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본 한시혁은 크게 화내었다.아침 기자회견 그도 보았는데 윤이건의 간섭에 대해 이미 불쾌감이 극에 달했다.별장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백정아의 메시지를 받았다.눈살을 찌푸리고 의심스러운 듯 메시지를 열었지만 사진을 본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탁자 위의 유리컵을 보고 이를 갈며 잡은 순간 컵이 바로 깨졌다.그의 눈에 붉은 핏발이 가득 차 있었다.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며 한시혁은 백정아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떻게 된 일이야.”“아까 일 때문에 이진을 찾으러 갔는데 이런 것을 보았네요.”백정아는 차에 앉아 다리를 꼬리고 조롱하며 말했다.그녀가 불쾌한데 다른 사람들이 편히 있는 모습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시혁 오빠, 생각보다 받아들이기 어렵지는 않죠? 둘이 계속 동거하는 사이던데.”백정아는 잘 알고 있다. 한시혁의 약점이 무엇인지.“나도 불쾌해요. 근데 이 소식 저도 알고 나서 바로 오빠에게 알려드렸는데요.”그냥 듣기에는 한시혁을 관심하는 말로 들리지만 백정아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는 한시혁에게는 조롱으로 들렸다.전화 속 두 사람 사이에는 침묵이 유지되었고 한참 후 한시혁이 계속 말했다.“너도 일이 잘 풀리지 않은 모양인데, 아니면 이 전화도 없었겠지.”“너…….”아까 당한 일들을 생각하자 백정아는 갑자기 눈을 벌떡 뜨고 목청도 날카로워졌다.전화 저편의 한시혁은 백정아에게 더 이상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흉악한 웃음을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다만, 방금 받은 사진에 대해 그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일어나서 와인 한 잔을 따르고 한 모금 마시고는 소파로 돌아와 전화를 들었다.윤씨 별장 객실.방문은 조금 열려 있었다. 이때 이진은 샤워하고 있었고 윤이건은 그냥 과일을 주려고 왔다.과일 그릇을 테이블에 놓고 욕실 방향을 보더니 웃으며 바로 나가려고 하였다.그러나 일어나려던 참에 침대 위 핸드폰이 울렸다.무의식적으로 욕실문을 두드리려고 하였지만 발신자를 보고 망설임 없이 전화를 들었다.“여보세
“너…….”이진은커녕 윤이건조차도 어리둥절하여 눈을 깜빡이며 손가락도 꼼짝하지 못했다.바로 좋아하기 때문에, 신경 쓰이기 때문에 윤이건은 이진을 조금이라도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한편 전화기 너머의 한시혁은 이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마음이 불안하여 통화를 영상 모드로 바꾸었다.눈앞의 화면을 보자 한시혁은 화가 나 미칠 뻔했다. “너희들!”한시혁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윤이건은 아직 전화를 끊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윤이건은 이진한테 물어보지도 않은 채 바로 전화를 끊었는데 소음이 그제야 사라졌다.이때 두 사람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이진은 비로소 지금의 상황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얼른 윤이건의 품에서 빠져나왔는데 얼굴은 마치 사과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윤이건 씨! 당장 눈 감아요!”그녀의 말에 윤이건은 즉시 눈을 감았지만 입꼬리는 여전히 씰룩거렸다.이진도 보긴 했지만 아무리 화가 나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결국 옷장에서 유카타를 꺼내 바삐 입고서야 씩씩거리며 앉았다.“나 이제 눈 떠도 되는 거 아니야?”한참 동안 인기척이 없었고 제자리에 서서 눈을 감고 있던 윤이건은 약간 현기증이 났다.곧 이진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그냥 영원히 눈을 감고 계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이진이 지금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윤이건도 개의치 않았다.눈을 뜨니 이진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는데 볼은 여전히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윤이건의 여전히 감출 수 없는 웃음을 보자 이진은 기분이 더 착잡했다.그리고 입안의 과일을 꾹꾹 씹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윤이건의 살을 물어뜯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이 봐요! 왜 제가 모르는 사이에 마음대로 방에 들어와서 제 전화를 받으신 거예요?”그녀의 질문에 윤이건도 조금 마음이 찔렸지만 으쓱거리며 일일이 대답했다.“난 그저 과일을 갖다주러 온 거고 방문이 열려 있어서 바로 들어온 거야. 그리고 가려던 참에 마침 전화가 울렸길래 확인해 본 거야.”윤
조용하던 경찰차 안에서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자 경찰들과 유연서 모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저, 받아도 될까요?”유연서는 이런 일이 처음이라 너무 놀라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경찰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평소에 아무리 잘난 척하던 사람이라도 이런 상황엔 모두 똑같네.’하지만 유연서가 벌인 일이 심각한 범죄행위는 아니었기에 그녀에게 전화를 받을 권리는 있었다.경찰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자 유연서는 즉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핸드폰 너머의 낯선 번호를 보자 유연서는 의심을 금치 못했다.“유연서 씨?”전화가 연결되자 핸드폰 너머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목소리는 분명 유연서가 모르는 목소리였다. “네.”유연서는 말을 하며 무의식적으로 창가에 기대어 상대의 말소리가 경찰에게 들리기라도 할까 봐 손으로 핸드폰을 막았다.“만약 제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지금 유연서 씨는 경찰차를 타고 있겠네요. 그러니까 지금쯤 분명 궁지에 몰리셨겠네요.” 이 말을 들은 유연서는 이를 악물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걱정 마세요, 아직은 괜찮으실 거예요. 아마 경찰서에 가서 간단한 조사를 하고 나면 풀리실 거예요.”“무슨 말을 하시려는 거죠?”유연서가 인내심을 잃은 채 묻자 그 남자는 가볍게 웃기 시작했다.“일단 조사에 협조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좀 이따 다시 연락드릴 게요.”유연서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전화가 끊기고 말았다. 유연서는 경찰 앞이라 조급한 마음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잠시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다.경찰서에 도착한 후 방금 그 남자가 말했던 것처럼 경찰들은 심문을 간단히 했을 뿐이다.이후 간단한 경고를 하고는 유연서를 돌려보냈다.경찰서에서 나온 유연서는 너무 긴장되어 쓰러질 것만 같았다. 손바닥은 물론 옷까지 모두 식은땀에 젖어 들고 말았다. 유연서가 택시를 타고 이곳을 떠나려던 찰나 방금 그 번호가 또다시 걸려 왔다.“당신 도대체 누구야!”누군지 알 수 없는 공포감은 그녀를 매우 불안
한시혁의 다소 광기가 넘치는 눈빛을 보자 이진은 몰래 한숨을 쉬었다. 지금까지 그녀도 이런 말들을 수도 없이 해왔는데 한시혁이 진작 알아들었다면 이런 일들이 일어나진 않았을 거다.아니나 다를까, 이진이 이 말을 꺼내자 한시혁의 표정은 잠시 굳어지더니 뒤이어 또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이진아, 만약 사람 마음이 원하는 대로 바뀔 수 있다면 세상에 고통스러운 사랑은 없을 거야.”이진은 그의 말에 말문이 막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확실히 감정이라는 건 절대로 자신의 주관 의식에 의해 개변될 수 있는 건 아니다.잊으려고 할수록 기억은 더 깊어지고, 멀어지려고 할수록 감정은 수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이때 사무실 안의 두 사람은 무척 조용해졌다.한시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을 돌려 사무실을 떠났다. 이진은 고개를 돌릴 때 그의 눈빛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그리고 이 일이 완전히 가라앉기도 전에 GN 그룹에는 또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보스…….”케빈이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자 이진은 눈을 절로 비볐다.“나는 네가 GN 그룹에 있다는 게 아직도 적응되지 않네. 자기도 모르게 자꾸 여기가 AMC인 줄 알게 되네.”케빈은 이 말에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보스는 자신이 명령을 내렸으면서 오히려 적응하지 못하다니.’확실히 심도 있는 일에 대한 임만만의 숙련도는 여전히 케빈보다 약간 뒤떨어졌다.아직 임만만에게 구체적인 업무를 가르쳐 주는 단계지만 이진은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었다.“무슨 일이야?”케빈의 안색이 안 좋아 보이자 이진도 더 이상 장난치지 않았다. 이진은 처리하던 서류를 내려놓고는 눈앞의 케빈을 쳐다보았다.그러자 케빈은 급하게 계약서를 건네며 입을 열었다.“보스, GN 그룹의 주식에 문제가 좀 생겼어요. 기존 주식들은 모두 그대로지만 개별 주식에 변동이 생겼어요.”일부 중소기업의 개별 주식은 기본적으로 가장 높은 지배자, 즉 대표의 손에 놓여있었다.큰 숫자가 아니기에 신경 쓸 사람도 많지 않았다.그
“그게 무슨 말이죠?”아마도 유연서는 이진이 주주총회에서 이렇게 날뛸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거다.가뜩이나 불안하던 유연서는 자리에 앉은 채 안절부절못하였다.이진은 그녀의 반응을 예상한 듯이 참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웃었다.“주주총회에 참가하신다면 적어도 저한테 연락을 하셨어야죠. 안 그러면 당신이 소란을 피우러 온 거라고 생각하고 경호원들이 당신을 쫓아내기라도 하면 어떡해요.”“당신…….”유연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진은 케빈을 향해 손을 흔들어 회의를 시작하라는 신호를 보냈다.주주총회에 참석한 이사들은 눈앞의 상황을 모두 안중에 두고 마음속으로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GN 그룹의 공장은 현재 몇 군데 방치된 채 착공하지 않은 곳이 있는데 이제 진행할 때가 되었어요.”이전에 이진이 백정아의 사과를 받아주었기에 프로젝트의 지출을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진의 이 말이 끝나자마자 유연서가 입을 열었다.“전 동의할 수 없어요.” 유연서가 이 프로젝트에 관심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이진을 몰아붙이려고 한 행동이라는 걸 이진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유연서의 행동은 이진의 생각을 마침 검증한 셈이다.이진이 어떤 제의를 하든 유연서는 반대를 했는데 심지어 반대의 이유조차 제기하지 못했다.확실히 어느 그룹이든 주주의 결의는 프로젝트 자체에 관여할 수 있었고 딱히 이유가 필요하진 않았다.그러나 회의가 길어질수록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유연서가 앞장서서 반대를 제기하자 이진을 싫어하던 이사들도 따라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저는 유연서 씨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이런 것들은 구체적으로 고려한 후 결정을 내리도록 합시다. 안 그러면 분명 우리 모두에게 피해를 줄 거예요.”이진은 이 말을 꺼낸 이사들을 차갑게 보면서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그녀는 주주총회가 이렇게 일촉즉발의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되었다.그리고 그녀는 유
유연서는 기분이 상했는지 몸을 안정시키고는 가볍게 입을 열었다.“이건 당신이 자초한 일이에요. 걱정 마세요, 제가 반드시 이기태 씨를 다시 GN 그룹의 대표 자리에 앉힐 거예요.”유연서는 말을 마치고는 몸을 돌려 도망치듯이 가버렸다.“보스, 괜찮으세요? 제가 저 사람을 조사해 볼까요?”한쪽에 서 있던 케빈은 한참을 참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진은 물론 케빈의 안색도 엄청나게 어두워졌다.그가 이진의 곁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누군가가 감히 이진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처음이었다.이진은 몸을 돌려 케빈을 보더니 가볍게 웃었다.“그럴 필요 없어, 저 여자는 분명 얼마 지나지 않아 꼬리를 드러낼 거야.”두 사람이 말을 하며 사무실로 돌아갈 때 윤이건이 대표 사무실의 입구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이진은 의아한 표정으로 윤이건을 쳐다보며 물었다.“윤이건 씨가 이곳엔 왜 계신 거죠?”“같이 밥이라도 먹으려고 온 거야.”윤이건이 말을 하며 케빈을 힐끗 보자 케빈은 얼른 허리 굽혀 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갑자기 나타난 윤이건을 보자 이진은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이진은 사무실에 들어가 외투를 들고 윤이건을 따라 회사를 떠났다.두 사람은 근처에 새로 개업한 가게에 들어가 마주 앉았다.“왜 그래? 기분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윤이건은 주문을 한 후 가볍게 입을 열었는데, 그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이진은 몹시 놀라고 말았다.“내가 너에게 관심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것쯤은 쉽게 보아낼 수 있어.”이진은 윤이건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곧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유연서 씨가 GN 그룹의 주주대리인이 되었는데 믿기시나요?”“그 주주가 누구인데?”이진은 고개만 저을 뿐 한숨을 내쉬며 오늘 주주총회에서의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이야기하는 과정에 그녀는 줄곧 윤이건의 표정을 살펴보았다.이진이 대놓고 자기를 쳐다보자 윤이건은 가만있기만 했는데 마음속으로는 그의 부인이 너무 귀여워 깨물어 주고 싶을 지경이었다.이진의 말이 끝나자 주문한
“누구세요?”이진은 의심스러운 마음에 핸드폰을 쥐던 손에 더 힘을 주었다.그녀는 이런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나거나 다른 사람 손바닥에 놓인 듯한 느낌을 정말 싫어했다.“방금 말했잖아요. 당신에게 해야 될 말이 있으니 내일 아침 9시에 역 맞은편의 커피숍에서 기다릴게요.”“누구인지 밝히지 않는다면 전…….”이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반대쪽에서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러자 이진은 화가 치밀어 올라 차갑게 웃으며 이를 악물었다.“왜 그래? 무슨 일이야?”이진의 안색이 눈에 띄게 어두워진 것을 보자 윤이건은 다소 걱정되어 그녀 가까이 다가가 앉았다.이진은 윤이건을 힐끗 보더니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가볍게 입을 열었다.“자기가 어머니 댁 사람이라면서 저랑 할 얘기가 있어서 만나자고 했어요.” “그 사람이 한 말이 거짓말이라는 건 확신할 수 있어?”윤이건은 말을 하면서 이진에게 물 한 잔을 따라주었다.“네, 왜냐하면 어머니 쪽에는 외삼촌 빼고는 아무도 남지 않았어요. 게다가 방금 그 목소리는 분명 제가 모르는 목소리예요.”이진은 말을 하더니 핸드폰을 다시 들어 케빈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번호 하나 알아봐. 급한 거야.”말을 마치고는 방금 그 번호를 케빈에게 보내고 기다리고 있었다. “미안해요, 먼저 드세요.”이진도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테이블에 가득 찬 뜨거운 음식을 보자 이진은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고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윤이건은 이진이 갑자기 화제를 돌릴 줄은 예상하지 못해 잠시 멍하니 앉아있더니 곧 개의치 않은 표정을 하며 어깨를 으쓱거렸다.“자기가 만든 게 아니라면 아무 맛도 없기 때문에 먹든 안 먹든 상관없어.”“그럼 왜 절 데리고 밥 먹으러 온 거예요?”이진은 윤이건의 대답에 어이가 없어서 웃으며 물었다.하지만 윤이건은 그윽한 표정으로 장난기 없이 진지하게 말했다. “난 아무거나 먹어도 되지만 자기는 안 돼.”윤이건의 말을 듣자 이진은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는데 손
이진은 윤이건의 이런 갑작스러운 행동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다.진지하게 입을 연다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농담을 한다면 일이 더 복잡해질 거다.결국 이진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살짝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윤이건은 이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곧 몸을 돌려 떠났다. 이튿날 아침, 이진이 별장을 나설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윤이건은 이미 회사로 출근했다. 평소대로라면 윤이건은 지금쯤 아침을 먹고 있을 것이다.오늘 이렇게 일찍 나간 것은 분명히 그녀를 혼자 보내고 싶진 않지만 다른 좋은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윤이건이 어제저녁을 먹을 때 삐진 표정을 떠올리자 이진은 자기도 모르게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윤이건은 첫인상과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네.’이진은 고개를 숙이고 시간을 보더니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별장을 나섰다.그녀는 외출한 후 검은 옷차림을 한 경호원 두 명이 자신을 따라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두 명은 윤이건이 안배한 경호원이었다.차를 몰고 약속한 장소에 도착하자 마침 약속했던 9시였다.그녀의 뒤를 따르던 경호원들은 매우 은밀하게 숨었는데 윤이건이 말하지 않았다면 이진도 눈치채지 못했을 거다.이런 든든한 마음에 이진은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이 시간에 역 근처의 가게는 모두 손님으로 꽉 차 빈 테이블을 찾으려면 어느 정도 기다려야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진은 바로 그녀를 만나려던 사람을 찾을 수 있었다.아마 이 사람의 카리스마가 주위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이진은 망설임 없이 바로 걸어가 자리에 앉았는데 남자가 고개를 들자 그녀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자리는 저를 위해 남기신 거죠?”그 남자는 살짝 눈썹을 찌푸리더니 약간 미끄러진 안경을 손가락으로 올리고는 입꼬리를 올렸다.“이진 씨는 실물이 사진보다 훨씬 예쁘시네요.”이진은 비록 생김새로 사람을 판단하진 않지만 줄곧 인연을 믿어왔었다. 게다가 이진은 첫인상을 매우 중시하는 편이였다.그리고 이진은 앞에 앉은 남자는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