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룡은 겁에 질린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말씀만 하세요. 무슨 일이든 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해내겠습니다!”그는 그만큼 한지훈이 두려웠다.그의 큰형님보다도 더 두려운 존재였다.비록 그의 큰형님이 이미 사성천급 전신의 무시무시한 실력을 갖췄지만 현재 해룡의 눈앞에 있는 두 사람은 분명 큰형님을 초월한 실력을 가졌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한지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와 현장을 압도하는 기세에 해룡은 숨이 막혀왔다.“간단해. 기영증권이 관리하는 업체들을 전부 인수해.”한지훈이 싸늘하게 말했다.해룡은 그 말을 듣고 한지훈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했다.그와 기영증권을 완전히 적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분명했다.하지만 그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알겠습니다!”해룡이 말했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에게 물었다.“다른 세 명은 어디 있지?”그 말에 해룡의 눈빛이 흠칫 떨렸다.“다른 형님들은 강북에 안 계십니다. 다른 구역을 담당하고 있어요.”“그래. 시간 날 때 그들에게 연락해서 내가 좀 보자고 한다고 전해. 물론, 내키지 않으면 언제든 날 찾아와도 좋아.”말을 마친 한지훈은 저택을 나섰다.한지훈이 떠난 뒤에야 해룡의 부하들은 돌무덤에서 수장을 끌어냈다.그의 몸은 온통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힘겹게 몸을 일으킨 해룡은 겁에 질린 눈으로 멀어지는 한지훈과 용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그들이 정말 떠났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른 수장님들께 연락해서 이 사실을 알려! 그리고 바로 아지트로 복귀해서 대책을 상의하자고 전해!”“그리고 기영증권에 연락해서 그들의 산하에 있는 업체를 모두 우리가 인수한다고 전해. 불복하는 자는 죽여도 좋아!”지시를 내린 해룡은 지친 몸을 이끌고 내전으로 들어갔다.그 시각, 저택을 나온 용린이 의아한 얼굴로 한지훈에게 물었다.“왜 그 자식을 살려두신 겁니까?”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이용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놈이니까. 우린 강북에 온지 얼마 되지 않
길종문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절대 해룡과 정면 충돌하지 말라고 전해!”말을 마친 그는 핸드폰을 꺼내 해룡에게 전화를 걸었다.“해룡, 이게 뭐 하는 짓인가?”수화기 너머로 해룡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길 가주가 어쩐 일이지?”“모른 척하지 마! 지금 뭐 하는 짓이냐고 내가 묻잖아! 왜 우리 업장들을 강제로 인수한 거야?”길종문의 얼굴 근육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이미 백 선생 때문에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그런데 해룡이 갑자기 반기를 들고 나오니 사방에 적을 둔 느낌이 들었다.해룡이 웃으며 말했다.“아, 길 가주. 그것 때문에 그래? 별거 아니야. 최근 형제들이 글쎄 용돈이 다 떨어졌다지 뭐야. 그래서 길 가주네 사업장으로 돈맛 좀 보려고. 이해할 수 있지?”“뭐라고!”그 말을 들은 길종문은 너무 화가 나서 당장 쓰러질 것 같았다.“해룡! 명심해! 너희 사절을 지금까지 키워준 건 우리 가문이야! 우리가 없었으면 강북에 사절은 존재하지도 않았어! 당장 네 사람들을 우리 사업장에서 철수하라고 해!”해룡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길 가주 말이 맞아. 사절은 기영증권의 도움을 받아 지금까지 발전했지. 하지만 우리가 해준 일도 많잖아? 살인, 불법 매매 이런 걸 다 합치면 그때의 빚은 갚고도 남았어! 그러니 길 가주도 우리한테 뭐 좀 나눠줘야 공평하지 않겠어? 나도 형제들한테 미안해 죽을 지경이라고!”“돈이 부족하면 나한테 먼저 말했어야지! 이렇게 남의 사업장을 건드리고 다니면 우리 가문 체면이 뭐가 돼?”“당장 사업장을 원상복귀 시키고 애들을 덜려보내! 안 그러면 우리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거야!”길종문은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몇 년을 정성 들여 키워낸 폭력 조직이 자신을 향해 칼을 빼들 줄은 상상도 못했다.해룡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기대하지!”그 말을 끝으로 해룡은 전화를 끊어버렸다.분노한 길종문은 핸드폰을 바닥에 집어던지며 소리쳤다.“해룡 이 개 자식! 망할 사절 놈들!
“알았어요, 형님. 지금 다녀올게요.”길천호는 반지를 쥐고 저택을 나갔다.그 시각 저택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커피숍에서 한지훈과 용린은 한가롭게 커피를 마시며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길종문 일가를 구경하고 있었다.“용왕님 말씀이 맞았습니다. 많이 초조해 보이는군요.”용린이 웃으며 말했다.한지훈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계속해서 그쪽을 주시했다.길천호가 밖으로 달려오더니 차량에 올라타는 게 보였다.용린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제가 따라가 볼까요?”한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같이 움직이자. 나도 길종문이 남겨둔 마지막 수가 궁금하거든.”그렇게 그들은 차를 운전하고 길천호의 차량을 바짝 쫓았다.잠시 후, 그들은 서부에 도착했다.이곳은 강북의 개발지역이었는데 공장단지가 주를 이루는 구역이었다.공장들 사이에 7층 높이의 낡은 누각이 하나 있었다.시간이 오래돼서 그런지 누각은 곳곳이 마모되어 있었다.길천우의 차가 누각 앞에서 멈추었다.그는 차에서 내려 풍운각이라고 쓰여진 간판을 확인했다. 그리고 신속히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작은 식당이었는데 중간에 무대가 있었는데 아마 공연도 하는 것으로 보였다.그 시각 누각은 장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길천호는 한 여직원을 잡고 물었다.“사장님은 어디 계시죠? 길천호라고 합니다. 사장님을 만나러 왔어요.”여직원은 길천호를 힐끗 보고는 뒤쪽을 가리켰다.“사장님은 안에 계십니다.”길천호는 곧장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뒷마당에서 길천호는 깡마른 체형의 남자가 능숙한 칼질로 소 뼈와 살을 분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그가 한번 칼을 휘두를 때마다 고기와 뼈가 정확히 분리되었다.길천호마저도 처음 보는 정확한 칼질이었다.그는 다급히 다가가서 공손히 인사했다.“박 사장님? 저는 길천호라고 합니다. 길정문 가주의 동생이에요.”칼질을 하던 중년 남자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길천호는 굳은 표정으로 그 자리에서 잠자코 기다렸다.대략 5분 정도 지나 조급해진 길천호가 다시
“해룡? 사절의 수장 중 한 명인 해룡을 말하는 건가?”박삼수가 그 말을 듣더니 음침한 얼굴로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길천호를 노려보며 싸늘한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자네의 가문과 사절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왜 굳이 해룡을 죽이라고 하는 건가?”길천호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도 당황스럽습니다. 아침에 해룡이 부하들을 끌고 우리의 사업장을 전부 강점했거든요. 형님은 크게 노하시어 제가 여기까지 찾아오게 된 것입니다.”박삼수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일이 있었군. 가지.”길천후가 그에게 물었다.“사장님, 이대로 가실 건가요? 무기도 좀 챙기고 제자들이라도 데려가야 하지 않나요?”박삼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럴 필요 없어.”말을 마친 그는 곧장 대문을 향해 갔다.하지만 문턱을 넘어서기도 전에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긴장한 얼굴로 전방을 주시했다.풍운각을 나온 길천호가 걸음을 멈춘 박삼수를 보고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박 사장님, 왜 그러십니까?”“왔군.”박삼수가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느새 그에게서는 진한 살기가 풍기고 있었다.“누가 왔다는 겁니까?”길천호가 두려움에 어깨를 움찔하며 물었다.“아주 강한 기운이 느껴져. 절대 강자가 왔어!”박삼수가 말했다.길천호가 고개를 돌리자 길 건너목에서 두 명의 사내가 나타났다.그들은 얼굴을 가리고 한발 한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순간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자리를 피했다.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주변 공기마저 싸늘해지고 긴장감이 고조되었다.풍운각 앞으로 다가온 한지훈과 용린은 싸늘한 눈빛으로 박삼수를 노려봤다.박삼수도 인상을 잔뜩 구기며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상황을 모르는 길천호만 둘을 보고 기고만장하게 고함쳤다.“너희는 또 뭐야? 당장 꺼져! 오늘 풍운각 영업 안 해!”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한지훈이 손을 뻗었고 손가락 사이로 은침이 섬광을 번뜩이며 날아가
한지훈은 담담한 얼굴로 뒷짐을 지며 말했다.“내 말 명심해! 풍운각 삼형제는 강북에서 벌어지는 일에 나서지 마!”박삼수는 멀어지는 두 사람을 노려보며 입에서 피를 뿜었다.너무 강해서 실력이 가늠도 가지 않는 상대였다.게다가 아까 그를 상대할 때는 전력을 다하지도 않은 게 느껴졌다.강북에 언제 저런 강자가 나타난 거지?박삼수는 싸늘한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진 길천호에게 다가가서 상황을 살폈다. 다행히 죽지는 않고 일시적으로 신경이 마비된 상태였다.그는 부하를 시켜 길천호를 집으로 돌려보내며 오늘부터 풍운각은 영업을 중단하고 강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끼지 않겠다는 전갈을 보냈다.그렇게 풍운각은 문을 닫았다.박삼수는 신속히 뒷마당으로 와서 지하통로를 걷다가 지하실로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내공을 수련 중인 큰형과 둘째 형이 있었다.“형님들, 풍운각 문 닫았어요.”박삼수가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박일수와 박이수가 눈을 뜨더니 싸늘한 표정으로 동생을 노려보며 물었다.“이유가 뭐야?”“한 절세 고수가 찾아와서 나를 한방에 날려버렸어요. 그리고 강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손을 떼라고 경고하고 가더군요.”박삼수가 말했다.“한방에 너를 쓰러뜨렸다고?”박이수도 경악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너는 2성 현급 전신의 실력을 갖추고 있잖아. 그런 너를 한방에 쓰러뜨렸다면 최소 삼성지급 전신이란 소리야!”“아니에요! 그 사람에게서 큰형보다 더 무서운 기운을 느꼈어요. 아마….”박삼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끝을 흐렸다.“아마 뭐?”체구가 건장한 박일수가 담담히 물었다.“아마 큰형을 초월한 것 같아요. 적어도 내 생각은 그래요!”박삼수가 말했다.그 말에 박일수의 두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확실해?”“확실해요!”지하실에 정적이 찾아왔다.한참이 지난 뒤, 박일수가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문을 닫고 조용히 지내는 게 맞아.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는 게 세상의 이치지. 지존급 실력자가 강북에 나타났다니. 강북의 구도가 이제 변하겠군.”
길종문은 얼른 자리에 앉아 입을 열었다.“원 선생, 사절에서 갑자기 배신때렸습니다. 우리 길씨 가문 여러 곳에서 행패까지 부렸습니다.”“이미 예상했던 일입니다.”원지용은 덤덤하게 웃으며 덧붙였다.“어젯밤 봉미산과 맞짱 뜬 사람이 있는데, 한방에 해룡을 이겼다고 합니다.”“네?”순간 길종문은 모든 걸 깨닫게 되었다.“누군가가 뒤에서 모든 걸 판을 두고 있는 겁니까?”원지용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렇습니다.”이에 길종문은 순간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화가 잔뜩 난 모습으로 난간을 탁 치며 말했다.“제길! 도대체 우리 가문을 겨냥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야!”“혹시 다른 5대 명문 대가에서 한 짓이 아닐까요? 아니면 심천하가 꾸민 짓일까요?”원지용은 웃으며 답했다.“둘 다 아닙니다.”“둘 다 아니라고요? 그럼, 그 배후가 도대체 누굽니까?”발끈거리는 길종문을 보며 원지용은 고개를 저었다.“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배치를 보면 매우 신중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손을 쓰는 순서를 보아하니 아마 우리 원씨 가문을 겨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네? 원씨 가문을 겨냥하고 있다고요?”원지용의 말에 길종문은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누구일까?’‘어떤 미친 X이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걸까? 원씨 가문을 겨냥하고 있다니, 미친 거 아니야?’원지용은 웃으며 말했다.“원씨 가문은 지금껏 성장해 오면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미움을 샀습니다. 그러니 이상한 것도 아닙니다. 길종문 씨는 해야 할 일이나 책임지고 잘하면 됩니다. 오늘 저녁 파티는 잘 준비했어요?”“네, 모든 준비 다 끝마쳤습니다.”“그래요.”원지용은 이내 웃으며 말했다.저녁 7시경.강북 H시의 큰 호텔에서 호족 이브닝 파티가 열리고 있다.무릇 H시에서 명성이 자자한 인물은 모두 이 파티에 초대되었다.호텔 전체에 불빛이 휘황찬란하고 문 앞에는 수백 미터나 되는 레드카펫까지 준비되어 있으며 호화롭기 그지없는 차들이 연달아 도착했다.파티 현장에는 사람
원지용의 간단한 인사말은 몇 마디로 끝을 맺었다.무대에서 내려온 원지용은 길종문 등 사람들과 뒤쪽에 있는 개인 회의실로 향했다.이에 초대된 사람은 강북 H시의 5대 명문대가의 가주와 갑부 심천하까지 있었다.개인 회의실에서 사람들은 테이블을 에워싸고 앉았다.5대 명문 세가의 가주, 길종문, 길천호 그리고 심천하 등이 함께 하고 있었고, 회의실 분위기는 다소 무거워 보였다.지금 이곳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강북 H시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거물들이다.6대 명문대가의 가주와 심천하는 지금 저마다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침묵을 깨고 덤덤하게 웃으며 심천하가 입을 열었다.“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가 나누게 될 대화는 절대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됩니다. 강북 미래의 발전 구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모두 비밀을 지켜줬으면 하는 회의입니다. 하여 지금 가지고 계신 휴대폰과 같은 모든 통신 전자 제품을 제출하시기 바랍니다. 경호원들도 잠시 자리를 내주시면 좋겠습니다.”그 말에 다른 5대 명문대가 가주와 심천하는 얼굴이 어두워지면서 의문투성이였다.최씨 가문 가주인 최강민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길종문 씨, 혹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고 족치려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휴대폰도 제출하고 경호원까지 쫓아내고 말이에요. 다른 마음을 품고 우리를 이곳에 가두는 거라면, 강북 전체를 길씨 가문에서 앗아가지 않겠어요?”“맞습니다! 길종문 씨, 우리는 절대 휴대폰을 제출할 수 없습니다. 만약 말로 하고 싶으시면 말로 하세요. 이렇게까지 뜸 들이며 신비롭게 할 필요도 없습니다.”“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면 그냥 하시면 됩니다. 우린 모두 입이 무거운 사람들입니다.”지금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은 온씨 가문과 정씨 가문의 가주이다. 두 사람 모두 표정이 차갑기 그지없다.말하는 사이에 길종문의 두 눈에는 차가운 빛이 번쩍이었고 겨우 웃음을 자아내며 덧붙였다.“제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여러분을 위해서입니다. 오늘 이 회의
그 말에 이미 몸을 일으킨 세 가주는 서로 마주 보더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좋습니다. 원 선생 말만 믿고 한 번 앉아 들어보겠습니다.”지금껏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당씨 가문, 오씨 가문 그리고 심천하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서로 눈짓을 보냈다.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들어와 그들의 휴대폰과 같은 통신 장비를 모조리 가지고 나갔다.이와 동시에 가주들의 경호원들도 회의실에서 나갔다.그렇게 커다란 회의실에는 딱 9명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모든 전제 조건이 갖춰지자, 원지용은 웃으며 운을 떼기 시작했다.“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이번 밀담은 해외에서 돌아온 어드벤처러 백 선생에 관해서입니다. 다들 강북 H시에서 명성이 자자한 분들이신데, 백 선생에 대해서 들은 바가 많을 것으로 믿습니다. 백 선생은 헤아릴 수 없는 자본과 해외 인맥을 지니고 계신 분입니다. 이번 500억 달러 투자에 대해서 우리 원씨 가문도 발을 들여놓으려고 합니다. 이는 우리 원씨 가문 어르신들의 뜻이기도 합니다.”“혹시 이에 이의를 제기하실 분 계십니까?”원지용의 질문에 회의실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그러자 길종문이 먼저 나서서 적막을 깨뜨렸다.“우리 6대 명문 세가는 이에 아무런 의의도 없습니다. 원씨 가문에 의지한다면 그 외국 상인과 더욱 순조롭게 합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다른 5대 명문 세가 가주와 심천하도 반대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원지용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그럼, 모두 같은 마음인 걸로 알고 진행하겠습니다. 이번 백 선생과의 합작에서 원씨 가문은 길씨 가문에서 대표자로 나서서 합작을 이어 나갔으면 합니다.”순간 다른 5대 명문 세가 가주들은 반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말도 안 됩니다. 길씨 가문에서 대표로 나가는 이유가 뭡니까?”“그러게, 말입니다. 우리는 왜 안 되는 겁니까?”“허허, 이제야 알겠네요. 오늘 이 회의는 길씨 가문이 주인공인 거죠?”길씨 가문을 제외한 다른 가문의 가주들은 어두운 얼굴로 차갑게 웃으며 비아냥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