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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공포

이 사람 목적이 이거였다니.

이 사건의 이유는 지난주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지난주, 나는 먼 곳에 계신 고모가 돌아가셨다는 변호사의 연락을 받았다.

슬하에 자녀가 없었던 고모는 돌아가실 때 유산을 유일한 가족인 나에게 물려주겠다는 유언을 남기셨다.

고모는 그동안 바다에 나가 장사를 하면서 돈을 벌었는데, 모인 자산이 족히 몇십억은 된다.

그리고 지난주, 담당 변호사가 찾아와서 고모의 은행카드와 편지를 나한테 건네주고 갔다.

그 편지에는 나더러 무조건 돈을 직접 가서 찾으라는 당부가 담겨 있었다. 심지어 이 일을 남편인 이지환도 모르게 하라고 했다.

하지만 남편의 동생 이준환이 그 편지를 보게 되었고, 그 사실을 지환과 소희한테 말해버렸다.

그 일로 두 형제는 매일 싸웠다.

지환은 그 돈이 나와 자신의 공동 재산이니 준환과 소희와 상관이 없다고 했고, 준환은 자기와 소희도 가족의 일원이니 재산을 똑같이 나눠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소 말수가 적던 준환이 이 일로 지환과 대판 싸우는 걸 보니 나는 너무 놀라 얼른 분위기를 풀었다.

“다들 그만 싸워요, 이 40억 중 20억은 내가 가질 테니, 나머지 20억은 세 사람이 나눠 가지는 거 어때요?”

준환은 우습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한사람이 6억씩 나눠 가지면 나머지 2억은 어떡해요?”

그날 이후 우리 집안 분위기는 이상해졌다.

두 형제는 매일 싸워댔고, 심지어 몇 번은 주먹 다툼까지 할 뻔했다.

예전에도 세 남매가 내 방을 마구 뒤지며 카드 비번을 물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카드를 꼭꼭 숨기고 비번도 함구했다.

그러다가 한번은 지환의 애원을 못 이겨 돈을 찾을 때 데리고 갔던 적이 있다.

‘잠깐!’

내 머릿속에 갑자기 뭔가가 번뜩 지나갔다.

지환과 준환은 쌍둥이라 두 사람은 똑같이 생긴 데다 목소리도 똑같다.

‘그렇다면 내 앞에 있는 사람이 혹시... 도련님은 아닐까?’

‘틀림없어!’

지환은 이미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사고로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와 대화하는 거고.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나는 계속해서 남자의 장단을 맞춰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절대 빈틈을 보이면 안 되니까.

“930... 아!”

나는 갑자기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척 침대에서 뒹굴기 시작했다.

내 모습에 놀란 준환은 마구 뒷걸음치다가 침대 머리맡에 놓인 물컵마저 깨뜨렸다.

나는 이쯤 하면 되겠다 싶어 비명을 멈추고 침대에 누워 헉헉대며 숨을 몰아쉬었다.

“이거 무슨 약이야? 왜 갑자기 머리가 이렇게 아파?”

내 말에 남자는 무척 당황해하며 친구한테 추천받은 특효약이라고 설명했다.

“의사도 아닌 사람한테 추천받은 약은 믿으면 안 돼.”

나는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

‘아까는 의사 선생님이 새로 처방해 준 약이러더니, 이번엔 갑자기 친구한테서 추천받은 특효약이라고?’

‘어쩜 핑계 대는 것도 이렇게 어설프지?’

준환은 왼손으로 쟁반을 들고 오른손으로 깨진 유리를 담으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정리를 마친 뒤에야 저녁에 일이 있어 서재에서 야근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을 감고 휴식하는 척했다.

나에게서 이상함을 발견하지 못하자 준환은 그제야 안심하고 떠나갔다.

준환이 떠나자마자 나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떨리는 손으로 문자를 보냈다.

[너 설마 미래의 나야?]

이번에는 곧바로 답장을 받았다.

다만, 아주 간단한 한 글자 ‘응’이었다.

내 머리는 순간 펑 하고 폭발하더니 아무 생각도 들지 안았다.

늦은 밤, 나는 몰라 준환이 사는 지하실을 찾아갔다.

이제 막 입구에 도착했을 뿐인데 피비린내가 문 뒤에서부터 풍겨왔다.

몇 번이나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 반응이 없자, 나는 그제야 비상 열쇠를 꺼내 몰래 문을 열었다.

방문이 열리는 순간 나는 눈앞의 충격적인 광경에 비명을 지를 뻔했지만 얼른 입을 틀어막았다.

지하실 안에는 한 남자가 엎드린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남자의 등에는 가위가 꽂혀 있었고 카펫을 물들인 피는 진작 말라 있었다.

남자의 얼굴은 문 쪽으로 비틀어져 있었는데, 다름 아닌 내 남편 이지환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는 속이 안 좋아 참지 못하고 헛구역질을 해댔다.

다행히 아직 밥을 안 먹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지금쯤 바닥에 토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벽 쪽에 앉아 한참 동안 숨을 돌린 뒤에야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시체 옆으로 다가갔다.

지환의 시체는 이미 썩은 내를 풍기고 있었는데, 보아하니 죽은 지 꽤 된 것 같았다. 게다가 그가 오른쪽 손목에 찬 시계는 10시 35분에 멈춰 있었고, 왼손 주먹을 꽉 쥐고 있는 것이 뭔가를 쥐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손을 풀어보니 찢어진 종잇조각이 있었는데, 위에는 ‘X’라고 쓰여 있었다.

영문 같아 보이기도 하고 교차선 같아 보이기도 한데, 분명 준환 짓일 거다.

그때, 시체 옆에 놓여있는 사원증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얼른 사원증을 주웠다. 하지만 사원증에 적힌 이름을 본 순간 내 머리는 어지러워 났다.

사원증에는 다름 아닌 이준환의 이름이 적혀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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