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연은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거울 속 자신을 바라봤다.한참이 지난 뒤, 욕실에서 나온 그녀는 침대에 놓인 장미 장식을 보고 다시 얼굴을 붉혔다.“오늘 밤은 그 사람이랑 같이 자야겠지?”강우연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입술을 깨물었다.침대를 보고 있자니 저절로 온몸이 달았다.비록 5년 전에 이미 그와 첫경험을 가지고 고운이를 출산했지만 그 일로 가문에서 쫓겨나고 온갖 수모를 당했다.그래서 그날 밤 기억은 강우연에게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지훈이 진짜 남편이 되고 그녀가 가장 암울했던 시기에 그녀에게 광명을 되찾아 주었다.그런 사람이 북양의 총사령관이고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동원해서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결혼식을 그녀에게 안겨 주었다.그와 생활하는 동안에 강우연은 이미 과거의 상처를 깨끗이 잊었다.그녀의 마음은 어느새 한지훈으로 가득했다. 오늘의 결혼식은 그녀에게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다.이 모든 게 한지훈이 그녀를 위해 준비한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그녀는 길게 숨을 들이마셨지만 긴장감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강우연은 감개무량한 얼굴로 침대 시트를 만지작거렸다.그리고 큰 결심을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밤은 그녀가 한지훈의 여자가 되는 날이었다. 그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밤이었다.이미 그녀는 한지훈을 제외하고 그 어떤 남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강우연은 계속 심호흡을 하며 긴장을 풀려고 노력했다.그리고 속으로 용기를 내자고 스스로를 응원했다.“강우연, 할 수 있어! 지훈 씨를 믿어! 그 사람은 평생 나만 사랑해 줄 내 남자야. 우린 결혼했고 부부가 같이 밤을 보내는 건 당연한 거야. 어차피 이미 한번 경험했던 일이잖아? 이번에도 할 수 있어!”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어느새 도시에 어둠이 내려앉았다.강우연이 심호흡을 거듭하는 사이, 현관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그가 돌아온 걸까?“여보, 어디 있어?”부드러운 그
군복을 입은 한지훈이 늠름한 풍채를 뽐내며 침대로 다가가서 앉았다.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그의 얼굴에도 취기가 올라 있었다.강우연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한지훈에게 천천히 다가가서 섰다.그리고 그가 입고 있는 군복을 벗겨 옷장에 걸었다.“조금 피곤하네. 잠을 좀 자야겠어.”한지훈이 말했다.“지… 지금요?”강우연이 잔뜩 상기된 얼굴로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가녀린 손이 입고 있는 레이스 잠옷자락을 꽉 잡고 있었다.한지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늘의 그녀는 평소보다 뭔가 분위기가 달랐다. 빨갛게 상기된 볼은 깨물고 싶을 정도로 탐스러웠다.“왜 그러고 서 있어? 와서 앉아.”한지훈이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그녀는 얼떨결에 한지훈의 품에 안겼다가 재빨리 몸을 일으키고 잔뜩 상기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왜… 왜 이래요?”잔뜩 긴장한 그녀의 얼굴을 본 한지훈이 입가에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 오늘 좀 이상해. 설마 이상한 상상한 거 아니지?”“네? 아니었어요?”강우연이 당황하며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한지훈은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리고는 손끝으로 그녀의 코끝을 살짝 건드렸다. 그리고 침대에 벌렁 누우며 말했다.“이상한 상상하지 마. 당신이 원하지 않으면 나도 강요할 생각은 없으니까.”그 말에 긴장했던 강우연이 드디어 안정을 되찾았다.그녀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다가가서 그의 옆에 누웠다.강요하지 않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지훈 씨, 오늘 결혼식까지 했는데 첫날밤은 원래… 그거 하는 거 아니었어요?”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한지훈이 고개를 돌리며 자상한 미소를 지었다.“대체 그 머리로 무슨 상상을 한 거야? 첫날밤에 꼭 그거 해야 한다고 누가 그래?”“아닌… 가요?”강우연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한지훈이 이렇게 대범하게 나오자 오히려 서운한 기분이 들었다.설마 내가 여자로서 매력이 없는 걸까?내 몸매나 얼굴이 마음에 안 들어서
다음 날, 한지훈은 옆에서 달게 잠든 강우연의 모습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햇살이 그녀의 하얀 얼굴을 밝게 비춰주고 있었다.그리고 이때, 핸드폰 진동음이 느껴졌다.그는 강우연이 깰까 봐 재빨리 핸드폰을 확인했다.문자 내용을 확인한 그가 미간을 확 찌푸렸다.[사령관님, 용경에서 소식이 왔습니다. 천자께서 사령관님에게 만나자는 연락이 오셨습니다.]그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신속히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 그리고 군복으로 갈아입은 뒤, 아직도 달게 자고 있는 강우연의 뺨에 부드럽게 키스했다.“여보, 나 다녀올게.”말을 마친 그는 간단한 메모를 남긴 뒤에 보헤미 별장을 떠났다.별장 앞에는 용일부터 용팔까지 이미 집결을 마친 상태였다.“사령관님, 용경에 뭔가 변고가 생긴 것 같습니다. 천자께서 직접 만남을 요청하셨어요.”용일이 신속히 다가와서 검은색 망토를 그의 어깨에 걸쳐주며 말했다.한지훈이 어두운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인데 그래? 변방 쪽에 문제가 생기거나 급한 일이 아니라면 절대 나한테 만남을 요청할 분이 아닌데.”용일의 표정도 매우 심각했다.“아무런 얘기도 들려오지 않아서 자세한 상황은 잘 모릅니다.”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S시에 있는 5만 북양 주둔군은 자리를 지키고 경거망동하지 않는다. 나머지 25만 군사는 당장 준비하고 북양으로 복귀한다!”“신룡전 장로들께 상황을 알리고 돌발상황을 대비해! 문제가 생기면 전적으로 신룡전 4대 용존의 지휘를 따른다! 너희는 나와 함께 용경으로 가서 천자를 뵐 거야!”지시를 들은 여덟 장군의 얼굴에 비장함이 차올랐다.“사령관님, 뭔가 집히는 게 있는 겁니까?”“설마 적염왕 때문인가요?”“앉아서 그쪽에서 쳐들어오기를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만약 적염왕이 사령관님의 군권을 탈취한다면….”“닥쳐!”한지훈이 싸늘하게 말했다.“너희의 사명과 책임을 똑똑히 기억해!”말을 마친 그는 걸음을 돌려 차에 올랐다.네 대의 차량이 신
“총사령관님, 그……”하지만 여덟 사람은 모두 무기를 상대에게 건네주었다.한지훈도 예외 없이 마찬가지로 지니고 있던 오릉군 가시와 창용검을 내놓았다.도위소병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여러분을 위한 차는 이미 마련되어 있습니다. 자, 어서 타시기를 바랍니다.”눈살을 찌푸리며 한지훈은 앞에 있는 도소위병을 한 번 보고는 한쪽에 대기 되어 있는 차로 향했다.도소위병을 지나칠 때, 그는 나지막한 소리로 한지훈에게 속삭였다.“총사령관님, 만용 어르신께서 저더러 대신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부디 흥분하지 마시고 국왕님의 말씀대로 움직이시라고 하셨습니다.”말을 마치고 도소위병은 입을 꾹 다물었다.한사코 눈살을 찌푸리며 바라보더니 한지훈은 허리를 숙이고 차 안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용이와 용팔은 한지훈과 다른 차에 올랐다.차는 곧 시동이 걸리고 군용 공항을 떠나 용경에서 경비가 가장 삼엄한 천자각으로 향했다.그러나 가는 도중에 용이를 포함한 일행이 탄 차는 갑자기 한지훈이 타고 있는 차와 서로 다른 길로 가기 시작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한지훈은 얼굴이 굳어지며 온몸에 차가운 살의가 용솟음쳤다.용이 일행 또한 한지훈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차를 보고 순간 폭발하여 차량의 주도권을 앗아오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이때 검은색 양복을 입고 있는 남자가 옆에서 재빠르게 손을 써서 그들의 팔이나 목에 주삿바늘을 꽂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여덟 사람은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한편, 한지훈이 타고 있는 타는 어느새 수비가 가장 삼엄한 천궁 광장을 지나 천자각으로 들어와서 정문에 정차했다.차문이 열리자 도위소병은 공손하게 입을 열었다.“총사령관님, 도착했습니다.”눈살을 찌푸리며 한지훈은 발걸음을 내디디며 차에서 내려와 익숙하기 그지없는 천자각을 둘러보았다.한 바퀴 둘러보고는 천자각으로 성큼성큼 들어가 홀에서 누군가를 기다렸다.기다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오륙십 세처럼 되어 보이는 중년 남자가 소박한 검은색 옷차림으로 나타났다.세 발짝 정도 떨어진 뒤에는 회색 옷
역시나 생각대로 적염왕이 돌아온 것이 이유였다.한지훈은 흰색 바둑을 두고 나서 덤덤하게 웃었다.“이미 들은 바가 있습니다.”국왕은 그의 말에 덧붙였다.“알다시피 지금 국제적인 국세가 하루가 멀다고 다릅니다. 우리 용국에는 5명의 총사령관을 지니고 있어 주위에 있는 작은 나라들은 손쉽게 진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방의 열강까지 제압하기에는 그 실력이 터무니없이 약합니다. 적염왕은 50만 대군을 통솔한 적이 있습니다. 막강한 실력과 명성을 지니고 있어 우리 용국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열강을 진섭 하기엔 충분할 것 같습니다.”“그럼, 국왕님께서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한지훈은 웃으며 물었다.그러자 국왕은 한지훈을 한 번 보더니 웃었다.“성격이 급한 건 여전하시네요. 아직 말을 채 끝내지도 않았는데, 단도직입적으로 물으시네요.”한지훈은 계속 바둑을 두었는데, 바둑판은 이미 적을 포위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드러냈다.“저는 국가를 위한 목숨을 걸 줄밖에 모릅니다. 전략과 같은 방면에서는 거의 의견을 내놓지 않는 편입니다. 그러니 만약 국왕님께서 저에게 내릴 지시가 있으시다면 말해주시기를 바랍니다.”국왕은 검은색 바둑을 들고 한참이나 머뭇거리더니 판을 보며 입을 열었다.“제법 용감한 길을 택한 거 같아 갑작스럽네요. 그동안 실력이 많이 늘어난 거 같습니다.”말을 마치고 국왕은 검은색 바둑을 통 안에 던졌다.“그만하시죠.”그러고 나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만약 파이터 킹의 북양구 대군을 적염왕 소속 부대로 모두 보낸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이 말을 듣고 있는 한지훈은 국왕의 두 눈에 비친 짙은 예기를 느꼈다.국왕의 곁에 있는 용 선생님마저도 무겁기 그지없는 눈빛을 보이며 앞으로 반걸음 정도 나오기까지 했다.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한지훈은 흰색 바둑을 버리고 양손을 뒤로 젖힌 채 머리에 대고 웃었다.“마침 잘 됐습니다. 근래에 들어 일하는 것도 버거워 국왕님께 퇴임을 제기하려고 했습니다. 적염왕께서 인
한지훈은 덤덤하게 웃으며 답했다.“원한이 좀 있어서 처리하고 싶습니다.”답을 듣고 난 국왕은 안색이 살짝 일그러지며 한숨을 쉬었다.“원씨 가문은 결코 만만치 않은 가문입니다. 저라도 그들을 상대로 감히 어찌할 수 없습니다. 만약 그때 그 일로 원씨 가문을 찾아가려는 것이라면 고심하고 나서 결정하시기 바랍니다.”“알고 있습니다.”한지훈은 더없이 진지한 모습으로 덧붙였다.“하지만 반드시 원씨 가문을 찾아가야만 합니다. 만약 그때 다른 사람까지 연루되어 난 온다면 국왕께서 친히 나서 주셨으면 좋겠습니다.”이에 국왕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결정을 내린 일이니 말리지 않겠습니다. 연루되는 사람이 누구든지 막론하고 나서서 해결해 드리겠습니다.”“감사합니다.”한지훈은 공수하며 인사를 하고는 뒤돌아서서 떠났다.그가 떠나는 뒷모습을 보고 내내 국왕 뒤에 서 있었던 강만용 어르신이 입을 열었다.“국왕님, 만약 정말로 원씨 가문을 상대로 손을 댄다면 다른 세 가문의 이목도 끌 수 있을 겁니다. 그때가 되어 사대 가문에서 연합 관계를 맺기라도 한다면 국왕님께서도 감당하기 버거운 국면이 초래될지도 모릅니다.”국왕의 두 눈에서 차가운 빛이 흘러나왔다.“한 나라에 국가의 운명을 좌우지할 수 있는 가문이 4개나 나타난다면, 그게 정녕 좋은 일인 것 같습니까 아니면 나쁜 일인 것 같습니까?”강만용 어르신은 잠시 멈칫거리더니 착잡한 얼굴로 대답했다.“단번에 판단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그러자 국왕은 웃으며 덧붙였다.“나쁜 일인지 아니면 좋은 일인지 모두 시기와 이점에 달렸습니다. 용국은 백 년 동안보다 안정적인 세월을 보냈으나, 이 사대 가문은 누리처럼 용국의 운세를 갈아 먹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용국은 언젠가 세차게 흔들리는 날이 오게 될 것입니다. 누군가가 칼을 휘둘러 누리들을 모조리 깨끗이 없애야 만이 용국은 더 나은 발전을 맞이하며 세계의 정상에 우뚝 설 수 있습니다.”“칼을 휘두르는 사람이 한지훈이었으면 하는 겁니까?”강만용 어르신은 놀라움을
같은 시간, 용경 교외에 있는 저택 안에서 두 중년 남자는 차를 마시고 있다.우두인 남자는 사오십 세로 되어 보이는데, 준수하고 우람하며 차가운 분위기를 띠고 있다.그의 맞은 쪽에 앉아 있는 중년 남자는 값비싼 양복을 차려입고 우아한 아우라를 뽐내고 있으며 뒤에는 경호원 두 명이 함께 하고 있다.이때, 우아한 남자가 먼저 웃으며 입을 열었다.“적염왕, 북양구 25만 대군을 통솔하게 되셔서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그러자 우람한 자태의 중년 남자는 덤덤하게 웃더니 찻잔을 내려놓고 말했다.“저야말로 감사합니다. 원 선생 덕분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북양구 총사령관의 자리를 이어받지 못했을 겁니다.”“하하하!”원 선생은 크게 웃으며 덧붙였다.“원씨 가문과 적염왕은 언제나 하나입니다. 적염왕의 이익이 바로 우리 원씨 가문의 이익이나 다름없다는 말입니다. 적염왕에게 도움이 되었다니 그저 영광일 따름입니다.”“저 또한 무한한 사랑과 지지를 받게 돼서 영광입니다.”적염왕은 공수하며 거듭 강조했다.“오늘 이후로 저는 원씨 가문과 운명을 함께하며 동고동락할 것입니다. 괜찮으시다면, 저 대신 원씨 어르신께 안부 좀 전해주시기를 바랍니다.”“이곳으로 오기 전에 어르신께서 저에게 분부하셨습니다. 적염왕께서 필요한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원씨 가문에서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원 선생은 고개를 들어 웃으며 말했다.적염왕도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흔들자 뒤에 있던 무장한 남자가 특수한 재질의 비단 함을 안고 나와 원 선생에게 건네주었다.“원 선생, 이건 제가 3년 동안 공들여 찾아낸 한씨 가문 중의 결본 한 장입니다. 원 선생께서 원씨 어르신께 직접 전해주시기를 바랍니다.”적염왕은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덤덤한 그와 달리 원 선생은 무서운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손으로 비단 함을 건네받았다.천천히 열어보니 안에는 누르스름한 종이 한 장이 보였다.무엇인가 덕지덕지 묻은 데다가 모서리까지 찢어지고 불에 탄 검은 흔적까지 고
이곳을 떠나게 되었으니, 가기 전에 한 번쯤은 와봐야 한다고 생각했다.작전 구역에 이르자마자 한지훈은 홍장미를 보게 된다.총을 어깨에 메고 수천 명에 달하는 장병들을 이끈 채 기세 당당한 모습으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총사령관님! 국왕님이 내리신 결정에 우리는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북양구 장병들은 절대 비겁한 적염왕의 통솔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홍장미는 지금 화가 불길을 타고 훨훨 타고 있다.용각으로부터 통지를 받게 되었을 때, 처음에는 놀라워 마지 못했으나 노여움이 미친 듯이 밀려왔다.위에서 한지훈에게 압력을 가하였기에 그런 결정이 내려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총사령관인 한지훈은 절대 북양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죽을 때까지 총사령관님만 따르겠습니다!”“죽을 때까지 총사령관님만 따르겠습니다!”“죽을 때까지 총사령관님만 따르겠습니다!”순간, 홍장미의 뒤에 서 있는 수천 명의 장병들이 총을 머리 위로 들며 일제히 소리쳤다.한지훈은 얼굴이 어두워지면서 홍장미 손에 있는 총을 앗아버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만 해!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행동하는 거야! 여긴 북양구고 용국이야! 장병으로서 명령 어기고 함부로 행동하는 대가가 뭔지 몰라? 당장 각자 자리로 돌아가!”“싫습니다! 총사령관님이 떠나시는 거 보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용경으로 가서 어떻게든 저희가 직접 국왕님께 묻겠습니다! 무슨 이유로 그런 지시를 내리셨는지 똑똑히 알아야겠습니다!”화가 난 나머지 두 눈까지 벌겋게 달아오른 홍장미이다.그녀의 뒤에 있는 수천 명의 장병들도 마찬가지로 눈시울이 빨개졌다.그들에게 있어서 한지훈은 유일하게 추앙하는 존재이며 그 누구든 대체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이다.한지훈은 한숨을 쉬며 손을 내밀어 홍장미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 주었다.그러고 나서 어깨를 토닥거리며 입을 열었다.“다 큰 사람이 아직도 울고 그러면 어떡해. 적국에서 보기라도 한다면 놀리지 않겠어? 북양구 장병들은 하나같이 모두 다
“좋습니다! 부인께서 이처럼 저를 믿어 주시니, 제가 한 번 나서 보겠습니다! 여봐라, 차를 준비하라!”황약사는 다시 한번 심사숙고한 끝에,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직접 나서기로 결심했다.설령 한지훈이 정말로 중독되었다 하더라도, 자신이 그를 구해 준다면 한지훈이 어찌 감사하지 않겠는가?그렇게 되면 오히려 한지훈과 강우연의 의심을 완전히 씻어낼 수 있을 것이다. “황 문주님, 감사드립니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강우연이 황약사에게 정중히 예를 표했다.“부인,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저는 진심으로 부인과 한지훈 선생님과의 친분을 소중히 여깁니다. 한지훈 선생님이 위기에 처했다면, 저 또한 온 힘을 다해 돕는 것이 마땅하지요!”황약사는 그렇게 말하며 강우연에게 안으로 들라는 손짓을 보냈고, 곧바로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강우연과 도청전인 역시 지체할 틈이 없었고, 즉시 황약사를 데리고 한지훈이 있는 별장으로 향했다.이때, 유준혁은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방을 서성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소파에 누운 한지훈의 상태는 점점 악화되고 있었고, 겉보기에는 여전히 평온한 얼굴이었지만 입가에는 이미 선혈이 맺혀 있었다.이는 곧 독이 상당히 깊숙이 퍼졌다는 뜻이었다.만약 곧바로 해독하지 못한다면,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를 지경이었다.“부인!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황약...”유준혁은 강우연의 뒤에 서 있는 황약사를 보자, 하려던 말을 멈추고 급히 몸을 숙였다.“황 문주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그러나 황약사는 유준혁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한지훈이 누워 있는 소파 앞으로 성큼 다가갔다.“한지훈 선생님께서 언제 중독된 것인지 알고 있습니까?”황약사가 묻자, 도청전인과 강우연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고개를 저었다.“솔직히 말하자면, 한지훈 선생님께서 걸린 독은 느리게 퍼지는 만성 독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누군가와 격전을 벌였기에, 독이 급격히 퍼진 것이지요. 지금 이 상태로는 저조차 손을 쓰기 힘든 상황입니다!”황약사는 미
“당장 안으로 들어가 알려라! 강우연 부인께서 직접 방문하여 황약사를 뵙기를 청한다고 전하라!”도청전인은 엄중한 표정으로 지시했다.문을 지키던 약왕파의 제자 두 명은 놀란 표정으로 강우연을 몇 번 훑어보더니, 그중 한 명이 재빨리 몸을 돌려 안쪽으로 달려갔다.“보… 보고합니다! 강... 강우연이 왔습니다!”그 제자는 숨을 헐떡이며 대청으로 뛰어들어 큰 소리로 외쳤다.이때 황약사는 대장로를 비롯한 고위층들과 함께, 향후 어떻게 한지훈을 방심하게 하여 약왕파의 세력을 키울 것인지 논의하고 있었다.그러나 제자의 외침을 듣자, 모두 일제히 시선을 돌렸다.“뭐라고? 강우연이 왔다고?”대장로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네! 그리고 조금 전에 저희 약초를 가져갔던 도청이라는 노인도 함께 왔습니다! 그들이 문주님을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제자가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오호? 강우연이 나를 직접 찾아왔다고?”황약사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문주님, 어떻게 할까요?”대장로가 고개를 돌려 황약사의 의중을 떠보았다.“들여보내라! 전원 소집해서 강우연 부인을 정중히 맞이한다!”황약사가 낮은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네!”제자는 급히 대청을 나가 지시에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약왕파의 거대한 정문이 좌우로 열렸다.황약사는 직접 일곱 명의 대장로와 문하 제자들을 이끌고 문 앞에 나와 강우연을 맞이했다.“약왕파의 문주, 황약사가 강우연 부인을 뵈옵니다!”황약사는 강우연을 향해 가볍게 주먹을 쥐어 예를 갖추었다.“황 문주님, 안녕하세요. 갑작스럽게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과거의 일들은 뒤로하고, 황문주님의 도움을 간절히 요청드리러 왔습니다!”강우연은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을 꺼냈다.“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부디 안으로 들어와 자세히 말씀해 주시지요.”황약사는 안으로 청하는 손짓을 취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지금 지훈 씨가 독에 중독되었습니다. 제가 아는 한, 이를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황 문주님뿐입니다. 황 문주
강우연은 전화기 너머로 초조하게 외쳤다.“괜찮아... 그냥... 몸에 힘이 빠져서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어. 도청전인을 보내 나를 데려가게 해 줘.”한지훈이 힘겹게 말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보낼게요!”전화를 끊자마자, 강우연은 급히 도청전인을 불러 말했다.“어르신, 지훈 씨가 뭔가 이상해요. 빨리 공항으로 가서 그를 데려와 주세요. 절대 다른 일에 휘말리지 말고, 신속하게 움직여야 해요!”“알겠습니다!”도청전인은 강우연의 표정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읽고는, 제자 두 명을 데리고 신속히 공항으로 향했다.“한지훈 선생님!”공항에 도착했을 때, 한지훈은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빨리! 한지훈 선생님을 차에 태우고, 즉시 돌아간다!”도청전인은 두 명의 제자와 함께 한지훈을 조심스럽게 들어 차에 태운 후, 전속력으로 별장으로 돌아갔다.마침, 이때 유준혁은 팔극수명단을 만들고 있었고 도청전인이 한지훈을 막 별장 안으로 옮겼을 때 곁에 있던 제자에게 말했다. “어서 유 문주를 모셔 와라! 당장!”얼마 지나지 않아, 유준혁과 강우연이 급히 거실로 들어왔다.유준혁은 소파에 누워 있는 한지훈의 얼굴을 보더니, 즉시 눈썹을 찌푸렸다.“흠... 이건 보통 독이 아니군. 이런 독을 제조할 수 있는 문파는 단 세 곳뿐입니다!”그는 한 발 앞으로 나아가 한지훈의 맥을 짚어 보더니, 자신의 추측을 더욱 확신했다.“그게 무슨 뜻이죠? 한지훈 선생님이 도대체 어떤 독에 중독된 겁니까?!”도청전인이 다급히 물었다.“이건 일종의 지독한 만성 독약입니다. 원래라면 한 달 후에야 발작해야 하지만, 한지훈 선생님의 무공이 강한 탓에 혈류 속도가 일반인보다 훨씬 빨라졌죠. 결과적으로 독이 짧은 시간 안에 온몸에 퍼져 버린 겁니다!”“하지만, 이 독은 제가 해독할 수 없습니다. 이 독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독을 만든 자이거나, 아니면 약왕파의 황약사뿐입니다! 한지훈 선생님께서 의식을 잃고 있으니, 즉시 약왕파에 연락해야 할
낙청풍은 한지훈을 향해 돌진하며, 손끝에서 차가운 빛이 번뜩였다.그의 의도는 명확했다. 한지훈을 죽이는 것!하지만 이 순간, 한지훈은 자신의 힘을 전혀 사용할 수 없었고, 심지어 체내의 자기장조차 흐트러져 있었다.그의 심장은 덜컥 내려앉았고, 본능적으로 최대한 뒤로 물러섰다.그러나 낙청풍의 공격은 전혀 느려지지 않았고, 오히려 한지훈이 물러날수록 그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숨을 들이쉬는 찰나의 순간, 낙청풍은 이미 한지훈의 코앞까지 접근했다.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한 걸음도 채 되지 않았다!그때, 낙청풍의 단검이 허공을 가르며 한지훈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쉭!”한 줄기 차가운 섬광이 스쳤고, 한지훈은 간신히 낙청풍의 일격을 피하며 다섯 걸음 더 물러섰다!“한지훈, 어떠냐? 전혀 힘을 쓸 수 없지 않나? 우리 낙씨 가문의 독은 아무나 해독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괜히 저항하다간 비참하게 죽게 될 거다!”낙청풍은 차갑게 웃으며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네놈들의 수법이야말로 더럽기 짝이 없군. 하지만, 아무도 너에게 말해주지 않았나? 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는 웬만한 독기를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한지훈은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지금 그는 겨우 체력을 조금이나마 회복한 상태였다.그나마도 체내의 자기장이 작용하여 일부 독기를 억제해 준 덕이었다.“용급 천왕계? 하, 대단하군 그래! 하지만 난 고작 일성 준천왕일 뿐이지만, 너 따위 하나쯤 죽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거든!”말을 끝내자마자, 낙청풍은 더 이상 말을 섞지 않고 다시금 한지훈에게 달려들었다!“쉭!”또다시 번뜩이는 칼끝이 한지훈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낙청풍은 잘 알고 있었다, 비록 한지훈이 중독되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고 해도 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의 육체는 금강석처럼 단단했다.웬만한 칼이나 창으로는 그의 몸에 상처조차 낼 수 없었기에, 한지훈을 죽이려면 오직 목을 베는 방법뿐이었다!한지훈을 죽이든, 아니면 심각하게 부상을 입히든, 어떻게든 그를 무
또한 신경 마취제의 약효는 보통 매우 느리게 발현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독이 퍼져 갑자기 발작을 하게 된다. 며칠 후, 한지훈이 독에 의해 죽게 되면 아무도 그들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그 자식이 눈을 감을 때까지 기다리자고!”찻집 주인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웃어 보였다. 사실, 한지훈은 그 차를 마신 직후 약간의 이상함을 느꼈다.그의 체내 자기장이 조금만 변해도 바로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뭔가 이상함을 바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이건...?”한지훈은 조금 더 걷자, 체내 자기장이 갑자기 혼란을 일으키며 눈앞이 어지러운 느낌이 들었다.혹시 독차인가?!한지훈은 마음속으로 불안감을 느꼈다.이곳은 사람도 없고, 만약 중독이 되거나 함정에 빠지게 된다면 그 결과는 끔찍할 것이다.역시 한지훈이 예상한 대로, 백 미터도 채 되지 않아 한 그림자가 한지훈의 앞길을 막았다.“한지훈, 너는 이미 중독되었다. 나 낙청풍이 네 시체를 수습하러 왔으니 만약 네가 스스로 두 다리를 자르면, 널 살려는 주도록 하지!”낙청풍은 거만하게 말하며 너그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말은 마치 낙청풍이 매우 강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는 누구보다 한지훈이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이는 자신의 체면뿐만 아니라 천신종의 체면과도 관련이 있었다. 자신의 체면을 구기는 것은 괜찮지만, 만약 종문의 체면을 구긴다면 집사나 법 집행당의 사람이 바로 그의 가문을 몰살할 것이었다. 지금 낙청풍에게 남은 유일한 선택은 한지훈과 싸우는 것이다.낙청풍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한지훈이 죽은 후 그에 대한 명성을 얻고 싶기 때문이었다. “나도 말하지. 너와 그 사람이 같이 다리를 부러뜨린다면 너희 생명을 보장해주겠다! 그렇지 않으면 넌 목숨을 잃고, 온몸의 경락이 끊어질 거다!”한지훈이 차갑게 말했다.“오?”낙청풍은 얼굴을 찡그리며 냉소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낙청풍은 그가 지금까지 들었던 말 중 가장 웃기는 농담이었다
낙천택은 고개를 숙여 깊은 생각에 잠기며 말했다.“둘째 어르신, 한지훈에게 신미향을 쓰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쓸 때처럼 효과가 있을까요?”천신종의 신미향은 무종 내에서도 매우 유명했고, 천신계 강자도 이 향기를 맡으면 전투력이 모두 사라진다고 전해졌다. “물론이지, 천신계 강자라도 신미향을 피할 수는 없다!”노인은 자신감 있게 말했다.낙천택은 이를 악물었고, 팔극수명단의 단방을 얻기 위해 낙씨 가문은 이를 시도할 가치가 있으며, 천신종도 이 위험을 감수할 만하다고 판단했다.“우리가 예전에 합의했던 대로, 약종의 성회를 열어 강우연을 속여서 오게 한다면 한지훈도 반드시 참석할 거다. 단방이 누구 손에 있든지 우리가 계획했던 대로 할 수 있지!”노인의 말을 들은 낙천택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예,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잠깐, 가는 길에 한지훈에게 좋은 정보를 조금 흘려주도록 해.”노인의 눈빛이 음흉하게 빛났다.“둘째 어르신, 그게 무슨 뜻인가요?!”낙천택은 눈살을 찡그리며 물었다.“만일을 대비하자는 소리다!”노인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습니다!”낙천택은 말을 마친 후, 곧장 마당을 나섰다.같은 시각, 창릉에 있던 한지훈은 막 창릉산을 떠나고 있었다.산길을 따라 오전 내내 걸어가던 한지훈은 앞에 있는 작은 찻집을 보고 관심을 가졌다.찻집 자체가 특별한 것은 아니었지만, 문 앞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주인이 끓이고 있는 차에서 나는 향기가 매우 진하게 퍼져 나왔다.한지훈은 신기해하며 다가가 물었다.“어르신, 이건 무슨 차길래 이렇게 향이 좋습니까?”그러자 찻집 주인이 친절한 얼굴로 말했다.“이건 운무모봉이라는 겁니다! 운무산에서 채취한 거지요. 향이 좋지 않습니까?!”주인은 자랑스러운 듯 한 모금 마시고는 한지훈에게 작은 컵을 하나 더 따라줬다.한지훈은 그 차를 한 모금 마시자마자 향기가 사방으로 퍼지며 속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이렇게 좋은 차가 있다니요, 얼마입니까?”한지훈
“우선 먼저 가지고 있는 자원을 활용해서 임상을 해보고, 과연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적어도 암이나 백혈병 같은 치료가 어려운 질병에는 진짜 팔극수명단이 꽤 좋은 효능을 보일 거니까요!”“제가 알기로는, 예전에 용각의 한 장로가 집안에 먼 친척이 암에 걸렸었는데 황약사가 팔극수명단을 가지고 가서 그를 살린 적이 있다고 합니다.”유준혁이 진지하게 말했다.“좋습니다, 그럼 이 일은 어르신께서 처리해 주세요. 이번 기회에 약왕파의 진짜 속마음을 시험할 수 있을 것 같네요!”강우연이 단방을 도청전인에게 건넸다.이 중 약왕파에 갈 자격이 있는 사람은 도청전인밖에 없었다.유준혁의 청운종은 약종의 순위에서 그리 높지 않았고, 명실상부한 제1대 약왕파와는 대화할 자격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도청전인이 단방을 받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예, 제가 다녀오겠습니다!”도청전인이 떠난 후, 유준혁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모님, 만약 그들이 준 단방이 진짜라면, 저희 항암 신약은 더 이상 개발할 필요가 없겠군요. 팔극수명단이 이 부분에 효과가 있으면, 저희는 영향력을 두 배로 확장할 수 있을 겁니다!”그러자 강우연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당장은 기뻐할 수 없습니다. 만약 그쪽이 팔극수명단을 미끼로 다른 속셈이 있다면, 저희가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커요!”약왕파에 대해서 강우연은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으려 했고, 유준혁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사모님 말씀도 맞습니다. 그럼 도청 형님의 좋은 소식을 기다리도록 하지요! 약재만 준비되면 저희는 바로 작업을 시작할 수 있으니, 진위 여부는 만들어보면 알겠지요!”강우연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 후 몇 마디 당부한 후 유준혁을 떠나보냈다.표면적으로는 평화로운 강중과 용국 무종이지만, 사실 그 뒤에는 치열한 싸움이 일어나고 있었다.한편, 창릉산에서 한지훈이 구만리를 물리친 소식은 이미 퍼졌고, 근 백 년 동안 은거하던 예충기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 한지훈을 지지한 소식이
이 광경을 본 강우연은 문득 도청전인을 흘깃 바라보았다.약왕파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에 그녀는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사모님, 제 생각에는 대장로가 진심에서 우러나온 행동을 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굳이 팔극속명단의 단방을 가지고 올 이유가 없었을 겁니다. 가능하다면, 약왕파에 조금의 생명줄을 남겨주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어차피 우리도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이니까요.”도청전인은 잠시 생각한 후,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약왕파가 진정으로 마음을 바꾼 것인지는 앞으로의 행동을 봐야 알 수 있지만, 적어도 지금 강우연에게는 상당한 이득이 되는 일이었다.도청전인이 계속 눈짓을 보내자, 강우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대장로께서 이토록 성의를 보이시니, 그 예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강중 제약 기업의 이익 일부를 약왕파에 양보하여, 어려움을 조속히 극복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이 말을 듣자, 대장로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더 이상 볼일이 없다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강우연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대장로는 노련한 사람이었기에, 강우연이 여전히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게다가 도청전인의 말도 애매한 부분이 많았기에, 이런 상황에서 강우연이 그를 오래 머물게 할 리 없었다.“강 대표님, 편히 쉬시기 바랍니다. 저는 먼저 물러가겠으니, 앞으로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약왕파가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대장로는 강우연에게 예를 갖춘 후, 천천히 대청을 나섰다.그가 완전히 떠난 후, 강우연은 작은 나무 상자를 집어 들고 유심히 살폈다.“어르신, 약왕파의 의도가 대체 무엇일까요?”강우연은 황약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좀처럼 알아낼 수 없었다.도청전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어제 오후 장씨 가문에서 전국 언론을 통해 주상께 공개적으로 사죄를 했습니다. 아마 그 사건이 황약사의 마음을 움직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아직까지 약왕파를 완전히 신뢰해선
“어르신, 들여보내 주세요. 아무리 그래도 멀리서 온 손님을 문전박대할 수는 없으니까요!”강우연은 그렇게 말하며 휴대폰을 꺼내 유준혁에게 문자를 보냈다.최근 유준혁은 새로운 항암제를 연구 중이었으나, 진전이 매우 더뎠다.이는 최상의 약재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기도 했고, 또 다른 점은 청운종의 단방이 상당히 제한적이라 새로운 약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강우연의 문자를 받은 유준혁은 처음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그러나 “팔극속명단”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그의 눈이 번쩍 뜨였다.팔극속명단의 단방이라면 무종뿐만 아니라, 약종과 의종에서도 모두 꿈에도 그리던 것이 아닌가!“문주님! 혹시 그 처방전을 해결할 방법을 찾으신 겁니까?”옆에 있던 청운종의 제자들이 유준혁의 반응을 보고 급히 물었다.“흥! 해결 방법? 팔극속명단이 있는데 무슨 처방전을 연구하겠어?! 다들 여기서 기다려! 난 당장 가봐야겠어!”더 이상의 설명 없이, 유준혁은 즉시 한지훈의 저택으로 향했다.한편, 도청전인은 이미 대장로를 거실로 안내했고, 강우연을 보자마자 대장로는 급히 깊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강 대표님, 제가 무례했습니다. 이전까지 저희 약왕파가 여러모로 실례를 범했으니, 부디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 주십시오!”그는 공손히 팔극속명단의 단방이 담긴 상자를 두 손으로 내밀었다.“이것은 저희 약왕파에서 수천 년간 전해 내려온 팔극속명단의 단방입니다. 곡주 황약사의 명으로 이를 직접 바치러 왔으니, 부디 기쁘게 받아주십시오!”도청전인은 나무 상자를 받아 바로 강우연에게 건넸다.그러나 강우연은 상자 안의 단방을 들여다보지도 않은 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실, 저희 우연 그룹은 처음부터 누구를 적대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약왕파가 줄곧 우리 그룹을 견제하고 방해해 왔죠.”“이제 와서 약왕파가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면, 저희도 그 손을 뿌리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같은 일이 반복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