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훈은 싸늘하게 정호를 바라보며 냉소를 지었다.“아까 나 혼내주겠다고 한 녀석이 누구더라?”정호의 이마에 식은땀이 삐질삐질 흘렀다.“아닙니다. 절대 안 그러겠습니다. 아까는 제가 정신이 나가서 헛소리를 지껄였나 봅니다. 형님, 이번 한 번만 너그럽게 넘어가 주세요! 죄송합니다.”“공공장소에서 대놓고 여자를 끌고 가려 해놓고 이제 와서 죄송하다?”한지훈은 냉소를 지으며 성호에게 말했다.“네 애들이니까 네가 알아서 해. 봐주는 티가 조금이라도 나면 너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성호는 한지훈의 눈치를 힐끗 살폈다가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섬뜩한 살기에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그는 두말 않고 다가가서 정호의 어깨를 잡고 욕설을 퍼붓더니 바닥에 쭈그려 앉아 정호의 귀뺨을 치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정호의 얼굴이 흉하게 부어 올랐다. 아까의 기세등등한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맞았다.“됐어. 시끄러우니까 당장 꺼져.”한지훈이 차갑게 말했다.성호 일행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걸음아 나 살려라 재빨리 도망쳤다. 한지훈이 그들의 등 뒤에 대고 싸늘하게 말했다.“너희는 두 발로 걸을 자격도 없어. 기어서 꺼져!”양아치 일행은 서로 난감한 얼굴로 눈치를 살폈다. 결국 성호의 눈짓에 그들은 바닥에 엎드려서 네 발로 클럽을 나갔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클럽 직원들이 겁에 질린 얼굴로 서로 눈치만 보았다.자리에서 일어선 한지훈은 술 취해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 도설현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넌 또 누구야? 당장 꺼져!”그녀가 횡설수설하기 시작하자 그는 어쩔 수 없이 강제로 그녀를 안고 밖으로 나갔다.도설현도 무의식적으로 팔을 들어 그의 목을 껴안더니 품에 얼굴을 묻고 중얼거렸다.“가지 마. 나 두고 가지 마….”한지훈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걱정 마세요. 호텔까지 안전하게 모실게요.”잠시 후, 한지훈은 도설현을 호텔로 데려가고 겉옷만 벗겨서 침대에 눕혔다.다음 날, 한지훈
“설마 너도 별장 보러 왔어?”오관우는 비웃음을 가득 머금고 한지훈에게 다가가며 물었다.강희연은 그의 팔짱을 끼고 냉소를 지었다.“저 인간이 무슨 능력으로 별장을 사겠어. 그냥 보기만 하러 왔겠지.”S시에서 가장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이곳의 별장은 싸게 쳐도 60억부터 시작이었다.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전부 다 유명 기업인이거나 연예인이었다.강우연에게 빌붙어 사는 한지훈이 이런 곳에 집을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을 리 만무했다.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고 냉랭한 시선으로 둘을 바라보며 말했다.“그게 그쪽이랑 무슨 상관이지?”그 말을 들은 오관우가 불쾌하다는 듯이 인상을 썼다.“한지훈, 넌 예의는 밥 말아 먹었니? 지금 그게 내 앞에서 할 소리야?”지난번에 한지훈에게 맞은 것을 생각하면 오관우는 지금도 화가 치밀었다.그가 고용한 사람들도 수십 명이 넘는데 하나 같이 한지훈 한 명을 당해내지 못하고 맞아서 쫓겨났다.생각만 하면 분통이 치밀었다.“그러니까! 한지훈, 3일 뒤에 우리 결혼식이야. 나중에 형님이라고 불러야 한다고.”강희연도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오관우는 옷깃을 정리하며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었다.한지훈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강희연, 설마 잊었어? 우연이는 이미 당신들 강운이랑 연을 끊었어. 이제 우린 남남이라고!”“너!”말문이 막힌 강희연이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한지훈, 너무 그렇게 잘난 척하지 마! 우연이 걔가 진심으로 가족들을 버렸을 거라 생각해? 나랑 우리 아빠, 그리고 할아버지가 조금만 잘해주면 다시 돌아올 애야.”말을 마친 강희연은 입가에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강우연의 성격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다. 우유부단하고 감정이 앞서서 자존심도 버릴 수 있는 여자가 강우연이었다.가족을 버린다는 얘기도 아마 홧김에 한 얘기일 것이다.나중에 조금만 손을 내밀면 강우연은 순순히 다시 집으로 기어들어올 것이 분명했다.한지훈도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어디 한번 해
대체 어떤 사람이 2천억이나 하는 별장을 사갔을까?“여기 팔렸나요?”오관우가 다소 긴장한 얼굴로 부동산 직원에게 물었다.이 정도의 구매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알려지지 않은 재력가가 분명했다.그렇다면 어떻게든 그 사람과 인연을 맺고 싶었다.부동산 직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손님. 여기는 이미 한달 전에 팔렸어요. 저희 부동산 대표님이 직접 접대를 하셨고 저희는 얼굴도 보지 못했어요.”오관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쉽다는 듯이 물었다.“그럼 이분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요?”부동산 직원이 난감한 얼굴로 답했다.“죄송해요. 저도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자세한 내막은 몰라요.”오관우가 잔뜩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강희연도 실망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에 설레고 있었다.만약 근처에 집을 산다면 혹시 어느 날 산책하다가 우연히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그런데 이때, 한지훈이 피식거리며 물었다.“저 별장 입주자의 연락처를 알고 싶어?”그 말에 오관우가 한지훈을 바라보며 의심의 눈초리로 물었다.“지금 너한테 이 사람 연락처가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허세도 정도껏 부려야지!”“한지훈, 난 처음부터 그 잘난 척하는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어. 2천억짜리 별장을 구매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너랑 연락처를 교환했을 리가 없잖아?”강희연도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저거 산 사람 나인데?”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에 부동산 사무실에 정적이 찾아왔다.지금 내가 뭘 들은 거지?눈앞의 이 남자가 2천억의 거금을 들여 별장을 구매했다고?오관우가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젠장! 또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 네가 베일에 싸인 그 부자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웃겨 죽겠네!”강희연은 아예 배꼽을 부여잡고 웃음을 터뜨리더니 눈가에 나온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네가 무슨 재주로 2천억 별장을 구매해? 중심가에 빌라 하나 살 돈도 없는 놈이!”그런데 지난번에 한지훈을 접대했던 부동산 직원들이
고개를 돌린 구경이 그들을 보며 불쾌한 얼굴로 물었다.“왜 이러시는 거죠?”오관우는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서서 구경에게 악수를 청했다. “구 대표님, 반가워요. 저는 오찬그룹 후계자 오관우라고 합니다.”눈앞에 선 이 남자가 바로 구연그룹 후계자인 구경 대표였다.S시에서 구연그룹은 재계 10위 안에 드는 우수한 기업이었다.당연히 오찬그룹보다 실력이 막강했다.구경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오찬그룹이요? 미안하지만 관심 없습니다. 지금 중요한 손님을 접대 중이니 필요한 게 있으면 우리 직원들에게 말씀하시죠.”말을 마친 구경은 공손히 한지훈을 VIP 접대실로 안내했다.대놓고 자신을 무시하는 구경의 태도와 앞에서 당당히 걷는 한지훈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오관우는 커다란 수치심을 느꼈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상대는 구경이었다.구연그룹의 황태자가 한지훈을 저토록 공손히 모시는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한지훈 저놈의 진짜 신분은 대체 뭘까?강희연도 긴장한 얼굴로 다가와서 물었다.“여보, 대체 어떻게 된 거지? 한지훈 저녀석… 언제부터 이렇게 돈이 많았던 거야?”오관우가 심각한 얼굴로 대꾸했다.“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어?”아무렇지도 않게 2천억의 거금을 주고 별장을 구매하다니!한지훈은 대체 뭐 하다 온 놈일까?분명 평범한 퇴역 군인이라고 했다.어디서 저렇게 많은 돈이 생긴 걸까?설마 숨기고 있는 비밀 신분이라도 있는 걸까?그게 사실이라면 전에 그가 했던 모든 일은 돌을 들어 제 발등을 깐 격이었다.당황한 오관우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강희연이 말했다.“여보, 설마 저 녀석 배우 하나 섭외해서 우리 앞에서 일부러 연기하는 거 아니야?”“배우? 당신은 눈이 멀었어? 내가 구경의 얼굴을 몰라? 연기는 무슨! 구경이 저 놈 앞에서 허리도 못 펴는 거 못 봤어?”오관우는 불쾌하게 대꾸하고는 씩씩거리며 부동산을 나갔다.강희연은 재빨리 그의 뒤를 따랐다.차에 오른 두 사람은 한참을 말없이 침묵만 지켰다.너무 충격적인 소식이라 어찌
강준상의 표정도 무척 심각했다.강문복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어떻게 된 거지?강학주, 서경희 부부도 떨떠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가장 먼저 태도를 바꾼 사람은 서경희였다.“역시 우리 사위 처음 봤을 때부터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서경희가 웃음을 터뜨리며 강학주의 팔을 잡고 일어났다.“당신, 멍하니 앉아서 뭐 하고 있어? 당장 우연이를 찾아가야지. 가서 우리 방도 준비해 달라고 해야 할 거 아니야? 보헤미 별장이야. S시에서 가장 최고급 단지에 있는 최고가 별장이라고! 거기 살면 얼마나 체면이 서겠어?”말을 마친 서경희는 강학주의 팔을 잡고 돌아갔다.정원에 남은 강문복 일가의 얼굴은 흙빛이 되었다.“어쩐지 우연이 그 계집애가 순순히 가문을 나가겠다고 하더라니… 이미 믿는 구석이 있어서였어?”강문복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2천억! 별장 한 채로 이미 강운 오너 일가가 가진 자산 총액을 넘어섰다.대체 어떻게 된 걸까?“어쨌든 한지훈 그 녀석이 어떤 경위로 그 많은 돈을 손에 넣었는지 알아봐야겠어!”강준상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강문복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아버지, 혹시 과거 한정그룹에서 물려받은 돈이 아닐까요?”강준상이 인상을 잔뜩 구기며 말했다.“그럴 가능성도 있지. 그때의 한정그룹은 S시에서 단연 재계 1위의 탄탄한 가문이었으니까. 5년 전 갑작스러운 변고를 당하지 않았어도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거야. 어쩌면 한 회장이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줬을 수도 있겠지.”그렇게 생각하면 이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갔다.“하지만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우연이랑 한지훈을 다시 집으로 데려오는 거야.”강준상이 말했다.강문복이 의미심장한 얼굴로 아버지에게 물었다.“그러니까 한지훈이 가진 돈을 내놓게 하자는 얘기죠?”강준상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맞아! 아마 별장을 구매하고도 가진 돈이 적지 않을 거야. 우리 강운가에 데릴사위로 들어왔으면 그 녀석 돈이 곧 우리 돈 아니겠어? 우리 회사는
사람들은 고개를 돌리고 안으로 들어오는 한지훈을 바라보았다.강문복은 험상궂게 굳은 얼굴로 한지훈에게 말했다.“내가 지금 우연이랑 얘기하고 있잖아. 너한테 물어봤어?”“그러니까! 한지훈, 별장 하나 샀다고 너무 잘난 척하지 마!”강희연이 싸늘하게 말했다.서경희는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만면에 미소를 띄우고 한지훈에게 다가가며 말했다.“별장을 산 사람이 우리 사위인데 당연히 사위 의견도 중요하죠! 당신들이 뭔데 이래라 저래라예요?”그 말에 강문복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서경희는 한지훈을 향해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우리 사위, 보헤미 별장을 샀다면서?”그 질문에 집안에 있던 모두가 기대에 찬 눈길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강우연은 떨떠름한 얼굴로 남편을 바라보며 물었다.“지훈 씨, 엄마가 그러는데 당신이 2천억짜리 별장을 구매했대요. 그게 사실인가요?”그 질문을 하는 순간에도 그녀의 가슴은 쿵쾅쿵쾅 뛰었다.대체 어디서 난 돈일까?“매형? 속 시원히 말해봐요. 매형이 그 별장 산 거 맞아요? 다들 궁금해 하잖아요.”평소에 한지훈을 그렇게 무시하던 강신마저 극존칭을 쓰며 물었다.사람들의 기대에 찬 눈빛을 바라보던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제가 샀어요. 우연이한테 결혼 선물로 신혼집을 선물하고 싶었거든요.”“헉!”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가쁜 숨을 들이켰다.이미 사실로 확인이 되었으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가치가 2천억이나 하는 별장이라니!“한지훈, 정말 2천억이나 주고 별장을 샀어?”강문복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에게 물었다.한지훈은 싸늘하게 표정을 바꾸고 대답했다.“그 정도는 아니고요. 시가를 2천억으로 걸었지만 200억 정도 주고 거래했어요.”그제야 사람들은 납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 돈이 다 어디서 났어요?”강우연이 물었다.한지훈은 다가가서 그녀의 손을 잡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전에 아버지가 물려주신 거야. 내가 말했잖아. 당신이랑 고운이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이 별장은 내가
이제는 모두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한지훈을 바라봤다.한지훈은 차갑게 냉소를 지으며 축객령을 내렸다.얼굴이 사색이 된 서경희가 소리쳤다.“우연아, 우리는 널 낳아준 부모잖아. 왜 우리까지도 안 된다는 거야?”“그러니까, 누나! 매형 좀 설득해 봐!”애원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강우연은 착잡한 시선으로 한지훈을 바라봤다.“지훈 씨, 이렇게 하는 게 진짜 옳은 걸까요?”한지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난 당신이 무슨 결정을 하든 지지할 거야. 강운가 사람들도 고생 좀 하고 쓴맛을 좀 봐야지 정신을 차릴 거고. 겉으로 번지르르한 말만 하는 사람들을 믿을 수는 없어.”그 말을 들은 강우연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서 진짜 그 보헤미 별장을 샀다고요?”“응.”한지훈이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강우연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말끝을 흐렸다.“너무 비싸지 않나요?”“걱정 마. 결혼식 끝나면 당신이 그 별장의 주인이 되는 거야. 나한테는 큰돈도 아니야. 진짜 별거 아니라고.”한지훈이 말했다.강우연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그렇게 말하니까 엄청 부자로 보이잖아요.”한지훈은 미소만 지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그 시각, 강문복은 저택으로 돌아가서 아까 있었던 일을 강준상에게 알렸다.강준상이 퍼렇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무슨 일이 있어도 그 별장으로 들어가서 살아야 해! 이 도시의 거물급 인사들은 다 거기 살고 있어. 우리가 그곳으로 가면 그 사람들과도 당연히 연을 맺게 되는 거야!”그런 생각을 떠올리자 강준상의 입가에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그들은 한지훈의 산 그 별장을 벌써 자기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한편, 백가네 저택.백가의 가주 앞에 세 명의 살기등등한 사내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백씨 가문을 반평생 섬긴 군왕급 실력의 무인들이었다.“오늘 밤, 무조건 한지훈 그놈의 목을 따서 가지고 와!”“그리고 그 처와 딸아이도 절대 살려두지 마! 강씨 일가도 마찬가지야!”“감히 우리 백영의 후계자를 건드린 대가를
헬기에서 내린 백기영은 자신을 마중 나온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백찬웅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백찬웅은 빠른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건넸다.“집에 돌아온 것을 환영해. 이 형이 네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말을 마친 그는 두 팔을 벌려 백기영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백기영도 그를 뿌리치지 않고 덤덤한 목소리로 물었다.“청강이 상태는 어떤가요?”백찬웅이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이미 폐인이 되었어. 유명한 의사는 다 찾아가 봤지만 달리 방법이 없대.”그 말을 하는 백찬웅의 두 눈이 원한으로 사무쳤다.백기영이 서늘한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일단 돌아가서 이야기하죠.”그 말을 끝으로 백씨 일가는 공항을 떠났다.백기영은 공무를 가지고 복귀했지만 겸사겸사 백가의 일을 도울 예정이었다.저택으로 돌아온 그는 자초지종을 들은 뒤, 굳은 표정으로 형에게 물었다.“그러니까 군왕급 살수를 세 명이나 이미 보냈다는 거죠?”백찬웅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 세 명 다 군왕급 무인들이야. 한지훈 그놈이 아무리 날고 기는 재주가 있어도 그들의 손에서 살아남기는 어려울 거야. 이 일은 굳이 네가 나설 필요 없어. 넌 저택에서 중심만 지키고 있으면 돼. 안 그래도 외부에 우리 백영을 넘보는 세력이 많아. 그럴 때일수록 우리 백가에 전신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걸 알려야지!”백기영은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난 굳이 끼어들지 않을게요. 이번에 휴가를 길게 받은 게 아니라서 여기서 허비할 시간이 별로 없어요.”백찬웅이 웃으며 말했다.“굳이 네 손을 더럽힐 필요는 없어. 오늘밤에 한지훈 그 놈의 목을 따올 테니까!”백기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군인 출신 장교가 이런 일에 낄 수는 없지요.”말을 마친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청강이 좀 보고 올게요.”그 시각, 식사를 마친 한지훈은 용이를 만날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한편, 세 명의 살수가 집 앞에 도착했다.그들은 서로 눈빛으로 신호를 교환했다.그들 중 실력이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