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장이 오지 않았다. 사실 남지훈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퇴근해 집에 돌아오자 소연도 집에 와 있었다. “내일 대호촌에 내려가 봐야 하는 거면 일찍 자.” 소연이 말했다. 남지훈은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날이 밝자 둘은 대호촌으로 향했다. 남지훈과 소연이 도착하니 진성철은 이름이 가득 적힌 붉은 종이를 들고나왔다. 대호촌 촌민들도 적지 않게 온 듯했다. 마을을 드나들게 하는 중요한 도로가 공사 된다고 하니 그들은 너무나도 기뻐 폭죽까지 준비했다. 그저 그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3600만 원 이상이 부족했는데 어느 사이에 이렇게 많이 모였는지 궁금했다. 그들은 주위에 물어보았다. 땅이 징수되었어도 누가 이렇게 많은 돈을 흔쾌히 내놓을 수 있겠는가? 진성철은 붉은 종이를 들고 마을위원회의 공지란 앞에 섰다. 그는 촌민들을 향해 말했다. “여러분! 그 길은 정말 오랫동안 우리 대호촌의 골칫덩어리였죠! 하지만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여러분의 노력덕분에 새로 도로를 공사할 수 있게 되었어요!”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들려왔다. 비 오는 날만 되면 그 길은 진흙탕으로 변해 사람도 건너지 못할뿐더러 차가 침수되기도 했다. 도로공사만 끝나면 예전과 같은 일은 없을 것이다. 진성철은 기뻐하며 말했다. “여러분,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돈이 많든 적든 다 여러분들의 성의니까요!” “총금액은 전에 여러분들과 얘기한 것과 같습니다. 누가 얼마를 냈고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차차 공지하도록 하겠으니 감독 부탁드립니다!” 그리고는 붉은 종이를 마을 공지란에 붙였다. 촌민들은 뚫어지랴 쳐다봤다. 그 부족했던 3600만 원을 누가 냈는지 궁금해서였다. 남지훈과 소연의 이름이 가장 앞에 쓰여 있었다. “어머나!” 남지훈의 둘째 숙모 김계현은 남지훈이 기부한 돈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놈의 자식이 어떻게 1800만 원이나 기부해?” “용진 씨,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무슨 1800만 원?” 진성철은 남용진을 힐끔 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남용진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아, 맞다! 제가 잘못 계산했어요. 1800만 원 아니고 3600만 원이요!” 진성철은 갑자기 깨달았다. “남용진!” 진성철은 화가 난 듯했다. “네 머릿속엔 돈 말고 다른 건 들어있지 않아? 3600만 원은 지훈이와 지훈이 여자친구가 도로공사에 쓰라고 기부한 돈인데 너랑 무슨 상관이야?” 남용진은 바로 대답했다. “그게 왜 저와 상관이 없어요? 진 이장님, 잊지 마세요. 지훈이는 제 큰 형이 주워 온 아이라고요!” “그는 그저 양아들일 뿐이에요. 가현이도 결혼했고 혹시나 지훈이가 우리 형과 제수씨를 내버려 둔다면 제가 고생할 게 아닌가요?” “그들이 아파도 제가 돈을 내야 하지, 죽어도 제가 돈을 내서 묻어야지. 다 돈 쓸 일이잖아요!” “말해봐요. 그 돈을 저를 주지 않으면 누구를 줘야 하는지.” 이 말을 들은 진성철은 남용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게 무슨 헛소리야? 됐어 됐어. 더는 얘기하지 말게. 네 아들이 그렇게 잘나간다면서 네 형의 얼마 안 되는 재산까지 탐내?” “할 말도 많지. 나도 너한테 할 말이 가득해. 네 아들 억대 연봉이라며? 근데 왜 너희는 고작 이만 원 기부한 건데?” “지훈이네 봐봐. 주워 온 자식이면 어때? 본인 1800만 원에, 여자친구도 1800만 원. 네 억대 연봉인 아들 돈은 어디로 갔어? 걔는 시골 사람들보다도 많이 벌잖아!” 진성철의 말에 남용진은 말문이 막혔다. 자신은 3층짜리 단독 주택에 살면서 마을에서 도로공사를 한다고 하니 고작 이만 원을 내놓은 남용진이었다. 심지어 진성철이 한참을 설득했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으면 일 원도 내놓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미 공사 현장에 도착했다. 길 한편에는 굴착기 등 공사 도구들이 세워져 있었다. 진성철은 향을 피웠다. 요란한 폭죽 소리와 함께 도급업자가 첫 괭이를 파내면서 공사는 정식으
금세 시간이 흘렀다. 차 사고는 점심에 일어났고, 지금은 이미 오후였다.시골의 외딴곳, 도로에 차량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사고가 일어난 지 몇 시간이 지났음에도 발견되지 않는 이유일 수도 있었다.승합차에 타고 있던 사람이 어디로 갔는지 찾을 겨를도 없이 남지훈은 급히 휴대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하고 보험회사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승합차 운전자의 사라짐으로 인해 이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님을 느끼게 했다.차 옆으로 다가가서 그는 차 문을 열고 뒷좌석에서 자켓을 꺼내 소연에게 걸쳐주었다.가을이 되면서 시골의 밤은 유난히 추웠고 소연은 이 지역에 대한 상식이 없어서 아침에 나올 때도 겉옷을 챙기지 않았다.소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자켓을 남지훈에게 던졌다.남지훈은 잠시 멍하니 서 있더니, 두말 안하고 재킷을 바로 자기 몸에 걸쳤다."해가 막 지기 시작해서, 지금은 덜 추운데, 곧 있으면 너도 추워질 거야." "내가 알아서 할게! 상관 마!"소연이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님지훈이 주위를 둘러보며 서둘러 말했다."경찰에 신고했으니까, 일단 마을로 돌아가서 기다리는 게 어때?"소연은 입을 꾹 닫은 채 묵묵부답이었다.그녀가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위치 하나 보내줄게, 그 위치로 나 데리러 와줘!"'누구한테 전화를 하는 거지?'남지훈이 소연을 바라보았지만 아무 말도 없어서 그도 더 이상 물어보지 않기로 했다.위치 추적 메시지를 보내려던 소연은 2G 네트워크를 보고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남지훈이 박장대소하며 말했다."저기요 아가씨, 여기는 깊은 산골이야. 아직 4G 네트워크가 깔리지 않았어. 아, 그리고 더 무서운 거 말해줄까? 어두워지면 여기 야생 늑대가 출몰할 수도 있어. 정말 대호촌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소연이가 남지훈을 노려보며 물었다."내가 늑대에게 잡혀갔으면 좋겠어?"남지훈이 어깨를 으쓱했다.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하늘은 점점 어두워졌다.깊은 산속에서 이따금씩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소연은
은은한 달빛 아래 소연은 손에 든 스피커 음악소리를 최대로 키웠다.그래야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무서운 것은 흔들리는 도깨비불덩어리뿐만이 아니라, 머리를 저리게 하는 짐승의 울음소리였다.'아우...'달빛 아래, 산꼭대기에서 마치 늑대가 달을 향해 울부짖는 것 같았다. 소연은 자기도 모르게 남지훈에게 기댔다."지훈아, 이곳에 늑대가 정말로 있어?"남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이곳에 늑대가 있다고 하더라고. 삼촌네 소가 늑대에게 물린 적이 있다고 그랬어."소연은 점점 더 무서워졌다.일반적으로 늑대는 무리를 지어 행동했고, 출몰했다 하면 한 무리였다.아무리 싸움을 잘하는 사람일지라도 늑대 무리는 무리일 수도 있었다.남지훈은 전성철에게 전화를 걸려고 휴대폰을 꺼냈다. 늑대가 있는지 확신하지는 못하지만, 정말로 있다면, 오늘 밤 그들 둘 다 모두 늑대의 밥이 될 것 같았다.전화를 걸기 직전에 남지훈은 앞쪽 언덕의 도로에서 비상등이 켜진 것을 보았다.남지훈의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 마을 경찰서에서 사람들이 나타났던 것이었다.경찰차가 오니, 주변이 덜 추워진 것 같았다.두 경찰관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소연과 남지훈이 차 옆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중 한 명이 남지훈과 소연에게 교통사고의 구체적인 상황을 물었고, 다른 한 명은 현장을 조사했다.현장 조사하던 경찰 한 명이 갑자기 다급하게 말했다."이 승합차 이상해요. 어떻게 앞 쪽에 이렇게 큰 강철판이 설치되어 있죠?"세 사람이 같이 가서 확인해 보니, 차 전면에 1cm 두께의 강철판이 설치되어 있었다.누가 봐도 이 교통사고는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었다.차 앞에 설치된 강철판이 마치 고의로 이 교통사고를 일으킨 것 같았다."이봐, 사진 찍어 서에 보내, 승합차 등록 정보를 확인하게 하고, 너는 여기서 지키고 있어. 난 이분들 마을로 돌려보낼게."후배 경찰이 고개를 끄덕였다.남지훈과 소연은 다른 한 사람과 함께 가장 가까운 마을로
소씨 가족들이 도착했을 때쯤, 검사 결과가 나왔다.독감, 고열,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 감염, 과로 등이었다.검사 결과를 듣고, 소씨 가족은 혼란스러웠다.소연의 체력이 일반인보다 훨씬 더 좋기 때문에 갑자기 독감에 걸리고 바이러스에 감염될 일이 없었다."지훈 씨는 어디 있어?" 셋째, 소한민이 물었다.다들 그제야 한 사람이 빠졌다는 걸 알아차렸다.소한용이 남지훈에게 전화해서 오라고 하고 싶었지만, 소한진이 말렸다.소연은 아직도 남지훈에게 속이고 있었다. '남지훈이 오게 되면 다 들통나는 거 아냐?'검사 결과가 나오고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그때 다시 남지훈에게 알리기로 결정했다.전화를 받은 남지훈이 곧장 병원으로 달려왔다.침대에 누워 곤히 자고 있는 소연을 제외하고는 병실은 텅 비어있었다.이를 본 남지훈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아픈 사람 두고 그 사람은 어디 간 거야?"그 사람은 바로 소한진을 가리켰다.남지훈이 앉기도 전에 의사가 다시 왔다.낯선 얼굴을 본 의사가 흠칫 놀라며 물었다."소연 님의 가족분들은 어디에 계시죠? 방금까지 여기에 계셨는데...?"남지훈이 대답했다."제가 소연 씨 가족이 되는 사람입니다. 저에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분들은 동료들인 거 같아요.”의사는 남지훈의 질문에 대답은커녕 자기 할 말만 했다."당신이 남편 되는 분인가요? 정말로 안타깝게도 환자분 상태가 매우 심각합니다. 독감과 과로가 겹친 것 같아요. 가족들은 뭐하다 이렇게 심각해서 병원에 오는 건지 이해가 안 가네요."의사는 소연에게 수액을 연결하면서 말을 이어갔다."일단은 입원해서 경과를 지켜보다가 완전히 회복되면, 그때 퇴원하도록 하죠. 환자분 깨시면 먼저 죽을 먹이도록 해주세요.남지훈이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남지훈은 속으로 독감은 교통사고 난 그날 밤 감기에 걸리면서 악화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의사가 떠나자 병실 안은 다시 조용해졌고, 소연의 불규칙한 호흡소리만 온 병실에 울려퍼졌다
소연은 남지훈의 반응을 이미 예상해 두었고, 그녀도 더 이상 갈등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지금 있는 그대로 만족하면서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따뜻한 죽 세 그릇은 그녀의 위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줬다.남지훈은 소연을 힐끗 쳐다보고, 길게 "오"라고만 답했다.남지훈이 소연과 소한진, 둘 다 '소'라는 성을 가졌으니, 둘이 남매 사이라는 것엔 어떤 이의도 없었다.이 반응은 소연이도 예상 못 했던 반응이었다.남지훈의 반응을 보고 그녀는 약간 당황했다.'날 사랑하긴 하는 거야?'소연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고작 오? 그게 다야?"남지훈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가씨, 그럼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한용 형님도 한진 형님을 형이라고 하던데, 그럼 네가 설마 한용 형님 동생이라도 된다는 거야? 내가 이미 태수 형님에게 확인했는데, 아니라고 하던데?""사실, 나는 오히려 네가 한진 형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더 알고 싶어. 아파서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아무 관심도 없잖아. 그리고, 먼 친척이라고 하지만, 30 년 전엔 사촌끼리 결혼까지도 가능했어."이런 말을 듣자, 소연은 너무 황당한 나머지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그녀는 남지훈에게 결심하고 모든 것을 설명하려 했지만, 실패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남지훈은 이 사실을 믿지 않았고, 오히려 소한진이 장애물 같은 존재였다.소연이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넌 다 좋은데, 속이 너무 좁아. 내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한진 오빠랑 아무 일도 없어!""알았어, 알았어! 무조건 너만 믿을게. 됐지?"남지훈이 서둘러 웃었다."사실 내가 널 안 믿는 게 아니고, 어떻게 설명하지? 그 사람은 남자인 내가 봐도 너무 멋있어. 그리고 돈까지 많아. 내가 여자였어도 그 사람한테 반할 거야.""예전에는 내가 너에게 너무 관심이 많고, 우리 사이에 기회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질투가 났던 거지. 지금은 지나친 생각이었다는 걸 나도 깨달았어."소연은 한숨을
소연이가 깊이 잠든 것을 보고, 남지훈은 죽을 끓이러 갔다.돌아와 보니, 소연이가 그를 빤히 쳐다보는 것을 보았다."무... 무슨 일이야?" 남지훈은 갑자기 마음이 약해졌다.'설마 어젯밤에 손잡은 거, 눈치챘나?'그제야 남지훈은 자신의 이런 생각이 얼마나 옹졸했는지 깨달았다.소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무것도 아니야."문득, 소연이가 남지훈의 오른손에 손톱자국이 몇 개 나 있고 피까지 배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손은 왜 그래? 보여줘 봐!"소연은 남지훈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남지훈이 손을 내밀자 소연은 손가락을 벌려 남지훈의 손등에 똑같은 자국을 냈다. 일치한 손톱자국을 보고,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미... 미안해, 어젯밤에 악몽을 꾼 거 같아.""무슨 악몽?"남지훈이 서둘러 물었지만, 그는 여전히 요점을 파악하지 못했다.소연은 손을 뿌리치고 말했다."너랑 말 안 할 거야! 배고파!"남지훈은 어안이 벙벙했다.소연의 몸 상태는 어제보다 많이 호전되었지만, 그래도 밥을 먹으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남지훈도 더는 묻지 않고 묵묵히 먹여줬다.남지훈은 S 그룹과 T 그룹의 기술자에게 전화를 걸어 출근을 못한다고 전했다.남지훈이 전화를 끊은 후, 소연이가 말했다."내가 퇴원하면 복싱을 가르쳐 줄게."그제야 남지훈은 두 사람이 며칠 동안 함께 운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했다.남가현이 9시쯤에 병원을 다시 찾았다.그녀는 평일에는 가게가 매우 바빠서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한 시간 남짓 앉아 있다가 그녀는 다시 떠났고, 남지훈이 아래층까지 배웅해 주었다.그때, 남지훈은 마을 경찰서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그들을 들이받은 승합차는 개조된 대포차였고, 운전대에서 지문을 채취했다고 했다.하지만 그 이후론 별다른 진전이 없다고 했다.이 말을 들은 남지훈은 눈섭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저희 아버지를 친 것도 대포차였고, 승합차였어요."경찰서에선 곧이어 남지훈과 남용걸의 관계도 물었다. 두 사람이 부자라
견주기는 빠르고, 정확하며, 강력한 것이 중요한데, 남지훈은 한 번 배우면 잊지 않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가르치기도 좋았다.한참을 연습하던 남지훈은 아침 식사를 준비하러 갔고, 소연이가 그런 남지훈 옆에 서서 말했다."너 오늘 늦게 출근해. 이따가 사람 시켜서 나무 기둥을 가져다줄 테니, 나중에 연습해."남지훈이 고개를 끄덕이고, 아침 준비에 분주했다.그는 재빨리 도넛과 삶은 계란, 죽까지 뚝딱 만들어서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소연은 죽을 조금 먹고 출근했다.남지훈은 재래시장에 가서 암탉 한 마리를 사서 닭백숙을 끓일 준비에 삼매경이었다.모든 일을 마치고 휴식하려던 찰나, 소연이가 구입한 나무 기둥이 도착했다.새로 산 나무 기둥으로 견주기 연습을 하는 도중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낯선 번호를 보고도 그는 거리낌없이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누구시죠?"매우 공손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흘러나왔다."실례합니다, 남지훈 씨 맞으신가요?""네, 맞습니다만, 누구시죠?" 남지훈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그 사람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안녕하세요, 저는 메르세데스 - 벤츠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인표라고 합니다. 지금 스카이 팰리스 입구에 와 있어요. 차량 수령을 위해 지훈 씨의 서명이 필요합니다.""네? 바로 내려갈게요."남지훈이 눈살을 찌푸렸다.'뭐지? 차 선물할 사람이 없는데?'입구에 내려가 보니, 전인표 옆에 검은색 메르세데스 벤츠 S 클래스 세단이 주차되어 있었다.남지훈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전인표는 영수증을 들고 재빨리 걸어가서 그를 맞이했다."존경하는 벤츠 S 클래스 차주님, 여기에 서명 부탁드립니다."남지훈이 서명한 후 물었다."이차를 이곳까지 보낸 분은 누구시죠?"'태수 형님께서 보내신 건가?'그는 차를 본 순간, 기분이 너무 설레서 입가에서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감출 수 가 없었다. 전대리가 말했다."대리점에서 제게 지시한 거라서, 정확히 누구인지는 저도 잘 몰라요."그는 명함 한 장을 남지
임성수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남지훈과 백지의 탈출은 호랑이를 산으로 풀어준 것과 같았다.전천행의 지도 아래 남지훈은 반드시 이 문제를 철저하게 조사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생각에 잠겨 있을 때쯤, 흑포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부사령관님은 역시 저를 실망시키지 않으셨군요, 이제는 임 장군님이라고 불러야겠네요.”“흑포! 어딜 도망가려고? 너도 도망치지 못해!”그렇게 말한 후 그는 곧장 흑포를 향해 공격했다.그는 전부 장군 자리에 앉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흑포를 무너뜨려 큰 공을 세워 만 천하에 자기 업적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그때가 되면 전부 장군으로서의 그의 입지는 산처럼 굳건해질 것이다.쾅!흑포는 이미 전천행에 의해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였고 임성수도 전설급이니, 흑포는 단 한 방을 맞고 바로 뒷걸음질 쳤다.“어떻게 감히….”흑포가 얼굴을 찌푸린 채 연신 피를 토해냈다.그는 자기 모든 계획이 뜻밖에도 임성수를 위해 성사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전천행이 전부 사람들의 통제를 받는 가운데 이 현장에서 가장 상태가 좋은 사람은 놀랍게도 임성수였다.“닥쳐!”임성수가 소리 지르면서 흑포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흑포는 이 모든 계획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흑포를 죽이면 그 증거도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될 것이다.전천행이 흑포에게 중상을 입히면서 그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흑포가 화를 버럭버럭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젠장, 심만우! 얼른 와서 나를 도와줘, 지금 죽이지 않으면 우리 둘 다 죽어!”심만우는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전투에 가담했다.그는 이미 임성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 뒤에는 전부 사람들까지 버티고 서 있었다.그런데도 심만우는 임성수를 향해 일격을 가했다.그러나 뜻밖에도 그의 등 뒤에서 흑포의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임성수! 아무 때든 내가 너를 죽이는 날이 올 것이다!”그 말만 내뱉고 흑포도 서둘러 도망쳤다.같이 죽이자고 할 때는 언제고, 그는 놀랍게도
그중 한 명은 적국의 총사령관이었고, 나머지 사람은 놀랍게도 전천행이었고, 그리고 그 옆에는 남지훈이 서 있었다.화면의 음성이 매우 낮았지만 그래도 선명하게 들렸다.“그때 가서 국경 수비대가 100리 정도 퇴각할 때 당신들이 기회를 잡고 밀고 나가 기정사실로 하면 그 땅은 당신들 땅이 될 것입니다!”적군의 총사령관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장군님, 부사령관님, 두 분, 정말 감사합니다, 두 분의 은혜를 꼭 잊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의 몫은 제가 한 푼도 빠짐없이 넉넉하게 챙겨드리겠습니다!”이러한 장면을 보고 이러한 말까지 들으니 전부 요원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그들 사이에서 벌써 작은 속삭임이 들려오기 시작했다.“이 사람들…. 정말 적과 내통해서 나라를 팔아먹은 거야?”이 말은 마치 메마른 풀밭에 불씨를 붙인 것처럼 삽시간에 활활 타올랐다.임성수가 의기양양해서 외쳤다.“이들을 잡아라! 그리고 백지, 백 부사령관도 잡아라! 백지는 전천행의 수제자로 이 작전의 총책임을 맡고 있다,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된다!”그의 말에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어찌 됐든 전천행은 전부의 장군이었고, 제거해야 할 다른 두 사람 모두 전부의 부사령관이었다.전부 요원들도 모두 정의로운 사람들로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그럼에도 눈에 띄는 누군가가 나서서 전천행과 남지훈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장군님, 부사령관님, 움직이지 마세요, 비록 우리는 당신들이 결백하다고 믿지만, 증거가 이렇게 확실하니….”이내 다시 돌아서서 전부 요원들을 바라보며 외쳤다.“형제들, 얼른 장군님과 남 부사령관님, 백 부사령관님을 전부로 모셔라!”저벅저벅 저벅!마침내 전부 요원들이 한 걸음 내디뎠다.이런 장면은 남지훈도 당황스러워서 문득 전천행을 바라보았는데, 전천행 역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전천행이 입을 열었다.그는 아무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남지훈은 전천행의 입을 통해 알아차렸다.전천행은 임성수의 계획을 알아차리고 그에게 백지를 데리고 먼저
“전설?”심만우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크게 외쳤는데 그를 상대할 수 있는 건 역시 전설뿐이었다.그리고 임성수가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곧 전부에는 전설급이 세 명이라는 사실을 의미했다.“흑포님!”심만우가 전천행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흑포를 향해 외쳤다.“큰일 났습니다!”흑포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전천행의 무술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고 심지어 흑포보다 한 수 위였다.이 사람이 바로 전부의 최고 장군, 전천행이었다.아무리 상대가 레드 조직의 이인자와 맞붙어도 그는 이길 확률이 훨씬 더 높았다.쾅!강력한 펀치와 함께 흑포는 전천행에 의해 뒤로 물러났다.남지훈 또한 심만우와 서로 주먹을 주고받았다.이 전투가 끝난 후에야 심만우는 남지훈이 얼마나 강력한 솜씨인지 깨달았다.그는 남지훈의 주먹 한 방에 그대로 뒷걸음질을 쳤고 가슴에서 피 한 방울이라도 터져 나오지 않도록 꾹꾹 참고 있었다.“너…. 넌 또 뭔데?”그의 안색이 급격히 변했다.단 한 번의 펀치만으로 그는 남지훈의 강력함을 느끼고 본인이 남지훈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남지훈이 심만우를 빤히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저요? 전부 부사령관, 남지훈입니다!”뭐라고!순간, 흑포도 흠칫 놀라 시선을 돌렸다.그는 그동안 남지훈을 그저 전부의 조력자 정도로만 생각했지, 남지훈이 전부 부사령관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흑포가 곧바로 임성수를 사납게 노려보았다.이 순간 임성수도 자신의 정체를 들킬까 봐 숨죽이고 있었다.“누가 도망친다, 모두 잡아라! 반항하는 자는 그 자리에서 즉시 사살하라!”이 외침에도 흑포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전천행이 지금 그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자신이 전천행과는 상대가 전혀 안 된다는 사실과 자신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또 다른 사람, 남지훈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흑포의 마음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자칫 오늘 밤 심씨 가문에서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장군님, 전부에 스
심지어 심씨 가문은 비밀리에 레드 조직의 국내 작전을 쭉 도와 왔었다.“흑포님!”심만우가 소리쳤다.“심씨 가문이 지금 위급한 상황인데 왜 아직도 안 나타나? 이러다 내가 전부의 포로가 되겠어!”그는 패닉에 빠졌다.게다가 전부까지 나선 마당에 그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흑포뿐이었다.“허허!”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흑포가 나타났다.그의 옆에는 몇몇 고수가 동행했지만 그들은 단지 무술 종사일 뿐 전설의 수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흑포를 보자마자 전천행이 눈을 지끈 감았다.“레드 조직 이인자, 본명 만인적, 일명 흑포! 이제야 실물을 영접했군!”전천행이 흑포와 직접 대면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전천행 역시 흑포를 나름 인물이라고 인정했는데 전부에서의 철통 포위 속에서도 흑포가 심씨 가문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한 실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과찬입니다, 오히려 전부에 뛰어난 인재가 많아서 여기저기서 우리를 쫓아다니느라 정말 수고가 많네요. 하지만 그런 날은 오늘부로 이제 없을 겁니다.”그는 매우 자신만만했다.전부에는 남지훈이라는 용맹한 장수가 있었지만, 그에게도 비장의 카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전천행의 이마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그는 흑포라는 상대를 매우 높이 샀다. 흑포가 전부 각 부대의 포위망을 뚫고 무사히 도망칠 수 있다는 것은 그도 결국 실력이 어느정도 있다는것을 증명하는 셈이었다.흑포가 이제 그런 날은 이미 지나갔다고 호언장담하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었다.하지만 흑포의 그런 근자감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분명 자신이 남지훈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 그는 추측할 수 없었거니와 추측할 필요도 없었다.전천행이 씩 웃었다.“허세인가? 이 수법이 나한테는 통하지 않는 게 유감이군!”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백지를 바라보았다.“흑포는 나한테 맡기고 너는 심만우를 맡아, 성수 씨는 나머지 사람을 감시하고 누구든 도망치려 하면 즉시 사살하라!”임무를 배정한 후
심씨 가문.전천행의 예상대로 심씨 가문은 정말 텅텅 비어 있었다.무술 종사도 몇 명 남아 있지 않았다.30명 남짓한 무술 종사 중 30명을 잃은 것도 심씨 가문에는 큰 타격이었다.심만지가 흑포에게 속았다.작전이 시작되기 전, 흑포는 고작 두 일류 재벌 가문에 불과하다고 심씨 가문의 철권을 절대 막을 수 없다고 호언장담했다.심만지는 그제야 비로소 안심하고 부하들을 내보냈다.심씨 가문 무술 종사를 하나쯤을 잃는 것은 흑포에게는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전부 사람들이 쳐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심만지의 안색은 끔찍하도록 어두워졌다.“전 장군님! 무슨 일로 우리 심씨 가문까지 찾아오셨어요? 곧바로 얼굴에 미소를 띠며 평정심을 되찾았다.“우리 심씨 가문은 항상 법을 준수해왔고 불법적인 일을 한 적이 없는데요. 우리 심씨 가문은 모두 선량한 시민이란 말입니다.”심만지가 전부 사람들 보자마자 그런 말을 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전천행은 주위를 쓱 훑어보고는 심씨 가문이 이미 텅 비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러고는 태연자약하게 자리에 앉더니 말을 꺼냈다.“가주님, 남들에게 알려지기 싫으면 애초에 그런 일을 하지 말았어야죠. 심씨 가문이 어떤 사람인지 굳이 제가 말 안 해도 본인이 더 잘 알지 않나요?”심만지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그는 전부의 법 집행 방식에 대해서도 들은 적이 없었다.만약 전부에서 뭔가 파악하지 않았다면 전천행이 그 많은 전부 병력을 심씨 가문에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다,전부 장군인 전천행이 왔고 두 부사령관인 백지와 임성수도 함께 동행했다.심만지는 이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일이 커졌음을 직감했다.‘젠장! 흑포가 분명 안전하다고 했는데 전부에서 어떻게 알고 온 거지?’심만지는 마음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이내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장군님, 잘못 아신 거 아니에요? 심씨 가문이 하는 일은 모두 합법적인 사업입니다.”“허! 가주님, 지금 저랑 장난하자는 겁니까? 심씨 가문이
하지만 그 20명의 무술 종사는 이 말을 듣고 초조해졌다.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했다.전부에서 공격하기 전에 종종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았다.그들이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남지훈은 이미 적을 물리쳤다.쾅!주먹이 날아가자, 무술 종사 하나가 응수하며 날아가더니, 바닥에 떨어진 후 바로 전투력을 상실했다.유씨 가문 경호원들은 남지훈이 직접 손을 쓰는 것을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이미 본 사람들도 단지 남지훈과 손 어르신이 스파링하는 모습을 본 것이 전부였다.그때 남지훈은 이미 손 어르신을 조금 앞지르고 있었고 지금은 더욱 강해져서 무술 종사도 그의 주먹을 막아낼 수 없었다.남지훈이 공격하는 동시에 유씨 가문의 경호원과 전부 요원도 함께 공격에 가세했다.윤호는 유씨 가문의 대문을 지키며 독 안에 든 쥐를 잡으려는 듯 아무도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남지훈은 속전속결로 끝내고 싶어서 거침없이 공격했고 그와 싸우던 무술 종사 중 그의 공격을 막아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전부 요원은 그보다 훨씬 더 전투적이었다.그들은 날카로운 나이프를 손에 숨기고 있었고 그들과 맞서 싸웠던 대부분의 사람은 큰 패배를 겪어야 했다.남지훈과 전부의 합류로 전투는 일방적인 전부의 승리로 전개되었다.무술 종사 20명은 놀랍게도 10분도 채 되지 않아 모두 바닥에 힘없이 쓰러져 통곡하고 있었다.“데려가라!”전부 팀장이 손짓하자 그가 데려온 부하들이 일제히 뛰쳐나와 개를 끌고 가듯 20명의 무술 종사를 유씨 가문 저택 대문 밖으로 끌어냈다.“부사령관님, 전 장군님과 백 부사령관님, 임 부사령관님도 이미 심씨 가문으로 갔으니 일단 우리는 이 사람들을 전부로 데려다 놓고 다시 심씨 가문으로 가서 지원하겠습니다!”“그래, 그렇게 해!”남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심씨 가문 쪽을 바라보았다.유씨 가문과 L 가문은 아직 정보를 전달받지 않은 상태였고 아마 전천행 측에서도 아직 움직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전천행은 먼저 남지훈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움직여야
남지훈은 먼저 유승조, 유지아, 소연, 그리고 나머지 유씨 가문 일가와 도우미들을 배치했다.20명의 무술 종사는 그다지 강력하지 않았지만 모든 일에는 항상 만일을 대비해야 했다.준비를 마치자 유씨 가문 전체가 불이 모두 켜지면서 저택은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유씨 가문의 대문도 활짝 열렸다.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는 무술 종사들에게는 유씨 가문의 문이 아니라 지옥의 문이었다.오늘 밤하늘이 뿌옇고 구름이 낮게 깔린 걸로 보아 큰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윤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하늘도 우리 편이군, 30분 안에 폭우가 쏟아질 것 같은데 그때 모든 흔적이 빗물에 다 씻겨 내려가겠다!”폭우가 쏟아지는 것은 도로에 보행자가 적다는 것을 의미했다.보행자가 적다는 것은 오늘 밤의 충돌 현장을 목격할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게다가 전부가 배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까지 더해져 지구는 여전히 그대로 돌고 태양은 여전히 떠오르며 서울 역시 그대로일 것이다.오늘 밤 20명의 무술 종사가 유씨 가문에 묻힐 줄은 그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L 가문까지 합치면 오늘 밤에 총 30명의 무술 종사가 사라지게 되는데 그것 또한 더더욱 모를 것이다.지하 밀실 안에는 유승조 일행이 숨어 있었다.밖에는 두꺼운 방폭 문이 있었는데 안에서 자발적으로 열지 않으면 폭탄으로도 문을 열 수 없었다.일류 재벌가인 만큼 반드시 방어 수단을 갖추고 있었을 것이다.소연은 안절부절못했다.무예에 능하지만 이제 겨우 무술 종사의 문턱에 들어선 그녀는 무술 종사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전설급이 아직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없기에 전설이 과연 얼마나 많은 무술 종사와 싸울 수 있는지는 몰랐다.유지아가 소연의 손을 꼭 잡아주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지훈이와 유씨 가문 경호원, 전부 병력까지 합쳐서 우리도 쪽수는 20명 정도 되니까 분명 괜찮을 거야.”사실 그녀도 남지훈의 안위가 걱정되었다.하지만 남자라면 당연히 최전방에서 자기 여자와
”시작합시다!”그렇게 말하면서 흑포는 태블릿을 꺼내서 임성수에게 건넸다.“이것 좀 보세요. 이 정도면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요?”임성수의 얼굴이 상기되었다.한참을 바라보던 그의 얼굴에는 격동의 빛이 떠올랐다.“충분해! 충분하다마다!”흑포는 뿌듯한 표정을 드러내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도 전설급이니까 뒤에 결전이 일어나면 당신이 남지훈이나 전천행을 막아줘야 해요. 안 그러면 그 전설급 두 명만으로 우리를 충분히 담그고 남을 수도 있어요.”그는 전천행보다는 남지훈을 걱정했다.오늘 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서울 전체가 흔들릴 것이 분명했다.그때 전부가 출동하면 남지훈도 필연적으로 이 작전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흑포의 계획은 매우 간단했다. 임성수를 통해 기습 공격을 감행하여 단숨에 전천행, 백지와 남지훈을 쓰러뜨리는 것이었다.이 세 사람을 무너 뜨린 후 그의 손에 든 약점으로 임성수를 자기 꼭두각시로, 레드 조직의 꼭두각시로 만들려고 했다.그때가 되면 전 세계가 레드 조직의 세상이 될 것이다.만약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임성수가 영상을 다 확인한 후 흑포는 태블릿을 도로 가져와 임성수의 놀란 시선 속에서 태블릿을 마구 망가뜨렸다.“뭐 하는 거야?”임성수는 급한 마음에 흑포를 때려죽이고 싶었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임성수가 더 높은 지위에 올라갈 수 있는 중요한 것이 담겨있었다.“왜 그렇게 당황해요?”흑포가 싸늘하게 웃으며 태블릿을 각을 뜯고 내부의 하드 디스크를 꺼내 임성수에게 건넸다.“항상 조심하는 것이 좋아요. 전천행이 전부의 장군인 건 다 이유가 있어요. 전천행이 당신이 이미 배신을 때렸다는 걸 알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그들을 놀라게 해요?”임성수는 흑포가 정말 신중하다고 생각하며 뜨거운 입김을 내뱉었다.‘내가 이래 봬도 전부 부사령관인데 전천행이 뭐 내 몸을 수색하기라도 하겠어?’흑포가 말을 이어갔다.“오늘 밤에 작전을 시작할 거예요. 심씨 가문 사람들이 이
유씨 가문에 살면서 소연은 불편한 점이 전혀 없었다.다만 조금 걱정스러운 듯했다.“지훈아, L 가문이 힘이 좀 달리는데 별일 없겠지?”몇 년 전만 해도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조금 우스꽝스럽게 생각했을 것이다.L 가문이 어떻게 세력이 약하다고 여겼지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실제로 그런 상황이었다.결국 재벌 가문이었고 과거 L 가문 역시 고수들이 많았다. 비록 탑급 가문인 하씨 가문, 백씨 가문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나름 자기방어 면에서는 상당히 충분했다.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이러한 방어 세력은 모두 이선호에 의해 거의 소모되었고 이미 세력이 약해졌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남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와 이선우는 겨우 몇 번 만난 사이였고 제대로 된 말도 몇 마디 나눈 적이 없었다.부자간이 함께 보낸 시간이 없는데 부자간의 정은 얼토당토않은 말이었다.남지훈은 이선우가 죽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지금까지 이선우는 남지훈에게 걱정하는 말 한마디 한 적이 없었다.아무 감정이 없는 부자간의 정은 전부 공허한 말뿐이었다.남지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소연이가 말을 계속 이어갔다.“다른 뜻은 없어. 난 단지 네가 후회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어쨌든 이선우가 네 생부라는 건 변함이 없어.”소연은 이렇게 사려 깊었다.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부자 사이에도 반드시 유대 관계가 있기 마련이다.만약 이선우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남지훈이 평생 후회할까 봐 걱정했다.남지훈은 여전히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소연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면서 남지훈과 이선우 사이의 응어리가 영원히 풀리지 않을까 걱정했다.남지훈의 말에도 이선우에 대한 절대적인 반감이 드러나진 않았다.하지만 오늘날까지도 이선우는 먼저 남지훈과의 만남을 시도하지 않았다.이선우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니 소연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남지훈은 이선우뿐만 아니라 L 가문도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전부에서 병력을 L 가문으로 보내 L 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