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에 현장에 싸늘한 침묵이 돌았다.사내의 뒤에 있던 부하들이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그것은 비웃음이었다.사내도 피식거리며 고개를 저었다.“친구, 그 용기는 인정하지. 그리고 네가 준 선택지도 아주 마음에 들어. 하지만 우린 기영증권에 큰 신세를 지고 있어. 기영이 없었으면 어쩌면 지금의 사절이 없었을 수도 있지. 그런 나에게 사절을 버리라는 건 나한테 도의를 저버리라는 것과 뭐가 달라?”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짓고는 싸늘한 눈빛으로 남자를 노려봤다.“난 선택지를 줬어. 어떤 선택을 할지는 그쪽에게 달렸지. 하지만 충고 하나 하자면 만약 나와 적이 되기를 선택한다면 아마 오늘 밤 넌 내 손에 죽게 될 거야.”“무엄하다! 감히 우리 해룡 형님한테!”“미친 놈이네!”“형님, 제가 저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놈을 죽여버리겠습니다! 이건 저희 사절의 자존심이 달린 문제예요!”순식간에 사절의 부하들이 잔뜩 인상을 쓰며 한지훈을 노려보았다.일부는 벌써 공격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사내는 싸늘한 눈빛으로 한지훈과 용린을 힐끗 보고는 손을 저으며 담담히 말했다.“죽이지는 말고 다리랑 저 간사한 혀만 부러뜨려.”“예, 형님!”해룡의 부하들이 험악하게 인상을 쓰며 허리춤에서 단도를 꺼내들었다.그는 아주 거만하게 한지훈과 용린을 향해 목을 긋는 동작을 하더니 말했다.“너희들은 오늘 여기 나타나지 말았어야 했어. 살아서 나가지 못할 거니까!”그 말을 끝으로 사내가 한지훈을 향해 칼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그는 순식간에 한지훈의 사지를 절단할 생각이었다.하지만!쾅!순식간에 용린이 한 주먹으로 사내의 복부를 가격했다.남자는 손을 휘둘러 단도로 주먹을 막으려 했다.그러나!그가 휘두른 칼은 용린의 주먹을 맞고 두 동강이 났다.그와 동시에 용린의 힘을 담은 주먹이 남자의 복부에 꽂혔다.푸흡!남자는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배가 움푹 패이더니 입으로 피를 내뿜으며 새우처럼 등을 구부렸다.그는 그 자세 그대로 공중을 날아 뒤에 있는 형제들에게 부딪히
순식간에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아찔하게 들려왔다.저택에 있던 해룡의 부하들이 그 모습을 보고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형님, 죽여 버려요!”“당장 놈을 죽여 버리세요!”“한 주먹으로 놈의 머리통을 날려버리세요!”부하들의 응원에 해룡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지어졌다.그는 자신의 주먹에 아주 자신이 있었다.아무도 이 주먹을 제대로 맞고 살아서 숨쉴 수는 없었다.그가 상대를 살려줄 생각이 있었다면 모를까!해룡의 주먹이 자신을 향해 오고 있는데도 용린은 담담한 표정으로 오른 주먹을 뻗었다.그 모습을 본 해룡이 분노한 목소리로 고함쳤다.“주제도 모르는 녀석! 감히 나랑 주먹으로 힘을 겨루자는 거야?”“죽어!”쾅!순식간에 해룡의 주먹과 용린의 주먹이 맞닿았다.귀를 찌르는 굉음과 함께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이어서 부하들의 환호 속에 그들이 평생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해룡이 용린의 주먹을 맞고 허공으로 튕겨난 것이다.게다가 그의 주먹에서는 부서진 뼈가 살을 뚫고 나와 처참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해룡은 그대로 공중을 날아 뒤에 있는 대문에 처박혔다.대리석으로 된 대문이 무너지며 해룡의 위로 떨어졌다.현장에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놈들은 헉 하고 거친 숨을 들이마시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이게 어떻게 가능하지?그들이 모시는 전신급의 전투력을 갖춘 수장이 이처럼 허무하게 무너지다니!게다가 상대의 한 주먹에 나가떨어진 건 정말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사람들의 경악한 시선 속에 한지훈은 담담히 그 대문을 향해 다가갔다.그리고 돌무덤에 갇혀 피를 흘리고 있는 해룡을 내려다봤다.해룡은 이미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처참한 모습이 되어 있었다.그는 한지훈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너, 대체 누구야?”한지훈이 해룡을 바라보며 말했다.“사업하는 사람이라니까. 그리고 난 분명 너에게 선택지를 줬어. 다만 네가 잘못된 선택을 했을 뿐이지. 오늘부터 사절은 수장 한 명을 잃은 거야.”말을 마친 그는 다리를 들어
해룡은 겁에 질린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말씀만 하세요. 무슨 일이든 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해내겠습니다!”그는 그만큼 한지훈이 두려웠다.그의 큰형님보다도 더 두려운 존재였다.비록 그의 큰형님이 이미 사성천급 전신의 무시무시한 실력을 갖췄지만 현재 해룡의 눈앞에 있는 두 사람은 분명 큰형님을 초월한 실력을 가졌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한지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와 현장을 압도하는 기세에 해룡은 숨이 막혀왔다.“간단해. 기영증권이 관리하는 업체들을 전부 인수해.”한지훈이 싸늘하게 말했다.해룡은 그 말을 듣고 한지훈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했다.그와 기영증권을 완전히 적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분명했다.하지만 그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알겠습니다!”해룡이 말했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에게 물었다.“다른 세 명은 어디 있지?”그 말에 해룡의 눈빛이 흠칫 떨렸다.“다른 형님들은 강북에 안 계십니다. 다른 구역을 담당하고 있어요.”“그래. 시간 날 때 그들에게 연락해서 내가 좀 보자고 한다고 전해. 물론, 내키지 않으면 언제든 날 찾아와도 좋아.”말을 마친 한지훈은 저택을 나섰다.한지훈이 떠난 뒤에야 해룡의 부하들은 돌무덤에서 수장을 끌어냈다.그의 몸은 온통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힘겹게 몸을 일으킨 해룡은 겁에 질린 눈으로 멀어지는 한지훈과 용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그들이 정말 떠났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른 수장님들께 연락해서 이 사실을 알려! 그리고 바로 아지트로 복귀해서 대책을 상의하자고 전해!”“그리고 기영증권에 연락해서 그들의 산하에 있는 업체를 모두 우리가 인수한다고 전해. 불복하는 자는 죽여도 좋아!”지시를 내린 해룡은 지친 몸을 이끌고 내전으로 들어갔다.그 시각, 저택을 나온 용린이 의아한 얼굴로 한지훈에게 물었다.“왜 그 자식을 살려두신 겁니까?”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이용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놈이니까. 우린 강북에 온지 얼마 되지 않
길종문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절대 해룡과 정면 충돌하지 말라고 전해!”말을 마친 그는 핸드폰을 꺼내 해룡에게 전화를 걸었다.“해룡, 이게 뭐 하는 짓인가?”수화기 너머로 해룡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길 가주가 어쩐 일이지?”“모른 척하지 마! 지금 뭐 하는 짓이냐고 내가 묻잖아! 왜 우리 업장들을 강제로 인수한 거야?”길종문의 얼굴 근육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이미 백 선생 때문에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그런데 해룡이 갑자기 반기를 들고 나오니 사방에 적을 둔 느낌이 들었다.해룡이 웃으며 말했다.“아, 길 가주. 그것 때문에 그래? 별거 아니야. 최근 형제들이 글쎄 용돈이 다 떨어졌다지 뭐야. 그래서 길 가주네 사업장으로 돈맛 좀 보려고. 이해할 수 있지?”“뭐라고!”그 말을 들은 길종문은 너무 화가 나서 당장 쓰러질 것 같았다.“해룡! 명심해! 너희 사절을 지금까지 키워준 건 우리 가문이야! 우리가 없었으면 강북에 사절은 존재하지도 않았어! 당장 네 사람들을 우리 사업장에서 철수하라고 해!”해룡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길 가주 말이 맞아. 사절은 기영증권의 도움을 받아 지금까지 발전했지. 하지만 우리가 해준 일도 많잖아? 살인, 불법 매매 이런 걸 다 합치면 그때의 빚은 갚고도 남았어! 그러니 길 가주도 우리한테 뭐 좀 나눠줘야 공평하지 않겠어? 나도 형제들한테 미안해 죽을 지경이라고!”“돈이 부족하면 나한테 먼저 말했어야지! 이렇게 남의 사업장을 건드리고 다니면 우리 가문 체면이 뭐가 돼?”“당장 사업장을 원상복귀 시키고 애들을 덜려보내! 안 그러면 우리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거야!”길종문은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몇 년을 정성 들여 키워낸 폭력 조직이 자신을 향해 칼을 빼들 줄은 상상도 못했다.해룡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기대하지!”그 말을 끝으로 해룡은 전화를 끊어버렸다.분노한 길종문은 핸드폰을 바닥에 집어던지며 소리쳤다.“해룡 이 개 자식! 망할 사절 놈들!
“알았어요, 형님. 지금 다녀올게요.”길천호는 반지를 쥐고 저택을 나갔다.그 시각 저택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커피숍에서 한지훈과 용린은 한가롭게 커피를 마시며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길종문 일가를 구경하고 있었다.“용왕님 말씀이 맞았습니다. 많이 초조해 보이는군요.”용린이 웃으며 말했다.한지훈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계속해서 그쪽을 주시했다.길천호가 밖으로 달려오더니 차량에 올라타는 게 보였다.용린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제가 따라가 볼까요?”한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같이 움직이자. 나도 길종문이 남겨둔 마지막 수가 궁금하거든.”그렇게 그들은 차를 운전하고 길천호의 차량을 바짝 쫓았다.잠시 후, 그들은 서부에 도착했다.이곳은 강북의 개발지역이었는데 공장단지가 주를 이루는 구역이었다.공장들 사이에 7층 높이의 낡은 누각이 하나 있었다.시간이 오래돼서 그런지 누각은 곳곳이 마모되어 있었다.길천우의 차가 누각 앞에서 멈추었다.그는 차에서 내려 풍운각이라고 쓰여진 간판을 확인했다. 그리고 신속히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작은 식당이었는데 중간에 무대가 있었는데 아마 공연도 하는 것으로 보였다.그 시각 누각은 장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길천호는 한 여직원을 잡고 물었다.“사장님은 어디 계시죠? 길천호라고 합니다. 사장님을 만나러 왔어요.”여직원은 길천호를 힐끗 보고는 뒤쪽을 가리켰다.“사장님은 안에 계십니다.”길천호는 곧장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뒷마당에서 길천호는 깡마른 체형의 남자가 능숙한 칼질로 소 뼈와 살을 분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그가 한번 칼을 휘두를 때마다 고기와 뼈가 정확히 분리되었다.길천호마저도 처음 보는 정확한 칼질이었다.그는 다급히 다가가서 공손히 인사했다.“박 사장님? 저는 길천호라고 합니다. 길정문 가주의 동생이에요.”칼질을 하던 중년 남자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길천호는 굳은 표정으로 그 자리에서 잠자코 기다렸다.대략 5분 정도 지나 조급해진 길천호가 다시
“해룡? 사절의 수장 중 한 명인 해룡을 말하는 건가?”박삼수가 그 말을 듣더니 음침한 얼굴로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길천호를 노려보며 싸늘한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자네의 가문과 사절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왜 굳이 해룡을 죽이라고 하는 건가?”길천호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도 당황스럽습니다. 아침에 해룡이 부하들을 끌고 우리의 사업장을 전부 강점했거든요. 형님은 크게 노하시어 제가 여기까지 찾아오게 된 것입니다.”박삼수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일이 있었군. 가지.”길천후가 그에게 물었다.“사장님, 이대로 가실 건가요? 무기도 좀 챙기고 제자들이라도 데려가야 하지 않나요?”박삼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럴 필요 없어.”말을 마친 그는 곧장 대문을 향해 갔다.하지만 문턱을 넘어서기도 전에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긴장한 얼굴로 전방을 주시했다.풍운각을 나온 길천호가 걸음을 멈춘 박삼수를 보고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박 사장님, 왜 그러십니까?”“왔군.”박삼수가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느새 그에게서는 진한 살기가 풍기고 있었다.“누가 왔다는 겁니까?”길천호가 두려움에 어깨를 움찔하며 물었다.“아주 강한 기운이 느껴져. 절대 강자가 왔어!”박삼수가 말했다.길천호가 고개를 돌리자 길 건너목에서 두 명의 사내가 나타났다.그들은 얼굴을 가리고 한발 한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순간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자리를 피했다.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주변 공기마저 싸늘해지고 긴장감이 고조되었다.풍운각 앞으로 다가온 한지훈과 용린은 싸늘한 눈빛으로 박삼수를 노려봤다.박삼수도 인상을 잔뜩 구기며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상황을 모르는 길천호만 둘을 보고 기고만장하게 고함쳤다.“너희는 또 뭐야? 당장 꺼져! 오늘 풍운각 영업 안 해!”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한지훈이 손을 뻗었고 손가락 사이로 은침이 섬광을 번뜩이며 날아가
한지훈은 담담한 얼굴로 뒷짐을 지며 말했다.“내 말 명심해! 풍운각 삼형제는 강북에서 벌어지는 일에 나서지 마!”박삼수는 멀어지는 두 사람을 노려보며 입에서 피를 뿜었다.너무 강해서 실력이 가늠도 가지 않는 상대였다.게다가 아까 그를 상대할 때는 전력을 다하지도 않은 게 느껴졌다.강북에 언제 저런 강자가 나타난 거지?박삼수는 싸늘한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진 길천호에게 다가가서 상황을 살폈다. 다행히 죽지는 않고 일시적으로 신경이 마비된 상태였다.그는 부하를 시켜 길천호를 집으로 돌려보내며 오늘부터 풍운각은 영업을 중단하고 강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끼지 않겠다는 전갈을 보냈다.그렇게 풍운각은 문을 닫았다.박삼수는 신속히 뒷마당으로 와서 지하통로를 걷다가 지하실로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내공을 수련 중인 큰형과 둘째 형이 있었다.“형님들, 풍운각 문 닫았어요.”박삼수가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박일수와 박이수가 눈을 뜨더니 싸늘한 표정으로 동생을 노려보며 물었다.“이유가 뭐야?”“한 절세 고수가 찾아와서 나를 한방에 날려버렸어요. 그리고 강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손을 떼라고 경고하고 가더군요.”박삼수가 말했다.“한방에 너를 쓰러뜨렸다고?”박이수도 경악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너는 2성 현급 전신의 실력을 갖추고 있잖아. 그런 너를 한방에 쓰러뜨렸다면 최소 삼성지급 전신이란 소리야!”“아니에요! 그 사람에게서 큰형보다 더 무서운 기운을 느꼈어요. 아마….”박삼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끝을 흐렸다.“아마 뭐?”체구가 건장한 박일수가 담담히 물었다.“아마 큰형을 초월한 것 같아요. 적어도 내 생각은 그래요!”박삼수가 말했다.그 말에 박일수의 두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확실해?”“확실해요!”지하실에 정적이 찾아왔다.한참이 지난 뒤, 박일수가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문을 닫고 조용히 지내는 게 맞아.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는 게 세상의 이치지. 지존급 실력자가 강북에 나타났다니. 강북의 구도가 이제 변하겠군.”
길종문은 얼른 자리에 앉아 입을 열었다.“원 선생, 사절에서 갑자기 배신때렸습니다. 우리 길씨 가문 여러 곳에서 행패까지 부렸습니다.”“이미 예상했던 일입니다.”원지용은 덤덤하게 웃으며 덧붙였다.“어젯밤 봉미산과 맞짱 뜬 사람이 있는데, 한방에 해룡을 이겼다고 합니다.”“네?”순간 길종문은 모든 걸 깨닫게 되었다.“누군가가 뒤에서 모든 걸 판을 두고 있는 겁니까?”원지용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렇습니다.”이에 길종문은 순간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화가 잔뜩 난 모습으로 난간을 탁 치며 말했다.“제길! 도대체 우리 가문을 겨냥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야!”“혹시 다른 5대 명문 대가에서 한 짓이 아닐까요? 아니면 심천하가 꾸민 짓일까요?”원지용은 웃으며 답했다.“둘 다 아닙니다.”“둘 다 아니라고요? 그럼, 그 배후가 도대체 누굽니까?”발끈거리는 길종문을 보며 원지용은 고개를 저었다.“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배치를 보면 매우 신중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손을 쓰는 순서를 보아하니 아마 우리 원씨 가문을 겨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네? 원씨 가문을 겨냥하고 있다고요?”원지용의 말에 길종문은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누구일까?’‘어떤 미친 X이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걸까? 원씨 가문을 겨냥하고 있다니, 미친 거 아니야?’원지용은 웃으며 말했다.“원씨 가문은 지금껏 성장해 오면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미움을 샀습니다. 그러니 이상한 것도 아닙니다. 길종문 씨는 해야 할 일이나 책임지고 잘하면 됩니다. 오늘 저녁 파티는 잘 준비했어요?”“네, 모든 준비 다 끝마쳤습니다.”“그래요.”원지용은 이내 웃으며 말했다.저녁 7시경.강북 H시의 큰 호텔에서 호족 이브닝 파티가 열리고 있다.무릇 H시에서 명성이 자자한 인물은 모두 이 파티에 초대되었다.호텔 전체에 불빛이 휘황찬란하고 문 앞에는 수백 미터나 되는 레드카펫까지 준비되어 있으며 호화롭기 그지없는 차들이 연달아 도착했다.파티 현장에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