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혜는 팔짱을 끼고 거만한 얼굴로 다가오더니 한지훈을 벌레 보듯이 내려다보며 물었다.“당신이 한지훈이야?”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여자를 바라보았다.진한 화장을 한 것부터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저 화장을 벗기면 어떤 얼굴이 나올지 딱 봐도 알 것 같았다.몸매는 조금 괜찮은 편이었지만 이한명의 사람 보는 눈이 너무 형편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그런데요. 무슨 일이시죠?”한지훈이 담담히 물었다.하정혜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더니 시비를 걸어왔다.“고작 경호원 주제에 우리 이 이사님한테 말대꾸나 하고 말이야! 이사님 한마디면 당장 짐 싸서 떠나야 하는 주제에! 신세가 안타까워서 충고하는데 당장 회사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이 이사님께 사과해! 안 그러면 당신 내 손에 죽을 줄 알아!”마케팅부 직원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멀찌감치 물러났다.일부는 몰래 핸드폰을 꺼내 영상을 녹화해서 회사 커뮤니티에 뿌렸다.장신혁도 자리를 피하고 싶었으나 용기를 내서 다가와 공손한 얼굴로 말했다.“하 부장님, 지훈 씨가 신입이라 아직 회사 생활이 익숙치 않아서 그래요. 이 이사님이랑 뭔가 오해가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도 대표님 사람인데 공개 사과는 좀 그렇지 않나요?”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하정혜는 손을 번쩍 들어 장신혁의 귀뺨을 때렸다.“장신혁, 네가 뭔데 끼어들어? 마케팅부 평사원 주제에 네가 뭐라도 된 줄 알아? 언제부터 부장이 하는 일에 평사원 따위가 잔소리나 늘어놓고 있어? 당장 안 꺼져?”싸늘한 경고에 겁에 질린 장신혁이 볼을 붙잡고 한지훈의 뒤로 물러섰다.평사원에 불과한 그가 이번 일로 직장까지 잃으면 앞날이 깜깜했다.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날카롭게 하정혜를 쏘아보았다.그리고 천천히 손가락을 들어 장신혁을 가리키며 말했다.“당장 장신혁 씨한테 사과하세요!”“헉!”그 한마디에 사무실 직원들 전부가 놀란 숨을 들이켰다.지금 뭘 들은 거지?부장인 하정혜에게 당당히 사과를 요구하다니!미친 거 아닌가?아니면 하정혜의 신분에 대해 정말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하정혜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한지훈, 들었지? 장신혁은 다 아는 당연한 이치를 넌 모르네? 나 홍보부 부장이야. 너 같은 일개 경호원 나부랭이가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내가 고작 말단 사원한테 사과를 해? 꿈도 야무지지!”“내가 사과하면 장신혁 씨는 받을 용기는 있고? 그거 받으면 당장 내일 짐 싸서 회사를 떠나야 하는데?”잘못을 하고도 뻔뻔한 하정혜의 태도에 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렸다.그는 다 안다는 듯이 장신혁의 어깨를 다독였다.“나한테 처음으로 다가와준 동료인데 괴롭힘 당하게 둘 수는 없죠.”말을 마친 그는 담담한 얼굴로 뒤돌아서더니 갑자기 손을 들어 하정혜의 뺨을 때렸다.순간 주변에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모두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한지훈을 바라보았다.하정혜를 쳤어?세상에!하정혜도 당황했는지 한참 멍하니 있다가 생각이 돌아온 뒤에야 얼굴을 감싸며 성난 사자처럼 포효했다.“너… 감히 날 쳤어?”“못할 게 뭐가 있어?”한지훈이 싸늘하게 말했다.“신혁 씨가 맞은 거 그대로 돌려준 거 뿐인데?”“회사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일개 청소부라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어. 한 부서의 부장으로서 사람을 존중할 줄 알았어야지! 당신보다 직위가 낮더라도 그 사람들이 있어서 회사가 돌아가는 거야! 사람을 존중할 줄 모르는 인간은 맞아야지!”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직원들의 동공이 흔들렸다.그랬다.평사원도 회사의 일원이었다.매일 되도 않는 갑질과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그들의 비위를 맞춰줄 필요가 없었다.평소에 하정혜의 갑질에 시달렸던 직원들은 눈에 불을 켜고 하정혜를 놓아주었다.한지훈의 귀뺨이 그들을 깨운 것이다.장신혁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이 정도로 자신을 위해 나서줄 줄이야!하정혜가 울분을 터뜨리려는 순간, 한지훈이 다시 손을 들어올렸다.짝!순식간에 하정혜의 볼은 시뻘겋게 부어올랐다.그녀는 분을 참지 못하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포효했다.“너… 두고 봐!”한지훈이 담담히 말했다.
하정혜는 무시무시한 기에 눌려 잠깐 얼굴이 창백해졌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존심이 상할대로 상한 그녀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소리질렀다.“아니! 난 저런 폐급한테 사과할 이유 없어!”“그래?”한지훈은 싸늘한 말을 내뱉으며 그녀에게 성큼 다가섰다.그 모습을 본 하정혜는 겁에 질린 얼굴로 연신 뒷걸음질쳤다.“너… 왜 이래? 뭘 하려는 거야?”한지훈이 차갑게 말했다.“조금전 했던 행동에 대해 사과하라고!”정신이 나가버린 하정혜가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한지훈! 너 미쳤어? 나 홍보부 부장이야! 관리직이 평사원한테 사과하는 게 말이 돼? 정말 끝까지 이럴 거야?”“그래서 뭐? 난 팩트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야. 당장 사과해!”한지훈은 코너로 몰린 하정혜를 끝까지 몰아세웠다.구석까지 밀려난 하정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벌벌 떨었다.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이를 꾹 악물더니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한지훈을 힐끗 노려보고는 장신혁에게 말했다.“미안했어.”그 한마디에 상황을 지켜보던 직원들은 얼이 빠졌다.하정혜가 장신혁한테 사과를?비록 태도도 껄렁하고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었지만 그녀가 평사원한테 머리 숙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장신혁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한지훈에게 고마웠지만 그 후에 있을 폭풍 때문에 걱정이 더 컸다.‘지훈 씨가 날 위해 이렇게까지 해주다니.’그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다가가서 한지훈을 말렸다.“지훈 씨, 이제 그만하고 보내줘요.”한지훈은 그제야 살기를 거두고 담담한 얼굴로 자리에 가서 앉았다.하정혜는 이를 으드득 갈며 둘을 힘껏 노려보고는 말했다.“한지훈, 장신혁, 딱 기다려! 오늘 일 절대 쉽게 넘기지 않을 거야. 이 회사에 있는 동안 지옥이 뭔지 똑똑히 보여주지!”“헉!”지켜보던 직원들이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켰다. 이로써 한지훈과 장신혁은 하정혜에게 제대로 찍힌 것이다.일부는 동정의 눈길을 보냈지만 깨고소하는 직원들도 몇 있었다.“건드릴 사람이 없어서 하필이면 하 부장을 건드
그제야 장신혁의 얼굴이 조금 편해졌다.한지훈은 눈썹을 찡긋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장신혁의 인성을 높게 평가했다. 도영에 그가 설 자리가 없다면 고운그룹이 채용할 수도 있었다.그 시각, 대표실 비서 이안영이 마케팅부에 나타났다. 순식간에 뭇 남성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참으로 청순하고 예쁜 미인이었다.그녀는 회사 뭇 남직원들의 선망의 대상이었고 뭇 여직원들의 질투와 시기의 대상이기도 했다.그 시각, 이안영은 새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한지훈에게 다가오더니 작은 소리로 말했다.“한지훈 씨, 사무실로 오라는 대표님 호출이십니다.”한지훈이 고개를 들고 시선을 마주하자 그녀는 안 그래도 빨간 볼이 더 새빨개지며 시선을 피했다.“좋아요. 바로 갈게요.”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에서 일어서서 도설현의 사무실로 향했다.한지훈이 자리를 뜨자 사무실 구역이 술렁이기 시작했다.“한지훈 씨랑 대표님 무슨 관계야?”“잘 모르겠어. 비밀 리에 사귀는 사이인 건가? 그게 아니라면 한지훈 씨만 각별히 챙길 이유가 없잖아.”“맞아! 지난번에 보니까 한지훈 씨가 대표님 차를 타고 가더라고.”모두가 부러운 얼굴이었다.그 시각, 한지훈은 사무실로 들어서자마자 창가에서 커피를 들고 사색에 잠겨 있는 도설현을 보았다.“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그는 차분한 걸음걸이로 안으로 들어가며 물었다.뒤돌아선 도설현은 원망 섞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아까 하혜정 부장이랑 다툼이 있다고 들었어요.”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하혜정이 달려와서 고자질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하지만 두려울 건 없었기에 어깨를 으쓱하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다툼까지는 아니고 사람을 존중할 줄 모르길래 좀 가르쳤습니다.”도설현은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지훈 씨는 내가 직접 임명한 경호원이긴 하지만 하혜정은 이한명 이사 사람이에요. 둘이 다툼이 생기면서 중간에서 내가 곤란해졌어요.”한지훈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대표님은 이 회사의 최고 결정권자
그 말을 들은 도설현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한지훈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괜한 농담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마치… 진짜 그럴 힘이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혼란스러운 표정을 감추려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알았으니까 이제 나가봐요.”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인 뒤, 조용히 사무실을 나갔다.그가 떠난 뒤, 도설현은 그가 머물렀던 자리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조금 전 보여준 그의 말투와 눈빛에서 강력한 살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그는 자신이 마치 한손으로 하늘이라도 가릴 것처럼 이야기했다.도설현은 긴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괜한 생각이길….리양 제약 본사, 대표 사무실.송천우는 책상을 두드리고 서류를 바닥에 던지며 온갖 진상을 부리고 있었다.그래도 직성이 풀리지 않는지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부하직원에게 화풀이를 했다.“멍청한 것들! 사람 하나 잡아오라는 게 그렇게 어려워? 너희는 대체 돈 받고 하는 게 뭐야!”“월급만 축내는 버러지 같은 것들!”분을 참지 못한 송천우는 직원을 걷어차기까지 했다.이때, 다급한 벨소리가 울리고 그는 드디어 폭력을 멈추었다. 곁눈질로 발신자를 확인한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숨을 가다듬은 뒤, 전화를 받았다.“이 이사가 이 시간에 어쩐 일입니까?”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로 날벼락 같은 불호령이 들려왔다.“송천우, 당신 뭐 하는 사람이야? 어제 도설현 그 계집애 처리한다고 약속했잖아! 그런데 왜 아직도 소식이 없지? 어디 변명이라도 좀 해봐!”소리를 들어보니 이한명은 극도로 화가 난 상태였다.송천우는 짜증을 꾹 참고 공손히 말했다.“이 이사님, 걱정 마시죠. 어제는 과정에서 약간의 차질이 있었는데 오늘은 다를 겁니다. 제가 직접 전두지휘할 거예요.”“그 차질이라는 게 대체 뭐야!”이한명이 소리쳤다.“어제 도설현을 꼬드겨서 미팅 자리까지 불러내는데는 성공했어요. 술자리에서 술을 먹여서 처리할 생각이었는데 그 여자가 데려온
고개를 돌리자 매끈한 다리를 그대로 드러낸 한 여자가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어젯밤 만났던 소예민이었다.캐주얼한 원피스를 입고 포니테일로 단정하게 머리를 묶은 모습은 깔끔하면서도 앳되 보이는 인상을 주었다.하지만 몸매만큼은 폭발적이었다.한지훈은 눈이 번쩍 뜨이며 저도 모르게 잠깐 넋을 잃고 이 아름다운 여신을 바라보았다.물론 여자가 아무리 예뻐도 그에게는 강우연뿐이었다.“와, 여신이네요!”장신혁이 침을 꼴깍 삼키더니 혼이 나간 표정으로 말했다.소예민이 다가오자 한지훈은 정신을 번쩍 차리고 의아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선생님이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잡티 없이 하얀 얼굴에 화장기 없는 순수한 얼굴을 한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에게 말했다.“잊었어요? 퇴근하고 보기로 했잖아요.”깜빡한 게 서운하다는 듯, 소예민은 입을 삐죽였다.설마 이 상황에서 발뺌하려는 건 아니겠지?물론 한지훈은 이상한 뜻으로 받아들이진 않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충분히 오해를 살 수 있는 반응이었다.장신혁이 존경심 가득한 얼굴로 한지훈을 바라보고 있었다.회사 여직원들에게만 인기 많은 줄 알았는데 대표님에 이런 미인까지 줄을 서다니!한지훈은 그 이상한 시선을 견디지 못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가요. 허락된 시간은 많지 않아요. 빨리 집에 가서 딸이랑 와이프랑 놀아줘야 한단 말이에요.”한지훈은 일부러 자신이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장신혁이 이상한 오해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그리고 소예민에게 더 이상 선을 넘어오지 말라는 경고이기도 했다.그런 그의 의도와는 달리 장신혁은 헤벌쭉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척 내밀더니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역시 형님이십니다. 형수님도 계신데 밖에서 저런 미인이랑 데이트를 하다니! 능력자세요!”장신혁은 어느새 그를 형님으로 따르고 있었다.“그런 거 아니라니깐요!”한지훈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소예민도 당황했다. 지금 거절하는 건가?수많은 남자들의 데이트 신청을 거절해온 그녀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한지훈은 그제야 그녀가 단순히 밥이나 먹자고 부른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조바심에 입이 바짝바짝 마른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다 틀렸어요. 의술을 조금 알기는 하지만 약왕파 사람은 아닙니다. 우연한 기회에 스승님께서 저한테 알약을 선물하셨죠. 제 스승님은 아주 대단하신 명의가 맞습니다.”앞뒤가 맞는 발언이었다.손강수라면 스승으로 모셔도 전혀 손색이 없는 인물이었으니까.곽 명의와 이나희도 스승으로 모실만한 인물들이었다.“그럼 그 스승님은 지금 어디 계시나요? 그분을 만나게 해주실 수 있나요?”소예민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설마 용국에 정말 네 번째 명의가 있단 말인가?한지훈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건 안 됩니다. 이미 세상을 등지고 여행을 떠나셨거든요. 떠나기 전에 절대 외부인에게 행적을 알리지 말라고 당부하셨고요.”그렇다고 자신의 스승이 용국을 대표하는 세 명의라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그리고 한지훈 본인이 베일에 감춰진 네번 째 명의라고도 말할 수 없었다.그 말을 들은 소예민의 얼굴에 실망이 가득했다. 그녀는 잔뜩 주눅이 든 목소리로 말했다.“그분을 정말 뵙고 싶었는데….”“예민아, 너 왜 이런 인간이랑 같이 있어!”등 뒤에서 갑자기 비난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러더니 남자 세 명이 위풍당당하게 이쪽으로 다가왔다. 맨앞에 선 사람은 한지훈도 본 적 있는 사람이었다. 어제 호텔에서 그가 최 장군을 치료할 때 그렇게 훼방을 놓았던 인물이었다.남자는 들어오자마자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따지듯 물었다.“예민아, 어떻게 저런 남자랑 같이 밥을 먹어? 그래서 내가 같이 밥 먹자고 불렀을 때 시간 없다고 거절한 거였어?”오늘 소예민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한 유현빈은 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씩씩거렸다.더 황당한 건 소예민이 딱 한번 본 한지훈이랑 같이 밥을 먹고 있는 이 상황이었다.자신이 짝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걸 그는 용납할 수 없었다.소예민은 마시던 음료수를 내려놓고 싸
유현빈은 자신했다.이 정도로 겁을 주면 한지훈이 살려달라고 자신에게 매달릴 거라고.그때가 되면 소예민에게 누가 진짜 남자인지 보여줄 생각이었다.한지훈은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들더니 피식 웃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술병을 든 유현빈의 팔목을 잡고 다른 손으로 그의 목을 꽉 움켜쥐었다.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모두가 경악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한지훈은 유현빈의 숨통을 틀어쥔 채, 강력한 살기를 방출하며 말했다.“꺼져!”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말투에서 폭풍과도 같은 살기가 느껴졌다.남자의 강력한 기세에 겁에 질린 유현빈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 정도의 기운은 삼촌인 유건실에 비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유현빈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그는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절대 이곳에 오지 않았을 거라며 후회했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한지훈은 손을 풀고 유현빈을 힘껏 밀쳐 쓰러뜨리고는 물었다.“내가 끌고 나가줘?”이미 넋이 나가버린 유현빈은 소예민 앞에서 창피함도 마다하고 두고보자는 말만 남긴 채, 황급히 자리를 떴다.구경하던 손님들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유현빈을 쫓아 나간 그의 경호원이 조심스러운 말투로 상사에게 물었다.“도련님, 괜찮으세요?”유현빈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저었다.“괜찮아.”“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요? 애들 불러요?”경호원이 물었다.유현빈은 음침한 얼굴로 이를 부드득 갈고는 레스토랑 안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한지훈을 노려보며 말했다.“소예민은 내 여자야! 어떻게든 그렇게 만들 거라고!”“저 녀석 보통내기는 아닌 것 같아요….”유현빈이 살기를 번뜩이며 말했다.“왕칸 형한테 애들 데리고 여기로 와달라고 해. 오늘 저놈은 살아서 이 레스토랑을 나가지 못할 거야.”잠깐의 해프닝이 있었지만 한지훈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아직도 겁에 질린 소예민에게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밥 한끼 먹으러 나왔는데 큰일 날뻔했네요. 다른 일 없으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딸
핏빛 햇살이 지상을 비추니, 수많은 사람들은 순식간에 족히 10살은 늙어 보일 정도로 얼굴이 초췌해졌다. 이건 대체 무슨 진법이야? 모두들 깜짝 놀랐다. 한편 한지훈의 머리에도 뜻밖에 흰머리가 생기게 됐는데, 노화하는 속도는 다른 사람들보다도 두 배 이상 빨랐다. 빠르게 늙어가는 한지훈의 모습에 장도령은 미친 듯이 웃어댔다. “하하! 한지훈, 이제야 알겠지! 너를 죽이기 위해서는 난 굳이 이 검을 쓸 필요도 없었어! 네가 뭔데 감히 삼절진을 깨달았다고 으스대는 거야? 이게 바로 삼절진 중의 지절진이라는 거야!”장도령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이내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지절진이 대체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빠르게 노화시킬 수 있는 거지? “천절진은 천둥 번개를 움직여 천위를 장악할 수 있고!”“지절진은 사계절 기후를 이용하여 시간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고! 인절진은 사람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고, 맞지?”한지훈이 고개를 드는 순간, 그의 얼굴 피부는 한없이 구겨지고 목소리마저 많이 늙게 됐다. “한지훈, 너는 확실히 남들보다 능력이 뛰어나긴 해. 삼절진 진법을 깨달은 지 단 10일도 안 되어 그 참뜻을 이해하게 되다니. 역시 난 널 잘못 보지 않았어!” 장도령은 이를 악물었다. 사실 한지훈이 아직 얘기하지 않은 한 가지 사실이 더 있었다. 그건 바로, 장도령이 현재의 실력으로 삼절진을 펼치면 최대 한 시간까지 버틸 수 있긴 하지만 그 후 그는 정력을 다 소모하고 죽게 될 거라는 사실을.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장도령은 자신의 체면을 위해, 장 씨 집안의 명망을 위해 생명을 불태우는 것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한편 도청 전인은 고개를 들어 붉은 해가 하늘에 뜬 것을 바라보고는, 저도 모르게 연이어 고개를 저었다. 오늘 한지훈뿐만이 아니라,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비명으로 죽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수십 년 전 당시 그 일전에서도, 부상군 무리는 일찍이 천산에 진입했었다. 당일 정오에도 하늘에는 핏빛이 물들었었다. 핏빛의 땡
다시 말해 인체에 있는 자기장이 폭발하게 된다면, 이런 외력은 더 이상 작용하지 않게 된다. 바로 이때, 한지훈은 다시 깊은 공명 속으로 들어갔다. 전과 달리, 한지훈은 이 와중에 하나의 도리를 깨닫게 되었다. 대체 왜 공명 상태에 들어가야만 완벽한 진법을 펼쳐낼 수 있는 건지. 그 이유는 그 순간이 돼야만 자신의 마음이 우주와 통하고, 몸의 자기장이 우주와 동기화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념원에 따라온 하늘의 별들을 동원할 수 있고 구름을 움직일 수도 있으며 땡볕을 좌우지할 수도 있다. 드넓은 우주에 비해 장도령이 동원한 이런 자연의 힘은 그야말로 보잘것없었다. 이내 광풍이 크게 일면서 무수한 검 그림자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우르릉거리는 천둥소리가 뭇사람들의 귓가에 울림과 동시에 주위에는 울부짖는 소리만 들려왔다. 도청 전인과 진우 두 사람은 한지훈 뒤에 담담하게 선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렇게 강력한 수법에 의해 죽게 된다면, 그들 두 사람은 마냥 허무하게 죽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지훈과 함께 황천길을 갈 수 있다는 것도 그들 두 사람은 영광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들의 마음속에는 조금의 두려움이나 아쉬움도 없었고, 다만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하늘의 별들이여!”이때 한지훈이 갑자기 고함을 지르자, 적색 장총이 다시 나타났다. 이내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갑자기 빛을 발하며 사람들의 머리 위에 몰려있던 먹구름을 흩뜨렸다. 뿐만 아니라 천둥 번개도 따라서 사라졌다. 지상도 다시 평화를 되찾게 되었다. 심지어 수많은 바람의 칼날들 또한 서서히 미풍으로 변하여 사람들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어? 나... 나 죽지 않았어!”“하느님이 날 살렸어!”“정말 감사합니다!”수많은 사람들은 잇달아 무릎 꿇고 하늘을 향해 절을 하였다. 마찬가지로 진우와 도청 전인도 참지 못하고 천천히 두 눈을 뜨고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마치 아무 일도 발생한 적 없는 것처럼 고요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장도령의 분노는 이미 극에 달했다. 그는 데뷔한 이래로 단 한 번도 피를 흘린 적이 없었다. 그동안 수많은 험악한 대전을 치르면서도 장도령은 한 번도 물러선 적이 없었다. 그런데 20년 만에 천산에서 내려오자마자 한지훈의 공격을 받고 피를 토해내다니. 비록 그는 자신이 던진 공격이 도리여 반사되어 해를 입게 된 것에 납득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만약 이대로 오늘 한지훈을 놓치게 된다면, 앞으로 장도령의 위신은 추락하게 될 것이다. 유럽의 강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용국에서도 그는 비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한지훈! 얼른 무기를 내려놓지 못해? 너 설마 너로 인해 이 주위 반경 몇 리 안에 있는 백성들이 모두 죽어도 상관없다는 거야!”노 씨 어르신은 여전히 물러서지 않는 한지훈의 모습에 잔뜩 화가 났다. 사실 그는 백성들의 안위보다도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게다가 그뿐만이 이 검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그는 전에 이미 직접 그 위력을 목격했었다. 당시 주변에 있던 몇 명 천왕계 고수들, 그리고 수만 명의 군인들은 거의 동시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하늘에서는 천둥이, 땅에서는 가시가 돋쳤고, 게다가 수도 없이 날려오는 검들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만약 눈에 보이는 도검이라면 피하기 쉽지만, 문제는 무형의 존재였기에 피할 틈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노 씨 어르신은 조급한 나머지 바지에 실수를 할 뻔했다.“무기를 내려놓으라고?”그 말에 한지훈은 차갑게 노 씨 어르신을 힐끗 쳐다보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한지훈! 너 설마 아직도 지금 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거야? 이제 곧 이곳은 천둥에 의해 초토화되고, 모든 사람들은 가시에 찔려 처참한 시체가 될 거라고. 너는 모든 사람들이 너와 함께 죽기를 바라는 거야?”“네 마누라와 아이는 살리고 싶지 않아? 진우와 도청 전인도 살리고 싶지 않냐고!”“네가 이렇게 고집부리면 뭐
특히나 장도령으로부터 검경을 전수받은 도청 전인은 더욱 놀랐다. 앞서 본 장도령의 두 검은, 자신의 수법과 매우 비슷했다. 그러나 이 세 번째 검은, 도청 전인이 아직까지도 전혀 깨닫지 못한 것이었다. “쓱!”장도령의 거검이 다시 내리 꽂히기도 전에, 한지훈이 먼저 일격을 가했다. 순간 적색 장총의 창끝에서는 눈부신 흰빛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장도령은 전혀 신경 쓰지도 않았고, 자신이 손을 드는 사이에 한지훈의 공격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달리, 적색 장총은 뜻밖에도 어마무시한 위세와 함께 직접 장도령의 방어막을 깨뜨렸고 그의 손에 들린 장검의 검 끝을 부딪혔다. “땡!”다시 한번 금속이 충돌하는 굉음이 울렸고, 하늘을 가득 채운 천둥 번개의 빛은 갑자기 사라지고 거대한 검 그림자도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푸!”이내 장도령의 팔이 갑자기 저려나기 시작하더니, 형용할 수 없는 통증이 오장육부 전해지기 시작하면서 입가에는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검을 펼치던 도중 한지훈의 총에 맞았기에, 장도령은 그 기운에 눌리게 되어 피까지 토해내게 된 것이다. 생각지 못한 상황에 장도령은 크게 놀랐다. 한지훈이 나의 수법을 아예 차단할 수 있다니? 말도 안 돼! 사실 천둥 번개가 그의 손에 있는 검 그림자 속에 모이게 되는 순간 주위에는 매우 강력한 자기장이 형성되기에, 장총은 말할 것도 없고 대포 하나도 뚫을 수 없었다. 충격적인 장면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멍하니 있었다. 한지훈이 무려 장도령의 묘기를 차단했다고? “한지훈! 너... 빌어먹을!”장도령의 두 눈에는 분노가 뿜어져 나왔고, 이내 동공은 순식간에 핏빛으로 변했다. 장도령은 그제야 치욕과 모욕을 느끼게 됐다. 그는 과거 15개국의 고수를 상대하면서도 조금의 상처도 입지 않았었다. 그런데 자신보다 한참 어린 20대 후배를 상대로, 뜻밖에 상처를 입게 되다니? “천산칠검! 파룡식!”바로 이때, 장도령이 노호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손에 든 장검은
단 네 개의 검으로 8명의 용급 천왕계 강자들을 죽였다고?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이 사실만으로도 장도령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이때, 장도령이 손목을 뒤집자 무수한 검화가 펼쳐졌고 그 모습은 매우 웅장했다. 곧이어 하늘에는 수많은 거검이 나타났다. 이 장면은 당시 도청 전인이 처음 검경을 펼쳤을 때의 장면과 매우 비슷했다. 그러나 장월동이 펼친 이 위세는 도청 전인의 검경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수많은 거검의 검 그림자는 겹겹이 쌓여 공중에서 합쳐지게 됐다. 수십 미터 높이의 거대한 검은 점점 더 단단해지는 동시에, 검봉 위에는 마치 천둥빛이 반짝이는 것처럼 한 줄기의 전류가 왔다 갔다 하며 노닐고 있었다. 이내 한지훈이 손을 들려하자, 장도령의 검은 바로 한지훈의 정수리를 향해 내려오기 시작했다. 검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바람 소리도 없이 내리 꽂히고 있었다.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도 그 맹렬한 검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검이 떨어지는 위세는, 마치 수백 개의 검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동시에 떨어지는 듯했다. 어떤 각도, 어떤 방식으로 받든 지 결국 참담한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곧이어 검이 한지훈의 몸에 닿으려는 순간, 한지훈의 가슴에서 갑자기 금빛 한 줄기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적색의 장총 한 대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땡!”곧이어 적색 장총은 장도령의 손에 들린 칠성 상문검과 제대로 부딪혔다. “우르릉!” 큰 굉음과 함께 하늘에서는 무수한 불꽃이 튀어 육안으로도 보아낼 수 있는 속도로 사방으로 퍼지게 됐다. “뭐야?”장도령은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의 이 검은 누구든지 절대 쉽게 당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검의 오묘한 점은 바로 검에 이미 진법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설사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라 하더라도 이 검은 전혀 당해낼 수 없다. 그 말은 즉, 한지훈의 손에 있는 이 장총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이 장총에도 진법의 위력이
심지어 그의 손을 거쳐 멀쩡히 살아남는 적수도 거의 없었다. 그나저나 한지훈은 이제 몇 살인데? 고작 20대의 나이에도 이렇게나 강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으니, 장도령 또한 절대 무시할 수가 없었다. “너도 만만치 않은 놈이네. 동방 오우였으면 진작에 죽었을 텐데!”한지훈은 한 손을 짊어진 채 태연하게 웃었다. 그러나 진우는, 한지훈이 뒤로 감춘 팔이 약간 떨리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게 됐다. 게다가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진우는 점점 한지훈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방금 있었던 일전에서, 한지훈은 분명 손실을 입긴 했다. 그러나 장도령을 상대로 무너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매우 큰 기적이었다. “하하하!”이내 장도령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식, 매우 예리하네! 사실 난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너 정말 만만치는 않아. 만약 앞으로 무사히 실력을 닦게 된다면, 정확히 10년 후 넌 반드시 뛰어난 용봉이 될 거야. 하지만 아쉽게도 하늘은 너를 도와주지 않을 거야!”“아무리 네가 강하다 하더라도 우리 장 씨 집안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지!”“지금 국운이 시작된 이상 다들 알고 시피 국운이 한창 높아지고 있을 무렵, 모든 용인들은 모두 적지 않은 이익을 보게 될 거야. 아마도 2년 후가 되면, 그때는 내가 너를 죽이고 싶어도 적지 않은 기력을 쏟아야 되겠지!”“그렇기에 난 결코 그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거야. 과거 너 같은 인재들 수십 명이 이미 내 손에서 죽게 됐어. 게다가 네가 나더러 직접 손을 써라고 권한 이상 너한테 펼쳐질 엔딩은 단 하나뿐이야!”이 말을 들은 도청 전인과 진우 두 사람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방금 일전은 그저 맛보기 었단 말인가? 장도령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건가? 주위에서 지켜보던 사람들 또한 아연실색하였다. 이 지경까지 되었는데 그저 몸풀기 일뿐이었다니? “진짜 그냥 몸풀기였다고? 하지만... 하지만 이건 그야말로 신선 같은 수법이야!”“아니야. 장 선배가 일단 최선을 다해서 싸
“한지훈, 네가 감히 날 상대로 반격해? 네가 이 검을 쉽게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이건 단지 너한테 보여준 맛보기일 뿐이야!”화가 난 장도령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곧이어 검 자루는 현장을 휩쓸어버렸다. 순식간에 풍운은 변색되었고, 하늘의 구름 덩어리조차도 모양이 휘어버린 채 나뒹굴기 시작했다. 천지를 뒤흔들 정도로 압도적인 이 기세는, 확실히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20여 년 동안 은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장도령의 위세는 여전히 용국을 압도할 정도였다. 어쩐지 그가 막 산을 내려왔을 무렵, 무종의 많은 문주와 일부 최정상 상업계 거물들은 뭇별같이 달려와 그를 맞이하였다. “어쩐지 장 씨 집안이 그동안 줄곧 이렇게 무종을 업신여겼더라니, 장도령은 세상을 아주 쉽게 보고 있었어!”도청 전인은 눈앞에 펼쳐진 놀라운 장면에 저도 모르게 감탄하였다. 그는 이 검의 위엄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지훈뿐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저 가능성만 있을 뿐이었다. 도청 전인은 한지훈을 못 믿는 것이 아니라 장도령의 실력에 두려움을 가진 것이다. 확실히 너무나도 강한 실력이니까. 심지어 천신 경지에서는, 아무도 도달할 수 없을 경지에 이르렀다고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유럽의 대부분 강자들도 장도령의 이름을 듣기만 하면 모두 간담이 서늘하다고들 한다. 많은 무종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진법과 검법을 이렇게나 정묘하게 결합할 수 있다니, 이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장도령 한 사람밖에 없을 거야!”적지 않은 종문 종주들도 모두 감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어느새 한지훈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은 동정심으로 가득했다. 반면 한지훈은 이내 손을 살짝 들고는 흔들었다. 이내 오릉군 가시는 마치 생명체처럼 순식간에 완벽한 호를 그어 장도령의 칠성상문검을 향해 다시 날아갔다. “우르릉!” 곧이어 오릉군 가시와 칠성 상문검이 다시 충돌하였고, 허공에서는 갑자기 천지를 뒤흔드는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검법과 진법이 동시에 펼쳐진 것이다. 놀라운 광경에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동방 오우 또한 화산의 제자라고 하긴 하지만 장도령과는 전혀 비교할 차원이 안 됐다. 수법이든 진법이든 장도령의 일거수일투족은 매우 자연스러웠고, 마치 물 흐르듯이 모든 행동이 이어져 갔다. 지금 이 순간, 강중의 모든 사람들은 하늘 위 구름을 뚫은 흰빛을 보고는 불가사의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대체 어떤 신위인 거지? 대체 어떤 수법을 쓴 거야! 구세대 사람들은 여태 장도령의 이야기를 마치 호랑이 이야기처럼 받아들였다. 많은 무종 사람들도 장도령의 이야기를 전설처럼만 듣고 자랐지만, 오늘 직접 마주해 보니 전설 속 장도령은 현실에 비해 매우 약해 보였다. “대단하네!” 한지훈은 거듭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장도령은 이미 진법을 능통하게 운용하였지만, 유독 하나 부족한 건 바로 진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였다. 다르게 말해서, 틀린 방법은 백 번 더 써도 결국 틀린 것이 된다. 그렇게 정확한 길을 가기까지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역시나 용국 백여 년 역사의 최고 강자답습니다! 어쩐지 장 씨 집안의 지위가 줄곧 높더라니, 형님과 같은 엄청난 강자와 비교했을 때 전 정말 부끄럽기 그지없네요!”노 씨 어르신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아부하였다. “어쩐지 당시 한 사람의 힘만으로 8명의 최고 천왕계 고수들을 참살할 수 있었더라니, 그것만으로도 세상 사람들은 충분히 놀랄 만해!”잇달아 적지 않은 무종 사람들도 분분히 의논했다. “한지훈, 이제 알겠지? 난 단지 더 이상 살인을 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 내가 너보다 실력이 못한 게 아니라!”장도령은 차갑게 웃더니 이내 뛰어올라 한지훈에게로 달려들었다. 그가 몸을 훌쩍 날리며 일어서자, 그의 주변은 온통 은백색의 빛으로 덮이게 됐다. 순간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필적할 수 없는 천위를 느끼게 됐다. 눈부신 은빛뿐만 아니라, 구름 속에서 교차하는 천둥과 번개는 더욱 사람들을 놀라게 했
뭐라고? 자결하는 것도 모자라 한지훈의 모든 재산을 장 씨 집안에 넘기라니? 장도령의 뒤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거물들은, 순간 안색이 변했다. 상대는 무려 북양 왕 한지훈이다. 무종 강자는커녕 국왕도 감히 그 앞에서 막말을 할 수가 없다. 순간 장내는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고, 도청전인과 진우는 잇달아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장도령이 있는 한 그들에게는 전혀 발언권이 없었고, 그 누구도 감히 한 글자도 반박할 수가 없었다. “뭐라고? 자결하고 내 모든 재산을 너희 장 씨 집안에 넘겨야 한다고? 대체 뭘 믿고 이렇게 큰소리치는 거야?”한지훈은 장도령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 “왜? 설마 너 아직도 고집부리려는 거야? 용국 수천 년 역사 이래 우리 장 씨 집안이 왜 만민으로부터 존경을 받았는지, 왜 역대 통치자들이 모두 우리 장 씨 집안을 특별히 대우했는지 그 이유를 몰라?”“오늘날의 국왕도 우리 장 씨 집안에 예우를 하고 있어. 게다가, 너도 봤지? 내가 하산하고 나서는 무종뿐만 아니라 무맹 또한 사람들을 보내 직접 날 맞이했지. 넌 설마 그 이유가 뭔지 모르는 거야?”“그건 바로 우리 장 씨 집안이 곧 용국의 하늘이기 때문이야! 우리 장 씨 집안은 조룡을 지키는 공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필적할 수도 없는 실력도 갖고 있어!”“너의 그 보잘것없는 기량은, 내 눈에는 전혀 여겨볼 가치도 없어! 하지만 너더러 자결하라는 것은 곧 너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고, 네 주변 사람들에게도 한 번쯤은 살 기회를 주는 거야!”장도령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너의 마지막 기회가 될 거야. 만약 굳이 내가 손을 쓰게 만든다면, 너뿐만 아니라 저 놈도 죽을 거야! 그리고 네 곁의 모든 가족들을 죽일 거야!”장도령의 말에 진우는 반박하지도 못했다. 도청 전인은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장도령은 그동안 두 손에 수많은 피를 가득 묻혔었고, 심지어 사람을 죽여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잔인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