도 비굴하게 머리를 조아릴까?“위왕? 도련님?”강수원은 넋이 나간 얼굴로 유만수와 유진우를 번갈아 보았다. 그 순간 오금이 저리는 공포감이 그를 확 덮쳤다.지금 현시대에 위왕이라고 불리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다. 바로 서경의 권력자이자 유씨 가문의 실권자, 그리고 용국의 지존인 유만수이다.‘저 평범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등 굽은 영감이 바로 하늘 같은 존재인 위왕이라고?’그 생각에 강수원은 간담이 서늘해졌고 낯빛도 창백해졌다.만약 등 굽은 영감이 위왕이라면 유진우가 바로 위왕의 아들이자 천재 유장혁이란 말인가?“털썩...”강수원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낯빛은 창백해지다 못해 핏기라곤 없었고 절망이 가득했다.강수원 뿐만 아니라 전씨네 부자도 겁에 질린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특히 전세권은 바지에 지리기까지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건드린 사람이 위왕의 아들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말이다.“부 내관, 그만 일어나. 사내가 이리 쉽게 무릎을 꿇어서야 하겠어? 아 참, 까먹을 뻔했군. 부 내관은 사내가 아니지.”유만수는 덤덤하게 웃으며 장난치듯 말했다.“감사합니다, 위왕님.”부규환은 잠깐 올려다보다가 이내 다시 시선을 늘어뜨렸다.“오늘 아주 타이밍 좋게 나타났어. 우리를 계속 따라다닌 거지?”유만수가 떠보듯 물었다.“주인님께서 위왕님의 안전이 걱정되신다면서 저더러 몰래 지키라고 하셨습니다. 부디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부규환이 고개를 푹 숙였다.“지켜주는 건가? 아니면 감시하는 건가?”유만수가 웃을 듯 말 듯 한 얼굴로 말했다.“오해하지 마십시오, 위왕님. 위왕님은 하도 귀하신 몸이라 용국의 국운과 직결되어 있어요. 혹시라도 다치게 되면 그건 용국의 불행이란 말입니다.”부규환이 한껏 비굴한 태도로 굽신거렸다.“하하... 참으로 충실한 심복이구나!”유만수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과찬이십니다.”부규환이 허리를 굽혀 말했다.
“윙!”유진우가 들고 있던 장검에서 갑자기 눈 부신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부규환의 가슴을 찌르려 했다.“둥!”그런데 반투명한 골든벨이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와 부규환을 뒤덮으며 유진우의 검을 막았다. 날카로운 검 끝이 골든벨에 부딪히면서 여러 갈래의 물결이 일렁거렸다. 그 어떤 폭발음도 부딪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유진우가 내뿜은 기운이 골든벨에 전부 흡입되면서 부규환은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도련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부규환의 표정은 여전히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죽이려고 그러는 거지!”유진우는 발을 힘껏 내디디며 다시 한번 힘을 내어 골든벨을 찌르려 했다.“둥!”골든벨은 다시 한번 대량의 물결이 일면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도련님, 전 그저 주인님의 명을 받고 왔을 뿐이에요. 지금 이러시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부규환이 덤덤하게 말했다.유진우는 아무 말 없이 검으로 계속 찌르기만 했다. 그러자 골든벨이 점점 진동하기 시작하더니 일렁이던 물결이 더욱 촘촘해졌다. 그렇게 십여 번 찌르자 뚜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장검이 끊어지고 말았다. 일반 검은 유진우의 기운을 버티지 못했다.“그만해!”유진우가 계속 포기하지 않자 유만수가 결국 나서서 말렸다.“넌 쟤 상대가 아니야. 계속 싸워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어.”“상대가 되는지 안 되는지는 싸워봐야 알죠!”유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개를 때려도 주인이 누군지 봐야지. 부 내관은 오늘 명을 받고 왔어. 여기서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다면 넌 절대 감당 못 해!”유만수가 경고했다.“그래서요? 살인범이 그냥 가는 걸 보고만 있으라는 거예요?”유진우의 두 눈에 핏발이 섰다. 지금 이 순간 그는 마치 먹이에 굶주린 짐승 같았다.“장혁아, 제발 내 말 좀 들어. 아직은 때가 아니야.”유만수가 고개를 내저었다.부규환은 천자의 옆을 지키는 호위이다. 무슨 이유에서든 유씨 가문에서 죽는다면 엄청난 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는 자기 아들이 그때의 싸움에 휘말리는 걸 원치
평안 의원을 나선 흰옷 영감 부규환은 곧바로 차에 탑승했다.운전기사는 얼굴도 잘생기고 피부도 하얀 남자였는데 얼굴에 짙은 화장을 하고 있어 어딘가 괴이해 보였다.“부 내관님, 10년 동안 실종됐던 유장혁이 이런 작은 의원에 숨어있었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게다가 그때 일을 아직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것 같던데. 제가 기회를 봐서 처리할까요?”남자의 목소리는 날카로우면서도 차가웠다.“아직은 죽여선 안 돼.”부규환이 눈을 감고 담담하게 말했다.“유만수가 무너지지 않는 이상 누구도 유진우를 건드릴 수 없어.”“내관님, 사람이라면 나이 들어 언젠가는 죽기 마련이에요. 그 어떤 허점도 보이지 않게, 아주 자연스럽게 처리할 자신이 있어요.”남자가 웃으며 말했다.“그게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쉽지 않아.”부규환이 고개를 내저었다.“유만수가 왜 엄청난 공을 세우고 50만 대군을 이끌면서도 서경에서 주인님을 위해 일을 하는지 알아?”“그거야 당연히 주인님을 두려워해서 그렇겠죠.”남자가 오만한 기세로 대답했다.“두려워하는 건 맞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나쁜 놈을 벌하고 싶어도 무고한 사람들이 다칠까 봐 그러는 거야.”부규환이 담담하게 웃었다.“천재라고 불리는 아들이 살아있는 한 유만수는 욕심이 있어도 절대 함부로 하지 못해. 아무튼 아들이 죽으면 유만수는 두려울 게 없어져서 한 마리의 맹수로 변할 거야. 그때가 되면 용국의 하늘도 바뀌겠지.”10년 전, 서경의 왕비가 세상을 떠났을 때 유만수는 변방에서 군대를 움직인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결국 참았다.이유가 뭘까? 죽는 게 두려워서? 왕권이 두려워서?진짜 이유는 유장혁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쉽게 말해 유장혁은 위왕의 마지막 신념이자 버팀목이었다. 하여 유장혁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용국은 대란이 일게 될 것이다.“내관님, 유장혁이 서경으로 돌아와서 왕위를 이어받으면 우리한테는 엄청난 화가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남자가 걱정스럽게 말했다.“하하, 천재라고 불려봤자 그냥 애
잠시 후, 팀원들의 부상은 모두 치료가 완료되었다.하지만 팔이 부러진 탓에 그들의 전투력과 이동 능력은 크게 떨어졌고 이제는 스스로를 지킬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진 대장님, 다친 사람들은 제가 사람을 보내서 돌려보내도록 할까요?”이청성은 블랙스콜피온 팀을 잠시 훑어본 뒤 다시 진이수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들은 오아시스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지금 다시 돌아가도 늦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더 깊숙한 곳에 들어갔다면 돌아설 길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대장님! 저희는 괜찮습니다! 팔 하나 부러졌을 뿐이에요. 걱정하지 마세요!”“맞아요! 우리가 겪어온 위험에 비하면 이런 상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대장님! 믿어 주세요. 이번 임무, 꼭 완수할 수 있습니다!”“...”블랙스콜피온 팀의 팀원들은 쫓겨날 위기에 처하자 하나둘씩 목소리를 높이며 자신들은 아무 문제 없다고 주장했다.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돌아가게 된다면 오아시스에서 얻은 모든 보물은 그들과는 상관없는 일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이번 임무의 보상은 상당했지만 이를 나누면 각자 손에 쥐어지는 금액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 금액으로는 노후를 준비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특히나 팔이 부러진 지금 그들은 더 많은 보물을 찾아야만 했다. 그래야만 불안정한 남은 삶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그래서 그들은 이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청성 씨, 제 팀원들은 모두 전투 경험이 풍부하고 죽음을 각오하고 온 사람들입니다. 이런 상처쯤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장담할 수 있습니다. 절대로 발목을 잡지 않을 거예요!”진이수는 얼굴에 단호한 표정을 띠며 말했다.그는 팀원들의 말 속에서 묻어나는 진심을 눈치챘다.이 오아시스는 위험했지만 그 안에는 많은 보물이 숨겨져 있었다.큰 부를 얻으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처럼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그들은 칼날 위에서 살아온 세월이 길어 대부분은 은퇴를 바라보고 있었다.이 임무만 끝내면 그들은 여생을 편하게 보낼 만큼
나무에 매달린 블랙스콜피온 팀의 한 팀원이 첫 번째 혈삼과를 따내고, 두 번째를 따려던 순간이었다.갑자기 그의 팔이 움찔하며 떨렸다. 마치 무언가에 찔린 듯했다.고개를 숙여보니 손바닥에 빨간색 벌레 하나가 기어들어 간 것을 발견했다.벌레는 개미만 한 크기였고, 날카로운 입을 지닌 채 피부를 뚫고 빠르게 그의 살 속을 파고들기 시작했다.블랙스콜피온 팀의 팀원은 깜짝 놀라 손을 휘둘렀지만 이미 늦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벌레는 그의 팔 속으로 깊숙이 들어갔고 살을 갉아 먹으며 미친 듯이 알을 낳기 시작했다.“악!”그는 고통이 담긴 비명을 질렀고 그만 나무에서 떨어져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그의 팔은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로 빠르게 썩어가고 있었다.썩어가는 살 속에서 빨간 벌레들이 끊임없이 기어다니며 온몸을 뒤덮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악몽처럼 공포를 자아냈다.“살려줘! 제발 살려줘!”그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서 몸부림쳤다.그의 몸은 급격히 말라갔고 피부는 주름져 들어갔다. 얼굴은 심하게 움푹 들어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근육질의 남자는 이미 뼈만 남은 상태로 변해버렸다.그 모습은 마치 말라비틀어진 시체처럼 보였다.“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주위 사람들은 그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단 몇 초 만에 한 사람이 죽어가고 있었다.그 말라버린 모습은 마치 온몸의 피가 모두 빠져나간 듯한 끔찍한 장면이었다.“저기, 저 사람의 팔 좀 봐!”누군가가 소리쳤고 그가 가리킨 방향을 따라 모두가 시선을 돌렸다.그의 팔은 이미 죄다 썩어들어갔고 하얗게 드러난 뼈 사이로 빨간 벌레들이 끊임없이 기어다니고 있었다.그 벌레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번식하고 있었다. 알을 낳자마자 새로운 벌레들이 그 알을 깨고 나왔다.그 벌레는 한 번에 수십, 수백 마리씩 생겨나며 엄청난 속도로 번식하고 있었다. 벌레들이 살을 갉아 먹을수록 알을 낳는 속도도 빨라졌다.순식간에 그의 몸은 절반이나
그 느낌은 마치 천국에 발을 들인 듯한 기분이었다.길을 따라 걸어가는 사람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이청성은 그들 뒤를 조용히 따르며 경계 태세를 한순간도 풀지 않고 주변을 예리하게 살폈다.겉으로 고요해 보이는 이곳은 숨어있는 위험이 끊임없이 도사리고 있었다.일반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땅속과 거대한 나무들 속에는 독이 있는 벌레와 뱀, 개미들이 고요히 숨어 있었다.하지만 아직 해가 지지 않았기에 그들은 그저 어두운 곳에 잠자듯 숨어 있을 뿐이었다.해가 떨어지면 그들은 사냥의 시간을 맞이할 것이었다.“저기, 저건 뭐지?!”길을 걷던 중, 블랙스콜피온 팀의 한 남자가 놀라며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그가 가리킨 방향을 따라 시선을 돌리자 울창한 풀 속에서 세 그루의 과일나무가 모습을 드러냈다.그 나무들은 가지마다 푸르게 자랐고 붉고 탐스러운 과일들을 가득 품고 있었다.모든 과일은 투명하게 빛나며 햇살을 받자 루비처럼 붉은 광채를 뿜어냈다. 그 광경은 평범하지 않은 기이함을 자랑했다.“저게 혹시 혈삼과인가?!”누군가 놀라며 속삭였다.“뭐? 혈삼과? 먹으면 수련이 촉진되고 수명이 길어진다는 전설의 보물이잖아!”“세상에! 이렇게 많은 혈삼과가 있다니, 우리가 대박 난 거 아니야?”“...”나무에 열린 붉은 열매를 본 사람들은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알다시피 혈삼과는 그 가치를 헤아릴 수 없이 비쌌고 무사들에겐 그 어떤 보물보다 귀한 것이었다.그 안에 담긴 영기는 오령정과 비슷한 정도로 뛰어났으며 신체를 강화시키고 수명을 연장시키는 효과까지 있었다.무림인들의 세계에서는 그 어떤 보물보다 귀하고 값졌다.등장하기만 하면 그 값에 상관없이 반드시 사려는 자들이 나타났었다.하나만으로도 대단한 가치를 자랑하는데 지금 눈앞에는 수백, 수천 개가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서! 빨리 혈삼과를 따자!”진이수가 곧장 반응해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그들은 본래 재물을 얻기 위해 이곳에 왔으나 이 과일들을 모두
길을 따라 끊임없이 걸어온 그들이 그동안 눈에 담은 것은 끝없이 펼쳐진 황량함 뿐이었다.지나가는 곳마다 모래만이 끝없이 펼쳐졌고 그 어디에서도 생명의 기운은 찾아볼 수 없었다.그러나 지금, 그들 앞에 펼쳐진 풍경은 전혀 다른 차원의 모습이었다.눈앞엔 푸른 생명이 가득한 대지가 펼쳐져 있었다. 꽃과 풀,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고 마치 생기가 넘치는 생명의 요람처럼 보였다.멀리서 보면 그것은 끝없이 펼쳐지는 거대한 숲 같았다. 그 끝이 어디에 닿는지 누구도 알 수 없을 정도였다.만약 이런 풍경이 열대우림에서 나타났다면 그리 놀랍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들은 죽음의 사막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사막, 그 불모의 땅에서 갑자기 펼쳐진 이 푸른 오아시스는 그들의 마음을 충격과 경이로움으로 가득 채우기에 충분했다.그들이 서 있는 곳과 그 앞의 오아시스는 마치 두 개의 다른 세계 같았다.한쪽은 황량하고 죽음의 기운이 감도는 모래로 뒤덮여 있었고 다른 한쪽은 생기와 활력으로 넘쳐나는 초록의 세계였다.“세상에, 죽음의 사막 속에 이런 곳이 있었단 말이야?”“이게 무슨 오아시스야? 이건 그냥 숲이라고 해야지!”“푸른 나무들, 향기로운 풀밭, 떨어지는 꽃잎들…무릉도원이 다름없네!”“...”그들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경탄을 금치 못했다.지금까지 그들이 봐왔던 오아시스는 대부분 작은 숲이었다.그 안에는 작은 연못과 몇 그루의 나무, 동물 몇 마리 정도가 있을 뿐이었다.그러나 지금 그들 눈앞에 펼쳐진 이 오아시스는 거대한 숲 그 자체였다. 나무와 풀이 끝없이 가득 차 있었다.그 풍경은 경이롭기 그지없었다.“대장님, 작년에 죽음의 사막에 들어왔을 때는 이 오아시스가 없었죠? 단 1년 만에 이렇게 변하다니, 정말 믿기지 않아요.”블랙스콜피온 팀의 짧은 머리의 여자가 감탄했다.그들이 보고 있는 이 무성한 꽃과 나무들은 정상적으로는 수년이 지나야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아마도 지각의 변동으로 지하수가 범람하면서 이런 변화가
”아가씨, 야영지 주변에서 발견한 물건입니다.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이 냄새가 사막 쥐들을 유인했을 겁니다.”왕 아저씨가 검은 물체를 한 움큼 쥐고 이청성에게 말했다.그 물체는 대략 콩알 정도인 크기였는데 마치 어떤 미끼처럼 보였으며 독특한 비린내가 났다.“이게 무엇인가요?”이청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냄새를 맡아보니 생각보다 꽤 자극적이었다.“아마도 음식과 약물이 섞인 것 같습니다. 방금 실험을 해봤는데 이 물체에서 나는 냄새가 사막 쥐를 빠르게 끌어모은다는 걸 확인했습니다.”왕 아저씨가 설명했다.“그렇다면 물자가 파괴된 일은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 의도적으로 우리를 해치려 했다는 말인가요?”이청성은 빠르게 답을 내렸다.이 사막 쥐를 끌어들이는 물체는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그럴 가능성이 큽니다.”왕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검은 물체들이 우리가 보관한 물자 주변에 널려 있었습니다. 사막 쥐 무리를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물자를 지키고 있던 사람들은 이유 없이 잠들었고요. 아마 약을 먹인 것 같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누군가 뒤에서 상황을 조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우리를 따라오며 우리가 방심할 때를 틈타 물자를 파괴해 우리를 막다른 길로 내모는군요. 이 상황을 만든 배후가 있다니, 잔인하기 그지없네요.”이청성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눈빛 속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그녀는 자신이 특별히 누군가에게 원한을 산 적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처음에는 여관에서 누군가가 푼 독에 중독될 뻔했고 그 뒤엔 물자가 파괴되었다. 물러설 길도 주지 않았다.아무리 마음을 넓게 가진다 해도 이런 일은 참을 수 없었다.“이 자식들! 누군지 알게 되면 그놈의 피부를 벗겨버릴 거야!”진이수는 이를 악물며 분노를 터뜨렸다.“세상엔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많고 사람의 마음은 흉악하기 그지없네요. 우리는 굉장히 은밀한 경로로 이동했는데 외부인들이 어떻게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따로 없었다.“청성 씨! 어떻게 된 일입니까? 이 사막 쥐들은 어디에서 온 거죠?”진이수가 다가가서 물었다.“진 대장님, 그 질문은 오히려 제가 해야 하지 않나요?”이청성은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진 대장님은 여러 번 죽음의 사막을 오갔고 이곳의 환경에 대해 잘 알고 있어요. 어젯밤 야영지도 진 대장님이 고른 곳인데 그곳에 사막 쥐 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걸 몰랐나요?”“청성 씨,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정말 몰랐어요.”진이수는 황급히 해명했다.“일반적으로 사막 쥐 떼는 죽음의 사막 외곽에서만 나타나며 일정한 활동 구역이 정해져 있어요. 제가 고른 장소는 그 범위 밖에 있었으므로 이런 공격을 받을 리가 없습니다.”“청성 씨, 예기치 못한 사고는 늘 있는 법입니다. 죽음의 사막에 들어왔으면 다양한 상황에 대비할 준비를 해야 하죠. 우리 대장님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누구도 이곳에 사막 쥐 무리가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죠. 불만이 있다면 문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자들에게 불만을 품어야 할 겁니다.”블랙스콜피온의 한 짧은 머리 여자가 말했다.“맞습니다!”옆에 있던 큰 덩치의 대머리 남자가 맞장구쳤다.“물자를 지키는 사람들은 전부 청성 씨 사람들이잖아요. 괜히 우리 탓으로 돌리지 마세요.”“왕 아저씨, 물자를 지킨 사람들은 누구였습니까? 모두 다 데려오세요.”이청성은 차갑게 말했다.“네!”왕 아저씨는 짧게 답한 뒤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잠시 후, 그는 팀원들과 함께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이청성에게 보고했다.“아가씨, 어젯밤 보초는 이 다섯 명이 맡았습니다.”“어떻게 된 일입니까? 왜 이런 문제를 제때 발견하지 못했죠?”이청성의 목소리는 차분하고도 냉정했다.이번 임무는 국운을 좌우하는 중요한 일이었기에 절대로 부하들이 게으름을 피우게 해서는 안 됐다.“죄송합니다, 저희가 깜빡 잠이 드는 바람에...”소대장은 송구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잠이 들었다고요?”이청성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다음 날, 이른 아침.새벽빛이 채 퍼지지 않은 시각, 유진우는 갑작스레 들려온 텐트 밖의 발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순식간에 몸을 뒤집어 일어난 그는 곧장 경계 태세를 갖췄다.얼마 지나지 않아 텐트 밖에서 왕 아저씨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큰일입니다! 밖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왕 아저씨는 텐트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조심스럽게 바깥에서 보고를 올렸다.“네?”소란스러운 기척에 이청성이 천천히 눈을 떴다.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재빨리 겉옷을 걸친 그녀는 나직이 물었다.“무슨 일이죠?”“방금 순찰을 돌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습니다. 야영지 주변에 수많은 사막 쥐들이 나타났습니다. 녀석들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 보니 우리 보급 물자가 전부 난장판이 되어있더라고요!”왕 아저씨의 목소리에는 불안이 서려 있었다.“뭐라고요?”이청성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녀는 곧장 텐트를 열고 밖으로 나섰다.“보초를 교대로 서도록 지시했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죠?”“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발견했을 땐 이미 너무 늦었더라고요.”왕 아저씨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가요, 가서 직접 확인해 봅시다.”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했다.이번 탐험을 위해 그녀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다양한 생존 물자를 챙겼고 그것들을 낙타에 실어 운반했다.밤이 오기 전엔 특별히 신신당부하며 보급 물자를 철저히 관리하라고 지시하기까지 했는데 한숨 자고 일어난 사이 모든 것이 이렇게 망가졌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땐 수천만 마리의 사막 쥐들이 이리저리 날뛰고 있었다.식량과 물, 그리고 수많은 보급 물자가 난장판으로 되었다.호위팀의 팀원들은 사막 쥐 무리를 내쫓기 바빴다.그러나 사막 쥐들은 사람에 대한 경계가 전혀 없는 듯했다. 여전히 식량들을 탐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눈에 담은 이청성은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사막 쥐들은 타고나길 경계심이 강한 동물이라 이렇게 대놓고 인간의 식량을
밤에는 날씨가 매우 춥고 찬 바람이 불어 얼굴이 아플 정도였고 낮이 되면 마치 불 위에 얹어 굽는 것처럼 유난히 뜨거워 바위에 달걀을 터뜨리면 1분 안에 익을 수 있는 정도였다.이처럼 춥고 더운 극한 환경은 일반 사람들이 전혀 견딜 수 없었다.비록 충분한 물자를 준비했지만 이는 겨우 생존 필요를 유지하는 것일 뿐이며 진정으로 시험하는 것은 인간의 의지력과 신체 압축강도의 대처 능력이었다.유진우와 이청성 일행은 바람이 그린 지도를 따라 같은 속도로 전진했다.해 질 녘부터 해 뜰 때까지, 해가 떠서부터 해 질 녘까지.인원이 많다 보니 팀 이동 속도도 느렸고 다행히 이청성이 준비를 철저히 했고 이번에 데리고 온 사람들은 엘리트였기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빨리 해결할 수 있었다.밤에는 달빛이 어둡고 바람이 많이 불어 더는 이동이 힘들어지자 이청성은 팀을 지휘하여 적절한 장소를 찾아 텐트를 치고 주둔할 준비를 하였다.오랜 길을 달린 탓에 사람들은 몸과 마음이 이미 지쳐 있었고 오늘 밤은 푹 쉬어야 원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텐트가 설치되자 이청성은 먼저 요리사에게 요리를 시작하라고 명령했고 두 명의 최고 요리사와 십여 명의 후방 지원 요리사가 곧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굶주린 백여 명의 사람들은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며칠 동안의 사막 행은 아주 힘들었지만 이렇게 힘들 때 맛있는 음식에 술 한 모금 마시는 것은 그야말로 행복한 일이였다.큰 텐트 안에서 유진우, 이청성, 진이수 몇 사람은 배불리 먹은 후 둘러앉아 이어서 해야 할 일을 의논하기 시작했고 날씨가 추운 탓에 텐트 안에 모닥불도 피웠다.“이청성 씨, 지금까지의 진행 과정은 모두 매우 순조로웠어요.”“별일 없으면 우리는 내일 오후쯤 오아시스의 변두리 지역에 도착할 것 같아요.”“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그곳은 황사가 많이 발생하는 곳으로 우리는 더욱더 조심해야 해요.”진이수는 손으로 책상 위의 지도를 가리키며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네, 알겠어요. 진 대장, 어서 들어
한 시간 뒤, 서지석은 오령정 한 무더기를 안고 여관방에 들어서더니 탁자 위에 모조리 내려놓으며 말했다.“이청성 씨, 이것들은 모두 오늘 받아온 오령정들이에요. 제가 계산해 보니 대략 70% 정도 되던데 나머지 30%는 연락이 안 되거나 팔려고 하지 않았어요.”서지석은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처음에 그는 이청성의 재산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말로 설득하여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시키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말은 아무도 믿지 않았고 금도문이라는 이름을 내걸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심지어 대부분의 사람은 그를 사기꾼이라 생각하여 그들의 재산을 탐내 이런 더러운 수단으로 오령정을 빼앗으려 한다고 생각했다.서지석은 어쩔 수 없이 이청성의 방법대로 오령정을 높은 가격에 받아 대부분 사람의 의심을 풀었지만 의심이 많은 녀석들은 여전히 판매하려고 하지 않았고 아무리 설득해도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방법이 없어서 포기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좋은 말로는 죽을 놈을 말리기 어렵다는 말이 있듯이 그는 무림인들의 세계의 도덕과 정의를 매우 중시한다고 자문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고 더는 설득할 능력이 없었다.“지석 씨, 수고하셨어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미 다 했으니 나머지는 하늘에 맡겨야죠.”이청성은 이미 예상한 듯하였고 처음부터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단지 애국심과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최대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으로 생각했다.“저는 심부름만 했을 뿐 아무것도 한 것이 없어요. 오히려 이청성 씨가 너무 많은 재산을 낭비하셨어요.”서지석은 자신의 위엄과 명성으로 몇몇 사람이라도 설득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결국 혼자 착각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전혀 체면을 세워주지 않고 눈앞의 이익만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었다.“금전은 모두 목숨 이외의 물건이니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한 사람이라도 구하셨으면 된 거예요.”이청성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말했다.“이청성 씨, 한 가지 일이 더 있어요.”서지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