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기영증권에서 이브닝 파티를 주최한다는 소식이 강북 전체에 퍼졌다.이번 파티에서 아주 중요한 인물이 등장할 거라는 예고도 함께 공개했다.소식이 전해지자 강북의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기영증권은 이번에 사회 가계 유명인사들을 전부 불러모았다.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5대 가문과 심천하도 당연히 초대를 받았다.심천하의 별장.심천하는 초대장을 손에 들고 굳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길종문 이 능구렁이가 또 무슨 짓을 꾸미는 거지?”“대표님, 꼭 참석해야 합니까?”옆에 있던 노집사가 그에게 물었다.심천하는 심각한 표정으로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차 대기시키세요. 백 선생을 만나야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바로 출발하여 한지훈이 투숙 중인 호텔로 향했다.스위트룸으로 들어간 심천하가 말했다.“백 선생, 이번에 기영증권에서 대형 파티를 주최하고 강북의 유명 인사들을 모두 불러모았습니다. 제가 가는 게 맞을까요?”뒤돌아선 한지훈이 덤덤하게 말했다.“가야지. 선물도 꼭 준비해서 가.”“선물이요?”심천하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한지훈은 심천하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이며 말했다.“기영증권이 왜 이 시점에 파티를 주선했을까?”“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가르쳐 주시지요.”심천하가 겸손하게 말했다.“원씨 가문이 시켰을 거야.”이때, 용린이 안으로 들어오며 담담히 말했다.“용왕님, 원씨 가문의 대표가 어제 길종문네 집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이번 파티에서 그 대표의 실물이 공개될 겁니다. 아마 심 대표님과 용왕님을 표적으로 삼은 것 같습니다.”“저요?”심천하는 오리무중이었다.용린이 웃으며 말했다.“심 대표님의 배후에 아주 대단한 분이 계신다는 건 강북의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지요. 하지만 그 배후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니 내일 밤 파티에서 원씨 가문에서 온 대표와 길종문은 그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 겁니다. 그들은 심 대표님 배후에 누가 있는지 궁금하겠죠. 건드려도 되는 인물인지, 아니면 피해야 하는지 말이죠.
차주는 단연 길종문의 장자 길용호였다.조수석에는 예쁘장한 여자가 함께 타고 있었다. 그녀는 몸매가 다 드러나는 옷을 입고 겁에 질린 표정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길용호는 힘껏 가속 페달을 밟으며 멀리서 뒤따라오는 수십 대의 차량들을 비웃고 있었다.그의 이중 신분은 강북에서 유명한 카 레시엇였다.길용호가 자아도취에 빠져 있을 때, 검은색 차량이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며 가볍게 그를 초월했다.순간 길용호는 당황했다.“젠장! 뭐야?”길용호는 눈을 부릅뜨며 전방에서 달리고 있는 차량을 노려보았다.갑자기 속에서 뜨거운 분노가 치밀었다.“멍청한 자식이 감히 나를 앞질러서 가?”그는 힘껏 엑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았다.길용호의 붉은색 페라리가 다시 추진력을 얻고 빠르게 추격해 나갔다.잠시 후, 산길 도로에서는 검은색 차량 한 대와 길용호의 차량이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며 달리고 있었다.급커브 구간!검은색 차량이 S형 곡선을 그리며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자 길옆에 박혔던 돌멩이가 사방으로 튀었다.속도가 워낙 빨랐기에 차량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서는 검은 먼지가 풀풀 날리고 있었다.길용호도 곡선을 따라 운전대를 확 꺾었다.하지만 기술 부족으로 급커브를 돌 때 타이어가 빠지면서 길 중앙에서 나선형으로 빙글빙글 돌았다.다행히 기본공은 있었기에 길용호는 운전대를 노련하게 흔들며 겨우 중심을 잡고는 다시 질주하기 시작했다.5분 뒤, 정상에서는 사람들이 초조한 마음으로 마지막 종점을 통과하는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요란한 엔진 소리가 그들의 고막을 찢었다.그리고 사람들의 기대에 찬 시선 속에서 검은색 벤츠가 허공을 가르며 종점을 통과했다.샴폐인이 터지는 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승전을 축하하는 불꽃이 상공을 갈랐다.하지만 차에서 내린 인물을 확인한 사람들의 표정은 경악으로 바뀌었다.“뭐야? 길 이사는?”“저거 길 이사 차 아니잖아!”“어떻게 된 거지? 이번에는 일등 얼굴이 바뀌었는데?”사람들이 놀라며 수군거리고 있을 때, 붉은색 페라리가 종
길용호는 분해서 미칠 것 같았다.여태 살아오면서 그에게 이토록 무례하게 대한 사람은 없었다.바닥을 기어 몸을 일으킨 그는 아직도 화끈거리는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한지훈을 노려보았다.“젠장! 너 누구야? 여기 내 아지트야! 감히 내 구역에서 내 몸에 손을 대? 너 죽고 싶어?”길용호는 원래 인성파탄자였다.그의 고함에 뒤에서 수십 명의 방망이를 든 사내들이 나타났다.그들은 평소에 길용호를 따라다니며 경호원 노릇을 하는 놈들이었다.이 산은 카 레이싱을 좋아하는 길용호가 거금을 들여 구매한 구역이었고 수십 명의 조직폭력배들이 이곳에 상주하고 있었다.모시는 분이 맞는 걸 본 놈들은 깊은 분노를 느끼며 무기를 챙기고 한지훈에게 다가갔다.“감히 이 구역에서 우리 도련님께 주먹질을 해? 너 죽고 싶어?”“그런데 저 자식은 누구야? 전에는 못 보던 놈인데? 지방에서 왔나?”“지방에서 올라온 촌놈이 감히 우리 도련님을 건드렸단 말이야? 저 자식 살 날도 머지 않았네!”“지난번에 지방에서 올라온 재벌 2세가 도련님 애인 한번 건드렸다가 팔목이 잘려 나갔잖아! 결국 그 집에서 돈까지 들고 와서 사과하고 가지 않았었나?”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며 한지훈은 길용호라는 사람의 인간성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이놈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망나니였다.“내기에서 져서 분하다고 사람을 치겠다는 거야?”한지훈은 전혀 동요 없는 표정으로 담담히 말했다.길용호가 굳은 표정으로 등 뒤에 선 부하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그는 음침한 얼굴로 한지훈 앞에 다가가서 물었다.“야, 너 이름이 뭐야?”“나? 한지훈.”한지훈이 담담하게 답했다.“한지훈? 강북에서는 못 들어보던 이름인데? 넌 어디서 왔어?”길용호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좀 멀리서 왔어. 작은 사업하러 왔다가 근처에 카레이싱 경기장이 있다길래 와봤지. 그런데 경기가 이렇게 재미없을 줄은 몰랐네.”“이 근방에서 유명한 레이싱의 귀재라길래 좀 기대했는데 별거 아니었네, 길용호?”그 말을 들
“종점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도련님!”사람들의 환호에 힘입어 길용호는 운전대를 꽉 붙잡고는 발을 가속 페달에 가져다댔다.그는 고개를 돌려 우측에 있는 한지훈을 바라보며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감히 나랑 레이싱 내기를 해? 그 자신감, 처참히 부숴주지!”레이싱걸이 깃발을 휘두르자 두 대의 차량이 웅장한 소리를 내며 출발했다.길용호의 붉은색 페라리는 미친 듯이 기염을 토하며 날카롭게 출발했다.순식간에 레이싱 장에 우레와 같은 함성소리가 울려 퍼졌다.한지훈의 검은색 벤츠는 약간 뒤늦게 출발했다.하지만 그는 조급해하지 않고 여유롭게 페라리를 뒤쫓아갔다.길용호는 후방 카메라에 비춘 한지훈의 검은색 벤츠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하! 고작 그 실력으로 나랑 내기를 하겠다고 나선 거야? 주제도 모르는 놈!”하지만 그 말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 뒤에서 무시무시한 엔진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한지훈의 검은색 차량이 마치 표범처럼 가공할 속도로 길용호의 차량을 앞질렀다.“젠장!”길용호마저 순간 당황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상대가 자신을 추월해 버린 것이다.길용호는 분노를 참으며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며 뒤쫓아갔다.하지만 그가 종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종점에 도착한 한지훈이 느긋하게 차량에 몸을 기댄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그 순간에 길용호는 자신이 패배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사람들도 길용호의 패배에 충격에 빠졌다.길용호는 음침한 얼굴로 차에서 내렸다.그의 뒤로 다가간 부하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도련님, 한마디만 하세요. 저놈 사지를 찢어버리겠습니다!”길용호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됐어! 난 패배하고도 인정하지 못하는 속 좁은 놈이 아니야! 일주일간 끄나풀하는 거? 어렵지 않지!”말을 마친 그는 한지훈의 앞으로 다가가서 정색하며 말했다.“너 좋은 실력을 가졌구나. 나중에 시간 나면 나도 가르쳐 줘.”한지훈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이지. 그럼 패배를 인정하겠다는 거네?”“물론이지! 나 길용호, 신
잠시 후, 한지훈과 용린은 차를 타고 강북의 북부로 왔다.이곳은 강북에서 가장 치안이 혼잡한 곳이었다. 곳곳에 유흥업소와 사설 도박장, 클럽과 술집이 즐비한 곳이었다.이곳은 강북에서 가장 유명한 홍등가로 통했다. 수많은 강북과 지방, 그리고 해외 여행객들이 스트레스를 풀려고 찾는 곳이었다.오죽했으면 북부는 남자들의 천국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차에서 내린 한지훈과 용린은 길 양측에 빼곡히 들어선 술집과 유흥업소, 그리고 영업을 하러 나온 여자들과 거리에서 여자와 실랑이를 벌이는 여행객들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공기마저 탁하고 더러운 느낌이 들었다.둘은 함께 한 술집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고막을 찢을 것 같은 클럽 음악이 흘러나왔다.그들은 구석진 곳으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젊은 여자 몇 명이 그들에게 다가오더니 같이 술을 마시자며 공공연히 초대를 보냈다. 금액만 맞으면 같이 나갈 수도 있다는 뻔한 암시도 빼놓지 않았다.한지훈은 쓰게 웃으며 그들을 거절했다.그러자 여자들의 표정이 표독스럽게 변하더니 그들을 비난하기 시작했다.“돈도 없으면서 술집엔 왜 온 거야? 아, 재수없어!”한지훈은 인상을 잠깐 찌푸렸지만 굳이 그 여자와 입씨름을 하기도 귀찮았다.이때, 어두운 표정을 한 용린이 말했다.“용왕님, 저쪽을 보세요. 이 일대에서 보호비를 받고 다니는 두목인데 사절 조직에서 비교적 높은 위치에 있는 녀석이라고 합니다. 이름이 땡칠이였나? 어쨌든 슬하에 50명 정도의 부하들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오늘밤에 땡칠이가 이곳에서 필리핀에서 온 고객과 약 거래를 한다는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카운터 뒤쪽을 바라보았다.수염이 더부룩하고 근육질의 건장한 사내가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고 주변에는 네 명의 경호원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허리춤을 보니 그들 모두 권총을 소지하고 있었다.잠시 후, 땡칠이라는 자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외국인으로 보이는 남자들과 후문을 통해 클럽 내부로 들어갔다.
대략 50미터 정도 걸었을까, 전방에 은폐된 문이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빈 공간이 나왔다.공간 내부에서 땡칠이가 해외 불법업자들과 협상을 하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들려온 기척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쳤다.“뭐야? 누가 들어오라고 했어? 나가서 바깥을 지키라니까!”하지만 그 말을 뱉자마자 시야에 들어온 한지훈과 용린의 모습에 분노한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너희들 뭐야?”그 순간, 땡칠이의 뒤쪽에 있던 그의 부하들이 순식간에 허리춤에서 권총을 빼들었다.필리핀에서 건너온 불법 업자들도 화들짝 놀라며 총을 꺼내고 땡칠이를 조준하며 발음이 이상한 한국어로 소리쳤다.“뭐야? 감히 우리를 배신한 거야?”땡칠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욕설을 내뱉었다.“멍청한 것! 거래는 잠시 중단이야! 일단 나가! 며칠 지나서 다시 연락할게! 지금 중요하게 처리해야 할 놈들이 있어!”그 말을 들은 필리핀인들이 고개를 돌리고 한지훈과 용린을 노려보더니 물건을 전부 가방에 회수하고 반대편에 있는 문을 통해 나가버렸다.한지훈은 그들이 떠날 때까지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담담한 얼굴로 땡칠이를 바라보며 말했다.“나를 너희 수장에게 데리고 가. 사절, 알고 왔어.”그 말에 땡칠이가 기괴한 표정으로 웃었다.“야, 넌 여기가 뭐 하는 곳인지나 알고 말하는 거야? 감히 내가 하는 일을 방해하다니! 넌 오늘 살아서 나가긴 글렀어! 우리 수장님을 만나? 꿈도 야무지네!”한지훈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난 같은 말 반복하는 거 굉장히 싫어해.”그 말을 들은 땡칠의 얼굴이 험하게 일그러졌다.“건방진 자식!”곧이어 그의 뒤에 있던 사내들이 한지훈과 용린을 향해 총을 발사하기 시작했다.탕탕탕!총소리가 작은 밀실을 뒤흔들었다.하지만, 그 순간 용린은 자세를 낮게 숙이고 놈들에게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총탄보다 그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땡칠이 일행은 눈앞에서 섬광이 번뜩하더니 귓가에 싸늘한 바람을 느끼다가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그들은 기괴한 표정으로 자신의 오른손
땡칠이는 온몸의 뼈가 산산이 부서진 느낌이었다.흉부의 늑골이 몇 대는 부러진 것 같았다.‘망할 자식들!’“야, 너 여기가 어딘지 알아? 여기 사절단 아지트야! 강북 전체가 사절의 소유라고! 감히 사절의 아지트에서 난동을 부려?”땡칠이는 온몸의 고통을 참으며 한지훈을 향해 눈알을 부라렸다.한지훈은 담담하게 땡칠이를 바라보며 말했다.“미안하지만 난 너희 사절을 아작 내려고 온 거거든! 죽고 싶지 않으면 빨리 길을 안내해! 계속 이렇게 반항하면 결과가 좋지 않을 거야!”“꿈 깨! 죽어도 절대 사절을 배신하지 않아! 난 평생을 사절에 바치기로 맹세한 사람이야! 그런 내가 사절을 배신해? 차라리 날 죽여!”땡칠이의 두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소파로 다가가서 앉아 용린을 불렀다.“저 놈 입 좀 열게 해봐.”“네!”용린은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으며 땡칠이에게 한발 한발 다가갔다.땡칠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용린을 바라보았다.“너… 뭐 하자는 거야? 지금 내 몸에 손을 대면 우리 사절 형제들이 너희를 살려두지 않을 거야! 너희의 가족들도 너희가 저지른 멍청한 짓 때문에 처절한 응징을 당할 거라고!”땡칠이가 협박하듯 말했다.하지만!우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용린은 놈의 한쪽 다리를 90도로 꺾어 버렸다.“악! 내 다리! 이 망할 자식이!”땡칠이는 처참한 비명을 지르면서도 용린을 매섭게 노려보며 울부짖었다.“이제 오른 다리도 손봐야겠지?”말을 마친 용린이 다시 손을 뻗었다.우드득!땡칠이의 오른다리가 부러졌다.땡칠이는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하지만 용린은 멈추지 않았다.그는 다가가서 놈의 왼팔도 꺾어버렸다.극심한 고통에 땡칠이는 순간 의식을 회복하고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 그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흥건했다. 아까 기고만장했던 기세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땡칠이는 처절하게 애원하기 시작했다.“말할게! 말할 테니까 제발 그만해…
“예, 형님!”부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십 명의 형제들과 함께 거실을 나갔다.욕조에 몸을 담근 남자는 여전히 덤덤한 표정으로 미녀들과 유희를 즐겼다.저택 밖 입구에 한지훈과 용린이 모습을 드러냈다.두 사람은 고개를 들어 활짝 열린 대문을 바라보았다. 정원에는 수십 명의 무장한 조폭들이 입가에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좀 지저분한 싸움이 될 것 같군.”한지훈이 담담히 말했다.용린이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용왕님, 저에게 맡기시죠.”한지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으로 가서 담배를 입에 물었다.용린은 살기등등한 얼굴로 수십 명의 무장 조폭들을 노려보며 다가갔다.맨 앞에 선 조폭들은 그의 기세에 물려 당황한 듯, 뒷걸음질쳤다.“쏴!”사람들 틈에서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소리쳤다.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용린은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더니 어느새 공중을 날며 단도를 휘두르며 조폭들에게 달려들었다.슥!용린이 한번 팔을 휘두를 때마다 조폭들이 들고 있던 총이 두 동강이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탕탕!조급해진 놈들이 신속히 용린을 향해 총을 발가했다.하지만 총탄은 용린의 옷깃도 스치지 못했다.그것은 그림자였다.놈들의 경악한 시선 속에 용린은 무아지경으로 단도를 휘둘러 몇몇 조폭들의 목숨을 취했다.1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저택 입구에는 수십 명의 조폭들이 피못에 쓰러졌다.현재 멀쩡히 서 있는 인간은 용린뿐이었다. 그의 단도에서 피가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한지훈은 느긋하게 담뱃불을 끄고 대문을 향해 다가갔다.그런데 안으로 들어선 순간, 안쪽에서 한 무리의 조폭들이 달려나오더니 두 사람을 겹겹이 포위했다.이어서 정문에서 욕실 가운을 입은 사내가 여자들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한발 한발 밖으로 나왔다. 사내의 온몸에서 진한 살기가 풍기고 있었다.그의 가슴팍에는 청용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재밌는 친구들이네. 그래서 무슨 의도로 여기까지 날 만나러 온 거지? 나랑 친구하려고? 아니면 그
건드리지 말아야 했다. 지금 이 순간, 누구든지 막론하고 미치지 않고서야 한지훈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적어도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를 막아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설령 한용이 나선다 하더라도, 그를 막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으로서 최선의 선택은, 한지훈을 풀어주고 그가 멀리 가게끔 놔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광장을 나서자마자 한지훈은 수만 대군에 의해 겹겹이 포위되었다. 그지없이 큰 포구에, 경중 기관총의 검은 총구들이 모두 일제히 한지훈을 겨누었다. 크게 긴장한 진강이 머뭇거리고 있는 한편, 군인들은 순식간에 길을 내주었다. 뜻밖의 상황에 진강은 내심 감격하였다. 천군만마 속을 누비며 유유히 지나가는 것 자체를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했다. 이 얼마나 대단한 기백과 위용이 필요한 일인가? 진강은 자신이 이번 생에 뜻밖에도 이렇게나 높은 대우를 누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여겨,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했다. 뒤이어 안전지대에 도착하자마자, 진강은 격동되는 말투로 물었다. “한... 한 사령관님, 방금 왜 우천존을 죽이지 않으셨습니까! 그놈을 살려두면 아마도... 화근이 될 수 있습니다!”그러자 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진강을 흘깃 보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넌 내가 정말 천신계의 강자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예상치 못한 한지훈의 반문에, 진강은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한지훈은 자신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본인이 펼칠 수 있는 진법의 위력은, 노인의 1000분의 1도 안된다는 것을. 그러나 그는 분명히 노인의 위세를 느끼기는 했다. 어마무시한 기운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저 겉핥기만 한 셈이었다. 사실 방금 광명 좌우사를 격살할 때도 단지 진법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었다. 진법만으로는 두 사람을 순식간에 피투성이로 만들 수가 없었다. 그는 진법을 펼치는 동시에, 손가락을 짚고는 수십 개의 침을 쏜 것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 핏물 속에 비침이 숨어 있는 것을
지금 이 순간, 광장의 분위기는 발칵 뒤집혔다. 우천존은 엄연히 천신계의 강자이다. 그런데 천신계의 강자가 천왕계로부터 이렇게 도발과 모욕을 당하면서도, 이렇게나 덤덤할 수 있다니? 이내 한지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광장 주위를 흘깃 훑어보았다. 그는 첨탑과 피라미드 위에 선 채 대결을 구경하고 있던 고수들을 보고는 비웃게 됐다. “다들 어떻게 생각해? 너희들 아직도 내가 오늘 죽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몇 리 밖에서 흘러나오는 한지훈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부끄러운 나머지 고개를 숙였다. 특히 산토스는 더욱 몸 둘 바를 몰랐다. 바로 몇 분 전까지만 해도 한지훈을 무릎 꿇게 만들려 했던 천신계의 강자가, 이제는 뜻밖에도 한지훈으로부터 압박을 받게 되면서 한마디도 하지 못하게 될 줄이야. 정확히 20분 전, 신들린 존재라고 불리던 광명존은 어느새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광장 전체는 더욱 고요한 나머지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고, 심지어 지켜보던 사람들은 숨조차 마음껏 내쉬지 못했다. 사람들은 오로지 우천존과 한용이 입을 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그들 둘만이 의견을 밝힐 자격이 있으니까. “자고로 우리 용국에는, 감히 우리 용국을 범하는 자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주살한다는 규칙이 있어! 저 한지훈, 오늘 여러분께 제대로 말씀드립니다. 천년 전이든 천년 후가 됐든, 감히 저희 용국을 범하는 자들은 반드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반드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라... 이 한마디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귀에 맴돌았다. 지금 이 순간, 사람들은 더더욱 감히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였다. 심지어 우천존 또한 잔뜩 화가 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릴 지경이었지만, 그저 묵묵히 이를 악문 채 오늘의 원수를 마음에 새길 수밖에 없었다. 이내 한지훈은 그제야 비로소 몸을 돌렸고, 한 손으로 유회원의 몸을 힘껏 내리눌렀다. 철컥! 그러자 뼈 갈라지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왔다. 바로 유회원의 척추가 부러지
광명존이 뜻밖에도 한지훈의 진법에 걸리게 되어 꼼짝도 못 하게 되자, 우천존은 언짢은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지금 이 순간, 한지훈은 천신계의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다. 게다가 현재 태양 광장 주변에는 수만 명이 그들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므로 더더욱 절대 물러설 생각이 없었던 우천존은 한껏 어두워진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한지훈! 너 아무리 한용을 믿고 나댄다 하더라도... 어디 감히 나한테 건방지게 굴어!”분노로 가득한 우천존의 우렁찬 목소리는 카만시 전체에 울려 퍼졌고, 모든 사람들은 그 위엄에 압도되었다.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이상, 우천존은 어떻게든 한지훈을 직접 죽여야만 마음속의 한이 풀릴 것 같았다. “훗. 나더러 저 놈한테 져주라고 하지 않았어? 내가 오늘 필연코 질 수밖에 없다고 네가 그랬잖아!”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이내 하늘에서는 한 줄기의 별빛이 떨어졌다. 순식간에 광명 좌사는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 별빛은 하늘이 만들어낸 자연의 기운이었기에, 천왕계인 광명 좌사라 하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기운은 아니었다. 사실 한지훈 또한 마찬가지로 내심 놀랐다. 뜻밖에도 이 진법이 이렇게나 강할 줄이야! 어쩐지 금룡왕이 말하길, 천신을 죽이는 건 땅강아지를 죽이는 것과 같다더니. 이내 한지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우천존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 날 안 건드려? 네 곁을 지키던 사람이 피투성이가 되었는데 왜 아직도 가만히 있는 거냐고!”이 말은 우천존의 귀에도 들려왔고,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귀에도 들려왔다. 지금 이 순간, 우천존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한지훈의 그 말은, 우천존의 자존심을 무정하게 짓밟는 듯했다. 2성 현급 천신계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우천존이 인왕계의 실력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자연의 기운에 그가 감히 맞서 싸울 수는 없었다. 현재 천신계는 지고 무상의 존재로서 일반인을 초연한 특권의 계층이긴 하지만, 과거 수천 년 전까지만 해도 천신계는 개보다도
그러나 아쉽게도, 한지훈은 이러한 진법의 정수가 무엇인지 정확히는 알지 못했다. 이번에도 운 좋게 해낸 것이었다. 게다가 다음 기회에는, 더 이상 이번처럼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천지를 뒤흔들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주로 시간 간격이 매우 짧았기에, 어쩌면 조금 남아있던 금룡심 혹은 그 노인의 잔념이 한지훈에게 힘을 북돋아 무사히 진법을 치게 도와준 것일 수도 있었다. 혹은 금룡왕의 여위에 의지하여 쉽게 수법을 펼친 것일 수도 있다. “하하하!”이내 한용이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그는 한지훈이 드디어 용심, 그것도 금룡심의 인정을 받게 되었다는 것에 잔뜩 흥분됐다. 비록 다섯 개의 용심 중 금룡심은 진법심이긴 하지만, 전해져 온 전설에 의하면 금룡심으로 얼마든지 천하를 뒤엎을 수 있다고 하였다. 즉, 다섯 개의 용심은 사실 다섯 명의 용왕에 버금가는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적색, 금색, 흰색, 은색, 검은색! 모든 용왕들은 각자 자신이 가장 능통한 분야가 하나씩 있었고, 다들 그 시대 최고의 영웅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들이야말로 이 세상의 진정한 지배자들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은 그 기운의 만 분의 일만 얻게 되어도, 얼마든지 천왕계에서 천신계까지 뛰여 넘을 수가 있었다. 혹은 그보다 더욱 높은 경지로! 비록 현재로는 단시간 내에 돌파할 수 없긴 하지만, 일단 금룡심의 인정을 받고 금룡심의 비호를 받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한지훈은 선택받은 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한 씨 집안도 결국 천년만에 마침내 영웅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 창세에 관하여, 광명 파는 영원히 알 수 없는 비밀이다. 필경 한지훈의 몸속에 흐르고 있는 건 용국의 피니까. 다섯 개의 용심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용국의 핏줄밖에 없다. 용국이 바로 용족의 근원이고, 용국의 백성들이 바로 용의 후계 자니까. 천년에 한 번씩 비로소 나타나는 영웅은, 용국의 기운을 상징하고 있을뿐더러 용국에게 곧 다가올 휘황찬란한 미래를 예고하기
"어디 감히 건방지게!" 이내 한용의 노호와 함께, 한지훈을 향하던 그 기운은 순식간에 붕괴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한용, 너... 방금 뭐 한 거야!”우천존은 창시자가 그동안 한용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것도, 게다가 그의 실력이 확실히 강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뜻밖에도 이렇게 쉽게 자신의 기운을 깨뜨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한편 무리 속에 서 있던 진강은, 그제야 긴장이 풀려 놀란 가슴을 달래느라 바빴다. 한지훈이 드디어 생명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되자, 양령아 또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한지훈이 한용을 할아버지라고 부른 이상, 그들 사이에는 필연적인 혈연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우천존은 더 이상 한지훈을 건드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 한지훈의 온몸을 감싸고 있던 금빛은 갑자기 옅어지기 시작했고 이내 한지훈은 천천히 눈을 떴다. 방금 그 환상 속에서 마주한 노인의 말이, 한지훈은 내심 계속 신경 쓰였다. ‘난 손만 뒤집기만 해도 얼마든지 진을 칠 수가 있고, 마음만 먹으면 천지를 내 마음대로 좌우할 수도 있어!’ 한지훈은 이 말을 되새기면서 다시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고개를 들어 우천존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 진정한 어둠을 본 적이 있긴 해?” 이 말을 듣고 우천존은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 그는 한지훈의 말속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내 한지훈은 손을 살짝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 “천지는 본래 진안이라, 진법을 따라 얼마든지 뒤흔들릴 수가 있어!”한지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들어 머리 위의 뜨거운 태양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한줄기 차가운 빛이 용솟음쳤다. 뒤이어 그는 손을 높이 흔들어 좌우로 흔들었다. 바로 이때, 믿기지 않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늘 위 태양이 서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는데, 그 속도는 육안으로도 보아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빨랐다. 충격적인 장면에 온 이집트 사람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창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다
“자고로 이 천지는 본래 진법 안에 있고, 이 해와 달 그리고 우주는 진안이라고 볼 수가 있어. 그리고 이런 진안으로는 얼마든지 도검을 만들 수가 있지!”“난 손만 뒤집기만 해도 얼마든지 진을 칠 수가 있고, 마음만 먹으면 천지를 내 마음대로 좌우할 수도 있어!”노인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금빛으로 가득하던 하늘의 붉은 태양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온 하늘의 별들이 찬란한 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이내 노인이 담담하게 말을 내뱉었다. “무진!”바로 그때, 온 하늘의 별들도 모두 사라지고, 주위는 끝없는 어둠에 빠지게 됐다. 깜짝 놀라서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한지훈은, 눈앞의 장면이 믿기지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진법이었다. 이것이야말로 금룡심에 숨겨진 무상의 진법이었다. “알겠어?”이내 노인은 한지훈을 흘겨보았다. “그...”한지훈은 뭔가 깨달은 것 같긴 했지만 딱히 정수를 얻지는 못했다. 이런 강력한 수단은 단 한 번만으로는 바로 마음에 새기기가 어려웠다. 아무리 영리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수법을 다시 되새기고 받아들일 과정이 필요했다. “에휴! 마땅히 이렇게 해야만 용족이 앞으로 고난을 이겨나갈 수가 있는 거야! 그래야만 나도 우리 용족이 부끄럽지 않을 테고!”말을 마친 노인은 살짝 눈을 감더니 이내 점점 실루엣이 옅어졌다. 노인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도, 한지훈은 결국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여전히 환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지훈과는 달리, 바깥은 이미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우렁찬 천둥소리와 함께 필적할 수 없는 기세가 한지훈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내 갑자기 천지의 풍운이 변색되기 시작하더니 뿌연 황사가 만 미터 고공을 휩쓸고 있었다. 눈부신 고공에, 한 줄기 성화가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 떨어지는데 그 장면은 비할 데 없이 기괴했다. 그 광경에, 우천존과 한용도 이마에서 식은땀을 흘렸다. 천신계의 강자인 그들은, 방금 뿜어져 나온 그 강력한 위세에 내심 위협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 자신들의
우천존은 당황한 티를 최대한 숨기려 했지만, 그 기분은 얼굴에 똑똑히 드러났다. 상대의 실력은 어찌나 강한지, 단번에 그의 위압을 모두 날려버렸다. “지훈아, 몇 달 동안 보지 못한 사이에 네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 우리 한 씨 가문의 체면을 구기지는 않았어!”하늘 속 그 실루엣은 바로 한용이었다. “할아버지... 저...”한지훈은 예상치 못한 한용의 등장에 감개무량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필살의 국면이었던 상황이, 한용의 등장으로 쉽게 해결될 것 같았다. “지훈아, 너도 알다시피 내가 저놈들한테 직접적으로 손을 댈 수는 없어. 이건 바로 규칙이니까! 결국 이 난관에서 벗어나는 건 너 자신한테 달린 거야!”한용은 담담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그의 말대로, 천신계의 강자는 천신 이하의 일반인에게 살수를 통렬해서는 안 된다. 이는 여태 천 년 동안 성문화되지 않은 규칙이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규칙에 단호했던 한용은, 당연히 금기를 무시하는 우천존처럼 무례하게 굴지는 않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광명존을 무너뜨리고 한바탕 휩쓸어버린 한용의 등장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이것이 바로 인왕의 경지인 건가? 자고로 인왕은 백 년에 한 사람도 나오기 힘든 강자 중 강자이다. 그만큼 인왕의 존재는 매우 나도 무서웠다. 나일 강변은 인왕이 한 명 있는 덕에, 주변 열강들은 감히 엿볼 수도 없게 되었다. 나폴레옹과도 같은 절세의 강자조차도 결국 순순히 비육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감히 손댈 용기가 없었다. 그런데 현재 그들 눈앞의 이 사람이 바로 그런 위세를 띠고 있었다. 충격을 금치 못하는 사람들 중에는, 백발이 성성한 한 사제가 심지어 저도 모르게 한용의 방향을 향해 절까지 하였다. 그는 과거 인왕이 어떻게 나폴레옹을 핍박하여 퇴각시켰는지 똑똑히 본 적이 있었다. 인왕은 다만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음에도 불구하고, 천지를 뒤흔들고 대지를 진동시켜 거칠고 사나운 파도까지 불러일으켰었다. 그 위압은 방금
진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우천존은 옷소매를 뿌리치면서 진강의 얼굴을 후려쳤다. “시끄러워!”비록 진강의 목숨이 위협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의 입에서는 이내 피가 뿜어져 나왔다. 필경 천신계 강자의 차원은 남달랐기에, 아무리 가벼운 타격이라 하더라도 진강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렇게까지 괴롭힌다고? 하하.”광명 좌사는 이를 수치로 여기지 않고 도리어 영광으로 여기며 크게 웃기 시작했다. 태양 광장에서 지켜보고 있는 많은 천왕계 강자들의 앞에서, 수적으로 유리한 점을 노려 한지훈 한 명을 사지로 몰아넣는 그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뒤에는 우천존이 있으니, 당연히 수치로 여기 지를 않았다. 누구도 감히 나서서 뭐라 할 수가 없었다. “그래, 우리가 괴롭히겠다는데 네가 뭐 어쩔 건데?”광명 우사는 비웃는 얼굴로 말했다. “한지훈, 안타깝게 됐네. 너의 잠재력이라면 충분히 앞으로 쭉쭉 성장하여 창창한 앞날을 맞이하게 될 텐데. 어쩌면 언젠가 내가 너한테 고개를 숙일 수도 있을지 몰랐는데, 그 성장을 보기도 전에 넌 죽음을 맞이하게 됐네!”광명존 유회원은 뒷짐을 지고는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한지훈, 완벽한 사람이 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을 똑똑히 인식하는 거야. 내 뒤에는 천신강자가 있지만 네 뒤에는 뭐가 있는데? 네가 그렇게 충성하는 국왕? 혹은 너의 용국의 기운?”“너한테 솔직히 얘기해 주자면, 기운이 형성되고 그 기운이 위세를 드러내기까지는 적어도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해! 그리고 마침내 기운이 형성되는 날이면, 넌 여태 수많은 사람들이 넘지 못한 격차를 순식간에 뛰어넘어 천신 강자로 등극할 수 있어!”“하지만 넌 이제 영영 그날을 기다릴 수 없게 됐네! 오직 한 사람뿐인 너와는 달리 나의 뒤에는 광명파가 있거든!”광명존이 말을 마치자마자 갑자기 뛰여 올랐고, 동시에 광명 좌우사도 공격을 펼치기 시작했다. 세 사람이 동시에 한지훈을 에워싸고 있었고, 옆에서 지켜보던 우천존은 살기 어린 눈빛
과거 한지훈과의 대결에서 처참한 패배를 경험한 유회원은 당시 체념하고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그는 한지훈과의 대결에서, 본인이 가장 아끼던 천도 무영권조차 잃어버리게 됐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의 뒤에는 같은 4성 천왕계인 광명 좌우사 두 명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은 한꺼번에 몰려들어 한지훈을 포위 공격할 수 있었다. 게다가 천신계의 강자인 우천존 또한 이 자리에서 대기를 하며, 얼마든지 한지훈을 처단할 수 있었다. 이 상황은 그 누가 보기에도 한지훈에게 있어 필사의 판국이었다. 한편, 금방 막 태양 광장에 도착한 진강은 죽어라 주먹을 불끈 쥔 채 두 눈에서는 거의 불이 뿜어져 나올 기세였다. 그는 실력이 약한 자신이, 사령관을 도울 자격조차 전혀 안된다는 사실에 매우 한스러워하며, 한지훈이 점점 위기에 빠지게 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마찬가지로 양령아도 잔뜩 화가 난 채 눈에 눈물을 머금고는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비록 그녀는 삼성 지급 사령관의 실력을 지니고 있긴 했지만, 상대 중 가장 약한 실력이 무려 4성 천급 천왕계였기에 그녀 또한 무력감을 느끼게 됐다. 설마 그동안 백전백승하며 용국을 수년간 호위했던 전신 한지훈이 정말 이곳에서 운명하기라도 하겠어? “흥, 이 모든 게 한지훈이 건방지게 군 탓이야. 감히 천신계의 고수에게 이렇게 불경스럽게 대하다니. 당장 죽어도 싸!”“그가 제 아무리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더라도, 오늘은 반드시 죽게 될 거야!”“정 억울하면 한지훈이 여태 멍청하게 군걸 탓해. 광명존은 이미 그한테 살 길을 줬었고, 그 자신이 받아들이지 않았던 거야!”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따금 수군대기 시작했고, 다들 예외 없이 모두 광명존의 편에 서 있었다. 이게 바로 세상의 현실이었다. 어느 한쪽의 실력이 더욱 강하면 군중들은 흔히 그쪽으로 쏠리게 된다. 결국 강자를 도와 말을 하게 되면, 자신에게 주어지는 이익이 있을 테니까. 약자는 이 세상으로부터 잊히는 것 외에 굴욕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