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 들어서서 카드 키에 적힌 층수를 누른 후 이진과 윤이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몇 분 후, 방에 들어가고 방문이 닫히고 나서야 이진은 몸을 돌렸다.“윤 대표님께서 이런 예능에 참가하실 줄은 몰랐네요. 이왕이면 잘 협조해요.”이 말을 듣자 윤이건은 생각에 잠겼는데 이진은 채 끝나지 않은 나머지 말을 계속했다.“프로그램이 끝난 후에 서로 좋게 끝내요.”‘좋게 끝내자고?’이진의 말을 듣자 윤이건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최근 이진이 그에게 좀 쌀쌀맞은 태도는 두 사람이 외국에서 돌아왔을 때와는 전혀 달랐다.윤이건은 가슴이 칼에 베인 듯이 아파 앞으로 나아가 이진의 손목을 잡으려 했다.하지만 이진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서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윤 대표님, 지나친 행동은 삼가 해주세요.”눈앞의 여자의 동작과 표정을 보자 윤이건은 눈살을 찌푸렸다.좋게 끝내는 것은 둘째 치고 일단 프로그램이 끝난 후 그녀와 얘기를 나눠봐야 할 것이다.두 사람이 방 안에서 대충 물건을 정리한 후 제작진이 그들의 방으로 찾아왔다.“윤이건 씨, 이진 씨. 이건 두 분의 미션 카드예요.”윤이건이 인사를 건네고는 손을 뻗어 미션카드를 열자 이진이 슬쩍 옆으로 다가와 함께 보았다.“요리하기.”윤이건은 옆에 있는 이진을 보더니 홀가분한 마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물론 요리하는 경비도 안에 함께 들어 있어.”미션 봉투에서 지폐 두 장을 꺼내자 윤이건과 이진은 서로 마주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밥을 짓는 전제는 주위의 시장에 가서 채소를 사는 것인데, 이것도 임무 중의 하나이며,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이다.두 사람은 그래도 호흡이 좀 맞는 편이다. 결국 윤이건은 전혀 끼어들지 못한 채 모든 것을 이진에게 맡겼다.다른 한 팀은 비교적 참혹했다. 백정아와 한시혁은 서로를 엄청 싫어했다.전에 있었던 일들 때문에 서로 말조차 섞기 싫은 사이였는데 지금은 또 재수 없이 한 팀이 되어버렸다.한시혁은 카메라가 다른 곳을 찍고 있는 틈을 타 백
이진이 가게 주인과 가격을 논하는 모습을 보자 백정아의 기분은 매우 좋았다.한쪽에 서있는 윤이건을 힐끗 보더니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원래 그녀는 한시혁을 알았을 때 그가 꽤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했고 그의 가수 신분을 주의 깊게 봤었다.그리고 여러모로 한시혁의 조건은 연예계의 많은 사람들을 압도했다.그래서 백정아는 자연히 한동안 한시혁을 좋아했었다. 지금 윤이건을 다시 만나자 백정아는 한시혁에 대해서는 아무런 미련도 없었다.비록 지난번 아버지의 생일파티에서 다소 불쾌한 일들이 생겨 윤이건한테 불만이 있었다.그러나 근본적으로 말하자면 여전히 윤이건이 너무 좋아 그를 갖고 싶었다. 이번 프로그램이 바로 가장 좋은 증명이다. 최선을 다해 이진을 압박하고 자신을 돋보이는 게 그녀의 목적이다.백정아는 연예계에서의 오랜 경험 덕분에 수단과 능력이 꽤나 출중했다.그러나 애석하게도 백정아는 지금 눈앞의 상대가 평소에 상대했던 사람들과 다른 급이라는 것을 잊었다.이진은 마침내 싸게 사고는 다름 가게로 가서 토마토를 샀는데 방금 썼던 패턴을 계속 반복했다.“사장님, 이거 어떻게 팔아요? 직접 재배하신 거예요?”“좀 싸게 해 주시면 안 돼요?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이 많지 않은데 아직 사야 할 것이 좀 많거든요.”뒤에서 카메라가 번쩍이는 것을 보자 백정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한 걸음 한 걸음 이진 앞에 다가가 그녀의 카메라를 막았다.“이진 씨, 제가 알기로는 당신은 두 기업의 대표인데 이렇게 쪼잔할 필요는 없지 않아요?”백정아는 말을 하면서 카메라를 향해 웃는 것을 잊지 않았다.“만약 당신의 고객이 이 동영상을 보게 된다면 당신 회사의 상황이 안 좋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백정아의 말에 그녀를 찍고 있던 작가조차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눈앞에 있는 이 아가씨는 너무 막무가내로 말을 하는 거 아니야? 어떻게 감히 저런 말을 꺼내는 거야?’그러나 현재의 이 상황에 대해 윤이건은 입을 열지 않았지만 한시혁은 한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손에 쥐게 된 잔돈 더미를 보자 윤이건은 자기도 모르게 목을 기웃거리더니 얼마나 되는지 한번 세어 보았다.“우리 아직 8천 원이나 남았어.”윤이건은 될수록 자신이 놀라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 그는 정말 이진이 어떻게 해냈는지 알 수 없었다.“네, 만약 시간이 충족했더라면 좀 더 절약할 수 있었을 거예요.”이진은 말을 하며 어깨를 으쓱거렸다.비록 그녀도 오랜만에 시장에 온 거지만 방금 그녀가 쓴 기술은 그녀가 어렸을 때 배운 것이다.그때 이진은 항상 어머니와 함께 시장에 왔는데, 횟수가 많아지면서 자연히 알게 된 것이다.사실 이진은 시장을 꽤나 좋아했는데 시장에 올 때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호텔로 돌아오자 제작진은 이미 호텔의 뒤뜰에 야외 주방을 배치했다.첫째는 호텔의 정상적인 운영에 피해 주지 않기 위해서고, 둘째는 더 좋은 촬영 효과를 보이기 위한 것이다.두 사람은 가장 먼저 호텔로 돌아와 직원의 안내를 따라 야외 주방으로 갔다.이진은 이 주방 시설들을 보자 눈살을 찌푸렸다.“왜 그래?”윤이건은 크고 작은 재료들을 모두 도마 위에 놓았는데 표정은 아주 즐거워 보였다.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일을 해 본 적이 없었기에 매우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이진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그저 요리를 하는 것뿐인데 굳이 고급스러워 보이는 주방기구들을 쓸 필요가 있을까요? 모두 겉만 번지르르했지 실용적은 아니네요.”“난 네 실력을 믿어.”윤이건이 바로 말을 하자 이진은 고개를 돌려 윤이건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시작해요.”많은 요리를 완성하려고 하니 채소를 씻고 물을 거르는 과정에 드는 시간이 매우 길었다.그러나 윤이건이 앞치마를 두르는 것을 보니 오히려 신선했다.“그럼 이제 뭘 하면 돼?”백화점에서 위세를 떨치던 남자는 지금 뜻밖에도 어쩔 줄 모르는 아이 같았다.사실 윤이건은 제작진들과 프로그램을 보게 될 네티즌들의 발언은 신경 쓰지도 않았다. 그가 유일하게 신경
한때 유연서는 윤이건의 곁에 있을 때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작은 과자들을 자주 만들었다.하지만 이 작은 과자들은 모두 가장 기초적인 것들이라 작은 튜토리얼을 보면 알 수 있다.그리고 매번 그녀가 윤이건에게 가져갈 때 윤이건의 피드백은 매우 평범했다.지금 당장 방송에 나갈 디저트라면 분명 제대로 준비해야 할 거다.만약 정말 간단한 것을 만들었는데 맛도 없다면 엄청 창피할 것이다.이런 생각에 유연서는 이를 악물고는 한쪽에 서서 요리를 하고 있는 이진을 힐끗 보았다.“이진 씨…….”유연서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자 이진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갑자기 몸을 돌려 유연서를 보자 그녀의 모습은 무척이나 혐오스러웠다. “무슨 일 있으세요?”“이진 씨가 요리 솜씨가 좋다는 걸 아는데 마침 제가 간식은 거의 못해봤거든요. 혹시 저 좀 가르쳐 주시면 안 될까요?”유연서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자 이진은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프로그램에서 망신당하기 싫어 정말 노력하네. 누가 듣는다면 요리를 잘하는 줄 알겠어.”그러나 결국 녹화 중인 데다가 이진은 제작진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PD가 울려고 하는 모습을 보자 이진은 마음속으로 가볍게 웃은 뒤 유연서의 부엌 앞으로 걸어갔다.“먼저 손을 씻은 다음 이 랩 안의 밀가루 반죽을 넓게 펴 놓으세요. 반죽은 얇을수록 좋아요. 그리고 온도계를 가지고 밀가루 반죽의 온도를 지켜봐야 되는데 조금이라도 낮아지면 안 돼요.”이진은 정말 손수 가르친 셈이다. 다행히 유연서도 멍청하진 않아 꽤 순조롭게 진행되었다.결국 이진은 한쪽으로는 유연서가 반죽을 주무르는 것을 보고, 다른 한쪽으로는 윤이건의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아직 요리를 미리 준비하는 단계지만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10여 분을 기다린 후 이진은 양쪽으로 바삐 돌아쳤지만 절차는 조금도 빠뜨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그녀의 손안에 있는 것처럼 안정적이었다.호텔의 요리사들도 궁금해서 구경하러 왔는데, 그들은 이진의 모습을 보더니 모두 놀라지 않
PD가 이 말을 하자 자리에 앉은 다섯 사람은 모두 깜짝 놀랐는데 이진도 마찬가지였다.그녀한테 남은 돈이 가장 많을 것이지만 8천 원으로 3일을 버티기엔 쉽지 않았다.백정아는 심지어 의자에서 일어서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2만 원으로 3일을 버티라고요? 그것도 두 사람이 함께?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에요!”그 순간 백정아는 아직 촬영하고 있다는 것을 잊은 채 PD의 대답을 기다렸는데 급한 마음에 목소리가 절로 높아졌다.“안돼요! 전 더 이상 못 참겠어요! 전 이만 하차할래요!”이 한마디에 PD와 스태프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는데 안색이 매우 어두웠다.이때 백정아의 곁에 앉은 유연서가 그녀를 타일렀다.“정아 씨, 우리가 이미 프로그램에 참가했다는 건 모든 네티즌들이 알 고 있는 일이에요. 지금 하차하시면 네티즌들이 정아 씨를 어떻게 보겠어요.”백정아는 고개를 숙이고 유연서를 바라보며 여전히 화가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게다가 정말 윤 대표님과 이진 씨를 두고 이대로 가실 수 있겠어요?”유연서의 이 말은 백정아를 일깨워준 셈이다.확실히 그녀가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러 온 목적은 바로 윤이건을 얻기 위해서이다.지금 제작진들이 이렇게 사람을 괴롭힌다고 해도 그녀도 반드시 참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공든 탑이 무너진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백정아는 입술을 깨물고는 결국 제작진을 향해 미소를 짓고 다시 의자에 앉았다.지금 상황이 조금 가라앉자 백정아도 금세 조용해졌다.“자, 이제 여러분은 식사를 하셔도 됩니다.”PD는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몰래 닦고는 마이크를 들고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테이블 위의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이진은 일어나 자신이 만든 치킨 일부를 직원들에게 건넸다.“많지는 않지만 모두 수고하셨으니 우선 이걸로라도 배를 좀 채우세요.”방금 백정아가 소란을 피우는 행동에 비해 이진의 이런 행동은 직원들을 울릴 뻔했다.“이진 씨, 정말 저희한테 주시는 거예요?”“여러분
“사장님, 당분간 어디 가시진 않죠?”향낭을 파는 사장과 확인한 후 이진은 얼른 술집으로 뛰어갔다.윤이건은 이진이 술집에 가는 것에 대해 트라우마가 생긴 건지 눈빛이 어두워졌다.‘부인은 정말 사람을 너무 걱정시키네.’그 술집은 캐주얼 바였는데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커피를 마시고 다과를 먹으러 온 사람도 적지 않았다.이진은 웨이터에게 물어본 후 술집 구석에서 사장님을 찾았다.“사장님, 안녕하세요. 저희가 지금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있는데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좀 벌어야 해요. 혹시 사장님 가게에는 가수가 필요하나요?”이 말을 듣자 술집 사장은 이진을 한 번 보고, 다시 뒤에 있는 윤이건을 보더니 천천히 일어섰다.사장이 의심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진은 계속 입을 열었다.“제 노래로는 분명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 시간이면 되는데 한 시간 정도로는 사장님도 아무런 피해를 보진 않을 거예요.”이진이 말하는 목소리는 비교적 맑고 밝았기에 듣기엔 매우 편안했다.술집 사장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이진은 미소를 지으며 얼른 마이크 앞으로 가서 한쪽에 놓인 기타를 들었다.생각해 보니 이건 저녁에 초대한 가수를 위해 준비된 것이다.이진은 기타를 몇 번 쳐보더니 음을 고치지 않고는 망설임 없이 바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그녀의 노랫소리가 들려오자 좀 나른했던 고객들은 모두 앉아 그녀를 쳐다봤다.놀라움에서 흥분, 환호에 이르기까지 했다.그리고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곳의 떠들썩함을 알아차리고 안으로 들어왔다.이진의 곁에 서 있는 윤이건은 더욱 눈이 반짝이고 입가에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세 번째 노래가 끝나자 그는 몸을 돌려 무대에 올라 다른 의자에 앉았다.“나도 불러도 돼?”이 말은 다른 사람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이진에게 묻는 것이다.그러자 이진은 조금 당황해 났다. 그녀는 윤이건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으며 이 사람과 합창할 생각도 없었다.그러나 이진은 오히려 자신의 기분이 좋다는 것을
사장은 바라던 일이라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이진은 술집 사장과 악수를 하고 곧 윤이건과 몸을 돌려 떠났다.두 사람은 도보로 호텔로 돌아와 방으로 돌아온 뒤 각자 세수를 하고 잠을 잤다.이 프로그램은 보기만 할 땐 힘들어 보이지 않았지만, 정말 생각 밖으로 힘들었다.두 사람은 각자 자신의 침대에 누워 눈을 감자 방안이 조용했다.얼마 후, 이진이 갑자기 입을 열었는데 그녀는 윤이건이 잠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윤 대표님이 이렇게 노래를 잘 부를 줄은 몰라 정말 외의 였어요.”“그래? 난 네가 내 노래를 좋아해 주는 게 더 의외인데.”누운 탓인지 윤이건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허스키했다.게다가 이런 말들을 하자 이진은 볼이 다소 뜨거워져 뒤이어 다소 어색하게 몸을 뒤척이며 눈을 감았다.그때의 그녀는 전혀 몰랐다. 윤이건도 몸을 옆으로 돌려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그의 눈빛은 매우 다정했다.두 사람은 잠에서 깬 뒤 PD의 연락을 받고 로비로 향했다.지금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모여 있었다.남은 이틀간의 임무는 오늘과 많이 다르지 않았다. 밥을 하고, 뭔가를 찾고, 게임을 하는 것이다.하지만 이 일들은 모두 경비가 필요하다.이진과 윤이건은 방금 2만 원을 벌게 되어 꽤나 순조로웠다. 유연서는 홀로 한 팀이라 혼자 돈을 쓰기에 그래도 괜찮은 편이였다.가장 어려운 것은 백정아와 한시혁이었다.백정아는 첫날에 돈을 너무 많이 썼는데 돈을 벌 다른 방법이 없었다.그녀는 창피하다며 한시혁이 말한 방법들은 일일이 반대하였다.“그럼 스스로 방법을 생각하세요.”한시혁은 함께 지낼수록 백정아가 더욱 혐오스러웠다.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참가하러 온 이상 백정아의 이런 성격을 참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다.다른 사람들조차 참기 힘들었는데 더군다나 상대는 한시혁이었다.이 말을 듣자 백정아는 한시혁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는 마음속으로 몹시 원망했다.마음속으로 여러 가지 방법을 궁리하다가 결국 윤이건에게 시선을 돌렸다.이날 임무가 끝난
제작진의 말을 듣자 유연서는 정신을 번쩍 차렸는데 드디어 그녀에게도 기회가 온 것이다.그때 유연서는 몰래 윤이건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수줍어하는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이건 오빠, 내가 오빠 팀에 들어가면 안 될까? 나 혼자서는 도저히 임무를 완성할 수 없을 것 같아.”하지만 윤이건은 마치 못 들은 척하며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제작진들이 모두 보고 있었기에 유연서는 무척 부끄러웠다. 그리고 곧 입을 오물거리더니 말을 꺼냈다.“어차피 두 팀밖에 없는데 내가 어느 팀에 가도 환영을 못 받을 것 같네…….”백정아는 방금 유연서가 윤이건의 팀에 들어가려는 것을 보자 남몰래 유연서를 미워했다.‘지금 뭐 하자는 거지? 이제 와서 이건 오빠로 갈아탄다고?”아니나 다를까 유연서는 어쩔 수 없는 모습을 하며 말했다.“제가 보기엔 PD님이 게스트를 선택할 때 적어도 두 명은 더 초대하셨어야 돼요.”유연서는 아예 PD에게 책임을 돌렸다.이진은 한쪽에서 이 말을 듣자 참지 못하고 웃음을 보였다. ‘정말 멍청한 여자야. 지금 PD를 탓한다면 나중에 카메라에 제대로 잡히기라도 하겠어?’ 확실히 PD의 안색은 매우 안 좋았지만 그나마 참을 수는 있었다. 결국 유연서는 구시렁대더니 백정아의 팀에 참가해 세 사람이 함께 했다.팀이 모두 결정된 후 작가팀과 이 몇 명의 게스트들은 잇달아 호텔을 나와 차에 올랐다.호텔의 위치는 그들이 오르려는 산에서 차로 30분 정도 걸렸다.차 안의 이진과 두 남자는 모두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결국 그들은 모두 등산이 매우 체력을 소모하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백정아와 유연서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가끔 카메라를 들고 아무 말이나 하고 있었다.앞줄에 앉은 조감독은 운전기사와 눈을 마주치더니 마치 결말을 짐작한 듯 서로 미소를 보였다.산기슭에 도착하니 그곳의 온도는 분명히 방금 전의 온도보다 좀 낮았다.이진은 예상했기에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전에 별장에서 외투 두 벌을 챙겨왔다.하나는 자기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