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연은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온갖 분노가 이미 그녀의 대뇌를 지배했다.왜?항상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던 동생이었다.그런데 자신보다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다니!용납할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었다.오늘의 주인공은 그들이었어야 했다.그런데 남편이 북양의 총사령관이라니!강희연은 달려와서 강우연을 향해 손을 힘껏 치켜들었다.짝!하지만 그녀의 손길은 강우연에게 닿지 못했다.한지훈이 강우연의 앞을 든든히 지키고 서서 강희연의 뺨을 갈겨버린 것이다. 순식간에 강희연은 바닥에 주저앉았고 입가에서 피가 흘러내렸다.“이제 정신이 좀 들어?”한지훈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으며 가소롭다는 듯이 강희연을 내려다보았다.강희연은 붉게 달아오른 뺨을 붙잡고 한참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내가 지금 뭘 한 거지?“끌어내!”홍장미가 싸늘한 목소리로 부하들에게 지시했다.총을 든 병사가 다가와서 강희연의 두 팔을 붙잡았다.이때, 저쪽에 있던 강문복 부부가 다급히 이쪽으로 달려왔다.털썩!그들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비굴하게 머리를 조아렸다.“미안해, 지훈아, 희연이 목숨만 살려줘. 얘가 지금 제 정신이 아니라서 실수한 거야!”한지훈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강문복 일가를 내려다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은 몇 번이나 내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했어. 내가 정말 집사람 가족이라고 못 죽일 것 같아?”그 말에 강문복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삐질삐질 흘렀다. 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한지훈에게 애원했다.“우리가 다 잘못했어. 진심으로 빌게! 우리가 정말 많은 잘못을 한 거 인정해. 하지만 가족인 걸 봐서, 내가 우연이 큰아버지인 걸 봐서라도 이번 한번만 조용히 넘어가 줘.”말을 마친 강문복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고개를 돌려 강우연을 바라보며 소리쳤다.“우연아, 다 큰아버지가 잘못했어. 네 남편 좀 말려봐. 이러다 희연이 정말 죽겠어….”강문복이 눈물콧물 쥐어짜는 모습을 보자 강우연은 마음이 약해져서 한지훈의 옷깃을 잡아당겼다.“여보
강희연은 자신에게 왔을 선물들이 로열 호텔 앞에 쌓이는 것을 보고 통곡했다.그 순간만큼은 그녀는 모두의 버림을 받은 광대에 불과했다.“아빠, 어떡해?”강희연이 울며 말했다.강문복 역시 기가 팍 죽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뭘 어떻게 해? 용국에서 북양의 총사령관보다 더 높은 사람이 누가 있어? 우리가 전에 너무 한지훈을 무시한 게 잘못이지. 진작에 눈치챘어야 했어. 한민학 군단장이 우연이에게 극존칭을 쓸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머릿속에 자신들이 행했던 만행이 스치고 지나갔다.그들은 진작에 알아챘어야 했다.그 시각 성큼성큼 다가온 오관우가 싸늘한 눈빛으로 강문복을 바라보더니 결혼반지를 바닥에 던지며 말했다.“강희연, 이 결혼 나 안 해! 오늘부터 너랑 난 아무 사이도 아닌 거야!”말을 마친 오관우는 가족들과 함께 싸늘하게 뒤돌아섰다.강희연이 울며 오관우의 팔을 붙잡았다.“여보, 이러지 마! 이 상황에 여보마저 날 버리면 어떡해?”“꺼져!”오관우는 짜증스럽게 강희연을 밀치며 말했다.“지금 너랑 결혼하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길이야. 너희가 한지훈한테 갑질하면서 나까지 끌어들였잖아! 난 돌아가서 어떻게 하면 그분과 오해를 풀지 고민해 봐야겠어!”말을 마친 오관우는 그녀를 내치고 글라운드 호텔을 떠났다.그렇게 강희연은 철저히 버려졌다.그와 동시에 강우연과 한지훈을 향한 증오는 마음속에서 커져만 갔다.그들이 자신의 모든 걸 망쳐버린 것 같았다.결혼식은 오후 네 시까지 진행되었다.한지훈은 하객들과 술자리를 가지고 강우연은 조용히 호텔을 떠나 보헤미 별장으로 돌아갔다.눈앞에 펼쳐진 웅장한 건물을 보고 강우연은 또 한번 놀랐다.침실 문을 연 순간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붉어졌다.방 안에는 장미 바다가 펼쳐져 있었고 하얀 시트 위에도 장미로 하트 모양이 만들어져 있었다.“엄마, 고운이도 오늘 여기서 자면 안 돼?”안으로 들어온 고운이가 침대를 가리키며 잔뜩 신나서 말했다.서경희가 고운이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고운이 착하지. 그
강우연은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거울 속 자신을 바라봤다.한참이 지난 뒤, 욕실에서 나온 그녀는 침대에 놓인 장미 장식을 보고 다시 얼굴을 붉혔다.“오늘 밤은 그 사람이랑 같이 자야겠지?”강우연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입술을 깨물었다.침대를 보고 있자니 저절로 온몸이 달았다.비록 5년 전에 이미 그와 첫경험을 가지고 고운이를 출산했지만 그 일로 가문에서 쫓겨나고 온갖 수모를 당했다.그래서 그날 밤 기억은 강우연에게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지훈이 진짜 남편이 되고 그녀가 가장 암울했던 시기에 그녀에게 광명을 되찾아 주었다.그런 사람이 북양의 총사령관이고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동원해서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결혼식을 그녀에게 안겨 주었다.그와 생활하는 동안에 강우연은 이미 과거의 상처를 깨끗이 잊었다.그녀의 마음은 어느새 한지훈으로 가득했다. 오늘의 결혼식은 그녀에게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다.이 모든 게 한지훈이 그녀를 위해 준비한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그녀는 길게 숨을 들이마셨지만 긴장감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강우연은 감개무량한 얼굴로 침대 시트를 만지작거렸다.그리고 큰 결심을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밤은 그녀가 한지훈의 여자가 되는 날이었다. 그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밤이었다.이미 그녀는 한지훈을 제외하고 그 어떤 남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강우연은 계속 심호흡을 하며 긴장을 풀려고 노력했다.그리고 속으로 용기를 내자고 스스로를 응원했다.“강우연, 할 수 있어! 지훈 씨를 믿어! 그 사람은 평생 나만 사랑해 줄 내 남자야. 우린 결혼했고 부부가 같이 밤을 보내는 건 당연한 거야. 어차피 이미 한번 경험했던 일이잖아? 이번에도 할 수 있어!”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어느새 도시에 어둠이 내려앉았다.강우연이 심호흡을 거듭하는 사이, 현관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그가 돌아온 걸까?“여보, 어디 있어?”부드러운 그
군복을 입은 한지훈이 늠름한 풍채를 뽐내며 침대로 다가가서 앉았다.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그의 얼굴에도 취기가 올라 있었다.강우연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한지훈에게 천천히 다가가서 섰다.그리고 그가 입고 있는 군복을 벗겨 옷장에 걸었다.“조금 피곤하네. 잠을 좀 자야겠어.”한지훈이 말했다.“지… 지금요?”강우연이 잔뜩 상기된 얼굴로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가녀린 손이 입고 있는 레이스 잠옷자락을 꽉 잡고 있었다.한지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늘의 그녀는 평소보다 뭔가 분위기가 달랐다. 빨갛게 상기된 볼은 깨물고 싶을 정도로 탐스러웠다.“왜 그러고 서 있어? 와서 앉아.”한지훈이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그녀는 얼떨결에 한지훈의 품에 안겼다가 재빨리 몸을 일으키고 잔뜩 상기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왜… 왜 이래요?”잔뜩 긴장한 그녀의 얼굴을 본 한지훈이 입가에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 오늘 좀 이상해. 설마 이상한 상상한 거 아니지?”“네? 아니었어요?”강우연이 당황하며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한지훈은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리고는 손끝으로 그녀의 코끝을 살짝 건드렸다. 그리고 침대에 벌렁 누우며 말했다.“이상한 상상하지 마. 당신이 원하지 않으면 나도 강요할 생각은 없으니까.”그 말에 긴장했던 강우연이 드디어 안정을 되찾았다.그녀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다가가서 그의 옆에 누웠다.강요하지 않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지훈 씨, 오늘 결혼식까지 했는데 첫날밤은 원래… 그거 하는 거 아니었어요?”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한지훈이 고개를 돌리며 자상한 미소를 지었다.“대체 그 머리로 무슨 상상을 한 거야? 첫날밤에 꼭 그거 해야 한다고 누가 그래?”“아닌… 가요?”강우연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한지훈이 이렇게 대범하게 나오자 오히려 서운한 기분이 들었다.설마 내가 여자로서 매력이 없는 걸까?내 몸매나 얼굴이 마음에 안 들어서
다음 날, 한지훈은 옆에서 달게 잠든 강우연의 모습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햇살이 그녀의 하얀 얼굴을 밝게 비춰주고 있었다.그리고 이때, 핸드폰 진동음이 느껴졌다.그는 강우연이 깰까 봐 재빨리 핸드폰을 확인했다.문자 내용을 확인한 그가 미간을 확 찌푸렸다.[사령관님, 용경에서 소식이 왔습니다. 천자께서 사령관님에게 만나자는 연락이 오셨습니다.]그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신속히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 그리고 군복으로 갈아입은 뒤, 아직도 달게 자고 있는 강우연의 뺨에 부드럽게 키스했다.“여보, 나 다녀올게.”말을 마친 그는 간단한 메모를 남긴 뒤에 보헤미 별장을 떠났다.별장 앞에는 용일부터 용팔까지 이미 집결을 마친 상태였다.“사령관님, 용경에 뭔가 변고가 생긴 것 같습니다. 천자께서 직접 만남을 요청하셨어요.”용일이 신속히 다가와서 검은색 망토를 그의 어깨에 걸쳐주며 말했다.한지훈이 어두운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인데 그래? 변방 쪽에 문제가 생기거나 급한 일이 아니라면 절대 나한테 만남을 요청할 분이 아닌데.”용일의 표정도 매우 심각했다.“아무런 얘기도 들려오지 않아서 자세한 상황은 잘 모릅니다.”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S시에 있는 5만 북양 주둔군은 자리를 지키고 경거망동하지 않는다. 나머지 25만 군사는 당장 준비하고 북양으로 복귀한다!”“신룡전 장로들께 상황을 알리고 돌발상황을 대비해! 문제가 생기면 전적으로 신룡전 4대 용존의 지휘를 따른다! 너희는 나와 함께 용경으로 가서 천자를 뵐 거야!”지시를 들은 여덟 장군의 얼굴에 비장함이 차올랐다.“사령관님, 뭔가 집히는 게 있는 겁니까?”“설마 적염왕 때문인가요?”“앉아서 그쪽에서 쳐들어오기를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만약 적염왕이 사령관님의 군권을 탈취한다면….”“닥쳐!”한지훈이 싸늘하게 말했다.“너희의 사명과 책임을 똑똑히 기억해!”말을 마친 그는 걸음을 돌려 차에 올랐다.네 대의 차량이 신
“총사령관님, 그……”하지만 여덟 사람은 모두 무기를 상대에게 건네주었다.한지훈도 예외 없이 마찬가지로 지니고 있던 오릉군 가시와 창용검을 내놓았다.도위소병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여러분을 위한 차는 이미 마련되어 있습니다. 자, 어서 타시기를 바랍니다.”눈살을 찌푸리며 한지훈은 앞에 있는 도소위병을 한 번 보고는 한쪽에 대기 되어 있는 차로 향했다.도소위병을 지나칠 때, 그는 나지막한 소리로 한지훈에게 속삭였다.“총사령관님, 만용 어르신께서 저더러 대신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부디 흥분하지 마시고 국왕님의 말씀대로 움직이시라고 하셨습니다.”말을 마치고 도소위병은 입을 꾹 다물었다.한사코 눈살을 찌푸리며 바라보더니 한지훈은 허리를 숙이고 차 안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용이와 용팔은 한지훈과 다른 차에 올랐다.차는 곧 시동이 걸리고 군용 공항을 떠나 용경에서 경비가 가장 삼엄한 천자각으로 향했다.그러나 가는 도중에 용이를 포함한 일행이 탄 차는 갑자기 한지훈이 타고 있는 차와 서로 다른 길로 가기 시작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한지훈은 얼굴이 굳어지며 온몸에 차가운 살의가 용솟음쳤다.용이 일행 또한 한지훈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차를 보고 순간 폭발하여 차량의 주도권을 앗아오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이때 검은색 양복을 입고 있는 남자가 옆에서 재빠르게 손을 써서 그들의 팔이나 목에 주삿바늘을 꽂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여덟 사람은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한편, 한지훈이 타고 있는 타는 어느새 수비가 가장 삼엄한 천궁 광장을 지나 천자각으로 들어와서 정문에 정차했다.차문이 열리자 도위소병은 공손하게 입을 열었다.“총사령관님, 도착했습니다.”눈살을 찌푸리며 한지훈은 발걸음을 내디디며 차에서 내려와 익숙하기 그지없는 천자각을 둘러보았다.한 바퀴 둘러보고는 천자각으로 성큼성큼 들어가 홀에서 누군가를 기다렸다.기다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오륙십 세처럼 되어 보이는 중년 남자가 소박한 검은색 옷차림으로 나타났다.세 발짝 정도 떨어진 뒤에는 회색 옷
역시나 생각대로 적염왕이 돌아온 것이 이유였다.한지훈은 흰색 바둑을 두고 나서 덤덤하게 웃었다.“이미 들은 바가 있습니다.”국왕은 그의 말에 덧붙였다.“알다시피 지금 국제적인 국세가 하루가 멀다고 다릅니다. 우리 용국에는 5명의 총사령관을 지니고 있어 주위에 있는 작은 나라들은 손쉽게 진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방의 열강까지 제압하기에는 그 실력이 터무니없이 약합니다. 적염왕은 50만 대군을 통솔한 적이 있습니다. 막강한 실력과 명성을 지니고 있어 우리 용국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열강을 진섭 하기엔 충분할 것 같습니다.”“그럼, 국왕님께서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한지훈은 웃으며 물었다.그러자 국왕은 한지훈을 한 번 보더니 웃었다.“성격이 급한 건 여전하시네요. 아직 말을 채 끝내지도 않았는데, 단도직입적으로 물으시네요.”한지훈은 계속 바둑을 두었는데, 바둑판은 이미 적을 포위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드러냈다.“저는 국가를 위한 목숨을 걸 줄밖에 모릅니다. 전략과 같은 방면에서는 거의 의견을 내놓지 않는 편입니다. 그러니 만약 국왕님께서 저에게 내릴 지시가 있으시다면 말해주시기를 바랍니다.”국왕은 검은색 바둑을 들고 한참이나 머뭇거리더니 판을 보며 입을 열었다.“제법 용감한 길을 택한 거 같아 갑작스럽네요. 그동안 실력이 많이 늘어난 거 같습니다.”말을 마치고 국왕은 검은색 바둑을 통 안에 던졌다.“그만하시죠.”그러고 나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만약 파이터 킹의 북양구 대군을 적염왕 소속 부대로 모두 보낸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이 말을 듣고 있는 한지훈은 국왕의 두 눈에 비친 짙은 예기를 느꼈다.국왕의 곁에 있는 용 선생님마저도 무겁기 그지없는 눈빛을 보이며 앞으로 반걸음 정도 나오기까지 했다.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한지훈은 흰색 바둑을 버리고 양손을 뒤로 젖힌 채 머리에 대고 웃었다.“마침 잘 됐습니다. 근래에 들어 일하는 것도 버거워 국왕님께 퇴임을 제기하려고 했습니다. 적염왕께서 인
한지훈은 덤덤하게 웃으며 답했다.“원한이 좀 있어서 처리하고 싶습니다.”답을 듣고 난 국왕은 안색이 살짝 일그러지며 한숨을 쉬었다.“원씨 가문은 결코 만만치 않은 가문입니다. 저라도 그들을 상대로 감히 어찌할 수 없습니다. 만약 그때 그 일로 원씨 가문을 찾아가려는 것이라면 고심하고 나서 결정하시기 바랍니다.”“알고 있습니다.”한지훈은 더없이 진지한 모습으로 덧붙였다.“하지만 반드시 원씨 가문을 찾아가야만 합니다. 만약 그때 다른 사람까지 연루되어 난 온다면 국왕께서 친히 나서 주셨으면 좋겠습니다.”이에 국왕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결정을 내린 일이니 말리지 않겠습니다. 연루되는 사람이 누구든지 막론하고 나서서 해결해 드리겠습니다.”“감사합니다.”한지훈은 공수하며 인사를 하고는 뒤돌아서서 떠났다.그가 떠나는 뒷모습을 보고 내내 국왕 뒤에 서 있었던 강만용 어르신이 입을 열었다.“국왕님, 만약 정말로 원씨 가문을 상대로 손을 댄다면 다른 세 가문의 이목도 끌 수 있을 겁니다. 그때가 되어 사대 가문에서 연합 관계를 맺기라도 한다면 국왕님께서도 감당하기 버거운 국면이 초래될지도 모릅니다.”국왕의 두 눈에서 차가운 빛이 흘러나왔다.“한 나라에 국가의 운명을 좌우지할 수 있는 가문이 4개나 나타난다면, 그게 정녕 좋은 일인 것 같습니까 아니면 나쁜 일인 것 같습니까?”강만용 어르신은 잠시 멈칫거리더니 착잡한 얼굴로 대답했다.“단번에 판단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그러자 국왕은 웃으며 덧붙였다.“나쁜 일인지 아니면 좋은 일인지 모두 시기와 이점에 달렸습니다. 용국은 백 년 동안보다 안정적인 세월을 보냈으나, 이 사대 가문은 누리처럼 용국의 운세를 갈아 먹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용국은 언젠가 세차게 흔들리는 날이 오게 될 것입니다. 누군가가 칼을 휘둘러 누리들을 모조리 깨끗이 없애야 만이 용국은 더 나은 발전을 맞이하며 세계의 정상에 우뚝 설 수 있습니다.”“칼을 휘두르는 사람이 한지훈이었으면 하는 겁니까?”강만용 어르신은 놀라움을
건드리지 말아야 했다. 지금 이 순간, 누구든지 막론하고 미치지 않고서야 한지훈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적어도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를 막아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설령 한용이 나선다 하더라도, 그를 막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으로서 최선의 선택은, 한지훈을 풀어주고 그가 멀리 가게끔 놔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광장을 나서자마자 한지훈은 수만 대군에 의해 겹겹이 포위되었다. 그지없이 큰 포구에, 경중 기관총의 검은 총구들이 모두 일제히 한지훈을 겨누었다. 크게 긴장한 진강이 머뭇거리고 있는 한편, 군인들은 순식간에 길을 내주었다. 뜻밖의 상황에 진강은 내심 감격하였다. 천군만마 속을 누비며 유유히 지나가는 것 자체를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했다. 이 얼마나 대단한 기백과 위용이 필요한 일인가? 진강은 자신이 이번 생에 뜻밖에도 이렇게나 높은 대우를 누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여겨,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했다. 뒤이어 안전지대에 도착하자마자, 진강은 격동되는 말투로 물었다. “한... 한 사령관님, 방금 왜 우천존을 죽이지 않으셨습니까! 그놈을 살려두면 아마도... 화근이 될 수 있습니다!”그러자 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진강을 흘깃 보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넌 내가 정말 천신계의 강자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예상치 못한 한지훈의 반문에, 진강은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한지훈은 자신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본인이 펼칠 수 있는 진법의 위력은, 노인의 1000분의 1도 안된다는 것을. 그러나 그는 분명히 노인의 위세를 느끼기는 했다. 어마무시한 기운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저 겉핥기만 한 셈이었다. 사실 방금 광명 좌우사를 격살할 때도 단지 진법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었다. 진법만으로는 두 사람을 순식간에 피투성이로 만들 수가 없었다. 그는 진법을 펼치는 동시에, 손가락을 짚고는 수십 개의 침을 쏜 것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 핏물 속에 비침이 숨어 있는 것을
지금 이 순간, 광장의 분위기는 발칵 뒤집혔다. 우천존은 엄연히 천신계의 강자이다. 그런데 천신계의 강자가 천왕계로부터 이렇게 도발과 모욕을 당하면서도, 이렇게나 덤덤할 수 있다니? 이내 한지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광장 주위를 흘깃 훑어보았다. 그는 첨탑과 피라미드 위에 선 채 대결을 구경하고 있던 고수들을 보고는 비웃게 됐다. “다들 어떻게 생각해? 너희들 아직도 내가 오늘 죽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몇 리 밖에서 흘러나오는 한지훈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부끄러운 나머지 고개를 숙였다. 특히 산토스는 더욱 몸 둘 바를 몰랐다. 바로 몇 분 전까지만 해도 한지훈을 무릎 꿇게 만들려 했던 천신계의 강자가, 이제는 뜻밖에도 한지훈으로부터 압박을 받게 되면서 한마디도 하지 못하게 될 줄이야. 정확히 20분 전, 신들린 존재라고 불리던 광명존은 어느새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광장 전체는 더욱 고요한 나머지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고, 심지어 지켜보던 사람들은 숨조차 마음껏 내쉬지 못했다. 사람들은 오로지 우천존과 한용이 입을 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그들 둘만이 의견을 밝힐 자격이 있으니까. “자고로 우리 용국에는, 감히 우리 용국을 범하는 자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주살한다는 규칙이 있어! 저 한지훈, 오늘 여러분께 제대로 말씀드립니다. 천년 전이든 천년 후가 됐든, 감히 저희 용국을 범하는 자들은 반드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반드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라... 이 한마디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귀에 맴돌았다. 지금 이 순간, 사람들은 더더욱 감히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였다. 심지어 우천존 또한 잔뜩 화가 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릴 지경이었지만, 그저 묵묵히 이를 악문 채 오늘의 원수를 마음에 새길 수밖에 없었다. 이내 한지훈은 그제야 비로소 몸을 돌렸고, 한 손으로 유회원의 몸을 힘껏 내리눌렀다. 철컥! 그러자 뼈 갈라지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왔다. 바로 유회원의 척추가 부러지
광명존이 뜻밖에도 한지훈의 진법에 걸리게 되어 꼼짝도 못 하게 되자, 우천존은 언짢은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지금 이 순간, 한지훈은 천신계의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다. 게다가 현재 태양 광장 주변에는 수만 명이 그들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므로 더더욱 절대 물러설 생각이 없었던 우천존은 한껏 어두워진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한지훈! 너 아무리 한용을 믿고 나댄다 하더라도... 어디 감히 나한테 건방지게 굴어!”분노로 가득한 우천존의 우렁찬 목소리는 카만시 전체에 울려 퍼졌고, 모든 사람들은 그 위엄에 압도되었다.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이상, 우천존은 어떻게든 한지훈을 직접 죽여야만 마음속의 한이 풀릴 것 같았다. “훗. 나더러 저 놈한테 져주라고 하지 않았어? 내가 오늘 필연코 질 수밖에 없다고 네가 그랬잖아!”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이내 하늘에서는 한 줄기의 별빛이 떨어졌다. 순식간에 광명 좌사는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 별빛은 하늘이 만들어낸 자연의 기운이었기에, 천왕계인 광명 좌사라 하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기운은 아니었다. 사실 한지훈 또한 마찬가지로 내심 놀랐다. 뜻밖에도 이 진법이 이렇게나 강할 줄이야! 어쩐지 금룡왕이 말하길, 천신을 죽이는 건 땅강아지를 죽이는 것과 같다더니. 이내 한지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우천존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 날 안 건드려? 네 곁을 지키던 사람이 피투성이가 되었는데 왜 아직도 가만히 있는 거냐고!”이 말은 우천존의 귀에도 들려왔고,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귀에도 들려왔다. 지금 이 순간, 우천존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한지훈의 그 말은, 우천존의 자존심을 무정하게 짓밟는 듯했다. 2성 현급 천신계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우천존이 인왕계의 실력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자연의 기운에 그가 감히 맞서 싸울 수는 없었다. 현재 천신계는 지고 무상의 존재로서 일반인을 초연한 특권의 계층이긴 하지만, 과거 수천 년 전까지만 해도 천신계는 개보다도
그러나 아쉽게도, 한지훈은 이러한 진법의 정수가 무엇인지 정확히는 알지 못했다. 이번에도 운 좋게 해낸 것이었다. 게다가 다음 기회에는, 더 이상 이번처럼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천지를 뒤흔들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주로 시간 간격이 매우 짧았기에, 어쩌면 조금 남아있던 금룡심 혹은 그 노인의 잔념이 한지훈에게 힘을 북돋아 무사히 진법을 치게 도와준 것일 수도 있었다. 혹은 금룡왕의 여위에 의지하여 쉽게 수법을 펼친 것일 수도 있다. “하하하!”이내 한용이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그는 한지훈이 드디어 용심, 그것도 금룡심의 인정을 받게 되었다는 것에 잔뜩 흥분됐다. 비록 다섯 개의 용심 중 금룡심은 진법심이긴 하지만, 전해져 온 전설에 의하면 금룡심으로 얼마든지 천하를 뒤엎을 수 있다고 하였다. 즉, 다섯 개의 용심은 사실 다섯 명의 용왕에 버금가는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적색, 금색, 흰색, 은색, 검은색! 모든 용왕들은 각자 자신이 가장 능통한 분야가 하나씩 있었고, 다들 그 시대 최고의 영웅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들이야말로 이 세상의 진정한 지배자들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은 그 기운의 만 분의 일만 얻게 되어도, 얼마든지 천왕계에서 천신계까지 뛰여 넘을 수가 있었다. 혹은 그보다 더욱 높은 경지로! 비록 현재로는 단시간 내에 돌파할 수 없긴 하지만, 일단 금룡심의 인정을 받고 금룡심의 비호를 받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한지훈은 선택받은 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한 씨 집안도 결국 천년만에 마침내 영웅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 창세에 관하여, 광명 파는 영원히 알 수 없는 비밀이다. 필경 한지훈의 몸속에 흐르고 있는 건 용국의 피니까. 다섯 개의 용심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용국의 핏줄밖에 없다. 용국이 바로 용족의 근원이고, 용국의 백성들이 바로 용의 후계 자니까. 천년에 한 번씩 비로소 나타나는 영웅은, 용국의 기운을 상징하고 있을뿐더러 용국에게 곧 다가올 휘황찬란한 미래를 예고하기
"어디 감히 건방지게!" 이내 한용의 노호와 함께, 한지훈을 향하던 그 기운은 순식간에 붕괴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한용, 너... 방금 뭐 한 거야!”우천존은 창시자가 그동안 한용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것도, 게다가 그의 실력이 확실히 강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뜻밖에도 이렇게 쉽게 자신의 기운을 깨뜨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한편 무리 속에 서 있던 진강은, 그제야 긴장이 풀려 놀란 가슴을 달래느라 바빴다. 한지훈이 드디어 생명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되자, 양령아 또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한지훈이 한용을 할아버지라고 부른 이상, 그들 사이에는 필연적인 혈연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우천존은 더 이상 한지훈을 건드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 한지훈의 온몸을 감싸고 있던 금빛은 갑자기 옅어지기 시작했고 이내 한지훈은 천천히 눈을 떴다. 방금 그 환상 속에서 마주한 노인의 말이, 한지훈은 내심 계속 신경 쓰였다. ‘난 손만 뒤집기만 해도 얼마든지 진을 칠 수가 있고, 마음만 먹으면 천지를 내 마음대로 좌우할 수도 있어!’ 한지훈은 이 말을 되새기면서 다시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고개를 들어 우천존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 진정한 어둠을 본 적이 있긴 해?” 이 말을 듣고 우천존은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 그는 한지훈의 말속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내 한지훈은 손을 살짝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 “천지는 본래 진안이라, 진법을 따라 얼마든지 뒤흔들릴 수가 있어!”한지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들어 머리 위의 뜨거운 태양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한줄기 차가운 빛이 용솟음쳤다. 뒤이어 그는 손을 높이 흔들어 좌우로 흔들었다. 바로 이때, 믿기지 않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늘 위 태양이 서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는데, 그 속도는 육안으로도 보아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빨랐다. 충격적인 장면에 온 이집트 사람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창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다
“자고로 이 천지는 본래 진법 안에 있고, 이 해와 달 그리고 우주는 진안이라고 볼 수가 있어. 그리고 이런 진안으로는 얼마든지 도검을 만들 수가 있지!”“난 손만 뒤집기만 해도 얼마든지 진을 칠 수가 있고, 마음만 먹으면 천지를 내 마음대로 좌우할 수도 있어!”노인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금빛으로 가득하던 하늘의 붉은 태양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온 하늘의 별들이 찬란한 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이내 노인이 담담하게 말을 내뱉었다. “무진!”바로 그때, 온 하늘의 별들도 모두 사라지고, 주위는 끝없는 어둠에 빠지게 됐다. 깜짝 놀라서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한지훈은, 눈앞의 장면이 믿기지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진법이었다. 이것이야말로 금룡심에 숨겨진 무상의 진법이었다. “알겠어?”이내 노인은 한지훈을 흘겨보았다. “그...”한지훈은 뭔가 깨달은 것 같긴 했지만 딱히 정수를 얻지는 못했다. 이런 강력한 수단은 단 한 번만으로는 바로 마음에 새기기가 어려웠다. 아무리 영리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수법을 다시 되새기고 받아들일 과정이 필요했다. “에휴! 마땅히 이렇게 해야만 용족이 앞으로 고난을 이겨나갈 수가 있는 거야! 그래야만 나도 우리 용족이 부끄럽지 않을 테고!”말을 마친 노인은 살짝 눈을 감더니 이내 점점 실루엣이 옅어졌다. 노인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도, 한지훈은 결국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여전히 환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지훈과는 달리, 바깥은 이미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우렁찬 천둥소리와 함께 필적할 수 없는 기세가 한지훈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내 갑자기 천지의 풍운이 변색되기 시작하더니 뿌연 황사가 만 미터 고공을 휩쓸고 있었다. 눈부신 고공에, 한 줄기 성화가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 떨어지는데 그 장면은 비할 데 없이 기괴했다. 그 광경에, 우천존과 한용도 이마에서 식은땀을 흘렸다. 천신계의 강자인 그들은, 방금 뿜어져 나온 그 강력한 위세에 내심 위협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 자신들의
우천존은 당황한 티를 최대한 숨기려 했지만, 그 기분은 얼굴에 똑똑히 드러났다. 상대의 실력은 어찌나 강한지, 단번에 그의 위압을 모두 날려버렸다. “지훈아, 몇 달 동안 보지 못한 사이에 네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 우리 한 씨 가문의 체면을 구기지는 않았어!”하늘 속 그 실루엣은 바로 한용이었다. “할아버지... 저...”한지훈은 예상치 못한 한용의 등장에 감개무량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필살의 국면이었던 상황이, 한용의 등장으로 쉽게 해결될 것 같았다. “지훈아, 너도 알다시피 내가 저놈들한테 직접적으로 손을 댈 수는 없어. 이건 바로 규칙이니까! 결국 이 난관에서 벗어나는 건 너 자신한테 달린 거야!”한용은 담담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그의 말대로, 천신계의 강자는 천신 이하의 일반인에게 살수를 통렬해서는 안 된다. 이는 여태 천 년 동안 성문화되지 않은 규칙이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규칙에 단호했던 한용은, 당연히 금기를 무시하는 우천존처럼 무례하게 굴지는 않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광명존을 무너뜨리고 한바탕 휩쓸어버린 한용의 등장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이것이 바로 인왕의 경지인 건가? 자고로 인왕은 백 년에 한 사람도 나오기 힘든 강자 중 강자이다. 그만큼 인왕의 존재는 매우 나도 무서웠다. 나일 강변은 인왕이 한 명 있는 덕에, 주변 열강들은 감히 엿볼 수도 없게 되었다. 나폴레옹과도 같은 절세의 강자조차도 결국 순순히 비육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감히 손댈 용기가 없었다. 그런데 현재 그들 눈앞의 이 사람이 바로 그런 위세를 띠고 있었다. 충격을 금치 못하는 사람들 중에는, 백발이 성성한 한 사제가 심지어 저도 모르게 한용의 방향을 향해 절까지 하였다. 그는 과거 인왕이 어떻게 나폴레옹을 핍박하여 퇴각시켰는지 똑똑히 본 적이 있었다. 인왕은 다만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음에도 불구하고, 천지를 뒤흔들고 대지를 진동시켜 거칠고 사나운 파도까지 불러일으켰었다. 그 위압은 방금
진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우천존은 옷소매를 뿌리치면서 진강의 얼굴을 후려쳤다. “시끄러워!”비록 진강의 목숨이 위협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의 입에서는 이내 피가 뿜어져 나왔다. 필경 천신계 강자의 차원은 남달랐기에, 아무리 가벼운 타격이라 하더라도 진강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렇게까지 괴롭힌다고? 하하.”광명 좌사는 이를 수치로 여기지 않고 도리어 영광으로 여기며 크게 웃기 시작했다. 태양 광장에서 지켜보고 있는 많은 천왕계 강자들의 앞에서, 수적으로 유리한 점을 노려 한지훈 한 명을 사지로 몰아넣는 그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뒤에는 우천존이 있으니, 당연히 수치로 여기 지를 않았다. 누구도 감히 나서서 뭐라 할 수가 없었다. “그래, 우리가 괴롭히겠다는데 네가 뭐 어쩔 건데?”광명 우사는 비웃는 얼굴로 말했다. “한지훈, 안타깝게 됐네. 너의 잠재력이라면 충분히 앞으로 쭉쭉 성장하여 창창한 앞날을 맞이하게 될 텐데. 어쩌면 언젠가 내가 너한테 고개를 숙일 수도 있을지 몰랐는데, 그 성장을 보기도 전에 넌 죽음을 맞이하게 됐네!”광명존 유회원은 뒷짐을 지고는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한지훈, 완벽한 사람이 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을 똑똑히 인식하는 거야. 내 뒤에는 천신강자가 있지만 네 뒤에는 뭐가 있는데? 네가 그렇게 충성하는 국왕? 혹은 너의 용국의 기운?”“너한테 솔직히 얘기해 주자면, 기운이 형성되고 그 기운이 위세를 드러내기까지는 적어도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해! 그리고 마침내 기운이 형성되는 날이면, 넌 여태 수많은 사람들이 넘지 못한 격차를 순식간에 뛰어넘어 천신 강자로 등극할 수 있어!”“하지만 넌 이제 영영 그날을 기다릴 수 없게 됐네! 오직 한 사람뿐인 너와는 달리 나의 뒤에는 광명파가 있거든!”광명존이 말을 마치자마자 갑자기 뛰여 올랐고, 동시에 광명 좌우사도 공격을 펼치기 시작했다. 세 사람이 동시에 한지훈을 에워싸고 있었고, 옆에서 지켜보던 우천존은 살기 어린 눈빛
과거 한지훈과의 대결에서 처참한 패배를 경험한 유회원은 당시 체념하고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그는 한지훈과의 대결에서, 본인이 가장 아끼던 천도 무영권조차 잃어버리게 됐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의 뒤에는 같은 4성 천왕계인 광명 좌우사 두 명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은 한꺼번에 몰려들어 한지훈을 포위 공격할 수 있었다. 게다가 천신계의 강자인 우천존 또한 이 자리에서 대기를 하며, 얼마든지 한지훈을 처단할 수 있었다. 이 상황은 그 누가 보기에도 한지훈에게 있어 필사의 판국이었다. 한편, 금방 막 태양 광장에 도착한 진강은 죽어라 주먹을 불끈 쥔 채 두 눈에서는 거의 불이 뿜어져 나올 기세였다. 그는 실력이 약한 자신이, 사령관을 도울 자격조차 전혀 안된다는 사실에 매우 한스러워하며, 한지훈이 점점 위기에 빠지게 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마찬가지로 양령아도 잔뜩 화가 난 채 눈에 눈물을 머금고는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비록 그녀는 삼성 지급 사령관의 실력을 지니고 있긴 했지만, 상대 중 가장 약한 실력이 무려 4성 천급 천왕계였기에 그녀 또한 무력감을 느끼게 됐다. 설마 그동안 백전백승하며 용국을 수년간 호위했던 전신 한지훈이 정말 이곳에서 운명하기라도 하겠어? “흥, 이 모든 게 한지훈이 건방지게 군 탓이야. 감히 천신계의 고수에게 이렇게 불경스럽게 대하다니. 당장 죽어도 싸!”“그가 제 아무리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더라도, 오늘은 반드시 죽게 될 거야!”“정 억울하면 한지훈이 여태 멍청하게 군걸 탓해. 광명존은 이미 그한테 살 길을 줬었고, 그 자신이 받아들이지 않았던 거야!”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따금 수군대기 시작했고, 다들 예외 없이 모두 광명존의 편에 서 있었다. 이게 바로 세상의 현실이었다. 어느 한쪽의 실력이 더욱 강하면 군중들은 흔히 그쪽으로 쏠리게 된다. 결국 강자를 도와 말을 하게 되면, 자신에게 주어지는 이익이 있을 테니까. 약자는 이 세상으로부터 잊히는 것 외에 굴욕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