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건은 차를 천천히 별장으로 몰고 들어갔다. 그리고 시선을 돌리고 이진의 얼굴을 보았다.마음속에 담긴 여성이 눈앞에 나타나니 그의 기분도 따라 좋아졌다.그러나 또 이 여성이 지금 처한 상황을 생각하니 걱정도 되었다.윤이건도 이진의 능력을 믿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 마음에 넣어 걱정하기 시작하면 마치 상대방이 아이가 된 것처럼 늘 지켜야 마음이 놓인다.방안에서 와인잔을 들고 피곤한 모습을 보이는 이진을 보고 윤이건의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마침 집사가 별장에서 나와 윤이건의 주차를 도왔다. 그리고 두 사람은 앞뒤로 방안에 들어갔다.이때 이진은 원래 2층으로 올라가려고 하였는데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문 앞에 서있는 사람을 보았다.“회사에 간 거 아니에요? 왜 이렇게 일찍 돌아왔나요?”집사가 상황을 보고 눈치 있게 현관을 나갔고 거기에서 두 사람만 남아 있다.몇 분 후, 답을 받지 못한 이진은 2층에 올라가려고 하였다.너무 피곤한지라 아까 약을 바른 상처 주위가 여전히 통증을 느꼈다. 게다가 며칠 동안 제대로 쉬지 못해 지금 다른 사람 마음을 알아볼 여유가 없었다.“다른 일 없으면 얼른 들어가 쉬어요. 며칠 동안 당신도 수고 많았어.”이진도 방송하는 며칠 사이 윤이건이 자신이 위해 한 일들을 모두 알고 있었다.그녀를 업고 산에 오르고, 그날 밤 텐트에서 그는 자기 외투를 그녀의 몸에 덮었다.무의식적인 보호, 그리고 무의식적인 편향 그녀도 지켜보고 있었다.그러나 감정에 서툰 그녀는 피하는 것도 서로에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였다.윤이건에게 다시 입을 열 기회를 주지 않고 이진은 바로 방에 돌아갔다.와인을 마치고 이진은 잘 준비를 하였다.그러나 베개에 머리를 닿는 순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이진은 저도 모르게 눈을 뒤집었다. 윤이건에게 주먹을 날리고 싶은 심정이다.‘말하려면 아까 말하지 왜 이제야 와서 남을 귀찮게 해.’그러나 문을 열고 윤이건의 표정을 본 이진은 당황하였다.“왜…….”“너 나에게 의지해도 돼, 유연
“어디가?”이진의 모습을 보고 윤이건은 이진의 보호자인 것처럼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진도 윤이건의 이렇게 긴장한 모습을 본 적이 없어 그 자리에서 웃어버렸다.“사인해야 할 계약서가 있어서 회사에 가봐야 해요.”이진은 말하며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윤이건이 자기를 바래다줄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생각밖에도 대문을 나가는 순간 이진은 무엇인가에 맞은 것 같았다.뒤이어 구린내가 공기 중에 퍼졌다.“하…….”이진이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었다. 유연서의 계책 하나는 좋다.‘반나절밖에 안됐는데 계란 하나를 던지려고 문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니.’ “이진아.”이진 뒤에서 윤이건은 시야가 넓지 않아 몇 초 후 상황을 파악하고 무의식적으로 이진의 손목을 잡고 그녀를 자기 뒤로 잡아당겼다.이마를 찌푸린 윤이건은 강한 기세를 보이면서 문 앞의 기자와 네티즌들을 보고 차갑게 말하였다.“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세요?” 기자들은 진짜 기자 맞지만 일부 흥분한 네티즌들은 유연서가 찾은 사람들이다.기자들도 속으로 알고 있지만 그들에게는 팩트보다 임팩트이다.윤이건이 별장에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지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사람들은 다소 당황하였다.이진 앞에서의 윤이건과 다른 사람들 앞에서의 윤이건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윤 대표님, 죄송합니다. 대표님도 여기에 있을 줄은…….”기자들도 윤이건을 무서워하였지만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이건의 점점 차가운 눈빛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남에게 폐를 끼친 거를 알면 어서들 돌아가시죠.” 윤이건은 인내심이 사라지기전에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떠날 의향이 없는 것을 보고 바로 경호원을 불렀다.경호원은 경비원과 달리 그 기세는 막을 수 없었다. 장면은 다소 혼란스러웠지만 윤이건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이진과 함께 별장에 들어갔다.씻은 후 새로운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에 내려온 이진은 윤이건이 허리를 차고 오고 가는 것을
만남의 약속모든 일은 모두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이 일 일어난 다음날 백정아도 이 일에 끼어들었다.[왜 연서가 뺨을 맞아야 되는 거야? 그 자리에 어떻게 올랐는지 잊었어?]비록 백정아는 다 말하지 않았지만 누가 봐도 윤이건이랑 이진의 얘기를 한 것이 틀림없었다. 제삼자가 이진이라는 것이다.네티즌들의 손에 증거는 없지만 일의 앞뒤 전개를 정리하고 그들의 망상을 합쳐 보니 뭐 윤이건이 이진이랑 정략결혼이고 몇 년 사이 관계가 나빠 기한이 된 후 바로 이혼하였지만 이진이 여씨 집안을 떠나기 싫어서 일을 꾸미었다든지, 심지어 당시 이진과 윤이건의 결혼을 꺼내어 얘기하면서 이진이 그때 신부를 대신하였다는 말도 있었다. 백정아는 사실이 어떤지 몰랐다. 그러나 이진에게 불리할수록 그녀는 기쁘다.백씨 집안으로 돌아가 아버지에게 사진을 달라고 하고 바로 인터넷에 올렸다. 불난 집에 기름을 붓은 셈이다.사진 속 그림은 다름이 아니라 백정아와 윤이건이 어릴 때 두 집안이 같이 찍은 사진이다.그 때 찍은 사진에는 당연히 얘들이 사진도 있다. 백정아가 올린 사진이 바로 그것이다.글이 담긴 것은 아니지만 사진 한 장만으로 임팩트가 충분하였다.[세상에! 백정아와 윤이건 어릴 때 약혼한 사이였어! 이진 너무 뻔뻔한 거 아냐?][당시 이진이 대신한 사람이 백정아? 백정아가 원래 윤이건 부인이었어?][이런 일 했으면 그냥 조용히 살지 왜 나대는 거야!]많은 네티즌들이 유연서와 백정아 편이 되었다.애초의 언론 조작은 이 둘이 사람을 찾아 진행한 것이지만 그후 점점 많은 네티즌들이 분개하며 그들의 편이 되어주었다.2날 넘지 않아 이진의 생활과 기업까지 여론의 영향을 받았다.GN 그룹의 경영에는 부동산도 포함하였고 때마침 새로운 매물을 판매하기 시작하였다.이전 계약금을 낸 사람들 모두 대표가 이진인 것을 알고 너도나도 환불하였다.환불만 아니라 프로젝트도 영향을 끼쳤다. 따라서 여러 판매가 같은 상황에 봉착하였다.이 또한 GN 그룹의 주가에도 반영이 되어 하락세를
이 말을 듣고 이진의 웃음은 바로 사라졌다.비록 이사들이 회사 일에 관심이 없고 자기 이 대표도 맘에 두지 않는다는 것을 원래부터 알고 있으나 이번 일로 그녀에게 그들을 합법적으로 처리할 명분이 생기게 된 것은 좋은 일이다.아까 말하던 이사도 이진의 갑작스러운 표정 변환에 다소 놀랬다. 어쩌면 두려운 마음이다.눈동자가 흔들리더니 바로 머리를 숙였다.‘때인 것 같은데.’이진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바로 결단을 내렸다.‘인터넷에서는 욕설을 퍼붓고, 주가도 계속 떨어지고, 주주들도 움직이는 것 같고’때가 다가온 것이다.이렇게 생각한 이진은 테이블을 두드리는 손동작을 멈추고 의자에서 바로 일어섰다.“여러분들의 의견, 검토해보겠습니다.”“정말이에요?”이진의 친절한 모습을 보고 이사들도 의아해하며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그들의 모습 이진의 보이기에는 너무 우스웠다.“네, 아까 그 시간으로 충분히 심사숙고하였습니다…….”말하며 외투를 가지고 떠나려고 하였다.“아무래도 여러분들이 계속 저를 참아야 할 것 같네요.”말이 끝나자 이진은 그들이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바로 떠났다.임만만은 이때 회의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불안으로 가득하였다.“대표님, 이대로 계속 내버려 둘 것입니까?”이진은 외투를 걸치며 임만만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내일 기자회견 준비해.”말을 들은 임만만은 벌떡 정신을 차리고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은 차를 몰고 별장으로 향했다.비록 그녀는 인터넷에서 떠도는 일들을 마음에 담아두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내버려 둔다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다.이튿날, 기자회견은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이진은 아침 일찍 간단하게 정리한 다음 외출 준비를 하였다.그러나 뒤에 달린 꼬리 때문에 그녀는 할 수 없이 발길을 늦추었다.“왜 날 따라와요?”“어젯밤 나도 말했잖아. 이일 나 동의하지 않는다고.”윤이건의 화난 모습을 보고 이진은 우습기만 하였다.“날 설득하지도 못하면서 왜 따라와요?”“난 널
그녀의 곁에 있던 윤이건과 뒤에 서있는 임만만은 하마터면 참지 못하고 웃어버릴 번 하였다.‘뭐지? 같은 수단으로 복수하는 건가?’윤이건은 손으로 입을 막고 가볍게 웃었다.‘부인이 이런 연기가 있다니.’‘입은 거칠지만 악의는 없다’는 연예계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그러나 이진에게 벌어진 것은 단순한 스캔들이 아니라 더 심각한 것이다. 생명을 위협할 악의였다. 기자들은 잠시 침묵하였다.일이 이렇게 된 이상 단물은 빨아먹어야 하니 조용해진 후 한 기자가 참지 못하고 질문하였다.“이진 씨, 그럼 윤이건 씨와 어떤 사이죠? 인터넷에서 이진 씨에 관하여 좋지 않은 소문이 많아서요.”이 말을 들은 이진은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어쨌건 그래도 눈치 있는 사람이다.이와 동시 사람들은 곁에 앉은 백정아의 몸이 굳어진 것을 보았다.“저도 인터넷에서 저를 어떻게 얘기하는지 잘 알죠. 근데 해명하지 않은 건 부정한 사살이기에 언젠가 멈출 거라고 생각했어요.” 말이 끝나자 사람들을 한번 훑어보았다.오늘 기자회견에 참석한 자들은 당사자와 기자뿐만 아니었다.그중 인터넷 V블로거들도 있었다. 모두들 단독을 노리고 있었다.근데 이진이 이렇게 물으니 왠지 좀 어색하였다.어떤 사람들은 아이 시선을 회피하였고, 어떤 사람들은 어색하게 코를 만졌다.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이진은 저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이른바 언론이란 결과를 따지지 않으면 이런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다들 판별이 가능한 성인인데 오직 사진 한 장으로 판단을 내리나요?”옆에 앉아 있는 백정아는 불안한지 일어나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진의 말에 움직임을 멈췄다.“여러분, 황당하지 않으세요? 사진 한 장으로 약혼인 것이 증명 가능한가요? 제가 제삼자라는 것이 인정 가능한가요?”인터넷 스캔들에는 입증할 수 없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머리를 식혀 냉정하게 분석한다면 많은 빈틈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이진의 질문에 백정아는 얼굴색이 변하더니 손을 꼬집었다. 사진을 올린 것은 그녀의 일시 충
백정아도 분하지만 아버지 태도에 어리둥절하였다.“아빠,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말이 끝나자 부녀 둘은 서로 시선을 마주하였고 반나절 후 백세진은 크게 한숨을 쉬었다.“오늘 아침, 기자회견 전 회사 쪽에서 소식이 왔어, 원래 체결하려던 몇 건의 계약 파기되었어.”비록 백정아는 연예계 사람이지만 회사 일도 관심하고 있었다.백씨 집안의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라 이후 회사를 물려받을 것이다.백정아는 마음속으로 백세진을 말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이 일, 이진의 짓인가요?”“걔가 한 짓이 아니더라도 혐의를 벗을 수 없어. 이렇게 짧은 시간 누가 그런 능력이 가지고 있겠니.”순간 백정아는 분하면서도 질투를 감추지 못했다.이를 갈면서 그녀의 눈은 이미 붉어졌다.백세진은 딸자식의 마음과 성격을 잘 알고 있다.비록 그도 화나지만 반드시 삼켜야 했다.“아빠 말 들어, 이진한테 사과하고 만약 받아주지 않는다면 이 서류 넘겨.”백세진은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백정아에게 서류봉투를 넘겨주었다.연예계 명성은 이미 바닥이라 회사에 또 문제 생긴다면 정말 끝장이기 때문이다.달갑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별장을 떠났다.한 시간 뒤 기사는 차를 윤이건 별장 앞에 세웠다.이때 차에서 내리던 백정아의 발은 멈춰버렸다.그녀의 시선으로 마침 별장 화원에 있는 윤이건과 이진의 모습을 보았다.둘은 얘기를 나누며 정원의 화초들을 가꾸고 있었는데 그 모습 정말 화기애애하였다.때마침 이때 이진은 잡초에 발이 걸려 몸이 뒤로 하며 넘어지려고 하는데 윤이건이 이진을 안아버렸다.이 모습을 본 백정아는 손을 꽉 잡았다. 정말 이진의 뺨이라도 때리고 싶은 심정이다.갑자기 무엇을 떠올리고 핸드폰을 꺼내 이 장면을 찍었다.그리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별장 대문을 향해 걸어갔다.대문 앞 소리를 듣고 윤이건과 이진은 그쪽으로 걸어갔고 세 사람은 이렇게 서로 마주쳤다.“이진 씨, 저 이번 일로 사과하러 왔어요.”이진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손에 쥐고 있던 물품을 정원사에게
사진을 본 한시혁은 크게 화내었다.아침 기자회견 그도 보았는데 윤이건의 간섭에 대해 이미 불쾌감이 극에 달했다.별장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백정아의 메시지를 받았다.눈살을 찌푸리고 의심스러운 듯 메시지를 열었지만 사진을 본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탁자 위의 유리컵을 보고 이를 갈며 잡은 순간 컵이 바로 깨졌다.그의 눈에 붉은 핏발이 가득 차 있었다.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며 한시혁은 백정아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떻게 된 일이야.”“아까 일 때문에 이진을 찾으러 갔는데 이런 것을 보았네요.”백정아는 차에 앉아 다리를 꼬리고 조롱하며 말했다.그녀가 불쾌한데 다른 사람들이 편히 있는 모습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시혁 오빠, 생각보다 받아들이기 어렵지는 않죠? 둘이 계속 동거하는 사이던데.”백정아는 잘 알고 있다. 한시혁의 약점이 무엇인지.“나도 불쾌해요. 근데 이 소식 저도 알고 나서 바로 오빠에게 알려드렸는데요.”그냥 듣기에는 한시혁을 관심하는 말로 들리지만 백정아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는 한시혁에게는 조롱으로 들렸다.전화 속 두 사람 사이에는 침묵이 유지되었고 한참 후 한시혁이 계속 말했다.“너도 일이 잘 풀리지 않은 모양인데, 아니면 이 전화도 없었겠지.”“너…….”아까 당한 일들을 생각하자 백정아는 갑자기 눈을 벌떡 뜨고 목청도 날카로워졌다.전화 저편의 한시혁은 백정아에게 더 이상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흉악한 웃음을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다만, 방금 받은 사진에 대해 그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일어나서 와인 한 잔을 따르고 한 모금 마시고는 소파로 돌아와 전화를 들었다.윤씨 별장 객실.방문은 조금 열려 있었다. 이때 이진은 샤워하고 있었고 윤이건은 그냥 과일을 주려고 왔다.과일 그릇을 테이블에 놓고 욕실 방향을 보더니 웃으며 바로 나가려고 하였다.그러나 일어나려던 참에 침대 위 핸드폰이 울렸다.무의식적으로 욕실문을 두드리려고 하였지만 발신자를 보고 망설임 없이 전화를 들었다.“여보세
“너…….”이진은커녕 윤이건조차도 어리둥절하여 눈을 깜빡이며 손가락도 꼼짝하지 못했다.바로 좋아하기 때문에, 신경 쓰이기 때문에 윤이건은 이진을 조금이라도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한편 전화기 너머의 한시혁은 이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마음이 불안하여 통화를 영상 모드로 바꾸었다.눈앞의 화면을 보자 한시혁은 화가 나 미칠 뻔했다. “너희들!”한시혁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윤이건은 아직 전화를 끊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윤이건은 이진한테 물어보지도 않은 채 바로 전화를 끊었는데 소음이 그제야 사라졌다.이때 두 사람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이진은 비로소 지금의 상황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얼른 윤이건의 품에서 빠져나왔는데 얼굴은 마치 사과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윤이건 씨! 당장 눈 감아요!”그녀의 말에 윤이건은 즉시 눈을 감았지만 입꼬리는 여전히 씰룩거렸다.이진도 보긴 했지만 아무리 화가 나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결국 옷장에서 유카타를 꺼내 바삐 입고서야 씩씩거리며 앉았다.“나 이제 눈 떠도 되는 거 아니야?”한참 동안 인기척이 없었고 제자리에 서서 눈을 감고 있던 윤이건은 약간 현기증이 났다.곧 이진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그냥 영원히 눈을 감고 계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이진이 지금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윤이건도 개의치 않았다.눈을 뜨니 이진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는데 볼은 여전히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윤이건의 여전히 감출 수 없는 웃음을 보자 이진은 기분이 더 착잡했다.그리고 입안의 과일을 꾹꾹 씹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윤이건의 살을 물어뜯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이 봐요! 왜 제가 모르는 사이에 마음대로 방에 들어와서 제 전화를 받으신 거예요?”그녀의 질문에 윤이건도 조금 마음이 찔렸지만 으쓱거리며 일일이 대답했다.“난 그저 과일을 갖다주러 온 거고 방문이 열려 있어서 바로 들어온 거야. 그리고 가려던 참에 마침 전화가 울렸길래 확인해 본 거야.”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