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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집착

소희는 서늘한 빛을 뿜는 칼을 들고 나에게 다가왔다.

그 순간 온몸이 얼어붙는 것처럼 차가워졌고, 두 다리는 후들거려 나도 모르게 뒷걸음쳤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벽이 등에 닿았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자 나는 억지 미소를 지었다.

“아가씨, 우리 한 식구잖아요. 돈 때문에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잖아요.”

지환이 앞으로 다가와 내 앞에 막아섰다.

“돈은 너한테 다 줄게, 그러니까 우리를 풀어줘. 오늘 일은 영원히 함구할게, 나중에 시체 처리하는 것도 도와줄게.”

“그러면 우리도 공범이 되니 네 일을 까발리는 순간 우리도 같이 잡힐 거야.”

지환의 뒷모습을 보니 나는 갑자기 감동의 물결이 밀려왔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나를 지켜주다니. 내가 정말 좋은 사람을 사랑했나 봐.’

나는 눈물이 앞을 가려 입을 막고 흐느껴 울었다.

소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민하는 듯했다. 워낙 앳된 얼굴을 하고 있는 데다 이런 표정을 지으니 귀엽고 깜찍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보니 너무 공포스러웠다.

소희가 고민하는 몇 분이 나에게는 몇 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그러다 한참 뒤, 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 말대로 할게.”

내가 미처 한숨을 돌리기도 전에 소희가 또 입을 열었다.

“그런데 난 오빠만 풀어줄 거야. 오빠 뒤에 있는 여자는 안 돼. 감히 오빠랑 결혼하다니. 오빠는 내 거야. 이준환도 그래, 감히 오빠를 화나게 하다니. 그래서 내가 대신 죽여줬어. 오빠, 나 착하지?”

순간 절망감이 밀려왔다. 나는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저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켰다.

이소희는 살인마 사이코패스인 데다 정신까지 이상했다. 친오빠한테 남녀 사이의 사랑을 느끼다니.

그제야 소희가 그동안 나를 왜 그렇게 냉대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내가 자기 오빠를 빼앗아 갔다고 생각하니까.

소희는 나를 풀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뭐가 됐든 결국에는 죽는다는 생각에 나는 이를 악물고 마음을 굳게 다졌다.

나는 지환 앞에 막아서며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소희를 바라봤다.

“나를 죽이면 은행카드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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