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나오자마자 문 앞에 레드카펫을 깔았다.다이아 가루로 포인트를 준 레드카펫이 햇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이 났다.20층짜리 고층 건물에서 거대한 결혼사진으로 만든 현수막이 드리워졌다.현수막에는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한지훈과 강우연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호텔의 창문마다 풍선이 날아오르고 있었고 상공에 거대한 열기구가 날고 있었다. 거기에도 둘의 결혼사진이 걸려 있었다.그 모습을 본 강운가 사람들과 오관우의 가족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이게 어떻게 된 거지?강우연도 당황해서 멍하니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는데 로열 호텔 지배인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강우연 씨,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신부를 맞이하는 대오가 곧 도착할 거예요.”“신부를 에스코트하는 대오가 따로 있었다고?”그 모습을 본 강희연의 목청이 한 단계 더 높아졌다.“이거 뭔가 잘못 된 거 아닌가요? 얘네가 무슨 돈이 있어서 여기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건가요?”정장을 입은 오관우도 다가와서 호텔 지배인을 바라보며 물었다.“이 지배인님, 전에 내가 예약하러 왔을 때는 거물급 인사가 이미 호텔 전체를 예약해서 예약이 안 된다면서요? 어떻게 된 겁니까? 설마 그 거물급 인사가 오늘 결혼하는 한지훈이라는 말은 하지 마세요!”오관우는 속으로 헛웃음이 나왔다.로열 호텔 매니저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오 대표님, 오늘 저희 로열은 신부 강우연 씨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정성 들여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그 말씀 삼가해 주시죠!”그 말을 끝으로 호텔 입구에 정장을 입은 건장한 경호원들이 나타났다.그들은 싸늘한 표정으로 오관우 일행을 에워쌌다.그 모습을 본 오관우는 씩씩거리며 강희연을 끌고 맞은편 글라운드 호텔로 건너갔다.그들이 떠나자 홀로 남은 강우연은 헛웃음이 나왔다.선명한 대조를 이루는 모습에 강희연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왔던 사람들마저 냉소를 지었다.잠시 후, 글라운드 호텔 입구에는 백 명이 되는 S시 거물급 인사들이 모였다. 그에 반해 로열
대낮에 화려한 불꽃쇼가 시작되면서 모두의 시선을 빼앗았다.불꽃이 터지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하늘에서는 오색찬연한 꽃잎이 날아다니며 S시의 상공을 아름답게 장식했다.“세상에! 불꽃쇼에 꽃잎쇼라니!”“오 대표님, 이벤트에 공 좀 들였는데요? 오 대표님 정도 되는 재력가나 가능한 일이죠! 대단합니다!”“강 회장님, 손녀 사위가 정말 대단하시네요.”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면서도 강준상 일가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을 수 없었다.오관우마저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당연히 그가 준비한 이벤트가 아니었다.장갑차와 끝이 보이지 않는 외제차 행렬도 그의 작품이 아니었다.반면 강희연은 잔뜩 감동한 얼굴로 오관우의 팔짱을 꼈다.“여보, 날 위해 준비한 이벤트야? 나 너무 감동했잖아!”오관우의 입가에 경련이 일었지만 자존심에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다.“마음에 들어?”오관우가 물었다.“당연하지! 사랑해!”강희연은 고개를 돌려 맞은편에 있는 강우연을 바라보며 소리쳤다.“강우연, 봤지? 이게 우리 남편 실력이야! 한지훈 걔는 언제 온대? 설마 너 혼자 결혼식 치르게 할 건 아니겠지?”그 말을 듣자 부풀었던 강우연의 기대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모든 게 자신을 위한 것인 줄 알았는데 아니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상실감마저 들었다.외제차 행렬이 그녀의 앞을 스치고 앞으로 지나갔다.외제차에서 거물급 인사가 내렸다.용국의 천주시를 대표하는 유명인사였다.북양 총사령관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멀리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사람들이었다.“저분… 한성시 재계 1위 아니야? 오찬그룹에서 저분까지 모셨다고?”“저기 봐! 저 분은 조 회장님 아들 같은데? 용경의 조 회장님! 세상에!”“어떻게 된 거야? 전부 다 유명 인사들이잖아!”순식간에 현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오관우를 비롯한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들의 눈앞에 용국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강희연이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이 정도쯤 되면 수상함을 느끼고 있었다.“여보
불꽃쇼가 다시 시작되었다.고개를 든 사람들의 시야로 여덟 대의 헬기가 상공을 날더니 현수막을 드리웠다.[남령 전쟁부 일동, 한지훈님과 강우연 씨의 결혼을 축하드립니다!][동원 전쟁부 일동, 한지훈님과 강우연 씨의 결혼을 축하드립니다!][서경 전쟁부 일동, 한지훈님과 강우연 씨의 결혼을 축하드립니다!][용경 전쟁부 일동, 한지훈님과 강우연 씨의 결혼을 축하드립니다!][북양 전쟁부 일동, 한지훈님과 강우연 씨의 결혼을 축하드립니다!]5대 주국의 축하 인사가 담긴 현수막이었다.사람들이 경악한 표정으로 술렁이기 시작했다.“어떻게 된 거지? 5대 주국이 왜?”“세상에! 내가 뭘 본 거지? 5대 주국에서 축하 인사를 보냈어!”“대체 이게 다 뭐야? 현재 용국에서 이토록 성대한 결혼식을 치른 사람이 있어? 이건 국혼급 행사잖아?”이 이벤트의 여주인공 강우연 역시 당혹스러운 얼굴로 그 현수막을 올려다보고 있었다.그 시각, 보헤미 별장.한지훈은 5성 사령관 군복을 입고 어깨에 다섯 개의 빛나는 별을 달았다. 그리고 용국 5대 권력의 상징인 창용검을 허리에 찼다.이것은 천자가 패악을 부리면 천자까지 벨 수 있는 권력을 가진 검이었다.현직 5성 용수만이 가질 수 있는 검이었다.그의 등 뒤에는 북양의 8대 장군이 군복을 입고 기대에 들뜬 얼굴로 대기하고 있었다.그들의 사령관이 혼례를 올리는 날에 그들이 들러리를 서기로 한 것이다.“출발하자!”한지훈은 어느 때보다 진지한 모습으로 당당하게 걸음을 옮겼다.우연아, 조금만 기다려 줘!아홉 사람은 용국의 마크가 새겨진 군용 밴에 올라탔다.국가의 대형 행사 때만 등장하는 군용 밴이었다.차 앞 머리에는 붉은색 장미 화환 장식이 달려 있었다.아홉 대의 군용 밴이 천천히 보헤미 별장에서 출발했다. 그 뒤를 북양의 3천 정예 군단이 따랐다.군복을 입은 병사들의 모습은 보고만 있어도 가슴을 웅장하게 했다.차에 오른 한지훈이 운전을 맡은 용일에게 물었다.“다른 사람들은 다 준비된 거지?”용일이 공손히
모두가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용국의 마크를 단 아홉 차량 그 뒤로 삼천의 무장 군인이 행군하고 있었다.평생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장면이었다.오관우와 강희연도 눈을 휘둥그레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설마 저게 신부를 에스코트하는 대오라고?”“세상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망한 재벌가 후손 주제에 어디서 저런 능력이 생긴 거야?”“5대 주국의 축하 인사에 용국을 대표하는 차량에 북양 전쟁부의 1호차라니….”모두가 한지훈이 대체 누굴지 궁금해했다.로열 호텔 입구에 선 강우연은 눈물을 머금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차량을 바라보았다.그와 동시에 S시 모든 건물의 광고판에 그들의 웨딩 사진이 걸렸다.모든 언론 매체가 현장에 도착해서 생중계를 시작했다.거대한 형광판에 허공에 걸리고 상공에 헬기가 떠다녔다.형광판에서 용국 각 도시 대표 인물들이 강우연과 한지훈의 결혼을 축하하는 축하 인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모든 도시의 광고판에 그들의 결혼 사진이 걸리고 만 백성이 거리에 나서서 결혼을 축하해 주었다.동시에 각 도시의 상공에서도 불꽃쇼가 펼쳐지고 있었다.용국의 역사에서 한 번도 없었던 규모의 결혼식이었다.그리고 스크린에 용국의 네 장로와 각 전쟁부 총사령관이 모습을 드러냈다.그들의 등장에 현장이 숙연해졌다.용국의 네 장로와 네 명의 총사령관!그들이 스크린에서 강우연에게 축하인사를 보내고 있었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 신랑은 대체 누구야?”“우리가 뭘 잘못한 걸까?”“용각 네 장로와 사령관들이라니! 대체 누가 이런 걸 준비한 거야?”순식간에 사람들의 머릿속에 무시무시한 가설이 스치고 지나갔다.한지훈이 바로 북양의 총사령관이 아닐까?그 시각, 에스코트 차량들이 로열 호텔 입구에 도착했다.모두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가운데 여덟 명의 군복을 입은 장군들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어깨에 별 세 개를 단 3성 장군들이었다.그들은 저마다 반짝이는 선물함을 들고 있었다.3성 장
세상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그 시각 한지훈은 손에 꽃다발을 들고 사람들 틈을 지나 눈물을 흘리고 있는 강우연에게로 다가갔다.그 시각 강우연은 행복에 겨워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한지훈을 바라봤다.이 순간만큼은 그가 바로 자신의 백마 탄 왕자님이었다!그리고 평생 믿고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남편 그 자체였다.비록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두 사람에게는 너무도 멀게만 느껴졌다.드디어 한지훈은 눈물범벅이 된 강우연의 앞으로 다가가서 부드럽게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우연아, 나랑 결혼해 줄래?”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각 도시의 대표들과 북양의 병사들이 목청을 높여 외쳤다.“결혼해! 결혼해!”허공에 걸린 스크린에서는 S시 근교에서 외치고 있는 30만 북양 대군의 모습이 생중계되고 있었다.그 시각 하늘과 땅이 진동하는 듯한 30만 대군의 목소리가 이 도시 전체가 다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우렁차게 울렸다.같은 시각, 3천 신룡전의 무인들이 로열 호텔의 각 창구에서 생화와 현수막을 흩뿌리며 소리쳤다.“사모님, 저희 전주님과 결혼해 주세요!”그 순간 현장은 뜨겁게 들끓었다.강우연은 눈물을 머금고 오늘따라 사뭇 멋져 보이는 남자를 바라보며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말을 마친 그녀는 달려가서 한지훈의 품에 안겼다.한지훈은 두 팔을 벌려 그녀를 품에 꽉 끌어안았다.사람들 틈에서 군복을 입은 홍장미가 공주 드레스를 입은 고운이를 안고 그들에게 다가왔다.고운이가 활짝 웃으며 그들을 향해 팔을 벌렸다.“아빠, 엄마!”너무도 화기애애한 장면이었다.하지만 글라운드 호텔 입구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강희연은 똥 씹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왜?그녀는 자신이 광대가 된 기분이었다.한지훈이 북양의 총사령관이었다니!그 만천하를 호령하며 북양의 왕이라고 불리는 남자!그녀뿐이 아니라 강운가 사람들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한지훈이 북양의 총사령관이라면 전에 자신들이 했던 행동에 대해 복
강희연은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온갖 분노가 이미 그녀의 대뇌를 지배했다.왜?항상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던 동생이었다.그런데 자신보다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다니!용납할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었다.오늘의 주인공은 그들이었어야 했다.그런데 남편이 북양의 총사령관이라니!강희연은 달려와서 강우연을 향해 손을 힘껏 치켜들었다.짝!하지만 그녀의 손길은 강우연에게 닿지 못했다.한지훈이 강우연의 앞을 든든히 지키고 서서 강희연의 뺨을 갈겨버린 것이다. 순식간에 강희연은 바닥에 주저앉았고 입가에서 피가 흘러내렸다.“이제 정신이 좀 들어?”한지훈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으며 가소롭다는 듯이 강희연을 내려다보았다.강희연은 붉게 달아오른 뺨을 붙잡고 한참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내가 지금 뭘 한 거지?“끌어내!”홍장미가 싸늘한 목소리로 부하들에게 지시했다.총을 든 병사가 다가와서 강희연의 두 팔을 붙잡았다.이때, 저쪽에 있던 강문복 부부가 다급히 이쪽으로 달려왔다.털썩!그들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비굴하게 머리를 조아렸다.“미안해, 지훈아, 희연이 목숨만 살려줘. 얘가 지금 제 정신이 아니라서 실수한 거야!”한지훈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강문복 일가를 내려다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은 몇 번이나 내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했어. 내가 정말 집사람 가족이라고 못 죽일 것 같아?”그 말에 강문복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삐질삐질 흘렀다. 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한지훈에게 애원했다.“우리가 다 잘못했어. 진심으로 빌게! 우리가 정말 많은 잘못을 한 거 인정해. 하지만 가족인 걸 봐서, 내가 우연이 큰아버지인 걸 봐서라도 이번 한번만 조용히 넘어가 줘.”말을 마친 강문복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고개를 돌려 강우연을 바라보며 소리쳤다.“우연아, 다 큰아버지가 잘못했어. 네 남편 좀 말려봐. 이러다 희연이 정말 죽겠어….”강문복이 눈물콧물 쥐어짜는 모습을 보자 강우연은 마음이 약해져서 한지훈의 옷깃을 잡아당겼다.“여보
강희연은 자신에게 왔을 선물들이 로열 호텔 앞에 쌓이는 것을 보고 통곡했다.그 순간만큼은 그녀는 모두의 버림을 받은 광대에 불과했다.“아빠, 어떡해?”강희연이 울며 말했다.강문복 역시 기가 팍 죽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뭘 어떻게 해? 용국에서 북양의 총사령관보다 더 높은 사람이 누가 있어? 우리가 전에 너무 한지훈을 무시한 게 잘못이지. 진작에 눈치챘어야 했어. 한민학 군단장이 우연이에게 극존칭을 쓸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머릿속에 자신들이 행했던 만행이 스치고 지나갔다.그들은 진작에 알아챘어야 했다.그 시각 성큼성큼 다가온 오관우가 싸늘한 눈빛으로 강문복을 바라보더니 결혼반지를 바닥에 던지며 말했다.“강희연, 이 결혼 나 안 해! 오늘부터 너랑 난 아무 사이도 아닌 거야!”말을 마친 오관우는 가족들과 함께 싸늘하게 뒤돌아섰다.강희연이 울며 오관우의 팔을 붙잡았다.“여보, 이러지 마! 이 상황에 여보마저 날 버리면 어떡해?”“꺼져!”오관우는 짜증스럽게 강희연을 밀치며 말했다.“지금 너랑 결혼하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길이야. 너희가 한지훈한테 갑질하면서 나까지 끌어들였잖아! 난 돌아가서 어떻게 하면 그분과 오해를 풀지 고민해 봐야겠어!”말을 마친 오관우는 그녀를 내치고 글라운드 호텔을 떠났다.그렇게 강희연은 철저히 버려졌다.그와 동시에 강우연과 한지훈을 향한 증오는 마음속에서 커져만 갔다.그들이 자신의 모든 걸 망쳐버린 것 같았다.결혼식은 오후 네 시까지 진행되었다.한지훈은 하객들과 술자리를 가지고 강우연은 조용히 호텔을 떠나 보헤미 별장으로 돌아갔다.눈앞에 펼쳐진 웅장한 건물을 보고 강우연은 또 한번 놀랐다.침실 문을 연 순간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붉어졌다.방 안에는 장미 바다가 펼쳐져 있었고 하얀 시트 위에도 장미로 하트 모양이 만들어져 있었다.“엄마, 고운이도 오늘 여기서 자면 안 돼?”안으로 들어온 고운이가 침대를 가리키며 잔뜩 신나서 말했다.서경희가 고운이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고운이 착하지. 그
강우연은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거울 속 자신을 바라봤다.한참이 지난 뒤, 욕실에서 나온 그녀는 침대에 놓인 장미 장식을 보고 다시 얼굴을 붉혔다.“오늘 밤은 그 사람이랑 같이 자야겠지?”강우연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입술을 깨물었다.침대를 보고 있자니 저절로 온몸이 달았다.비록 5년 전에 이미 그와 첫경험을 가지고 고운이를 출산했지만 그 일로 가문에서 쫓겨나고 온갖 수모를 당했다.그래서 그날 밤 기억은 강우연에게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지훈이 진짜 남편이 되고 그녀가 가장 암울했던 시기에 그녀에게 광명을 되찾아 주었다.그런 사람이 북양의 총사령관이고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동원해서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결혼식을 그녀에게 안겨 주었다.그와 생활하는 동안에 강우연은 이미 과거의 상처를 깨끗이 잊었다.그녀의 마음은 어느새 한지훈으로 가득했다. 오늘의 결혼식은 그녀에게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다.이 모든 게 한지훈이 그녀를 위해 준비한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그녀는 길게 숨을 들이마셨지만 긴장감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강우연은 감개무량한 얼굴로 침대 시트를 만지작거렸다.그리고 큰 결심을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밤은 그녀가 한지훈의 여자가 되는 날이었다. 그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밤이었다.이미 그녀는 한지훈을 제외하고 그 어떤 남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강우연은 계속 심호흡을 하며 긴장을 풀려고 노력했다.그리고 속으로 용기를 내자고 스스로를 응원했다.“강우연, 할 수 있어! 지훈 씨를 믿어! 그 사람은 평생 나만 사랑해 줄 내 남자야. 우린 결혼했고 부부가 같이 밤을 보내는 건 당연한 거야. 어차피 이미 한번 경험했던 일이잖아? 이번에도 할 수 있어!”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어느새 도시에 어둠이 내려앉았다.강우연이 심호흡을 거듭하는 사이, 현관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그가 돌아온 걸까?“여보, 어디 있어?”부드러운 그
곧이어 하드레이의 몸에서는, 전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다시 한번 한지훈을 덮쳐들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칼을 휘둘렀다. 이내 수많은 칼빛이 두 사람을 겹겹이 에워쌌다. 한편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일일이 망원경까지 들고는 공중을 바라보았다. 공중에서는 두 사람에게서 나오는 눈부신 빛만 보아낼 수 있었고 격렬하게 교전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지만 전혀 사람의 그림자는 찾아낼 수 없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은 공중에서만 수백 차례의 공격을 퍼부었다. 한지훈은 천신계를 돌파한 이래, 처음으로 누군가와 오래된 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 사실로만 보아도, 하드레이는 그야말로 유럽 최강의 실력자로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맹렬하게 싸우던 두 사람의 거리는 잠시 벌어졌고, 다시 한번 공중에서 맞붙게 되는 순간 하드레이는 저도 모르게 약간 비웃는 듯한 기색을 드러냈다. “보아하니, 넌 내가 듣던 소문과는 달리 실력 차이가 좀 있네. 네가 고작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앞으로 이 세상에 더 이상 한지훈이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아. 더욱이는 용국도 사라지게 될 거고!”방금 한바탕 싸움을 거친 하드레이는 이미 대충 실력이 파악되었다. 그가 보기에 지금의 한지훈은, 진법에 대한 이해가 아직 매우 부족했다. 전에 그가 줄곧 천신계 고수들을 참살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좋은 운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행운은 영원히 한 사람만을 도와주진 않는다. 오늘, 하드레이는 한지훈에게 주어진 그 행운을 끝낼 작정이었다. “번개야!”그 순간, 하드레이는 한 손으로 검을 든 채 하늘을 가리켰다. 쾅! 천지를 뒤흔드는 큰 소리와 함께, 보라색의 번개가 그의 검을 감쌌다. 이내 보라색 번개는 구름 위로 이어졌고, 한편으로는 하드레의 손에 들린 장검에 스며들게 됐다. 그 모습을 아래에서 지켜보던 영륜 사람들은 모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영륜 강자는 남달랐어! 이것이야말로 천신과 같은 위세지! 이 정도 위세 앞에서, 한지훈은 그
하드레이의 온몸에서는, 보라색 전기가 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었다. 전광은 그의 몸을 거의 투명하게 비추었다. 그는 이미 한지훈에게 도망갈 기회를 주었지만, 한지훈이 여전히 고집을 피우려 하니 아예 한판 붙으려는 것이었다. 그가 보기에는, 용국의 한지훈은 10여 명의 2성 현급 천신계 강자와 맞붙을 만큼 강한 실력을 가진 것에 놀랍긴 하지만 자신과도 같은 구 세대에 비하면 격차가 크다고 생각했다. 오랜 세월을 거쳐온 하드레이는, 진법의 차원에서만 봐도 한지훈과는 한두 단계의 격차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한 번도 맞붙어본 적이 없었기에, 하드레이는 당연히 한지훈은 그저 우주 자기장을 소환하는 낮은 차원에만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런 수준 낮은 상대는, 아무리 천신계라 하더라도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마주한 하드레이는 일단 주먹을 날려 대항하였고, 그 와중에도 하드레이의 자신감은 넘쳤다. 순간 하늘에서는 천둥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게다가 강한 기운이 갑자기 하늘로 치솟았다. “쿵쾅쿵쾅!” 마치 영륜 상공의 하늘 전체가 폭발하는 것 같았다. 이내 한 줄기 거대한 번개가 밤하늘을 갈라버렸다. “설마 천신이 내려온 건가?”“영륜이 침몰하는 건 아니겠지?”“해일이 일어난 것 같은데, 다들 저 바닷물 좀 봐!”해변가 사람들은 밀려오는 바닷물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기운과 힘은 그야말로 무서웠다. 엄청난 기운에, 인간들 뿐만 아니라 숲 속 동물들까지 모두 도망쳐 나왔다. 그래도 일반 천신계 강자들은 손을 쓰더라도, 모두 어느 정도 선을 지키고 모든 기운을 완전히 밖으로 내보내진 않았으며 더욱이는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았다. 일단 어기게 되면 세계 무도 협회 사람들로부터 책임을 추궁당할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한지훈은 이미 그렇게나 많은 나라들을 휩쓸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무도 협회는 여전히 묵과하고 있었다. 이는, 세계 무도 협회가 이미
용국의 천생서문 역시 마찬가지로, 수천 년 심지어는 만 년 전의 비신까지 기록한 고서이다. 역사적으로 비교하자면, 영륜은 용국과는 전혀 비교할 수도 없었다. 용인들은 멋대로 수법을 연마하며 상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반면, 영륜 사람들은 그에 비해 항상 조마조마하게 목숨을 지켜야 했다. 이것이 바로 용국와 영륜의 차이였다. “할아버님, 저 정말 궁금해요. 대체 왜 그렇게 한지훈을 높게 평가하는 거예요?”빌리는 여전히 납득 못한 채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담담하게 웃으며 짧은 영화 한 편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바로 호천 창세가 모습을 드러낸 그 순간이었다. 호천 창세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평범한 자일 수가 있을까? “자고로 호천 창세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뜻밖에도 한지훈을 위해 직접 모습을 드러냈어. 이건 뭘 설명하는 것 같아?”노인은 담담하게 물었다. 그러자 빌리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어쩐지 한지훈이 역외 강자들을 휩쓸 수 있었더라니, 그 뒤에는 아마도 호천 창세의 그림자가 있을 거라 믿었다. 적어도 호천 창세는 반드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너 호천 창세가 어떤 인물인지 알기는 해? 수많은 역외 강자들조차도 그를 만나면 사정하고 빌어야 해. 소문대로라면, 그는 현재 이 세상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이 소문들이 전부는 진짜가 아니더라도, 이 중에는 반드시 사실인 부분이 있을 거라고 믿어!”“그리고 용족 유적 말이야, 한지훈이야말로 용족 유적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설령 이번에 그가 패한다 하더라도 호천 창세는 결코 그가 하드레이의 손에 죽게 놔두지는 않을 거야!” 노인의 표정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그가 몇 년 동안 이 세계의 인심에 대해 터득한 바에 따르면, 호천이 한 번 모습을 드러낸 이상 반드시 두 번째도 있을 거라는 것이다. 적어도 용족 유적의 비밀이 밝혀지기 전까진 한지훈이 죽는 걸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할아버님,
그 무렵, 영륜 타워팰리스 주위는 큰 흰빛으로 뒤덮여 있었고, 비할 데 없이 강한 기운이 고대의 나라를 수호하고 있었다. 비육의 모든 역사는 위조된 것이고, 유럽의 르네상스 역시 용국에서 유래한 수천 년의 문화 결정체이긴 하지만, 영륜이 유럽 대륙의 발원지라는 것은 전혀 부인할 수 없었다. 이곳에는 너무나도 많은 비밀이 잠재되어 있었고, 게다가 많은 오래된 전설과 일부 오래된 진법도 있었다. 하드레이가 100세 이전에 삼성 천신계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바로 이러한 오래된 비신에 의지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감이 넘쳤고, 호천창세가 직접 찾아오지 않는 한 자신만의 실력으로 얼마든지 영륜을 지킬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나저나 그저 1성 천신계에 불과한 한지훈이 뜻밖에도 그렇게나 많은 세계 최고의 대국을 휩쓸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다. 이 사실은 어떻게 보면, 그 나라의 강자들이 모두 역외로 숨어들었다는 것 정도로만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일성 준 천신계가 어떻게 천하를 휩쓸 수 있을까? 이때 미육의 한 빌딩에 있던 한 젊은 남자는, 옆에 있는 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할아버님, 한지훈이 과연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그는 바로 로저스 가문의 미래 후계자 중 한 명이었다. 이 가문은 줄곧 미육의 절반이 넘는 땅을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1 가문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제1 가문은, 이번에 줄을 잘못 서게 되어 한지훈에 의해 전멸되었다. 그렇기에 이제 미육에서는 로저스 가문이 빛을 발할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과연 로저스 가문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그들이 서게 될 라인에 달려 있었다. 때로는 순간적인 선택이 노력보다도 훨씬 중요하다. 이 젊은 남자의 이름은 빌리였다. 비록 그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지만, 자신과 한지훈의 차이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라는 것을 깊이 느끼고 있었다.
안드레는 항쟁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는 한지훈과는 전혀 승산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끝까지 완강하게 반항한다면, 한지훈은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유럽 전체는 슬픔에 빠지게 됐고, 수많은 사람들은 안드레의 안쓰러운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유럽을 지킬 사람도 없게 됐다. “한 선생님, 안드레 님께서는 이미 자결을 통하여 사죄하셨으니 이제라도 제발...”쿠러는 검을 찔려 죽은 안드레의 마지막 모습에,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안돼! 적어도 4분의 3의 목숨은 내놔야 돼!”이내 한지훈이 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곧바로 별빛이 쏟아졌다. 은빛 별빛에 비친 모든 무도 사람들은 순간 잿더미로 변한 채 공기 속에서 흩어지게 됐다. 마치 그들은 이 세상에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는 것처럼. 곧이어 한지훈은 한 손을 짊어진 채, 곧장 북쪽으로 향하여 영륜으로 향했다. 지금 이 순간 전 세계는 고요해졌다. 안드레가 자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재앙을 면하지 못했다. “아이고! 한때 2차 대전 정세까지 좌우하던 안드레가 한지훈 앞에서 자결까지 하며 사죄했는데도 용서를 받지 못했다니!”“한지훈 이 놈, 이번 기회에, 전 세계로 하여금 용국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끔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이번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사상자만 해도, 이미 수만 명이 넘어!”“그게 뭐 어때서? 그러게 누가 그들로 하여금 다른 나라들을 멸망시킬 의도를 보이라고 했어!”인터넷에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특히 역외에 세력이 전혀 없는 일부 작은 나라들은, 이번 사건을 더욱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나라에 역외 강자가 없어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한숨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 상황이, 자신들의 나라를 보호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이젠 한지훈이 영륜으로 가려 할 거야!”“영륜은 비록 작은
안드레는 생각했다. 지난번에 공해상에서 한지훈으로부터 미움을 사거나 용국 묘당으로부터 미움을 산 상황에 한지훈은 그저 무릎을 꿇고 절하는 것만을 요구했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스스로 무릎을 꿇으면 한지훈이 더 이상 추궁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일단 유럽 다른 역외 강자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그는 오늘의 모든 것을 되찾을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 저 멀리서 무릎을 꿇고 절하는 안드레의 모습에 한지훈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안드레, 그때랑 지금의 상황은 정말 달라. 그날, 너희들이 저지른 과실은 단지 용국의 명예만을 손상시켰을 뿐이야!” “하지만 오늘의 너희들은 감히 우리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하고 있지!”“내 눈에는, 네가 아무리 절을 해도 우리 용국 백성들의 목숨과는 비교할 수 없어!”한지훈의 차가운 목소리에, 유럽 전역 백성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 안드레는 완전히 멍해졌다. 사실 그와 한지훈은 같은 일성 준 천신계 강자였다. 자신이 방금 보인 절은, 한지훈의 수원을 적어도 5년은 증가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한지훈에게 있어서 좋은 점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절이, 한 푼의 가치도 없다니? “한지훈! 너 사람을 그렇게 너무 업신여기지 마! 이번에 너에게 패배한 것은 단지 이곳에 처음으로 돌아온 역외 강자들일뿐이고, 앞으로 다른 역외 강자들도 계속해서 돌아올 거라는 거 명심해!”“안드레 선생님께서는 우리 유럽의 대표로서, 이미 매우 성실하고 정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는데 넌 대체 뭘 또 어떻게 하려는 거야!”“어떻게 하냐고?”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 유럽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전부 죽이려 하는데, 고작 절 한번 하는 거로 본인 마음 편안하게 하려는 거면 그게 맞는 것 같아?”“이 세상에 그렇게 쉬운 도리가 어디 있어! 차라리 내가 너희 유럽에 500개의 핵무기를 던지고 나중에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할까?”한지훈은 비웃음을 띤 얼굴로 아래쪽에 있는 쿠러를 바라보았
당시 미육과 연합하여 용국을 지원하자는 제안을 건넸을 때, 아무도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어주지 않았다. 그러니 이 상황에 그는 절대 나서며 말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안드레의 단호한 거절에 유럽 전체는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됐다. “용국이랑 연락 닿았어? 뭐라고 해?”고위층 간부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다른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 “저희가 줄곧 최선을 다해 연락하고 있긴 한데, 용국 측은 그저 용각이 용국 국왕에게 보고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만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용각 측은 줄곧 응답이 없습니다!”중년 남자는 겨우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뭐라고!”그 얘기에 고위층 간부는 책상 위를 탁하고 세게 내리쳤다. “그 놈들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우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인종이라는 걸 모르고 있는 거 아니야? 국왕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감히 한지훈이 유럽에서 우리를 학살하게끔 방임한 건지!”“용서 못해! 절대 용서할 수 없어!”그는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화가 나도 이 상황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쿠로, 이젠 너의 그 잘못된 선택의 대가를 치를 때가 됐어. 당초 한지훈이 유럽을 찾아왔을 때, 내가 너희들더러 더 이상 용국을 건드리지 말라고 충고했었지!”“적어도 태세가 조금이라도 좋아진 후에 다시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았겠건만, 너희들은 기어코 내 말을 듣지도 않았어! 결국 한지훈은 지금 유럽으로 달려가고 있고!”“너희들이 그렇게 자랑하던 역외 강자들은 뭐 하고 있어? 그렇게 입버릇처럼 떠벌리던 그 동맹국들은?”바로 그때 안드레가 들이닥쳤다. 안드레를 보자마자 쿠러의 표정은 마침내 좀 가라앉았다. “안드레, 지금 오직 너만이 세계 무도 연맹에 연락을 나눌 수 있어. 우리나라는 이젠 완전히 위기의 상황에 놓이게 됐는데 더 이상 좌시할 수는 없잖아.”쿠러는 급히 반갑게 맞이하며 본론부터 꺼냈다. 그러나 안드레는 쓴웃음만 보였다. “사실 이미 세 시간 전에 연락하긴 했어. 그들의 뜻은, 이번
유 씨 어르신과 양 씨 어르신의 침착함에 비해, 상황은 계속하여 들끓었다. 사실 천신급 강자가 이렇게 강한 다른 나라들에 침투해 마구 살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인구가 천만 명이 넘는 몇 개 대도시까지 전부 도살되었다. 이 소식에 전 세계는 크게 놀랐다. 그제야 사람들은, 용국이 수천 년 동안 세계 정상에 우뚝 선 것만큼 더 이상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특히나 용국에 정복된 많은 나라들은 더욱 깊이 새기게 됐다. 감히 자신보다 강한 자를 공격하려는 자는, 언젠다는 반드시 죽임을 당할 거라고. 현재 수많은 나라 원수들은, 모두 세계 무도 연맹이 한지훈을 제재해 줄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이 방법이야말로 그들의 나라를 보전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세계 무도 연맹도 유독 평온한 태도를 보이며 모든 일을 묵인하고 있었다. 게다가 미육과 부상 천신계 강자들이 잇달아 참사하고 난 후, 세계 무도 연맹은 더 이상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이 상황에 전 세계는 침묵에 빠지게 됐다. 필경 세계 무도 연맹은, 천도 맹약이 세속에 파견한 하나의 꼭두각시일 뿐이었다. 그러나 천도맹약이 역외 강자들을 돌아오게끔 만들어,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한 의도는 이미 드러나게 됐다. 이 상황에 세계 무도 연맹이 소리를 내어 한지훈을 경고하게 되면, 정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겠는가? 지금 이 순간, 용국의 해체를 꿈꾸던 국가 원수들은 하나같이 깊은 후회에 빠졌다. 만약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결코 용국 해체 계획에 가담하지 않았을 것이다.곧이어, 한지훈이 부상 강자와 미육 강자들을 잇달아 참살하는 영상은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미친 듯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을 목격한 네티즌들은 그저 말문이 막혔다. 자신들의 나라가 이젠 완전히 끝났다는 생각에. 적지 않은 부상 젊은이들은 이 뉴스를 통해, 교토에서 발생한 모든 것을 알게 된 후 바로 스크린을 껐다. 그들 역시 이 모
그러나 노인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하늘에는 순간 괴상한 빛줄기가 나타났다. “안돼!”노인은 큰 소리를 내며 어떻게든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빛이 지나치는 곳마다, 사람이고 가축이고 모두 사라지게 됐고 땅 위에는 피만 흐를 뿐이었다. 노인은 더 이상 망설일 겨를도 없이, 급히 손을 들어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가 막아내기도 전에, 한지훈은 차가운 웃음을 보임과 동시에 번쩍하여 노인의 등 뒤를 노렸다. 이내 금빛이 반짝이는 장총 한 자루가 노인을 찔렀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노인이 미처 반응하지도 못한 채 적색 사냥용 장총에 맞는 순간을 목격하게 됐다. 그렇게 노인은 시체가 되어 바로 쓰러졌다. 방금 한지훈이 보인 일격은 매우 간단해 보이긴 하지만, 그 안에는 원의 오의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는 노인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이었다. 결국 노인은 반항할 기회조차 없이 총에 찔려 죽게 됐다. 뒤이어 한지훈이 손을 살짝 들자, 하늘에는 황금 노을이 뒤덮였고 무수한 살기가 이집트의 수도를 뒤덮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집트의 수도 전체는 온통 불바다가 되었다. 무종 고수든 일반 백성이든 무차별적으로 말살되었다. “너... 대체 왜 백성들까지 학살하는 거야!”한지훈이 한창 손을 쓰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한지훈에게로 날아왔다. “너희 이집트 강자들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학살하려고 한 이상, 나야 당연히 용국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공정한 도리를 따져야지!”이내 한지훈이 다시 손을 흔들자, 몇 개의 도시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잿더미가 되었다. 그리고 방금 나타난 노인은, 몇 리 밖으로 도망가기도 전에 눈썹이 뚫리게 되었다. 그렇게 또 한 명의 천신계 강자가 죽게 되었다. 이 상황에 중년 남자는 그저 주먹을 꽉 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무리 화가 난다 하더라도 한지훈이 멀리 떠날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여러 나라들이 도살되면서 전 세계는 깜짝 놀랐다. 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