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것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던 송영명은 껄껄 거리면서 깨고소하게 웃었다.“유진우, 봤지? 이게 바로 내가 너희들한테 주는 이벤트야!”송영명이 비웃으면 약 올렸다.“그러니깐 이 모든 것이 너희들이 꾸민 수작이었구나! 비열한 것들!” 은도가 치를 떨며 욕했다.“주제 파악도 못한채 나랑 내기하겠다고 덤볐던 너희들이 머리 나쁜 거 아니야?” 송영명이 거들먹거리면서 말했다.“손님들 이 우리 쪽으로 다 몰려왔으니 승부가 난 거 아닌가? 얼른 무릎 꿇고항복해야지?” 안세리가 싸늘한 웃음을 지으며 내뱉었다.비록 덤터기 씌우는 계략은 실패했지만 자극 요법은 제대로 효력을 발휘한 것이 틀림없다.다행히 이 모든 계획이 수포가 되지는 않았어.“승부 나누긴 아직 빨라. 해가 아직 지지 않았으니 우리에겐 아직 기회가 있어.” 유진우는 낯빛조차 변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꾸했다.“왜? 아직도 미련이 남아 있는 건가?”“좋아, 그렇다면 지금부터 똑바로 지켜봐. 너희들이 내심으로 탄복하게 어데 한 번 제대로 보여줄 테니깐.”송영명이 빈정대거리면서 휴대전화를 꺼내어 누군가의 번호를 눌렀다.3 분 좌우 지난 후.벤츠 차 한 대가 거리 굽 인돌 이쪽으로부터 쌩 하니 달려 나오더니 거리 맞은쪽에 섰다.차문이 열리면서 안에서 화려한 옷차림한 뚱뚱한 남자가 여비서를 데리고 내려왔다.“대진약국 사장님꼐서 500만 회춘약을 주문하셨습니다!”사회자가 신나게 외쳤다.사회자의 목소리가 떨어지게 바쁘게 거리 저쪽 편은 경탄과 놀라움으로 떠들썩 해왔다.대진약국은 남성 구역 에서 아주 유명한 대약방으로서 백여 개의 분점을 갖고 있다. 약방 사장 또한 동네방네 소문이 자자한 대 부자였다.대진약국 사장이 오늘 이 자리에 나타나서 단꺼번에 500만의 회춘약을 주문한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운 일이였다. “쌩!”검은 벤츠차 뒤을 이어서 또 마이바흐 차 한 대가 도착했다.차문이 열리면서 백발 성성한 노인네가 지팡이를 짚고 내려왔다.“해성그룹 회장님께서 1,000만 회춘약를 주
“왜? 뒤를돌아 보면 어쩔 건데? 뭐가 달라져?”송영명이 코웃음을 치며 뒤돌아보았다.자기 회사 앞은 여전히 오가는 손님들과 성남구역 중 손꼽히는 부자들로 흥성거렸을 뿐, 그이상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유진우, 너 나이 몇이냐? 아직도 이런 유치한 장난을 쳐? 재밌냐?”송영명이 비웃으며 말했다.“어머, 혹시 지는 것이 두려워서 그러는 건 아니겠죠?”안세리가 목청을 돋우며 비꼬았다.“우리에게는 증인 또한 내기 관한 협의서도 갖고 있어요. 그러니깐 불필요한 변명은 집어치우고 약처방이나 고스란히 내놓는것이 더 체면스울 것 이예요.”“지긴 누가 졌어? 눈 똑바로 뜨로 저쪽을 좀 볼래?”유진우가 건너편을 턱으로 가리켰다.“체… 또 이거냐? 내가 또 속을 줄 알고?” 송영명은 콧방귀를 뀌며 본 척도 않했다.‘사람을 뭐로 보고? 한 번 속지 두 번 씩이나 속나?’“뿡——!”두 사람이 말나누는 사이에 검정색 로버랜드가 씽 하니 달려오더니 서서히 은씨 집단회사 문 앞에 세워졌다.차 문이 열리면서 검은색 양복을 받쳐입은 웅장한 남자가 내려왔다.“명성그릅 유일환 입니다. 은씨의약회사 개업을 축하하면서 옥루고 1000만 주문합니다!”라고 남자가 우렁차게 말했다.말이 떨어지게 바쁘게 송영명과 안세리의 웃음은 굳어져 버렸다.그들은 송영명이 혀 놀림만 했지 진짜로 누군가 와서 성원 해줄지는 생각 못했다.“어서 오십시요! 유회장님 감사합니다…!”은도가 희색만면해서 손님을 안쪽으로 모셨다.천만 주문서가 맞은 쪽에 비교하면 보잘것없지만 그래도 좋은 시작이긴 했다.“영명 오빠, 우리 성남구역에 명성그룹이라고 들어 봤나요? 난 왜 아무런 인상도 없지?” 안세리가 의아한 듯 물었다.성남구역의 크고 작은 세력들은전수 송씨 가문과 안씨 가문 손아귀에 들어 있었다.“명성그룹은 성동구역 세력이야. 아마도 당지태가 찾아온 것이 틀림없어.” 송영명이 설명해 줬다.“글쎄…”안세리는 머리를 끄덕이며 씁쓸해 했다.‘고작 천만’ 그녀는 간에 기별도 안간다는 표정을
불과 반 시간 안에 이토록 많은 부자가 상대편으로 몰려들 줄 꿈에도 생각 못했다.긴장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이 사태로 발전해 나가면 그들은 이길것이라 장담할 수 없없다.“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쪽으로 모실게요…”은도와 은국성 두 사람은 너무 좋아서 몸둘 바를 몰라 하면서 손님들을 안내해 드렸다.남성구역 시장은 송씨 가문과 안씨 가문이 통차지했기에 은씨 가문의 실력으로서는 도저히 이 많은 부자를 요청할 수 없었다.다행히도 당씨 가문의 도움을 받아 동성구역의 큰 부자들은 다 동원해 왔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은 아주 처참한 궁지에 떨어졌을 것이다.“당 도련님 덕분으로 우리가 오늘 송, 안 씨 두 가문과 겨룰 수 있어요.” 은도가 웃음꽃을 활짝 피우면서 말을 했다. “이 모든 것은 진우 씨의 계획입니다, 나는 그냥 집행했을 뿐이지.” 당지태가 부채를 살살 흔들면서 말했다.“정말요?”은도는 예쁜 눈썹을 위로 약간 치올리며 놀라운 듯 유진우를 바라보았다.“오빠 오늘 정말 멋져요, 어떻게 저쪽 수작을 꿰뚫어 보았대요?”“체, 다 남들이 씹다 던진 껌이야, 너무 졸렬해.” 유진우가 차분히 웃으면서 말했다. “설사 그들과 내기 안해도 오늘 이 많은 부자를 모셔왔으니 이참에 옥루고도 선전하고 손해볼건 없지.”“그렇긴 하죠.”은도가 머리를 끄덕이며 송, 안 씨 두 사람을 지켜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안씨 아가씨, 송 씨 도련님, 오늘 우리 양쪽 내기 승부가 아직 미지수네요.” 비록 안, 송 두 가족이 만단의 준비했지만 대행히 우리 쪽이 전부 받아 쳤어.“흥! 시뚝하지 마, 아직은 우리편이 승산이 더 커!”안세리가 차갑게 대꾸했다.“맞아! 우리 사람이 훨씬 많아, 결국엔 우리가 이길 야!” 송영명이 가슴을 내밀며 말했다.비록 당 씨 가문이 많은 부자를 모아서 사기를 돋우고 있지만 당 씨 가문 혼자로서는 절대로 감당이 안 될 일이라고 생각했다.‘두 명문 가족이 손을 잡으니 인맥이고 영향력이고 훨씬 초과해
이 시각, 송씨, 안씨 두 가문의 사람들은 더는 진정이 안 되었다.지금까지 만단의 준비를 다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팔대 가문의 우두머리인 용씨 가문이 은씨 가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받침돌이되어 주다니.용씨 가문과 그들 사이는 하늘과 땅 사이로서 비길 바가 못 된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설마 은씨 가문의 뒤심이 용씨 가문은 아니겠지?“어, 어떻게 용씨 가문 가장이 이 자리에 나올 수가 있어?”“절대로 , 그럴리가 없어, 용씨 가문 가장이 왜 여기로 와?”안세리는 두 눈이 휘둥그래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용수현이 누군데?”그는 한창 잘나가는 국회의원으로서 권력의 대표자로서의 존재였다.원래부터 인품이 도고하여 그 누구랑 쉽게 동맹을 맺는 위선적인 사람이 아니다.당지태는 물론, 그의 부모님이 나서도 용수현 같은 인물은 절데 요청할 수가 없다.그렇다면 대체 누가 용수현을 등장 시킨는 거지?“일이 많이 시끄러워졌는데!”송영명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쩔쩔매기 시작했다.당씨 가문 하나로도 충분히 머리 아프게 하는데, 지금 또 용씨 가문까지 등장하여 이야말로 설상가상이 되였다.팔대 가문 중 용씨 가문이 1위를 차지하고 그다음 당씨 가문이 2위, 모두 앞 4위 를 차지한다.한데 안씨 가문과 송씨 가문은 제4위 밖의 존재로서 팔대 가문의 밑바닥에 불과하다.종합적 실력을 따지자면 용씨가문과 당씨 가문이 안씨 가문과 송씨 가문을 훨씬 초과하는 편 이였다.이 상황에 오늘 내기는 그들이 승산이 거의 없었다.심지어 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어쩜 이럴수가있어? 설마 당씨 가문이 용씨 가문과 동맹을 맺은 건 아니겠지?”안두천이 양미간을 찌푸린채 낯빛이 흐려졌다.용수현의 등장은 원래 판세를 완전 뒤엎어 버렸다.전에 세워진 필승 계획이 지금에 와서는 애매해 졌다.“용씨 가문 어르신님! 너무 반갑습니다! 어서 오십시요!”은국성이 반가워서 몸 둘바를 몰라 하며 친히 용수현을 안쪽으로 안내했다.용씨 가문은 옥루고를 주문할 필요 없이 단지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 속에 호화로운 차들은 천천히 길 맞은편으로 하나 둘 떠나더니 회춘약 회사 입구 앞에 멈춰 섰다. 차들이 멈춰서는 모습을 본 안세리는 환하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하하! 우리 편이야. 우리 사람들이 왔다고! 우리의 구세주들이 왔어.” “잘됐네. 드디어 우리가 우리의 실력을 보여줄 때가 온 거야.” 옆에 있던 송영명 또한 크게 기뻐하며 맞장구를 쳤다. 비록 용수현의 출현으로 일이 조금 엇나가기는 했지만 다행히 그들이 미리 준비를 해두었기에 괜찮았다. “누구일까?” 안두천은 자신의 턱을 괴고는 기대에 가득 찬 표정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안씨와 송씨 두 가문의 동맹관계인 사람들이 거의 다 왔으니 이보다 더 한 행복이 어디있겠는가? “유진우, 은도 씨 그리고 당지태 씨!” 안세리는 세 사람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위풍당당하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 기뻐하기는 글렀다고 제가 그랬죠? 지금 기분이 어때요? 이렇게 크게 뒷통수를 맞으니?” “확실히 실력이 있다는건 인정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승리는 저희 것이네요.” 송영명은 안세리보다 더 잘난 척 하면서 옆에서 말을 덧붙였다. 두 사람이 승리의 기쁨에 취해 그들을 조롱하는 그 순간, 또 다시 무언가 변하기 시작했다. 아까 회사 앞에 멈춰 섰던 차 부대들이 마치 무언가를 발견한 것 마냥 갑자기 하나 둘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 부대들은 제일 앞에서 가던 차를 따라 방향을 돌리더니 천천히 은씨 집안 의약회사 앞에 멈췄다. 차들이 멈춰서고 너나 할 것 없이 부유해 보이는 사람들이 연달아 내리더니 다들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저 최홍기가 수많은 저의 자제들을 데리고 은씨 집안의 개업을 축하하러 왔습니다. 앞으로 돈 많이 버시고 장사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입니다.” 제일 먼저 내린 최홍기가 앞으로 다가오며 유진우에게 정중한 주먹인사를 건넸다. 그의 말을 들은 현장은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로 들썩이기 시작했다. “뭐? 왕족인 최씨 집안까지 왔어?
안세리를 제외한 모든 안씨와 송씨 가문 사람들은 지금 다들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뜨릴것만 같은 표정들이었다. 그들은 꿈에서도 일이 이렇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만약 그저 용씨 가문만 출현했다면 그래도 두 가문에게는 희망의 불씨가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왕족 중에서도 내세워라 하는 두 집안까지 등장을 해버렸다. 재벌 집안과 왕족의 차별을 말하자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 다시 말하자면 아예 다른 계급이라는 말이다. 재벌 집은 그저 돈 많은 집안이지만 왕족은 돈 뿐만 아니라 권력까지 손에 넣고 있다. 돈이 많은 사람도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 앞에서는 알아서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전혀 거짓을 보태지 않고 말을 해도 왕족이 재벌 집안 하나를 소멸하는데 고작 하룻밤이라는 시간이 수요 된다. 이것이 바로 두 집안이 절대 싸우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용씨 가문, 최씨 집안 그리고 전씨 집안까지?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어떻게 이런 일이...” 송영명은 너무 큰 충격에 혼자 막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는 도대체 왜 작디작은 은씨 집안에서 의약회사를 꾸렸다고 이렇게 대단한 인물들이 나서서 지지를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아무것도 말 하지 말고 당장 사죄해! 안 그러면 뼈도 못 추스를 테니까.” 잠간 넋이 나가있던 안두천은 제일 먼저 정신을 차렸다. 두 거대한 왕족들의 출현에 일의 심각성을 깨달은 안두천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은씨 집안이 어떻게 한 것인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그들의 패배는 눈을 감고 봐도 선명했다. 만약 계속 이렇게 밀고 나간다면 아무런 좋은 점이 없을뿐더러 심지어 두 거대한 왕족 집안의 화를 불러올 수도 있었다. 그때가 되면 안씨와 송씨 가문은 절대 쉽게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 안두천의 재촉아래 안세리와 송영명은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했다. “이번엔 저희가 졌습니다. 이렇게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오늘부터 저희는 회춘약을 팔지 않을 것입니다. 회사도 곧 문을 닫을 거고요. 이제 됐
하지만 결국 큰돈을 손에 쥐기도 전에 그들의 희망은 깊은 바다 속으로 잠겨버렸다. 회춘약은 팔리지 못해 쌓이고 쌓였고 전에 투자한 자금들도 다 물거품이 됐다. 한 순간에 안씨와 송씨 두 가문에는 재난 같은 일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와 반대로 은씨 집안은 아주 승승장구를 하고 있었다. 두 쌍두마차인 왕족 집안에서 공개적으로 지지를 받고 은씨 집안은 이류 집안에서 바로 일류 집안으로 신분이 상승했다. 돈을 많이 벌었을 뿐만 아니라 인맥과 자원 등 방면에서도 재벌 집안을 월등히 추월했다. 이렇게만 간다면 3개월도 걸리지 않아 은씨 집안은 진정한 재벌 집안으로 승진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연경에는 9대 재벌집이 출현하게 된다. ... 깊은 밤, 안씨 가문의 회의실. 안씨 가문 족장인 안두천은 송씨 가문 족장 송덕해와 나란히 마주앉아 앞으로의 대책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옆에서 보고 들으며 의견을 가끔 제시하는 사람으로는 안세리와 송영명같은 가족관계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두천 형님,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전에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우리 송씨 가문이 합류만 한다면 떼돈을 번다고 하시더니.” “지금 이게 뭡니까? 우리 송씨 가문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들였는데 개업한지 며칠 만에 부도를 냈다고요?” “제일 중요한건 주문을 넣었던 고객들도 다 환불을 요구하고 약까지 돌려주는데, 이렇게 가면 저희 송씨 가문에서 보는 피해는 어마어마합니다.” 송덕해는 안두천을 많이 원망하는 듯 참아왔던 말들을 마구 내뱉기 시작했다. 애초에 안두천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회춘약에 투자를 하지 않았더라면 송씨 가문도 지금 이 지경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회춘약을 만드는데 성분이 아주 높은데다가 대량의 주문까지 더해져 그들은 자신만만해져 이곳저곳 돈을 아끼지 않고 투자를 했었다. 큰돈을 벌어들일 줄 알았지만 그 누구도 이렇게 비참한 결말을 맞이할지는 몰랐고 이미 풍비박살이 돼버렸다. 현재는 송씨 가문 내부에서도 욕설이 난무하며 서로를 탓하고
“됐어요. 이제 와서 이런 문제를 토론해도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 같아요. 눈앞에 펼쳐진 이 곤경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생각해보자고요.” 그 순간, 한참동안 침묵을 하던 송자현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 그녀는 일을 처리할 때면 늘 깔끔한 것을 추구했고 패배를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이번에 패배의 맛을 봤으면 꼭 기회를 찾아 다시 일어서야만 하는 사람. “왕족 중 쌍두마차인 두 집안도 지지하는 중이니 회춘약으로 다시 사업을 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송덕해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 “두천 형님, 늘 이럴 때 쓰는 잔머리는 아주 좋지 않았습니까? 손실을 다시 메꿀 수 있는 뭐 좋은 방법 없습니까?” “휴, 이렇게 갑작스레 일이 벌어지면 저도 무슨 방법이 없습니다.” 만약 좋은 해결책이 안두천의 머릿속에 있었더라면 지금 여기서 이렇게 골치가 아파하며 한숨을 내쉬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빠! 저한테 좋은 방법 하나가 있어요.” 갑자기 무언가가 떠오른 듯 가만히 있던 안세리가 말했다. “응? 무슨 방법? 말해봐.” 안두천의 눈이 순간 반짝였다. 다른 사람들 또한 안세리에게 시선을 돌리며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준비를 했다. “아빠, 저희 회춘약 비방도 유진우에게서 얻었잖아요. 혹시 유진우한테 다른 약의 비방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안세리의 말에 안두천과 송자현은 눈이 마주쳤고 두 사람 다 딸의 의도가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하지만 당장 안세리의 의도를 밝혀내지 않았는데 필경 이런 일은 영광스럽고 당당하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세리야, 네 말은 우리가 유진우 그 사람을 몰래 납치라도 해와서 다른 약의 비방을 얻어내자는 뜻이야?” 송영명이 슬쩍 질문을 던졌다. “맞아!” 안세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이어갔다. “유진우는 수많은 비밀들을 감추고 있을 거예요. 걔만 잡아온다면 우리에게 더 큰 이득이 있을 거라고 저는 믿어요.” “하하! 좋은 방법이구나.” 송덕해는 안세리의 말에 두 눈이
무거운 왕부 대문이 쿵쾅거리면서 진동했다.매번 쿵쾅거릴 때마다 마치 거대한 망치가 심장을 강타하는 듯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문 열어.”이의진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치면서 사람들에게 대문을 열라고 명령했다.그녀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대문을 부수고 들어오려던 병사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갈피를 잡지 못했다.‘이런 상황에서는 대문을 굳게 닫고 방어에 힘써야 하는 거 아니야? 근데 알아서 문을 열어? 어떻게 된 거지? 혹시 다른 함정이라도 있나?’“진승민, 노정한, 강윤기, 하원휘. 나와!”이의진이 칼을 든 채 꼿꼿이 서서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녀의 강렬한 기세에 문밖의 병사들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그녀가 부른 네 명은 북쪽 4대 제후이자 이번 반란의 주요 세력들이었다.“뭐야? 일을 저질러 놓고 이제 와서 숨으려고? 4대 제후라는 사람들이 모두 쥐새끼처럼 숨어다니는 졸개들이야?”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이의진이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였다. 목소리가 어찌나 우렁차고 힘찬지 왕부 안팎으로 울려 퍼졌다.잠시 후 왕부 앞에 있던 병사들이 갑자기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넓은 길을 터주었다.곧이어 갑옷을 입고 망토를 걸친 각기 다른 모습의 중년 남자 네 명이 나란히 걸어왔다. 그들이 바로 북쪽 4대 제후였다.“진승민, 왕비님께 문안드립니다.”“노정한, 왕비님께 문안드립니다.”“강윤기, 왕비님께 문안드립니다.”“하원휘, 왕비님께 문안드립니다.”네 사람은 문 앞으로 다가가더니 동시에 몸을 숙여 예를 올렸다.“흥, 너희들 눈에 내가 왕비로 보이긴 하느냐?”이의진이 싸늘하게 말했다.“왕비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하루 왕비는 영원한 왕비십니다.”진승민이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만약 너희들이 나를 왕비로 생각했다면 반란을 일으키지도 않았겠지.”이의진이 큰 소리로 말했다.“왕비님, 오해하셨습니다. 저희는 반란을 일으킨 게 아니라 왕실을 구원하러 온 것입니다.”진승민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맞습니다.”옆에 있던 노정한
깊은 밤, 서경왕부 대문 앞.수많은 무장병사들이 거대한 왕부를 물샐틈없이 에워쌌다. 멀리서 바라보면 검은 무리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는데 그 수가 자그마치 수만 명에 달했다.이들은 단지 선봉 부대일 뿐이었고 사실 왕성 밖에는 북쪽 4대 제후의 군대와 유태범의 친위대까지 위장한 채 주둔하고 있었다.그 시각 왕부 안.이의진은 상복을 입은 채 차가운 표정으로 살기등등하게 대문 앞에 서 있었다.손에 날카로운 검을 들고 있었는데 온몸에서 풍기는 위엄과 살기는 보는 이들을 압도했다.왕부의 생사가 위기에 처하자 왕비인 이의진은 망설임 없이 맨 앞에 나섰다. 그녀의 뒤에는 석태혁과 갑옷을 입은 유만군이 서 있었다.그 수는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왕부에서 가장 강력한 전력이었다.유만군의 뒤에는 왕부의 병사들과 식솔들이 서 있었다.병사들은 칼을 들었고 식솔들은 몽둥이를 들었다. 그들은 죽음을 각오한 듯 굳건한 자세로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그리고 뒤쪽 내원으로 들어가면 왕부의 노약자와 부녀자들이 상복을 입고 무기를 든 채 멀리 떨어진 대문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만약 유만군이 쓰러지고 병사들과 식솔들이 모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그들 역시 망설임 없이 달려나가 왕부와 함께 죽을 각오가 되어 있었다.“아빠... 엄마... 무서워요...”열 살 남짓한 한 소년이 두 손에 칼을 들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온 소년이 언제 이런 끔찍한 상황을 겪어봤겠는가.왕부가 포위당하고 밖에 수만 명의 대군이 매복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소년은 왕부의 운명이 다했고 오늘 밤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걸 직감했다.“쓸모없는 녀석.”한 중년 남자가 뒤를 돌아보며 소년에게 호통쳤다.“우리 유씨 가문의 사나이는 전장을 누비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어. 겁쟁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네가 오늘 한 발짝이라도 물러선다면 네놈을 먼저 베어버리는 수가 있어.”“아빠...”겁에 질린 소년은 덜덜 떨면서 눈물을 글썽거렸다.“울
“그건...”유진우는 망설이면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세자 전하.”은성종이 갑자기 두 손을 맞잡고 예를 표하면서 말했다.“제가 재주는 부족하지만 세자 전하를 위해 가시밭길이라도 기꺼이 헤쳐나갈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만약 절 믿어주신다면 이 일은 저한테 맡겨주십시오. 제가 은밀히 충신들한테 연락하여 빠르게 힘을 모으겠습니다. 때가 되어 세자 전하께서 신호만 주신다면 반드시 성공하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제후님은 역시 의로운 분이시네요. 정말 진심으로 존경합니다.”유천우가 진심으로 감탄했다.“그렇다면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유진우도 두 손을 맞잡고 공손하게 인사했다.“세자 전하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건 저의 영광입니다.”은성종이 말했다.“제후님, 큰일 났습니다.”그때 한 병사가 문을 벌컥 열고 뛰어 들어와 당황한 기색으로 말했다.“방금 들어온 소식인데 서경왕부가 대군에 포위당해서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합니다.”“뭐? 포위당했다고?”이 말을 들은 순간 유진우와 유천우의 표정이 급변했다. 그들이 떠난 지 이틀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변고가 닥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 자세히 말해봐.”유천우가 다급하게 물었다. 병사는 은성종의 눈치를 살피더니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북쪽의 4대 제후들이 정예 부대를 이끌고 어젯밤 몰래 왕성에 잠입했는데 왕성 호위대의 장교급 군관들이 모두 인질로 잡힌 바람에 군 전체가 마비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 틈에 북쪽의 4대 제후들이 왕실을 구원한다는 명분으로 왕부를 포위했어요. 겉으로는 간신배들을 처단하고 서경왕의 복수를 하겠다고 하지만 실상은 군사를 일으켜 권력을 빼앗으려는 겁니다.”쾅.유천우가 화를 내면서 상을 세게 내리쳤다. “이것들이 아주 제대로 미쳤구나. 감히 서경왕부를 포위해?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이상 절대 이럴 수가 없어.”그는 설령 4대 제후들이 반란을 일으키더라도 기껏해야 성문 앞에 병력을 주둔시켜서 압박을 가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아직 절 기억해주고 계셔서 감사합니다. 저 아직 살아있습니다.”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은성종의 과거사를 몰랐던 터라 갑자기 흥분한 모습을 보니 조금 의아했다.“살아있었다니... 정말 다행입니다.”은성종은 놀라면서도 기뻐했다.“벌써 10년이나 지났어요. 그사이 세자 전하께서 이렇게 성장하시다니...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습니다.”“그러네요. 10년 동안 많은 게 변했습니다.”유진우는 감탄하며 말했다.10년 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고 10년 후에는 아버지가 암살당했다. 10년 사이에 부모님이 모두 세상을 떠났다는 게 참으로 안타까웠다.“제후님, 아까 제 형을 보면 서경왕부를 전폭적으로 도와주겠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지금 형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약속을 어기진 않으실 거죠?”유천우가 떠보듯 물었다.“만약 세자 전하께서 왕위를 이어받으시겠다고 한다면 난 목숨을 걸고서라도 세자 전하가 왕의 자리에 앉도록 도와줄 거야.”은성종이 진지하게 말했다.조금 전까지 냉정하고 덤덤했던 모습과는 달리 지금의 그는 투지가 넘쳤고 온몸에서 전에는 본 적 없는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좋습니다. 제후님은 역시 약속을 잘 지키시네요.”유천우는 웃어 보이고는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역시 형이 나서야 했어.’그가 아무리 애를 써도 은성종을 설득하지 못했는데 유진우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모든 게 쉽게 해결되었다.비록 10년이 흘렀지만 유씨 가문 천재라는 명성은 여전히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 있었고 만인의 존경을 받았다.“제후님, 제가 서경에 돌아온 사실을 아직 외부에는 알리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잡을 때까지 비밀로 해줬으면 좋겠어요.”유진우가 당부했다.“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절대 입 밖에 꺼내지 않겠습니다.”은성종이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가 좋은 그는 당연히 유장혁의 의도를 잘 알고 있었다.위왕이 호룡각의 잔당들에게 살해당했고 유태범은 왕위를 빼앗으려 혈안이 되어있었다. 정말 여러 가지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왕위를 이을 생각이 없다면서 왜 싸우려는 건데?”은성종이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물었다.“전 서경왕이 될 자격이 부족하지만 자격이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게다가 그 사람은 유태범보다 더 어울려요.”유천우가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그게 누군데?”은성종이 눈썹을 살짝 올렸다.“제 형님 유장혁입니다.”유천우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유장혁?”은성종은 실눈을 뜨더니 인정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세자 전하께서 서경왕이 되는 건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문제는 실종된 지 10년이 넘었고 감감무소식이라는 거야.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왕위를 이을 수 있겠어?”“제 형님은 죽지 않았고 이미 서경에 돌아왔습니다. 서경왕의 자리에 앉을 사람은 형님밖에 없습니다.”유천우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말로만 해서는 안 돼. 증거가 있어?”은성종이 물었다.만약 유장혁이 정말로 서경에 돌아왔다면 벌써 서경 전체에 소문이 퍼졌을 것이다. 하여 유천우가 단지 그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핑계를 대는 것이라 생각했다.“제후님, 증거를 드릴 수는 있는데 그 전에 물을 게 있어요. 만약 제 형님이 왕위를 물려받는다면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실 겁니까?”유천우가 되물었다.“그건...”은성종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망설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유천우가 하도 자신감이 넘쳐서 오히려 확신이 없어졌다.“제후님, 서경에는 좋은 왕이 필요합니다. 제 형님보다 더 서경왕에 적합한 사람은 없어요. 제후님도 잘 알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유천우가 말했다.“그래. 만약 내가 직접 세자 전하를 만난다면 널 도와줄게. 만나지 못하면 다른 사람한테 부탁해야 할 거야.”은성종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약속하는 겁니다.”유천우는 웃으면서 유진우를 돌아보았다.“형, 이젠 형이 나설 때가 됐어요.”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무 말 없이 얼굴에 쓰고 있던 가면을 벗고 본모습을 드러냈다.“당신은...”은성종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믿을
은성종은 유천우의 말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자신과 유천우에게 술 한 잔씩 따라 주었다. 그리고 잔을 가볍게 부딪친 후 술을 단숨에 마셨다.“좋은 술이군.”은성종은 혀를 차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유천우도 다그치진 않고 술을 다 마신 다음 은성종을 바라보며 말하기를 기다렸다.“유태범이 나한테 손을 잡자고 하더라고. 엄청난 이익을 약속했지만 모두 거절했어.”이 말을 들은 유천우의 얼굴에 기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데 이어진 은성종의 말에 살짝 당황했다.“아직 너무 기뻐하진 마. 유태범의 제안을 거절하긴 했지만 너도 도울 생각은 없어.난 전쟁을 싫어해서 중립을 선택할 거야.”은성종이 솔직하게 말했다.“중립이라고요?”유천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면서 바로 설득했다.“제후님, 서경의 일원으로서 서경이 무너지는 걸 그냥 보고만 계실 겁니까?”“난 능력이 부족해서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어.”은성종이 고개를 내저었다.“그리고 난 야심이 없어서 그저 편안하게 살고 싶어. 이런 권력 다툼에는 참여하고 싶지 않아. 내가 가진 작은 땅만 잘 지킬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은성종이 잠깐 멈칫하다가 또 말을 이었다.“솔직히 말해서 너랑 표기 대장군 모두 유씨 가문의 핏줄이라 누가 서경왕이 되든 나한테는 아무런 차이가 없어. 말이 반란이지, 그저 왕위 다툼일 뿐이야.”“그건...”유천우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상대방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천우야, 난 성격이 솔직한 편이라 혹시 불쾌한 점이 있다면 부디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은성종이 정중한 태도로 말했다.“제후님이 평화를 바라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면 제후님도 무사하지 못해요.”유천우가 다시 설득했다.“태평은 변경의 작은 도시이고 가난하고 가진 게 없어서 전쟁이 일어난다 해도 여기까지 쳐들어올 일은 없어.”은성종이 담담하게 말했다.“게다가 이미 유태범과도 합의했어. 내가 싸움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태평에는 절대 쳐들어오지 않겠다고.”“제
“제후님께서 도련님이 오실 걸 알고 저더러 미리 나와 기다리라 하셨습니다.”늙은 집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내가 올 걸 알고 있었다고요?”유천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면서 옆에 있는 유진우를 쳐다봤다. 저도 모르게 불안감이 밀려왔다.은성종이 미리 알고 있었다는 건 두 가지 가능성밖에 없었다.제갈영군이 전화로 알렸거나 유태범의 사자가 먼저 와서 선수를 친 것이다.“도련님, 제후님께서 오랫동안 기다리셨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죠.”늙은 집사가 허리를 굽히면서 손짓으로 안내했다.유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여기까지 온 이상 중간에 물러설 수는 없었다. 아무리 위험한 곳이라고 해도 뚫고 나가야 했다.일행은 늙은 집사를 따라 앞으로 걸어갔다. 여러 시설을 지난 후 식당에 도착했다.식당 안에 푸짐한 음식과 술이 준비되어 있었다. 음식 냄새와 술 냄새가 뒤섞여 식욕을 돋우었다.유천우 일행은 하루 종일 이동하느라 식사할 시간도 없었다. 눈앞에 차려진 푸짐한 음식을 본 순간 저도 모르게 군침이 돌았고 배에서도 꼬르륵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도련님, 먼 길을 오느라 배고프실 텐데 식사부터 하시죠.”늙은 집사가 공손하게 말했다.“제후님은요?”유천우가 물었다.“곧 오실 것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늙은 집사가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그렇다면 사양하지 않겠습니다.”유천우는 웃으면서 손짓했다.“너희들, 얼른 와서 먹어.”“네.”근위병 몇 명은 대답을 마치자마자 바로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맛보기 시작했다.훈련을 잘 받은 근위병들은 3일 밤낮으로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괜찮았지만 이렇게 행동하는 건 음식에 독이 든 건 아닌지 유천우 대신 시험해보기 위한 것이었다.항상 방심해서는 안 되었다. 만약 은성종이 음식에 약을 넣었다면 그들이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도련님, 아무 문제 없습니다.”모든 음식을 다 맛본 후에야 근위병들은 유천우에게 고개를 끄덕였다.유천우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더
해 질 무렵, 유천우와 유진우 일행은 변경 요새 도시인 태평에 도착했다.태평은 회음 제후 은성종의 영역이었고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낙후한 작은 마을에 불과했다.은성종의 통치 아래 짧은 10여 년 만에 서경에서 5위 안에 드는 도시가 되었다. 군사,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의료까지 모든 면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했다.태평이 오늘날의 번영을 누릴 수 있는 건 은성종의 뛰어난 재능과 지식 덕이었다.만약 제갈영군이 난세의 영웅이라면 은성종은 세상을 다스린 명신이었다.그 시각 회음 제후 저택 밖.검은색 승합차 한 대가 길가에 천천히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자 유진우와 유천우 일행이 잇달아 내렸다.“형, 여기가 마지막 목적지예요.”유천우는 저택 간판을 바라보면서 감탄했다.“회음 제후 은성종은 아버지와 친분이 두터울 뿐만 아니라 마음이 따뜻하고 의협심도 강해요. 게다가 제갈영군의 편지까지 있으니 이번에는 문제없을 겁니다.”“섣불리 판단해선 안 돼.”유진우는 고개를 내저었다.“마지막 순간이 될수록 더욱 긴장을 늦추면 안 돼. 은성종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서 유만수조차도 은성종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지 못했어. 아무도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혹시 변수가 생길까 봐 걱정하는 거예요?”유천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유태범이 이미 제갈영군과 연락했으니까 분명히 은성종과도 접촉했을 거야. 은성종이 유태범한테 설득당해서 유태범의 진영에 합류할까 봐 걱정돼.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지금 저택에 들어가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거나 마찬가지야.”유진우가 분석했다.유태범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다. 표기 대장군까지 오른 사람이라면 지혜와 용맹을 모두 갖추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생각할 수 있는 건 유태범도 당연히 생각했을 것이다.유천우 일행이 사방에서 사람들을 모으고 있을 때 절대 가만히 보고만 있을 유태범이 아니었다.전에 제갈영군을 끌어들이려고 도시 두 개를 제시했다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었다.남쪽 4대 제후 중에서 장범규는
제갈영군의 날카로운 눈빛과 창을 바라보면서도 유천우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가슴을 폈다.“제후님, 도시 두 개의 유혹이 매우 큰 건 사실입니다. 저였더라도 거절하지 못했을 거예요. 만약 제후님이 제 목숨으로 도시 두 개를 바꾸고 싶으시다면 기꺼이 그렇게 해드리겠습니다.”유천우는 두 손을 맞잡고 예를 표하면서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그래? 죽는 게 두렵지 않아?”제갈영군이 두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아니면 내가 감히 널 죽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죽는 건 당연히 두렵습니다. 살 수 있다면 죽음을 택하지 않아요.”유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게다가 제후님은 여러 해 동안 전쟁을 치르시면서 앞길을 막는 자는 전부 다 죽였죠. 그런 분이 저의 목숨 따위 가져가는 건 순간일 것이고 힘을 들일 필요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죽는 게 두렵다면서 왜 이렇게 태연한 거지?”제갈영군은 조금 의아해했다.“죽는 걸 두려워하는 건 한 가지 일이고 죽음을 맞이할 용기가 있는 건 또 다른 일입니다. 저택에 들어온 순간부터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했습니다.”유천우가 진지하게 말했다.“게다가 제후님이 정말로 저를 죽이려고 한다면 도망갈 수도 없어요. 차라리 깔끔하게 죽는 게 그나마 고통을 덜 수 있다고 생각해요.”“재밌는 녀석이군.”제갈영군은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더니 천천히 창을 내려놓았다.“피는 못 속인다더니 오늘 보니까 맞는 말 같군. 유씨 가문에는 쓸모없는 자식이 하나도 없어.”“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후님.”유천우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됐어. 농담 그만할게. 유태범의 부하들이 날 찾아온 건 맞지만 이미 내가 다 죽였어.”제갈영군이 손가락을 튕기자 곧바로 몇 명의 호위병이 시신을 끌고 와 유천우의 발밑에 던졌다.“자, 얘네들이 유태범이 보낸 사람들이야.”제갈영군은 발로 시신을 툭툭 치면서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제후님, 유태범이 주겠다는 도시 두 개를 포기하겠단 겁니까? 전 그렇게 좋은 걸 드릴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