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후.최웅이 랜드로버를 몰아 마침내 어느 무관 앞에 멈춰 섰다.무관은 규모가 매우 커서 마치 학교 같았고, 각종 시설과 프로그램이 완비되어 있었다.정문 앞에는 커다란 석비가 서 있었는데, 그 위에는 ‘천하무관'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천하무관은 천하회의 사업체였다. 강호를 통틀어 가장 강한 3대 문파는 천하회, 주술교, 그리고 검종이었다.천하회는 제자들이 전국에 퍼져 있어 모두 합치면 무려 10만 명에 달했다!게다가 대부분이 정예였다!3대 문파 중 천하회가 제자 수가 가장 많고 세력도 가장 컸다.반면 주술교는 신출귀몰한 능력으로 유명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람을 죽이는 수법은 모든 무림인들의 악몽이었다.검종은 한 마디로 강했다.검종의 제자 수는 극히 적었지만 한 명 한 명이 말도 안 되게 강했다.괴물 같은 존재들이었다!검종 제자들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한 번 나타날 때마다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40년 전, 무림인들 세계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큰 사건이 있었다.천하회의 한 고위 간부가 권력을 남용해 한 검종 제자의 분노를 샀다.그 검종 제자는 혼자서 칼 한 자루를 들고 천하회 본부까지 쳐들어갔다.그리고 혼자의 힘으로 천하회의 최정예 강자 백여 명과 맞서 싸웠다.결국 검종 제자는 전사했지만, 천하회의 백 명 강자들도 거의 다 죽거나 다쳤다.이로써 검종은 일거에 명성을 얻게 되었다!그 이후로 누구도 감히 검종 제자들을 건드리지 못했다.당시 천하제일이라 불리던 천하회는 처음으로 패배를 맛보며 치욕의 역사를 쓰게 되었다.“여기가 약속 장소인가?”유진우가 차에서 내려 ‘천하무관'을 자세히 살펴보았다.그는 천하회에 대해 꽤 잘 알고 있었다.무림인의 세력이라고는 하지만 그 배후에는 관방의 배경이 있었다.결국 연경에서 자리 잡고 세력을 키우려면 자금성의 그분 허락 없이는 불가능했다.어느 군주도 자기 집 문 앞에 통제할 수 없는 불안 요소가 존재하는 걸 용납하지 않을 테니까.“어때? 겁나나?”최웅
“어린 나이에 참 하늘 높은 줄 모르는구나.”최성이 고개를 저었다. “알아둬라, 여긴 남쪽 구역이 아니라 용호가 숨어 있는 연경이다. 네 그 서툰 무공으론 여기서 큰 물결을 일으킬 순 없어.”“어르신, 싸우려면 빨리 합시다. 저 시간이 없거든요.”유진우는 말하면서 하품까지 했다. 마치 잠에서 덜 깬 것 같은 모습이었다.최근 구세당을 재건하느라 바쁜 데다, 사람들에게 옥로고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금수옥과 빙심연의 행방을 찾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었고 앞뒤로 다리가 부러질 것 같았다.최씨 가문에 이용 가치가 조금이라도 없었다면 이런 데서 시간 낭비할 생각도 없었을 것이다.“이 녀석! 무례하구나!”유진우의 거만한 행동에 최씨 가문의 자제들이 순식간에 분노했다.그들은 수많은 오만한 인물들을 봐왔지만, 유진우처럼 최씨 가문을 완전히 무시하는 녀석은 처음 보았다.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나 봐!“유진우! 너무 건방지게 굴지 마. 우리 셋째 형이 오면 넌 끝이야!” 최웅이 얼굴을 굳혔다.“뭐? 아직 안 왔다고?”유진우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불평했다. “그럼 나를 왜 부른 거야? 차 마시며 수다 떨려고? 시간이 곧 돈이란 걸 모르나? 나 바쁘다고!”이 말에 현장은 순식간에 들끓었다.“젠장! 이 녀석 정말 건방져. 우리 최씨 가문을 완전히 무시하네!”“너무하다! 정말 너무해!”“빌어먹을! 어제 다리만 다치지 않았어도 오늘 내가 직접 그 녀석을 때려죽였을 텐데!”“......”최씨 가문 자제들이 분노로 가득 찼고 모두가 화가 났다.심지어 침착한 최성도 미간을 찌푸렸다.이 녀석, 일부러 사람들을 자극하는 건가? 아니면 정말 무지하고 오만한 건가?“삼촌! 참을 수가 없어요. 저 녀석 입을 찢어버리겠습니다!”이때 덩치 큰 남자 하나가 갑자기 일어섰다.그는 온몸에 살이 붙어 있고 험악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체격은 최웅보다 더 크고 마치 살덩어리 산 같았다.이 사람의 이름은 최혁. 최씨 가문의 방계였지만 무도 재능이 뛰어나 최씨 가문의 핵심
최혁이 패했다. 그것도 아주 처참하게.그의 거대한 몸은 벽에 구멍을 내고 상반신이 박혀 움직이지 못했다.멀리서 보면 마치 벽에 걸린 그림 같았다.“아?”이 광경을 본 모든 사람들이 멍했다.하나같이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이었다.최혁이 맹렬히 돌진했을 때만 해도 승리를 확신했는데,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듯했다.“방금 뭐가 일어난 거지? 혁이 형이... 진 거야?”“어떻게 가능해? 형 같은 강자가 어떻게 저런 녀석한테 질 수가 있어?”“사고야! 분명 우연이야!”잠깐의 정적 후 현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누구도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최혁은 천부적인 괴력에 횡련 고수로, 방어력이 칼날도 막을 정도였다.이런 고수가 유진우의 한 수도 막지 못했다니, 정말 믿기 힘든 일이었다.탁!최성의 손에서 차 잔이 떨어져 산산조각 났다.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완전히 굳어버렸고, 태연한 척하던 모습도 사라졌다.눈앞의 상황이 너무나 예상 밖이었다.최씨 가문에서 3위 안에 드는 천재 제자가 유진우에게 한 방에 패배하다니.단순히 방심한 건지, 아니면 실력 차이가 너무 큰 건지...“젠장! 그 녀석 만만치 않다고 했잖아!”최웅이 침을 꿀꺽 삼키며 전에 자신이 두들겨 맞았던 장면이 떠올라 두려워졌다.둘의 상황이 얼마나 비슷한가. 다만 최혁이 확실히 더 심하게 다쳤다.이를 보면 전에 유진우가 자신을 때릴 때는 전력을 다하지 않았던 모양이다.정말 무서운 녀석이군!“덩치는 크지만 별 쓸모 없어. 그저 움직이는 표적일 뿐이야.”유진우가 천천히 주먹을 거두며 말했다. 그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마치 아주 사소한 일을 한 것처럼.“이 녀석! 네가 방금 어떤 수를 썼지?!”최성이 갑자기 탁자를 내리치며 일어났다. 그의 눈빛이 날카로웠다.최혁의 몸은 칼날도 막아내는데, 한 방에 중상을 입힌다는 건 또래들로선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그래서 그는 유진우가 분명 어떤 비열한 수를 썼을 거라 의심했다.“어르신, 내
혼자서는 자신이 없었지만, 함께 힘을 합치면 반드시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그만!”그때, 무관 입구로 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선두에 선 사람은 키가 크고 백발의 노인이었다. 노인의 얼굴에는 위엄이 서려 있었고 용처럼 걸어 들어오는 모습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그것은 오랫동안 고위직에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강력한 기세였다.이때 노인의 옆에는 나라를 기울일 만큼 아름다운 절세미인이 함께 있었다. 여인의 이목구비는 정교하고 완벽했으며, 몸매는 아름답고 요염했다. 고고하고 고귀한 기품이 느껴졌고, 그녀의 모든 움직임에서 여왕다운 면모가 배어 나왔다. 그 여인은 바로 때맞춰 도착한 조선미였다!“무례하구나! 너희들은 누구냐? 감히 천하무관에 무단으로 들어오다니?!” 한 최씨 가문의 제자가 분노에 차 소리쳤다.“입 닥쳐!”최성의 안색이 크게 변하더니 최씨 가문 제자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그리고는 곧바로 방향을 돌려 노인 쪽으로 허둥지둥 다가가 공손히 인사를 올리며 말했다. “진국공을 뵙습니다!”“뭐라고? 진국공이라고?!”이 말이 나오자 전체 분위기가 일변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매우 오만했던 최씨 가문의 자제들은 즉시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리며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유난히 비천해 보였다. 현 조정의 국공으로서 그의 지위와 권세는 한 사람 아래 만 사람 위라고 할 만큼 높았다. 최씨 가문의 어르신이 만나도 예를 갖춰야 할 정도였다.“여긴 자금성이 아니니 예를 갖출 필요 없다.” 진학량이 담담히 말했다.“국공께서 귀한 발걸음을 하셨는데, 무엇 때문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최성이 조금 불안한 듯 물었다.진학량은 평소에 깊이 은거하며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금 이렇게 공공연히 나타난 것을 보니 사람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특별한 가르침은 없다. 오늘 내가 온 건 순전히 구경하러 온 것뿐이니, 너희들은 할 일이나 해라. 나를 신경 쓰지 말고.” 진학량이 무
진학량의 날카로운 눈초리에 유진우의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알 수 없는 무형의 압박감이 밀려왔다.하지만 이런 상황은 이미 예상했던 터라, 꽤나 놀랐음에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다.“저는 국공의 명성을 오래전부터 들어왔지만, 직접 뵌 적은 없습니다. 아마도 제가 대중적인 얼굴을 가져 국공께서 낯익게 느끼신 것 같습니다.” 유진우가 당당하게 설명했다.10년이 지나는 동안 그의 키, 외모, 그리고 분위기까지 모두 천지개벽할 정도로 변했다. 예전의 절친한 친구들조차도 단번에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그런가?”진학량이 다시 한 번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겠군.”“할아버지, 진우 씨는 정말 대단해요. 문무를 겸비했고 의술에도 정통해요. 전에 저를 여러 번 도와주기도 했어요. 연경 전체를 통틀어도 그만큼 뛰어난 젊은 인재를 찾기 힘들 거예요.” 조선미가 자랑스럽게 소개했다.자기 남자를 홍보하는 데 그녀는 언제나 열성적이었다.“허허... 이 계집애야, 너무 과장하는 것 아니냐.”진학량이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연경엔 숨은 인재들이 많아. 대단한 사람들을 이루 헤아릴 수 없지. 이 녀석이 재주가 있다 해도 그 최고의 천재들과 비교하면 아직 멀었다.”“할아버지, 지금은 안 믿으시겠지만 곧 아시게 될 거예요.” 조선미가 신비롭게 미소 지었다.그녀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많은 일들은 직접 보아야만 진정으로 믿게 되니까.그녀는 확신했다. 유진우가 언젠가는 할아버지에게 큰 놀라움을 안겨줄 거라고.“자, 이제 자리에 앉지.”진학량이 한마디 하고는 몇 사람을 데리고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그의 뒤에 있던 호위들은 좌우로 나뉘어 서서 주변의 이상한 점을 경계했다.“최성 어르신, 이제 시작해도 좋겠네요.” 조선미가 담담하게 웃으며 구경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시작이라고요?”최성의 눈꼬리가 씰룩거렸다.어떻게 시작하지? 최혁도 졌는데, 일대일로는 지금 아무도 유진우의 상대가 되지 못할 텐데.최훈이 제때
최성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오늘이 바로 전의 치욕을 씻을 좋은 기회야. 유진우만 이기면 마음의 응어리를 풀 수 있고 너의 무도 수련도 한 단계 올라갈 거야!”최웅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욕을 하고 싶었지만 감히 그럴 수 없어 억지로 말했다. “삼촌, 저번에 다친 상처가 아직 다 낫지 않았어요. 혹시... 다른 사람으로 바꿀 순 없을까요?”“바꿀 게 뭐야! 그깟 작은 상처 가지고. 대수롭지 않아. 어서 올라가. 우리 최씨 가문의 체면을 구기지 마!” 최성이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네... 알겠습니다.”최웅은 울고 싶은 심정으로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걸어갔다. 원래는 구경하러 왔는데 오히려 자신이 희생양이 되다니,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었다.“최웅, 정말 나랑 싸울 거야?” 유진우가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유진우! 우리 최씨 가문의 사내들은 결코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아. 오늘 내가 중상을 입긴 했지만, 너를 두려워하지 않아. 덤벼봐!”최웅은 겉으로는 의기양양한 모습이었지만 속으로는 애처롭게 울부짖고 있었다.‘형님, 제발 살살 해주세요. 우리 둘 사이에 무슨 원수가 있는 것도 아닌데 목숨 걸고 싸울 필요 없잖아요.’‘대충 두어 번 주고받다 말자고요. 다음에 밥이라도 사드릴게요.’“좋아! 역시 사내대장부로군!”유진우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전에는 좀 얕봤는데, 이렇게 기개가 있을 줄은 몰랐어. 정말 대단해!”“흥! 당연하지!” 최웅이 고개를 치켜들며 뿌듯해했다.“너같은 사람은 정말 드물어. 네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이번엔 전력을 다해 싸우겠어. 우리 생사를 하늘에 맡기자고!” 유진우가 공손히 인사를 했다.“엥?!”최웅의 두 다리가 풀려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형님, 저는 그냥 말로만 한 거예요.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이실 필요 없잖아요?’칼날도 뚫지 못하는 최붕도 한 방에 반죽음이 됐는데, 자신이라면 얼마나 더 비참해질까?“최웅, 준비됐어? 이제 공격할 거야!” 유진우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최성은 이를 갈며 두 주먹을 꽉 쥐었고 강인한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당당한 최씨 가문의 자제가 싸우지도 않고 도망가다니.이는 그야말로 천하의 치욕이었다!가장 중요한 건, 진국공 앞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이었다.이런 추문을 일으키다니, 왕족인 최씨 가문의 체면이 완전히 구겨졌다!“어르신, 당신의 조카님 참 대장부시네요. 굽힐 줄도 펼 줄도 아시는 분이군요!” 조선미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최성의 눈꼬리가 씰룩거리며 얼굴색이 몹시 난처해졌다.치욕이다! 정말 치욕스러운 일이다!“너희들 빨리 최웅을 잡아와! 집안의 법도로 다스릴 테다!” 최성이 최씨 가문의 제자들을 향해 고함쳤다.“네!”모두가 감히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흩어져 사방으로 찾아 나섰다. 그들은 마음속으로 최웅이 이번에 큰 죄를 지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마 죽지 않더라도 살이 벗겨질 정도로 혼날 것 같았다.“모두들 최씨 가문의 사내는 용맹하고 강직하다고 하더니, 오늘 보니 좀 실망스럽군.” 진학량이 담담하게 한마디 했다.먼 길을 왔는데 구경거리도 못 봤으니 정말 시간 낭비였다.“국공 각하께서 웃으실 만한 일입니다. 저희가 관리를 제대로 못해 이런 겁쟁이가 나왔습니다.”최성이 난처한 웃음을 지으며 사과했다.“그만하지. 별로 재미없군.”진학량이 옷을 툭툭 털며 천천히 일어섰다. “얘야, 오늘은 볼 게 없겠다. 우리 그만 돌아가자.”“그럴 수밖에요.” 조선미가 고개를 끄덕였다.“국공 각하, 방금 오셨는데 벌써 가시려니 너무 성급하신 것 아닙니까?”이때 입구에서 갑자기 몇 사람이 들어왔다.선두에 선 사람은 키가 훤칠한 중년 남자였다. 마른 체격에 하얀 얼굴, 수염 없는 모습이 온화하고 학자다운 인상이었다.그의 뒤로는 두 남자와 한 여자가 따라왔다.그 중 한 명은 바로 얼마 전에 도주를 한 최웅이었다.“형님?”온화한 모습의 남자를 보자 최성의 표정이 갑자기 진지해졌다. 서둘러 마중 나가며 물었다. “형님,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국공께서 친히 오셨는
쾅쾅! 주먹을 내지르자, 수많은 주먹의 잔상이 하늘을 뒤덮으며 유진우를 향해 맹렬하게 쏟아졌다. 그 주먹의 기세는 마치 폭풍우처럼 사방을 휩쓸며,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주먹이 지나가는 곳마다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져, 마치 귀신의 울음소리처럼 들렸다.“생각지도 못했네, 최웅의 실력이 또 더 좋아졌어. 이 한 방이면 최혁과도 맞먹을 거야.”“광풍화염권은 최씨 가문의 절학이지. 이걸 제대로 쓰기만 하면 금을 가르고 돌을 깨뜨릴 수 있어. 최웅이 틈을 잘만 잡으면 유진우를 이길 가능성도 있지.”최웅의 날카로운 주먹의 잔상을 보며, 사람들은 놀라움과 기대감을 동시에 품었다. 혹시나 최웅이 기적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있었다.“쾅!”갑작스러운 폭발음이 울려 퍼지면서, 모두의 환상이 산산이 부서졌다. 최웅의 주먹이 유진우에게 닿기도 전에, 그가 손쉽게 한 손으로 내리쳐 날려버렸다. 그 동작은 마치 파리라도 쫓아내는 것처럼 너무나도 간단하고 평범했다.쿵!최웅의 몸은 그 자리에서 십여 미터나 날아가 벽에 부딪혔고, 그 자리에서 바로 의식을 잃고 말았다.“...”최씨 가문의 제자들은 고개를 숙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의 준비는 했었지만, 이렇게나 빨리 패배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최씨 가문의 엘리트라고 여겨졌던 그가 이렇게 무력하게 당하다니, 참으로 참기 어려운 굴욕이었다.“흥!”최원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곧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는 이전에 유진우의 실력을 본 적이 없어, 최웅이 상대방과 어느 정도 겨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한 방에 끝날 줄은 몰랐다. 최씨 가문의 자손들이 언제 이렇게 약해졌단 말인가?“쓸모없는 놈! 한 방도 버티지 못하다니, 우리 최씨 가문의 얼굴을 제대로 구겼구나!”그 순간, 최원우의 뒤에서 한 젊은 여자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여자는 세련된 옷차림에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었지만, 눈빛에는 거만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녀는 바로 최원우의 딸, 최선희였다.“혹시 내
“아니에요?”유장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용호산은 여태껏 무림인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에 무관심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해.”서태양이 말했다.인재를 선발해 위상을 높이려고 진무사가 나섰다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었다.하지만 용호산은 전혀 관계가 없지 않은가?“그럼 무슨 의도인데요?”유장미가 되물었다.“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궁금하거든?”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서태양은 어깨를 으쓱했다.“보혁 씨는 내막에 훤하니까 화두를 꺼낸 거겠죠?”유이슬이 시선을 돌렸다.“내막까지는 아니지만 주워들은 소식이 몇 가지 있긴 해요.”염보혁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제가 알기로는 용호산 뒷산의 금지구역에 최근 신비로운 보물이 나타났는데 향후 100년 동안 무림인들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관련이 있다고 해요.”“무슨 보물이 그렇게 대단해요?”유장미가 깜짝 놀랐다.유이슬과 서태양도 예상치 못한 듯 충격을 금치 못했다.무림인들의 흥망성쇠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만약 제 추측이 맞는다면 용원의 기와 관련된 보물일 거예요.”염보혁이 목소리를 낮추었다.순간, 유진우는 눈썹을 추켜세웠지만 이내 포커페이스로 돌아왔다.“용원의 기? 그게 뭔데요?”유장미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용맥의 정수이기도 하죠.”유이슬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며칠 전 호룡각이 와해하면서 지하 용맥이 다섯 개의 용원의 기로 변해 세상에 뿔뿔이 흩어졌어. 소문에 의하면 용원의 기를 얻는 자는 천하무적이 되어 승승장구한다고 해.”호룡각이 무너지고 용맥이 파괴된 일이 워낙 큰 이슈였기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귀에도 흘러 들어갔다.“진짜요? 그렇게 대단한 물건이 있어요?”유장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고서에서 관련된 기록을 본 적이 있는데 용원의 기를 얻은 자들은 세상을 주름잡는 수장이거나 천하를 다스리는 왕이었어.”유이슬이 한마디 보탰다.“맞아요.”염보혁이 대
유진우는 옆에 있는 염보혁을 흘깃 쳐다보았고, 속으로 상대방이 아무리 예뻐도 남자를 좋아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쿨럭!”염보혁은 사레가 들린 나머지 연신 기침하며 쓴웃음을 지었다.“이슬 씨, 지금 절 칭찬하는 건지 비꼬는 건지 모르겠네요.”“당연히 칭찬하는 거죠. 그런 얼굴을 보고도 어떤 남자가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어요?”유이슬이 정색하며 말했다.“네?”염보혁은 말문이 막혔다.설령 사실일지언정 어찌 면전에서 대놓고 말할 수 있지?왠지 모르게 기분이 이상했다.“정 믿기 어려우면 태양한테 물어봐요.”유이슬이 문득 말했다.한편, 서태양은 염보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흠칫 놀라더니 서둘러 시선을 돌렸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은 도둑이 제 발 저린 듯싶었다.“제가요?”서태양은 난감한 얼굴로 대답했다.“선배, 장난하지 마세요. 저랑 무슨 상관이죠?”“뭔가 냄새가 나는데요?”유장미가 눈썹을 까딱하더니 눈알을 굴리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설마 보혁 씨한테 진짜 반한 건 아니죠?”“이... 계집애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서태양이 펄쩍 뛰면서 얼굴이 벌게진 채 고래고래 외쳤다.“남자끼리 엮일 리가 없잖아.”“침착해요. 단지 농담했을 뿐이에요.”유장미가 키득거리며 말했다.“게다가 남남 커플이 진짜 사랑이죠. 어차피 안 될 건 없잖아요. 만약 사귈 생각이 있다면 진심으로 축복해줄게요. 하하하!”“입만 열면 헛소리 하네.”서태양은 짐짓 화가 난 듯 혼내려는 액션을 취했다.유장미는 잽싸게 유이슬의 등 뒤로 숨어 웃음을 터뜨렸다.갑자기 산으로 흘러가는 대화에 당사자인 염보혁은 말문을 잃었다.더욱이 유장미와 투닥거리는 와중에도 그를 흘끔거리는 서태양 때문에 어이가 없었다.단순히 농담으로 치부할 수 있었지만 몰래 훔쳐보는 탓에 괜히 기분이 세했다.“진우 씨, 이슬 씨, 다들 용호산은 처음이죠? 제가 구경 좀 시켜드릴까요? 주변에 뭐 있는지 소개해줄게요.”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염
술이 몇 잔 오가자 서서히 편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슬 씨, 방금 검종의 제자라고 하시던데 무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용호산에 오른 건가요?”염보혁이 넌지시 물었다.“그런 셈이죠.”유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성격이 무심한 편이라 말주변이 딱히 없었다.“사실 저희는 스승님의 명을 받고 찾아왔어요.”상대적으로 외향적인 유장미가 웃으며 말을 보탰다.“노천사가 용호산에서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세상이 발칵 뒤집혔거든요. 검종 뿐만 아니라 천하회, 주술교를 포함한 파벌에서 최정예 제자들을 파견해 출전할 예정이에요.”“그럼 검종에서는 세 분이 참석하는 건가요?”염보혁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니요.”유장미가 고개를 저었다.“저희는 단지 구경하러 왔을 뿐,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는 따로 있어요.”그녀와 서태양은 선천 후기에 속했고, 유이슬은 실력이 뛰어나긴 했으나 반보 마스터에 불과했다.어찌 됐든 천교에 비하면 열세에 처하는지라 검종을 대표해서 출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따로 있다니? 설마 홍군림이에요?”염보혁의 눈썹이 까닥했다.“그건 저도 잘 몰라요.”유장미가 생긋 웃었다.“워낙 제멋대로에 신출귀몰하는 사람이라 이번 무림대회에 참가할지 아무도 몰라요. 만약 홍 선배가 진짜 출전한다면 우승은 우리 검종이 차지할 거예요.”홍군림은 천교 랭킹의 1위에 올랐을뿐더러 어린 나이에 경천 랭킹에 진입한 검종의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다만 성격이 까칠하고 독불장군이라 종주를 제외하고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장미야, 그건 네 생각이고.”이때 유이슬이 입을 열었다.“홍 선배가 실력이 뛰어나고 검종의 천재로서 일반 무사들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존재인 건 사실이지만 너도 알다시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능력자가 한 명 더 있잖아.”“누구요?”유장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유장혁.”유이슬이 무덤덤하게 말했다.“그 사람이 홍 선배보다 실력이 더 뛰어나요?”유장미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막상막하야. 천교
“네?”염보혁의 한 마디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넋을 잃었다.특히 잘 보이기 급급했던 서태양은 굳은 얼굴로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허공에 손을 들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럴 수가?방금 목숨 걸고 구하려던 사람이 남자였다니?“남자...? 농담이죠?”붉은 옷 소녀가 염보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경국지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인이 대체 어디를 봐서 남자란 말인가?푸른 옷 여인은 입만 벙긋했을 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흡혈파 망나니들이 여자가 아닌 남자한테 집적거렸다니?취향 한번 독특했다.“아니요. 진짜 남자예요.”염보혁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밖에 나가면 여자로 오해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하지만 아무리 봐도...”붉은 옷 소녀가 말을 아꼈다.“외모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염보혁이 어깨를 으쓱하며 해탈한 듯 말했다.“아쉽네요.”붉은 옷 소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본인이 이렇게 예쁜 얼굴을 가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선배? 왜 그래요? 괜찮아요?”그녀는 아직도 넋을 잃은 서태양을 발견하고 손을 뻗어 어깨를 툭 쳤다.“응? 아, 괜찮아. 단지 조금 놀랐을 뿐이야.”서태양은 꿈에서 깨어난 듯 금세 정신을 차렸다.다만 눈빛만큼은 남자한테서 떠나지 않았다.이렇게 요염한 얼굴이 사내란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그야말로 재능 낭비이지 않은가?“저는 염보혁입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염보혁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유이슬이에요.”푸른 옷 여인이 대답했다.“저는 유장미라고 해요.”붉은 옷 소녀가 활짝 웃었다.비록 남자이지만 미모에 저절로 눈이 갔다.“서태양입니다.”서태양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다 같이 술이나 한잔 하시죠?”염보혁은 손을 내밀더니 소개를 이어갔다.“이쪽은 유진우 씨, 그리고 두 분은 호위무사인...”“춘화와 추월이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수염 난 사내의 몸에 피투성이 상처가 생겼다.눈 깜짝할 사이에 연신 검에 찔린 탓에 저항할 힘조차 없었다.비록 수염 난 사내가 힘은 더 셌지만 기교에서는 한참 못 미쳤다.여자의 화려한 검술은 감탄을 자아냈고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악!”수염 난 사내가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사지가 부러진 채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은 마치 좀비를 연상케 했다.온몸은 피가 흥건했고 상처로 가득했다. 비록 목숨에 지장은 없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형님!”패배한 우두머리를 보자 흡혈파 제자들이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항상 위풍당당하고 기세등등했던 수장이 이런 몰골을 보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젠장! 감히 우리 형님을 다치게 해? 죽고 싶어 환장했어?”“저년을 없애버려!”흡혈파 제자들이 고래고래 외치며 검을 빼 들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여자를 덮쳤다.“무용지물이야.”푸른 옷 여인은 콧방귀를 뀌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들 틈으로 뛰어들었다.얼마 안 되어 흡혈파 제자들은 하나같이 처참한 비명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팔이나 다리가 부러진 채 선혈이 낭자했다.“역시 대단하세요!”눈앞의 광경에 붉은 옷 소녀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망나니 따위가 감히 검종에게 대들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서태양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뭐... 뭐라고? 너희들이 검종 제자였어?”흡혈파 제자들은 안색이 돌변하더니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검종은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3대 문파 중 하나로 천하회와 주술교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비록 제자들이 많지 않았지만 뛰어난 인재들밖에 없다.특히 검종의 홍군림은 어린 나이에 천교 랭킹 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경천 랭킹에 진입하여 세계 10위의 강자가 되었다.경천 랭킹 10위권에 검종 제자가 무려 2명이나 있는데 압도적인 실력으로 3대 파벌의 수장 자리를 거머쥐었다.여기서 검종의 제자들을 만나게 될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무모한 짓을 벌이지 않았을 텐데.“이제야
“윽!”서태양은 이를 악물고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온 채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이내 양손으로 검을 쥐고 온 힘을 다해 어깨를 짓누른 흡혈검을 떼어내려고 했다.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상대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힘이 점점 더 가해졌고 무릎이 닿은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작 이런 실력으로 감히 우리 흡혈파한테 덤비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수염 난 사내가 냉소를 지었다.“형님! 멋져요.”“역시 대단하세요.”부하들이 질세라 감탄했다.북쪽에서 흡혈파라고 하면 꽤 이름 있는 큰 파벌인지라 애송이 같은 놈이 도발할 만한 게 아니었다.“감히 내 앞에서 영웅 행세해? 넌 오늘 인생에서 가장 잘못된 결정을 내린 거야. 교훈 삼아 사지를 부러뜨려줄게!”수염 난 사내가 비열한 미소를 짓더니 흡혈검을 들어 올려 서태양의 손목을 향해 휘둘렀다.챙!검이 닿기 직전 청색 보검이 불쑥 나타나 허공에서 공격을 막아냈다.“응?”수염 난 사내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푸른 옷 여인이 보검을 들고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선배?”서태양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그제야 한숨 돌렸다.조금만 늦었더라도 오른손을 잃어버렸을 텐데 그나마 선배가 제때 도움을 줘서 천만다행이었다.“괜히 참견하지 마.”수염 난 사내가 음흉하게 웃었다.“우리 후배한테 손을 대는 순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여자가 싸늘하게 말했다.“맞아! 너희들 같은 망나니는 벌을 받아 마땅하지.”이때, 붉은 옷 소녀가 검을 빼 들고 낭랑한 목소리로 외쳤다.“언니, 제가 도와줄게요.”“아니야. 넌 태양이랑 지켜보고 있어. 이런 놈들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푸른 옷 여인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지?”수염 난 사내가 히죽 웃었다.“그런 왜소한 몸으로 오빠의 검을 어찌 막으려고? 차라리 무기는 내려놓고 침대에서 겨뤄보는 건 어때?”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부하들이 폭소를 터뜨렸다.곧이어 음흉한 시선으로 여자를 훑으며 멋대로 평가하
서태양이 움직이자 수염 난 사내의 뒤에서 덩치가 산만 한 남자 두 명이 튀어나왔다.두 사람은 무기로 길쭉한 검을 들고 있었다.몸체는 강한 피비린내와 함께 은은한 살기가 감돌았다. 이는 칼날이 오랫동안 선혈에 노출된 결과였다.무림인들의 세계에서는 흡혈검이라고 불렀다.다만 아쉽게도 그들이 지닌 검은 아직 미성숙 단계였고 기세가 한창 부족했다.챙! 챙!서태양이 먼저 검을 빼 들고 혼자서 두 명의 사내와 대결을 벌였다.그들은 기세등등하게 맞서 싸웠지만 힘만 강했을 뿐 행동이 굼뜬 편이었다.공격할 때마다 동작이 다소 어설펐다.반면, 서태양은 누가 봐도 고수의 가르침을 받았고 실전 경험도 풍부했다.스피드, 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어느 하나 뒤처진 데 없었다.세 사람이 공격을 주고받는 순간 실력 차이가 현저했고, 서태양은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내를 쓰러뜨렸다.그리고 응징할 겸 각자의 다리에 검을 관통했다.“흥! 고작 이런 실력으로 우쭐거려? 제 주제도 모르고.”서태양은 장검을 비스듬히 겨누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죽기 싫으면 당장 꺼져.”“좋아! 잘했어!”승리를 거머쥔 서태양을 보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비록 나서서 싸울 용기는 없었지만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것쯤은 충분히 가능했다.“그래도 실력은 꽤 있나 보네? 어쩐지 참견하더라니.”수염 난 사내가 눈을 가늘게 뜬 채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천천히 뽑아 들고 음침한 목소리로 협박했다.“하지만 오늘 임자를 만났지. 흡혈파를 마주친 이상 살아남을 방법은 없어.”“흡혈파는 무슨, 들어보지도 못했구먼.”서태양의 표정은 기고만장했다.“하! 괜찮아. 네 피를 전부 흡수하고 나면 우리가 왜 흡혈파라고 불리는지 알 거야.”수염 난 사내가 이죽거리더니 두말없이 공격을 개시했다.그가 발을 내딛자마자 맹렬한 기세가 솟구쳤고, 손에 든 흡혈검은 핏빛을 뿜어내며 곧장 서태양을 덮쳤다.앞서 상대했던 부하들과 달리 수염 난 사내의 흡혈검은 살기로 가득했다
아름다운 얼굴은 쉽게 화를 부르는 법이다.염보혁은 남자였지만 여자보다도 더 아름다운 요염한 얼굴을 지녔다.길을 나서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도리가 없었고 지금처럼 깡패 무리와 마주할 때면 번번이 시비에 휘말리기 일쑤였다.유진우는 모른 척하며 조용히 술잔을 기울였다.“어이, 이쁜이. 저런 나약한 놈이랑 술 마셔서 뭐 하겠어? 차라리 우리랑 한잔하지, 아주 즐겁게 해줄 테니 말이야!”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사내가 염보혁의 턱을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이 손 치우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후회하게 될 테니까.”염보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어여쁜 외모 탓에 남녀를 불문하고 다가오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처럼 대놓고 희롱하는 경우는 드물었다.“오, 이쁜이가 화를 내네?”수염 난 사내는 턱을 문지르며 비웃었다.“솔직히 말해서 화난 얼굴이 더 매력적인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더욱 감탄스럽군.”그의 말에 뒤따르던 무리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유진우는 피식 웃으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눈앞의 이 사내는 제법 능숙하게 수작을 부렸다.염보혁이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셋을 센다. 그 안에 사라지지 않으면 내가 직접 손봐주지.”염보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손 본다고? 하하하!”수염 난 사내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이거 제법 앙칼진데?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위층으로 올라가서 천천히 우리를 손 봐줘, 어때?”“맞아, 맞아! 방도 넉넉하니 차례대로 너랑 놀아줄 수 있다고!”그의 동료들도 시시덕거리며 말을 보탰다.“셋.”염보혁은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도 없다는 듯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이쁜이, 괜히 버티지 말고 그냥 올라가자. 내가 아주 다정하게 대해줄 테니 말이야.”수염 난 사내는 입을 커다랗게 벌려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낄낄댔다.“둘.”염보혁은 여전히 냉랭한 표정을 유지했다.“싫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직접 안아 올라가는 수밖에.”그가 손을
유진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보혁 씨가 이렇게까지 많은 걸 알고 있을 줄은 몰랐군요. 제 생각엔 장일청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것 같은데요.”용호산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염보혁이 이렇게나 많이 알고 있다니, 이건 그가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증명하는 셈이었다.“진우 씨께서 과찬해 주시는군요. 저는 그저 사람들 사이에 끼어 듣는 걸 좋아해서 호기심에 이런저런 소문을 알아본 것뿐입니다. 사실 별다른 능력은 없어요.”염보혁은 겸손하게 웃으며 덧붙였다.“하지만 만약 진우 씨께서 무림대회에 참가하신다면 전 온 힘을 다해 진우 씨가 우승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보혁 씨,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군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전 그저 세상 구경이나 해볼 겸 참가하는 것뿐입니다. 우승 같은 건 감히 꿈도 꾸지 않아요. 애초에 제 실력으로 어떻게 그 내로라하는 강자들과 겨룰 수 있겠습니까?”“진우 씨는 너무 겸손하시군요. 저는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합니다.”염보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우 씨는 외모도 준수하고 기품 또한 비범하시죠. 멀리서 봐도 강렬한 기세가 느껴졌습니다. 비록 진우 씨의 신분은 알 수 없지만 이것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진우 씨는 절대 범상한 인물이 아닙니다!”“보혁 씨께서 저를 이렇게까지 칭찬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평범한 출신에 보잘것없는 실력을 갖췄을 뿐입니다. 아마 실망할 겁니다.”“하하, 괜찮습니다. 커다란 황금 잉어가 어찌 작은 연못에서만 머물겠습니까? 바람과 구름을 만나면 반드시 용이 되어 날아오를 것입니다. 지금 진우 씨의 명성이 미미할지라도 저는 믿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하늘 높이 날아오를 날이 올 거라고!”염보혁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그 눈빛은 절대적인 믿음을 담고 있는 듯했다.유진우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이 사람, 도대체 뭐지? 분명 오늘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