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은 바라던 일이라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이진은 술집 사장과 악수를 하고 곧 윤이건과 몸을 돌려 떠났다.두 사람은 도보로 호텔로 돌아와 방으로 돌아온 뒤 각자 세수를 하고 잠을 잤다.이 프로그램은 보기만 할 땐 힘들어 보이지 않았지만, 정말 생각 밖으로 힘들었다.두 사람은 각자 자신의 침대에 누워 눈을 감자 방안이 조용했다.얼마 후, 이진이 갑자기 입을 열었는데 그녀는 윤이건이 잠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윤 대표님이 이렇게 노래를 잘 부를 줄은 몰라 정말 외의 였어요.”“그래? 난 네가 내 노래를 좋아해 주는 게 더 의외인데.”누운 탓인지 윤이건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허스키했다.게다가 이런 말들을 하자 이진은 볼이 다소 뜨거워져 뒤이어 다소 어색하게 몸을 뒤척이며 눈을 감았다.그때의 그녀는 전혀 몰랐다. 윤이건도 몸을 옆으로 돌려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그의 눈빛은 매우 다정했다.두 사람은 잠에서 깬 뒤 PD의 연락을 받고 로비로 향했다.지금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모여 있었다.남은 이틀간의 임무는 오늘과 많이 다르지 않았다. 밥을 하고, 뭔가를 찾고, 게임을 하는 것이다.하지만 이 일들은 모두 경비가 필요하다.이진과 윤이건은 방금 2만 원을 벌게 되어 꽤나 순조로웠다. 유연서는 홀로 한 팀이라 혼자 돈을 쓰기에 그래도 괜찮은 편이였다.가장 어려운 것은 백정아와 한시혁이었다.백정아는 첫날에 돈을 너무 많이 썼는데 돈을 벌 다른 방법이 없었다.그녀는 창피하다며 한시혁이 말한 방법들은 일일이 반대하였다.“그럼 스스로 방법을 생각하세요.”한시혁은 함께 지낼수록 백정아가 더욱 혐오스러웠다.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참가하러 온 이상 백정아의 이런 성격을 참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다.다른 사람들조차 참기 힘들었는데 더군다나 상대는 한시혁이었다.이 말을 듣자 백정아는 한시혁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는 마음속으로 몹시 원망했다.마음속으로 여러 가지 방법을 궁리하다가 결국 윤이건에게 시선을 돌렸다.이날 임무가 끝난
제작진의 말을 듣자 유연서는 정신을 번쩍 차렸는데 드디어 그녀에게도 기회가 온 것이다.그때 유연서는 몰래 윤이건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수줍어하는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이건 오빠, 내가 오빠 팀에 들어가면 안 될까? 나 혼자서는 도저히 임무를 완성할 수 없을 것 같아.”하지만 윤이건은 마치 못 들은 척하며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제작진들이 모두 보고 있었기에 유연서는 무척 부끄러웠다. 그리고 곧 입을 오물거리더니 말을 꺼냈다.“어차피 두 팀밖에 없는데 내가 어느 팀에 가도 환영을 못 받을 것 같네…….”백정아는 방금 유연서가 윤이건의 팀에 들어가려는 것을 보자 남몰래 유연서를 미워했다.‘지금 뭐 하자는 거지? 이제 와서 이건 오빠로 갈아탄다고?”아니나 다를까 유연서는 어쩔 수 없는 모습을 하며 말했다.“제가 보기엔 PD님이 게스트를 선택할 때 적어도 두 명은 더 초대하셨어야 돼요.”유연서는 아예 PD에게 책임을 돌렸다.이진은 한쪽에서 이 말을 듣자 참지 못하고 웃음을 보였다. ‘정말 멍청한 여자야. 지금 PD를 탓한다면 나중에 카메라에 제대로 잡히기라도 하겠어?’ 확실히 PD의 안색은 매우 안 좋았지만 그나마 참을 수는 있었다. 결국 유연서는 구시렁대더니 백정아의 팀에 참가해 세 사람이 함께 했다.팀이 모두 결정된 후 작가팀과 이 몇 명의 게스트들은 잇달아 호텔을 나와 차에 올랐다.호텔의 위치는 그들이 오르려는 산에서 차로 30분 정도 걸렸다.차 안의 이진과 두 남자는 모두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결국 그들은 모두 등산이 매우 체력을 소모하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백정아와 유연서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가끔 카메라를 들고 아무 말이나 하고 있었다.앞줄에 앉은 조감독은 운전기사와 눈을 마주치더니 마치 결말을 짐작한 듯 서로 미소를 보였다.산기슭에 도착하니 그곳의 온도는 분명히 방금 전의 온도보다 좀 낮았다.이진은 예상했기에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전에 별장에서 외투 두 벌을 챙겨왔다.하나는 자기 것이고
유연서가 이 말을 할 때 마침 백정아가 그녀의 곁을 지나갔다.방금 팀을 선택할 때 있었던 일을 그녀는 아직 잊지 않았다. 지금 유연서가 비꼬는 말을 듣자 백정아도 그녀를 비꼬았다.“아무리 선택받지 못했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잖아요?”“뭐라고요?”유연서는 이 갑작스러운 말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다시 한번 입을 열려고 했는데 모두 그녀를 내버려 둔 채 힘차게 올라가고 있었다.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나서야 그들은 미션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사실 이번에 제작진이 선택한 산 자체는 가파르지 않지만 거리가 꽤 멀었다.그들은 점심부터 산에 오르기 시작했는데 지금 그들의 위치는 아직 산 중턱에도 미치지 못했다.“오늘 밤, 여러분은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생존 능력을 시험하는 셈이죠.”사회자가 말을 하자 따라온 직원들은 가지고 온 텐트를 모두에게 나누어 주었다.“여러분들은 텐트를 치고 텐트 안에서 자면 됩니다.”이 말을 듣자 유연서와 백정아의 마음속에 동시에 한 생각이 스쳤다.‘이럴 줄 알았으면 오지 않았을 텐데.’텐트를 치는 일은 이진에게 있어서 매우 쉬운 일이었다.이전에 그녀가 케빈을 데리고 출국하여 고찰할 때 때로는 산간지대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자야 했다.그때의 조건과 비하면 지금은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아니나 다를까, 이진은 가장 빨리 텐트를 칠 수 있었고 그녀가 친 텐트는 매우 견고했다.이진은 한시혁과 백정아를 힐끗 쳐다보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다가가 그들을 도왔다.사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낮에 한시혁이 넘어질 뻔한 그녀를 부축했기에 지금 그녀는 보답하는 거다.백정아는 원래 속수무책이었는데 이진이 와서 도와주자 마음속으로 득의양양했다.백정아는 여전히 이진이 싫었지만 저녁에 좋은 텐트를 치고 자는 것이 더 중요했다.유연서는 한쪽에서 이쪽의 상황을 보면서 또 매우 달갑지 않게 입을 열었다.“이진 씨는 정말 친절하군요. 굳이 텐트를 치는 걸 도와주면서 자신을 내세우시
제작진들은 이진이 3일 동안의 표현에 전부 혀를 내둘렀다.그녀를 어렵게 만들 만한 문제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이진은 말을 듣고 가볍게 웃었는데 머릿속에는 순식간에 낮에 윤이건이 그녀를 업고 등산할 때가 생각났다. 이진은 입꼬리를 오므리더니 마음이 좀 착잡했다.밥이 다 완성된 후 예상했던 것처럼 이진은 또 남은 재료로 몇 가지 요리를 간단하게 만들었다.결국 식재료가 간단해서 할 수 있는 요리가 제한되었지만 여전히 모두의 인정을 받았다.오후 내내 산을 올랐기 때문에 모두의 체력이 탕진되어 다들 견디지 못하고 일찍 누워 쉬었다.윤이건은 이진을 고려해 그녀에게 제일 안쪽의 자리를 남겨주었는데 자연히 그는 이진의 옆자리를 차지했다.이진도 이런 상황에 다소 불만을 느끼진 않았다. 어차피 다들 같이 자야 되는 데 따질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이 사람들 중에서 고르라면 그녀도 당연히 윤이건을 고를 것이다.이진은 배낭을 간단히 정리하고는 일어나 화장실을 향해 걸어갔다.윤이건은 사실 이진의 전투력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지만 이진이 홀로 텐트를 나서자 조금 걱정되었다.깊은 밤이 되자 산은 아주 고요했다.이진은 화장실로 걸어갈 때 갑자기 주변에서 스산한 소리가 들려왔다.‘무슨 변태가 이곳에 숨어있는 거야. 이 변태도 참 재수가 없네, 그 많은 사람 중 하필 날 만나다니.’이진은 이런 생각을 하며 미소를 짓더니 천천히 몸을 웅크려 그 사람이 방향을 분간할 수 없게 가능한 한 움직이지 않았다. 이진은 이 사람이 자신과 점점 가까워지고 발걸음도 빨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실제로 윤이건은 갑자기 이진이 사라져버리자 무척 조급했다.화장실 쪽으로 뛰어가다가 문 앞에 도착하려고 할 때 그는 갑자기 이진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오늘 나한테 제대로 걸렸어, 이 변태 놈아!”주먹을 세게 내리치자 바닥에 누워 있는 사람은 고통스럽게 기침을 했고 반면 이진은 피식 웃고 있었다.“잠깐만 기다려봐…….” “뭘 기다리라는 건데?”이 말을 듣자 이진은 차
비록 이렇게 생각했지만 이진의 얼굴 표정은 여전히 도도했다.그래서 화장실에서 걸어 나올 때 이진은 윤이건의 어깨를 스쳐 지나며 마치 그를 못 본 척했다.다행히 윤이건은 이미 이진의 이런 모습에 습관 되어 입가에 가볍게 미소를 띠며 이진을 따라갔다.이때 두 사람은 텐트를 설치한 곳과는 조금 거리를 두고 있었다.주위에 잡초가 무성하여 낮에는 아름다워 보였지만 저녁이 되면 매우 고요했다.윤이건은 고소의 뒤를 따라 걸었는데 대략 1분 후 이진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윤이건은 의심스러운 마음에 얼른 앞으로 나아갔는데 이진의 표정을 보자 그도 놀라고 말았다.“왜 그래?”“무슨 소리 못 들었어요?”이진은 가볍게 입을 열고 주위를 경계하며 눈살을 찌푸렸다.이렇게 묻자 윤이건도 온몸의 솜털이 부쩍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그것은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미지에 대한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이다.다시 물어보려고 할 때 갑자기 귓가에 짐승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그리고 이어서 두세 소리가 뒤따랐는데,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매우 뚜렷했다.“우리 지금 늑대 무리를 만난 거야?”윤이건은 말을 하면서 이진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이런 무의식적인 보호는 이진을 멍하게 했는데 이진은 곧 입가를 가벼운 미소를 띠었다.쓸모가 있든 없든 간에 그의 이런 행동은 확실히 이진을 안심시킬 수 있었다.감히 많이 머물지 못하고 두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텐트를 향해 걸어갔다.텐트에 도착한 뒤 이진은 백정아와 유연서의 의심스러운 눈빛을 신경 쓰지도 않은 채 제작진을 향해 갔다.“방금 저희가 돌아왔을 때 늑대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어요. 지금이라도 장소를 바꿀까요?” 이 말을 듣자 백정아와 유연서 두 사람은 표정이 갑자기 변하더니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늑대 소리가 확실해요? 이진 씨, 저희한테 겁주지 마세요.”이진은 이 말을 무시한 채 제작진이 말하기를 기다렸다. 다행히 이 제작진은 얼른 스태프와 직원들을 조직해 장소를 옮겼다.
유연서의 말은 대놓고 이진이 일부러 동정을 얻기 위해서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이때의 이진도 방금 있었던 사고에서 정신을 차려 윤이건의 손을 잡고 천천히 자세를 잡고 앉았다.“유연서 씨, 방금 봤다고 하셨는데 그럼 돌이 어느 방향에서 떨어진 건지 말씀해 주시죠.”아마도 유연서는 이진이 이런 상황에도 냉정하게 분석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그러자 유연서는 두려운 마음에 목소리를 떨었다.“이진 씨, 방금 등산할 때 전 이진 씨 곁에 있긴 했지만 굳이 돌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지 않아요?”백정아는 한쪽에서 팔짱을 끼고 입꼬리를 올리며 그들을 보고 있었다.그녀가 보기에 이진이 다친 건 정말 좋은 일이다.한편 한시혁은 윤이건과 이진이 맞잡은 두 손을 노려보며 입술을 오므렸다.“어쨌든 이진 씨도 별일 없어서 다행이네요.”유연서는 이진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까 봐 얼른 화제를 돌렸다.이때의 이진은 윤이건의 부축을 받고 천천히 일어났다.이진은 눈을 반쯤 떴는데 눈엔 붉은 핏발이 서있었다.그녀도 지금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모르긴 했지만 확실한 것은 유연서가 말한 것과는 다르다는 거다. 이진이 발목이 심하게 미끄러져 좀 불편해하자 윤이건은 그녀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이진의 이런 굳센 성격은 윤이건만이 알고 있었다. 윤이건은 손을 놓은 뒤 뒤로 한 걸음 물러섰지만 신선은 여전히 이진이 다시 넘어질까 봐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이진의 갑작스러운 카리스마에 유연서는 다소 당황했다.뒤로 두 걸음 물러서서 말을 하려고 입을 움직였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바로 이때 주위의 작가들 속에서 한 촬영감독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방금 그 과정에서 그의 카메라는 줄곧 이진을 찍었는데 마침 유연서도 화면에 찍혔었다. “저한테 증거가 있어요. 방금 유연서 씨가 돌을 느슨하게 차버렸기에 이진 씨가 다치신 거예요.”유연서는 갑자기 증거 영상이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는 손바닥을 힘껏 움켜쥐고 고개를 돌렸는데 그녀의 표정은 매우
제작진이 떠나자 이진은 몸이 불편해 먼저 별장에 돌아가고, 윤이건은 회사로 갔다.회사 사무실에 도착한 윤이건은 비서에게 작성된 계약서를 가져오라고 하였다.“대표님, 사적으로 해결하는 거는 어떠세요? 정말 책임을 묻는다면 유연서 씨…….”말을 채 하지도 못하고 비서는 윤이건의 시선을 느꼈다.가볍게 기침을 하고 비서는 입을 다물었다.그도 유연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윤이건 곁에서 오랫동안 있는지라 정말 일이 생기면 골치 아픈 것이 분명하다.그보다 유연서는 이제 연예계 사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윤이건은 유연서가 무슨 신분인지는 관심이 없었다.만약 진실이 정말 영상을 찍은 스태프 말 대로라면 유연서는 죽을 몸이다.이진이 미끄러져 떨어져 다시거나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윤이건은 온몸의 피가 거꾸로 쏟아지는 것만 같았다.“대표님, 현재 인터넷 여론이 사모님에게 불리합니다. 처리할 가요?”“아니야.”경고장을 다시 비서에게 주고 윤이건은 의자에 앉아 크게 숨을 내쉬었다.그는 이진이 프로에 참석하려는 의도는 알고 있지만 이렇게 마무리할 줄을 몰랐다.여론 문제보다 그는 이진의 안전이 더욱 걱정이 되었다.이진이 아무리 대단해도 결국 혼자서는 그렇게 많은 미지의 위협에 저항할 수 없다.여기까지 생각하고 윤이건은 핸드폰을 들고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말하자면 우습지만 헤어진 지 한 시간밖에 안 됐는데 그는 벌써부터 이진이가 그리웠다.전화가 세 번 울리자 전화 저편에서 이진의 나른한 목소리가 들렸다.“지금 올린 글들을 봤어? 어떻게 할 생각이야?”“몰라, 지금 짐 정리하고 있어.”사실 그는 이 문제를 물어볼 때 다른 목적도 있었다.그는 대외 문제에 관하여 이진이 어느 정도 자기에게 의지하기를 바랬다.전화를 끊은 윤이건은 손바닥으로 턱을 바치고 한창 침묵한 후 벌떡 일어났다.‘그냥 별장으로 갈 걸 그랬어, 무슨 회사로.’평소 한시간의 거리를 윤이건은 40분만에 도착하였다.윤이건이 차를 별장 문 앞에 세웠을 때 이진도 마침 샤
윤이건은 차를 천천히 별장으로 몰고 들어갔다. 그리고 시선을 돌리고 이진의 얼굴을 보았다.마음속에 담긴 여성이 눈앞에 나타나니 그의 기분도 따라 좋아졌다.그러나 또 이 여성이 지금 처한 상황을 생각하니 걱정도 되었다.윤이건도 이진의 능력을 믿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 마음에 넣어 걱정하기 시작하면 마치 상대방이 아이가 된 것처럼 늘 지켜야 마음이 놓인다.방안에서 와인잔을 들고 피곤한 모습을 보이는 이진을 보고 윤이건의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마침 집사가 별장에서 나와 윤이건의 주차를 도왔다. 그리고 두 사람은 앞뒤로 방안에 들어갔다.이때 이진은 원래 2층으로 올라가려고 하였는데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문 앞에 서있는 사람을 보았다.“회사에 간 거 아니에요? 왜 이렇게 일찍 돌아왔나요?”집사가 상황을 보고 눈치 있게 현관을 나갔고 거기에서 두 사람만 남아 있다.몇 분 후, 답을 받지 못한 이진은 2층에 올라가려고 하였다.너무 피곤한지라 아까 약을 바른 상처 주위가 여전히 통증을 느꼈다. 게다가 며칠 동안 제대로 쉬지 못해 지금 다른 사람 마음을 알아볼 여유가 없었다.“다른 일 없으면 얼른 들어가 쉬어요. 며칠 동안 당신도 수고 많았어.”이진도 방송하는 며칠 사이 윤이건이 자신이 위해 한 일들을 모두 알고 있었다.그녀를 업고 산에 오르고, 그날 밤 텐트에서 그는 자기 외투를 그녀의 몸에 덮었다.무의식적인 보호, 그리고 무의식적인 편향 그녀도 지켜보고 있었다.그러나 감정에 서툰 그녀는 피하는 것도 서로에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였다.윤이건에게 다시 입을 열 기회를 주지 않고 이진은 바로 방에 돌아갔다.와인을 마치고 이진은 잘 준비를 하였다.그러나 베개에 머리를 닿는 순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이진은 저도 모르게 눈을 뒤집었다. 윤이건에게 주먹을 날리고 싶은 심정이다.‘말하려면 아까 말하지 왜 이제야 와서 남을 귀찮게 해.’그러나 문을 열고 윤이건의 표정을 본 이진은 당황하였다.“왜…….”“너 나에게 의지해도 돼, 유연
결혼식 날짜는 8월 초로 정해졌으며,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한 차례씩 진행될 예정이다.웨딩드레스 가게에서 청혼한 이건의 이야기는 곧 널리 퍼지게 되었다. 오늘날까지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인터넷에 널리 퍼지고 있었다.이건이 바라던 대로, 전 세계의 사람들은 이진이 윤이건의 아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두 사람의 결혼식은 더욱 화려하고 시끌벅적했다.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 사람은 친한 지인들 외에 회사 직원들만 초대했다.윤이건의 가족들은 보기 드물게 모두 현장에 참석했지만, 이진 쪽은 텅 비어 있었다.한편 이씨 가문은 여전히 다툼이 지속되고 있었다.“이것 봐! 내가 애초에 뭐라 그랬어? 이진 그년이 양심 없는 년이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이제 알겠지? 그년은 결혼식처럼 중요한 날조차 아버지인 당신을 부르지 않았어. 이기태, 정말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백윤정은 노발대발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에게는 예전의 자애로운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앞으로 달려들어 이기태를 때리려고 들었다.이기태는 화가 난 마음에 백윤정을 밀어냈다.“좀 저리 꺼져!”‘그래봤자 이진이는 내 친 딸인데, 지금 일이 이 지경이 된 건 모두 백윤정 때문이잖아. 백윤정이 중간에서 이간질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진이를 그렇게 대했겠어? 백윤정이 자꾸 끼어들어 모순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이진도 날 이렇게까지 미워하진 않았을 거야.’물론 이기태의 눈에는 그저 이익밖에 없다. 그가 후회하는 건 오직 이진을 통해 이건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뿐이다.지금의 이기태는 백윤정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고 말았다. 두 사람은 매일 싸우기 바빴다.이기태는 결혼식이 끝날 때가 되자 뻔뻔스럽게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이기태 씨, 전에 제가 전화를 끊을 때 했던 말을 잊으신 거예요?”이기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전화 너머 들려왔다. 그는 등골이 서늘해지더니 그제야 기억난 듯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진, 너!”
보통 사람이라면 분명 시언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을 것이다.하지만 이진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이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의 말을 듣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제가 사랑하는 남자는 윤이건 씨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시언은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그리고 힘겹게 한 마디 물었다.“제가 몇 년 더 빨리 나타났다면.”“그래도 결과는 똑같아요.”이진은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말을 마친 뒤, 이진은 더 이상 시언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이건을 향해 걸어갔다.애초에 이진은 시우가 이 연회를 통해 정희와의 결혼 소식을 발표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진은 마침내 시우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피곤했던 이진은 이건의 가슴에 기대어 말했다.“이건 씨, 저 해외여행 가고 싶어요.”“해외여행?”이건은 원래 뭔가를 계획하고 있었기에, 얼마 후 이진을 데리고 출국할 생각이었다.이진이 먼저 제기한 이상, 이건도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는 활짝 웃으며 이진을 껴안고 말했다.“그래,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좋아.”이를 위해 이건은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모든 일들 미뤘다. 하지만 이건의 원래 계획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YS그룹에는 이건이 직접 처리해야 될 큰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이건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이진을 데리고 해외로 여행을 간 것이다.이 소식을 전해 들은 YS그룹의 고위층들은 미치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건에게 전화를 걸어 돌아와 달라고 부탁을 했다. 어쨌든 프로젝트는 끝내고 가야지.하지만 이건의 대답은 그저 한마디뿐이었다. 결혼식을 마친 후.결혼식을 마친 후, 이건은 분명 이진과의 아이를 돌보는 데 집중할 것이다.그러기에 앞으로 일에 전념하는 시간은 점점 적어질 게 뻔했다.옆에 있던 이진은 한쪽에 놓인 핸드폰이 끊임없이 울리는 것을 보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내가 너무 충동적인 건 아니겠지? 이건 씨는 날
이진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내가 남학생을 꼬드겼다는 건 무슨 말이야? 아예 기억조차 나지 않는 데다가, 시우 씨의 동생인 건 아예 모르던 일이야. 도대체 이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이진은 화를 내며 이건을 노려보았다.“제가 언제 그런 행동을 했다고 그래요. 전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거든요.”“정말이야?”이건은 일부러 장난친 거다. 사실 메시지를 보고 불쾌한 기분이 조금 들었는데, 이진의 반응은 그를 매우 기쁘게 했다.이건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그렇다면 자기 마음속에는 나밖에 없다는 거지?”‘그럼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않아도 되겠네. 시우 이놈은 겁도 없네, 감히 내 아내더러 자기 사촌 동생을 위로해달라는 거야?’이건은 차갑게 웃으며 이진의 핸드폰을 가지고 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시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진 씨, 제가 보낸 메시지를 보셨나요? 저도 어쩔 수 없어서 연락을 드린 거예요. 이 녀석이 술에 취해 밤새 이진 씨의 이름을 부르더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또 뭐 했는데?”이건은 그의 말을 끊은 뒤 질투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네 사촌 동생이 대단한 사랑꾼인가 봐.”‘윤이건?’전화 너머의 시우는 하마터면 심장이 터질 뻔했다.“이건아, 이진 씨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는 거야? 난.”“나랑 이진이가 부부인 걸 잊은 거야?”이건은 더 이상 시간 낭비하기 싫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 아내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그럼 내 아내를 좋아하는 사람마다 직접 가서 위로해 줘야 되는 거야? 내가 동의할지 말지는 둘째 치고, 이진이 정말 간다고 해도 네 동생이 괜찮아질 리는 없어.”마침 뭔가 생각난 이건은 잠시 망설이더니 협박하듯이 말했다.“술에서 깨면 네 동생한테 전해. 어제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이건은 다른 남자들이 자신의 아내에게 들러붙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윤이건? 윤이건이 어떻게?’시언은 도저히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그와 시우는 사촌 형제이기에, 이건과 시우가 친한 친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소문에 의하면 이건은 이미 결혼했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설마.’시언은 갑자기 깊은 생각에 잠겼다.이건과 이진이 어떤 사이든, 이진이 이건을 얼마나 의지하든, 그는 자신이 이진을 좋아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시언은 몸 옆에 늘어진 손을 꽉 주먹 쥐었다. 이때 정신을 차린 그는 앞으로 나아가, 이건의 앞길을 막고 환한 미소를 선보였다.“윤 대표님, 전 민시언입니다. 시우 형의 사촌 동생이에요. 시우 형한테서 얘기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 뵙게 되니 너무 영광입니다. 혹시 이진 씨랑은.”“이건 씨, 나 돌아가고 싶어요.”시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진은 취기를 못 이겨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가볍게 문질렀다.이건의 차가운 표정은 순식간에 눈 녹듯이 녹아내렸다.이건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몸을 숙여 이진을 안았다. 그리고 시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이진을 조수석에 태웠다. 세심하게 안전벨트를 맨 후 무심코 뒤쪽을 스쳐보자, 시언은 방금 자세를 유지한 채 제 자리에 서 있었다.“이건 씨, 얼른 돌아가요.”이진은 아직도 이건에게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이건은 시선을 돌려 이진의 희고 정교한 얼굴을 보자 계획이 하나 떠올랐다.‘그동안 결혼식 하나 제대로 치르지 못했는데, 반드시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결혼식을 선물해 줄게.’이건이 직접 이진을 데려간 것을 목격한 시언은, 정신을 잃은 듯이 축 처진 채로 시우의 아파트를 찾았다. “민시언?”시우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시언을 보자 조금 놀란 듯했다.“네가 이곳엔 왜 온 거야?”시언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형, 술 한잔하실 래요?”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났기에 술 한잔하는 것쯤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하지만 시우는 정희와 함께 임신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최근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시언의 상
하룻밤 푹 자고 난 뒤, 다음날 아침 이진은 호텔에서 출발해 학교로 갔다.서현도 마찬가지로 이번 만남을 무척 중시하였다. 그녀는 이진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수업을 오후로 미뤘다.카페에 앉은 서현은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더니 웃으며 말했다.“이 대표님, 제가 오만해 보이긴 해도, 평범한 작가들과 비슷한 꿈을 꾸고 있거든요. 제가 쓴 시나리오를 대중들에게 알려, 널리 선보이는 게 제 꿈이에요. 하지만 제가 글을 쓸 때에는 저만의 요구가 있기에,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서현의 요구는 별로 지나치진 않았다. 그저 세훈이 제기했던 요구처럼 원칙적인 문제에 관한 것들이다. 이 방면의 문제는 서현이 말하지 않아도 이진이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이진이 바로 동의하자 서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진의 시원시원한 성격은 전에 그녀를 찾아온 사람들과 사뭇 달랐다.서현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제 너무 지나친 행동을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야. 안 그러면 이진 씨처럼 훌륭하신 분을 놓치게 되었을 지도 몰라.’ 세부사항을 토론한 후, 이진은 세훈과 서현을 데리고 원작자를 찾아가 판권을 따냈다.그 후 배우의 캐스팅으로부터 촬영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엄청나게 심혈을 기울였다.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는 물론, 배우들 사이의 호흡은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몇 달 후, 영화는 이건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상영되었다.의 원작 팬이 워낙 많았고, 호기심으로 본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영화관을 나설 때 모두 영화 속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영화에 푹 빠져 있었다.개봉 첫날, 전국의 영화관 티켓은 모두 매진되었다.심지어 대부분 영화관에서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예정했던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상영하였다.개봉한지 한 달이 되었을 때, 는 수십 년간 1위를 차지했던 영화를 뛰어넘기도 했다.이 영화의 촬영 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도 엄청난 인지도를 가지게 되었다.그들은 마치 다크호스처럼 갑자기 대중들의 시선 속에 나
이진은 말을 마친 후 정희를 데리고 성큼성큼 떠났다.“이진아, 넌 저분이 동의할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한참을 걸은 뒤 정희가 호기심에 물었다.이진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서현이 딱 봐도 설득하기 어려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재능이 있는 작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데, 굳이 모욕을 당하면서 저 여자를 선택할 필요는 없잖아.’정희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내가 연예계에 아는 사람이 꽤나 있는데, 그냥 이서현 말고 다른 작가 소개해 줄까?”“아직은 필요 없어.”이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아마 날 거절하지 않을 거야.”이진이 거절한 이상 정희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정희가 포기한 채 택시를 잡으려던 찰나, 앞에서 엄청난 비주얼을 가진 키 큰 남학생이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예쁜 누나들, 어디 가시려는 거예요?”두 사람을 향해 한 말이지만, 남학생은 줄곧 이진을 훔쳐보고 있었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정희는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왜요? 학생, 지금 대시하는 거예요?”생각이 들통난 남학생은 부인하기는커녕 겸연쩍은 듯 손을 들어 뒤통수를 긁었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누나들은 저희 학교 학생이 아닌 것 같네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연락처라도 주시면 안 될까요?”“두 사람 연락처를 모두 받아 가시려는 거예요? 생각보다 욕심이 많으시네요.”정희는 눈썹을 찡긋거리며 장난을 쳤다.그러자 남학생은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용기를 내어 이진에게 핸드폰을 건넸다.“누나, 전화번호 주시면 안 될까요? 절대로 귀찮게 굴진 않을 게요!”‘지금 충분히 귀찮은 것 같은데.’이진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깔끔하게 거절했다.“죄송하지만, 안될 것 같네요.”난생처음 대시를 시도해 본 남학생은, 자신이 이렇게 무자비하게 거절당할 줄은 몰랐다. 남학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옆에 있던 정희는 차마 이대로 지나치기 힘들어, 가방에서 이진의 명함을 한 장 꺼내 남학생의 손에 쥐여 주었다.“연락처는
이진은 자신의 가장 진실된 생각을 전한 것은 물론, 판권을 반드시 따내려는 결심으로 원작자를 두 번이나 찾아갔다. 결국 원작자는 그녀에게 한 번 만날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진은 이번 기회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 전에 조사한 자료들을 들고 사람을 찾으러 대학으로 향했다.그녀 스스로 배역을 연구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했기에, 이진은 전문적인 작가를 찾아야 했다. 현재 대학교 교수인 이서현이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출발하기 전에 이진은 특별히 학교의 포털 사이트를 통해, 서현의 수업시간표를 찾았다. 그리고 교장에게 부탁하여 수업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이진의 신분을 알게 된 교장은, 단번에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두 손 두 발 들어 환영했다.한편 이 일을 알게 된 정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애초에 이진이 연예계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 경제 뉴스밖에 안 보던 이진이 정말 영화를 찍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진심이었던 거야? 왜 갑자기 영화를 찍으려는 거지?’정희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 네가 의 판권을 따내 영화로 제작한다고 들었는데, 정말 사실이야?”“내가 언제 거짓말한 적 있어?”비행기 탑승 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기에, 이진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었다.“나중에 다시 얘기해, 지금.”“너 지금 공항이야?”눈치 빠른 정희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침 한가하던 정희는 이진을 따라 서현을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우리 이진이가 갑자기 영화를 찍다니, 어떻게 된 일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어.’정희는 결정을 내린 듯이 말했다.“이진아, 좀만 기다려 금방 갈게!”정희는 줄곧 생각나는 대로 움직이는 성격이라, 이진은 핸드폰을 거두고 방금 정희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비행기는 한 시간도 안 되어 착륙했다.이진은 택시를 타고 바로 학교로 향했다. 그리고 사전에 알아보았던 수업시간표를 따라 강의실을 찾았다. 분명 수업이 시작되기까지 시간
이진은 별장을 나선 뒤 홀로 국장의 집으로 향했다.공교롭게도 여태껏 이진을 만나보고 싶어 하던 가정의도 국장의 집에 있었다.하지만 연이은 실패로 가정의도 이진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이진은 엄청 겸손한 데다가 이건의 아내다. 그녀가 어떤 신분이든 간에, 외부에 자신의 실력을 알릴 생각이 없다면, 가정의도 더 이상 묻진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자리에 앉은 후, 국장의 건강에 대해 자세히 토론하기 시작했다.옆에 있던 국장은 조용히 듣고 있다가, 때때로 몇 마디 맞장구를 치자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이진은 경계심을 내려놓고 많은 의견을 제기하였다. 국장은 모든 의견들을 자세히 기록하였다.모든 이야기를 마친 후, 국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글썽였다.“모두 이진 씨 덕분이에요. 이진 씨가 아니었다면 이 늙은이가 고질병 때문에 죽을 때까지 고생했을 거예요. 어쩌면 어느 날 갑자기.”“국장님, 곧 괜찮아질 테니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이진은 국장의 말을 얼른 끊은 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게다가 할아버지의 친구분이시니, 제가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에요. 전엔 제가 생각이 짧은 데다가 일 때문에 바쁘다 보니, 줄곧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너무 탓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탓하다니, 그럴 리가 있겠는가.”‘나한테 이렇게 큰 도움을 줬는데, 고마워하기도 모자랄 판에 탓할 리가 있겠어?’마을의 개발 프로젝트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이진도 마찬가지로 세훈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이 대표님, 제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워낙 조건이 후해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더라고요.”진심 어린 이야기를 마친 후, 세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저한테 특별한 요구가 하나 있는데, 이 대표님께서 허락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어떤 요구죠?”이진은 호기심에 눈썹을 찡긋거렸다.세훈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께서 절 좋게 봐주시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영화가 방영되었을 때 괜한 추측들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방
오 감독은 전략을 바꾸기로 결정 내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진에게 사과하기로 한 것이다.이진은 전에 말했던 대로 마음에 들었던 감독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작품마저 몇 개 없는 신인 감독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오 감독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나처럼 유명한 감독을 마다하고 신인 감독과 합작한다는 거야? 내가 그동안 받은 상이 얼마인데! 이진 그년은 분명 사람 보는 눈이 삐뚤어진 거야! 신인 감독 주제에 얼마나 잘 찍을지 똑똑히 지켜봐야겠어.’오 감독은 불만이 가득했으나 자신의 앞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진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모두 이진이 예상했던 대로다. 전화를 받은 순간, 이진은 만만에게 눈빛을 보내 모 플랫폼에서 생방송을 시작했다.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오 감독은, 애써 웃으며 이진의 용서를 구하는 척했다.“이진 씨, 전엔 제가 너무 무례한 행동을 보였던 것 같네요. 의 촬영을 양세훈한테 맡길 생각인 거죠? 제가 양 감독을 소개해 줄 테니, 실시간 검색어의 글들을 내려 주시면.”“글을 내려달라고요?”이진은 오 감독이 뜻밖의 비장 카드라도 쥐고 있는 줄 알았다. 그가 이 정도로 파렴치한 인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지금 말 같지 않은 조건으로 나와 협상하려는 거야?’이진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비웃고는 비꼬듯이 입을 열었다.“오 감독님, 본인이 지금 어떤 처지인지 잊으신 거예요? 지금 저한테 조건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사과를 하셔야죠. 제가 양세훈 감독님을 선택한 건 사실이지만, 제 방식대로 촬영에 참여하도록 설득시킬 것이니, 당신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어요.” “당신,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넘어가지 그래?”오 감독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모욕을 당했기에, 이대로 참고 있을 수 없었다. 결국 위선적인 모습을 집어치우더니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내가 굽신거려주니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네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모두 윤이건 덕분이라는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아마 윤 대표한테 들러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