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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천천히 위로 솟아 올라가는 담배 연기가 부승민의 얼굴을 가려 희미하게 만들었다.

“당신들”이라는 세 글자에 부승민의 미간이 살살 좁혀졌다. 하지만 그는 더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추서윤이 말실수를 했거나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 막말을 내뱉은 것이라 생각했다.

이미 다 지나간 일에 대해서 부승민은 모든 일을 과거형으로 취급했다. 추서윤과 뒤늦게 다 지나간 일 때문에 싸우고 싶지 않았다.

부승민은 긴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운 채 말했다.

“그래서, 할아버지 뵈러 갔었어? 그날에 할아버지한테 뭔 얘기 하고 왔어?“

추서윤의 시선이 부승민의 몸에 고정되더니 이내 그녀의 눈빛에 검은빛이 감돌았다.

“궁금해? 알고 싶어? 근데 난 말해줄 생각 없는데!”

사실 부승민은 진작 의심하고 있었다.

만약 추서윤이 할아버지를 찾아가 부승민에게는 자신밖에 없어야 한다 얘기했을 리가 없었다. 할아버지의 주식 조정으로 미루어 봤을 때 부승민에게 화가 난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전보다 더 잘 해주고 있었다.

게다가 부승민의 연애사는 할아버지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을 텐데 이 정도로 무너질 리가 있나?

부승민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열심히 머리를 굴려봐도 할아버지의 수명이 다하고 있다는 것으로밖에는 해석이 안 됐다.

부승민은 더 캐묻지 않았다.

“다 지나간 일에 대해서는 그만 얘기하는 게 좋겠다. 광태한테서 들었는데 계속 나 만나고 싶어 했다며?”

“아직도 연기하고 있네? 내가 뭘 알고 있는지는 너도 잘 알지 않나? 하하하, 나도 정말 상상도 못 했지 뭐야? 온하랑이랑 내가 배다른 자매라니, 우리 자매도 참 부씨 가문이랑 인연 깊다, 안 그래?”

담배가 끝까지 타자 부승민은 손을 들어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껐다.

추서윤이 헛웃음을 지었다.

“너무 오랫동안 안 만나주길래 난 또 내가 쥐고 있는 이 사실이 아무 소용 없어진 줄 알았지. 이렇게 나 다시 만나줄 줄은 몰랐네. 너희 이혼했다며, 아직도 손해 보면서까지 그년 지켜주고 싶어?”

추서윤의 질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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