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주는 단연 길종문의 장자 길용호였다.조수석에는 예쁘장한 여자가 함께 타고 있었다. 그녀는 몸매가 다 드러나는 옷을 입고 겁에 질린 표정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길용호는 힘껏 가속 페달을 밟으며 멀리서 뒤따라오는 수십 대의 차량들을 비웃고 있었다.그의 이중 신분은 강북에서 유명한 카 레시엇였다.길용호가 자아도취에 빠져 있을 때, 검은색 차량이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며 가볍게 그를 초월했다.순간 길용호는 당황했다.“젠장! 뭐야?”길용호는 눈을 부릅뜨며 전방에서 달리고 있는 차량을 노려보았다.갑자기 속에서 뜨거운 분노가 치밀었다.“멍청한 자식이 감히 나를 앞질러서 가?”그는 힘껏 엑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았다.길용호의 붉은색 페라리가 다시 추진력을 얻고 빠르게 추격해 나갔다.잠시 후, 산길 도로에서는 검은색 차량 한 대와 길용호의 차량이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며 달리고 있었다.급커브 구간!검은색 차량이 S형 곡선을 그리며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자 길옆에 박혔던 돌멩이가 사방으로 튀었다.속도가 워낙 빨랐기에 차량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서는 검은 먼지가 풀풀 날리고 있었다.길용호도 곡선을 따라 운전대를 확 꺾었다.하지만 기술 부족으로 급커브를 돌 때 타이어가 빠지면서 길 중앙에서 나선형으로 빙글빙글 돌았다.다행히 기본공은 있었기에 길용호는 운전대를 노련하게 흔들며 겨우 중심을 잡고는 다시 질주하기 시작했다.5분 뒤, 정상에서는 사람들이 초조한 마음으로 마지막 종점을 통과하는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요란한 엔진 소리가 그들의 고막을 찢었다.그리고 사람들의 기대에 찬 시선 속에서 검은색 벤츠가 허공을 가르며 종점을 통과했다.샴폐인이 터지는 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승전을 축하하는 불꽃이 상공을 갈랐다.하지만 차에서 내린 인물을 확인한 사람들의 표정은 경악으로 바뀌었다.“뭐야? 길 이사는?”“저거 길 이사 차 아니잖아!”“어떻게 된 거지? 이번에는 일등 얼굴이 바뀌었는데?”사람들이 놀라며 수군거리고 있을 때, 붉은색 페라리가 종
길용호는 분해서 미칠 것 같았다.여태 살아오면서 그에게 이토록 무례하게 대한 사람은 없었다.바닥을 기어 몸을 일으킨 그는 아직도 화끈거리는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한지훈을 노려보았다.“젠장! 너 누구야? 여기 내 아지트야! 감히 내 구역에서 내 몸에 손을 대? 너 죽고 싶어?”길용호는 원래 인성파탄자였다.그의 고함에 뒤에서 수십 명의 방망이를 든 사내들이 나타났다.그들은 평소에 길용호를 따라다니며 경호원 노릇을 하는 놈들이었다.이 산은 카 레이싱을 좋아하는 길용호가 거금을 들여 구매한 구역이었고 수십 명의 조직폭력배들이 이곳에 상주하고 있었다.모시는 분이 맞는 걸 본 놈들은 깊은 분노를 느끼며 무기를 챙기고 한지훈에게 다가갔다.“감히 이 구역에서 우리 도련님께 주먹질을 해? 너 죽고 싶어?”“그런데 저 자식은 누구야? 전에는 못 보던 놈인데? 지방에서 왔나?”“지방에서 올라온 촌놈이 감히 우리 도련님을 건드렸단 말이야? 저 자식 살 날도 머지 않았네!”“지난번에 지방에서 올라온 재벌 2세가 도련님 애인 한번 건드렸다가 팔목이 잘려 나갔잖아! 결국 그 집에서 돈까지 들고 와서 사과하고 가지 않았었나?”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며 한지훈은 길용호라는 사람의 인간성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이놈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망나니였다.“내기에서 져서 분하다고 사람을 치겠다는 거야?”한지훈은 전혀 동요 없는 표정으로 담담히 말했다.길용호가 굳은 표정으로 등 뒤에 선 부하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그는 음침한 얼굴로 한지훈 앞에 다가가서 물었다.“야, 너 이름이 뭐야?”“나? 한지훈.”한지훈이 담담하게 답했다.“한지훈? 강북에서는 못 들어보던 이름인데? 넌 어디서 왔어?”길용호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좀 멀리서 왔어. 작은 사업하러 왔다가 근처에 카레이싱 경기장이 있다길래 와봤지. 그런데 경기가 이렇게 재미없을 줄은 몰랐네.”“이 근방에서 유명한 레이싱의 귀재라길래 좀 기대했는데 별거 아니었네, 길용호?”그 말을 들
“종점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도련님!”사람들의 환호에 힘입어 길용호는 운전대를 꽉 붙잡고는 발을 가속 페달에 가져다댔다.그는 고개를 돌려 우측에 있는 한지훈을 바라보며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감히 나랑 레이싱 내기를 해? 그 자신감, 처참히 부숴주지!”레이싱걸이 깃발을 휘두르자 두 대의 차량이 웅장한 소리를 내며 출발했다.길용호의 붉은색 페라리는 미친 듯이 기염을 토하며 날카롭게 출발했다.순식간에 레이싱 장에 우레와 같은 함성소리가 울려 퍼졌다.한지훈의 검은색 벤츠는 약간 뒤늦게 출발했다.하지만 그는 조급해하지 않고 여유롭게 페라리를 뒤쫓아갔다.길용호는 후방 카메라에 비춘 한지훈의 검은색 벤츠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하! 고작 그 실력으로 나랑 내기를 하겠다고 나선 거야? 주제도 모르는 놈!”하지만 그 말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 뒤에서 무시무시한 엔진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한지훈의 검은색 차량이 마치 표범처럼 가공할 속도로 길용호의 차량을 앞질렀다.“젠장!”길용호마저 순간 당황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상대가 자신을 추월해 버린 것이다.길용호는 분노를 참으며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며 뒤쫓아갔다.하지만 그가 종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종점에 도착한 한지훈이 느긋하게 차량에 몸을 기댄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그 순간에 길용호는 자신이 패배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사람들도 길용호의 패배에 충격에 빠졌다.길용호는 음침한 얼굴로 차에서 내렸다.그의 뒤로 다가간 부하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도련님, 한마디만 하세요. 저놈 사지를 찢어버리겠습니다!”길용호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됐어! 난 패배하고도 인정하지 못하는 속 좁은 놈이 아니야! 일주일간 끄나풀하는 거? 어렵지 않지!”말을 마친 그는 한지훈의 앞으로 다가가서 정색하며 말했다.“너 좋은 실력을 가졌구나. 나중에 시간 나면 나도 가르쳐 줘.”한지훈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이지. 그럼 패배를 인정하겠다는 거네?”“물론이지! 나 길용호, 신
잠시 후, 한지훈과 용린은 차를 타고 강북의 북부로 왔다.이곳은 강북에서 가장 치안이 혼잡한 곳이었다. 곳곳에 유흥업소와 사설 도박장, 클럽과 술집이 즐비한 곳이었다.이곳은 강북에서 가장 유명한 홍등가로 통했다. 수많은 강북과 지방, 그리고 해외 여행객들이 스트레스를 풀려고 찾는 곳이었다.오죽했으면 북부는 남자들의 천국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차에서 내린 한지훈과 용린은 길 양측에 빼곡히 들어선 술집과 유흥업소, 그리고 영업을 하러 나온 여자들과 거리에서 여자와 실랑이를 벌이는 여행객들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공기마저 탁하고 더러운 느낌이 들었다.둘은 함께 한 술집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고막을 찢을 것 같은 클럽 음악이 흘러나왔다.그들은 구석진 곳으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젊은 여자 몇 명이 그들에게 다가오더니 같이 술을 마시자며 공공연히 초대를 보냈다. 금액만 맞으면 같이 나갈 수도 있다는 뻔한 암시도 빼놓지 않았다.한지훈은 쓰게 웃으며 그들을 거절했다.그러자 여자들의 표정이 표독스럽게 변하더니 그들을 비난하기 시작했다.“돈도 없으면서 술집엔 왜 온 거야? 아, 재수없어!”한지훈은 인상을 잠깐 찌푸렸지만 굳이 그 여자와 입씨름을 하기도 귀찮았다.이때, 어두운 표정을 한 용린이 말했다.“용왕님, 저쪽을 보세요. 이 일대에서 보호비를 받고 다니는 두목인데 사절 조직에서 비교적 높은 위치에 있는 녀석이라고 합니다. 이름이 땡칠이였나? 어쨌든 슬하에 50명 정도의 부하들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오늘밤에 땡칠이가 이곳에서 필리핀에서 온 고객과 약 거래를 한다는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카운터 뒤쪽을 바라보았다.수염이 더부룩하고 근육질의 건장한 사내가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고 주변에는 네 명의 경호원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허리춤을 보니 그들 모두 권총을 소지하고 있었다.잠시 후, 땡칠이라는 자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외국인으로 보이는 남자들과 후문을 통해 클럽 내부로 들어갔다.
대략 50미터 정도 걸었을까, 전방에 은폐된 문이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빈 공간이 나왔다.공간 내부에서 땡칠이가 해외 불법업자들과 협상을 하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들려온 기척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쳤다.“뭐야? 누가 들어오라고 했어? 나가서 바깥을 지키라니까!”하지만 그 말을 뱉자마자 시야에 들어온 한지훈과 용린의 모습에 분노한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너희들 뭐야?”그 순간, 땡칠이의 뒤쪽에 있던 그의 부하들이 순식간에 허리춤에서 권총을 빼들었다.필리핀에서 건너온 불법 업자들도 화들짝 놀라며 총을 꺼내고 땡칠이를 조준하며 발음이 이상한 한국어로 소리쳤다.“뭐야? 감히 우리를 배신한 거야?”땡칠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욕설을 내뱉었다.“멍청한 것! 거래는 잠시 중단이야! 일단 나가! 며칠 지나서 다시 연락할게! 지금 중요하게 처리해야 할 놈들이 있어!”그 말을 들은 필리핀인들이 고개를 돌리고 한지훈과 용린을 노려보더니 물건을 전부 가방에 회수하고 반대편에 있는 문을 통해 나가버렸다.한지훈은 그들이 떠날 때까지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담담한 얼굴로 땡칠이를 바라보며 말했다.“나를 너희 수장에게 데리고 가. 사절, 알고 왔어.”그 말에 땡칠이가 기괴한 표정으로 웃었다.“야, 넌 여기가 뭐 하는 곳인지나 알고 말하는 거야? 감히 내가 하는 일을 방해하다니! 넌 오늘 살아서 나가긴 글렀어! 우리 수장님을 만나? 꿈도 야무지네!”한지훈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난 같은 말 반복하는 거 굉장히 싫어해.”그 말을 들은 땡칠의 얼굴이 험하게 일그러졌다.“건방진 자식!”곧이어 그의 뒤에 있던 사내들이 한지훈과 용린을 향해 총을 발사하기 시작했다.탕탕탕!총소리가 작은 밀실을 뒤흔들었다.하지만, 그 순간 용린은 자세를 낮게 숙이고 놈들에게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총탄보다 그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땡칠이 일행은 눈앞에서 섬광이 번뜩하더니 귓가에 싸늘한 바람을 느끼다가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그들은 기괴한 표정으로 자신의 오른손
땡칠이는 온몸의 뼈가 산산이 부서진 느낌이었다.흉부의 늑골이 몇 대는 부러진 것 같았다.‘망할 자식들!’“야, 너 여기가 어딘지 알아? 여기 사절단 아지트야! 강북 전체가 사절의 소유라고! 감히 사절의 아지트에서 난동을 부려?”땡칠이는 온몸의 고통을 참으며 한지훈을 향해 눈알을 부라렸다.한지훈은 담담하게 땡칠이를 바라보며 말했다.“미안하지만 난 너희 사절을 아작 내려고 온 거거든! 죽고 싶지 않으면 빨리 길을 안내해! 계속 이렇게 반항하면 결과가 좋지 않을 거야!”“꿈 깨! 죽어도 절대 사절을 배신하지 않아! 난 평생을 사절에 바치기로 맹세한 사람이야! 그런 내가 사절을 배신해? 차라리 날 죽여!”땡칠이의 두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소파로 다가가서 앉아 용린을 불렀다.“저 놈 입 좀 열게 해봐.”“네!”용린은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으며 땡칠이에게 한발 한발 다가갔다.땡칠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용린을 바라보았다.“너… 뭐 하자는 거야? 지금 내 몸에 손을 대면 우리 사절 형제들이 너희를 살려두지 않을 거야! 너희의 가족들도 너희가 저지른 멍청한 짓 때문에 처절한 응징을 당할 거라고!”땡칠이가 협박하듯 말했다.하지만!우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용린은 놈의 한쪽 다리를 90도로 꺾어 버렸다.“악! 내 다리! 이 망할 자식이!”땡칠이는 처참한 비명을 지르면서도 용린을 매섭게 노려보며 울부짖었다.“이제 오른 다리도 손봐야겠지?”말을 마친 용린이 다시 손을 뻗었다.우드득!땡칠이의 오른다리가 부러졌다.땡칠이는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하지만 용린은 멈추지 않았다.그는 다가가서 놈의 왼팔도 꺾어버렸다.극심한 고통에 땡칠이는 순간 의식을 회복하고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 그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흥건했다. 아까 기고만장했던 기세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땡칠이는 처절하게 애원하기 시작했다.“말할게! 말할 테니까 제발 그만해…
“예, 형님!”부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십 명의 형제들과 함께 거실을 나갔다.욕조에 몸을 담근 남자는 여전히 덤덤한 표정으로 미녀들과 유희를 즐겼다.저택 밖 입구에 한지훈과 용린이 모습을 드러냈다.두 사람은 고개를 들어 활짝 열린 대문을 바라보았다. 정원에는 수십 명의 무장한 조폭들이 입가에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좀 지저분한 싸움이 될 것 같군.”한지훈이 담담히 말했다.용린이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용왕님, 저에게 맡기시죠.”한지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으로 가서 담배를 입에 물었다.용린은 살기등등한 얼굴로 수십 명의 무장 조폭들을 노려보며 다가갔다.맨 앞에 선 조폭들은 그의 기세에 물려 당황한 듯, 뒷걸음질쳤다.“쏴!”사람들 틈에서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소리쳤다.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용린은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더니 어느새 공중을 날며 단도를 휘두르며 조폭들에게 달려들었다.슥!용린이 한번 팔을 휘두를 때마다 조폭들이 들고 있던 총이 두 동강이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탕탕!조급해진 놈들이 신속히 용린을 향해 총을 발가했다.하지만 총탄은 용린의 옷깃도 스치지 못했다.그것은 그림자였다.놈들의 경악한 시선 속에 용린은 무아지경으로 단도를 휘둘러 몇몇 조폭들의 목숨을 취했다.1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저택 입구에는 수십 명의 조폭들이 피못에 쓰러졌다.현재 멀쩡히 서 있는 인간은 용린뿐이었다. 그의 단도에서 피가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한지훈은 느긋하게 담뱃불을 끄고 대문을 향해 다가갔다.그런데 안으로 들어선 순간, 안쪽에서 한 무리의 조폭들이 달려나오더니 두 사람을 겹겹이 포위했다.이어서 정문에서 욕실 가운을 입은 사내가 여자들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한발 한발 밖으로 나왔다. 사내의 온몸에서 진한 살기가 풍기고 있었다.그의 가슴팍에는 청용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재밌는 친구들이네. 그래서 무슨 의도로 여기까지 날 만나러 온 거지? 나랑 친구하려고? 아니면 그
그 말에 현장에 싸늘한 침묵이 돌았다.사내의 뒤에 있던 부하들이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그것은 비웃음이었다.사내도 피식거리며 고개를 저었다.“친구, 그 용기는 인정하지. 그리고 네가 준 선택지도 아주 마음에 들어. 하지만 우린 기영증권에 큰 신세를 지고 있어. 기영이 없었으면 어쩌면 지금의 사절이 없었을 수도 있지. 그런 나에게 사절을 버리라는 건 나한테 도의를 저버리라는 것과 뭐가 달라?”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짓고는 싸늘한 눈빛으로 남자를 노려봤다.“난 선택지를 줬어. 어떤 선택을 할지는 그쪽에게 달렸지. 하지만 충고 하나 하자면 만약 나와 적이 되기를 선택한다면 아마 오늘 밤 넌 내 손에 죽게 될 거야.”“무엄하다! 감히 우리 해룡 형님한테!”“미친 놈이네!”“형님, 제가 저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놈을 죽여버리겠습니다! 이건 저희 사절의 자존심이 달린 문제예요!”순식간에 사절의 부하들이 잔뜩 인상을 쓰며 한지훈을 노려보았다.일부는 벌써 공격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사내는 싸늘한 눈빛으로 한지훈과 용린을 힐끗 보고는 손을 저으며 담담히 말했다.“죽이지는 말고 다리랑 저 간사한 혀만 부러뜨려.”“예, 형님!”해룡의 부하들이 험악하게 인상을 쓰며 허리춤에서 단도를 꺼내들었다.그는 아주 거만하게 한지훈과 용린을 향해 목을 긋는 동작을 하더니 말했다.“너희들은 오늘 여기 나타나지 말았어야 했어. 살아서 나가지 못할 거니까!”그 말을 끝으로 사내가 한지훈을 향해 칼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그는 순식간에 한지훈의 사지를 절단할 생각이었다.하지만!쾅!순식간에 용린이 한 주먹으로 사내의 복부를 가격했다.남자는 손을 휘둘러 단도로 주먹을 막으려 했다.그러나!그가 휘두른 칼은 용린의 주먹을 맞고 두 동강이 났다.그와 동시에 용린의 힘을 담은 주먹이 남자의 복부에 꽂혔다.푸흡!남자는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배가 움푹 패이더니 입으로 피를 내뿜으며 새우처럼 등을 구부렸다.그는 그 자세 그대로 공중을 날아 뒤에 있는 형제들에게 부딪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