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듣고 이진의 웃음은 바로 사라졌다.비록 이사들이 회사 일에 관심이 없고 자기 이 대표도 맘에 두지 않는다는 것을 원래부터 알고 있으나 이번 일로 그녀에게 그들을 합법적으로 처리할 명분이 생기게 된 것은 좋은 일이다.아까 말하던 이사도 이진의 갑작스러운 표정 변환에 다소 놀랬다. 어쩌면 두려운 마음이다.눈동자가 흔들리더니 바로 머리를 숙였다.‘때인 것 같은데.’이진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바로 결단을 내렸다.‘인터넷에서는 욕설을 퍼붓고, 주가도 계속 떨어지고, 주주들도 움직이는 것 같고’때가 다가온 것이다.이렇게 생각한 이진은 테이블을 두드리는 손동작을 멈추고 의자에서 바로 일어섰다.“여러분들의 의견, 검토해보겠습니다.”“정말이에요?”이진의 친절한 모습을 보고 이사들도 의아해하며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그들의 모습 이진의 보이기에는 너무 우스웠다.“네, 아까 그 시간으로 충분히 심사숙고하였습니다…….”말하며 외투를 가지고 떠나려고 하였다.“아무래도 여러분들이 계속 저를 참아야 할 것 같네요.”말이 끝나자 이진은 그들이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바로 떠났다.임만만은 이때 회의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불안으로 가득하였다.“대표님, 이대로 계속 내버려 둘 것입니까?”이진은 외투를 걸치며 임만만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내일 기자회견 준비해.”말을 들은 임만만은 벌떡 정신을 차리고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은 차를 몰고 별장으로 향했다.비록 그녀는 인터넷에서 떠도는 일들을 마음에 담아두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내버려 둔다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다.이튿날, 기자회견은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이진은 아침 일찍 간단하게 정리한 다음 외출 준비를 하였다.그러나 뒤에 달린 꼬리 때문에 그녀는 할 수 없이 발길을 늦추었다.“왜 날 따라와요?”“어젯밤 나도 말했잖아. 이일 나 동의하지 않는다고.”윤이건의 화난 모습을 보고 이진은 우습기만 하였다.“날 설득하지도 못하면서 왜 따라와요?”“난 널
그녀의 곁에 있던 윤이건과 뒤에 서있는 임만만은 하마터면 참지 못하고 웃어버릴 번 하였다.‘뭐지? 같은 수단으로 복수하는 건가?’윤이건은 손으로 입을 막고 가볍게 웃었다.‘부인이 이런 연기가 있다니.’‘입은 거칠지만 악의는 없다’는 연예계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그러나 이진에게 벌어진 것은 단순한 스캔들이 아니라 더 심각한 것이다. 생명을 위협할 악의였다. 기자들은 잠시 침묵하였다.일이 이렇게 된 이상 단물은 빨아먹어야 하니 조용해진 후 한 기자가 참지 못하고 질문하였다.“이진 씨, 그럼 윤이건 씨와 어떤 사이죠? 인터넷에서 이진 씨에 관하여 좋지 않은 소문이 많아서요.”이 말을 들은 이진은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어쨌건 그래도 눈치 있는 사람이다.이와 동시 사람들은 곁에 앉은 백정아의 몸이 굳어진 것을 보았다.“저도 인터넷에서 저를 어떻게 얘기하는지 잘 알죠. 근데 해명하지 않은 건 부정한 사살이기에 언젠가 멈출 거라고 생각했어요.” 말이 끝나자 사람들을 한번 훑어보았다.오늘 기자회견에 참석한 자들은 당사자와 기자뿐만 아니었다.그중 인터넷 V블로거들도 있었다. 모두들 단독을 노리고 있었다.근데 이진이 이렇게 물으니 왠지 좀 어색하였다.어떤 사람들은 아이 시선을 회피하였고, 어떤 사람들은 어색하게 코를 만졌다.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이진은 저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이른바 언론이란 결과를 따지지 않으면 이런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다들 판별이 가능한 성인인데 오직 사진 한 장으로 판단을 내리나요?”옆에 앉아 있는 백정아는 불안한지 일어나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진의 말에 움직임을 멈췄다.“여러분, 황당하지 않으세요? 사진 한 장으로 약혼인 것이 증명 가능한가요? 제가 제삼자라는 것이 인정 가능한가요?”인터넷 스캔들에는 입증할 수 없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머리를 식혀 냉정하게 분석한다면 많은 빈틈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이진의 질문에 백정아는 얼굴색이 변하더니 손을 꼬집었다. 사진을 올린 것은 그녀의 일시 충
백정아도 분하지만 아버지 태도에 어리둥절하였다.“아빠,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말이 끝나자 부녀 둘은 서로 시선을 마주하였고 반나절 후 백세진은 크게 한숨을 쉬었다.“오늘 아침, 기자회견 전 회사 쪽에서 소식이 왔어, 원래 체결하려던 몇 건의 계약 파기되었어.”비록 백정아는 연예계 사람이지만 회사 일도 관심하고 있었다.백씨 집안의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라 이후 회사를 물려받을 것이다.백정아는 마음속으로 백세진을 말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이 일, 이진의 짓인가요?”“걔가 한 짓이 아니더라도 혐의를 벗을 수 없어. 이렇게 짧은 시간 누가 그런 능력이 가지고 있겠니.”순간 백정아는 분하면서도 질투를 감추지 못했다.이를 갈면서 그녀의 눈은 이미 붉어졌다.백세진은 딸자식의 마음과 성격을 잘 알고 있다.비록 그도 화나지만 반드시 삼켜야 했다.“아빠 말 들어, 이진한테 사과하고 만약 받아주지 않는다면 이 서류 넘겨.”백세진은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백정아에게 서류봉투를 넘겨주었다.연예계 명성은 이미 바닥이라 회사에 또 문제 생긴다면 정말 끝장이기 때문이다.달갑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별장을 떠났다.한 시간 뒤 기사는 차를 윤이건 별장 앞에 세웠다.이때 차에서 내리던 백정아의 발은 멈춰버렸다.그녀의 시선으로 마침 별장 화원에 있는 윤이건과 이진의 모습을 보았다.둘은 얘기를 나누며 정원의 화초들을 가꾸고 있었는데 그 모습 정말 화기애애하였다.때마침 이때 이진은 잡초에 발이 걸려 몸이 뒤로 하며 넘어지려고 하는데 윤이건이 이진을 안아버렸다.이 모습을 본 백정아는 손을 꽉 잡았다. 정말 이진의 뺨이라도 때리고 싶은 심정이다.갑자기 무엇을 떠올리고 핸드폰을 꺼내 이 장면을 찍었다.그리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별장 대문을 향해 걸어갔다.대문 앞 소리를 듣고 윤이건과 이진은 그쪽으로 걸어갔고 세 사람은 이렇게 서로 마주쳤다.“이진 씨, 저 이번 일로 사과하러 왔어요.”이진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손에 쥐고 있던 물품을 정원사에게
사진을 본 한시혁은 크게 화내었다.아침 기자회견 그도 보았는데 윤이건의 간섭에 대해 이미 불쾌감이 극에 달했다.별장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백정아의 메시지를 받았다.눈살을 찌푸리고 의심스러운 듯 메시지를 열었지만 사진을 본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탁자 위의 유리컵을 보고 이를 갈며 잡은 순간 컵이 바로 깨졌다.그의 눈에 붉은 핏발이 가득 차 있었다.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며 한시혁은 백정아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떻게 된 일이야.”“아까 일 때문에 이진을 찾으러 갔는데 이런 것을 보았네요.”백정아는 차에 앉아 다리를 꼬리고 조롱하며 말했다.그녀가 불쾌한데 다른 사람들이 편히 있는 모습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시혁 오빠, 생각보다 받아들이기 어렵지는 않죠? 둘이 계속 동거하는 사이던데.”백정아는 잘 알고 있다. 한시혁의 약점이 무엇인지.“나도 불쾌해요. 근데 이 소식 저도 알고 나서 바로 오빠에게 알려드렸는데요.”그냥 듣기에는 한시혁을 관심하는 말로 들리지만 백정아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는 한시혁에게는 조롱으로 들렸다.전화 속 두 사람 사이에는 침묵이 유지되었고 한참 후 한시혁이 계속 말했다.“너도 일이 잘 풀리지 않은 모양인데, 아니면 이 전화도 없었겠지.”“너…….”아까 당한 일들을 생각하자 백정아는 갑자기 눈을 벌떡 뜨고 목청도 날카로워졌다.전화 저편의 한시혁은 백정아에게 더 이상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흉악한 웃음을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다만, 방금 받은 사진에 대해 그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일어나서 와인 한 잔을 따르고 한 모금 마시고는 소파로 돌아와 전화를 들었다.윤씨 별장 객실.방문은 조금 열려 있었다. 이때 이진은 샤워하고 있었고 윤이건은 그냥 과일을 주려고 왔다.과일 그릇을 테이블에 놓고 욕실 방향을 보더니 웃으며 바로 나가려고 하였다.그러나 일어나려던 참에 침대 위 핸드폰이 울렸다.무의식적으로 욕실문을 두드리려고 하였지만 발신자를 보고 망설임 없이 전화를 들었다.“여보세
“너…….”이진은커녕 윤이건조차도 어리둥절하여 눈을 깜빡이며 손가락도 꼼짝하지 못했다.바로 좋아하기 때문에, 신경 쓰이기 때문에 윤이건은 이진을 조금이라도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한편 전화기 너머의 한시혁은 이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마음이 불안하여 통화를 영상 모드로 바꾸었다.눈앞의 화면을 보자 한시혁은 화가 나 미칠 뻔했다. “너희들!”한시혁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윤이건은 아직 전화를 끊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윤이건은 이진한테 물어보지도 않은 채 바로 전화를 끊었는데 소음이 그제야 사라졌다.이때 두 사람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이진은 비로소 지금의 상황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얼른 윤이건의 품에서 빠져나왔는데 얼굴은 마치 사과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윤이건 씨! 당장 눈 감아요!”그녀의 말에 윤이건은 즉시 눈을 감았지만 입꼬리는 여전히 씰룩거렸다.이진도 보긴 했지만 아무리 화가 나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결국 옷장에서 유카타를 꺼내 바삐 입고서야 씩씩거리며 앉았다.“나 이제 눈 떠도 되는 거 아니야?”한참 동안 인기척이 없었고 제자리에 서서 눈을 감고 있던 윤이건은 약간 현기증이 났다.곧 이진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그냥 영원히 눈을 감고 계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이진이 지금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윤이건도 개의치 않았다.눈을 뜨니 이진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는데 볼은 여전히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윤이건의 여전히 감출 수 없는 웃음을 보자 이진은 기분이 더 착잡했다.그리고 입안의 과일을 꾹꾹 씹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윤이건의 살을 물어뜯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이 봐요! 왜 제가 모르는 사이에 마음대로 방에 들어와서 제 전화를 받으신 거예요?”그녀의 질문에 윤이건도 조금 마음이 찔렸지만 으쓱거리며 일일이 대답했다.“난 그저 과일을 갖다주러 온 거고 방문이 열려 있어서 바로 들어온 거야. 그리고 가려던 참에 마침 전화가 울렸길래 확인해 본 거야.”윤
조용하던 경찰차 안에서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자 경찰들과 유연서 모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저, 받아도 될까요?”유연서는 이런 일이 처음이라 너무 놀라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경찰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평소에 아무리 잘난 척하던 사람이라도 이런 상황엔 모두 똑같네.’하지만 유연서가 벌인 일이 심각한 범죄행위는 아니었기에 그녀에게 전화를 받을 권리는 있었다.경찰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자 유연서는 즉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핸드폰 너머의 낯선 번호를 보자 유연서는 의심을 금치 못했다.“유연서 씨?”전화가 연결되자 핸드폰 너머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목소리는 분명 유연서가 모르는 목소리였다. “네.”유연서는 말을 하며 무의식적으로 창가에 기대어 상대의 말소리가 경찰에게 들리기라도 할까 봐 손으로 핸드폰을 막았다.“만약 제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지금 유연서 씨는 경찰차를 타고 있겠네요. 그러니까 지금쯤 분명 궁지에 몰리셨겠네요.” 이 말을 들은 유연서는 이를 악물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걱정 마세요, 아직은 괜찮으실 거예요. 아마 경찰서에 가서 간단한 조사를 하고 나면 풀리실 거예요.”“무슨 말을 하시려는 거죠?”유연서가 인내심을 잃은 채 묻자 그 남자는 가볍게 웃기 시작했다.“일단 조사에 협조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좀 이따 다시 연락드릴 게요.”유연서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전화가 끊기고 말았다. 유연서는 경찰 앞이라 조급한 마음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잠시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다.경찰서에 도착한 후 방금 그 남자가 말했던 것처럼 경찰들은 심문을 간단히 했을 뿐이다.이후 간단한 경고를 하고는 유연서를 돌려보냈다.경찰서에서 나온 유연서는 너무 긴장되어 쓰러질 것만 같았다. 손바닥은 물론 옷까지 모두 식은땀에 젖어 들고 말았다. 유연서가 택시를 타고 이곳을 떠나려던 찰나 방금 그 번호가 또다시 걸려 왔다.“당신 도대체 누구야!”누군지 알 수 없는 공포감은 그녀를 매우 불안
한시혁의 다소 광기가 넘치는 눈빛을 보자 이진은 몰래 한숨을 쉬었다. 지금까지 그녀도 이런 말들을 수도 없이 해왔는데 한시혁이 진작 알아들었다면 이런 일들이 일어나진 않았을 거다.아니나 다를까, 이진이 이 말을 꺼내자 한시혁의 표정은 잠시 굳어지더니 뒤이어 또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이진아, 만약 사람 마음이 원하는 대로 바뀔 수 있다면 세상에 고통스러운 사랑은 없을 거야.”이진은 그의 말에 말문이 막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확실히 감정이라는 건 절대로 자신의 주관 의식에 의해 개변될 수 있는 건 아니다.잊으려고 할수록 기억은 더 깊어지고, 멀어지려고 할수록 감정은 수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이때 사무실 안의 두 사람은 무척 조용해졌다.한시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을 돌려 사무실을 떠났다. 이진은 고개를 돌릴 때 그의 눈빛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그리고 이 일이 완전히 가라앉기도 전에 GN 그룹에는 또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보스…….”케빈이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자 이진은 눈을 절로 비볐다.“나는 네가 GN 그룹에 있다는 게 아직도 적응되지 않네. 자기도 모르게 자꾸 여기가 AMC인 줄 알게 되네.”케빈은 이 말에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보스는 자신이 명령을 내렸으면서 오히려 적응하지 못하다니.’확실히 심도 있는 일에 대한 임만만의 숙련도는 여전히 케빈보다 약간 뒤떨어졌다.아직 임만만에게 구체적인 업무를 가르쳐 주는 단계지만 이진은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었다.“무슨 일이야?”케빈의 안색이 안 좋아 보이자 이진도 더 이상 장난치지 않았다. 이진은 처리하던 서류를 내려놓고는 눈앞의 케빈을 쳐다보았다.그러자 케빈은 급하게 계약서를 건네며 입을 열었다.“보스, GN 그룹의 주식에 문제가 좀 생겼어요. 기존 주식들은 모두 그대로지만 개별 주식에 변동이 생겼어요.”일부 중소기업의 개별 주식은 기본적으로 가장 높은 지배자, 즉 대표의 손에 놓여있었다.큰 숫자가 아니기에 신경 쓸 사람도 많지 않았다.그
“그게 무슨 말이죠?”아마도 유연서는 이진이 주주총회에서 이렇게 날뛸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거다.가뜩이나 불안하던 유연서는 자리에 앉은 채 안절부절못하였다.이진은 그녀의 반응을 예상한 듯이 참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웃었다.“주주총회에 참가하신다면 적어도 저한테 연락을 하셨어야죠. 안 그러면 당신이 소란을 피우러 온 거라고 생각하고 경호원들이 당신을 쫓아내기라도 하면 어떡해요.”“당신…….”유연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진은 케빈을 향해 손을 흔들어 회의를 시작하라는 신호를 보냈다.주주총회에 참석한 이사들은 눈앞의 상황을 모두 안중에 두고 마음속으로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GN 그룹의 공장은 현재 몇 군데 방치된 채 착공하지 않은 곳이 있는데 이제 진행할 때가 되었어요.”이전에 이진이 백정아의 사과를 받아주었기에 프로젝트의 지출을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진의 이 말이 끝나자마자 유연서가 입을 열었다.“전 동의할 수 없어요.” 유연서가 이 프로젝트에 관심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이진을 몰아붙이려고 한 행동이라는 걸 이진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유연서의 행동은 이진의 생각을 마침 검증한 셈이다.이진이 어떤 제의를 하든 유연서는 반대를 했는데 심지어 반대의 이유조차 제기하지 못했다.확실히 어느 그룹이든 주주의 결의는 프로젝트 자체에 관여할 수 있었고 딱히 이유가 필요하진 않았다.그러나 회의가 길어질수록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유연서가 앞장서서 반대를 제기하자 이진을 싫어하던 이사들도 따라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저는 유연서 씨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이런 것들은 구체적으로 고려한 후 결정을 내리도록 합시다. 안 그러면 분명 우리 모두에게 피해를 줄 거예요.”이진은 이 말을 꺼낸 이사들을 차갑게 보면서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그녀는 주주총회가 이렇게 일촉즉발의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되었다.그리고 그녀는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