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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1화

Author: 고운
온하랑은 그런 부시아를 차마 깨울 수 없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부시아의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볼을 콕콕 질렀다. 아이의 볼은 마치 갓 태어난 갓난 아기의 엉덩이처럼 탱글탱글 했다.

뻗었다 손을 거두자 온하랑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뒤에 있던 사람과 부딪혔다. 그녀는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언제 왔는지 모를 부승민이 온하랑의 뒤에 서서 눈도 깜빡 하지 않고 그녀를 쳐다 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한 방울 의 먹물이라도 흘러 나올 듯 새까맸다.

둘의 시선이 공중에서 얽히자 온하랑은 귀신이라도 본 듯 등골이 오싹해져 무의식적으로 침을 꿀꺽 삼키며 간신히 평정심을 되찾았다.

“부승민? 왜 이렇게 기척도 없이 와?”

“네가 너무 집중해서 못 느꼈을 뿐이야.”

“그래?”

“응.”

온하랑은 오늘 밤의 부승민에게 어딘가 모르게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온하랑은 별로 개의치 않고 그저 부시아를 빨리 깨워 이곳을 떠날 준비를 했다.

“시…”

입을 여는 순간, 온하랑은 순간적으로 목덜미에서 전해져오는 고통을 느끼고는 이내 머릿속이 하얘 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눈앞이 새까매지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부승민은 정신을 잃은 온하랑을 받아 안은 채 우아하고 매혹적인 그녀의 얼굴을 홀린 듯 멍하니 바라보았다.

부승민은 천천히 몸을 숙여 온하랑의 눈썹 위로 가볍에 입을 맞추고는 작게 속삭였다.

“하랑아, 내 탓 하지 마…”

더원파크힐.

정원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엔진 소리에 집 안에 있던 아주머니가 밖으로 나왔다.

“대표님, 병원에 계신 거 아니셨어요? 왜 지금 돌아오세요?”

손자도 이미 상태가 많이 호전 된 상태였고 또한 부승민이 위 출혈로 입원해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임 알고 있었던 아주머니였기에 일부러 이틀이나 일찍 돌아온 것이었다. 그녀는 내일 당장 병원을 찾아 부승민의 병문안을 가기로 계획하고 있었다.

부승민은 운전석 문을 닫고, 조수석으로 가 정신을 잃은 온하랑을 안고 나왔다.

“시아는 뒷좌석에서 잠들어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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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nay na kabanata

  • 위태로운 제안   제482화

    부승민은 바로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일어나 구급상자를 꺼내 체온계를 찾아 온하랑의 체온을 쟀다.38.6도였다.부승민은 구급상자에서 해열제를 찾아 따뜻한 물 반 컵에 타 온하랑에게 먹였다. 그는 알코올을 수건에 적셔 온하랑의 이마와 목덜미를 가볍게 닦아주었다. 부승민은 수건을 한쪽에 두고 온하랑의 내복을 들어 올려 그녀의 겨드랑이를 닦아주려고 했지만, 내복이 너무 타이트한 나머지 닦을 수가 없었다. 부승민은 30초 정도를 망설이다가 그녀의 내복을 벗겼다. 이것도 다 온하랑을 위한 것인데 뒤 늦게부승민을 원망하지는 않을 것이다.부승민은 애써 자신을 위로했다. 그는 수건을 들고 온하랑의 겨드랑이, 팔, 가슴을 닦아주었다.그녀의 가슴골에서 보이는 하얀 살결과 잘록한 허리에 부승민의 눈빛은 더욱 시커먼 속내로 가득 들어찼다.부승민은 온하랑의 몸을 다 닦아주고 이불까지 덮어주었다. 그것도 모자라 침대 옆을 지켜가며 20분마다 체온을 측정하고 알코올을 묻힌 수건으로 온하랑의 몸을 닦아주었다. 새벽 네 시가 되어야 온하랑의 체온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부승민은 마침내 안심한 듯 이불을 열어 피곤해 녹초가 된 몸을 뉘고는 차가운 몸으로 온하랑을 안아주었다. 하지만 감은 눈을 통해 전해지는 부드럽고 매끈한 온하랑의 피부 감촉에 부승민은 도저히 잠들 수 없었다. 그의 몸속에서 사악한 불길이 일더니 부승민의 몸이 뜨거워졌다. 온하랑은 잠자리가 불편한 듯 부승민의 품속에서 계속하여 몸을 몇 번이고 뒤척였다. 동그랗게 힙업이 된 둔부가 여러 번 부승민의 민감한 부위를 자극하며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붓기라고 한 듯 몸속에서 이글거리는 불꽃이 더 거세졌다.부승민이 더 버티기 힘들었던 것은 온하랑이 몸을뒤척일 때마다 속옷을 지탱해주고 있던 그녀의 속옷 후크가 다 풀려 이제 그녀의 몸을 타고 미끄러지며 내려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부승민은 귀신에게 홀리기라도 한 듯 손을 내밀어 온하랑의 가슴에 묻었다.부시아가 말한 대로 좋은 향기가 났고 촉감도 말랑하니 좋

  • 위태로운 제안   제483화

    하지만 몸이 약해진 온하랑의 눈빛에는 위협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부승민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불 너머로 온하랑을 누르고는 큰 손으로 온하랑의 이마를 만지며 올려서 대충 온도를 파악했다. 이내 손을 거둔 부승민이 차분한 표정으로 물었다.“배고파?”“…”온하랑의 질문은 그저 무시하는 건가?“내가 묻잖아. 왜 나를 기절시킨 거냐고? 내 옷은 또 어디 있고?”온하랑이 눈을 크게 부릅뜨고 화를 냈다.하지만 부승민은 계속 직접적인 대답을 피했다. “아주머니께서 아침 준비해주셨어. 내가 조금 있다가 가져다줄게. 어젯밤에 열나던데, 지금은 어때? 어디 아픈 데 있어?”“옷부터 줘, 내가 직접 내려가서 먹을 거야!” “누워있으라고 했다. 말 들어. 내려가서 아침 갖다 줄 테니까.”말을 미친 부승민이 곧장 자리를 떴다.온하랑은 치밀어 오르는 화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그녀는 온몸을 이불로 칭칭 휘감은 채 방에 있는 옷장 문을 열었다. 유감스럽게도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단 하나의 옷가지더 없었다.온하랑의 두 눈이 커졌다.온하랑은 휘청이며 문 앞까지 걸어가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하지만 그 문은 이미 부승민에 의해 굳게 잠긴 상태였다.방을 쭉 둘러보았지만 그 어떤 전자기기도 보이지 않았다.온하랑은 허무하게 침대에 내려앉아 잔뜩 화난 표정으로 침대를 힘껏 내리쳤다.그녀는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부승민에 의해 감금당했다는 것을.마치 어제 부승민이 온하랑에게 했던 말처럼, 부승민은 그녀를 새장 속의 새처럼 영원히 자신의 곁에 묶어둘 생각이었다.집에 돌아가지 않았으니 같이 사는 김시연이 분명 온하랑에게 전화를 걸었을 것이다.온하랑의 휴대전화는 지금 부승민에게 있다. 어쩌면 부승민은 지금 자신만의 핑계로 김시연을 속이고 있을 게 분명했다.김시연이 최대한 빨리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껴줘야만 한다.휴대전화 생각이 나자 온하랑은 또 민지훈이 떠올랐다.온하랑이 이마를 짚었다.금방 사귀기 시작한 사이이니 민지훈이라면 분명 온하랑에게 메시

  • 위태로운 제안   제484화

    온하랑의 침묵이 부승민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듯했다. 그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내 말 맞지?”온하랑은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지었다. 내며 열심히 해명하기 시작했다. 당차던 온하랑도 그 순간만큼은 어딘가 미안한 듯한 말투로 얘기했다.“사실은 그런 게 아니라… 뭐냐면….”부승민의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온하랑이 민지훈을 좋아한다는 그 부분만 빼면 말이다.“뭔데?”부승민이 이를 꽉 깨물고 되물었다.온하랑은 죄책감이 들었지만 여전히 강인한 태도로 부승민을 노려보며 말했다.“별거 아니야. 네 말이 맞아. 난 민지훈을 더 좋아해. 그래서 고백했을 때 그냥 받아줬어. 거기에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해? 난 이제 솔로고 연애 좀 하겠다는데 전남편 눈치까지 봐야 해?”부승민은 온하랑을 살벌하게 노려보더니 분노에 찬 헛웃음을 흘렸다.부승민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분노의 불길이 점점 거세졌다. 짙은 안개가 깃든 듯한 눈에, 칼날같이 날카로워진 눈빛에 이성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큰 손으로 이불을 젖혀 온하랑의 맨살을 강제로 드러냈다. 부승민은 입꼬리를 올려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예쁘다, 하랑아. 만약 내가 이 상태로 네 사진 찍어서 민지훈한테 보내면, 그땐 너희 둘이 헤어지려나?”온하랑은 한 손으로 다급하게 자신의 속살을 가리며 다른 한 손으로는 필사적으로 부승민에게 빼앗긴 이불을 다시 뺏어오려 애를 썼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부승민의 말에 온하랑의 몸이 굳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분노에 가득 찬 부승민을 바라보았다.“부승민, 너 미쳤지!”“네가 나더러 미쳤다 그러는데, 내가 이런 미친 짓이라도 안 하면 억울해서 어떻게 살아?”온하랑은 놀란 눈빛으로 부승민을 쳐다보았다. 이윽고 부승민의 조각 같은 얼굴이 점점 가까워졌다.그는 몸을 숙여 온하랑의 입술을 삼켰다. 거칠게 물고 씹고 빨아댔다.힘껏 저항하던 온하랑의 두 손은 부승민에 의해 쉽게 제압되어 머리 위로 올려졌다. 그는 남는 한 손으로 온하랑의 말캉한 살을 지분거렸다

  • 위태로운 제안   제485화

    잠옷을 받아든 온하랑은 부승민의 시선을 느끼자 급격히 어두워진 표정으로 말했다.“나가.”“못 본 것도 아닌데.”부승민의 눈빛이 어딘가를 바라보더니 이내 몸을 돌려 방 밖으로 나갔다.옷을 입은 온하랑은 그제야 아침밥을 먹기 시작했다.사실 온하랑의 배는 진작 꼬르륵 소리로 난리가 나 있었다. 아주머니가 한 반찬들이 하나같이 다 입맛에 맞았던 탓에 온하랑은 빠른 속도로 식사를 마쳤다.쟁반을 들고 계단을 내려가던 온하랑은 식탁 앞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고 있던 부시아를 발견했다. 부시아 역시 온하랑을 발견하고는 신난 듯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작은 엄마!”“시아 밥 꼭꼭 씹어 먹어. 작은 엄마는 지금 감기에 걸려서 시아랑 같이 놀아줄 수가 없을 것 같아…”온하랑은 쟁반을 주방에 갖다 놓았다. 아주머니는 미리 설거짓거리를 정리하고 있었다.온하랑이 접시를 내려놓으며 자연스레 질문을 던졌다.“아주머니, 손자분이 앓고 있던 병은 나았나요?”“많이 좋아졌어요. 며칠만 지나면 완치될 것 같아요.”“잘됐네요.”온하랑이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럼 수고하세요. 먼저 가보겠습니다.”“아, 사모님!”아주머니가 온하랑을 불러세웠다.“까먹으신 것 같은데. 저는 이제 사모님이 아니에요.”“제 마음속에서는 영원히 사모님이세요. 사모님, 사모님께서는 모르시겠죠? 어젯밤에 열이 39도까지 오르셔서 대표님께서 밤새 간호해주고 계셨어요. 약도 먹여주고 몸도 닦아주고, 열 내리실 때까지 옆에서 얼마나 지극정성으로 간호해줬는지 몰라요. 지금 대표님도 환자예요. 가끔은 옆에서 가만히 지켜만 봐도 대표님이 사모님 얼마나 사랑하고 계시는지 다 보일 때가 있어요. 저는 진심으로 사모님께서 대표님께 한 번만 더 기회를 줬으면 좋겠네요…”“아주머니, 부승민이 절 위해 해준 일에 대해선 저도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한테는 이미 남자친구가 따로 생겨버려서요.”도우미 아주머니의 놀란 표정이 보였다.“남… 남자친구가 생겼다고요? 너무 이른 거 아닌가요?

  • 위태로운 제안   제486화

    “방금 뭐라고 했어?”부승민이 고개를 돌려 온하랑을 응시했다.온하랑이 다급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아무 말도 안 했어. 잘못 들었나 보네. 휴대폰 돌려줘!”온하랑은 강경한 태도로 부승민을 바라보았다.어쨌든 휴대전화에는 비밀이 많았고 온하랑은 그것들을 부승민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만약 부승민이 온하랑의 휴대전화로 민지훈에게 이상한 메시지라도 보내면 이때까지의 노력이 모두 수포가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그리고 온하랑은 부승민이 자신과 서우현의 채팅 기록을 보고 민지훈에게 접근한 목적을 알아채기라도 할까 봐 그게 두려웠다.온하랑이 사실 민지훈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면 부승민은 그 전보다 더 심하게 온하랑을 꽉 붙잡고 절대 놓아주려 하지 않을 테니.“휴대폰이 그렇게 중요해?”온하랑의 마음속에서 불꽃이 일기 시작했다. 그녀는 큰 두 눈을 부릅뜨고 부승민을 째려보더니 깊게 숨을 들이쉬며 겨우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어차피 지금 어디 가지도 못하는데 휴대폰 돌려준다고 해도 별 쓸모는 없겠다.”부승민은 무언가 떠오른 듯 눈빛이 반짝이더니 온하랑을 가만히 응시했다.“뽀뽀 해주면, 휴대전화 돌려줄게.”부승민의 말투에는 어딘가 알 수 없는 우월감까지 느껴졌다.온하랑은 놀란 나머지 턱까지 빠질 뻔했다.그녀는 놀란 눈으로 부승민을 바라보았다. 그 놀라움의 눈빛이 경멸스러움으로 바뀌는 것은 한순간이었다.“부승민, 넌 진짜 또라이야!”“넌 그냥 나한테 뽀뽀할 건지 안 할 건지 대답만 해.”화가 난 온하랑이 그대로 이를 악물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치 경계심이 온몸의 털이 바짝 선 고양이가부승민에게 하악질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녀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결정했어? 나 병원 가봐야 하는데.”부승민은 일부러 당장이라도 출발할 듯한 기세를보였다.보폭이 큰 편이었던 부승민은 몇 걸음 안 가 곧장 거실 현관에 도착했다.온하랑은 부승민이 현관을 열고 나가려던 그 순간, 등 뒤에서 부승민을 불러 세웠다.“잠깐만!”온하

  • 위태로운 제안   제487화

    그녀는 핸드폰을 열어 확인했다. 어제 확실히 민지훈과 김시연이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었다.부승민이 그녀 대신 대답했다. 그리고 김시연에게 돌아가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그가 이상한 얘기를 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게다가 부승민이 그녀와 서우현의 대화 기록을 보지 못해서 다행이었다.오늘 아침, 민지훈은 또 문자를 보냈다. 아침 7시 32분에 햇살 이모티콘과 함께 보낸 문자였다.[좋은 아침이에요. 누나.]그리고 이제 거의 8시가 된 시점에 온하랑이 답장했다.[너도 좋은 아침이야.]얼마 지나지 않아 민지훈은 온하랑에게 문자를 보내 출근 중이라고 했다.온하랑은 감기에 걸린 일을 얘기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꽤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다.얼마 지나지 않아 김시연은 별장으로 왔다. 그녀가 든 종이가방에는 온하랑의 옷이 있었다.온하랑이 김시연을 부른 것이었다.멍청한 부승민. 정말 내가 이곳에 앉아있기만 할 줄 알아?김시연은 침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부시아가 아래층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문을 닫은 후에야 한숨을 내쉬었다.“부지런은 정말 사악해. 이거 봐. 계속 엮이면 더 힘들어진다니까. 이번에는 몰라도 다음에 널 다시 가두면 어쩌려고. 시아가 귀여운 건 알아. 나도 시아를 귀여워하고. 하지만 네 생각도 해야 할 거 아니야. 시아가 네 아이도 아니고. 네가 평생 키울 것도 아니잖아.”온하랑이 침묵하더니 말했다.“너 오늘 출근해?”사실 그녀는 그녀와 부승민 사이에 부시아가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부시아가 없다고 해도 부승민은 계속 그녀한테 매달릴 것이다.다른 방법으로, 계속해서 궁리해서 그녀를 따라다닐 것이다.온하랑이 이곳을 완전히 떠나지 않는 이상 말이다.온하랑은 부선월처럼 이민 생각이 있긴 하지만 그건 아버지의 복수를 완성한 후의 일이다.김시연은 시계를 보더니 숨을 들이켰다.“아, 지각이다! 난 얼른 갈게!”김시연이 떠난 후, 온하랑은 밖으로 나갔다.부시아는 같이 나갈 수 없어 실망했다.온하랑은 돌아와서 같이 점심을 먹겠다

  • 위태로운 제안   제488화

    온하랑은 부현승과의 대화를 끝낸 후 컴퓨터로 요즘 찍은 모든 사진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그리고 시합에 참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물론 이쪽으로 재능이 있긴 하지만 무턱대고 재능만 믿을 게 아니었다. 온하랑은 사진을 처리해서 주현에게 보내주었다.[주현 씨, 이건 내 작품이에요. 시간 되면 봐줘요.]주현이 바로 대답했다.[OKOK!]주현이 또 물었다.[어디로 참가할지는 결정했어요?]온하랑이 대답했다.[아직요.]사실 그녀는 사진 시합의 그룹채팅방에 들어갔다. 안에서는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교류하고 있었다. 온하랑은 가끔 작품 한두 개를 올려 평가받았고 또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평가해 주기도 했다.그녀는 꽤 만족스러운 사진을 그룹에 올리면서 물었다.[여러분, 이 사진 어떤 부분을 더 고치면 좋을까요?]그룹 채팅 안의 사람들은 매우 열정적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칭찬하기에 급급했고 어떤 사람들은 색채나 구조 면으로 자기 생각을 말해주기도 했다. 이윽고 또 새로운 메시지가 올라왔다.[카메라 새로 사신 거예요?]온하랑이 대답하기도 전에 수많은 메시지가 올라왔다.[아이언맨?][헐! 아이언맨! 드디어 나타났다!][정말 아이언맨이야?][사랑해요!]...메시지가 수도 없이 쏟아졌다. 어느새 그룹 채팅방에는 ‘아이언맨’에 대한 칭송이 가득했다.온하랑은 멍하니 보다가 아까 그 문자를 보낸 사람이 이 그룹 채팅의 관리자인 ‘동철’이라는 것을 발견했다.이 반응을 봤을 때 동철이라는 사람은 꽤 실력 있는 사진작가 같았다.온하랑은 바로 대답했다.[얼마 전에 산 카메라이긴 해요. 어떻게 아신 거예요?]솔직히 그녀는 쏟아지는 메시지 속에서 동철이 대답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인차 대답해 주었다.[스모그는 찍기 어려운 거예요. 사진 속의 흑백 구도는 꽤 좋아요. 일정한 심미관이 있는 거죠. 하지만 확연한 실수가 몇 개 있는데 특히 스모그의 노출 정도와...][알겠습니다!]온하랑이 대답했다.아래에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 작품을 보

  • 위태로운 제안   제489화

    그룹 채팅의 동철에 대해 온하랑은 네이버와 인스타에서 알아보았다.동철의 본명은 최동철로 올해 31살이었는데 앞의 두 사람보다 많이 젊은, 새로운 세대의 사진작가였다. 전에 산하 국제 촬영 대회에서 특등상을 받은 작품의 주인이기도 했다. 주요하게 인물과 배경의 결합을 좋아하고 배경으로 인물을 살려주고 인물로 배경을 살려주는 일석이조의 촬영 기법을 다루고 있었다.수업 소개까지 본 온하랑은 세 개 수업 다 특색이 있고 시작하는 시간도 비슷해서 선택 장애가 왔다.시간을 확인한 그녀는 핸드폰을 거두고 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점심이 되었으니 부시아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야 한다. 그리고 부승민의 차도 원위치에 돌려놓아야 한다.점심을 먹은 후 온하랑은 약을 먹었다. 그리고 잠이 몰려와 침실로 가서 누웠다.깨어났을 때는 이미 두 시였다. 민지훈이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누나,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어느거부터 들을래요?]온하랑은 좋은 소식이 뭔지 알 것만 같았다.[좋은 소식은 우리 부문에서 휴가 전 이틀 동안 온천 리조트에 가서 논대요! 사람마다 가족을 한 명씩 데리고 올 수 있대요!]온하랑은 민지훈의 말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그녀는 놀란 척했다.[정말요?][네! 누나! 나랑 같이 가요. 걱정하지 말아요. 여자 동료들도 있으니까요.][그래요. 덕분에 나도 온천욕을 할 수 있겠네요. 고마워요.][고맙긴요.][부현승 씨가 얘기한 거예요?][네! 저희 매니저님 엄청 좋죠!]온하랑은 대충 맞장구를 쳐주었다.[그러네요. 그럼 나쁜 소식은 뭐에요?][나쁜 소식은 바로 휴가 전에 바빠서 누나랑 놀 수 없을 것 같다는 거예요. 그래도 걱정하지 말아요. 휴가가 끝나면 찾아갈게요.]온하랑이 대답했다.[괜찮아요. 아직 젊으니 사업이 우선이죠.]그녀는 그녀가 부현승을 좋은 사람이라고 동의했을 때, 부현승이 바로 이 소식을 부승민에게 전달했을 줄은 몰랐다.부승민은 핸드폰을 쳐다보면서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주변의 온도조차 점점 떨어지는 것

Pinakabagong kabanata

  • 위태로운 제안   제1383화

    “그렇다면 다행이네.”최국환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더니 조용히 말을 이었다.“동림이도 이 병원에 있어. 천식이 재발해서 입원 중인데 같이 가서 보러 갈래?”온하랑은 잔잔히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전 또 일이 있어서요.”“바로 아래층인데. 금방이면 돼.”최국환이 설득하듯 덧붙였지만 온하랑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죄송해요. 회장님. 제가 좀 바빠서 이만 가볼게요.”그녀는 부드럽게 말을 맺고 최국환을 지나쳐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기면서도 그녀의 생각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내가 필라시에서 메이슨을 낳았다는 얘기... 처음엔 믿기 어려웠지. 하지만 사진도 있었고 메이슨이 다시 내 품에 돌아온 뒤로는 받아들이게 됐어. 그렇다면 메이슨이 유실된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온하랑은 몇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첫 번째 가능성은 출산한 후 며칠 지나 교통사고를 당한 경우였다.그 사고로 기억을 잃고 병원에 입원해 있던 사이 갓난아기 메이슨은 집에 혼자 남겨졌고 우는 소리에 놀란 이웃이나 행인이 아이를 구조했다가 연락처를 찾지 못해 이리저리 떠돌다 양부모 손에 들어갔을 가능성 혹은 집에 아무도 없다는 걸 틈타 누군가 아이를 빼돌렸을 수도 있었다.두 번째는 임신 후반기에 교통사고를 당한 경우였다.병원에서 아이를 낳았지만 기억을 잃고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채 입원 생활을 이어갔고 아이는 병원의 판단이나 제삼자의 개입으로 다른 곳에 보내졌을 가능성도 있었다.특히 병원 측이 메이슨의 혈액형이 특이하다는 걸 알고 그 사실을 숨겼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무엇보다 그때 그녀에게는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온하랑은 두 번째 가능성이 더 현실적이라 생각했다.사고로 깨어난 뒤 그녀의 휴대폰에는 최동철이나 벨라, 혹은 진도원 등 사람들의 연락처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그 사고에 뭔가 수상한 구석이 있다는 건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었다.그리고 오늘 메이슨의 희귀 혈액형을 알게 된 뒤로

  • 위태로운 제안   제1382화

    온하랑은 조심스럽게 일반 병실 문을 밀어 열었고 문틈 사이로 소독약 특유의 냄새가 훅하고 밀려왔다.병실 안에서는 운전기사가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 누워 있었고 오른쪽 다리는 깁스를 한 채 이마엔 붕대가 감겨 있었다.온하랑이 들어오자 기사는 몸을 일으키려 애쓰며 말했다.“아가씨, 죄송합니다.”“움직이지 마세요.”온하랑은 재빨리 다가가 그를 제지하고는 다정하게 말했다. “지금은 푹 쉬셔야 해요.”기사는 눈에 띄게 미안한 기색이었다.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그때 반응이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기사님 잘못 아니에요.”온하랑은 그의 곁에 앉아 방금 사 온 과일 바구니를 건넸다. “CCTV 확인해 보니까 상대 차량이 고의로 신호를 어긴 게 맞아요. 경찰이 이미 수사에 들어갔어요.”기사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물었다.“그럼... 메이슨 도련님은요?”“아직 중환자실이에요.”온하랑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 담긴 걱정은 고스란히 전해졌다.“하... 부디 별일 없어야 할 텐데요. 어서 나아야 할 텐데...”“의사들이 최선을 다해주실 거예요. 기사님께서 필요한 거 있으면 간병인이나 비서한테 바로 말씀하세요. 전 이제 아주머니 병실도 보고 올게요.”“네, 고맙습니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온하랑은 장 선생 병실을 나온 뒤 가정부 아주머니의 병실도 들렀고 마지막으로 메이슨이 있는 중환자실 앞으로 향했다.아직 깨어나지 않은 메이슨을 보기 위해 간호 스테이션에 들러 서류에 서명하고 푸른색 보호복과 마스크, 모자를 착용한 뒤 무거운 격리실 문을 밀었다.침대 위 메이슨은 생각보다 더 창백했다.그의 긴 속눈썹이 병실 조명 아래 거의 투명해 보였고 여러 장비와 관이 그 작은 몸을 감싸고 있었고 의료 기기에서는 규칙적인 삑삑 소리가 들렸다.온하랑은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잡고 엄지로 손등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낮게 속삭였다.“메이슨...”그녀는 고개를 돌려 간호사에게 물었다.“언제쯤 깰 수 있나요?”“수술 끝난 지 이제 다섯 시간

  • 위태로운 제안   제1381화

    온하랑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예전에 강남시에서 마주친 소년이 떠올랐고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별로 가고 싶지 않아요.”그들은 비록 이복남매 사이지만 사실상 남이나 다름없었다.게다가 지금 최동림이 입원 중이라면 보호자는 거의 확실하게 임가희일 것이고 온하랑은 그 여자를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그래. 그럼 내가 잠깐 내려갔다 올게.”“네.”최동철은 조용히 병실로 내려가 잠시 임가희와 인사를 나누고 최동림의 상태를 확인한 뒤 수술실 앞으로 돌아왔다.보모가 먼저 수술을 마쳤고 이어 병원에서 혈장을 수급해 수술이 이어졌으며 결국 메이슨의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그는 현재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의사는 메이슨이 깨어나려면 대략 4~6시간 정도 걸릴 거라 설명했다.최동철은 곧장 비서 김지환과 간병인 두 명을 병동에 상주시키도록 지시했다.한편, 메이슨과 같은 희귀 혈액형을 가진 친구도 병원에 도착했다.비록 실제 수혈은 필요 없었지만 최동철과 온하랑은 감사의 의미로 음식을 대접하고 고급 담배와 술도 선물했고 연락처도 서로 교환했다.식사 자리에서 자연스레 희귀 혈액형 이야기가 나왔다.그 친구는 자신의 혈액형이 확인된 후 가족 전체가 무료 혈액형 검사를 받았고 그중 동생도 같은 혈액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현재는 희귀 혈액형을 가진 사람들의 상호 도움 단체에 가입해 있으며 메이슨도 가입해 두라고 권했다.지금은 어린 나이라 헌혈이 안 되지만 이후 혹시 모를 수혈 상황에 대비해 혈액 공급망을 넓혀 두는 게 좋다는 것이다.메이슨이 성인이 되면 직접 헌혈도 가능하기 때문이다.식사를 마친 뒤 온하랑은 협력사 미팅에 가야 했기에 최동철은 그녀를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자신의 업무로 향했다.협력사 미팅을 마친 온하랑은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고 택시에서 막 내린 그녀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부승민이었다.온하랑은 병원 안으로 들어서며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어때? 장 대표님은 만났어?”수화기 너머에서 부승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위태로운 제안   제1380화

    온하랑은 지금 경주 출장을 온 상태였다.그는 오늘 막 도착해 협력사 직원의 안내로 호텔에 체크인했지만 아직 현지 담당자와는 만나지 못한 상황이었다.원래는 저녁에 메이슨을 잠깐 보러 갈지 생각 중이었는데 하필이면 그때 최동철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메이슨이 교통사고로 병원에 실려 갔다는 소식이었고 그래서 온하랑은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 입구에는 최동철이 먼저 도착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를 보자 온하랑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며 다급히 물었다.“동철 오빠, 메이슨은 어때요?”그러자 최동철은 깊이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과다 출혈이 있어서 수혈이 필요해.”그 말에 온하랑은 아까 전화로 자신에게 혈액형을 물어본 이유가 떠올랐고 마음속 불안이 더욱 커졌다.“메이슨 혈액형이... 뭔가 문제라도 있어요?”“검사 결과, 메이슨은 Kidd 혈액형 중 Jk(a-b-)형이래. Rh 음성보다 더 희귀한 혈액형이야.”최동철의 목소리에는 짙은 걱정이 묻어 있었고 온하랑은 눈을 크게 뜨며 입을 벌렸다.“그런 혈액이... 혈액은행에 있긴 있어요?”“응. 병원에서 이미 확보 요청했어.”그래도 온하랑의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메이슨이 어쩌다 그런 희귀 혈액형을 갖게 된 거지? 혹시 혈액이 부족하면 어쩌지...’그러자 최동철이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심시켰다.“걱정하지 마. 예전에 경주에서 같은 혈액형 가진 사람 중 헌혈 계약을 맺은 분들이 있어서 지금 연락 중이야. 메이슨 상태도 많이 안정됐고 잘 버틸 수 있을 거야.”만약 사고가 메이슨이 처음 귀국했을 때 터졌다면 정말 위험했을 거라고 그는 덧붙였다.병실로 가는 길에 최동철은 메이슨의 혈액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Kidd 혈액형은 ABO 혈액형과는 별개 체계로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ABO 혈액형상으로 메이슨은 O형이다.하지만 Kidd 혈액형 시스템에서는 적혈구 표면 항원의 존재 여부에 따라 Jk(a+b-), Jk(a-b+), Jk(a+b+), Jk(a-b-) 이렇게 네 가지로 나뉜다

  • 위태로운 제안   제1379화

    아침이 밝고서야 최국환이 병원에서 돌아왔다.설윤은 그의 눈 밑이 시커멓게 팬 걸 보고 곧바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주물러주며 조심스레 물었다.“동림이는요?”“원래 있던 증상이지. 의사 말론 어제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해서 그랬다고 했어. 당분간 입원해서 안정 취해야 한대. 지금 병원에 동림이 엄마랑 하인이 같이 있어.” 최국환은 눈을 감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온몸이 뻐근하고 피로가 몰려와 그는 이제 더 이상 밤새우는 게 버겁다고 느꼈다.알레르기 유발성 천식과 감정 기복으로 인한 천식 발작은 증상이 조금 달랐다.경험 많은 의사가 문진과 혈액 검사 끝에 감정적 요인이 원인이라는 진단을 내린 것이다.“큰일 아니라니 다행이네요. 회장님도 아주 피곤해 보이세요. 아침 드시고 바로 좀 쉬시는 게 어때요?”설윤이 조용히 말하자 최국환은 고개를 끄덕였다.아침 식사를 마친 후 그는 2층으로 올라가 휴식을 취했고 임연지는 외출해 오재원을 만나러 나갔다.집에 혼자 남은 설윤은 심심하던 차에 기사에게 부탁해 병원으로 향했다.명분은 최동림의 병문안이었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임가희의 신경을 긁어놓는 데 있었다.병원에 도착해 입원실 방향으로 걷던 중 그녀는 익숙한 뒷모습 하나를 발견했다.그 사람은 통화 중이었고 바쁘게 걸음을 옮기며 설윤보다 먼저 병동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최동철? 설마 동림이를 보러 온 걸까?’설윤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엘리베이터에 올라 최동림의 병실이 있는 층으로 이동했다.창밖으로 병실 내부를 들여다보니 최동림은 링거를 맞으며 누워 있었고 곁의 보호자 침대엔 임가희가 쉬고 있었다.설윤은 병실 문을 똑똑똑 세 번 두드렸다.아무런 응답이 없자 그녀는 그대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그 소리에 임가희는 반사적으로 벌떡 몸을 일으켰고 그녀의 눈빛은 곧장 경계심으로 바뀌었다.“설윤 씨, 여긴 무슨 일이죠?”임가희는 빠르게 몸을 돌려 병상 앞을 가로막았고 설윤은 손에 든 과일 바구니를 살짝 흔들며 부드럽게 웃었다.“당연히 동

  • 위태로운 제안   제1378화

    임연지는 설윤의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분에 겨워 발을 굴렀다.‘진짜 싸가지 없는 여자야. 예전에 백화점에서 따귀 한 대 맞았을 땐 개처럼 쫄아서는 말도 못 하더니 지금은 고모부가 뒤를 봐준다고 어디 감히 자기를 상대로 맞불을 놓다니.’설윤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드러누웠고 금세 잠이 들 것 같았다. 그런데 카카오톡 알림음이 울려 억지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한편, 임연지는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핸드폰을 들어 한진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그녀는 오늘 있었던 일을 죄다 털어놓았다.[이 년은 진짜 너무 교활해. 내가 못 봤으면 동림이는 완전히 넘어갔을 걸? 아무도 몰랐을 거야. 아까는 대놓고 동림이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뭐냐고 묻더라니까? 고모부는 갑자기 노망이 났는지 그냥 다 알려주라고 하질 않나.]그러자 한진의 답장도 빠르게 도착했다.[이 여자 수위가 장난 아닌데.] [그렇지. 내 말 맞지!] [너네는 못 이겨. 이런 애 상대하려면 그냥 권력으로 찍어 눌러야 해. 지금처럼 고모부가 뒷배 봐주니까 애가 깝치는 거지. 그러니까 넌 빨리 오재원이랑 결혼하는 게 답이야.][곧 할 거야. 오씨 집안에서도 이번 주 안에 날짜 잡자고 올라온다고 했어.][근데 결혼했다고 끝난 건 아니야. 오재원이 예전처럼 아무 능력 없는 철부지라면 권한도 없고 집안에서 힘도 없을걸.]임연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오재원네 집안 권력은 오형일, 큰아들 오하운, 그리고 작은아버지 오정우에게 집중돼 있었다.사실 그녀도 예전엔 오재원의 형 오하운에게 접근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는 워낙 바빠서 얼굴 보기 힘들고 간신히 만나도 말도 안 섞으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근데 솔직히 오재원은 회사에서 일할 깜냥도 안 돼.][그럼 그냥 가르치면 되지. 저 정도 집안이면 선생 몇 명 붙이는 거 일도 아니잖아. 회사 나가서 일하게 만들고 진심으로 개과천선은 못 해도 적어도 모양새는 갖춰야지. 부모님 눈에도 달라졌다고 보이게 말이야. 연지야, 지금은 오

  • 위태로운 제안   제1377화

    “회장님! 동림 도련님이 천식 발작을 일으켰습니다. 지금 병원으로 모시려는 중이에요. 어서 내려와 보세요.”복도에서 다급한 하인의 외침이 들려왔다.최국환은 눈을 번쩍 뜨고 곧장 침대 머리맡에 있는 스탠드 조명을 켠 뒤 겉옷을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를 따라 일어난 설윤이 몸을 일으키자 그는 말했다. “그냥 자. 내가 가볼게.”하지만 설윤은 이불을 걷고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동림이 천식이 있어요?”“응. 태어날 때부터 있었어.”“그럼 저도 같이 가볼게요.”설윤은 외투를 꺼내 입고 최국환과 함께 급히 방을 나섰다.1층 거실로 내려가 보니 최동림은 이미 약을 복용했지만 여전히 기침이 멈추지 않았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얼굴이 벌겋게 변해 있었다.곁에서 지키고 있던 임가희는 몹시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도대체 왜 갑자기 발작이 난 거야?” 최국환이 조급하게 묻자 임가희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확실하진 않은데 혹시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노출된 게 아닐까 싶어요... 다만 의사 말로는 감정적인 변화 특히 슬픔이나 불안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천식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거든요.”이런 감정이 심할 경우 몸속 자율신경 중 미주신경이 자극돼 기관지가 수축하고 천식 발작으로 이어지는 것이다.최동림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천식 판정을 받았고 그 뒤로 집안은 온통 방역과 청소, 위생 관리에 신경 써 왔다.최동림이 자라면서 체질도 좋아져 요즘엔 거의 발작이 없었고 학교에도 특이 사항을 알려 기숙사 생활을 하게 했던 터였다.“알레르기 때문은 아닐 거야. 아마 낮에 너무 놀랐던 것 같아.”최국환은 최동림 옆에 앉아 등을 두드리며 숨을 고르게 도와주었다.“동림아, 아빠가 너무 심했어. 미안해.”그때 임연지가 옆에서 코웃음을 치며 설윤을 향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글쎄요, 고모부. 오늘 오후에 설윤 씨가 동림이 방에 다녀갔는데 혹시 몸에 뭐 안 좋은 걸 묻히고 온 건 아닐까요? 동림이 건강 생각하면 확인

  • 위태로운 제안   제1376화

    방금까지 부모에게 혼나 속이 뒤집힌 상태였던 최동림은 설윤이 자신에게 친절하게 다가온 그 순간 그녀에 대한 인상이 한껏 좋아졌다.그녀는 확실히 임가희가 지금껏 상대해 온 사람 중 가장 다루기 까다로운 상대였다.최동철 쪽과도 특별히 친하지 않고 이 집에서 그녀가 기대고 있는 건 허공에 떠 있는 최국환의 사랑 말고는 오직 최동림이라는 아들뿐이었다.그리고 설윤은 단번에 그 약점을 정확히 찔러 들어왔다.임가희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고는 조용히 말했다.“연지야, 넌 먼저 나가 있어.”임연지는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얼굴로 최동림을 노려보다가 억지로 돌아섰고, 문을 쿵 하고 세게 닫고 나갔다.그러자 방 안에는 모자 단둘만 남았다.짙은 정적이 감도는 가운데 임가희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아들 앞에 앉았다.어깨에 손을 얹으려 했지만 최동림은 피하듯 몸을 틀었다.허공에 멈춘 임가희의 손끝이 서글프게 떨리다가 조용히 내려왔다.“동림아.”그녀의 목소리는 조심스럽고 부드러웠다.“게임기... 엄마한테 줄래?”최동림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더 꼭 안으며 고개를 저었다.“싫어요. 이건 제 거예요!”임가희는 눈빛을 거두며 일어섰다.“동림아, 엄마 정말 실망했어.”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가 널 얼마나 아끼는지 몰라? 새 옷 사주고 장난감 사주고 아프면 병원에서 밤새 지켜봐 주고 늘 네 곁에 있었잖아. 그런데 네가 이런 식으로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해?”그 말에 최동림의 눈이 붉어지며 금세 눈물이 고였고, 그는 와락 게임기를 내려놓고 임가희를 안았다.“엄마, 미안해요... 게임기 필요 없어요. 제발 화 풀어요...”임가희는 아들의 어깨를 다정하게 토닥이며 말했다.“그래야 우리 동림이지.”그는 흐느끼며 품에 안겼고 임가희는 조용히 속삭였다.“아직 넌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어른들 사이엔 보이지 않는 속셈이 오가는 거야. 설윤이란 여자는 겉으론 웃고 있어도 속은 달라. 그러니까 절대로 설윤한테 선물 받지 마. 가까이하

  • 위태로운 제안   제1375화

    “누나, 무슨 일이에요?”최동림은 게임을 계속하고 싶어 속으로 짜증을 삼키며 물었다.“방금... 설윤이 여기 왔었지?”“네...”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이던 최동림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어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안 왔어요.”임연지는 그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고 어딘가 어색했다. 그런데 정확히 뭐가 이상한 건지 콕 집어 말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리려다 문득 책상 위의 선물 포장 상자와 그가 들고 있는 게임기를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이 게임기는... 누가 사준 거야?”최동림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게... 엄마가... 사줬어. 왜?”“정말?”임연지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되물었다.“그럼 고모한테 물어볼게.”최동림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아, 잠깐만! 누나, 그게…”그의 말을 끊고 임연지는 단단히 다그쳤다. “동림아, 솔직히 말해. 이 게임기는 진짜 누가 사준 거야?” 최동림은 두 손으로 게임기를 꼭 쥐었고 손등이 하얗게 질릴 만큼 힘이 들어가 있었다.그는 고개를 떨군 채 한참 말이 없다가 결국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설윤... 아줌마가 줬어.”“설윤... 아줌마?” 임연지는 말도 안 된다는 듯 헛웃음을 흘리더니 이내 눈을 부릅뜨고 목소리를 높였다. “너 지금 그 여자를 아줌마라고 불러? 이렇게 비싼 걸 받았다고? 동림아, 설윤이 어떤 여자인지는 알고 있는 거야?”갑작스러운 고함에 최동림은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설... 설윤 아줌마는 착한 사람이야. 그냥...” “착하다고?”임연지는 분노에 찬 얼굴로 코웃음을 쳤다.“그렇게 착한 여자가 남의 가정을 깨뜨리냐? 넌 그런 사람한테 선물 받으면서 고맙다고 하는 거야?”그녀는 그대로 손을 뻗어 최동림의 품에 있던 게임기를 낚아채더니 바닥에 내리꽂았다.“쾅!”새 게임기는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조각 났다. 화면은 깨지고 기계 외관도 부서져 부품이 여기저기 흩어졌다.최동림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다 곧장 무릎을 꿇고 깨진 게임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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