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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남편
위험한 남편
Author: 미망피쉬

제1화 문자

[은행 가지 마!]

[죽을 거야! 도망쳐!]

[그 사람은 네 남편이 아니야!]

갑자기 온 문자에 나는 등골이 오싹했다. 팔을 부르르 떨었더니 이어폰 줄이 당겨지면서 귀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두려움이 빠르게 온몸으로 번졌다.

나에게 문자를 보낸 사람이 다름 아닌 내 남편 이지환이었으니까.

‘하지만 지환 씨는 분명 집에 있는데? 그 사람이 내 남편이 아니면 누구지?’

[당신 누구야?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그때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지환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얼굴이 붉게 물들었고, 옷차림이 흐트러졌으며 많이 초췌해 보였다.

나는 황급히 핸드폰을 등 뒤에 숨겼다.

문자 메시지를 본 뒤 남자가 이토록 당황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은 더욱 불안해졌다.

“왜 그래?”

나는 무서워 죽을 것만 같았지만 애써 침착한 척 연기했다.

“내 핸드폰이 안 보이는데, 못 봤어?”

나는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와 동시에 의심은 더욱 쌓여만 갔다.

눈앞의 남자는 생김새도 목소리도 내 남편 이지환과 똑같다.

‘이 사람은 분명 지환 씨인데?’

‘설마... 누군가 지환 씨 핸드폰을 주워 장난치는 건가?’

‘그럼 진짜 너무한데!’

지환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다른 곳에 흘렸나 봐. 이상한 전화나 문자를 받으면 믿지 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지환의 말이 무척 의심스러웠다.

내가 내일 은행에 간다는 건 우리 집 식구만 아는 사실이라 다른 사람은 알 리가 없다.

게다가 지환은 폰으로 은행에 관한 얘기를 한 적이 없다.

이게 만약 장난이면 가족 중 누군가가 지환의 전화로 나를 놀리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내가 문자를 받자마자 지환이 달려와 자기 핸드폰을 봤는지 물어보고, 이상한 전화나 문자를 믿지 말라고 했겠지.

하지만... 진짜 그럴까?

이게 정말 장난일까?

나는 이걸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었다.

남자는 침대 옆에 앉아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옛날 일은 떠올랐어?”

나는 애써 생각해 보다가 결국 풀이 죽은 채 고개를 저었다.

“벌써 기억을 잃은 지도 1년인데, 기억이 돌아오지 않는 건 아니겠지?”

남자는 몇 마디 위로를 건네더니 내가 아무 이상 없어 보이자 마음 놓고 떠나갔다.

나는 그제야 몰래 핸드폰을 꺼내 지환에게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아무리 물어봐도 좀처럼 답장을 받을 수 없었다.

나는 핸드폰을 꽉 쥐고 머리를 쥐어 짜내며 대체 누가 보낸 문자일지 생각했다.

집에는 도합 4명, 나와 이지환 외에 그의 남동생 이준환과 여동생 이소희가 살고 있다.

두 사람 중 한 명은 지하실에, 다른 한 명은 다락방에 살고 있는데, 모두 성격이 괴팍하여 말 몇 마디 나눈 적이 없다.

나는 이내 두 사람은 용의선상에서 제외했다.

두 사람처럼 괴팍하고 자폐적인 성향으로는 나에게 절대 이런 농담을 하지 않을 테니까

‘설마 지환 씨가 정말 납치되었나?’

‘그렇다면 핸드폰도 있는데 왜 신고하지 않지?’

미간을 찌푸리고 한참을 생각해 봐도 이 상황이 너무 수상했다.

“아니면 일단 신고부터 할까?”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만약 이게 장난 전화라면 그나마 괜찮지만,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거면 이건 사람 목숨이 달린 심각한 상황이다.

내가 경찰에 신고하려고 할 때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난 네 남편이 아니야. 너랑 가장 친한 사람이야!]

[이 일이 너무 괴이해서 내가 말해도 아마 믿지 않을걸.]

[날 믿고 경찰에 신고하지 마.]

[아무 일 없는 척 은행부터 가.]

문자를 본 순간, 나는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내 부모님은 1년 전에 돌아가셔서 남편 외에는 분명 친한 사람은 없다.

더 이상한 건, 문자 한 사람이 어떻게 내가 신고하려 한다는 걸 알고 있느냔 말이다.

‘설마 지환 씨 폰을 주운 스토커가 이 근처에서 나를 몰래 훔쳐보고 있나? 아니면 뭐 독심술이라고 하나?’

갑자기 드는 생각에 나는 너무 불안해서 커튼을 치려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통유리창에 비친 그림자를 본 순간 문득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한기가 발끝에서 솟아올라 머리끝까지 전해졌다.

이 세상에 자기 자신보다 더 친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설마 이 문자를 보낸 사람이... 나인가?’

그 생각을 하는 순간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나는 내 생각에 너무 놀라 다리에 힘이 풀렸다. 바닥에 주저앉아 심호흡을 했지만 마치 뭍으로 나와버린 물고기가 마지막 몸부림치는 것만 같았다.

‘그럴 리 없어! 이렇게 황당무계한 일이 어떻게 존재해?’

하지만 곧이어 받은 문자 메시지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녁에 절대 약 먹지 마. 그건 진실을 고백하는 약이야.]

‘약? 내가 저녁에 약을 먹는 것도 안다고?’

[당신 대체 누구야?]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핸드폰을 바라봤다. 하지만 아무런 문자도 받지 못했다.

그날 저녁, 남자는 약과 물을 들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자기야, 약 먹을 시간이야.”

하얀색 알약을 보니 내 마음은 반쯤 식었다.

‘내가 평소에 머던 약은 분명 캡슐인데, 왜 알약으로 변한 거지?’

“약은 왜 바꿨어?”

“이건 의사 쌤이 새로 처방해 준 약이야.”

남자의 얼굴에서는 한 차의 허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

눈앞의 남자가 대체 뭘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기에 나는 그의 계략을 역이용했다.

나는 입을 막고 약을 먹는 척하면서 약을 손바닥에 숨겼다.

이건 내가 인터넷에서 본 마술 수법이다. 그때는 그저 재밌어 보여 연습해 봤었는데, 이렇게 써먹게 될 줄이야.

내 꼼수를 발견하지 못했는지 남자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나는 약간 어지러운 척하며 침대 머리맡에 힘없이 기대고, 두 눈은 먼 벽을 응시하면서 눈을 깜빡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약 효과가 돌았다고 생각했는지 남자는 다급히 나한테 접근했다.

“원희야, 고모가 준 은행카드 어디에 있어? 비번은 뭐야?”

나는 순간 머리가 ‘윙’하더니 오후에 받았던 문자 하나가 떠올랐다.

진실을 고백하는 약!

이런 건 영화나 드라마에서 지어낸 약인 줄 알았는데, 현실에도 존재한다니.

더욱 놀라운 건, 문자를 보낸 사람이 미래를 예견한다는 거였다.

그 순간 나는 더욱 확신했다. 문자는 미래의 내가 보내온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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