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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5화

작가: 고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12 19:00:00
“잘 모르겠어요.”

온하랑은 망설이고 있었다.

“열 달을 채워서 출산할 줄 알고 모유 수유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아이가 일찍 태어날 줄 몰랐죠?”

“네.”

온하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아이 면역력이 좋아질 수 있도록 첫 달은 모유 수유하는 것을 추천해 드려요. 어차피 산후 조리하셔야 하잖아요. 일에도 지장이 없으니 한 달 후에 단유하시는 것을 추천해 드려요.”

온하랑은 잠깐 고민해 보더니 황은숙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어죽을 다 마시고 온하랑은 또 CCTV를 쳐다보았다.

8시 반쯤, 의사 선생님이 간호사와 함께 회진을 돌면서 온하랑의 상처를 소독해 주고 거즈를 붙여주었다.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가 떠나고, 온하랑은 부승민과 황은숙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저... 화장실 가고 싶어요.”

온하랑은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아직 수술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침대에서 내려갈 수 없는데 어떡하지? 성인 기저귀를 하고 그냥 침대에서 해결할까? 아니면 카테터를?’

어떤 방법으로든 창피하기만 했다.

똑같이 이런 상황은 처음인 부승민은 침묵 끝에 이렇게 말했다.

“아니면... 내가 화장실까지 안아줄까?”

“그럴 필요 없어요.”

황은숙이 말했다.

“자, 사모님. 제가 부축해 드릴 테니 천천히 걸어보세요.”

“그래도 돼요?”

“괜찮아요. 자.”

황은숙은 한 손으로 온하랑의 어깨를 부축하고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저를 따라 천천히 돌아누우세요...”

부승민도 옆에서 온하랑이 일서날 수 있게 등을 받쳐주었다.

온하랑은 천천히 발을 바닥에 내려놓고 황은숙과 부승민의 부축하에 천천히 일어섰다.

일어서니 훨씬 상쾌한 느낌이었다.

온하랑은 천천히 걸어서 화장실로 향했다.

부승민은 화장실 문 앞까지 함께했고, 온하랑은 황은숙과 함께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닫고는 천천히 변기에 앉았다.

창피할 것도 없이 후다닥 해결하고는 아줌마와 함께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그래도 큰 신호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쓸 힘도 없었을 것이다.

황은숙과 부승민은 다시 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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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뭘 이렇게 많이 줘.][요 며칠 바빠서 그러는데 시간 나면 우리 양딸 보러 갈게.][나는 안 보고?][못생긴 사람은 안 봐.]점심 식사 시간, 온하랑은 그릇에 담겨있는 죽을 보더니 입을 삐쭉 내밀었다.이때 부승민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두 날만 참아. 나중에 아주머니가 맛있는 걸 해주실 거야.”“오빠 밥은 맛있어 보이네요?”“켁...”사레에 들린 부승민은 황은숙을 힐끔 보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생각해 봐. 이걸 먹으면 소화하고 나서...”온하랑은 바로 그의 입을 막았다.“그만 해요! 죽 먹으면 될 거 아니에요!”오후. 장 비서가 베이비시터 한 명을 보내왔다. 자기 와이프가 출산할 때 모셨던 베이비시터라면서 책임감도 넘치고 경험도 있으신 분이라고 했다. 마침 시간이 돼서 소개받고 온 것이다.부승민은 베이비시터 유정화와 어느정도 이야기를 해보고는 계약하기로 했다. 이제부터 황은숙과 유정화가 번걸아 가면서 온하랑을 돌보기로 했다.온하랑은 심심했는지 또 아이패드를 쳐다보았다.잠에서 깨어난 녀석은 기지개를 켜더니 배고픈지 울기 시작했다.온하랑은 마음이 찢기는 듯했다.“왜 우는 거예요? 배고파서 우는 거예요?”부승민은 그녀의 옆에서 함께 아이패드를 쳐다보고 있었다.“걱정하지 마. 간호사분이 잘 돌봐주실 거야.”말이 끝나자마자 화면 속에 간호사분이 나타났다.녀석이 배고파서 우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예 분유를 타왔다. 한 손으로는 녀석의 목을 받쳐주고 한 손으로는 젖병을 입에 물렸다.눈을 감고 있던 녀석은 분유 냄새를 맡고 본능적으로 울음을 멈추고 젖병을 빨기 시작했다. 두 손은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온하랑은 또 한 번 마음이 사르륵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유정화도 CCTV 속 아이 울음소리를 듣고 웃으면서 말했다.“아이 울음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는 것이 그래도 발육이 잘됐나 봐요.”온하랑은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는지 진지하게 말했다.“오빠.”“응?”“우리 애가 나중에 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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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1197화

    뒤따라 들어온 안문희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 “사모님이 출산했다는 소식을 듣고 어찌나 오고 싶어 하던지. 하원하자마자 이쪽으로 왔어요.” 부시아는 주위를 둘러보며 부승민에게 인사를 하고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빠, 숙모, 동생은요?” 부승민은 손을 뻗어 아이패드를 건네주며 말했다. “동생 여기 있어. 이쪽으로 와봐.” “엄청 작아요.” 부시아는 침대에 기대며 아이패드 화면을 쳐다봤다. “그런데 왜 상자 안에 있어요?” “동생이 너무 빨리 태어나서 지금 잠깐 상자 속에 있는 거야. 여기에 있어야 더 잘 자랄 수 있거든.” 부시아는 알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언제 나와요?” “두 달 정도 있어야 돼.” “네? 그렇게 오래요?” 부시아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시간 금방 지나갈 거야. 시아 아직 밥 안 먹었지? 이따가 아빠랑 같이 밥 먹자.” “네.” 부시아는 가방을 소파에 내려놓고 짧은 다리로 침대 옆으로 달려가 작은 얼굴을 삐쭉 내밀었다. “숙모, 약 드시는 거예요?” “아니. 이건 어탕이야. 시아도 먹어볼래?” “네.” 부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 맛있을 것 같아요.” “아주머니한테 한 그릇 떠달라고 해.” “알겠습니다.” 병실에 주방용품이 많지 않아 부승민과 베이비시터는 배달 음식을 시켰다. 저녁을 먹은 후, 부시아는 가기 싫은지 아쉬운 표정을 짓더니 마지못해 안문희를 따라 떠났다. 황은숙도 퇴근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정화가 출근했다. 수술 둘째 날, 주현이 선물을 한가득 가지고 온하랑 보러 찾아왔다. 셋째 날, 온하랑의 몸과 정신이 눈에 띄게 회복되었다. 부승민이 이미 조산 소식을 할머니와 둘째 이모에게 알린 터라 그들도 온하랑을 만나러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왔다. 수다를 한참 떨다가 모니터를 통해 아이를 한참 동안 바라봤다. 점차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었던 온하랑은 최대한 많이 걸어 다녔고 저녁 식사 후에는 부승민의 부축을 받으며 복도를 산책했다. 병실로 돌아온 후, 부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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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분 뒤 부승민이 수건을 들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온하랑과 눈이 마주친 그는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마사지하기 전에 온찜질을 하는 게 좋대.” “생각보다 능숙한데?” 부승민은 가볍게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수건을 온하랑에게 건네주고선 큰 손을 뻗어 천천히 그녀의 잠옷 단추를 풀었다. 그 후 따뜻한 수건으로 찜질했고 잠깐 사이에 온하랑은 가슴이 부어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부승민이 지켜보고 있으니 기분도 묘했다. “얼마동안 해야 돼?” “십분.” 그 말을 끝으로 부승민은 다시 화장실로 가서 따뜻한 수건 하나를 더 가지고 나왔다. 그렇게 두 수건을 맞바꾸며 찜질을 했다. 10분 후, 수건을 거두었다. 뭉친 열기가 순식간에 사라지자 으슬으슬한 서늘함이 찾아왔다. “조금 춥네? 이불 덮을래.” 온하랑은 이불을 끌어당기며 태연하게 말했다. “이러면 마사지가 잘 안돼.” 부승민은 푹신한 담요를 두 번 접어 온하랑에게 덮어주었다. “그럼... 시작할게.” “응...” 그는 담요 밑으로 손을 뻗어 엄지손가락을 위로 세운뒤 네 손가락으로 가볍게 주물 었다. “아주머니가 가장자리부터 시작해서 적당한 힘으로 천천히 눌러야 된다고 했어.” 부승민의 움직임에 따라 담요도 오르락내리락했다. 시선이 마주치자 모호한 분위기가 병실 안을 가득 채웠다. “말하지 마.” “아주머니가 이렇게 열 번 반복하면 된대. 하루에는 적어도 두세 번은 해야 한다고...” “말하지 말고 그냥 해.” “느낌이 어때?” “조금 이상해.” “어떻게 이상한데?” “부어오르는 느낌이랄까?” 온하랑은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맞아. 그런 느낌이래. 금방 나오겠는데? 이번이 열 번째야. 됐어.” “끝난 거야?” “그리고...” 부승민은 손가락을 살살 비틀며 말했다. “이렇게 유방을 자극하면 모유가 훨씬 더 많이 나온댔어.” “그게... 사실이야? 네가 지어낸 건 아니지?” 온하랑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못 믿겠으면 직접 아주머니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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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1199화

    부승민은 젖병을 손에 들고 생각에 잠겼다. “손바닥만 한 애가 이걸 다 마실 수 있을까?” 온하랑은 그 질문에 헛웃음이 나왔다. “남기면 간호사가 따로 보관하니까 이상한 걱정 좀 하지 마.” 부승민은 웃으며 답했다. “보통은 아이가 분유에 적응할 수 있게 간호사들이 모유랑 번갈아 가면서 먹이잖아. 그럼 너무 낭비 아닌가?” 온하랑은 눈살을 찌푸렸다. “모유를 냉장 보관하면 3,4개월까지 가능해.”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온하랑은 단번에 알아챘다. “아... 그렇구나.” 부승민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쉽네.” “부승민!” “알았어. 지금 바로 주고 올게.” 얼마 지나지 않아 부승민은 병실로 돌아왔고 온하랑은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놀고 있었다. 이를 본 부승민은 노트북을 꺼내 소파에 앉아 업무를 보았다. 그러던 중 노트북 바로 옆에 놓인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부승민은 화면을 한번 들여다보고는 침대에 있는 온하랑을 바라봤다. 그 시각 온하랑은 두 손으로 핸드폰을 쥔 채 초집중했는데 반응만 봤을 땐 카톡을 보낸 사람이 온하랑은 아닌듯했다. ‘바로 앞에 있는데 그냥 말하면 될걸 왜 카톡을 보내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 모습은 뭔가 재밌는 내용을 공유한 것 같지도 않았다. 부승민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핸드폰을 들어 카톡을 클릭했다. 아니나 다를까 온하랑이 보내온 메시지였는데 고작 세 글자가 담겨있었다. [맛있어?] 앞뒤 주어를 잘랐지만 부승민은 그녀가 무엇을 묻고 있는지 알았다. [응. 또 먹고 싶어.] 메시지를 전송한 후 부승민은 고개를 들어 온하랑을 바라봤다. 여전히 핸드폰 화면만 응시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귀는 점점 빨개졌다. 온하랑은 타이핑을 하는 듯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 행동에 부승민은 다시 핸드폰을 바라봤고 곧이어 카톡 알림 창이 떠올랐다. [내가 인터넷을 찾아봤는데 비릿한 맛이래.] [살짝 비리긴 한데 맛있어.] 부승민은 그 맛을 다시 한번 되뇌었다. 카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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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1200화

    병실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유정화는 온하랑과 부승민을 번갈아보며 눈치를 살폈다. 한 명은 핸드폰, 다른 한 명은 노트북.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 듯 그 어떤 대화도 주고받지 않았다. 유정화가 병실에 들어온 이후로 부승민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두 분... 싸웠나?’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지만 나설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기에 침묵을 택했다. 따지고 보면 온하랑의 산후조리를 돌봐주기 위해 이곳에 왔고, 산후조리가 끝나는 동시에 계약도 종료이니 굳이 이런 일에 끼어들 필요가 없다. 유정화는 알지 못했다. 부승민의 노트북 화면은 온하랑과의 채팅창에 멈춰있다는 것을. [읽씹? 왜 갑자기 답장 안 해.] 답장할 생각이 없었던 온하랑은 실수로 메시지를 눌렀고 ‘1’이 사라지니 답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딱히 할 말이 없는데?] [맛볼 기회가 또 있을까?] [나중에 모유 짜내면 먹던가...] [그럼 그 맛이 안 날 텐데?] 콜록. 온하랑의 기침소리가 병실 안의 정적을 깨뜨렸다. 그녀는 목을 가다듬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부승민을 바라봤다. “시간도 늦었는데 얼른 들어가서 쉬어.” “응?” 부승민은 고개를 들고선 희미롭다는 듯이 온하랑을 바라봤다. “이제 몸도 많이 좋아졌고 아주머니가 항상 곁에 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회사도 며칠이나 비웠잖아. 푹 쉬고 출근해서 일 봐야지.” ‘지금 날 쫓아내는 건가?’ “하랑아, 내일 토요일이야. 난 며칠 더 같이 있고 싶은데? 일은 여기서 해도 돼.” “평소 토요일에도 출근했잖아? 얼른 일해서 우리 아이 분유값 벌어야지. 그리고 겸사겸사 인테리어 공사가 잘되는지도 확인해 줘.” 이때 유정화가 입을 열었다. “대표님, 여긴 저한테 맡기시고 들어가세요.” 사실 유정화는 부승민이 병실에 있는 게 많이 불편했다. “알겠어요.” 부승민은 마지못해 한발 물러섰다. “퇴근하고 보러 올게.” “응.” 부승민은 대충 물건을 챙긴 뒤 노트북 가방을 들고 일어나며 아쉬운 눈빛을 보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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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태로운 제안   제12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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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화기 너머로 임가희는 잠시 멍해 있다가 임연지가 충동적으로 행동했을까 봐 걱정하며 바로 물었다.“오늘 센트럴 백화점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아? 모르셨어요?”간하림은 간단하게 사건의 경과를 설명했다.“따귀를 맞은 일로 설윤은 굉장히 화가 났어요. 그래서 지금 사모님께 복수할 생각만 하고 있다니까요.”그 말을 듣자 임가희는 안심했다.뺨 한 대 맞고 참지 못해 도망가는, 겨우 스무 살짜리 감정적인 계집애 따위는 신경 쓸 가치도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무심하게 말했다.“이틀 후에 너희 가게로 갈 거야. 그때까지 설윤을 잘 부추겨서 나한테 덤비게 만들어.”간하림은 곧바로 그녀의 의도를 알아챘다.“알겠습니다. 사모님,”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드는 장면은 반드시 녹화되어 최국환에게 전달될 것이다.하지만 어떻게 하면 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들도록 만들 수 있을까?리우 그룹.최국환은 회의를 마치고 몇몇 오랜 친구들과 식사를 하러 갔다.모임이 끝나고 나서야 비서가 그에게 말할 기회를 찾았다.“오전에 사모님과 설윤 씨께서 전화하셨습니다. 설윤 씨는 가방을 사지 않겠다고 하시며 환불해 달라고 하셨습니다.”“갑자기 왜?”“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전화에서 설윤 씨 목소리가 이상했어요. 울먹이는 것 같았습니다.”최국환은 한창 젊은 애인에게 푹 빠져 있던 터라 설윤에게 전화를 걸었다.거의 끊어지려는 순간, 전화가 연결되었다. 설윤의 목소리는 살짝 쉰 듯했다.“국환 씨.”“김 비서 말로는 가방 환불해 달라고 했다던데.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더니 왜 갑자기?”설윤은 잠시 말이 없다가 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싫어졌어요. 이유는 없어요.”“이유가 없어? 그럼 목소리는 왜 그래? 누가 괴롭혔어? 누군지 말만 해. 감히 내 여자를 괴롭히다니!”“묻지 마세요. 저 때문에 국환 씨와 사모님 사이가 나빠지는 건 싫어요.”“오? 내 마누라와 관련된 일이야?”“말했잖아요, 묻지 마시라고요. 더 물으면 저 진짜 삐질 거예요.”“아이고, 또 어린애

  • 위태로운 제안   제1271화

    “정말... 어이가 없어...”설윤은 시선을 피하며 돌아서려 했다.“어딜 가요? 방금 구매 기록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제 와서 못 보여주는 건데요?”임연지는 설윤의 길을 막아서며 그녀 손에 든 선물 상자를 잡고 비꼬듯 말했다.“젊은 아가씨가 왜 이렇게 뻔뻔해요? 유부남인 거 뻔히 알면서 끼어들다니. 내 고모부가 그쪽 아빠보다 나이도 많은데, 역겹지도 않아요? 몸 팔아서 얻은 가방을 들고 다니니까 좋아요?” 마침 가게에 들어오던 손님 몇 명이 임연지의 말을 듣고 문 앞에서 수군거렸다.설윤은 수치심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인 채 임연지를 밀치고 가게를 나서 황급히 도망쳤다.간하림은 그 모습을 보고 재빨리 뒤따라갔다.“저기요. 설윤 씨, 가방은...”점원은 임연지의 손에 들린 선물 상자를 보고 두 번 불렀다.그러나 설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이게 다 무슨 일이래!“그만 불러요. 안 올 거예요.”임연지는 웃으며 손에 든 선물 상자를 내려다봤다.“저 여자가 싫다고 두고 갔으니 이 가방 저 주세요.”“임연지 씨, 죄송하지만 설윤 씨는 그런 말씀이 없으셔서...”“걱정 마세요, 분명히 환불할 거예요. 환불하면 이 가방 저한테 남겨 두세요.”임연지는 선물 상자를 점원에게 건넸다.점원은 임연지의 배경을 생각하며 마지못해 대답했다.“설윤 씨가 환불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네.”가방을 못 사서 한진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했는데 상황이 반전되고 내연녀까지 혼내주고 나니 임연지는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윤아, 괜찮아?”마침내 매장 근처를 벗어나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사라지자 설윤은 걸음을 멈추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간하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넋이 나간 채 앞으로 걸어갔다.“윤아, 어디 가서 좀 앉을까?”설윤은 마침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근처 카페의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간하림이 그녀를 위로했다.“윤아, 너무 속상해하지

  • 위태로운 제안   제1270화

    한진은 큰 도움을 주고도 단지 가방 하나 사달라는 부탁만 했을 뿐인데 실망을 안겨주게 생겼으니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심지어 가방을 선물해주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했는데 무슨 생각 할지 걱정되었다. 설마 공짜로 주기 싫어서 쪼잔하다고 오해하면 어떡하지?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임연지가 물었다.“다음번에 언제 입고되나요?”점원은 임연지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회원 가입하시면 나중에 재고를 확보할 때 연락드리고 있어요.”“그래요. 할게요.”임연지는 마지못해 동의했다.“연락처가 어떻게 돼요?”점원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물었다.임연지는 전화번호를 말하며 머릿속으로 한진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했다.“설윤 씨, 어서 오세요. 가방 찾으러 오셨죠? 잠깐 앉아 계시면 금방 가져다드릴게요.”다른 점원의 반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네, 고마워요.”소리의 출처를 따라 고개를 돌린 임연지는 젊은 여자 두 명을 발견하고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윤아, 여기 점원이랑 아는 사이야? 물건을 엄청 많이 샀나 보네? 부러워.”나지막이 속삭이는 여자 목소리가 임연지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이내 경멸이 담긴 표정으로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았다.‘세상 물정 모르는 촌년들. 잠깐! 왼쪽에 있는 여자가 낯이 좀 익은데?’그리고 고개를 돌려 찬찬히 뜯어보았다.분명 어딘가 본 듯한 얼굴이다.기억을 되짚어보던 찰나 점원이 정교한 선물 상자를 들고나와 두 여자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뚜껑을 열고 안에 든 가방을 보여주었다.“설윤 씨가 구매한 가방이에요. 한번 확인해 보세요.”설윤은 가방을 꺼내 꼼꼼히 살펴보았다.“확인했어요. 고마워요. 먼저 가볼게요.”점원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려던 순간 불쾌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대뜸 울려 퍼졌다.“재고가 없다면서요? 분명 제가 먼저 왔는데 왜 저 사람한테 주는 거죠?”싸늘한 표정으로 따지는 임연지를 보자 점원이 서둘러 해명했다.“이 가방은 손님께서

  • 위태로운 제안   제1269화

    일과를 마친 설윤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돌아갔다가 간하림과 다시 마주쳤다.이내 먼저 입을 열었다.“하림아, 내일 쉬는 날인데 같이 쇼핑하러 가지 않을래?”임가희가 부탁한 일을 떠올리자 간하림은 흔쾌히 동의했다.다음 날, 두 사람은 약속 시간에 맞춰 센트럴 백화점 근처의 카페에 도착했다.일단 만나자마자 설윤은 밀크티 두 잔을 주문했고, 백화점으로 걸어가면서 쪽쪽 빨아 마셨다.간하림이 말했다.“여긴 명품밖에 없을 텐데? 지난번에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발견했다가 가격 보고 기겁했잖아. 그나저나 꽤 익숙한 곳인가 봐? 여기 자주 와?”“내가 무슨 재주로? 국환 씨 따라 몇 번 다녀갔을 뿐, 며칠 전에 가방 하나 주문했는데 오늘 픽업하러 가는 거야.”“헐! 회장님 너무 근사하잖아.”설윤을 바라보는 간하림의 눈빛에 부러움이 가득했다.“그러니까 얼른 행동 개시해야 한다고. 사모님과 이혼시키고 너랑 결혼할 방법을 찾아야 해.”비록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질투심이 활활 타올랐다.목적을 이루기 위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는 감정이었다.사실 그녀는 속으로 뻔했다. 최국환과 임가희는 결혼 전에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설윤에게 준 돈은 부부의 공동 재산에 속하지 않는지라 다시 빼앗아 갈 자격이 없었다. 물론 최국환이 직접 개입하면 회수가 가능했지만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설령 나중에 임가희가 설윤에게 본때를 보여주거나 최국환의 마음이 식는다고 해도 그동안 받았던 값비싼 선물은 여전히 가져갈 것이며 현금화하면 그래도 두둑이 챙길 수 있다.결국 임가희가 손을 쓰는 이상 설윤은 곧 최국환에게 찬밥 신세 당하므로 얼추 비슷한 액수의 보수를 받을뿐더러 임가희라는 인맥까지 확보하기에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였다.그제야 간하림은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설윤의 표정은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어젯밤에 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네 말이 맞아. 국환 씨 아내와 적이 된 이상 내가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상대방이 봐주는 건 아니지. 고작 돈 몇 푼

  • 위태로운 제안   제1268화

    “자, 이제 그만하고 출근하자. 아니면 매니저한테 또 혼날라.”설윤은 옷매무새를 다듬고 탈의실을 나가려고 했다.“먼저 가. 나 립스틱만 바르고.”“알았어.”설윤이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간하림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사모님이 부탁한 일이 어려운 것도 아니군.’...병원에 도착한 최동철은 올라가는 대신 온하랑에게 전화를 걸었다.온하랑은 부승민과 작별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섰다.유치원 확인하러 직접 다녀온다고 하는데 굳이 말릴 이유가 없었다.차에 타고 나서 메이슨을 데리러 갈 줄 알았던 그녀의 예상과 달리 최동철이 말했다.“별장에 계신 이모님이 연락이 와서 오늘 메이슨이 일어나자마자 발이 아프다고 했다네. 아마도 어제 강행군이었나 봐. 그래서 집에서 쉬겠다고 해서 우리 둘만 가면 돼.”온하랑은 미안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어제 많이 걸어 다니긴 했죠. 메이슨을 말렸어야 했는데...”“네 탓 아니야. 내가 너무 바빠서 녀석이랑 놀아주지 못하는 바람에 무리한 거지.”이에 온하랑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동철 오빠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메이슨도 철이 들었고.”최동철이 피식 웃었다.“우리 사이에 남사스럽게 뭔.”이동하는 동안 두 사람은 담소를 나누면서 편안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했다.동언 국제 유치원에 도착하자 젊은 선생님이 반갑게 맞이하며 소개와 함께 내부를 구경시켜주었다.“우리 유치원은 총 3개의 반으로 나뉘는데 최대 학생 수를 각각 20명 이내로 확보하여 교사들이 모든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게끔 노력하죠. 교실에는 멀티미디어 교육 장비가 구비되어 있으며 전용 독서 공간, 놀이 공간, 수공예 공간, 실내외 감시 카메라, 그리고...”꼼꼼하게 알아본 결과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 온하랑은 꽤 만족했다.이내 유치원을 나서고 최동철에게 의견을 물었다.최동철이 말했다.“몇 군데가 노후한 것만 빼고 기본적인 인프라는 괜찮네. 시설 개조 명목으로 2억을 기부할 생각이야. 게다가 메이슨도 특별한 케이스라

  • 위태로운 제안   제1267화

    설윤은 그녀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봤어? 다른 사람한테 절대 얘기하면 안 돼.”“당연하지.”간하림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나 몰라? 걱정 붙들어 매.”그리고 다정하게 설윤의 팔짱을 끼고 클럽 탈의실로 향했다.아직 아무도 없었고, 간하림은 옷을 갈아입으며 궁금한 듯 물었다.“윤아, 최 회장님과 어떻게 알게 되었어?”딱히 언급하고 싶지 않은 설윤은 대충 둘러댔다.“우연한 기회에 마주쳤어. 전에 일하던 곳에 놀러 왔다가 마침 내가 접대를 담당했거든.”그러고 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간하림은 부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이내 손을 뻗어 설윤의 잘록한 허리를 꼬집었고, 뽀얀 피부에 선명한 붉은 자국을 바라보았다.“최 회장님이 네가 진짜 마음에 드나 봐. 직접 출근하는 곳까지 데려다주고, 정말 좋겠네.”설윤은 피식 웃으며 옷을 갈아입었다.“너도 든든한 지원군이 있잖아.”“든든하긴 개뿔! 하늘과 땅 차이거든?”간하림이 툴툴거렸다.“가게에 오면 지명할 뿐이지 너처럼 최 회장님 전속 담당이 아니야.”심지어 손님마저 감히 설윤에게 집적거리지 못했고, 누가 봐도 사전에 단단히 경고한 게 분명했다. 반면, 그녀는 치근덕거리는 사람이 있어도 꾹 참아야만 했다.설윤은 웃으면서 아무 말 없이 거울을 보며 헤어스타일을 다듬었다.“윤아, 나중에 사모님이 되면 날 잊지 마.”“무슨 소리 하는 거야? 우리가 뭐 하는 사람인지 정녕 몰라?”이내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바르더니 간하림을 흘겨보았다.“국환 씨가 싫증이 나기 전에 돈이라도 두둑이 챙기면 땡큐고, 사모님은 감히 넘보지도 않아.”간하림은 납득할 수 없는 듯 바짝 다가갔다.“우리가 뭐 어때서? 최 회장님 와이프도 결국에는 사모님 자리에 오르는 데 성공했잖아. 그리고 며칠 전 기사 못 봤어?”“무슨 기사?”곧이어 출입구를 힐끗 쳐다보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누군가 최 회장님 와이프의 얼굴을 칼로 난도질해서 끔찍한 상처를 입었대.”“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 위태로운 제안   제1266화

    임연지는 집에 도착하자 거실 소파에 앉아 굳은 얼굴로 손에 든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는 임가희를 발견했다.테이블에 놓인 등기 전용 서류 봉투 위에 여러 장의 사진이 널브러져 있었다.“고모, 왜 그래요?”말을 마치고 나서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고모부가...”이내 나머지 사진도 확인했는데 전부 어떤 젊은 여자와 다정한 스킨십을 하는 최국환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결코 가벼운 사이는 아닌 듯싶었다.“왜 이렇게 소란스러워?”임가희가 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흘겨보았다.임연지는 목을 움츠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그리고 쪼그리고 앉아 임가희를 올려다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고모, 이제 어떡해요?”“어떡하긴?”임가희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모른 척해야지. 지금 네 고모부 덕분에 우리가 먹고 사는 거야. 괜히 추궁했다가 홧김에 쫓아내기라도 한다면 더 손해이지 않겠어?”그렇다고 마냥 당할 수는 없었다.지금껏 비슷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지만 하나같이 머리가 텅 빈 여자들이라 그녀의 도발에 넘어가서 부랴부랴 찾아와 따지기 급급했다. 나중에 울면서 최국환에게 하소연하면 정이 떨어진다며 다시는 만나주지 않았다.또한 최국환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신분과 집안, 그리고 사회적 지위 때문이었다.어쨌거나 그 나이 먹고 결혼을 3번이나 하면서 웃음거리로 전락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본처의 자리를 위협받지 않은 이상 고작 여자 문제로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뭐 있겠는가? 뒤에서 몰래 처리하면 그만이었다.“그냥 넘어가려고요?”비록 고모의 말도 맞지만 그래도 왠지 꺼림칙했다.“넌 신경 쓰지 마. 고모부 앞에서도 티 내지 말고.”임연지는 사진 속 여자를 힐끗 쳐다보며 속으로 ‘여우 년’이라고 욕하고 마지못해 대답했다.“알았어요.”임가희는 사진을 모두 치웠다.무언가를 떠올린 듯 임연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참, 고모, 만약 이 여자가 임신하면 어떡해요?”“네 고모부의 컨

  • 위태로운 제안   제1265화

    “침착해.”임연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호텔에서 제공한 가운을 느긋하게 껴입었다.“샤워했어? 나랑 같이 씻을래?”“꿈 깨.”이내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으면서 문을 열자 알몸으로 나타나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는 오재원을 발견했다.“연지야.”그녀는 남자의 손길을 슬쩍 피했다.“호텔에서 푹 쉬어. 먼저 가볼게.”“아직 이른데? 좀 더 있다 가.”“안돼.”임연지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오재원을 스쳐 지나가 침대 옆으로 걸어가서 바닥에 떨어진 옷을 집어 들었다.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쌀쌀맞은 얼굴을 보자 오재원은 꼬리를 내렸다.“알았어. 그럼 언제 다시 올 거야? 그리고 원하는 집이 있으면 알려줘. 부동산에 물어볼게.”“방 3개, 풀옵션. 나머지는 알아서 해.”“그래.”임연지는 옷매무새와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방을 나갔다.그리고 문이 닫히는 순간 뒤돌아보며 혀를 찼다.‘역겨운 놈.’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몸을 싣고 한진에게 답장을 보냈다.[호텔을 벗어나니 공기마저 상쾌한 기분이야.]한진이 대답했다.[하하하! 참,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우리 오빠가 인맥을 동원해서 각 언론사에 수시로 주시하라고 했잖아. 그중에서 제보받은 회사가 있는데 편집장이 이메일을 보자마자 오빠한테 연락했대.]그러고 나서 이메일의 스크린샷을 보내주었다.본문의 첫 마디가 온하랑이 필라시에서 유학할 때 최동철과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었다.임연지는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대박인데? 고마워, 한진아. 오빠한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해줘. 네가 아니었다면 진짜 아프리카로 쫓겨났을지도 몰라.]그동안 한진의 오빠가 사전에 뉴스를 차단하지 못하고 자칫 폭로라도 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이제 결과를 확인한 이상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하지만 대체 누가 제보했단 말이지?한진이 다시 문자를 보냈다.[물론 메일 주소를 역추적한 결과 여전히 너희 집으로 되어 있어. 아마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가상 주소를 사용한 것 같아.][미친놈.]임연지는 화가 나서 머리카락을

  • 위태로운 제안   제1264화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임연지는 그 틈을 타서 오재원의 손을 뿌리치고 재빨리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갔다.오재원은 그녀를 따라 나가려고 했지만 잠시 뒤 자신이 들고 있던 캐리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끌며 엘리베이터를 나왔다.방에 들어가자 오재원은 서둘러 캐리어를 한쪽으로 밀어두고 임연지를 끌어안고는 침대 쪽으로 밀어붙였다. “연지야, 빨리 나 주라고. 더는 참을 수 없어.”“오재원! 이거 놔! 먼저 일어나!”“안 돼. 연지야,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그냥 즐기기만 하면 돼.” 그녀는 그를 힘껏 밀쳤고 마음속에서 강한 반감을 느꼈다. 그녀는 그의 억제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오재원의 힘이 너무 강해 벗어나기 힘들었다. “오재원, 내 말 들어봐. 우리 얘기 좀 해야 해.” 임연지는 차분하게 말하며 그가 자신의 말을 듣길 바랐다.하지만 오재원은 이미 욕망에 눈이 멀어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임연지에게 입을 맞추려 했고 손은 그녀의 몸을 함부로 만지기 시작했다.“얘기할 필요 없어. 네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걸 알아. 우리는 지금 중요한 일을 하는 거야.” 그는 말을 마친 후 임연지의 입술을 막았다. “연지야, 잘 생각해. 네가 만약 나를 밀어내면 난 바로 나갈 거야.” 임연지는 속에서 역겨움이 밀려왔지만 그녀의 밀치는 손길은 결국 멈춰 섰다.“그래 이거지.”오재원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는 충분히 즐겼다. 모든 일이 끝난 후 오재원은 임연지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너 너무 향기로워. 연지야. 어쩌면 이제 우리 아이가 여기 있을지도 모르겠네.”임연지는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더 이상 그를 피하지 않으면 정말로 오재원에게 뺨을 갈길 것만 같았다.화장실에 들어간 임연지는 핸드폰을 꺼내 한진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진아, 살려줘. 진짜 그 사람이 너무 싫어!][돌아오자마자 나랑 자려고 하고 역겨워 죽겠어!][내가 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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