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우는 안도했다.“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온하랑 씨.”온하랑은 그대로 운전을 해서 집으로 왔다. 먼저 서재로 들어와 컴퓨터로 촬영 수업을 틀었다.최동철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서재에 퍼졌다.조금 쉬어버린 듯한 목소리로 온화하게 강의하고 있어 저도 모르게 수업에 집중하게 되었다.온하랑은 정말로 열심히 노트에 내용을 받아 적었다.어느 정도 강의했을까, 최동철은 잠깐 멈추고 기침을 두어 번했다. 갈증을 느꼈는지 생수를 두어 모금 마시곤 다시 강의를 이어갔다.그녀의 착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최동철이 피곤해 보였다.실시간 수업이 끝났다. 수업 영상은 자동으로 다시 보기 영상으로 생성되었다. 온하랑은 영상을 틀어 자신이 놓친 부분을 다시 보았다.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문자가 온 것이다.[최동철: 오늘 수업 열심히 봤어?][온하랑: 앞부분은 지각해서 못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 다시 보기로 듣고 있어요.][최동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나한테 바로 물어봐.][온하랑: 네, 그럴게요. 고마워요. 수업 들으니까 목이 안 좋은 것 같던데, 맞아요? 옷 많이 챙겨 입고 따듯한 물도 많이 마셔요. 그러면 목이 조금 나아질 거예요. 참, 푹 쉬는 것도 중요해요.][최동철: 그래.]그는 감기 때문이 아닌 목을 너무 많이 써서 쉬어버린 것이다.물론 촬영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 있었기에 이 정도로 쉬어버리진 않았다.이렇게 목이 쉬어버린 데엔 중요하게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인수하려던 회사는 인수 실패해버렸을 뿐 아니라 그가 있는 회사 일부 자금을 삼켜버렸다.게다가 평소 그에게 불만을 품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그 탓에 그는 요 며칠간 이 일을 해결하는 데만 열중하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부승민은 일부러 혜성 테크에 관심이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며 그와 빼앗으려 했다. 그가 혜성 테크의 주식을 매입한 후에야 이 회사에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알게 되었고 혜성 테크 관계자들의 인수에 대
부승민은 오늘 오전에 민성주가 튀어버렸다는 육광태의 연락을 받았었다.그 순간 그는 온하랑이 신고를 한 이유와 기분을 알게 되었다. 온하랑은 그가 추서윤과 함께 있는 것을 보고 그에게 화가 난 것이다...부승민은 자신을 탓했다.온하랑은 금방 추서윤의 약점을 손에 잡았다. 그런데 민성주가 사라져버렸으니 분명 추서윤과 연관이 있었다.추서윤은 예전에 잔혹한 고문을 당한 적이 있었기에 납치범과 대면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그걸 알고 있었던 그는 추서윤에게 시간을 주었다.만약 그가 추서윤을 압박하여 무언가를 알아내려 했다면 추서윤은 횡설수설하며 정신을 못 차렸을 것이었다. 그랬다면 민성주를 놓칠 일도 없었다.납치 사건 때문에 그는 추서윤에게 시간을 준 탓이다.추서윤은 온하랑을 증오했기에 당연히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이건 그도 이해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는 추서윤이 자신을 납치하고 고문했던 납치범을 놓아줄 줄은 몰랐다.추서윤의 행동으로 부승민의 마지막 동정심마저 사라지게 했다.일이 이 지경까지 된 것은 전부 그녀가 자초한 것이다.그럼에도 부승민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온하랑이 어젯밤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니 가슴 한구석에 무언가가 막혀버린 듯 답답했고 목구멍마저 답답했다.그녀는 그가 역겹다고 했다.그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 같았다.부승민은 일로 어젯밤 기억을 떠올리지 않으려 애를 썼다.온하랑에게서 연락이 왔을 때 그는 처음에 아주 의아했다. 그리고 이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기쁜 감정이 피어올랐다.핸드폰을 들었다. 떨리는 손가락 탓에 하마터면 바로 전화를 받을 뻔했다.‘안돼! 어제 온하랑이 나한테 어떤 말을 했는지 잊었어?'‘그런데 왜 전화한 거지? 전화를 바로 받으면 안 되지. 그럼 내가 뭐가 되겠어.'‘나도 자존심이 있다고!'부승민은 망설인 끝에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시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아까 어디까지 봤지?'부승민은 서류를 빤히 보았다. 집중이 전혀 되지 않았다. 복잡한 머릿속 덕에 서류에 적힌 글씨 하나하나가
만약 그녀가 그를 ‘부승민'이 아닌 ‘승민아'라고 불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누가 그러는데 네가 그 여자 찾아가 담판을 지었다며?”부승민은 순간 온몸이 불편해지는 기분이었다.“어떻게 알았어?”“연 비서가 알려줬어. 연 비서 혼낼 필요도 없어. 그냥 내가 찝찝해서 캐물어 본 거야. 네 고충도 전부.”부승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그것도 알게 된 거야?”그녀는 그의 고충도 알아버렸다...“응. 모든 걸 알고 나니까 내가 널 오해하고 있었더라고. 네가 추서윤을 풀어준 건 전부 나를 위해서였는데... 승민아, 미안해.”부승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그녀를 위해 추서윤을 풀어준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찝찝했다.“하지만 나도 성인이야. 나를 위한다는 이유로 내 눈과 귀를 막진 말아줘. 이렇게 중요한 일을 대체 왜 나한테 숨긴 거야?”부승민은 입술을 틀어 물고 되물었다.“이렇게 중요한 일이 어떤 일인데?”온하랑은 멈칫하곤 다시 말했다.“혹시 지금 내가 떠본다고 생각하는 거야?”‘대에 어디서 티가 난 거지?'온하랑의 말을 들으니 부승민은 더 확신했다. 그녀가 지금 자신을 떠보고 있다고 말이다.“응.”온하랑은 몇 초간 말을 대꾸하지 못했다.“꼭 내가 말해주기를 바라는 거야?”부승민은 여유를 부리며 말했다.“그러면 안 돼?”온하랑은 멈칫하더니 코웃음을 쳤다.“흥, 부승민. 머리 좋네!”조금 이를 빠득 갈며 말하는 것 같았다.부승민은 나직하게 웃었다.“과찬이야.”사실 그녀의 연기는 완벽했다. 그도 속아 넘어갈 정도였으니까.다만 그는 곰곰이 생각했다. 만약 온하랑이 자신이 온강호의 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면 이렇게 평온하게 자신과 통화를 하며 그때의 일로 사과할 리가 없었다.그의 웃음소리를 들으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느꼈던 호감이 반감했다.“대체 어느 부분에서 눈치챈 거야? 아니면 혹시 추서윤을 풀어준 것도 애초에 나를 위한 것이 아닌 다른 이유
“지금 당장 우리 집으로 와. 그럼 내가 숨소리 들려줄게. 어때?”부승민이 말했다.“흥, 꿈 깨셔.”이런 대화는 이어가면 이어갈수록 민망해지기에 온하랑은 더는 이어가지 않고 말을 돌렸다.“어머, 시간이 늦었네. 나 잘 거야. 끊을게.”“잘자.”부승민은 아쉬움이 뚝뚝 떨지는 목소리로 말했다.“잠깐만, 나 방금 뭔가 떠올랐어.”“뭔데.”“오늘 내가 본가에서 민재 오빠 와이프를 만났어. 임신하셨는데 나한테 민재 오빠가 여전히 밖에서 여자를 만나고 다닌다고 하시더라고. 좀 알아봐 줘. 민재 오빠가 밖에서 만나고 다닌다는 여자가 누군지.”부승민은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민재 형이 정말로 여자를 만나고 다니는 건 확실해?”“어떤 여자랑 통화하는 걸 직접 들으셨대.”“그래, 알았어. 내가 사람 시켜서 알아보라고 할게.”통화를 마친 후 온하랑은 핸드폰을 협탁 위에 올려두었다. 스탠드를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그러나 부승민은 통화 기록을 빤히 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온하랑이 방금 했던 말을 떠올리며 어떤 생각에 잠긴 듯했다.부민재의 운전기사가 수상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는 바로 불러 부민재를 지켜보라고 했다.부민재는 대부분 시간을 회사와 집에서 보냈다. 가끔 고객이나 친구 만나러 다른 곳에 가기도 했었다.이 사람들 중 부민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여자는 존재하지 않았다.그러나 그의 형수는 부민재가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다고 했다...순간 책상을 툭툭 치던 부승민의 손가락이 멈추더니 머릿속에 조금 말이 안 되는 생각이 떠올랐다.‘추서윤이 정말로 온하랑을 증오해서 일부러 자신을 납치했던 납치범을 풀어준 걸까?'부민재의 외도는 그 여자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여자가 결백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던 것일까. 하지만 통화에서는 소청하를 피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혹시...부승민의 안색이 어두워지고 바로 육광태에게 전화를 걸었다....다음 날 아침, 회장실 전담 비서들과 부승민에게 결재를 받으러 온 직원들은 부승민의 기분이
온하랑은 사실 점심 식사가 목적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들어보려고 온 것이다. 사진을 업로드하기 전에 최동철에게 한번 보여줬으니 당연히 심사할 때 그녀의 작품을 보고 점수도 매겼으리라 생각했다.최동철은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고개를 저었다.“아니, 다른 일이야.”온하랑은 의아했다.“어떤 일인데요?”최동철은 옷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더니 몇 번 휙휙 조작하곤 온하랑 앞으로 내려놓았다.“혹시 이 남자, 아는 사람이야?”온하랑은 핸드폰 화면을 힐끔 보았다. 사진은 흐릿했지만 몇 명의 남자들이 중년 남자를 제압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자세히 보던 그녀의 두 눈이 점점 커지고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녀는 흥분하면서 최동철을 보았다.“장국호?!”최동철은 그녀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최근에 만난 고객이 우연히 발견하고 잡았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물어보러 온 거야. 네가 아는 사람인지 말이야.”온하랑은 믿을 수 없었다.민성주가 도망을 친 상황에서 장국호마저 다른 사람에게 잡혀버려 절망적이었다.그런데 최동철이 장국호의 행방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바로 장국호에 대해 최동철에게 말해주었다.그러자 장국호가 말했다.“우리 회사 고객이 지금 이 사람을 잡고 있어. 강남이랑 거리가 좀 많이 멀어서 며칠은 걸려야 도착할 수 있을 거야. 다만... 누군가가 지금 이 사람을 노리고 있다고 들었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면서 납치해 가려고.”온하랑은 긴장한 얼굴로 최동철을 보았다.“동철 오빠, 구체적인 위치를 저한테 알려주면 안 돼요? 사람들을 데리고 찾아가고 싶어요. 아니면 제가 강남까지 데리고 오고 나서 경찰에 넘기면 안 될까요?”최동철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이 사람이 너한테 지금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아니까. 절대 다른 사람들이 납치하지 못하게 할 거야.”온하랑은 감격스러운 눈길로 그를 보았다.“고마워요, 정말 너무 고마워요. 자요, 제가 한잔 따라 드릴게요.”그녀는 술병을 들어 최동철의
온하랑은 부선월을 무시하고 그대로 경찰서로 향했다.추서윤은 현재 경찰서에 있었다.경찰은 온하랑을 어느 한 취조실로 안내했다. 추서윤은 그곳에 의자에 결박되어 있었다.온하랑이 들어오자 매서운 눈빛으로 온하랑을 보았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지만 온하랑의 옆에 있는 경찰을 보곤 입을 다물었다.“그럼 얘기를 나누세요.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너무 길게는 대화하지 마시고요.”말을 마친 경찰은 그렇게 문을 열고 나갔다.취조실 안.추서윤은 온하랑을 매서운 눈빛으로 째려보았다. 눈에 살기도 담긴 것 같은 모습으로 소리를 질러댔다.“온하랑, 그때 나랑 얘기를 잘 끝냈으면서 다음 날에 바로 배신하고 나를 경찰에 신고해?!”온하랑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어버렸다. 의자를 뒤로 빼내면서 추서윤의 맞은 편에 앉았다.“내가 뭘 배신했는데? 네가 일부러 시간을 끌면서 민성주와 연락하고 있었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넌 처음부터 증인으로 나설 줄 생각이 없었잖아!”“하! 웃기지 마! 그 사람은 날 납치했던 납치범이야. 내가 왜 그런 납치범한테 소식을 흘려?!”“네 통화 기록 전부 복구됐어. 그중에 민성주랑 통화했던 기록도 있더라.”온하랑은 담담하게 말하며 가소롭게 웃었다.“대처 내가 얼마나 미웠으면 뒤에서 납치범과 몰래 손을 잡고 있었던 거야?”추서윤과 최민식의 계획을 알아내기 위해 경찰들은 추서윤 핸드폰 모든 문자 메시지와 통화 기록을 복구했다.추서윤과 온하랑은 납치 사건과 교통사고 건에 관련된 인물이었다. 그랬기에 청장은 이 형사 사건에 더욱 주의를 기울였고 복구된 추서윤의 핸드폰 기록에서 민성주의 번호를 발견했다.청장은 더욱 이해가 안 갔다. 추서윤이 이 정도로 온하랑을 증오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추서윤은 온하랑 몰래 뒤에서 뭔가를 꾸미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납치했던 납치범마저 풀어주었다.온하랑의 말에 추서윤은 안색이 굳어졌다.그런 그녀를 온하랑이 빤히 보았다.“형사님이 그러던데, 네가 나 만나고 싶다고 말이야. 왜 불렀어
이미 이 지경이 된 이상 추서윤은 부승민과 했던 약속을 어기기로 했다.감방에 가는 건 죽도록 싫었으니 말이다.온하랑은 의심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보곤 뜸을 들였다.“그래서, 지금 너한테 내 약점이 한 개가 아니다?”그녀는 너무 궁금했다.자신의 어떤 약점이 추서윤에게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짐작이 가는 것이 없었다. 심지어 한 개가 아니라고 했다.“그렇다고 할 수 있지.”추서윤은 의자에 등을 기대며 거만한 모습을 보였다.온하랑은 몇 초간 침묵하곤 대답했다.“그래, 약속할게. 네가 쥐고 있는 내 약점을 하나 알려줘. 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하고 다시 널 찾아올게.”추서윤은 눈썹을 치켜세웠다.“그래. 그럼 일단 하나를 알려줄게. 사실 넌...”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경찰이 들어왔다.“면회 시간이 끝났습니다. 온하랑 씨, 나오세요.”“...”온하랑은 고개를 돌려 경찰을 보면서 웃으며 말했다.“조금만 시간을 늘려주시면 안 될까요? 5분이면 돼요.”경찰은 고개를 저었다.“그럴 수는 없습니다. 저도 지시대로 움직이는 사람이라서요.”온마음은 뜸을 들이며 답했다.“알겠습니다.”그녀는 아쉬운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추서윤을 힐끗 보며 말했다.“나중에 다시 올게.”재판이 열리기까지 아직 시간이 있었다.“잠깐만...”추서윤이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경찰이 끼어들었다.“참, 온하랑 씨. 누군가 온하랑 씨를 찾더군요.”“저를요?”온하랑은 되물으면서 밖으로 나갔다.대체 누가 경찰서까지 와서 그녀를 찾는 걸까?경찰청 로비로 온 온하랑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입구 쪽에 허리를 꼿꼿이 펴고 있는 형체를 발견했다.남자는 검은 코트를 입고 있었고 정장 바지에 수제 구두를 신고 있었다. 어깨도 넓었을 뿐 아니라 전체적인 옷차림도 깔끔했다.온하랑은 입술을 살짝 틀어 물며 남자의 뒷모습을 보았다.사람마다 각기 특별한 취향이 있었다. 그녀도 그러했다.온하랑은 사실 부승민의 뒤통수와 목이 취향이었다.트렌드에 따라 대부분 남자들은 뒷머리를
부승민은 의미심장한 눈길로 온하랑의 얼굴을 보았다.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약점을 쥐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 그 여자랑 거래하지 말고 차라리 나랑 해. 난 절대 널 다치게 할 리가 없으니까.”속마음과 말이 다른 버릇은 여전히 고치지 못했다.아니 고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가 좋아하니 말이다.특히 그녀가 침대에서 “싫어.”라고 할 때 더욱 좋아했다.온하랑은 고개를 들어 그를 째려보았다.그는 정말이지 거래를 참 잘했다.확실히 부승민과 거래하는 것은 추서윤과 거래하는 것보다 더 안전하고 나았다.여하간에 추서윤은 그녀를 뼛속까지 증오할 뿐 아니라 자신을 납치했던 납치범까지 풀어주며 그녀를 해치려고 했으니 말이다. 만약 그런 추서윤에게 합의를 해준다면 나중에 또 그녀를 해치려 할지도 모른다.부승민이 원하는 거래가 무엇인지는 쉽게 알아맞힐 수 있었다. 남녀가 한 방에서 만나면 할 수 있는 것이었다.온하랑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부승민의 미소도 점차 사라졌다.“설마 정말로 그 여자한테 합의해 줄 생각인 건 아니지?”온하랑이 바로 대꾸했다.“당연히 아니지. 내가 바보도 아니고.”말을 마친 그녀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부승민을 보았다.“그래도 명색에 네 전 여자친구인데 정말로 내가 합의 안 해주길 바라는 거야?”“그 여자는 자기가 한 행동에 책임을 질 필요가 있어.”부승민은 온하랑을 힐끗 보곤 시선을 내리깔았다. 눈빛이 다소 그윽해졌지만, 다시 미소를 지었다.“왜? 지금 일부러 나 떠보는 거야?”만약 그가 추측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는 추서윤이 감방에 가길 바랐다.“누가 떠봤다고 그래?”온하랑은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을 돌렸다.“너랑 거래할 순 있어.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봐. 추서윤을 사지로 내몰다가 막무가내로 나오면 어떡해?”“그러지 못할 거야.”추서윤이 감방을 간다고 해도 어차피 몇 년만 있으면 출소할 수 있었다.하지만 막무가내로 나오면서 온하랑의 약점을 퍼뜨리면 부승민은 그녀를 평생 감방에서 썩게 할 생각이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