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85화

온하랑은 부시아의 첫 등교를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부시아는 바닥에 닿을 정도로 큰 종이 쇼핑백들을 들고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온하랑을 바라보았다.

“숙모, 못 들겠어요. 저랑 같이 들어가 주시면 안 돼요?”

똑똑한 아이 같으니라고. 재빨리 자신의 숙모와 삼촌이 싸웠다는 걸 눈치챈 부시아였다.

정확히 말하면 숙모는 아무 일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중인데 삼촌만 유난히 난리 치는 중이었다.

지금 마침 삼촌도 집에 있는데,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부시아가 아니었다.

온하랑이 두 눈을 깜빡이며 아이의 발그스레한 작은 볼을 살짝 꼬집으며 부시아의 손에서 종이 쇼핑백들을 받아들었다.

“가자, 숙모가 데려다줄게.”

온하랑은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조금 전 자신의 행동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그이와의 일에 부시아를 끌어들이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조금 전, 온하랑은 무의식적으로 부승민이 보기 싫어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뇌를 지배하고 있었다.

게다가 티가 너무 많이 났던 탓에 아이도 눈치챈 듯했다.

온하랑은 다음부터는 절대 이런 일을 만들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속으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거살 문을 열자 창문 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따뜻한 불빛이 거실을 비추고 있었다.

온하랑은 부승민을 집까지 들여보내 주었다. 거실에는 그 아무도 없었다.

온하랑이 물건들을 소파 위에 올려놓자 아이의 눈동자가 또르르 굴러가더니 2층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삼촌! 저 왔어요!”

“…”

온하랑은 부시아를 슬쩍 바라보았다.

부시아는 작은 입꼬리를 끌어올려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온하랑이 옷소매를 걷어 올리고 부시아의 몸을 간지럽히려던 그 순간, 누군가가 계단을 내려오는 듯한 발소리가 들렸다.

“온하랑 씨, 시아 아가씨.”

연민우가 서류 하나를 들고 두 사람을 향해 웃으며 위층에서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회장님께서는 아직 회사에 계십니다. 저는 심부름으로 서류만 챙기러 온 거고요.”

연민우를 본 부사아의 작은 얼굴에 크게 실망이라는 단어가 나타났다. 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