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모두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한지훈을 바라봤다.한지훈은 차갑게 냉소를 지으며 축객령을 내렸다.얼굴이 사색이 된 서경희가 소리쳤다.“우연아, 우리는 널 낳아준 부모잖아. 왜 우리까지도 안 된다는 거야?”“그러니까, 누나! 매형 좀 설득해 봐!”애원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강우연은 착잡한 시선으로 한지훈을 바라봤다.“지훈 씨, 이렇게 하는 게 진짜 옳은 걸까요?”한지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난 당신이 무슨 결정을 하든 지지할 거야. 강운가 사람들도 고생 좀 하고 쓴맛을 좀 봐야지 정신을 차릴 거고. 겉으로 번지르르한 말만 하는 사람들을 믿을 수는 없어.”그 말을 들은 강우연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서 진짜 그 보헤미 별장을 샀다고요?”“응.”한지훈이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강우연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말끝을 흐렸다.“너무 비싸지 않나요?”“걱정 마. 결혼식 끝나면 당신이 그 별장의 주인이 되는 거야. 나한테는 큰돈도 아니야. 진짜 별거 아니라고.”한지훈이 말했다.강우연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그렇게 말하니까 엄청 부자로 보이잖아요.”한지훈은 미소만 지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그 시각, 강문복은 저택으로 돌아가서 아까 있었던 일을 강준상에게 알렸다.강준상이 퍼렇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무슨 일이 있어도 그 별장으로 들어가서 살아야 해! 이 도시의 거물급 인사들은 다 거기 살고 있어. 우리가 그곳으로 가면 그 사람들과도 당연히 연을 맺게 되는 거야!”그런 생각을 떠올리자 강준상의 입가에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그들은 한지훈의 산 그 별장을 벌써 자기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한편, 백가네 저택.백가의 가주 앞에 세 명의 살기등등한 사내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백씨 가문을 반평생 섬긴 군왕급 실력의 무인들이었다.“오늘 밤, 무조건 한지훈 그놈의 목을 따서 가지고 와!”“그리고 그 처와 딸아이도 절대 살려두지 마! 강씨 일가도 마찬가지야!”“감히 우리 백영의 후계자를 건드린 대가를
헬기에서 내린 백기영은 자신을 마중 나온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백찬웅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백찬웅은 빠른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건넸다.“집에 돌아온 것을 환영해. 이 형이 네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말을 마친 그는 두 팔을 벌려 백기영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백기영도 그를 뿌리치지 않고 덤덤한 목소리로 물었다.“청강이 상태는 어떤가요?”백찬웅이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이미 폐인이 되었어. 유명한 의사는 다 찾아가 봤지만 달리 방법이 없대.”그 말을 하는 백찬웅의 두 눈이 원한으로 사무쳤다.백기영이 서늘한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일단 돌아가서 이야기하죠.”그 말을 끝으로 백씨 일가는 공항을 떠났다.백기영은 공무를 가지고 복귀했지만 겸사겸사 백가의 일을 도울 예정이었다.저택으로 돌아온 그는 자초지종을 들은 뒤, 굳은 표정으로 형에게 물었다.“그러니까 군왕급 살수를 세 명이나 이미 보냈다는 거죠?”백찬웅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 세 명 다 군왕급 무인들이야. 한지훈 그놈이 아무리 날고 기는 재주가 있어도 그들의 손에서 살아남기는 어려울 거야. 이 일은 굳이 네가 나설 필요 없어. 넌 저택에서 중심만 지키고 있으면 돼. 안 그래도 외부에 우리 백영을 넘보는 세력이 많아. 그럴 때일수록 우리 백가에 전신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걸 알려야지!”백기영은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난 굳이 끼어들지 않을게요. 이번에 휴가를 길게 받은 게 아니라서 여기서 허비할 시간이 별로 없어요.”백찬웅이 웃으며 말했다.“굳이 네 손을 더럽힐 필요는 없어. 오늘밤에 한지훈 그 놈의 목을 따올 테니까!”백기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군인 출신 장교가 이런 일에 낄 수는 없지요.”말을 마친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청강이 좀 보고 올게요.”그 시각, 식사를 마친 한지훈은 용이를 만날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한편, 세 명의 살수가 집 앞에 도착했다.그들은 서로 눈빛으로 신호를 교환했다.그들 중 실력이 가
상대의 주먹이 날아온 순간, 한지훈도 주먹을 날렸다.우드득!순식간에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섬뜩하게 들려왔다.한지훈에게 달려들었던 살수가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순식간에 뒤로 물러섰다. 그는 믿기지 않는 눈으로 뼈가 으스러진 자신의 주먹을 바라봤다.“너… 대체 누구냐?”그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3성 지급 군왕의 실력을 갖춘 자신이 상대의 한주먹에 뼈가 부러지다니!남은 살수들도 동료의 첫 공격 실패에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한지훈에게 달려들었다.“이 자식, 역시 평범한 인간은 아니었어!”4성 천급 군왕의 실력을 가진 중년 남자가 신속히 판단을 내렸다.한지훈은 그들의 시선을 받으며 담담히 미소 지었다.“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너희는 오늘 여기 나타나지 말았어야 한다는 점이지. 그리고 내 아내와 아이에게 살기를 드러내면 안 됐어. 실수한 거라고.”“건방진 자식! 네가 대체 무슨 배짱으로 우리에게 그딴 말이나 지껄이는 건지 실력을 한번 보겠어!”검은색 야행복을 입은 남자가 순식간에 허리춤에서 표창을 꺼내 한지훈의 목을 노리고 던졌다.네 개의 표창이 한지훈의 급소를 노리고 날아들었다.하지만, 한지훈이 손을 들어 오릉군 가시를 휘두르자 표창은 그대로 방향을 바꿔 반대방향으로 날아갔다.그에게 표창을 던졌던 남자가 아연실색하며 허리춤에서 여덟 개의 표창을 빼들고 한지훈에게 던졌다.하지만 표창이 제대로 날아가기도 전에 번뜩이는 오릉군 가시가 남자의 가슴을 찔렀다. 순식간에 뻘건 피가 사방으로 튕겼다.푸흡!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으며 힘없이 쓰러졌다.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야행복을 입은 사내가 피 웅덩이로 쓰러졌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도 눈을 감지 못하고 자신의 두 동료를 바라봤다.지켜보던 두 명의 살수도 경악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다.일격에 3성 지급 군왕의 실력을 갖춘 동료를 베어버리다니!여기 오기 전까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장면이었다.그들의 대장인 중년 남자는 그제야 무거운 압박감을 느꼈다.사냥꾼이 사냥감이
하지만, 우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한지훈은 덤덤하게 상대의 발목을 꽉 잡았다.그리고 손에 살짝 힘을 주자 남자의 발목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악!”중년 남자의 처참한 비명이 어두운 골목에 울려퍼졌다.남자는 퍼렇게 질린 얼굴로 멀쩡한 다리로 땅을 차고 한지훈과 거리를 벌렸다.그의 이마에서는 벌써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그는 이미 감각이 마비된 자신의 오른다리를 쳐다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살면서 이렇게 무시무시한 저력을 뽐내는 상대는 처음이었다.이 나이도 어린 청년은 도대체 뭐 하다 온 사람일까?어떻게 어린 나이에 이 정도의 경지까지 도달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맨손으로 사성 천급 군왕의 실력을 가진 살수의 발목을 꺾어버리다니!전신급 이상의 무인이나 가능한 일이었다.중년 남자는 임무고 나발이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상대는 최소 일존전신이었다.더 이상 그와 싸움을 벌이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같았다.당황한 사내가 도망치려고 뒤돌아섰다.하지만, 푸슉 하는 소리와 함께 섬광이 비치더니 한지훈이 들고 있던 오릉군 가시가 날아와서 살수의 오른쪽 무릎을 관통했다.“악!”순식간에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앞으로 기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하지만 등뒤에서 뚜벅뚜벅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쾅!한지훈은 발을 들어 남자의 등을 지그시 밟았다. 순식간에 뼈가 부서지는 섬뜩한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남자의 입에서는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지그시 밟았을 뿐인데 오장육부가 파열된 느낌이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저희도 명령을 받고 온 거예요.”남자가 비굴한 표정으로 한지훈에게 애원했다.한지훈은 위에서 아래로 남자를 내려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그래서 살려달라? 내가 오늘 멀리 나갔더라면 내 아내와 아이는 너희들 손에 죽었을 텐데?”말문이 막힌 중년 남자는 한참 머뭇거리다가 애원하듯 말했다.“잘못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하지
한 시간 뒤.백가의 저택.SUV 차량 한 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대문 앞에서 멈췄다.한지훈과 용이는 차에서 내려 등불이 찬란한 이 고급 저택을 바라봤다.전형적인 유럽식 저택이었다.한지훈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앞을 향해 걸었다.입구를 지키던 경호원들이 그들에게 달려오며 길을 가로막았다.“당신들 뭐야? 여기 백영그룹 회장님 댁이야. 소란 부리지 말고 돌아서 가!”한지훈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싸늘하게 말했다.“너희 가주님 좀 만나러 왔어. 한지훈이 목숨을 거두러 왔다고 하면 알아들을 거야!”그 말을 들은 경호원들은 신속히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며 소리쳤다.“무례한 자식! 당장 저놈들을 제압해!”순식간에 열 명에 가까운 경호원들이 한지훈과 용이를 에워쌌다.하지만 섬뜩한 섬광이 지나가더니 용이가 그들에게 달려들어 순식간에 놈들을 격파했다.우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굳게 닫혔던 대문이 쩍 갈라지며 쓰러졌다.바닥에 쓰러진 경호원들은 입에서 피를 뿜으며 의식을 잃었다.한지훈은 그들을 담담히 바라보고는 성큼성큼 저택 안으로 향했다.들어가서 얼마 되지 않아 사방에서 수십 명의 무기를 든 경호원들이 쏟아져 나왔다.경호팀장이 음침한 얼굴을 하고 무단침입한 한지훈과 용이를 바라보며 말했다.“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무단침입을 시도해? 죽고 싶어? 당장 저놈들을 죽여버려!”순식간에 수십 명의 경호원들이 한지훈과 용이를 향해 달려들었다.용이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는 밤을 달리는 표범처럼 적진으로 쳐들어가서 상대의 급소를 노리고 하나씩 격파해 나갔다. 눈깜짝할 사이에 용이의 앞에 수십 명의 경호원들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용이는 맨 앞에서 호령하던 경호팀장의 머리를 지그시 밟으며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가주 어디 있어?”경호팀장이 입에서 피를 뿜으며 답했다.“뒤쪽에 있는 별채에… 있습니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용이는 다리를 들어 경호팀장을 걷어차서 멀리 날려버렸다.그리고는 한지훈의 앞을 서서 주변을 경계하며 별채로 향했다.
그가 말을 마치자 별채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었다.백찬웅은 퍼렇게 질린 얼굴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소리쳤다.“뭐라고? 셋이 다 죽었단 말이야? 그럴 수는 없어! 절대 불가능한 일이야! 셋 다 군왕급 실력자라고! 4성까지 돌파한 애도 있었어! 너 혼자 그 녀석들을 다 해치웠단 말이야?”백찬웅은 절대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세 명의 살수는 H시 전체를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실력을 가진 자들이었다.마음만 먹으면 한 개 군단도 날려버릴 수 있었다.그런데 한지훈 혼자서 셋의 목숨을 빼앗았다고 하니 믿기지 않았다.“안 믿겨?”한지훈이 싸늘하게 물었다.그가 용이에게 눈짓하자 용이가 핸드폰을 백찬웅에게 던졌다.백찬웅은 다급히 핸드폰을 받아 화면을 켰다. 화면에는 세 살수가 처참한 모습으로 죽은 모습이 담겨 있었다.“이건….”당황한 백찬웅의 동공이 확장되었다.“너희 대체 뭐 하는 놈들이야?”충격도 잠시,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백찬웅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세 명이나 되는 군왕급 살수를 전부 처리해 버리고도 멀쩡히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건 한지훈의 실력이 그만큼 범상치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한지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는 싸늘한 눈빛으로 백찬웅을 바라보며 말했다.“놈들도 똑같은 질문을 했었는데 죽을 때까지 답을 알지는 못했지.”그 말을 들은 백찬웅의 얼굴이 매섭게 일그러졌다.“건방진 자식, 네가 뭐 그리 대단한 줄 알아? 여기가 어디라고 겁도 없이 여기까지 찾아왔어? 너 설마 나까지 죽이려고 찾아온 거니?”백기영이 뒤에 버티고 있었기에 백찬웅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남령구의 전신급 장교가 여기 앉아 있는데 두려울 게 뭐가 있을까!한지훈이 아무리 날고 기는 재주가 있다고 하더라도 동생의 상대는 되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아마 동생의 신분을 밝히는 순간 한지훈이 겁을 먹고 도망칠지도 모른다.한지훈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굳이 널 죽이는데 내 손을 더럽힐 필요가 있을까?”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용일이 앞으로 나서
그 말을 들은 모두가 저도 모르게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백찬웅은 격분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이런 건방진 자식이! 감히 전신 앞에서 그런 무례한 발언을 해? 죽고 싶어?”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백찬웅은 눈앞이 캄캄해졌다.용이가 언제 다가왔는지 그의 코앞까지 다가와서 그의 목을 움켜잡아 공중으로 들어올렸다.그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말했다.“감히 우리 사령관님께 그딴 말을 지껄여? 당신이야말로 죽고 싶어?”백찬웅의 두 눈에 당황함이 서렸다. 죽음의 공포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옆에 있던 백기영은 용이가 공격을 개시한 순간, 그에게 달려들었다.하지만 엉덩이가 의자를 떠나기 바쁘게 용이가 백찬웅의 목덜미를 먼저 잡아챈 것이다.섬뜩함이 느껴질 정도의 무서운 속도였다.백기영은 눈앞의 남자가 자신보다 실력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그는 일존일성 전신이라면 눈앞의 남자는 최소 이성 현급 전신의 실력을 가진 자였다.백기영의 이마에 식은땀이 삐질삐질 돋았다.용이의 눈빛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 걸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었다.‘사령관이라고 한 것 같은데?’헉!백기영은 급하게 숨을 들이마시며 옆에 서 있는 한지훈을 응시하다가 물었다.“당신 대체 누구요?”한지훈은 뒷짐을 진 채로 강렬한 기운을 뿜어대며 말했다.“흑용은 대체 아랫사람 교육을 어떻게 한 거야? 사령관을 봤으면 무릎 꿇고 인사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일개 3성 상관 주제에?”“무례한 녀석, 감히 우리 사령관의 존함을 함부로 입에 담다니!”백기영이 발끈하며 한지훈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하지만!쾅 하는 소리와 함께 튕겨져 나간 건 백기영이었다.그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더니 경악한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봤다.“당신… 대체 뭐야?”한 주먹에 일성전신인 그를 날려버린 인물이었다.한지훈은 덤덤히 백기영의 앞으로 다가가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넌 흑용 밑에서 대체 뭘 배운 거야? 고작 이 정도 실력이라니!”“너 대체 누구냐고?”백기영
바닥에 무릎을 꿇은 백기영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존재가 북양의 총사령관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홀로 아홉 명의 전신을 무찌르고 5대 주국의 5만 병사를 전멸시킨 인물이 S시 같은 소도시에 거주하고 있을 거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한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백기영을 바라보며 말했다.“3성 상관이나 달고 일성전신까지 올라온 인물이 사리사욕을 위해 백성의 일에 참견한다고? 그리고 감히 지위를 이용해서 날 협박하려고 했어? 내가 오늘 북양 총사령관이 아니라 일반인이었으면 살아서 여길 나가지 못했겠네?”“아… 아닙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봐주십시오!”백기영은 곧바로 고개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었다.“하!”한지훈은 그를 싸늘하게 비웃어 주고는 고개를 돌려 백찬영을 바라봤다. 그 시각 백찬영은 이미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털썩!용이가 그를 놓아주자마자 그는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당신이 북양의 왕?”백찬웅은 온몸의 힘을 쥐어짜서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한지훈은 차가운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되물었다.“왜? 안 믿겨?”백찬웅은 그 자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참회의 눈물을 쏟았다.“제가 큰 죄를 저질렀습니다. 너그러이 잘못을 용서해 주시고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 없도록 조심하겠습니다!”백찬웅의 이마에도 식은땀이 삐질삐질 돋았다.멍청한 아들이 하필 건드려도 이런 거물급 인사를 건드렸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자칫 잘못하면 가문이 멸망할 수도 있는 대형 사고였다.백찬웅은 차라리 이 자리에서 죽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한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말했다.“백찬웅, 넌 살수를 세 명이나 보내 내 아내와 딸의 목숨을 취하려 했어. 용서를 구한다고 죄가 없어질까?”백찬웅은 순간 가슴이 철렁해서 떨리는 목소리로 횡설수설했다.“제가 귀인을 몰라 뵙고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말을 마친 그는 이마에서 피가
장진원은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뺨을 한 대 맞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분노도 느끼지 못했다. 예충기의 추궁에 더욱 고개를 숙였다. 무종에서는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예충기 부부의 존재가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고 있었다. 장 씨 집안은 말할 것도 없고, 천산 전체가 다 나선다 하더라도 이 두 사람을 죽이기에는 버거웠다. 그렇기에 장진원이든 단해룡이든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설령 그들의 실력과 지위가 높다 하더라도 예충기 부부를 상대로는 무엇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너한테 묻잖아. 안 들려?”뒤이어 다시 한번 우렁찬 따귀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에, 장진원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털썩하고 무릎을 꿇었다. 장 씨 집안 가주조차도 순순히 맞을 수밖에 없으니, 다른 사람들은 더욱 말할 필요도 없다. 장진원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예충기를 바라보고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선배님, 북양왕이 선배님과 여전히 관계가 깊을 줄은 저... 정말 몰랐습니다. 진작에 알았으면 저 절대 감히 솜털 하나도 건드리지 못했을 겁니다.” 장진원의 표정에서 알 수 있는바, 그는 이미 간담이 서늘해 났다. 누구나 다 알다시피 100여 년 전의 5대 명산에서, 천산이 2위를 차지하고 있을 당시 용국의 진정한 제1명산은 바로 화산이었다. 그러나 당시 화산의 수좌가 예충기의 제자 한 명을 잘못 다치게 한 탓에, 결국 화산은 살신이라는 큰 화를 불러오게 됐다. 그렇게 하룻밤 사이에 화산 전체는 피바다가 됐고, 수많은 고수들은 예충기의 손에 죽게 됐으며, 심지어 화산의 무종과 진종 사이에는 단층이 나타나기도 했다. 수많은 젊은 세대의 고수들이 모두 처참하게 죽게 되었다. 그 후로부터 화산은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고, 5대 명산의 지위에서도 곤두박질치게 됐다. 그렇기에 방금 정봉교가 한 그 말은, 절대 장 씨 집안에게만 충격을 안긴 것이 아니었다. 예충기 부부는 정말 천산을 죽일 수도 있었다. 장 씨 집안이 그 아무리 공적이 크다
“아무튼 네가 명심해야 할 건, 네 목숨은 단지 너 자신 것만이 아니라는 거야.” 예충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마치 번개라도 맞은 듯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예충기를 바라보았다. 한 씨 집안에 비밀이 이렇게나 많다고? 그러나 한지훈과는 달리, 단해룡은 한 글자라도 더 듣기 싫은 듯 한사코 귀를 막고 있었다. 이내 백연무가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그의 머리는 한 지팡이에 부딪히게 됐다. “팍!”예상치 못한 타격에 백연무의 이마는 벌겋게 붓게 되었다. “네가 들어서는 안되는 거야. 들으면 죽는다고!”노파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고, 그녀는 그저 무덤덤한 눈빛으로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훑었다. “저희 못 들었습니다...”“선배님, 저희 한 글자도 듣지 못했습니다... 저... 저는 천성적으로 귀가 먹게 돼서...”“어르신... 저... 저도 귀먹은 놈입니다! 제발 살려주세요!”곧이어 제단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그들은 정말 너무나도 억울하다는 것이다. 사실 예충기가 갑자기 이렇게나 많은 비밀을 털어놓을 줄은 몰랐고, 심지어 그들에게 회피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너희들이 들었든 못 들었든, 오늘 이 산꼭대기에 있는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살아서 떠날 생각하지 마!” 노파의 우렁찬 목소리는, 수천수만 명의 사람들을 놀라게끔 했다. “선배님, 그건...”대장로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정봉교의 눈에서는 갑자기 차가운 빛이 뿜어져 나왔다. 설령 대장로라 할지라도, 그 또한 노파의 살기 어린 눈빛에 놀라 저도 모르게 몇 걸음 물러서게 됐다. “빌어먹을 놈들은 마땅히 죽어야 돼!”노파는 지팡이를 짚고는 한 걸음씩 앞으로 내디뎠다. “푸!”바로 그때, 눈 깜짝할 사이에 맨 앞 세 줄에 무릎을 꿇은 무종 제자들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어버렸다. 이내 겁에 질린 단해룡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땅바닥에서 구르기 시작했다. “우린... 우린 더 이상 이 미친년이랑
“장씨 집안?”노파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장 씨 집안, 설마 이젠 문 닫으려는 거야?”“착실하게 조룡의 묘지나 지키지 않고, 사방으로 날뛰면서 시비나 일으키다니! 장진원, 너 당장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우리 두 사람, 천산을 짓밟아버릴 거야!”천산을 짓밟아버릴 거야... 천산을... 할머니의 목소리는 계속 메아리가 되어 멀리서 들려왔고, 한동안 끊이지 않았다. 천산을 짓밟는다고? 그 말을 들은 수천수만 명의 무종 제자들은 하나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여편네, 대체 정체가 뭐야? 감히 천산 장 씨 집안을 상대로 큰소리치고, 감히 천산을 짓밟는다고 위협까지 하다니? 무려 5대 명산의 으뜸, 천산을 말이야? 심지어 단해룡이든 백연무든 감히 머리도 들지 못했다. 그들의 어두운 표정을 보아도, 이 노부부는 절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방 선배님, 이... 노인네들은...”“팍!”원상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동방 소가 손을 흔들어 힘껏 따귀를 때렸다. “너 죽고 싶어? 상대는 예충기와 정봉교야! 너는 더욱 말할 것도 없고, 너희 원 씨 집안에 남은 세 영감이라 하더라도 이 두 사람 앞에서는 무릎을 꿇어야 돼!”“그렇게 죽고 싶으면 너 혼자 죽어, 나까지 연루시키지 말고!”깜짝 놀란 동방 소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예충기나 정봉교의 그 차원에 이르게 되면 귀 또한 매우 밝아, 10리 밖의 바람 소리가 동남풍인지 서북풍인지까지 분간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 그러니 방금 원상용의 망언은 그야말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었다. 순간 창령산 전체는, 마치 저승사자가 휩쓴 듯이 조용해졌다. “움직일 수 있겠어?”이내 예충기는 몸을 돌려 한지훈을 힐끗 보았다. 사실 칠성대진이 무너진 이후, 한지훈의 체력은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다. 다만 그 회복의 속도는 매우 느렸다. “어르신께서 제 생명을 구해 주신 은혜에 매우 감사드립니다. 제가 감히 어찌 보답을 해드려야 할지!”한지훈은 한쪽 무릎을
노인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새끼들, 한 명도 빠짐없이 모조리 쫓아낼 거야!”바로 그때, 산 아래 오솔길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지팡이를 짚은 한 노인이 천천히 제단으로 올라섰다. “혹시... 예 씨 어르신인가요?”한지훈은 멍하니 눈앞의 노인을 바라보았다. 그는 바로 곤륜 예충기였다. 이번에는 예 씨 어르신의 부인도 함께 자리에 오게 됐다. 활짝 웃는 예충기의 표정과는 달리, 노파의 얼굴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게다가 그녀의 실력은 예충기보다도 한 단계 높았다. 그들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창령산은 지진이 일어나는 듯한 큰 굉음을 내었다. 이내 노파가 가볍게 손을 흔들자, 그녀의 용머리 지팡이에서는 알 수 없는 빛이 뿜어져 나왔다. “쾅!”“우르릉!”곧이어, 백연무가 펼친 그 칠성대진은 뜻밖에도 큰 소리와 함께 가루로 흩날리게 됐다. “푸!”칠성대진이 깨지게 됨과 동시에, 백연무는 거칠게 피를 뿜어내고는 몸을 휘청거리더니 털썩 넘어져 버렸다. “뭘 또 기다려? 얼른 지옥으로 보내!” 살기 가득한 노파가 지팡이로 백연무를 가리키자, 깜짝 놀란 백연무는 바지에 오줌을 지려버렸다. 두 사람의 실력 차이는 정말 너무나도 커, 상대방의 위압만으로도 백연무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반격은커녕 그는 꿋꿋이 버틸 용기조차 없었다. “예 씨 어르신! 저희... 저희가 잘못했어요!”결국 단해룡은 털썩하고는 무릎을 꿇었다. 예충기, 그는 자고로 수백 년 동안 전해져 내려온 신화이다. 더욱이는 용국에서도 천하무적의 존재이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그에 반면 단해룡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5대 명산의 장교가 이 자리에 있다 하더라도 모두 공손한 태도를 갖춰야 한다. “잘못했다고? 허허!”예충기는 차갑게 웃더니, 이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단해룡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크게 놀란 단해룡은 급히 고개를 숙이고는, 예충기와는 감히 눈을 마주치지도 못했다. “만약 내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놈은 진
지금 이 순간, 한지훈은 절벽 끝으로 몰리게 됐다. 비록 5성 용급 천왕계의 실력을 지니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검을 들 힘조차 없었다. 체내의 자기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더 이상 어떠한 진법도 사용할 수 없고, 자기장 또한 소환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굳이 단해룡이 손을 쓰지 않아도, 갓 입문한 종무 제자라 하더라도 한지훈의 목숨을 쉽게 빼앗을 정도였다. “나야 더는 말할 것도 없고, 갓 입문한 평범한 우리 제자들도 마음먹고 손을 쓰게 되면 얼마든지 널 처단할 수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넌 설마, 천생서문이 네 목숨보다 더 소중한 거야?” 백연무는 여전히 단념하지 않고 한지훈의 두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한지훈을 죽이기만 하면 자연스레 천생서문을 소유하게 된다. 그러나 그 위에 적힌 비밀 언어는 한 씨 집안사람들만이 해석할 수 있었다. 설령 백연무가 정말 천생서문을 얻게 된다 하더라도 마치 암호를 보는 것처럼 전혀 쓸모가 없게 된다. 이 사실은, 무종뿐만 아니라 명산도 잘 알고 있었다. 천신계가 세속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령은, 단시간 내에 해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백연무와 같은 강자의 유일한 출로는, 가능한 한 빨리 경지를 향상해 천신계로 돌파해야만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몇 년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원수들이 찾아올 것이고, 심지어 천신계 강자들이 그를 귀찮게 할 수도 있다. 때가 되면 그는 죽음으로 향하는 길밖에 없게 된다. 이것이 바로, 단해룡과 같은 강자가 천산에 들어서기 위해 사당과 국왕을 적으로 만드는 것까지 마다하지 않는 이유이다. “천생서문을 지키는 것이 바로 우리 한 씨 집안사람들의 사명이야. 그러니 백연무, 넌 더 이상 헛수고할 필요가 없어!”한지훈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표정으로 백연무를 바라보았다. 그의 무심하고 태연한 태도는, 백연무조차도 탄복하게 했다. 한지훈... 역시나 용국의 백전 명장답네. 죽기 직전
방금 전까지만 해도 뽀얗던 그의 얼굴은 갑자기 흐려지게 됐다. 게다가 이마 한구석에서는 가느다란 땀방울이 배어 나오기도 했다. “어때, 온몸의 힘이 빠지는 것 같지? 네가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던 자기장도 더 이상 소환할 수 없게 된 거 아니야?”백연무는 뒷짐을 진 채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한지훈뿐만 아니라 단해룡 또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금 이 순간, 한지훈은 물론 단해룡의 힘도 사라지고 있었다. 마치 블랙홀에 의해 모든 기운이 한꺼번에 다 뽑힌 듯했다. 단해룡은 더 이상 제자리에 우뚝 설 힘조차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주변에 서있던 실력이 다소 약한 무종 제자들은 이미 연이어 땅에 쓰러지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거품까지 뱉기 시작했다. 다만 백연무와 그의 곁을 지키고 있던 사람들만 영향을 받지 않았다. 4대 가문 중 천왕계에 아직 다다르지 못한 고수들만 영향을 받지 않게 된 것이다. 원상용은 믿기지 않는 그 기괴한 장면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느새 옆에 있던 동방 소조차도 이미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지게 되었는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 걸까? “이게... 이게 바로 칠성대진인 건가?” 그 와중에도 대장로는 이를 악문 채 버티고 쓰러지지 않았으며, 백연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백연무는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이게 바로 칠성대진이야. 그 누구도 칠성대진의 속박을 벗어날 수는 없어!”“심지어 실력이 강한 자일수록 체력이 더욱 빨리 빠져나가게 될 거야!”“한지훈, 얼른... 얼른 도망가!”이내 대장로는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힘껏 밀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이미 더 이상 움직일 힘이 없었다. 백연무의 말대로, 역시나 실력이 강할수록 체력이 더욱 빨리 빠져나가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한지훈은 순식간에 모든 힘을 완전히 잃게 되었다. 심지어 오릉군 가시조차도 손에 잡을 수 없었다. “한지훈, 넌 이제 날개가 있다 해도 도망가기 어려울 거야. 어때? 아직도 고집부리고 그 천생 서문을 내놓지
대장로는 그제야, 뱀이 쥐 무리와 함께 한 배를 타게 된 걸 알게 되었다. 백연무는 이미 충분한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다. 게다가 방금, 한지훈이 몇 명의 고수와 겨룰 때에도 그는 멀리서 모든 걸 관찰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는 이미 한지훈의 모든 수법과 밑판을 간파하였다. 이 상황에 한지훈에게 손을 대면, 그가 전혀 막아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너희들... 너희들 정말 파렴치하기 그지없구나! 어쩐지 우리 무종이 근 몇 년 동안 줄곧 유럽 사람들에게 눌리우고 얻어맞게 되더라니. 너희 같은 배신자들이 있었던 탓에 무종이...”대장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그에게 따귀를 한 대 날렸다. “대단한 배짱이네. 네가 무종 대장로면 멋대로 떠들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항렬도 신경 안 쓰고 망언을 할 수 있다는 거야?”백연무는 차가운 눈빛으로 대장로를 바라보았다. 이내 그의 몸에서는 살기가 분출되기 시작하더니, 순간 주위의 공기는 차가워졌다.“항렬? 난 도리여 오늘 누가 감히 북양 왕을 건드리려 하는지 제대로 지켜볼 거야! 너희들은, 명산이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고 있으면 국가의 법도는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만약 이대로 북양 왕이 암살당하게 된다면, 과연 어느 명산이 용국의 군대를 막아낼 수 있고, 어느 종문이 20만 파룡군을 막아낼 수 있을까!” 대장로가 이를 갈며 말했다. 한편 한지훈은 손을 살짝 흔들며, 대장로더러 더 이상 따질 필요가 없다는 듯 덤덤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알다시피, 백연무든 단해룡이든 이 사람들은 전부 자신의 이익을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어떤 상황에서도 개인의 이익을 따지는 건 전혀 이치에 맞지 않다. 오직 진정한 실력을 발휘하여 그들을 굴복시키고, 그들이 감히 자신이 우러러볼 수 있도록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대장로님께서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모두 충분히 하셨습니다. 저도 그 마음이 너무 감사합니다. 하지만 필경 무종 대장로시니 어떤 일들은 제가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저
곧이어 백연무는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한지훈, 어찌 됐든 장 씨 집안은 줄곧 우리 용국에 큰 공을 세운 사람들이야. 그런데 네가 그런 장 씨 집안사람들을 죽인 건 확실히 잘못한 거야!”“게다가 장도령과 구만리까지 죽인 건, 용납할 수가 없어!”“하지만 내가 이곳까지 온 이상 당연히 이 사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게 막을 거야. 모든 일을 평화롭게 해결하도록 만들 거야!”이때 백연무는 갑자기 몸을 돌려 단해룡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단해룡, 너 정말 머리 하나는 잘 굴리는구나! 전신 치우의 제단을 이용하여 한 후배를 사지로 몰아넣어?”“배짱이 아주 크네!”백연무의 말에, 단해룡의 안색은 새하얗게 질렸다. 설마 백연무가 날 도우러 온 게 아니라고? 만약 백연무가 한지훈을 도우려 한다면, 오늘 일은 계획대로 끝내기 어려울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숭산은 줄곧 구석진 곳에서 종래로 얼굴 한번 내밀지 않았었다. 그런데 만약 백연무가 한지훈을 지지하게 된다면, 의심할 여지도 없이 5대 명산과 무종을 향해 입장을 밝히게 되는 것이다. “아니... 선배님, 제발 상황을 직시해 주세요. 구만리가 이놈의 손에 죽었습니다. 계속 이렇게 놔뒀다가는...” 단해룡은 씩씩거리면서, 예상치 못한 이 상황에 기가 찼다. “너희들 정말 우리 무종의 체면을 제대로 깎는구나. 수천수만 명의 선배라는 놈들이, 각 종파 장로 문주라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모여서 한 후배를 죽이려 하다니, 너희들은 정말 부끄럽지도 않아!”백연무는 큰 소리로 노발대발하였다. 우렁찬 그의 목소리에, 사람들은 두 귀가 윙윙거리는 와중에 부끄러운 나머지 고개를 숙였다. 그제야 대장로는 불안한 마음을 마침내 내려놓았다. 백연무는 과연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적어도 여전히 공정을 중요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곧이어 백연무는 갑자기 몸을 돌려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 네가 사당에 있든 다른 어떤 신분을 가지고 있든, 넌 여전히 무종의 일원이야, 맞지?”“무종의 일원인 이상
“맞습니다! 보십시오, 이 제단 위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두 북양 왕 한 명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방금 무맹 장로들은, 그동안 맺힌 모든 원한을 여기서 해결해도 된다고 선포까지 했습니다!”“그 말은 즉, 오늘 북양 왕의 목숨을 앗아가지 않는 한 이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이내 대장로는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사실 대장로는 백연무가 갑자기 나타난 것에 대해 여전히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이 틈을 타 그에게 도움을 청해 공정을 따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백연무의 말 한마디면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충분히 쫓아낼 수 있으니까. 그렇게 되면 한지훈도 무사히 자리를 떠날 수 있다. 사실 한지훈의 실력으로 이 난관을 뚫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오늘, 절반 이상의 무종 종문이 모두 이곳에 모이게 되어, 대결이 심각하게 번지게 되면 용국 무종도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대장로는 그런 불상사를 보고 싶지 않았고, 더욱이는 한지훈이 오늘의 일로 인해 무종과 대척점에 서는 것을 보고 싶지도 않았다. “사실이야?”이내 백연무는 고개를 돌려 단해룡을 바라보았다. 단해룡은 어느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의 천성 대진은 백연무를 상대하기에는 전혀 쓸모가 없었다. 단지 실력으로만 따져도, 단해룡 두 사람이 달려들어도 백연무의 적수가 되지는 못한다. “선배님, 저 허튼소리 듣지 마세요! 한지훈이 북양 왕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지훈은 엄연히 죄 없는 장월동을 죽이고 그 후에 장도령까지 죽였어요!”“게다가 오늘은 장도령의 절친인 구만리까지 죽였습니다. 단지 몇 마디 논쟁만 했을 뿐인데 한지훈이 갑자기 그 자리에서 구만리를 죽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이곳은 어디인가요, 상고 시대의 전신인 치우의 제단입니다! 저희 수천수만 명의 무종 제자들이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곳입니다. 그런데 어찌 한지훈으로 인해 이곳이 피로 뒤덮이는 걸 용납할 수 있겠습니까?”“결국 어쩔 수 없이 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