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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결혼 전, 부승민은 정말 많은 고객을 접대해왔다. 오죽했으면 할아버지까지 그 정도로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며 뜯어말렸을까. 부승민이 아직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회사 내부에서 그에게 불만을 품고 있은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런 사람들에게 자신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라고 부승민은 두 배로 노력해야 했다. 자신을 그 자리에까지 올려준 할아버지의 체면을 지켜줘야 했다.

결혼 후, 부승민의 접대는 그 전보다 현저히 줄어들었다. 퇴근하면 집으로 돌아와 온하랑과 함께 식사도 했다. 만약 부승민이 온하랑을 사랑하던 게 아니었다면 온하랑이 부승민을 설득할 수 있었을까?

결혼 전, 회사 같은 스트레스만 쌓이는 업무 환경에서 부승민은 줄곧 실수를 저지른 직원에게 불같이 화를 내고는 했다. 하지만 온하랑의 영향으로 부승민은 어느 순간부터 직원에게 친절하고 따뜻한 리더가 되어있었다.

부승민은 자신이 그렇게 온하랑에게 감화되었다는 것을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했다.

뒤늦게 눈치챘지만 때는 이미 한참 늦어있었다.

부승민의 진심이 담긴 말을 듣자 온하랑은 어떻게 반응해줘야 할지 순간적으로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기쁘냐고 묻는다면 기뻤다. 10년 가까이 부승민을 좋아해 왔던 시간이 사실은 짝사랑이 아니었으니까.

슬프냐 묻는다면 역시나 슬펐다. 부승민이 지금 온하랑을 좋아하고 있다고 해도 추서윤을 위해 온하랑에게 상처를 줬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니까. 그날 입은 상처는 온하랑에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깊은 흉터로 남아있다.

사실 제일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감정은 바로 감탄이었다. 만약 부승민이 조금만 더 일찍 자신의 감정을 깨달았다면 지금 두 사람의 결말이 조금이라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 세상에 만약이란 없다.

부승민과의 결혼생활로 온하랑은 이미 지쳐버렸고 다시는 온 마음을 다해 부승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지금의 온하랑은 마치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사람 같았다.

“작은 아빠, 간호사 언니 왔어요!”

부시아가 짧은 다리를 뽈뽈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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