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가 이 말을 하자 자리에 앉은 다섯 사람은 모두 깜짝 놀랐는데 이진도 마찬가지였다.그녀한테 남은 돈이 가장 많을 것이지만 8천 원으로 3일을 버티기엔 쉽지 않았다.백정아는 심지어 의자에서 일어서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2만 원으로 3일을 버티라고요? 그것도 두 사람이 함께?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에요!”그 순간 백정아는 아직 촬영하고 있다는 것을 잊은 채 PD의 대답을 기다렸는데 급한 마음에 목소리가 절로 높아졌다.“안돼요! 전 더 이상 못 참겠어요! 전 이만 하차할래요!”이 한마디에 PD와 스태프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는데 안색이 매우 어두웠다.이때 백정아의 곁에 앉은 유연서가 그녀를 타일렀다.“정아 씨, 우리가 이미 프로그램에 참가했다는 건 모든 네티즌들이 알 고 있는 일이에요. 지금 하차하시면 네티즌들이 정아 씨를 어떻게 보겠어요.”백정아는 고개를 숙이고 유연서를 바라보며 여전히 화가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게다가 정말 윤 대표님과 이진 씨를 두고 이대로 가실 수 있겠어요?”유연서의 이 말은 백정아를 일깨워준 셈이다.확실히 그녀가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러 온 목적은 바로 윤이건을 얻기 위해서이다.지금 제작진들이 이렇게 사람을 괴롭힌다고 해도 그녀도 반드시 참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공든 탑이 무너진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백정아는 입술을 깨물고는 결국 제작진을 향해 미소를 짓고 다시 의자에 앉았다.지금 상황이 조금 가라앉자 백정아도 금세 조용해졌다.“자, 이제 여러분은 식사를 하셔도 됩니다.”PD는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몰래 닦고는 마이크를 들고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테이블 위의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이진은 일어나 자신이 만든 치킨 일부를 직원들에게 건넸다.“많지는 않지만 모두 수고하셨으니 우선 이걸로라도 배를 좀 채우세요.”방금 백정아가 소란을 피우는 행동에 비해 이진의 이런 행동은 직원들을 울릴 뻔했다.“이진 씨, 정말 저희한테 주시는 거예요?”“여러분
“사장님, 당분간 어디 가시진 않죠?”향낭을 파는 사장과 확인한 후 이진은 얼른 술집으로 뛰어갔다.윤이건은 이진이 술집에 가는 것에 대해 트라우마가 생긴 건지 눈빛이 어두워졌다.‘부인은 정말 사람을 너무 걱정시키네.’그 술집은 캐주얼 바였는데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커피를 마시고 다과를 먹으러 온 사람도 적지 않았다.이진은 웨이터에게 물어본 후 술집 구석에서 사장님을 찾았다.“사장님, 안녕하세요. 저희가 지금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있는데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좀 벌어야 해요. 혹시 사장님 가게에는 가수가 필요하나요?”이 말을 듣자 술집 사장은 이진을 한 번 보고, 다시 뒤에 있는 윤이건을 보더니 천천히 일어섰다.사장이 의심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진은 계속 입을 열었다.“제 노래로는 분명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 시간이면 되는데 한 시간 정도로는 사장님도 아무런 피해를 보진 않을 거예요.”이진이 말하는 목소리는 비교적 맑고 밝았기에 듣기엔 매우 편안했다.술집 사장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이진은 미소를 지으며 얼른 마이크 앞으로 가서 한쪽에 놓인 기타를 들었다.생각해 보니 이건 저녁에 초대한 가수를 위해 준비된 것이다.이진은 기타를 몇 번 쳐보더니 음을 고치지 않고는 망설임 없이 바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그녀의 노랫소리가 들려오자 좀 나른했던 고객들은 모두 앉아 그녀를 쳐다봤다.놀라움에서 흥분, 환호에 이르기까지 했다.그리고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곳의 떠들썩함을 알아차리고 안으로 들어왔다.이진의 곁에 서 있는 윤이건은 더욱 눈이 반짝이고 입가에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세 번째 노래가 끝나자 그는 몸을 돌려 무대에 올라 다른 의자에 앉았다.“나도 불러도 돼?”이 말은 다른 사람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이진에게 묻는 것이다.그러자 이진은 조금 당황해 났다. 그녀는 윤이건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으며 이 사람과 합창할 생각도 없었다.그러나 이진은 오히려 자신의 기분이 좋다는 것을
사장은 바라던 일이라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이진은 술집 사장과 악수를 하고 곧 윤이건과 몸을 돌려 떠났다.두 사람은 도보로 호텔로 돌아와 방으로 돌아온 뒤 각자 세수를 하고 잠을 잤다.이 프로그램은 보기만 할 땐 힘들어 보이지 않았지만, 정말 생각 밖으로 힘들었다.두 사람은 각자 자신의 침대에 누워 눈을 감자 방안이 조용했다.얼마 후, 이진이 갑자기 입을 열었는데 그녀는 윤이건이 잠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윤 대표님이 이렇게 노래를 잘 부를 줄은 몰라 정말 외의 였어요.”“그래? 난 네가 내 노래를 좋아해 주는 게 더 의외인데.”누운 탓인지 윤이건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허스키했다.게다가 이런 말들을 하자 이진은 볼이 다소 뜨거워져 뒤이어 다소 어색하게 몸을 뒤척이며 눈을 감았다.그때의 그녀는 전혀 몰랐다. 윤이건도 몸을 옆으로 돌려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그의 눈빛은 매우 다정했다.두 사람은 잠에서 깬 뒤 PD의 연락을 받고 로비로 향했다.지금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모여 있었다.남은 이틀간의 임무는 오늘과 많이 다르지 않았다. 밥을 하고, 뭔가를 찾고, 게임을 하는 것이다.하지만 이 일들은 모두 경비가 필요하다.이진과 윤이건은 방금 2만 원을 벌게 되어 꽤나 순조로웠다. 유연서는 홀로 한 팀이라 혼자 돈을 쓰기에 그래도 괜찮은 편이였다.가장 어려운 것은 백정아와 한시혁이었다.백정아는 첫날에 돈을 너무 많이 썼는데 돈을 벌 다른 방법이 없었다.그녀는 창피하다며 한시혁이 말한 방법들은 일일이 반대하였다.“그럼 스스로 방법을 생각하세요.”한시혁은 함께 지낼수록 백정아가 더욱 혐오스러웠다.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참가하러 온 이상 백정아의 이런 성격을 참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다.다른 사람들조차 참기 힘들었는데 더군다나 상대는 한시혁이었다.이 말을 듣자 백정아는 한시혁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는 마음속으로 몹시 원망했다.마음속으로 여러 가지 방법을 궁리하다가 결국 윤이건에게 시선을 돌렸다.이날 임무가 끝난
제작진의 말을 듣자 유연서는 정신을 번쩍 차렸는데 드디어 그녀에게도 기회가 온 것이다.그때 유연서는 몰래 윤이건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수줍어하는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이건 오빠, 내가 오빠 팀에 들어가면 안 될까? 나 혼자서는 도저히 임무를 완성할 수 없을 것 같아.”하지만 윤이건은 마치 못 들은 척하며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제작진들이 모두 보고 있었기에 유연서는 무척 부끄러웠다. 그리고 곧 입을 오물거리더니 말을 꺼냈다.“어차피 두 팀밖에 없는데 내가 어느 팀에 가도 환영을 못 받을 것 같네…….”백정아는 방금 유연서가 윤이건의 팀에 들어가려는 것을 보자 남몰래 유연서를 미워했다.‘지금 뭐 하자는 거지? 이제 와서 이건 오빠로 갈아탄다고?”아니나 다를까 유연서는 어쩔 수 없는 모습을 하며 말했다.“제가 보기엔 PD님이 게스트를 선택할 때 적어도 두 명은 더 초대하셨어야 돼요.”유연서는 아예 PD에게 책임을 돌렸다.이진은 한쪽에서 이 말을 듣자 참지 못하고 웃음을 보였다. ‘정말 멍청한 여자야. 지금 PD를 탓한다면 나중에 카메라에 제대로 잡히기라도 하겠어?’ 확실히 PD의 안색은 매우 안 좋았지만 그나마 참을 수는 있었다. 결국 유연서는 구시렁대더니 백정아의 팀에 참가해 세 사람이 함께 했다.팀이 모두 결정된 후 작가팀과 이 몇 명의 게스트들은 잇달아 호텔을 나와 차에 올랐다.호텔의 위치는 그들이 오르려는 산에서 차로 30분 정도 걸렸다.차 안의 이진과 두 남자는 모두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결국 그들은 모두 등산이 매우 체력을 소모하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백정아와 유연서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가끔 카메라를 들고 아무 말이나 하고 있었다.앞줄에 앉은 조감독은 운전기사와 눈을 마주치더니 마치 결말을 짐작한 듯 서로 미소를 보였다.산기슭에 도착하니 그곳의 온도는 분명히 방금 전의 온도보다 좀 낮았다.이진은 예상했기에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전에 별장에서 외투 두 벌을 챙겨왔다.하나는 자기 것이고
유연서가 이 말을 할 때 마침 백정아가 그녀의 곁을 지나갔다.방금 팀을 선택할 때 있었던 일을 그녀는 아직 잊지 않았다. 지금 유연서가 비꼬는 말을 듣자 백정아도 그녀를 비꼬았다.“아무리 선택받지 못했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잖아요?”“뭐라고요?”유연서는 이 갑작스러운 말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다시 한번 입을 열려고 했는데 모두 그녀를 내버려 둔 채 힘차게 올라가고 있었다.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나서야 그들은 미션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사실 이번에 제작진이 선택한 산 자체는 가파르지 않지만 거리가 꽤 멀었다.그들은 점심부터 산에 오르기 시작했는데 지금 그들의 위치는 아직 산 중턱에도 미치지 못했다.“오늘 밤, 여러분은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생존 능력을 시험하는 셈이죠.”사회자가 말을 하자 따라온 직원들은 가지고 온 텐트를 모두에게 나누어 주었다.“여러분들은 텐트를 치고 텐트 안에서 자면 됩니다.”이 말을 듣자 유연서와 백정아의 마음속에 동시에 한 생각이 스쳤다.‘이럴 줄 알았으면 오지 않았을 텐데.’텐트를 치는 일은 이진에게 있어서 매우 쉬운 일이었다.이전에 그녀가 케빈을 데리고 출국하여 고찰할 때 때로는 산간지대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자야 했다.그때의 조건과 비하면 지금은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아니나 다를까, 이진은 가장 빨리 텐트를 칠 수 있었고 그녀가 친 텐트는 매우 견고했다.이진은 한시혁과 백정아를 힐끗 쳐다보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다가가 그들을 도왔다.사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낮에 한시혁이 넘어질 뻔한 그녀를 부축했기에 지금 그녀는 보답하는 거다.백정아는 원래 속수무책이었는데 이진이 와서 도와주자 마음속으로 득의양양했다.백정아는 여전히 이진이 싫었지만 저녁에 좋은 텐트를 치고 자는 것이 더 중요했다.유연서는 한쪽에서 이쪽의 상황을 보면서 또 매우 달갑지 않게 입을 열었다.“이진 씨는 정말 친절하군요. 굳이 텐트를 치는 걸 도와주면서 자신을 내세우시
제작진들은 이진이 3일 동안의 표현에 전부 혀를 내둘렀다.그녀를 어렵게 만들 만한 문제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이진은 말을 듣고 가볍게 웃었는데 머릿속에는 순식간에 낮에 윤이건이 그녀를 업고 등산할 때가 생각났다. 이진은 입꼬리를 오므리더니 마음이 좀 착잡했다.밥이 다 완성된 후 예상했던 것처럼 이진은 또 남은 재료로 몇 가지 요리를 간단하게 만들었다.결국 식재료가 간단해서 할 수 있는 요리가 제한되었지만 여전히 모두의 인정을 받았다.오후 내내 산을 올랐기 때문에 모두의 체력이 탕진되어 다들 견디지 못하고 일찍 누워 쉬었다.윤이건은 이진을 고려해 그녀에게 제일 안쪽의 자리를 남겨주었는데 자연히 그는 이진의 옆자리를 차지했다.이진도 이런 상황에 다소 불만을 느끼진 않았다. 어차피 다들 같이 자야 되는 데 따질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이 사람들 중에서 고르라면 그녀도 당연히 윤이건을 고를 것이다.이진은 배낭을 간단히 정리하고는 일어나 화장실을 향해 걸어갔다.윤이건은 사실 이진의 전투력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지만 이진이 홀로 텐트를 나서자 조금 걱정되었다.깊은 밤이 되자 산은 아주 고요했다.이진은 화장실로 걸어갈 때 갑자기 주변에서 스산한 소리가 들려왔다.‘무슨 변태가 이곳에 숨어있는 거야. 이 변태도 참 재수가 없네, 그 많은 사람 중 하필 날 만나다니.’이진은 이런 생각을 하며 미소를 짓더니 천천히 몸을 웅크려 그 사람이 방향을 분간할 수 없게 가능한 한 움직이지 않았다. 이진은 이 사람이 자신과 점점 가까워지고 발걸음도 빨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실제로 윤이건은 갑자기 이진이 사라져버리자 무척 조급했다.화장실 쪽으로 뛰어가다가 문 앞에 도착하려고 할 때 그는 갑자기 이진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오늘 나한테 제대로 걸렸어, 이 변태 놈아!”주먹을 세게 내리치자 바닥에 누워 있는 사람은 고통스럽게 기침을 했고 반면 이진은 피식 웃고 있었다.“잠깐만 기다려봐…….” “뭘 기다리라는 건데?”이 말을 듣자 이진은 차
비록 이렇게 생각했지만 이진의 얼굴 표정은 여전히 도도했다.그래서 화장실에서 걸어 나올 때 이진은 윤이건의 어깨를 스쳐 지나며 마치 그를 못 본 척했다.다행히 윤이건은 이미 이진의 이런 모습에 습관 되어 입가에 가볍게 미소를 띠며 이진을 따라갔다.이때 두 사람은 텐트를 설치한 곳과는 조금 거리를 두고 있었다.주위에 잡초가 무성하여 낮에는 아름다워 보였지만 저녁이 되면 매우 고요했다.윤이건은 고소의 뒤를 따라 걸었는데 대략 1분 후 이진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윤이건은 의심스러운 마음에 얼른 앞으로 나아갔는데 이진의 표정을 보자 그도 놀라고 말았다.“왜 그래?”“무슨 소리 못 들었어요?”이진은 가볍게 입을 열고 주위를 경계하며 눈살을 찌푸렸다.이렇게 묻자 윤이건도 온몸의 솜털이 부쩍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그것은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미지에 대한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이다.다시 물어보려고 할 때 갑자기 귓가에 짐승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그리고 이어서 두세 소리가 뒤따랐는데,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매우 뚜렷했다.“우리 지금 늑대 무리를 만난 거야?”윤이건은 말을 하면서 이진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이런 무의식적인 보호는 이진을 멍하게 했는데 이진은 곧 입가를 가벼운 미소를 띠었다.쓸모가 있든 없든 간에 그의 이런 행동은 확실히 이진을 안심시킬 수 있었다.감히 많이 머물지 못하고 두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텐트를 향해 걸어갔다.텐트에 도착한 뒤 이진은 백정아와 유연서의 의심스러운 눈빛을 신경 쓰지도 않은 채 제작진을 향해 갔다.“방금 저희가 돌아왔을 때 늑대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어요. 지금이라도 장소를 바꿀까요?” 이 말을 듣자 백정아와 유연서 두 사람은 표정이 갑자기 변하더니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늑대 소리가 확실해요? 이진 씨, 저희한테 겁주지 마세요.”이진은 이 말을 무시한 채 제작진이 말하기를 기다렸다. 다행히 이 제작진은 얼른 스태프와 직원들을 조직해 장소를 옮겼다.
유연서의 말은 대놓고 이진이 일부러 동정을 얻기 위해서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이때의 이진도 방금 있었던 사고에서 정신을 차려 윤이건의 손을 잡고 천천히 자세를 잡고 앉았다.“유연서 씨, 방금 봤다고 하셨는데 그럼 돌이 어느 방향에서 떨어진 건지 말씀해 주시죠.”아마도 유연서는 이진이 이런 상황에도 냉정하게 분석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그러자 유연서는 두려운 마음에 목소리를 떨었다.“이진 씨, 방금 등산할 때 전 이진 씨 곁에 있긴 했지만 굳이 돌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지 않아요?”백정아는 한쪽에서 팔짱을 끼고 입꼬리를 올리며 그들을 보고 있었다.그녀가 보기에 이진이 다친 건 정말 좋은 일이다.한편 한시혁은 윤이건과 이진이 맞잡은 두 손을 노려보며 입술을 오므렸다.“어쨌든 이진 씨도 별일 없어서 다행이네요.”유연서는 이진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까 봐 얼른 화제를 돌렸다.이때의 이진은 윤이건의 부축을 받고 천천히 일어났다.이진은 눈을 반쯤 떴는데 눈엔 붉은 핏발이 서있었다.그녀도 지금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모르긴 했지만 확실한 것은 유연서가 말한 것과는 다르다는 거다. 이진이 발목이 심하게 미끄러져 좀 불편해하자 윤이건은 그녀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이진의 이런 굳센 성격은 윤이건만이 알고 있었다. 윤이건은 손을 놓은 뒤 뒤로 한 걸음 물러섰지만 신선은 여전히 이진이 다시 넘어질까 봐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이진의 갑작스러운 카리스마에 유연서는 다소 당황했다.뒤로 두 걸음 물러서서 말을 하려고 입을 움직였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바로 이때 주위의 작가들 속에서 한 촬영감독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방금 그 과정에서 그의 카메라는 줄곧 이진을 찍었는데 마침 유연서도 화면에 찍혔었다. “저한테 증거가 있어요. 방금 유연서 씨가 돌을 느슨하게 차버렸기에 이진 씨가 다치신 거예요.”유연서는 갑자기 증거 영상이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는 손바닥을 힘껏 움켜쥐고 고개를 돌렸는데 그녀의 표정은 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