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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온하랑이 입술을 짓씹으며 고개를 숙이고 그저 자신의 발끝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미 온하랑은 진작에 부승민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가 무슨 말을 하든 다 거짓말로만 느껴졌다.

부승민이 여태껏 계속 좋아한다고 얘기를 해도 온하랑은 단 한 번도 믿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얘기를 하니 부승민이 정말로 온하랑을 많이 좋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온하랑은 순간적으로 사고회로가 멎는 듯했다.

부승민이 온하랑을 좋아한다. 그럼 결혼기념일에 있었던 일은 대체 뭐지?

친구라고 대충 둘러댄 거로 모욕감을 주고, 온하랑이 심한 말로 경고를 했음에도 추서윤을 찾아간 것은 대체 뭐였을까.

그날 밤, 온하랑을 뒤척이며 잠 못 들게 했던 그 짜증 나고 억울했던 감정들은 다 뭐가 된단 말인가?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길 수 없는 건 또 어떻게 되는 것일까?

만약 부승민이 온하랑을 정말로 좋아한다면 그저 좋아하는 것 그뿐이겠지.

정말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시선부터 자연스레 그쪽으로 가게 돼 있다. 마음속으로도 자꾸 떠오르고 보기만 해도 기쁘고 그 사람이 상처받는 것은 보고 싶지 않고… 이러한 감정들을 온하랑은 부승민에게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추서윤 때문에 온하랑에게 상처를 받은 기억만 벌써 수십 수백 번이다.

어쩌면 부승민의 습관일지도 몰랐다. 3년간의 결혼생활에 익숙해진 나머지 온하랑과 떨어지기 싫은 게 아닐까.

“하랑아, 한 번만 기회를 줘, 제발…”

부승민은 계속해서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온하랑을 바라보며 혹시나 싶어 그녀의 손을 잡아보았다.

정신을 차린 온하랑이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부승민이 멈칫하며 내밀었던 그의 손이 공중에 멈췄다. 그는 민망함을 무마하려는 듯 내밀었던 손으로 주먹을 쥔 채 천천히 내렸다.

부승민은 애써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미안, 내가 너무 성급했지.”

온하랑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안 믿는 게 아니야. 그냥 내가 아직 널 잘 몰라서 그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추서윤을 좋아하던 너였으니까… 방금 추서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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