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리를 제외한 모든 안씨와 송씨 가문 사람들은 지금 다들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뜨릴것만 같은 표정들이었다. 그들은 꿈에서도 일이 이렇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만약 그저 용씨 가문만 출현했다면 그래도 두 가문에게는 희망의 불씨가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왕족 중에서도 내세워라 하는 두 집안까지 등장을 해버렸다. 재벌 집안과 왕족의 차별을 말하자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 다시 말하자면 아예 다른 계급이라는 말이다. 재벌 집은 그저 돈 많은 집안이지만 왕족은 돈 뿐만 아니라 권력까지 손에 넣고 있다. 돈이 많은 사람도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 앞에서는 알아서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전혀 거짓을 보태지 않고 말을 해도 왕족이 재벌 집안 하나를 소멸하는데 고작 하룻밤이라는 시간이 수요 된다. 이것이 바로 두 집안이 절대 싸우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용씨 가문, 최씨 집안 그리고 전씨 집안까지?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어떻게 이런 일이...” 송영명은 너무 큰 충격에 혼자 막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는 도대체 왜 작디작은 은씨 집안에서 의약회사를 꾸렸다고 이렇게 대단한 인물들이 나서서 지지를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아무것도 말 하지 말고 당장 사죄해! 안 그러면 뼈도 못 추스를 테니까.” 잠간 넋이 나가있던 안두천은 제일 먼저 정신을 차렸다. 두 거대한 왕족들의 출현에 일의 심각성을 깨달은 안두천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은씨 집안이 어떻게 한 것인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그들의 패배는 눈을 감고 봐도 선명했다. 만약 계속 이렇게 밀고 나간다면 아무런 좋은 점이 없을뿐더러 심지어 두 거대한 왕족 집안의 화를 불러올 수도 있었다. 그때가 되면 안씨와 송씨 가문은 절대 쉽게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 안두천의 재촉아래 안세리와 송영명은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했다. “이번엔 저희가 졌습니다. 이렇게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오늘부터 저희는 회춘약을 팔지 않을 것입니다. 회사도 곧 문을 닫을 거고요. 이제 됐
하지만 결국 큰돈을 손에 쥐기도 전에 그들의 희망은 깊은 바다 속으로 잠겨버렸다. 회춘약은 팔리지 못해 쌓이고 쌓였고 전에 투자한 자금들도 다 물거품이 됐다. 한 순간에 안씨와 송씨 두 가문에는 재난 같은 일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와 반대로 은씨 집안은 아주 승승장구를 하고 있었다. 두 쌍두마차인 왕족 집안에서 공개적으로 지지를 받고 은씨 집안은 이류 집안에서 바로 일류 집안으로 신분이 상승했다. 돈을 많이 벌었을 뿐만 아니라 인맥과 자원 등 방면에서도 재벌 집안을 월등히 추월했다. 이렇게만 간다면 3개월도 걸리지 않아 은씨 집안은 진정한 재벌 집안으로 승진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연경에는 9대 재벌집이 출현하게 된다. ... 깊은 밤, 안씨 가문의 회의실. 안씨 가문 족장인 안두천은 송씨 가문 족장 송덕해와 나란히 마주앉아 앞으로의 대책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옆에서 보고 들으며 의견을 가끔 제시하는 사람으로는 안세리와 송영명같은 가족관계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두천 형님,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전에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우리 송씨 가문이 합류만 한다면 떼돈을 번다고 하시더니.” “지금 이게 뭡니까? 우리 송씨 가문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들였는데 개업한지 며칠 만에 부도를 냈다고요?” “제일 중요한건 주문을 넣었던 고객들도 다 환불을 요구하고 약까지 돌려주는데, 이렇게 가면 저희 송씨 가문에서 보는 피해는 어마어마합니다.” 송덕해는 안두천을 많이 원망하는 듯 참아왔던 말들을 마구 내뱉기 시작했다. 애초에 안두천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회춘약에 투자를 하지 않았더라면 송씨 가문도 지금 이 지경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회춘약을 만드는데 성분이 아주 높은데다가 대량의 주문까지 더해져 그들은 자신만만해져 이곳저곳 돈을 아끼지 않고 투자를 했었다. 큰돈을 벌어들일 줄 알았지만 그 누구도 이렇게 비참한 결말을 맞이할지는 몰랐고 이미 풍비박살이 돼버렸다. 현재는 송씨 가문 내부에서도 욕설이 난무하며 서로를 탓하고
“됐어요. 이제 와서 이런 문제를 토론해도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 같아요. 눈앞에 펼쳐진 이 곤경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생각해보자고요.” 그 순간, 한참동안 침묵을 하던 송자현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 그녀는 일을 처리할 때면 늘 깔끔한 것을 추구했고 패배를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이번에 패배의 맛을 봤으면 꼭 기회를 찾아 다시 일어서야만 하는 사람. “왕족 중 쌍두마차인 두 집안도 지지하는 중이니 회춘약으로 다시 사업을 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송덕해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 “두천 형님, 늘 이럴 때 쓰는 잔머리는 아주 좋지 않았습니까? 손실을 다시 메꿀 수 있는 뭐 좋은 방법 없습니까?” “휴, 이렇게 갑작스레 일이 벌어지면 저도 무슨 방법이 없습니다.” 만약 좋은 해결책이 안두천의 머릿속에 있었더라면 지금 여기서 이렇게 골치가 아파하며 한숨을 내쉬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빠! 저한테 좋은 방법 하나가 있어요.” 갑자기 무언가가 떠오른 듯 가만히 있던 안세리가 말했다. “응? 무슨 방법? 말해봐.” 안두천의 눈이 순간 반짝였다. 다른 사람들 또한 안세리에게 시선을 돌리며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준비를 했다. “아빠, 저희 회춘약 비방도 유진우에게서 얻었잖아요. 혹시 유진우한테 다른 약의 비방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안세리의 말에 안두천과 송자현은 눈이 마주쳤고 두 사람 다 딸의 의도가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하지만 당장 안세리의 의도를 밝혀내지 않았는데 필경 이런 일은 영광스럽고 당당하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세리야, 네 말은 우리가 유진우 그 사람을 몰래 납치라도 해와서 다른 약의 비방을 얻어내자는 뜻이야?” 송영명이 슬쩍 질문을 던졌다. “맞아!” 안세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이어갔다. “유진우는 수많은 비밀들을 감추고 있을 거예요. 걔만 잡아온다면 우리에게 더 큰 이득이 있을 거라고 저는 믿어요.” “하하! 좋은 방법이구나.” 송덕해는 안세리의 말에 두 눈이
유진우와 은도, 그리고 당지태 세 사람은 방 안에 모여 술을 마시며 즐거운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오늘 새로 개업을 한 회사지만 사람들이 생각보다 더 뜨거운 반응을 보였기에 장사는 남 부러울 것 없이 잘됐다. 떼돈을 벌어들인 세 사람은 완벽하게 끝을 맺은 뒤 제왕 빌딩에 모여 축하파트를 연 것이다. “하하하! 오늘 정말 속이 후련했습니다.” “송영명이랑 안세리 그 뭣 같은 년 놈들에게 드디어 한 방 먹였네요. 난 아직도 똥 씹은 듯 굳은 걔들 표정을 생각만 하면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니까요.” 당지태는 술잔을 손에 들고 껄껄 웃으며 말했다. 며칠 전 자신의 큰누나까지 협박을 한 두 사람이 처음부터 탐탁치 않아했던 그였기에 오늘 드디어 복수를 했다고 생각했다. “이게 다 지태 도련님의 넓은 인맥 덕분이지요. 최씨 집안과 전씨 집안을 동원해 저희의 체면을 살려주지 않았더라면 저희도 이런 영광을 누릴 수 없었을 거예요.” “자! 도련님. 한 잔 받으세요.” 은도는 미소를 띤 채 술병을 손에 들었다. “잠깐만요...” 당지태는 은도의 말에 멈칫하더니 말했다. “두 왕족 집안은 은씨 집안에서 동원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저희 당씨 가문이랑은 상관없는 것 같은데...” “네?” 은도의 표정이 점차 굳어져갔다. “지태 도련님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저희 은씨 집안은 고작 이류 집안인데 어떻게 감히 왕족 집안을 동원하겠나요?” “문제는 저희 당씨 가문도 그럴 능력은 없다는 겁니다.” 당지태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비록 그는 인맥을 동원해 많은 세력들을 불러 모아 개업을 축하해줬지만 그중에 최씨와 전씨 집안은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당지태도 그럴 능력은 없었다. 그의 아버지가 직접 나선다고 해도 성공률은 아주 희박한 일이었다. 재벌 집안과 왕족 집안, 두 집안의 차이는 말했다시피 하늘과 땅 차이다. “저희 은씨 집안도 아니고 당씨 가문도 아니라면... 누구일까요?” 은도는 멍한 표정으로 당지태에게 질문을 던졌다
“응?” 당지태는 급히 자신의 술잔을 뺏는 유진을 보며 물었다. “이상하다고? 어디가 이상한데?” 그리고는 따른 술의 냄새를 진하게 맡더니 계속 물어대기 시작했다. “냄새도 이렇게 진하고 색깔도 똑같은데 어디가 이상해? 아무 문제없잖아.” “술은 좋은 술이지만 안에 무언가를 넣은 것 같습니다. 아마 마시게 되면 오래 살기는 힘들 것 같은데...” 유진우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술에 독이라도 탔다는 말이야?” 그의 말을 들은 유지태의 미간이 점점 찌푸려지더니 뒤에 서있던 두 호위무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떻게 된 일이지?” 당지태가 마시는 술들은 입구에서 호위무사들이 검사지로 검사를 마쳐 안전을 확인한 후에야 그의 손에 쥐어질 수 있었다. “도련님, 저희도 아까 검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독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두 호위무사는 자신들을 의심하는 당지태를 보며 손사래를 쳤다.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은침은 전혀 변색되지 않았어요.” 여성 마스터가 말을 보탰다. “진우 네가 혹시 잘 못 생각한건 아니고?” 당지태는 유진우를 쳐다보며 다시 물었다. 호위무사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있지만 동이의 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믿는 당지태였다.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같이 커왔기에 서로 비밀도 없었고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도 없었다. “은침은 그저 독성분을 검사할 수 있을 뿐입니다. 술 안에 들어있는건 독이 아니지요.” 유진우는 말을 하며 은침을 꺼내 자신의 새끼손가락에 살짝 찔렀다. 약간의 힘을 주자 새빨간 피들이 흘러져 나오더니 뚝 하는 소리와 함께 술잔 안으로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벌어진 믿을 수 없는 일. 새빨간 피가 술잔 안으로 떨어지자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이던 술들이 갑자기 마구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량의 기생충들이 미친 것처럼 움직이며 유진우의 피를 먹어댔다. 이 기생충들은 아주 작고 투명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쉽게 알아보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빨간 피의 유혹을 받으면 기생충들은
“이 사람 잡아가서 제대로 조사해요.” 동이가 손을 휙 내저으며 두 명의 직속부하에게 명령을 내렸고 부하들은 빠르게 여성 직원을 끌고 방밖으로 나섰다. 이런 일이 발생한 상황에서 그 어떤 용의자들도 쉽게 풀어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호텔 주방에 가서 물어보고 낯선 사람이 들어왔었는지도 확인해요.” “제일 먼저 cctv확인하고 오늘 호텔에서 밥을 먹은 모든 사람 하나하나 다 조사해요.” 동이는 쓸데없는 말 하나 없이 바로 명령들을 내렸다. 당지태 옆에 서있던 호위무사들도 동이의 명령에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련님, 저희 실책입니다. 하마터면 큰 사고가 발생할 뻔했네요. 도련님께서 주시는 벌 달게 받겠습니다.” 동이가 허리를 숙여 사과를 하며 말했다. “네 탓이 아니다. 이런 악랄한 수법을 그 누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니?” 당지태는 잔뜩 굳은 얼굴로 대답을 해줬다. “요즘 누구랑 안 좋은 일 있었던 적 있어요?” 그때, 가만히 있던 은도가 갑자기 물었다. “아마 없을 겁니다.” 당지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전 평소에 공공장소에 모습을 잘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라 누구를 쉽게 건드리지도 않습니다.” 말을 하는 당지태의 눈이 순간 번뜩이더니 은도에게 물었다. “잠깐만요. 혹시... 안씨와 송씨 가문에서 벌인 짓 아니겠습니까? 오늘 저희 때문에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으니 복수를 하려는 것 아닙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은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세리와 송영명의 평소 덕행으로 보면 이런 큰 손실을 당하고 가만히 있을 사람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세 사람은 그들의 복수가 이렇게 빨리 시작할 줄은 몰랐다. “진우야, 네 생각은 어때?” 당지태가 고개를 돌려 유진우를 보며 물었다. “뭐 어떻겠습니까. 안씨와 송씨 두 비겁한 가문 빼면 누구도 이런 짓을 벌이지는 않을 겁니다.” 유진우 또한 이미 두 가문을 의심하고 있었다. “시*! 역시 그 짐승 같은 놈들이었어.” 당
밤은 점점 더 깊어져만 갔고 같은 시각, 남쪽 변두리 구역에 놓인 고풍스러운 저택 안. 송영명은 뒷짐을 진 채로 거실을 맴돌며 불안해 보이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유진우와 그의 일행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그는 일부로 주술을 아주 잘 쓰는 달인도 불러왔다. 달인의 실력은 전에 부른 장선생보다 더 뛰어났지만 성격이 조금 괴이해 울다가 웃었다가를 반복하며 다가가기 힘든 포스를 풍겼다. 게다가 상대의 이상한 취향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여자를 괴롭히기 좋아했고 엄중한 학대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하루 밤 사이 이미 세 명의 여자를 학대하고 괴롭혀 여자들은 몰골이 말이 아니었고 생과 사를 넘나들고 있었다. 들어갈 때는 화려하고 예쁘장한 여자였지만 나올 때는 살점까지 뜯겨져 피로 범벅이 된 채로 나왔다. 그는 누구를 연민하고 가여워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저 이런 독특한 성격을 가진 달인이 참 대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만약 자칫 잘못하기라도 했다가는 어떻게 죽는지도 모르게 죽을 수 있다는 그런 두려움마저 느꼈다. 끼익! 그때, 맞은편에 있던 방의 문이 스르륵 열렸다. 그러자 안에서는 검은색의 긴 치마 같은 옷을 입은 낯빛이 하얀 노인 한 명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걸어 나왔다. 송영명은 그 노인의 뒤를 슬쩍 쳐다보았고 이내 속옷도 걸치지 않은 여성 한 명이 공중에 묶인 채로 매달려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몸에서는 수많은 상처들 때문에 피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고 한 눈에 봐도 심상치 않은 상태였다. 그녀의 심장은 이미 뛰지 않는 것 같았고 아마 안에서 지독한 괴롭힘 탓에 죽음을 맞이한 것 같았다. ‘이게 뭐야!’ 송영명은 안에 있는 여성의 모습을 더 쳐다볼 수도 없어 시선을 돌려버렸고 공손한 자세로 노인의 앞에 다가가며 조심스레 물었다. “연 선생님, 보시기에 어떤 것 같습니까? 만족하십니까?” “괜찮소. 저 세 개의 장난감 다 내 입맛에 딱 맞더군. 오늘 이 몸이 덕분이 즐겁게 잘 놀았소.” 연 선
공이라고 생각했던 그 물체가 데굴데굴 굴러 두 사람의 앞에 떨어지고 나서야 그들은 그 물체가 공이 아닌 사람의 잘린 머리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와! 시*.” 송영명은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고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잘린 머리의 주인이 연 선생의 자제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응?” 연 선생 또한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눈빛마저 변해가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네 정체가 무엇이냐? 누구기에 감히 나의 자제를 이렇게 만든 것이지? 겁 대가리도 없이.” “그래서... 당신이 우리의 술에 시혈충을 풀어놓은 겁니까?” 자제의 머리를 던진 그림자가 어둠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고 거실 한 가운데 멈춰 섰다. 거실의 조명이 그림자의 얼굴은 은은하게 비췄고 송영명은 너무 놀라 말도 똑바로 하지 못했다. “유... 유진우?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너희들이 사람을 해치는 수단이 너무 비겁하고 악랄해서 말이야. 그래서 지금 나는 너희들이랑 제대로 한번 이 일에 대해 따지려고 해.” 유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따진다고? 퉤! 네 주제에 감히? 연 선생님 앞에서 이런 말이 나와? 정말 목숨이 귀한 줄도 모르는 구나.” 송영명은 땅바닥에 침을 칵 뱉더니 연 선생 뒤로 몸을 숨기며 말을 이어갔다. “연 선생님, 바로 저 놈입니다. 저 놈이 바로 제가 상대할 목표입니다.” “내 자제를 죽이고도 멀리 도망가지 않고 직접 두 발로 찾아오기까지 하다니... 정말 간도 크시군요.” 연 선생이 담담히 말을 꺼냈다. “간이 크다고요?” 유진우는 그의 말에 대뜸 웃음을 터뜨리며 묻기 시작했다. “그쪽 생각에는 제가 왜 여기에 나타난 것 같습니까?” “왜요? 설마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도 데리고 온 건가요?” 연 선생은 유진우의 말에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 사방을 살피며 되물었다. “도움을 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신들을 상대하기에 저 혼자서도 충분하거든요.” 유진우가 대답했다. “이런 미친!” 연
이청성은 미소를 지으며 잔을 들었다.“자, 다들 사양하지 말고 오늘 마음껏 드시고 마시세요!”다양한 맛있는 음식을 보자 금도문의 제자들은 사양하지 않고 마구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술이 세 순배 돌고, 다양한 음식이 들어가자 양측도 어느정도 친해졌다.“두 분을 보아하니 현지인은 아닌 것 같은데 설마 보물을 찾으러 온 건가요?”서지석이 떠보듯 물었다.“맞아요. 죽음의 사막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말을 듣고 몇 명 데리고 와서 운을 점쳐 보는 김에 단련하려고요.”이청성은 부인하지 않았다.죽음의 사막에 나타났다는 건 대부분 다양한 보물을 위한 것이며 이는 다들 속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이렇게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 여행 올 바보는 없었다.“제가 괜한 말을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죽음의 사막은 정말 위험합니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아무런 위험도 경험하지 못한 것 같은데 그런 험난한 곳은 가지 않는 것이 좋아요.”서지석이 설득하자 이청성은 웃으며 거절했다.“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꼭 가야 할 이유가 있어요.”“만약 기어코 가시겠다면 저희와 함께 가시죠. 그럼 저희가 보살펴 줄 수도 있고요.”“지석 씨도 이번에 보물을 찾기 위해 사막에 가시는 건가요?”유진우가 물었다.“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우리 금도문의 이번 임무는 죽음의 사막에 갑자기 나타난 오아시스를 탐험하는 거예요.”“선배님! 말을 삼가세요!”이 말을 들은 금도문의 제자가 즉시 소리를 내어 일깨웠다.어쨌든, 이것은 그들 사문의 임무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쉽게 알릴 수 없었다.“말 못 할 사정이 있다면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유진우는 캐묻지 않았다.“괜찮아요. 친구끼리 왜 감추겠어요?”서지석은 손을 흔들며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말했다. “죽음의 사막에 최근 신비로운 오아시스가 나타났다는 것을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이 오아시스는 마치 영적인 존재처럼 빠르게 확장되고 있어요. 그래서 그 안에 어떤 놀라운 보물
연우혁의 위협적인 눈빛에도 유진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방금 서지석이 막지 않았더라면 이 녀석은 땅바닥에서 자기 치아를 찾고 있었을 것이다.파리 몇 마리를 쫓아낸 후, 조이준은 계속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었다.서지석과 금도문 제자도 더 이상 큰 소리로 떠들지 못하고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그러자 이청성은 일어나서 서지석을 향해 주먹을 감싸고는 예의 바르게 말했다.“방금 나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별것 아니니 신경 쓰지 마세요.”서지석은 손사래를 치며 너스레로 말했다.“나는 멋대로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을 가장 혐오해요. 우리 금도문의 종지가 바로 불의를 보면 반드시 칼을 뽑아 돕는 것이거든요.”“금도문은 역시 명불허전이네요. 전부 의리가 넘치시는 분들이세요. 괜찮으시다면 저희와 함께 식사하면서 술을 마시는 건 어떨까요? 제가 마침 좋은 술 몇 병을 소장하고 있거든요.”이청성이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그렇다면 저도 사양하지 않겠어요!”좋은 술이 있다는 말에 서지석은 저도 모르게 눈이 번쩍 뜨였고 즉시 몇몇 제자들에게 두 식탁을 붙이라고 지시했다.“아저씨, 요리사에게 몇 가지 요리를 더 내오라고 하고 술도 몇 병 더 가져오세요.”자리에 앉은 후, 이청성은 하인에게 한 마디 분부했다.“네!”하인 왕씨 아저씨는 대꾸하고 곧 떠났다.잠시 후 좋은 술과 요리가 잇달아 상에 오르자 서지석은 사양하지 않고 먼저 술을 따라 단숨에 마셨다.“역시 좋은 술이네요.”술 한 잔이 입에 들어가자 서지석은 금방 취한 표정을 지으며 입맛을 다졌다.“내 추측이 맞다면 이건 아마 백 년 묵은 술이죠?”술을 좋아하는 서지석은 지금껏 다양한 좋은 술을 맛보았지만 이렇게 향긋한 술은 처음이었다.지난번에 사부님께 받은 50년 묵은 술은 이것만큼 맛있지 않았다.“선생님께서는 술을 잘 아시는군요.”이청성은 가타부타 웃었다.황실의 좋은 술, 그것도 진품이라 일반 사람들은 당연히 마실 수 없었다.“선생님이라니요! 서지석이라고 부르세요.”“지석 씨, 제
“사람을 너무 얕잡아 보네!”유진우의 조롱을 받은 포니테일 여자는 더욱 분노했다.그녀는 이미 양측의 실력 차이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갑자기 온몸의 내공을 동원하여 더 강력한 힘으로 찔렀다.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힘을 주어도 손에 든 검날은 좀처럼 나아가지 못했다.유진우의 손가락은 집게처럼 검날을 단단히 끼고 있었다.“자기 주제도 모르고 덤비네!”유진우는 콧방귀를 뀌며 손가락에 힘을 가했다.칭하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장검은 곧장 부러졌고 강력한 반진동이 그녀를 2~3m 밖으로 날려버렸다.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그녀는 얼굴이 일그러지고 눈이 침침해졌다.“대선배님! 이 녀석이 날 괴롭혔어요!”포니테일 여자는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과감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다.“건방진 놈! 감히 내 후배에게 손을 대? 죽고 싶어 환장했어?”매부리코 사내가 벌컥 화를 내며 검을 뽑더니 유진우를 혼내주려고 했다.“그만!”그때, 문 앞에서 큰 고함소리가 울렸다.곧이어 빨간 옷을 입고 보검을 멘 한 남자가 한 무리 사람들과 함께 기세등등하게 걸어 들어왔다.남자는 짙은 눈썹과 큰 눈을 가지고 있으며 체격이 우람하고 분위기가 강렬하여 등장하자마자 모든 사람의 주의를 끌었다.건방지게 굴었던 매부리코 남자조차도 상대방을 보고는 얼굴을 찡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연우혁! 비설파는 정말 눈에 뵈는 것이 없구나! 대낮에 권세를 믿고 사람을 괴롭히다니. 정말 너희가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 것 같아?”빨간 옷 사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서지석! 이 사람들이 우리 비설파에게 도발한 거다!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말고 나가!”매부리코 남자, 연우혁이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흥! 너희가 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거 내가 방금 똑똑히 봤어. 나 서지석은 너희같이 건방진 녀석들이 제일 눈에 거슬려!”서지석이 분노하며 말했다.“괴롭히면 뭐 어때? 우리 비설파의 일에 금도문이 무슨 자격으로 나서?”연우혁이 버럭 화를 내자 서지석이
유진우와 이청성은 원래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포니테일 여자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화살을 두 사람에게 겨누자 잠시 반응이 없었다.“그래! 저 사람들은 열몇 가지 음식이 있고 전부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아 보이잖아. 근데 우리 상에 올라온 건 전부 쓰레기야!”“당장 우리 음식도 바꿔줘! 그렇지 않으면 정말 화낼 거야!”많은 사람들이 소란을 피웠고 말하면서 식탁 위의 음식을 바닥에 힘껏 내던져 온통 엉망진창이 되었다.“죄송합니다. 저희 작은 가게 능력으로는 정말 저렇게 유명한 음식으로 바꿀 수가 없어요.”종업원이 울상을 지으며 난감해했다.“바꿀 수 없다고? 그 말은 우리가 저런 음식을 먹을 돈이 없다는 거야?”매부리코 남자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지금 사람을 차별 대우하겠다는 거야? 우리가 누군지 알아? 우리가 바로 강호에서 유명한 비설파 제자들이야. 만약 우리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이 가게는 오늘로 끝이야!”포니테일 여자가 흉악하게 소리쳤다.“오해, 모두 오해입니다.”종원은 화들짝 놀라며 설명했다.“저 유명한 음식들은 전부 손님이 직접 데려온 요리사가 요리한 겁니다. 저희는 그저 주방만 제공했을 뿐이에요.”“뭐? 요리사를 데리고 왔다고? 지금 장난쳐? 누가 요리사를 데리고 다녀?”포니테일 여자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죽음의 사막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보물을 찾으러 오는데 요리사를 곁에 두는 것이 말도 안 되었다.“정말입니다. 제가 직접 봤어요. 제가 어찌 감히 여러분을 속이겠어요.”종업원이 확신에 차서 말했다.그 말을 들은 비설파 제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더니 결국 유진우와 이청성에게 시선을 돌렸다.“이봐, 그 음식들 정말 그쪽 사람들이 만든 거야?”포니테일 여자가 앞으로 나서더니 위에서 내려다보며 물었다.“맞아요.”이청성은 고개를 끄덕였다.“밖에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직접 요리사를 데리고 왔어요.”“그래?”포니테일 여자는 식탁 위의 요리를 자세히 보고는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새우 볶음, 쏘가리구
“에취!”여관에서 막 옷을 갈아입던 유진우는 갑자기 재채기하고 속으로 ‘도대체 누가 나를 생각하는 거지?'라고 중얼거렸다.유진우는 코를 비비고 방을 나와 여관 식당에 도착했다.이 여관은 초등학교를 개조했기 때문에 식당의 면적도 작지 않았는데 대략 이삼백 제곱미터였다.백여 명이 식사하기에 넉넉했다.“여기요!”유진우가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이청성이 손을 들어 흔드는 것을 보았다.앞으로 다가가 보니 테이블 위에 이미 십여 가지 맛있는 음식이 놓여 있었다.“이 음식들은 전부 우리 주방장이 만든 거예요. 안전하고 맛도 있으니 안심하고 드세요.”이청성이 설명하자 유진우가 웃으며 말했다.“조심성이 많으시네요.”그는 사양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집 밖에 나오면 조심하는 게 맞죠. 이곳은 죽음의 사막 경계지역으로 아주 혼잡해요. 경각심을 늦추면 언제 죽을지 몰라요.”이청성은 젓가락을 집어 들고 천천히 씹으며 우아하게 먹었다.두 사람이 밥을 먹고 있을 때, 청의를 입고 보검을 든 젊은 남녀들이 갑자기 들어왔다.이 사람들은 분위기가 강하고 눈빛이 날카로우며 압박감이 넘쳤다. 옷차림을 보니 강호의 문파 제자일 것이다.그중 선두주자는 마른 체구의 매부리코 남자로, 서른이 넘은 나이에 인상이 다소 험상궂어 좋은 사람 같지 않았다.“대선배님, 이곳은 너무 낡았어요. 그리고 더러운 물건도 많은데 어떻게 여기서 식사를 하겠어요?”포니테일을 한 여자가 사방을 둘러보며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어쩔 수 없어. 이번에는 상황이 열악하니 대충 때워.”매부리코 남자가 좋은 말로 달랬다.“그래요. 온 김에 대충 먹죠 뭐. 배고파 죽겠어요.”포니테일 여자는 그나마 깨끗한 자리를 찾아 앉더니 외쳤다.“종업원! 여기에서 가장 좋은 요리로 당장 준비해!”“네!”종업원이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그리고 요리사에게 몇 가지 귀한 요리를 준비해서 먼저 내놓으라고 당부했다.그러나 포니테일 여자가 음식을 집어 한 입 먹자마자 곧바로 토했다.“퉤! 이
“전에는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달라요.”팀원들의 비웃음에 진이수는 부인하지 않았다.서로 생사를 함께한 형제자매들이라 못할 말이 없었다.“청성 아가씨는 정말 특별해요. 비록 실제로 뵌 적은 없지만 분명 절세미인인 느낌이 들어요.”체격이 우람진 한 대머리 남자가 늠름하게 말했다.“황소야, 청성 아가씨는 대장님이 마음에 두신 여자야. 분수에 넘치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난 그냥 한 말인데 왜 내가 감히 대장님 여자를 뺏는 것처럼 말해?”대머리 남자가 멋쩍게 웃었다.“대장님, 모처럼 설레는 여자를 만났으니 너무 많은 생각하지 마시고 용감하게 행동하세요. 대장님의 남성적인 매력이라면 충분할 거예요!”단발머리 여자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왠지 한발 늦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진이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아가씨 옆에 수행 경호원이 있는데 두 사람 같은 차에 타고 온 걸 보면 보통 사이가 아닌 것 같아. 난 아마 기회가 없을 거야.”전에 유진우를 겨냥한 건 질투심 때문이었다.게다가 이청성이 유진우를 옹호하는 태도를 보면 두 사람은 분명 평범한 친구 사이가 아닐 것이다.“대장님, 방법만 정확하면 넘어오지 않는 여자는 없어요.”단발머리 여자가 실눈을 뜨며 말했다.“그래?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진이수는 순간 흥미가 돋았다.“아주 간단해요. 아가씨 옆에 있는 그 경호원이 죽기만 하면 대장님에게 기회가 생기지 않겠어요?”단말 머리 여자가 놀라운 말을 하자 진이수는 안색이 굳어져서 좌우를 둘러보며 아무도 엿듣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는 목소리를 낮추었다.“은하야, 함부로 말하지 마. 행동에는 규칙이 있는 법이야. 우리는 탐험대이지 용병이 아니야.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훔치는 일은 일단 소문이 나면 앞으로 누가 우리를 찾겠어?”“저희가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하면 누가 알겠어요?”은하는 웃을 듯 말 듯 말했다.오랜 세월 강호를 누비며 서로 속고 속이며 생사를 걸고 싸웠으니
진이수의 갑작스러운 적대적 태도에 유진우는 잠시 당황하며 이해할 수 없었다. ‘나와 초면이고 아무런 악연도 없는 상황인데 왜 이렇게 나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일까?’ “진 대장님, 우리가 전에 만난 적 있나요?” 유진우는 가볍게 물으며 손을 천천히 내렸다. “만난 적 없는데요.” 진이수의 표정은 차가웠다. “그렇다면 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죠?” 유진우가 되물었다. “저는 그저 청성 씨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예요” 진이수는 여전히 단호하게 말했다. “죽음의 사막은 위험이 도사리는 곳으로서 들어간 사람 중 살아 돌아온 사람이 거의 없어요. 강한 실력과 전문적인 지식, 경험이 없다면 일반적인 사람은 하루도 살아남지 못해요. 청성 씨가 저를 고용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저는 청성 씨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죠. 그런데 당신은 전문적인 경호원이 아닌 게 분명해 보이기 때문에 당신의 능력이 의심되네요. 사막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청성 씨가 오히려 당신에게 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돼요.” 진이수의 말은 매우 직설적이고 거칠었다. “진 대장님, 청성 씨가 저를 데려온 이유가 있습니다. 당신의 역할은 단지 길을 안내하는 것뿐이에요. 위험을 피하고 그것만 잘하면 됩니다. 그 이상은 신경 쓰지 마세요. 저를 평가할 권리는 없습니다. 제가 할 일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유진우는 차분하게 답했다. 그는 성격이 온화한 편이지만 이처럼 자신을 함부로 평가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 “돈을 받는 일도 적당히 해야죠. 이건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 그렇게 대충할 수 없어요.” 진이수는 여전히 진지하게 말했다. 그의 눈빛은 이청성을 향했다. “청성 씨, 이 일과 관련된 뛰어난 경호원을 몇 명 알고 있습니다. 만약 저를 믿으신다면 그들을 데려올 수 있습니다. 물론 비용이 더 들겠지만요.” “진 대장님, 그 마음은 고맙지만 저는 유진우의 능력을 믿습니다. 그가 있기 때문에 제 안전은 문제가 없을 거예요.” 이청성은
차량은 일정한 속도로 순조롭게 달렸다. 결국, 그들은 다음 날 오전에 죽음의 사막의 가장자리 지역에 도착했다. 사막의 가장자리에는 크지 않은 마을이 하나 있었다. 약 500-600가구가 살고 있는 곳이었다. 마을에는 여관, 주유소, 마트 등이 있었다. 규모는 작지만 필요한 물건들은 다 갖추어져 있었다. 탐험대들에게 이 마을은 중요한 보급소로 위험한 순간에 생명의 은인이 되기도 한다. 사막에 들어가기 전이나 사막을 빠져나오는 이들은 모두 이 마을에 잠시 머물며 정보를 얻고 물자도 보충한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사막으로 물자를 운반하기 어려운 탓에 마을의 물가가 외부보다 몇 배나 비쌌다는 것이다. 이청성의 차량 행렬은 마을에 들어가 ‘희망의 집’이라는 이름의 여관 앞에 멈췄다. 이 여관은 원래 초등학교 건물을 개조한 곳으로 방이 아주 많아 100명 넘게 수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청성 씨, 도착했습니다.” 차량이 멈추고 한 명의 용병 옷을 입은 남자가 이청성의 차 창문을 두드렸다. 그 남자는 30대 중반의 키 큰 남자였고 황색 군복을 입고 가죽 부츠를 신고 있었다. 강한 인상의 얼굴을 지닌 그 남자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느낌을 주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진이수, 탐험대의 대장이며 죽음의 사막에 두 번 들어가 성공적으로 살아 돌아온 경험이 있는 유능한 인물이었다. 이청성은 그에게 큰돈을 주고 가이드를 맡겼다. 이번 탐험도 그가 이끌게 되었다. “진 대장님, 이곳이 바로 사막의 마을인가요?” 이청성은 차 문을 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을은 그리 크지 않았다. 대부분의 건물은 낮고 허름해 보였다. 사막의 모래바람에 오랜 세월 닳고 닳아 마을은 전반적으로 허술하고 거칠게 보였다. 하지만 ‘희망의 집’이라는 여관은 예외였다. 깨끗하고 정돈된 모습이었다. 자주 청소하는 듯했다. “맞습니다. 반경 100리 내에 이 마을 하나뿐입니다. 죽음의 사막에 가까워서 ‘사막의 마을’이라 불리죠.” 진이수는 미소 지으며 설명했다. “이
왕부에 돌아온 유진우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두 통의 편지를 썼다. 하나는 유만수의 서재에 두었고 다른 하나는 유천우의 침실에 놓았다. 이 두 통의 편지는 사실 떠나기 전에 그들에게 남기는 작별 인사였다. 유진우는 감정적인 문제를 잘 처리하지 못했다. 때로는 침묵 속에서 떠나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일 때가 있었다. 황혼이 내려앉을 무렵, 유진우는 이청성의 차에 몸을 싣고 서남의 사막으로 향했다. 서남에서 가장 거대한 사막은 ‘죽음의 사막'이라고 불린다. 이 사막은 환경이 극도로 험하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잘못 들어가면 거의 죽음을 면치 못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물론 죽음의 사막은 위험하지만 그 안에는 보물도 숨겨져 있고 금광도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수많은 탐험대가 생명을 걸고 사막에 들어가 운을 시험하려 한다. 운이 좋으면 보물을 발견해 하루아침에 부자가 될 수 있지만 운이 나쁘면 목숨을 잃고 만다. 과장하지 않고 말하자면 매년 수백 명이 보물을 찾아 사막에 들어가다가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런데도 죽음의 사막에는 끝없이 많은 탐험대가 몰려든다. ‘사람은 재물을 위해 죽고 새는 먹이를 위해 죽는다'는 말처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여전히 일확천금을 꿈꾸며 사막에 발을 들여놓는다. 이청성은 당연히 죽음의 사막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녀는 그 신비로운 오아시스를 찾기 위해 죽음의 사막에서 탐험했던 경험이 있는 전문 탐험대에게 큰돈을 지급해 길잡이를 맡겼다. 자신의 호위대와 합쳐 총 100명 이상의 인원과 30대가 넘는 차량이 함께 떠났다. 그중 절반 이상은 물자를 실은 차량이었다. 음식, 물, 나침반, 통신 장비, 응급처치 키트, 자외선 차단복, 구조 도구 등 필요한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청성은 부족함 없이 모든 물품을 준비했다. 밤이 깊어졌다. 차량 행렬은 계속해서 전진하고 있었다. 유진우는 자리에 기대어 창밖으로 달빛을 바라보며 얼굴에 어떤 감정도 드러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