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다리가 두려움에 떨리기 시작했다.“도대체 이 괴물들은 왜 여기에 온 거지?”전원중은 너무 무서워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이런 강자들을 만나게 될 줄 알았더라면 오늘 이곳에 절대 오지 않았을 것이다.신전의 4대신이 나타난 뒤로 순식간에 상방이 고요해졌다.모두 멍하니 서서 감히 말도 못 하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심지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마치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현실적으로도 그들은 4명의 강자 앞에서는 개미와 다를 바 없었다.충격과 두려움에 휩싸여 있으면서도 그들은 궁금했다.도대체 무슨 이유로 여기까지 온 걸까?“유 선생님, 여기에 있는 걸 알고 왔으니 이제 나오시죠?”네 사람 중에서 아테나가 먼저 말했다.“정말 재미있네!”유만수가 웃으며 술잔을 들고나왔다.“신전에서 당신들 네 명을 보냈다는 건, 나를 여기서 죽이려는 건가?”“유 선생님, 신전에서도 당신과 같은 인재를 존경합니다. 선생님께서 동의하신다면 오늘 아무 일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저희의 보호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아테나가 큰 소리로 말했다.“하하... 자네 말은 나더러 나라를 배신하라는 건가?”유만수는 장난스러운 말투로 물었다.“용국이 선생님께 주는 건 우리도 드릴 수 있습니다. 심지어 더 많이 드릴 겁니다. 우리 서방세계로 오시면 선생님의 재능을 더 잘 발휘하실 수 있을 겁니다.”아테나는 계속 설득했다.“솔직히 말하면 나는 3가지 원칙이 있다네. 그건 바로 노인, 약자, 여자, 아이들을 죽이지 않는다. 탐관오리를 용납하지 않는다. 나라를 배신하지 않는다. 그러니 오늘 여러분을 실망하게 할 수밖에 없겠네.”유만수는 여전히 미소를 지었다.“동의하지 않으면 오늘 여기서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아테나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자네 네 명이 나를 죽일 수 있겠나?”유만수가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전쟁에서 싸우는 건 안 되지만, 사람 죽이는 건 우리를 따라올 사람이 없을 겁니다.”아테나는 자신감이 넘쳤다.“헛소리 그만해. 죽이고 싶어
결투는 계속되었다. 홍복홍은 홀로 4대 신전 강자를 상대하는데도 전혀 밀리지 않고 끄떡없었다.다섯 개의 그림자가 서로 뒤엉킨 채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싸우는 모습은 실로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들이 지나가는 곳마다 나무들이 쓰러지고 집이 무너져 그야말로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유진우는 문 앞에 서서 가끔 날아오는 기운을 막곤 했다. 홍복홍이 결투 장소를 멀리 옮겼기에 망정이지, 안 그러면 의원이 진작 무너졌을 것이다.“형님네 집안 어르신이 이렇게나 강했어요? 4대 천신급 고수와도 전혀 밀리지 않고 맞설 줄은 정말 몰랐어요.”왕현은 전방에서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결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다섯 개의 그림자가 서로 뒤엉킨 데다가 속도도 너무 빨라 누가 누구인지 도무지 알아볼 수 없었다.“우리 집안 어르신이 아니에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아니라고요? 그런데 왜 형님 아버지랑 같이 있는 거죠?”왕현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유씨 가문의 하인이나 다름없어요.”유진우는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그는 홍복홍에게 별로 호감이 가지 않았다.“하인이요?”왕현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고 가슴이 움찔했다.‘하인이 이렇게나 강하다고? 진우 형님네 집안이 왕실 집안은 아니겠죠?’“뭔가 문제 생긴 것 같아.”그때 유진우는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는지 갑자기 길목을 쳐다보았다.길목의 불빛이 어두워졌다 밝아졌다 계속 깜빡이기 시작했고 흐릿한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그림자가 불빛에 따라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했다. 불빛이 밝아졌을 땐 그림자도 사라졌고 불빛이 어두울 땐 다시 나타났다. 그런데 불빛이 매번 반짝일 때마다 그 그림자가 조금씩 이동하는 것 같았다.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그림자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검은 수염이 덥수룩한 영감이었는데 이국적인 외모에 검은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저승사자처럼 죽음의 기운을 내뿜고 있는 것 같았다.“저 저... 저 사람 누군지 알아요! 저 사람이 바로 신전의 명왕 하데스예요!”그때 인파 속에
하데스는 동방의 예절대로 두 손을 가슴 앞에 맞잡았다. 그러고는 손을 번쩍 들어 다시 아래로 꾹 눌렀다.“우르르 쾅쾅!”하늘에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마치 작은 산 같은 검은 손바닥 그림자가 갑자기 나타나면서 유만수를 힘껏 짓눌렀다.커다란 손바닥 그림자와 비교하니 유만수는 마치 한 마리의 개미처럼 유난히 작아 보였다. 저 손바닥에 맞는다면 사람이 아니라 아마 의원 전체가 그대로 무너져내릴 것이다.“쿵!”결투 장소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던 현무문의 제자들은 그 위압감을 버티지 못하고 시뻘건 피를 토해내며 털썩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신들의 전쟁에 백성들만 죽어날 판이었다.마스터급 고수들을 인간 핵무기라고 비유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충 일격만 가해도 산이 무너지고 땅을 갈라놓을 만한 힘을 지녔으니 일반인들이 어찌 버틸 수 있겠는가 말이다.“뭐야?”머리 위로 떨어지는 커다란 손바닥 그림자에 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그가 나설까 말까 망설이던 그때 한 흰옷 영감이 갑자기 나타나 유만수의 앞을 가로막았다.흰옷 영감이 금빛을 내뿜자 사오 미터 되는 금색 거인이 그의 등 뒤에 나타나더니 손바닥 그림자를 주먹으로 내리쳤다.“쾅!”엄청난 굉음과 함께 커다란 손바닥 그림자가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그리고 금색 거인은 미동도 없이 흰옷 영감의 뒤에 서 있었다. 마치 금색의 불상 같았다.“당신은 또 누굽니까?”하데스가 어두운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물었다. 암살 과정에 그 어떤 예외도 없을 줄 알았는데 또 다른 고수가 숨어있을 줄은 정말 생각지 못했다.“성은 부씨요, 자금성에서 내관직을 맡고 있습니다.”흰옷 영감은 백발이었지만 얼굴은 동안이었고 수염도 기르지 않았다. 말할 때 시선을 늘어뜨리고 태도도 겸손하여 위압감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부씨?”하데스가 실눈을 뜨고 그를 보더니 문득 뭔가 생각난 듯했다.“아... 기억났어요. 당신이 바로 그 전설 속의 제일 고수 부규환 씨군요.”흰옷 영감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헛된 명성인
현장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조금 전까지 격렬하게 싸우던 홍복홍 등 5인도 약속이나 한 듯이 공격을 멈추었다.사람들은 눈앞에 벌어진 광경을 도무지 믿을 수 없어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을 쩍 벌렸다.‘신전의 최고 신왕 중 한 명인 명왕 하데스가 이렇게 쉽게 죽었다고? 그것도 단 일격에?’‘어찌 이런 일이!’하데스는 마스터급 존재이자 서방 세계의 최고 고수였다. 게다가 실력도 어마무시하여 인간 핵무기라고 불릴 정도였다. 그런데 흰옷 영감은 그런 거물을 손쉽게 죽여버렸다. 실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잠깐의 침묵 끝에 현장 전체가 순식간에 발칵 뒤집혔다.“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신전의 신왕께서 저렇게 죽었다고?”“세상에나! 오늘 대체 왜 이래? 나 지금 꿈꾸는 거 아니지?”“그야말로 신들의 전쟁이야, 신들의 전쟁!”현무문의 제자들은 겁에 질려 벌벌 떨었다.전씨 부자든 당주 강수원이든 너나 할 것 없이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자금성의 내관직에 있는 자가 이리도 엄청난 실력을 지녔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설마 이게 바로 제일 고수의 실력이란 말인가? 실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명왕님이 죽었어?”아테나 4인은 눈도 감지 못하고 죽은 하데스를 보자마자 혼비백산했다.원래 계획대로라면 아테나 4인이 서경의 호위를 상대하고 명왕이 유만수를 처리하기로 했었다. 그들은 이번 암살 작전을 수도 없이 훈련했었는데 성공률이 99%에 달했다. 하지만 그렇게 여러 번 계산했는데도 고수가 이렇게 빨리 올 거라고는 계산하지 못했다. 게다가 명왕마저 그 고수의 상대가 아니었다.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들은 이미 완전히 실패했다!“아레스, 철수해!”아테나는 이를 꽉 깨물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도망쳤다.“젠장! 거의 성공이었는데!”아레스는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어 나머지 두 사람과 함께 도망쳤다.명왕마저 그의 실력이 아닌데 그들은 당연히 말할 것도 없었다.“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흰옷 영감의 모습이 눈
이런 강자는 어디를 가든, 어디에 있든 만인이 우러러보는 존재인데 왜 이리도 비굴하게 머리를 조아릴까?“위왕? 도련님?”강수원은 넋이 나간 얼굴로 유만수와 유진우를 번갈아 보았다. 그 순간 오금이 저리는 공포감이 그를 확 덮쳤다.지금 현시대에 위왕이라고 불리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다. 바로 서경의 권력자이자 유씨 가문의 실권자, 그리고 용국의 지존인 유만수이다.‘저 평범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등 굽은 영감이 바로 하늘 같은 존재인 위왕이라고?’그 생각에 강수원은 간담이 서늘해졌고 낯빛도 창백해졌다.만약 등 굽은 영감이 위왕이라면 유진우가 바로 위왕의 아들이자 천재 유장혁이란 말인가?“털썩...”강수원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낯빛은 창백해지다 못해 핏기라곤 없었고 절망이 가득했다.강수원 뿐만 아니라 전씨네 부자도 겁에 질린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특히 전세권은 바지에 지리기까지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건드린 사람이 위왕의 아들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말이다.“부 내관, 그만 일어나. 사내가 이리 쉽게 무릎을 꿇어서야 하겠어? 아 참, 까먹을 뻔했군. 부 내관은 사내가 아니지.”유만수는 덤덤하게 웃으며 장난치듯 말했다.“감사합니다, 위왕님.”부규환은 잠깐 올려다보다가 이내 다시 시선을 늘어뜨렸다.“오늘 아주 타이밍 좋게 나타났어. 우리를 계속 따라다닌 거지?”유만수가 떠보듯 물었다.“주인님께서 위왕님의 안전이 걱정되신다면서 저더러 몰래 지키라고 하셨습니다. 부디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부규환이 고개를 푹 숙였다.“지켜주는 건가? 아니면 감시하는 건가?”유만수가 웃을 듯 말 듯 한 얼굴로 말했다.“오해하지 마십시오, 위왕님. 위왕님은 하도 귀하신 몸이라 용국의 국운과 직결되어 있어요. 혹시라도 다치게 되면 그건 용국의 불행이란 말입니다.”부규환이 한껏 비굴한 태도로 굽신거렸다.“하하... 참으로 충실한 심복이구나!”유만수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과찬이십니다.”부규환이 허리를 굽혀 말했다.
“윙!”유진우가 들고 있던 장검에서 갑자기 눈 부신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부규환의 가슴을 찌르려 했다.“둥!”그런데 반투명한 골든벨이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와 부규환을 뒤덮으며 유진우의 검을 막았다. 날카로운 검 끝이 골든벨에 부딪히면서 여러 갈래의 물결이 일렁거렸다. 그 어떤 폭발음도 부딪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유진우가 내뿜은 기운이 골든벨에 전부 흡입되면서 부규환은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도련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부규환의 표정은 여전히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죽이려고 그러는 거지!”유진우는 발을 힘껏 내디디며 다시 한번 힘을 내어 골든벨을 찌르려 했다.“둥!”골든벨은 다시 한번 대량의 물결이 일면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도련님, 전 그저 주인님의 명을 받고 왔을 뿐이에요. 지금 이러시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부규환이 덤덤하게 말했다.유진우는 아무 말 없이 검으로 계속 찌르기만 했다. 그러자 골든벨이 점점 진동하기 시작하더니 일렁이던 물결이 더욱 촘촘해졌다. 그렇게 십여 번 찌르자 뚜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장검이 끊어지고 말았다. 일반 검은 유진우의 기운을 버티지 못했다.“그만해!”유진우가 계속 포기하지 않자 유만수가 결국 나서서 말렸다.“넌 쟤 상대가 아니야. 계속 싸워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어.”“상대가 되는지 안 되는지는 싸워봐야 알죠!”유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개를 때려도 주인이 누군지 봐야지. 부 내관은 오늘 명을 받고 왔어. 여기서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다면 넌 절대 감당 못 해!”유만수가 경고했다.“그래서요? 살인범이 그냥 가는 걸 보고만 있으라는 거예요?”유진우의 두 눈에 핏발이 섰다. 지금 이 순간 그는 마치 먹이에 굶주린 짐승 같았다.“장혁아, 제발 내 말 좀 들어. 아직은 때가 아니야.”유만수가 고개를 내저었다.부규환은 천자의 옆을 지키는 호위이다. 무슨 이유에서든 유씨 가문에서 죽는다면 엄청난 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는 자기 아들이 그때의 싸움에 휘말리는 걸 원치
평안 의원을 나선 흰옷 영감 부규환은 곧바로 차에 탑승했다.운전기사는 얼굴도 잘생기고 피부도 하얀 남자였는데 얼굴에 짙은 화장을 하고 있어 어딘가 괴이해 보였다.“부 내관님, 10년 동안 실종됐던 유장혁이 이런 작은 의원에 숨어있었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게다가 그때 일을 아직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것 같던데. 제가 기회를 봐서 처리할까요?”남자의 목소리는 날카로우면서도 차가웠다.“아직은 죽여선 안 돼.”부규환이 눈을 감고 담담하게 말했다.“유만수가 무너지지 않는 이상 누구도 유진우를 건드릴 수 없어.”“내관님, 사람이라면 나이 들어 언젠가는 죽기 마련이에요. 그 어떤 허점도 보이지 않게, 아주 자연스럽게 처리할 자신이 있어요.”남자가 웃으며 말했다.“그게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쉽지 않아.”부규환이 고개를 내저었다.“유만수가 왜 엄청난 공을 세우고 50만 대군을 이끌면서도 서경에서 주인님을 위해 일을 하는지 알아?”“그거야 당연히 주인님을 두려워해서 그렇겠죠.”남자가 오만한 기세로 대답했다.“두려워하는 건 맞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나쁜 놈을 벌하고 싶어도 무고한 사람들이 다칠까 봐 그러는 거야.”부규환이 담담하게 웃었다.“천재라고 불리는 아들이 살아있는 한 유만수는 욕심이 있어도 절대 함부로 하지 못해. 아무튼 아들이 죽으면 유만수는 두려울 게 없어져서 한 마리의 맹수로 변할 거야. 그때가 되면 용국의 하늘도 바뀌겠지.”10년 전, 서경의 왕비가 세상을 떠났을 때 유만수는 변방에서 군대를 움직인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결국 참았다.이유가 뭘까? 죽는 게 두려워서? 왕권이 두려워서?진짜 이유는 유장혁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쉽게 말해 유장혁은 위왕의 마지막 신념이자 버팀목이었다. 하여 유장혁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용국은 대란이 일게 될 것이다.“내관님, 유장혁이 서경으로 돌아와서 왕위를 이어받으면 우리한테는 엄청난 화가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남자가 걱정스럽게 말했다.“하하, 천재라고 불려봤자 그냥 애
“진작 갔어야죠. 여기 남아있어봤자 해만 끼치는데.”유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네 아버지가 가기 전에 나한테 너 좀 집에 돌아가게 설득해달라고 했어. 그런데 내가 거절했다.”술광이 의자에 앉아 찻잔에 차를 따랐다.“유씨 가문이 너무 위험한 곳이라 거기서 사람들과 암투를 벌일 바엔 밖에서 즐거운 인생을 사는 게 낫다고 했어. 그런데 놀랍게도 네 아버지가 동의하더라고. 유씨 가문은 너의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줄 테니까 넌 그냥 즐겁게, 행복하게만 살면 된다고 했어. 네 아버지는 그냥 네가 시간 되면 집으로 가서 어머니한테 인사 좀 드리길 바라셔.”그의 말에 유진우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무언가가 가슴을 쿡 찌른 것처럼 아팠다.그는 어머니가 준 옥 펜던트를 만지작거리며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언젠가는 돌아갈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제가 돌아가는 날이 바로 진범의 제삿날일 겁니다!”만약 진범의 머리를 자르지 못한다면 무슨 면목으로 집으로 돌아가 하늘에 계신 어머니에게 인사를 올리겠는가?“됐어, 할 얘기는 다 했어. 무슨 결정을 내리든 네가 알아서 해.”술광은 차 한 잔을 벌컥벌컥 들이마시고는 다시 잠을 청하러 위층으로 올라갔다. 유진우는 의자에 앉아 자신의 복수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무슨 생각해?”그때 이청아가 갑자기 걸어오더니 유진우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었다.“응? 언제 들어왔어?”유진우가 의외라는 듯 물었다.“이 큰 사람이 걸어들어오는 것도 못 봤어? 어느 여자 생각해? 나? 아니면 조선미 씨?”이청아가 의미심장하게 물었다.“다 아니야.”유진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직 불구덩이에 스스로 빠질 정도로 어리석진 않았다.“뭐야? 설마 또 다른 여자 있어?”이청아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당연히 아니지.”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에 유진우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아침부터 그런 얘기 하려고 온 건 아니지?”“흥!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으로 보여?”이청아가 두 눈을 부릅떴다.“좋은 소식 알려주려고 왔어.
문관옥이 어찌 할 바를 몰라 할 때 발밑의 땅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그와 함께 약간의 ‘쿵쿵’ 소리가 들려왔다.“뭐야? 지진이 난 건가?”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무관옥이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자 후방의 산림 속에서 언제부터인가 수천, 수만의 병마들이 나타나 있었다.눈길이 닿는 곳마다 빽빽하게 가득 찬 병마들로 산과 들이 전부 뒤덮여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 거대한 병력은 하나로 합쳐진 단일 부대가 아니었다.오히려 여덟 개의 정예 부대가 각기 다른 방향에서 몰려들고 있었다.땅의 진동은 바로 이 여덟 부대가 달려오며 만들어낸 소리였다.“저거 봐요! 저게 뭐예요?”“맙소사! 엄청난 규모잖아요! 산 전체가 덮일 것 같아요!”“저기 깃발을 봐요. 우리 지원군인 것 같아요!”“뭐라고요? 지원군이 왔다고요? 정말 잘됐어요!”사람들은 상황을 자세히 살핀 뒤 크게 기뻐하며 외쳤다.너무나 강력한 힘을 지닌 유장혁을 그들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더 많은 병력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했으며 그들이 바라던 대로 엄청난 지원군이 도착한 것이다.사람을 압도하는 수적 우위로 유장혁을 포위하거나 아니면 절대 강자가 나서서 그를 제압해야만 했다.현재 이곳에 도착한 방대한 군력은 무려 10만에 달했다. 사람마다 한 개 기술을 써도 유장혁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팔방제후에요! 팔방제후의 병력이 도착했어요!”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무관옥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연경에는 세 개의 주요 군사력이 존재한다. 첫째는 치안을 유지하는 성위군 둘째는 자금성 안에서 황족을 보호하는 금위군이다.그리고 셋째가 바로 외성에서 제8대 총수가 지휘하는 특수 군대인데 이는 연경의 안전을 지키고 반란이나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대이다.팔방 제후라고 불리는 이 총수는 높은 관직이 아니지만, 실제 권력은 거의 제1제후와 맞먹는다.그래서 이들은 종종 ‘팔방제후’라는 존칭으로 불리며 고위 관료들도 이들에게 함부로
“으윽!”전신 법상이 산산조각 난 순간 한비영은 마치 심각한 타격을 입은 듯 입에서 피를 쏟아냈다.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몸은 힘이 빠진 듯 휘청거렸다. 마치 기운을 전부 뺏긴 것 같은 모습이었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내가...내가 졌다고?”한비영은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그는 늘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있었고 어떤 천재가 나타나더라도 그 앞에서는 빛을 잃었다.자신이 무적이라 믿었고 누구도 자신의 적수가 될 수 없으리라 자부했다.그러나 오늘 한비영은 아주 처참하게 패배했다.천신사상결의 모든 기술을 남김없이 펼쳤지만, 결국 상대를 넘지 못했다.반면 유장혁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매 순간 정면으로 맞섰다.이번 싸움은 오직 절대적인 힘과 기술의 대결이었고 속임수 같은 건 없었다.결과적으로 한비영이 졌고 유장혁은 강력한 실력으로 천신사상결을 완전히 깨부수며 자신의 불패 신화를 끝장냈다.한비영은 자신이 졌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맙소사! 유장혁이 이겼다고요? 유장혁이 한비영을 이겼다고?”“천신사상결을 막아낸 사람이 있다니 이건 기적이에요!”“이게 바로 전설 속의 천재인가? 정말 두렵군요!”“...”유장혁이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을 보며 주변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유장혁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경악했다.한비영마저 이길 수 없다면 이들 중 유장혁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젠장! 천하회의 도련님이라는 사람인데 이런 망신을 당하다니!”문관옥은 얼굴이 어두워지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문관옥은 한비영과 유장혁이 서로 치명적인 상처 입기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한비영은 이미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유장혁은 멀쩡한 상태였다.유장혁이 얼마나 숨겨온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천신사상결은 정말 대단한 기술이에요. 도련님께서 대 마스터 경지에 도달했다면 나는 이 기술을 막지 못했을지도 몰라요.”유장혁은 담담히 말
“왔다! 드디어 천신사상결의 최강 필살기가 나왔어요!”“전설에 따르면 전신의 분노를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죠. 오늘 우리가 그것을 직접 볼 줄은 몰랐어요!”“천신사상결에 의해 죽는다면 그 또한 유장혁의 명성에 어울리는 최후가 될 것 같아요.”“...”공중에 떠올라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낸 한비영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두려움과 경외심에 휩싸였다.천신사상결은 천하회의 종주가 세상에 이름을 알린 필살기로 무림의 5대 필살기 중 하나로 꼽힌다.사람들은 그저 소문으로만 들어왔을 뿐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조금 전 보여준 세 가지 기술만으로도 이미 천지개벽할 정도였는데 이제 마지막 기술이 펼쳐질 순간이었다.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 아무도 가늠할 수 없었다.“전신의 분노!”공중에 떠 있는 한비영이 갑자기 포효했다.순간 한비영의 몸에서 전신 법상이 폭발적으로 나타났고 순식간에 키가 30미터가 넘는 거대한 거인으로 변했다.유진우는 그 발끝에서 마치 개미처럼 보잘것없어 보였다.마치 발을 한 번 내디디기만 해도 간단히 짓밟힐 것처럼 보였다.“검법 파장술!”한비영은 천천히 손을 들어 던지는 자세를 취하더니 거칠게 손을 아래로 내리눌렀다.그의 머리 위 거대한 법상 역시 똑같은 동작을 취했지만, 그 손에는 푸른 번개로 뒤덮인 거대한 창이 들려 있었다!“쿵!”번개 창은 마치 미사일처럼 유진우를 향해 내리꽂혔다.순식간에 천지가 뒤바뀌고 공간이 뒤틀렸다.극에 달한 공포스러운 위압감이 순식간에 온 사방을 덮쳤다.마치 하늘에서 신이 벌을 내려주듯 사람들을 공포와 전율로 몰아넣었다.번개 창이 가까이 다가오기도 전에 그 강력한 힘은 이미 대지를 붕괴시키고 바위를 산산조각 냈다. 백 미터 이내에 있던 풀과 나무는 모두 먼지로 변했다.멀리서 지켜보던 무사들은 겁에 질려 연신 뒤로 물러나며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강린!”번개 창이 내려오는 순간 유진우의 몸에 새겨진 강린 문신이 갑자기 빛을 발했다.검은 불빛이 그의 몸에서 터져 나와 거대한
허공에 드리운 거대한 형상은 온몸이 불길에 휩싸여 있었고 뜨거운 열기는 대지를 녹일 듯 위협적이었다.“화신의 분노!”기운이 최고조에 달하자 한비영은 양손을 앞으로 세차게 밀어내었다.그의 등 뒤에 나타난 화신 또한 똑같이 손바닥을 내지르는 동작을 취했다.곧이어 새빨간 불꽃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화염 용이 하늘로 솟구치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유진우를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주작!”유진우는 기운을 전환하며 몸에서 뿜어져 나온 현청진기를 머리 위로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그의 머리 위에는 거대한 불꽃의 신조 주작이 모습을 드러냈다.“끼오!”주작은 커다란 날개를 힘차게 펼치며 수많은 불빛을 흩뿌렸다. 화살처럼 치솟아 오른 주작은 한비영의 용과 정면으로 충돌했다.“쾅!”굉음과 함께 두 거대한 존재는 격렬히 부딪혔다.주작은 폭발하여 수많은 불꽃 조각으로 흩어졌고 용 또한 흔적만 남긴 채 사라졌다. 두 사람의 대결은 다시 한번 무승부로 끝났다.이 결과를 본 한비영의 표정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는 세 번째 기술을 준비하며 자세를 가다듬었다.한비영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배는 바다를 삼키는 고래처럼 부풀어 오르며 천지의 영기를 거칠게 빨아들였다.그 순간 그의 등 뒤에 검은 구름 같은 형상을 띤 신상이 나타났다.이 신상은 흉측한 얼굴에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발산하고 있었다.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무사들은 공포에 질려 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기세는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짓눌러왔다.“천둥의 분노!”한비영이 긴 함성을 내지르며 허공을 향해 강렬한 주먹을 내질렀다.그의 등 뒤의 천둥의 형상 또한 거대한 주먹을 휘둘러 유진우를 향해 내리쳤다.그 주먹은 마치 태산이 내려앉는 듯한 기세로 막강한 압박감을 뿜어냈다.“청룡!”유진우는 다시 한번 몸속의 현청진기를 뿜어내 머리 위에 푸른 청룡을 소환했다.푸른 용은 생동감이 넘쳤으며 비늘 하나하나가 빛을 받아 찬란하게 반짝였다.용의 신비롭
“너희들 생각엔 한비영이랑 유진우 둘 중에 누가 더 셀 것 같아?”“만약 두 사람 모두 전성기 시절의 실력대로라면 아마 비등비등하지 않을까 싶은데. 결국은 누가 더 전략을 잘 짜느냐가 관건이겠지만.”“말도 안 돼! 당연히 한비영 도련님께서 훨씬 월등하시지! 유진우는 이미 한물갔어. 이제는 한비영 도련님께서 진정한 천하제일 천재란 말이야!”“나도 도련님께서 이기실 것 같아. 어쨌든 유진우는 방금까지 싸워서 체력을 다 써버렸으니 꽤 지쳤을 거야.”“...”대치 중인 한비영과 유진우를 바라보며 무인들은 귓속말로 여러 추측들을 주고받았다.두 사람 모두 알아주는 천재로서 결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이런 두 사람이 공개적으로 맞붙는다고 하니 그 누가 기대를 품지 않을 수 있으랴.물론 대다수는 한비영의 승리를 예상했다.한비영은 최근 몇 년간 천하에 이름을 떨치며 대단한 기세를 뽐냈고 자질로 봤을 때는 이미 무적이었다.그 반면, 유진우도 과거엔 알아주는 무인이었지만 지금의 한비영과 비교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그래, 싸워라, 싸워. 얼른 너희 둘이 싸우다가 둘 다 죽거나 크게 다쳐야 내가 얻는 게 있지.”문관옥은 두 사람을 조롱하는 듯한 냉소를 지었다.생사가 걸렸는데 아직까지 무슨 무림인들의 규칙을 지킨다고 설쳐대는 모습이 너무 우스웠다.전략으로 상대의 빈틈을 노려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결투의 기본 상식이거늘.“유진우, 난 지금부터 천신사상결을 사용할 거다. 잘 사리는 게 좋을 거야.”“받아라!”한비영은 경고 한 마디를 마친 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공격을 시작했다.그의 몸에서는 강렬한 기운이 폭발하더니 푸른빛의 잔상이 등 뒤에서 뿜어져 나왔다.그 잔상은 여섯에서 일곱 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로 마치 신마와 같은 위풍당당하고도 압도적인 위압감을 주었다.“세상에, 시작부터 천신사상결이라니. 아무래도 도련님께서 싸움을 한 번에 끝내실 생각인가 보구나!”“천신사상결이라니, 저건 천하에 위세를 떨친 기술이야. 신이 앞을
백발의 노인은 구세주를 본 듯한 표정을 지으며 기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경원종이 유명하다고는 해도 천하회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말도 안 될 정도였다.이미 2년 전부터 한비영이 대 마스터에 접어들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이런 절세의 천재는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존재였다.“한비영 도련님이 나서주셨으니 이제 유진우도 도망치지는 못할 거야!”미모의 부인은 기쁨으로 두 눈을 반짝였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도망쳐야 하나 싶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한비영이 와주었으니 이제는 마음 놓고 전투를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한비영 도련님을 뵙습니다!”한비영이 땅으로 착지하자 사람들은 일제히 공손한 인사를 건네며 존경을 표했다.“다들 물러나 계십시오. 이제 전투는 제가 맡습니다.”한비영이 큰 소리로 말했다.“네!”사람들 역시 큰 소리로 대답하며 양옆으로 물러서 자리를 내어주었다.위험을 피하면서도 공로를 나눌 수 있는 이 상황에 사람들은 기꺼이 옆으로 물러나 한비영의 실력을 구경할 준비를 마쳤다.“도련님, 유진우는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혼자서 상대하시기엔 무리일 수도 있으니 같이 힘을 합치는 건 어떨까요?”“관옥 도련님, 호의는 감사하지만 저는 혼자 싸우는 걸 좋아해서요. 그러니 도련님께선 잠시 쉬시는 게 좋을 겁니다.”“하지만 비영 도련님, 이번 일은 중대한 사안입니다. 만일의 사태를 위해 함께 싸우시는 편이 어떠신지요.”문관옥이 다시 입을 열었다.“왜 그러십니까, 도련님께선 이 한비영을 못 믿으신다는 겁니까? 설마 제가 유진우 하나 상대 못 할 것 같나요?”한비영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도련님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지금은 자존심을 내세우실 때가 아니라 임무가 우선입니다. 만에 하나 문제라도 생긴다면 도련님 혼자 책임을 지시기 버거울 겁니다.”문관옥이 경고하듯 말했다.“저는 무림인으로서 무림인들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겁니다. 도련님께서 책임에 대해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이봐요!”문관
“응?”유진우의 시선이 느껴지자 문관옥은 밀려오는 불안함에 눈꺼풀이 떨렸다.조금 전, 백호랑이 시간을 끄는 틈을 타 그는 이미 단약을 삼켜 빠르게 상처를 치유하는 동시에 체력 역시 회복하고 있었다.몇 분 정도 지나자 상처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은 금세 사라졌고 체력도 빠르게 돌아왔다.그 반면, 유진우는 계속 이어지는 전투에 엄청난 체력을 소모했을 것이다.이제 역전된 기세에 문관옥은 어쩌면 자신에게도 승산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문관옥은 더 자신감을 얻었다.물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여러 명이 한꺼번에 공격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비겁한 방식일지라도 단독으로 모든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는 나았다.“영웅 여러분, 유진우의 기력이 거의 다 소진되었을 겁니다. 우리 다 같이 힘을 합치기만 한다면 분명 죽일 수 있을 겁니다.”문관옥이 큰 소리로 외쳤다.그 말에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유진우의 모습은 문관옥의 말처럼 체력이 부족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 유진우에게 무모하게 덤비는 것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백호랑이 데리고 온 군사들의 시신은 아직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 광경은 피로 새겨진 교훈이었다. 그 누가 감히 선뜻 나설 수 있을까?“오늘의 임무를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리스크가 있어야만 성공이 따르는 겁니다. 저놈만 죽이면 여러분들은 평생의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문관옥이 차분한 말투로 사람들을 유혹했다.그 말에 사람들의 눈빛이 이글거리기 시작하더니 각자의 얼굴에 의욕이 넘쳤다.유진우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결국은 혼자일 뿐이었고 방금 몇 차례의 전투를 통해 체력도 많이 소모되었을 것이다.그들이 힘을 모아 공격하기만 한다면 승산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죽는 게 무섭지 않다면, 어디 한 번 앞으로 나와 봐.”유진우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서자 사람들은 놀란 기색으로 뒷걸음질 쳤다.조금 전의 혈투를 똑똑히 목격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두려움으
“윽...”그때 문관옥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갑자기 피를 내뿜었다.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는 손에 든 빙화검을 바닥에 꽂아 가늘게 떨리는 몸을 지탱했다.마지막 공격에서 문관옥이 크게 다친 것이 분명했다.“뭐라고요?”이 광경을 본 사람들이 경악했다.다들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을 수 없어 하는 모습이었다.‘문관옥이 졌다고? 말도 안 돼!’문관옥은 4대 군신들의 우두머리였고 전쟁터에서 많은 사람들과 싸워왔었다.방금 공격에서 보여준 건 대 마스터가 되어야만 쓸만한 기술들이었다.‘그런 고수가 어떻게 질 수 있어? 유진우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문관옥도 이길 수 없을 만큼?’“계속 실력을 숨기고 있었어?”문관옥은 경악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그가 전력을 쓴 공격도 쉽게 막아냈으니 말이다.문관옥은 유진우를 쉽게 죽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다쳐버렸다.‘정말 말도 안 돼!’‘어떻게 된 거지? 유진우는 분명 사라진 지 10년이나 지났어. 서경왕부의 도움이 없는데 어떻게 이 정도로 강한 실력을 갖춘 거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야?’“내가 실력을 숨긴 게 아니라 네가 너무 약한 거야. 제대로 된 싸움으로 받아들이지도 못할 만큼.”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너!”문관옥은 이를 악물고 뭐라 말하려 했지만 또 피를 뿜었다.“4대 도련님 중에서 네가 최약체 아니야?”유진우가 말했다.실력으로만 봐서는 천하회의 한비영이 문관옥보다 훨씬 나았다.“날 너무 업신여기는 거 아니야?”화가 난 문관옥이 명령했다.“백호랑! 내 명을 들어. 당장 이놈을 죽여!”“돌진!”명령을 받은 백호랑들은 칼을 들고 유진우를 향해 돌진했다.이 백호랑들은 모두 문관옥이 정성껏 길러낸 호위무사들로 충성심이 강할 뿐만 아니라 실력도 강했다.물론 그도 백호랑이 정말 유진우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공격하라고 명령한 건 시간을 끌면서 유진우의 기력을 소모하기 위해서였다.이번 작전에 참여한 세력들은
“대 마스터...문 도련님의 한 방은 분명 대 마스터에 버금 가는 실력입니다!”채지웅은 그를 올려다보며 놀라움이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그는 유진우도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문관옥이 더 강할 줄은 몰랐다.‘마스터의 경지로 대 마스터의 실력을 발휘하다니... 말도 안 돼. 역시 천교는 다르다는 건가?’“이런 기술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온 세상에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노윤하는 입을 딱 벌린 채 충격을 금치 못했다.그녀는 스스로 자신이 고수라고 생각했지만 문관옥 같은 고수 앞에서 자기는 정말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너무 대단하시네요. 제 실력이 문 도련님 절반이라도 됐으면 얼마나 좋을까요...”사호문 제자들도 깜짝 놀랐을 뿐만 아니라 속으로 경외심을 느꼈고 뛰어난 실력을 갖춘 문관옥을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인제야 그들은 마침내 천교가 어떤 사람인지 깊이 깨달았다.“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문관옥이 칼을 휘두르는 걸 보면서 유진우는 피하지 않았다. 그저 살짝 스텝을 밟고는 칼을 들어 앞으로 찌를 뿐이었다.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었지만 화려한 테크닉도 없는 그저 단순한 공격이었다.그러나 문관옥이 들고 있는 거대한 칼날에 비하면 유진우는 코끼리 앞에 선 개미처럼 작고 약해 보였다. 입김만 불어도 부서질 듯이 말이다.“죽어!”유진우가 정면으로 맞서자 문관옥은 칼을 든 손에 힘을 더 세게 주었다. 그리고는 양손에 칼을 꼭 쥐고 아래로 내리쳤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유진우의 칼끝이 무관옥의 칼날을 정확하게 찔렀다.순간, 공포스러운 파동이 하늘 높이 치밀어 오르더니 사방으로 휘몰아쳤다.지나가는 곳에 있던 꽃과 나무는 온데간데없이 증발해 버렸고 바닥마저도 한층 벗겨져 버렸다.관전하는 무사들도 쓰러져서 곤두박질쳤다.모든 것이 가라앉고 나서야 무사들이 바닥에서 일어났다. 저 멀리에 또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구덩이 안에는 흑백의 그림자로 보이는 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었다.흰색은 유진우였고 검은색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