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시간이 흐른 후, 유빈은 휴대폰을 꺼내 내부 번호를 눌렀다.“유련아, 너희는 바로 강한시로 가는 오후 비행기를 타. 이번 임무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니까 조금도 태만해서는 안 돼.”말을 마치고 유빈은 전화를 끊었다.산마루 아래에 서 있는 유빈은 머리를 들어 구름과 안개에 뒤덮인 용문산을 바라보며 혼잣말로 속삭였다. “이제 오히려 용주님과 맞서 싸울 사람들이 심히 걱정되네.”...어둠이 대지에 내리 앉았다.오관이 뚜렷하고 오뚝한 청년과 마른 체형의 중년 남자가 공항 로비로 들어왔다.이 중년 남자는 드문드문 주머니에서 자갈을 꺼내어 행인들의 경악한 시선 속에서 입에 넣고 씹기 시작했다.남자는 자갈을 씹을 때 이가 시린 듯한 마찰 소리를 내었다.자갈을 사탕처럼 먹는 추문철을 보며 진용은 호기심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삼촌, 이건 무슨 습관이에요? 이 돌이 그렇게 맛있는 거예요?”“돌이 무슨 맛이 있겠어? 난 그냥 위장 기운이 너무 강해서 소화를 돕기 위해 돌을 삼키는 거야. 네가 언젠가 운이 좋아 무술대가의 경지에 오르게 되면 알게 될 거야.”추문철은 씹어 부서진 자갈을 꿀꺽 삼키고 웃음을 터뜨렸다.“무술대가가 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전 감히 꿈도 꾸지 않아요.” 진용이 씁쓸하게 웃으며 받아쳤다.“내가 장담하건대 지금까지 쌓아온 네 기반과 내 섬세한 가르침을 합치면 20년 안에 네가 대가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거야.”추문철은 자신감이 넘쳐나는 말투로 말을 이었다.추문철의 체형은 마른 편이지만 긴 셔츠를 입은 백발홍안의 모습을 봐서는 진짜 고수 냄새가 풍기긴 했다. 진용이 대가에 관련한 세부적인 사항을 물으려고 할 때, 방금까지는 조용하던 공항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수많은 사람들이 출구로 몰려갔고 호기심이 생긴 진용도 그 사람들이 향하는 출구 쪽을 무심코 바라보았다.소란스러운 사람들 사이에서 다양한 스타일로 차려입은 15명의 이색적인 아름다움이 물든 여성들이 출구에서 공항 로비로 걸어왔다.이 15명의 여성들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기 마련이야. 이 여성들이 너와 싸우려고 온 사람이 아니길 바란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 적들은 무척이나 상대하기 까다로울 거야.”추문철은 쌀쌀한 눈빛으로 진용을 힐끔 쳐다보면서 경고의 뜻을 담아 말했다.“삼촌, 삼촌도 두려워하는 상황이 있다니 놀랍군요.” 진용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단지 화진급 고수들로 제 두려움을 자아내려면 아직도 멀었었어. 15명이 아니라 30명이라 해도 제게는 식은 죽 먹기로 상대하기 쉬운 적이에요. 제가 진짜 근심하는 건 이 계집들이 그 임지환이 부른 조력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예요.”추문철은 유유하게 입을 열었다.“그건 불가능해. 임지환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면 난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없었을 거야.”“삼촌, 삼촌이 너무 민감해서 누굴 봐도 적이라고 믿는 거예요.”진용은 임지환이 그런 엄청난 능력이 있다고는 믿지 않았다.만약 임지환이 진짜 15명의 화진급 고수를 찾았다면 그의 성격상 자기 동생 진운을 구할 때 이미 손을 대야 했을 것이다.“네 말대로 내가 너무 민감해서 오해한 것이면 좋겠어.”추문철은 말을 마치고 주머니에서 자갈을 몇 개 꺼내 입에 넣고 씹기 시작했다.하지만 추문철의 눈빛은 여전히 알아보기 힘든 감정이 담겨 있었다.“유련 언니, 언니가 우리를 이렇게 급하게 부르는 걸 보니 뭔가 처리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 건가요?”공항 로비를 나오자 검푸른 머리카락을 길게 기르고 애티난 얼굴을 한 여자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앞장선 바바리를 입은 여자는 선글라스를 벗고 예쁘고 매혹적인 갈색 눈동자를 드러내며 표준 한국어로 말했다. “나도 잘 몰라. 단지 의부님이 우리 모두를 소집했다는 건 보호해야 할 사람의 신분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의미하겠지.”“유락아, 그만 물어봐. 어차피 큰언니가 오면 모든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될 게 아니야?”와인색 긴 생머리에 까무잡잡한 피부의 키 큰 미인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바로 그때, 공항 로비 밖으로 8대의 벤츠 S클래스가 들어와
임지환이 머리를 들어 쳐다보니 웃을 듯 말듯 미묘한 표정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한재석을 발견했다.한재석의 옆에는 잘생긴 청년이 서 있었고 청년의 얼굴은 진운과 비슷한 부분이 꽤 있었다.하지만 임지환의 시선은 두 사람을 지나 한재석 뒤에 서 있는 긴 셔츠를 입은 노인의 몸에 멈췄다.이 노인은 평범한 사람의 기운을 풍겼지만 임지환에게는 왠지 모를 압박감을 주었다.“임 선생님, 오랜만이네요.”진용은 찬란하게 웃으며 임지환에게 인사를 건넸다.“유빈의 정보가 틀리지 않았네요. 진용 씨가 진짜 훌륭한 조력자를 데려왔네요. 하지만 내가 당신을 죽이려고 한다면 그 누구도 날 막을 순 없을 거예요.”임지환은 시선을 돌려 자기 앞에 서 있는 진용을 쳐다보았다.비록 임지환의 말투는 긴장감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게 유유하고 여유로웠지만 진용은 순식간에 얼음 동굴로 떨어지는 듯한 오싹함을 느꼈다.“제멋대로 지껄이지 마!”진용이 오싹함에 짓눌려 더 이상 버텨낼 수 없을 때, 추문철이 천천히 한 걸음 내디디며 소리쳤다.그리고 추문철의 손에 들고 있던 자갈은 세찬 공기를 타고 허공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임지환을 향해 날아갔다.추문철은 번개와 같은 속도로 신속하게 공격했다.추문철이 공격하려고 한다면 어떤 상황이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임지환은 가볍게 손을 내밀어 청석도 뚫을 수 있는 정도의 기세로 날아오는 자갈을 여유롭게 손으로 잡았다.“영감, 나이만 많은 줄 알았는데 보아하니 한 성격 하나 보네.”추문철은 눈에 힘을 줘 임지환을 노려보며 쌀쌀하게 말했다.“애송이가 능력은 있나 보네. 근데 그깟 능력으로는 어림도 없어.”“추 대가, 이 자식과 뭔 긴 얘기가 필요해요? 그냥 깔끔하게 해치워요.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한재석의 눈에서 살벌하고 표독스러운 눈빛이 번쩍였다.임지환 앞에서 여러 번 낭패를 당했던 탓에 한재석이 임지환에 대한 증오는 이미 극한에 이른 상태였다.추문철이라는 최고의 대가가 옆에 있으니 한재석은 당연히 임지환을 막다른 골목에 밀고
추문철은 마치 산봉우리에 우뚝 서서 모든 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처럼 말했다.“추문철! 네가 자칭 무술 대가라고 하지만 넌 단지 진용이 키운 개일 뿐이야. 대가라는 이름에 부끄럽지도 않아?”진운은 차가운 목소리로 추문철을 훈계했다.“아직 이마에 피도 마르지 않은 녀석이 내 앞에서 개소리를 쳐? 죽음이라는 두 글자를 어떻게 쓰는지 알려줘?”말을 마치고 추문철은 한 걸음 내디뎠고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여 눈 깜짝할 사이에 진운 앞에 나타났다.“진가 둘째 도련님, 조심하세요!”원래 진운 옆에 있던 오양산이 공격을 막으려고 손을 내밀었다.“비켜!”추문철은 마치 미래를 예지하는 것처럼 있는 힘껏 주먹을 날렸다.“퍽!”오양산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뒤로 몇 걸음 물러났고 전혀 저항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똑같은 무술 대가지만 추문철의 실력은 장도행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한 방에 끝내버렸군!”추문철은 오양산을 힐끗 쳐다보고는 머리를 절레절레 지으며 진운을 해치우려고 손을 들었다.이것이 바로 대가의 독단적인 힘이다.추문철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사정없이 때릴 수 있고 누구도 그를 제지할 수 없을 것이다.바로 이때, 누군가가 진운 앞에 나서서 그를 가로막았다.추문철은 잠깐 멈칫하다가 쌀쌀한 눈빛으로 임지환을 바라봤다.“애송이야, 좋게 말할 때 끼어들지 말고 얼른 꺼져. 아니면 너도 함께 개처럼 부숴버릴 거야.” 추문철은 거만한 말투로 임지환을 위협했다.“나와 진짜 싸우려고 해? 확실해?” 임지환은 여유로운 말투로 유유하게 물었다.“왜? 두려워?” 추문철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되물었다.“그건 아니고 단지 너처럼 나이 많은 영감과 싸워 이긴다 해도 별 의미 없다고 생각할 뿐이야.”임지환은 빙그레 웃으며 약을 올렸다.“개소린 집어치워! 네놈이 날 깔보는 대가는 오늘 이 추문철 할아버지가 톡톡하게 치러줄게.”임지환의 단 한 마디 도발에 추문철은 분노가 폭발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쿵!”추문철이 갑자기 바닥을 발로 세게 디디
강한 시의 구르미 빌리지"임지환, 이혼 서류에 사인해. 너도 알잖아, 지금 네 신분으로는 배 대표님한테 안 어울린다는 거. 배 대표가 너 불쌍하게 생각해서 보상도 많이 해줬어, 집 한 채에 차 한 대, 그리고 회사 주식이랑 현금 10억 준다고 했다니까. 이거 가지고 무슨 여자를 못 찾겠어?"오피스룩을 입은 한 여자가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남자 옆에 서서 쉬지 않고 말했다.여자의 짧은 치마 밑으로 검정색 스타킹을 신은 두 다리가 길게 뻗어있었다. 얼굴도 예쁘장한 여자는 무척 성숙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자는 앞치마를 두른 채 설거지에 집중했다.그는 날카로운 눈과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덕에 남자다워 보였다.잘생겼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다른 이가 싫어할 상은 아니었다."임지환, 너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네가 원하든 말든 너 이혼 꼭 해야 돼."말이 통하지 않는 임지환을 보며 여자가 화를 냈다.임지환은 묵묵히 마지막 접시 하나를 선반 위에 올려놓더니 앞치마를 벗어 담배에 불을 붙이곤 여자를 바라봤다.여자는 바로 남자의 와이프 배지수의 비서 겸 사촌 언니 한수경이었다."이유라도 알려줘요.""뭐?"임지환의 말을 들은 한수경이 멈칫했다."처형, 지수가 이혼하고 싶은 거라면 이유가 있어야 할 거 아니에요."임지환이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말했다.“처형이라고 부르지 마, 나는 너 같은 매제 둔 적 없으니까."한수경이 임지환을 흘겨보며 다시 말했다."배 대표가 너랑 이혼하겠다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해?""왜 이유가 필요 없죠?"임지환이 담담한 얼굴로 반문했다."그래, 네가 알고 싶다면 내가 다 말해줄게. 지금 배 대표 사업이 잘되어서 진씨 집안이랑 사이도 좋고 승승장구하고 있거든. 그런데 너는 그냥 쓰레기일 뿐이잖아, 그런 네가 어떻게 배 대표한테 어울리겠어? 방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지!"그 말을 들은 임지환이 씁쓸하게 웃었다."제가 지수한테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였군요."임지환은 배지수와 결혼을 한 뒤, 성실
말이 끝나자마자 한 여자가 걸어들어왔다.여자는 170의 키에 완벽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갸름한 얼굴에 커다란 눈, 그리고 새빨간 입술에 가지런한 이를 가지고 있었다.보라색의 롱 드레스를 입은 덕에 우아한 그녀의 분위기가 더욱 돋보였다. 밖으로 드러난 새하얀 팔은 더욱 눈부셨다.그녀는 마치 금방 그림속에서 나온 여자 같았다.여자의 등장으로 한수경은 순식간에 빛을 잃고 말았다.임지환은 지금도 여자를 보는 것만으로 심장이 떨렸다.예전의 두 사람은 그래도 행복했었다. 하지만 지금은…"배 대표, 입 아프게 하지 말고 그냥 법대로 가."한수경이 귀띔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해결할게." 배지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한수경은 결국 입을 다물고 옆에 서서 전생의 원수를 바라보듯 임지환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분위기는 조금 무거워졌다.배지수는 눈앞의 남자를 보고 있으니 예전의 모든 것들이 떠올랐다.그녀는 임지환에게 미안한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나를 찾았다고?"배지수가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임지환에게 물었다."이혼하겠다는 거 네 생각이야?"임지환이 배지수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응, 내 뜻이야."배지수는 임지환에게 미안했지만 단호하게 말했다."이유, 말해 줄 수 있어?"임지환이 다시 물었다.일이 이미 이렇게 되었지만 그는 그래도 돌이켜보려 했다."나 이제 너 봐도 아무 느낌도 없어, 이런 결혼 계속 이어 나가봤자 서로한테 지옥만 될 거야."배지수가 두 손을 맞잡은 채 자연스럽게 보이려 애썼다."너 많이 희생한 거 알아, 그래서 이혼할 때 배상도 충분히 해 줄 거야.""3년 동안 결혼하고 함께 지냈는데 결국 서류상의 몇 글자밖에 안 되는 배상으로 끝내자고?"임지환이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너는 사람의 감정을 모두 돈으로 계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그런 임지환을 보니 배지수의 심장이 아팠다.지난 3년 동안 임지환은 배지수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줬다고 할 수 있었다.신분과 지위를 따지지 않는다면 그는 완
"상자?"임지환의 말을 들은 배지수가 생각해 보더니 드디어 임지환이 결혼할 때, 가지고 왔던 라탄 상자 하나를 떠올렸다.배지수의 남동생 배준영은 평범한 그 라탄 상자를 보곤 촌스럽다며 임지환이 고대에서 온 사람이라고 비웃기까지 했었다."그거 네 거잖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그래, 나 다른 요구는 없어."임지환이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끄며 말했다.그 말을 끝으로 그들은 다시 침묵에 빠졌다."임지환, 네가 억울하다는 거 나 다 알아. 하지만 나도 사정이 있어서 이러고 있다는 거 네가 알아줬으면 좋겠어."배지수가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알아."말을 마친 임지환이 무표정한 얼굴로 이혼 서류에 사인했다.배지수는 그 모습을 보고서야 한시름 놓았다.하지만 곧이어 짙은 상실감이 덮쳐왔다.두 사람의 결혼은 이렇게 끝이 났다.임지환에게는 불공평하지만 배씨 집안에게 있어서 이는 가장 적합한 선택이었다."후회되면 언제든지 찾아와, 내가 약속했던 조건들 계속 유효하니까."배지수는 그 말을 마치자마자 이혼 서류를 들고 하이힐을 신은 채 집을 나섰다.임지환은 그런 배지수를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아마 앞으로 두 사람은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다.임지환은 기계적으로 몸을 일으켜 2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다."뭐 하려고?"한수경이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임지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2층에 가서 제 물건 챙겨야죠."임지환은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듯 2층으로 올라갔다.그런 임지환을 바라보던 한수경이 휴대폰을 꺼내 거실 한쪽으로 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네, 이모. 임지환이 이혼 서류에 사인했어요."한편, 잠원 별장."뭐? 그게 정말이야? 그 쓰레기가 정말 사인했다고?"예쁘장한 중년 여자가 얼굴에 하고 있던 팩을 던지며 벌떡 일어났다.그녀는 바로 배지수의 어머니인 유옥진이었다. 유옥진의 옆에 있던 배준영도 그 소리를 곤 귀를 쫑긋 세웠다."네, 정말이에요. 제가 설득해서 사인하게 했어요. 그것도 지수 앞에서."한수
상자 위의 먼지를 대충 털어낸 그는 상자를 열었다.상자 안에는 별다른 물건이 없었다.제일 위쪽에 가지런한 기름 묻은 포장지가 놓여있었다.18년 전, 임지환 가족에게 변고가 들이닥쳐 그는 다른 이의 추살을 피해 연경을 떠나 강한시까지 왔었다. 하지만 결국 배고픔과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길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그때, 한 여자가 빵을 사 조금씩 떼어줘 물과 함께 그에게 먹여준 덕분에 그는 살 수 있었다.그 여자가 바로 배지수였다.임지환은 그 빵을 포장했던 포장지를 여태껏 보관하고 있었다."그때의 은혜는 다 갚았으니 우리 이제 서로한테 빚진 거 없는 거야."임지환이 말을 마치더니 포장지를 찢어버렸다.상자 안에 들어있던 두 번째 물건은 바로 검은색의 영패였다.영패는 고풍스러운 디자인에 묵직한 재질로 이루어졌다. 위에는 이를 드러내고 발톱을 치켜세운 용이 그려져 있었다. "또 만났네."영패의 무늬를 만지니 임지환은 몸속의 피가 다시 들끓는 것 같았다.이 영패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면 전 세계에 다시 파란이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임지환은 숨을 들이켜며 마음을 가라앉혔다.세 번째 물건은 검은색의 헝겊 자루였다.임지환은 곧바로 네 번째 물건으로 시선을 돌렸다.그것은 바로 예전에나 쓸법한 휴대폰이었다.충전기를 연결하고 휴대폰을 열어보니 그 위로 연신 메시지가 떴다."용주님, 어디 계세요?""용주님, 제발 대답 좀 해주세요. 형제들이 용주님을 너무 보고 싶어해요." "......"임지환이 메시지를 보고 있을 때, 갑자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그는 낯선 전화번호를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이 전화번호는 암호화된 특수 번호였기에 친한 사람 말곤 다른 이는 알 수조차 없었다.결국, 임지환은 잠시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다."용성수님, 정말 다행이네요. 제가 한 천 번은 넘게 전화한 것 같은데 드디어 제 전화를 받아주셨군요!"휴대폰 반대편에서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용성수, 임지환은 이 별명이 대외로 알려진 자신의 신분 중 하나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