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79화

Author: 고운
하지만 지금 민지훈이 온하랑에 대한 감정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모양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온하랑은 민지훈을 이용하는 데 자연스레 죄책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진실을 마주할 민지훈을 어떻게 봐야 할지 막막했다.

“누나, 더 먹을래요?”

민지훈은 이미 비어버린 온하랑의 앞접시를 보며 물었다.

온하랑은 포크를 내려놓고 대답했다.

“괜찮아요. 많이 먹으면 물려서요.”

“그럼 이제 갈까요? 아직 시간도 이른데 한강에 가서 산책이나 하죠.”

민지훈이 웃으며 물었다.

온하랑은 민지훈이 지금 너무 기분이 좋은 나머지 자신과 헤어지기 싫어한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온하랑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두 사람은 이내 주차장으로 향했다. 민지훈이 자연스레 운전석으로 몸을 옮겼다.

“누나, 저 면허 땄어요. 운전은 제가 할게요.”

온하랑은 차 키를 건네주며 조수석에 앉았다.

히터를 틀자 차 내부는 이내 따뜻해졌다.

온하랑은 카시트 등받이에 몸을 기대 창밖으로 휙휙 스쳐 가는 길거리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민지훈은 운전에 집중하고 있었다.

조금 전, 사귀기로 한 사람들답지 않게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아무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마치 갑자기 좁혀진 둘 사이의 거리가 아직 적응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한참이 지나 차가 신호등에 걸리고 나서야 민지훈이 별안간 입을 열어 물었다.

“누나, 제 인스타에 우리 사귀는 거 공개해도 돼요?”

온하랑은 잠시 진지하게 생각하더니 이내 공식 석상에서나 쓸법한 말투로 대답했다.

“되긴 되는데 아저씨나 아주머니 같은 어르신분들에게는 안 보이게 해줄 수 있을까요? 우선 그분들한텐 알리고 싶지 않아요. 아, 그리고 인스타 팔로워들한테 우리 사이를 사이버 렉카들한테 몰래 알리지 말아 달라고 잘 얘기 해줬으면 좋겠어요. 난 내 사생활이 알려지는 게 싫거든요.”

부승민의 전 아내로서 어느 정도의 사이버 영향력을 지니고 있던 온하랑이였기 하는 말이었다.

온하랑은 일부 사이버 렉카들이 조회 수와 어그로를 위해 민지훈과의 관계를 폭로해 민성주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위태로운 제안   제480화

    민지훈은 약속대로 부모님을 포함한 어른들에게 게시글을 숨겼다. 그들이 두 사람이 사귄다는 것을 알고 여기저기 떠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까지는 굳이 숨기지 않았다. 숨기고 싶지도 않았다. 인스타 계정을 만들고 인스타 팔로워까지 만든 목적부터 친구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주기 위해서였으니까.인스타 피드를 올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들, 동창들, 동기들 모두가 축하의 댓글을 달았다.그중에는 부현승의 댓글도 눈에 띄었다.“오랫동안 사귀길.”그 밑에 민지훈이 답글을 달았다.“감사합니다. 부 매니저님.”뒤이어 부현승은 민지훈의 인스타 피드 게시물을 캡처해 부승민에게 보내주었다.부승민은 서로 다른 두 손이 손깍지를 꼭 끼고 있는 휴대전화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초점을 잃은 심연 같은 검은 눈동자는 끝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공허했다.사진 속의 하얗고 가는 손은 누가 봐도 여자의 손이었다.온하랑과 무려 3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한 부승민인데 온하랑의 손을 못 알아볼 리 없었다.부현승은 친절하게도 밑에 자신이 단 댓글과 민지훈의 답글까지 함께 캡처해 부승민에게 보내주었다.인스타 피드에는 이모티콘 하나와 사진 한 장뿐이었지만 댓글 창에 있는 많은 축복의 말들과 민지훈의 반응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건 지금 공개연애를 암시하는 인스타 게시물이었다.휴대전화를 쥐고 있던 큰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손등에는 핏줄까지 울퉁불퉁 솟아있었다. 부승민의 평온한 표정과는 달리 눈빛에는 어둡고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몸속의 야수가 봉인에서 깨어나 미친 듯 포효하며 당장이라고 민지훈을 찢어 죽일 기세로 날뛰고 있었다.온하랑! 참 잘하는 짓이다!어제 온하랑은 이미 부승민의 고백에 응하며 더는 그와 일부러 멀어지지 않겠다 약속했다. 민지훈과 부승민의 공평한 경쟁을 허락한 것이다.하지만 오늘, 온하랑은 부승민이 추서윤을 대하는 방식에서 부승민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그래놓고 오늘 밤, 온하랑은 민

  • 위태로운 제안   제481화

    온하랑은 그런 부시아를 차마 깨울 수 없었다.그녀는 손을 뻗어 부시아의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볼을 콕콕 질렀다. 아이의 볼은 마치 갓 태어난 갓난 아기의 엉덩이처럼 탱글탱글 했다.뻗었다 손을 거두자 온하랑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뒤에 있던 사람과 부딪혔다. 그녀는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언제 왔는지 모를 부승민이 온하랑의 뒤에 서서 눈도 깜빡 하지 않고 그녀를 쳐다 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한 방울 의 먹물이라도 흘러 나올 듯 새까맸다.둘의 시선이 공중에서 얽히자 온하랑은 귀신이라도 본 듯 등골이 오싹해져 무의식적으로 침을 꿀꺽 삼키며 간신히 평정심을 되찾았다.“부승민? 왜 이렇게 기척도 없이 와?”“네가 너무 집중해서 못 느꼈을 뿐이야.”“그래?”“응.”온하랑은 오늘 밤의 부승민에게 어딘가 모르게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것 같았다.하지만 온하랑은 별로 개의치 않고 그저 부시아를 빨리 깨워 이곳을 떠날 준비를 했다.“시…”입을 여는 순간, 온하랑은 순간적으로 목덜미에서 전해져오는 고통을 느끼고는 이내 머릿속이 하얘 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눈앞이 새까매지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부승민은 정신을 잃은 온하랑을 받아 안은 채 우아하고 매혹적인 그녀의 얼굴을 홀린 듯 멍하니 바라보았다.부승민은 천천히 몸을 숙여 온하랑의 눈썹 위로 가볍에 입을 맞추고는 작게 속삭였다.“하랑아, 내 탓 하지 마…”…더원파크힐.정원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엔진 소리에 집 안에 있던 아주머니가 밖으로 나왔다.“대표님, 병원에 계신 거 아니셨어요? 왜 지금 돌아오세요?”손자도 이미 상태가 많이 호전 된 상태였고 또한 부승민이 위 출혈로 입원해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임 알고 있었던 아주머니였기에 일부러 이틀이나 일찍 돌아온 것이었다. 그녀는 내일 당장 병원을 찾아 부승민의 병문안을 가기로 계획하고 있었다. 부승민은 운전석 문을 닫고, 조수석으로 가 정신을 잃은 온하랑을 안고 나왔다.“시아는 뒷좌석에서 잠들어버렸어

  • 위태로운 제안   제482화

    부승민은 바로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일어나 구급상자를 꺼내 체온계를 찾아 온하랑의 체온을 쟀다.38.6도였다.부승민은 구급상자에서 해열제를 찾아 따뜻한 물 반 컵에 타 온하랑에게 먹였다. 그는 알코올을 수건에 적셔 온하랑의 이마와 목덜미를 가볍게 닦아주었다. 부승민은 수건을 한쪽에 두고 온하랑의 내복을 들어 올려 그녀의 겨드랑이를 닦아주려고 했지만, 내복이 너무 타이트한 나머지 닦을 수가 없었다. 부승민은 30초 정도를 망설이다가 그녀의 내복을 벗겼다. 이것도 다 온하랑을 위한 것인데 뒤 늦게부승민을 원망하지는 않을 것이다.부승민은 애써 자신을 위로했다. 그는 수건을 들고 온하랑의 겨드랑이, 팔, 가슴을 닦아주었다.그녀의 가슴골에서 보이는 하얀 살결과 잘록한 허리에 부승민의 눈빛은 더욱 시커먼 속내로 가득 들어찼다.부승민은 온하랑의 몸을 다 닦아주고 이불까지 덮어주었다. 그것도 모자라 침대 옆을 지켜가며 20분마다 체온을 측정하고 알코올을 묻힌 수건으로 온하랑의 몸을 닦아주었다. 새벽 네 시가 되어야 온하랑의 체온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부승민은 마침내 안심한 듯 이불을 열어 피곤해 녹초가 된 몸을 뉘고는 차가운 몸으로 온하랑을 안아주었다. 하지만 감은 눈을 통해 전해지는 부드럽고 매끈한 온하랑의 피부 감촉에 부승민은 도저히 잠들 수 없었다. 그의 몸속에서 사악한 불길이 일더니 부승민의 몸이 뜨거워졌다. 온하랑은 잠자리가 불편한 듯 부승민의 품속에서 계속하여 몸을 몇 번이고 뒤척였다. 동그랗게 힙업이 된 둔부가 여러 번 부승민의 민감한 부위를 자극하며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붓기라고 한 듯 몸속에서 이글거리는 불꽃이 더 거세졌다.부승민이 더 버티기 힘들었던 것은 온하랑이 몸을뒤척일 때마다 속옷을 지탱해주고 있던 그녀의 속옷 후크가 다 풀려 이제 그녀의 몸을 타고 미끄러지며 내려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부승민은 귀신에게 홀리기라도 한 듯 손을 내밀어 온하랑의 가슴에 묻었다.부시아가 말한 대로 좋은 향기가 났고 촉감도 말랑하니 좋

  • 위태로운 제안   제483화

    하지만 몸이 약해진 온하랑의 눈빛에는 위협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부승민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불 너머로 온하랑을 누르고는 큰 손으로 온하랑의 이마를 만지며 올려서 대충 온도를 파악했다. 이내 손을 거둔 부승민이 차분한 표정으로 물었다.“배고파?”“…”온하랑의 질문은 그저 무시하는 건가?“내가 묻잖아. 왜 나를 기절시킨 거냐고? 내 옷은 또 어디 있고?”온하랑이 눈을 크게 부릅뜨고 화를 냈다.하지만 부승민은 계속 직접적인 대답을 피했다. “아주머니께서 아침 준비해주셨어. 내가 조금 있다가 가져다줄게. 어젯밤에 열나던데, 지금은 어때? 어디 아픈 데 있어?”“옷부터 줘, 내가 직접 내려가서 먹을 거야!” “누워있으라고 했다. 말 들어. 내려가서 아침 갖다 줄 테니까.”말을 미친 부승민이 곧장 자리를 떴다.온하랑은 치밀어 오르는 화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그녀는 온몸을 이불로 칭칭 휘감은 채 방에 있는 옷장 문을 열었다. 유감스럽게도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단 하나의 옷가지더 없었다.온하랑의 두 눈이 커졌다.온하랑은 휘청이며 문 앞까지 걸어가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하지만 그 문은 이미 부승민에 의해 굳게 잠긴 상태였다.방을 쭉 둘러보았지만 그 어떤 전자기기도 보이지 않았다.온하랑은 허무하게 침대에 내려앉아 잔뜩 화난 표정으로 침대를 힘껏 내리쳤다.그녀는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부승민에 의해 감금당했다는 것을.마치 어제 부승민이 온하랑에게 했던 말처럼, 부승민은 그녀를 새장 속의 새처럼 영원히 자신의 곁에 묶어둘 생각이었다.집에 돌아가지 않았으니 같이 사는 김시연이 분명 온하랑에게 전화를 걸었을 것이다.온하랑의 휴대전화는 지금 부승민에게 있다. 어쩌면 부승민은 지금 자신만의 핑계로 김시연을 속이고 있을 게 분명했다.김시연이 최대한 빨리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껴줘야만 한다.휴대전화 생각이 나자 온하랑은 또 민지훈이 떠올랐다.온하랑이 이마를 짚었다.금방 사귀기 시작한 사이이니 민지훈이라면 분명 온하랑에게 메시

  • 위태로운 제안   제484화

    온하랑의 침묵이 부승민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듯했다. 그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내 말 맞지?”온하랑은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지었다. 내며 열심히 해명하기 시작했다. 당차던 온하랑도 그 순간만큼은 어딘가 미안한 듯한 말투로 얘기했다.“사실은 그런 게 아니라… 뭐냐면….”부승민의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온하랑이 민지훈을 좋아한다는 그 부분만 빼면 말이다.“뭔데?”부승민이 이를 꽉 깨물고 되물었다.온하랑은 죄책감이 들었지만 여전히 강인한 태도로 부승민을 노려보며 말했다.“별거 아니야. 네 말이 맞아. 난 민지훈을 더 좋아해. 그래서 고백했을 때 그냥 받아줬어. 거기에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해? 난 이제 솔로고 연애 좀 하겠다는데 전남편 눈치까지 봐야 해?”부승민은 온하랑을 살벌하게 노려보더니 분노에 찬 헛웃음을 흘렸다.부승민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분노의 불길이 점점 거세졌다. 짙은 안개가 깃든 듯한 눈에, 칼날같이 날카로워진 눈빛에 이성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큰 손으로 이불을 젖혀 온하랑의 맨살을 강제로 드러냈다. 부승민은 입꼬리를 올려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예쁘다, 하랑아. 만약 내가 이 상태로 네 사진 찍어서 민지훈한테 보내면, 그땐 너희 둘이 헤어지려나?”온하랑은 한 손으로 다급하게 자신의 속살을 가리며 다른 한 손으로는 필사적으로 부승민에게 빼앗긴 이불을 다시 뺏어오려 애를 썼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부승민의 말에 온하랑의 몸이 굳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분노에 가득 찬 부승민을 바라보았다.“부승민, 너 미쳤지!”“네가 나더러 미쳤다 그러는데, 내가 이런 미친 짓이라도 안 하면 억울해서 어떻게 살아?”온하랑은 놀란 눈빛으로 부승민을 쳐다보았다. 이윽고 부승민의 조각 같은 얼굴이 점점 가까워졌다.그는 몸을 숙여 온하랑의 입술을 삼켰다. 거칠게 물고 씹고 빨아댔다.힘껏 저항하던 온하랑의 두 손은 부승민에 의해 쉽게 제압되어 머리 위로 올려졌다. 그는 남는 한 손으로 온하랑의 말캉한 살을 지분거렸다

  • 위태로운 제안   제485화

    잠옷을 받아든 온하랑은 부승민의 시선을 느끼자 급격히 어두워진 표정으로 말했다.“나가.”“못 본 것도 아닌데.”부승민의 눈빛이 어딘가를 바라보더니 이내 몸을 돌려 방 밖으로 나갔다.옷을 입은 온하랑은 그제야 아침밥을 먹기 시작했다.사실 온하랑의 배는 진작 꼬르륵 소리로 난리가 나 있었다. 아주머니가 한 반찬들이 하나같이 다 입맛에 맞았던 탓에 온하랑은 빠른 속도로 식사를 마쳤다.쟁반을 들고 계단을 내려가던 온하랑은 식탁 앞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고 있던 부시아를 발견했다. 부시아 역시 온하랑을 발견하고는 신난 듯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작은 엄마!”“시아 밥 꼭꼭 씹어 먹어. 작은 엄마는 지금 감기에 걸려서 시아랑 같이 놀아줄 수가 없을 것 같아…”온하랑은 쟁반을 주방에 갖다 놓았다. 아주머니는 미리 설거짓거리를 정리하고 있었다.온하랑이 접시를 내려놓으며 자연스레 질문을 던졌다.“아주머니, 손자분이 앓고 있던 병은 나았나요?”“많이 좋아졌어요. 며칠만 지나면 완치될 것 같아요.”“잘됐네요.”온하랑이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럼 수고하세요. 먼저 가보겠습니다.”“아, 사모님!”아주머니가 온하랑을 불러세웠다.“까먹으신 것 같은데. 저는 이제 사모님이 아니에요.”“제 마음속에서는 영원히 사모님이세요. 사모님, 사모님께서는 모르시겠죠? 어젯밤에 열이 39도까지 오르셔서 대표님께서 밤새 간호해주고 계셨어요. 약도 먹여주고 몸도 닦아주고, 열 내리실 때까지 옆에서 얼마나 지극정성으로 간호해줬는지 몰라요. 지금 대표님도 환자예요. 가끔은 옆에서 가만히 지켜만 봐도 대표님이 사모님 얼마나 사랑하고 계시는지 다 보일 때가 있어요. 저는 진심으로 사모님께서 대표님께 한 번만 더 기회를 줬으면 좋겠네요…”“아주머니, 부승민이 절 위해 해준 일에 대해선 저도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한테는 이미 남자친구가 따로 생겨버려서요.”도우미 아주머니의 놀란 표정이 보였다.“남… 남자친구가 생겼다고요? 너무 이른 거 아닌가요?

  • 위태로운 제안   제486화

    “방금 뭐라고 했어?”부승민이 고개를 돌려 온하랑을 응시했다.온하랑이 다급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아무 말도 안 했어. 잘못 들었나 보네. 휴대폰 돌려줘!”온하랑은 강경한 태도로 부승민을 바라보았다.어쨌든 휴대전화에는 비밀이 많았고 온하랑은 그것들을 부승민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만약 부승민이 온하랑의 휴대전화로 민지훈에게 이상한 메시지라도 보내면 이때까지의 노력이 모두 수포가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그리고 온하랑은 부승민이 자신과 서우현의 채팅 기록을 보고 민지훈에게 접근한 목적을 알아채기라도 할까 봐 그게 두려웠다.온하랑이 사실 민지훈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면 부승민은 그 전보다 더 심하게 온하랑을 꽉 붙잡고 절대 놓아주려 하지 않을 테니.“휴대폰이 그렇게 중요해?”온하랑의 마음속에서 불꽃이 일기 시작했다. 그녀는 큰 두 눈을 부릅뜨고 부승민을 째려보더니 깊게 숨을 들이쉬며 겨우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어차피 지금 어디 가지도 못하는데 휴대폰 돌려준다고 해도 별 쓸모는 없겠다.”부승민은 무언가 떠오른 듯 눈빛이 반짝이더니 온하랑을 가만히 응시했다.“뽀뽀 해주면, 휴대전화 돌려줄게.”부승민의 말투에는 어딘가 알 수 없는 우월감까지 느껴졌다.온하랑은 놀란 나머지 턱까지 빠질 뻔했다.그녀는 놀란 눈으로 부승민을 바라보았다. 그 놀라움의 눈빛이 경멸스러움으로 바뀌는 것은 한순간이었다.“부승민, 넌 진짜 또라이야!”“넌 그냥 나한테 뽀뽀할 건지 안 할 건지 대답만 해.”화가 난 온하랑이 그대로 이를 악물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치 경계심이 온몸의 털이 바짝 선 고양이가부승민에게 하악질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녀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결정했어? 나 병원 가봐야 하는데.”부승민은 일부러 당장이라도 출발할 듯한 기세를보였다.보폭이 큰 편이었던 부승민은 몇 걸음 안 가 곧장 거실 현관에 도착했다.온하랑은 부승민이 현관을 열고 나가려던 그 순간, 등 뒤에서 부승민을 불러 세웠다.“잠깐만!”온하

  • 위태로운 제안   제487화

    그녀는 핸드폰을 열어 확인했다. 어제 확실히 민지훈과 김시연이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었다.부승민이 그녀 대신 대답했다. 그리고 김시연에게 돌아가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그가 이상한 얘기를 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게다가 부승민이 그녀와 서우현의 대화 기록을 보지 못해서 다행이었다.오늘 아침, 민지훈은 또 문자를 보냈다. 아침 7시 32분에 햇살 이모티콘과 함께 보낸 문자였다.[좋은 아침이에요. 누나.]그리고 이제 거의 8시가 된 시점에 온하랑이 답장했다.[너도 좋은 아침이야.]얼마 지나지 않아 민지훈은 온하랑에게 문자를 보내 출근 중이라고 했다.온하랑은 감기에 걸린 일을 얘기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꽤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다.얼마 지나지 않아 김시연은 별장으로 왔다. 그녀가 든 종이가방에는 온하랑의 옷이 있었다.온하랑이 김시연을 부른 것이었다.멍청한 부승민. 정말 내가 이곳에 앉아있기만 할 줄 알아?김시연은 침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부시아가 아래층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문을 닫은 후에야 한숨을 내쉬었다.“부지런은 정말 사악해. 이거 봐. 계속 엮이면 더 힘들어진다니까. 이번에는 몰라도 다음에 널 다시 가두면 어쩌려고. 시아가 귀여운 건 알아. 나도 시아를 귀여워하고. 하지만 네 생각도 해야 할 거 아니야. 시아가 네 아이도 아니고. 네가 평생 키울 것도 아니잖아.”온하랑이 침묵하더니 말했다.“너 오늘 출근해?”사실 그녀는 그녀와 부승민 사이에 부시아가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부시아가 없다고 해도 부승민은 계속 그녀한테 매달릴 것이다.다른 방법으로, 계속해서 궁리해서 그녀를 따라다닐 것이다.온하랑이 이곳을 완전히 떠나지 않는 이상 말이다.온하랑은 부선월처럼 이민 생각이 있긴 하지만 그건 아버지의 복수를 완성한 후의 일이다.김시연은 시계를 보더니 숨을 들이켰다.“아, 지각이다! 난 얼른 갈게!”김시연이 떠난 후, 온하랑은 밖으로 나갔다.부시아는 같이 나갈 수 없어 실망했다.온하랑은 돌아와서 같이 점심을 먹겠다

Latest chapter

  • 위태로운 제안   제1279화

    간단한 몇 마디 인사로도 두 사람 사이엔 짙은 긴장감이 흘렀다.온하랑은 살짝 부승민을 힐끔 보았다.‘오늘 밤 여기에 머무르겠다고? 뭐, 괜찮네.’메이슨이 하품을 하며 졸린 기색을 내비쳤다.“졸려? 위층에 가서 잘래?” 온하랑이 물었다.“네.” 메이슨은 조그맣게 대답하며 손에 들고 있던 체스를 내려놓았다. 아이는 카펫을 짚고 일어서더니 최동철을 한번 쳐다보고는 작게 말했다.“엄마, 이야기 해주시면 안 돼요?”“그래, 엄마가 이야기 들려줄게.”온하랑은 메이슨의 손을 잡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최동철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카펫 위에 흩어진 장난감과 보드게임을 간단히 정리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부승민에게 말했다.“편히 있어.”그 말과 함께 최동철도 계단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메이슨은 세수를 하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 이불 속에 들어갔고 온하랑은 침대 옆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동화책을 펼쳤다.책 속 두 번째 이야기의 첫 페이지를 넘기며 차분한 목소리로 읽어나가기 시작했다.몇 문장 읽었을 때 최동철이 조용히 방으로 들어왔다.온하랑은 잠시 멈칫했지만 최동철이 손짓으로 계속 읽으라는 신호를 보냈다.그는 천천히 침대 끝에 앉아 온하랑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집중해서 이야기를 들었다.고요한 방 안에는 온하랑의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만이 흘렀다.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잔잔한 시냇물처럼 공간을 가득 채우며 은은하게 번졌다.방 안의 분위기는 조화롭고 따뜻했다. 부드러운 조명이 구석구석을 비추며 아늑함을 더했고 평온함이 감돌았다.최동철은 침대 끝에 조용히 앉아 온하랑의 이야기를 들으며 평화로운 이 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그의 눈빛은 한없이 부드럽고 따뜻했는데 마치 깊고 맑은 호수처럼 고요하면서도 그 속에 담긴 감정은 한없이 깊었다.언제부터였는지 메이슨은 점점 고른 숨소리를 내며 꿈나라로 빠져들었다.이야기가 끝에 다다랐고 온하랑은 마지막 문장을 읽은 후 책을 조심스럽게 덮었다.의자를 원래 자리로 옮기고 일어났다.최동철도 온

  • 위태로운 제안   제1278화

    최동철은 영어로 낮게 속삭이며 메이슨에게 말했다.“메이슨, 엄마 전화야. 직접 말씀드려.”“엄마, 보고 싶어요. 언제 돌아오세요?”메이슨의 어린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부승민의 얼굴엔 아무런 표정도 없었는데 그런 상황을 이미 예상하고 있는 듯했다.온하랑은 메이슨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고 모자 간의 정은 쉽게 끊을 수 없는 법이었다.그건 마치 그가 부시아를 포기할 수 없는 것과 같았다.다만 최동철의 교활함이 문제였다. 아이를 이용해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는 그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온하랑은 참지 못하고 대답했다.“엄마 지금 외식 중이야. 금방 돌아갈게.”“네. 그럼 엄마 돌아오면 자러 갈게요.”메이슨의 목소리가 끝나자 수화기 너머로 최동철이 다시 말을 이었다.“하랑아, 혹시 불편하면 안 돌아와도 돼. 내가 메이슨을 잘 달래볼게.”부승민은 그 말을 듣고 냉소를 터트렸다.‘목적을 이루고 나서도 마치 배려심 깊은 척 연기까지 하다니.’온하랑은 부승민을 한 번 힐끗 보더니 최동철에게 말했다.“불편하지 않아요. 곧 돌아갈게요.”최동철은 부승민의 냉소를 못 들은 척하며 말했다.“그래, 여기서 기다릴게.”전화가 끊기자 부승민은 최동철의 말투를 따라 하며 비꼬듯 말했다.“그래, 여기서 기다릴게.”온하랑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말했다.“나 샤워 좀 할게.”그러나 침대에서 내려가려던 그녀는 부승민에게 다시 눌려졌다.“좀 이따 가. 우리 아직 ‘저녁’ 다 안 먹었잖아.”“...빨리 끝내.”메이슨이 너무 오래 기다릴까 봐 그녀는 서둘렀다.부승민은 이를 꽉 물고 말했다.“그래, 빨리 끝낼게.”그러고는 온하랑을 다시 한 번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삼았다.이번엔 정말 빨랐다.그의 움직임이 빨랐고 그녀가 여러 번 절정에 다다르는 시간도 짧았다.끝난 뒤 온하랑이 땅에 발을 딛자마자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결국 부승민이 그녀를 안아 욕실로 데려가 간단히 씻겨 주었다.샤워를 마친 뒤 옷을

  • 위태로운 제안   제1277화

    저녁 식사 후, 온하랑은 부승민과 함께 호텔로 돌아왔다.부승민은 그녀의 뒤를 따라 걸으며 문을 닫고 슬리퍼로 갈아신었다. 그러면서도 무심한 듯 물었다.“샤워할 거야?”온하랑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고 그들의 시선이 맞닿았다.온하랑은 그의 눈 속에 타오르는 불길을 발견했다.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었다. 그의 말에 담긴 속뜻을 이미 충분히 이해한 그녀는 조용히 대답했다.“응.”그녀는 천천히 욕실로 걸어갔고 부승민은 그런 그녀를 따라 들어갔다.샤워기의 물소리가 욕실 가득 울려 퍼지면서 따뜻한 김이 허공을 채웠다.온하랑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그녀의 다리는 그의 허리에 감겨 있었고 몸은 공중에 떠 있었다.뜨거운 물줄기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타고 흘러내렸다. 마치 폭우 속에서 흔들리는 작은 꽃처럼 그녀는 그의 움직임에 따라 떨리고 있었다.온하랑은 두 손으로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숨죽인 목소리로 말했다.“좀... 좀 천천히 해...”오랜만이라 그런지 부승민은 이번만큼은 참을 수 없는 충동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는 잠시 멈춰 샤워기를 껐고 긴 팔을 뻗어 수건을 집어 그녀의 몸 위에 덮었다. 그리고는 가뿐히 그녀를 안고 욕실을 나섰다.온하랑은 살짝 찡그린 표정으로 붉어진 눈가를 하고는 그가 힘을 준 팔뚝을 붙잡고 말했다.“빨리 가.”“알겠어.”“...아니, 그렇게... 빠르게가 아니야... 으응...”그녀는 그가 터치할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했다.“알아.”그는 그녀의 말을 따르며 빠르게 걸음을 옮겼고 이내 창가에 도착했다.“안 돼...” 온하랑은 그의 팔을 꽉 잡았다. 아래를 힐끗 보니 차들이 오가며 번화한 거리와 길게 늘어진 가로등 불빛이 보였다.눈을 위로 돌리자 별이 가득한 밤하늘이 펼쳐졌는데 천장이 없는 듯한 탁 트인 느낌이 들었다.부승민은 그녀의 입술을 엄지로 문지르며 속삭였다.“긴장하지 마. 건너편엔 높은 건물이 없으니 아무도 볼 수 없어.”그는 그렇게 말하며 그녀를 내려놓았고 그녀의 허리를

  • 위태로운 제안   제1276화

    어두운 조명과 검은색 자동차가 어우러져 최동철의 실루엣이 희미해졌고, 거기에 부승민이 거의 다 왔다고 메시지를 보낸 터라, 온하랑은 무심코 그가 부승민이라고 생각했다. 누가 알았겠는가, 하필 이때 최동철이 올 줄은 말이다.“너 내 차가 온 걸 보고서도 그 사람한테서 안 떨어지고 오히려 머리를 돌려서 못 본 척하더라.”그는 최동철이 일부러 그와 비슷한 차를 몰고, 비슷한 옷을 입었다고 생각했다. 이 시간에 온 걸 보면 내일 출장을 핑계로 별장에 묵으려는 게 뻔했다.“...!”온하랑은 난감해서 울상 지었다.“못 본 척한 게 아니라 진짜 못 봤어...”눈 부신 헤드라이트 불빛이 쫙 비친 순간 온하랑은 아무것도 안 보였다. 그냥 지나가는 이웃 차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내가 경적 안 울렸으면, 넌 내가 온 줄도 모르고 계속 그 사람이랑 얘기했겠네?”“아니거든.... 사람 잘못 본 걸 발견하고 나서 바로 옆에 있던 네 차를 알아봤어.”온하랑은 아랫입술을 꼭 깨물며 변명하듯 말했다.부승민이 말없이 그녀만 지그시 바라보자 온하랑은 눈을 깜빡였다.“왜 그렇게 쳐다봐? 혹시 내가 그 사람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거야?”“그렇다면?”온하랑은 콧방귀를 뀌었다.“그럼 바로 널 차버렸지. 뭐 하러 여기 앉아서 연기하겠어?”“...”온하랑은 문득 차창 밖을 보다가 여전히 차 옆에 서 있는 최동철을 발견했다. 그를 보는 순간 다시 민망해져서 부승민 팔을 쿡쿡 찌르며 말했다.“우리 이제 가자.”부승민은 갑자기 몸을 기울여 온하랑 뺨에 입을 맞췄다.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는 몸을 살짝 뒤로 빼고 투명한 창문 너머로 최동철과 눈을 마주쳤다. 그러고 나서 가속 페달을 밟아 단지 밖으로 차를 몰았다.차 안에는 난방이 빵빵하게 돌아서 훈훈했다.온하랑은 얼굴이 달아올라 입고 있던 패딩을 벗어 뒷자리에 던졌다. 그러곤 바깥 풍경을 힐끗 보며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우리 어디 가서 밥 먹을 거야?”부승민은 대답 대신 갑자기 차를 길가에 세웠다.“왜 멈춰?”

  • 위태로운 제안   제1275화

    온하랑은 하루 종일 메이슨과 밖에서 신나게 놀다가 해 질 무렵이 돼서야 돌아왔다. 차를 타고 오는 도중에 메이슨은 이미 잠이 들었다.도착하자 도우미가 저녁 식사를 먼저 할 거냐고 물었다. 온하랑은 메이슨이 잠에서 깨면 같이 먹겠다고 했다.오후 늦게쯤, 메이슨이 조금 출출해해서 온하랑이 그를 데리고 디저트 가게에 갔고 같이 케이크를 먹었기에 지금은 배가 고프지 않았다.온하랑은 노트북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테이블에 앉아 업무를 처리했다.창밖은 이미 어둠이 깔려 있었다.온하랑이 기지개를 켜려는 순간 휴대폰이 두 번 울렸다. 확인해 보니 부승민에게서 온 메시지였다.[지금 데리러 갈게. 야식 먹자. 거의 다 왔어.]온하랑은 답장을 보냈다.[좋아, 나도 아직 저녁 못 먹었어.]그리고 노트북을 덮고 도우미에게 말했다.[잠깐 밖에 나갈 건데 언제 들어올지 몰라요. 30분 뒤쯤에 메이슨 깨워서 밥 먹여 주세요.]도우미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온하랑은 방으로 올라가 다시 메이크업을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방에서 나오며 베란다를 지나칠 때 무심코 밖을 내다봤다.부승민의 차가 이미 별장 입구에 와 있었다.차 옆에는 듬직한 남자가 서 있었는데, 한 손을 차 문 위에 올리고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운 채였다. 불빛이 빨갛게 깜빡이고 있었다.온하랑은 서둘러 아래층으로 내려가 신발을 갈아 신고 밖으로 나왔다.부승민이 여전히 등을 돌린 채 담배를 피우고 있자, 온하랑은 조용히 다가가더니 갑자기 달려들어 그의 허리를 뒤에서 꽉 껴안았다.“서프라이즈!”남자는 온몸이 움찔했다. 뜨거운 손이 온하랑이 교차한 두 손을 덮었고, 다른 손에서 담배가 땅에 떨어졌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담배꽁초를 발로 짓눌렀다.마침 그때, 앞쪽 코너에서 자동차 한 대가 환한 헤드라이트 불빛을 비추며 다가왔다. 눈이 부실 정도였다.온하랑은 고개를 돌려 남자 등 뒤에 얼굴을 묻은 채 물었다.“왜 아무 말도 안 해?”“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이게 꿈인 것 같아.”낯설지

  • 위태로운 제안   제1274화

    “그러면 이젠...”“네가 기회를 봐서 사모님을 도발해 봐. 사모님이 열받아서 너를 미워하게 만들어야 해.”간하림이 말했다.그 말이 떨어지자 전화기 너머로 잠시 정적이 흘렀다. 간하림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설윤이 내 의도를 알아챈 거 아니야?’“내가 임신한 척해서 사모님을 자극하고 사모님이 열받아서 나를 밀면 유산한 척한다... 이런 걸 말하는 거야?”“맞아.”간하림이 한숨을 내쉬며 맞장구쳤다.“바로 그거야!”‘때가 되면 사모님이 널 밀기는커녕 오히려 네 거짓 임신을 들춰내 버릴걸.’“근데...”“왜?”“나, 진짜 임신했어.”“진짜 임... 뭐라고? 네가 진짜로 임신했다고?”간하림이 깜짝 놀랐다.“응.”설윤 목소리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어제 집에 돌아왔는데 자꾸 가슴이 답답하고 매스꺼워서 문득 생리가 밀린 게 떠올라 임신 테스트기를 사 봤거든. 근데... 정말로 임신이라고 나오더라.”간하림은 속이 쓰린 듯 질투심이 솟아올랐다. 나이도 많은 최국환이 그녀를 임신시킬 줄도 몰랐다.‘운도 참 좋지.’만약 아이를 낳아서 최씨 가문의 재산을 조금이라도 물려받게 되면 설윤은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늦둥이는 더 귀여움을 받기 마련이다.“맞다.”설윤은 혼잣말하듯 계속했다.“아직 병원에는 안 가 봤어. 언제 가지?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너 임신한 거 회장님한테 말했어?”간하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니, 병원에서 검사받은 다음에 보고서 들고 가서 서프라이즈로 보여주려고.”“그렇구나... 음, 윤아. 네가 임신했다면 아까 그 방법은 쓰면 안 돼. 네 몸 상하면 안 되지. 내가 좀 더 고민해 볼게.”‘사모님께 한번 물어보고 나서 다시 얘기해야겠다.’“하림아, 만약 내가 아이를 낳으면 회장님한테도 양육 의무가 생기지 않아? 그럼 사모님도 날 쉽게 쫓아내지 못할 텐데 굳이 지금 상대할 필요가 있나?”“...”전화를 끊고 나서, 간하림의 마음속에는 부러움과 질투가 한꺼번에 치밀어 올라 견딜

  • 위태로운 제안   제1273화

    임연지도 임가희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임가희는 그녀가 너무 성급했다고 나무랐다.임연지는 입으로는 잘못을 인정했지만 속으로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어차피 그녀는 일부러 설윤의 정체를 드러내서 가방을 손에 넣으려고 한 것이기 때문이다.오후가 되자, 임연지는 예상대로 점원에게서 설윤이 환불했다는 소식을 받았다. 그녀는 곧바로 가방을 예약하고 직접 가게에 가서 찾아왔다.가방을 손에 넣은 임연지는 후련한 기분으로 예쁜 사진을 찍어 한진에게 보냈다.[나 가방 받았어.]시간을 보니 이때쯤 한진은 막 일어났을 것 같았다.잠시 후 한진이 답장을 보냈다.[진짜 예쁘네! 처음 나왔을 때부터 딱 꽂혔는데 네가 준다니까 사양 안 할게.][이제 어떻게 할 거야? 내 쪽에 맡겨뒀다가 네가 귀국할 때 가져갈래, 아니면 누가 대신 가져다주게 할까?][며칠 뒤에 우리 오빠가 갈 거야. 나 대신 가져다줄 수 있어. 너 언제 시간 돼? 시간 맞춰서 오빠를 보낼게.][난 지금도 괜찮아. 나 센트럴 백화점 4층 커피숍에 있어.][좋아, 내가 오빠한테 전화해 볼게.]몇 분 뒤, 한진이 다시 연락했다.[오빠가 지금은 바쁘대. 그래서 오빠 비서가 대신 갈 거야. 거기서 좀 기다려 줘. 곧 도착할 거야.][알겠어.]임연지는 커피를 시켜 천천히 마시면서 한진과 채팅을 이어갔다.[진아, 근데 네 방법 진짜 효과 좋아. 내가 이틀 정도 오재*을 냉대했더니 바로 전처럼 나한테 잘하려고 해.][그 사람 몰래 귀국해서 부모나 친구들한테도 알리지 못하고 호텔에만 틀어박혀 있으니까 얼마나 답답하겠어. 결국 너밖에 연락할 데가 없잖아? 계속 차갑게만 대하면 안 돼. 가끔 잘해주기도 하면서 밀당해 봐. 그래야 헷갈릴 거야.][알겠어.]카페에서 20분쯤 기다리자, 정장을 입고 안경을 쓴 깔끔한 청년이 들어와서 주위를 둘러보고는 곧장 임연지에게 다가왔다.임연지는 그 청년이 비서임을 확인한 뒤 가방을 건네주고 커피숍을 나왔다....간하림은 임가희의 지시를 따르기로 했지만 속으로는 난감해졌

  • 위태로운 제안   제1272화

    수화기 너머로 임가희는 잠시 멍해 있다가 임연지가 충동적으로 행동했을까 봐 걱정하며 바로 물었다.“오늘 센트럴 백화점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아? 모르셨어요?”간하림은 간단하게 사건의 경과를 설명했다.“따귀를 맞은 일로 설윤은 굉장히 화가 났어요. 그래서 지금 사모님께 복수할 생각만 하고 있다니까요.”그 말을 듣자 임가희는 안심했다.뺨 한 대 맞고 참지 못해 도망가는, 겨우 스무 살짜리 감정적인 계집애 따위는 신경 쓸 가치도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무심하게 말했다.“이틀 후에 너희 가게로 갈 거야. 그때까지 설윤을 잘 부추겨서 나한테 덤비게 만들어.”간하림은 곧바로 그녀의 의도를 알아챘다.“알겠습니다. 사모님,”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드는 장면은 반드시 녹화되어 최국환에게 전달될 것이다.하지만 어떻게 하면 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들도록 만들 수 있을까?리우 그룹.최국환은 회의를 마치고 몇몇 오랜 친구들과 식사를 하러 갔다.모임이 끝나고 나서야 비서가 그에게 말할 기회를 찾았다.“오전에 사모님과 설윤 씨께서 전화하셨습니다. 설윤 씨는 가방을 사지 않겠다고 하시며 환불해 달라고 하셨습니다.”“갑자기 왜?”“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전화에서 설윤 씨 목소리가 이상했어요. 울먹이는 것 같았습니다.”최국환은 한창 젊은 애인에게 푹 빠져 있던 터라 설윤에게 전화를 걸었다.거의 끊어지려는 순간, 전화가 연결되었다. 설윤의 목소리는 살짝 쉰 듯했다.“국환 씨.”“김 비서 말로는 가방 환불해 달라고 했다던데.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더니 왜 갑자기?”설윤은 잠시 말이 없다가 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싫어졌어요. 이유는 없어요.”“이유가 없어? 그럼 목소리는 왜 그래? 누가 괴롭혔어? 누군지 말만 해. 감히 내 여자를 괴롭히다니!”“묻지 마세요. 저 때문에 국환 씨와 사모님 사이가 나빠지는 건 싫어요.”“오? 내 마누라와 관련된 일이야?”“말했잖아요, 묻지 마시라고요. 더 물으면 저 진짜 삐질 거예요.”“아이고, 또 어린애

  • 위태로운 제안   제1271화

    “정말... 어이가 없어...”설윤은 시선을 피하며 돌아서려 했다.“어딜 가요? 방금 구매 기록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제 와서 못 보여주는 건데요?”임연지는 설윤의 길을 막아서며 그녀 손에 든 선물 상자를 잡고 비꼬듯 말했다.“젊은 아가씨가 왜 이렇게 뻔뻔해요? 유부남인 거 뻔히 알면서 끼어들다니. 내 고모부가 그쪽 아빠보다 나이도 많은데, 역겹지도 않아요? 몸 팔아서 얻은 가방을 들고 다니니까 좋아요?” 마침 가게에 들어오던 손님 몇 명이 임연지의 말을 듣고 문 앞에서 수군거렸다.설윤은 수치심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인 채 임연지를 밀치고 가게를 나서 황급히 도망쳤다.간하림은 그 모습을 보고 재빨리 뒤따라갔다.“저기요. 설윤 씨, 가방은...”점원은 임연지의 손에 들린 선물 상자를 보고 두 번 불렀다.그러나 설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이게 다 무슨 일이래!“그만 불러요. 안 올 거예요.”임연지는 웃으며 손에 든 선물 상자를 내려다봤다.“저 여자가 싫다고 두고 갔으니 이 가방 저 주세요.”“임연지 씨, 죄송하지만 설윤 씨는 그런 말씀이 없으셔서...”“걱정 마세요, 분명히 환불할 거예요. 환불하면 이 가방 저한테 남겨 두세요.”임연지는 선물 상자를 점원에게 건넸다.점원은 임연지의 배경을 생각하며 마지못해 대답했다.“설윤 씨가 환불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네.”가방을 못 사서 한진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했는데 상황이 반전되고 내연녀까지 혼내주고 나니 임연지는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윤아, 괜찮아?”마침내 매장 근처를 벗어나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사라지자 설윤은 걸음을 멈추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간하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넋이 나간 채 앞으로 걸어갔다.“윤아, 어디 가서 좀 앉을까?”설윤은 마침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근처 카페의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간하림이 그녀를 위로했다.“윤아, 너무 속상해하지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