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천우는 병실에 누워 핸드폰에 대고 포효하고 있는 중이었다.그의 부하들은 전부 고개를 푹 숙이고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었다.“오늘 밤 무슨 일이 있어도 놈의 팔다리를 잘라버려! 당장 인력을 추가해서 그쪽으로 보내!”송천우는 씩씩거리며 핸드폰을 바닥에 던졌다.조국진까지 잡혀갔다는 소리에 분노가 진정이 되지 않았다.무능한 녀석들!송천우는 부글거리는 화를 억누르며 오늘 밤은 무조건 한지훈을 혼내줘야겠다고 이를 악물었다.도설현을 놓친 것도 짜증 나는데 자신은 병원에 입원한 신세가 되었으니 더 화가 났다.“한지훈, 지옥이 뭔지 맛보게 해주겠어!”그는 주먹으로 침대를 치며 이를 갈았다.알아본 결과 한지훈은 백수에 마누라한테 빌붙어 사는 무능한 인간이었다.그게 더 화가 치밀었다.리양 제약의 대표이자 후계자로서 한낱 백수한테 밀린 게 너무 화가 났다.한편, 호텔을 나선 한지훈은 차를 타고 집으로 갈 생각으로 길가로 나갔다.그와 멀지 않은 곳 길가에서 담배를 피우던 양아치들이 그를 보자마자 담배를 버리고 몰래 그의 뒤를 쫓아갔다.어둠이 내려앉은 밤길, 한지훈은 양손을 호주머니에 찔러넣고 정처없이 걸었다. 그의 뒤를 양아치들이 건들거리며 따라오고 있었다.그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걷고 있었지만 앞에서 가는 한지훈은 이미 그들을 발견하고 냉소를 짓고 있었다.호텔을 나온 뒤로 놈들이 따라붙었다는 걸 알았지만 일단은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누군가가 자꾸 그에게 시비를 걸어온다면 그 역시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그는 한참 걷다가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의 뒤를 따르던 양아치들은 이때다 싶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그들은 흩어져서 두 명은 한지훈을 따라 골목으로 들어가고 둘은 남아서 입구를 지켰다.그들 중 두목으로 보이는 자는 골목으로 들어가는 한지훈의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신호를 받고 품에서 비수를 꺼냈다.“저 자식 가슴팍에 칼을 꽂아넣으면 천만 원이 생긴단 말이지!”그는 이렇게 쉽고 가성비 좋은
“내가 뭐? 어디 덤벼봐!”한지훈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다시 주먹을 들어 문신남의 얼굴을 쳤다.문신남은 주먹이 날아오는 것도 보지 못하고 그대로 고개가 돌아가더니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그게 끝이 아니었다.그 뒤로 골목에서는 퍽퍽퍽 하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한지훈은 살짝 힘이 들다고 느꼈을 때쯤에야 일방적인 폭력을 멈추었다.물론 힘조절은 완벽했기에 상대가 심하게 다치는 일은 없었다.그는 일반인을 상대로는 절대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문신남은 이미 얼굴이 묵사발이 되었고 입가에는 피가 흘러나오더니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상황을 해결한 한지훈은 골목 입구에서 꼼짝도 못하고 벌벌 떨고 있는 양아치들에게 시선을 돌렸다.“혀… 형님! 목숨만 살려주세요!”겁에 질린 양아치 녀석이 바닥에 무릎을 꿇더니 엉금엉금 기어와서 한지훈의 다리에 매달렸다.모시는 형님마저 이 낯선 남자에게 맞아 바닥을 구르는 상황에 당연히 그에게 덤빌 엄두는 내지 못했다.‘뭐야? 싸움을 할 줄 아는 자였잖아!’이제 그 양아치는 누가 양아치인지도 분간할 수 없었다.한지훈은 피식 웃고는 싸늘한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보았다.눈빛 한번에 겁을 집어먹은 양아치는 부들부들 떨며 한지훈을 올려다보았다.한지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차라리 너 스스로 귀뺨을 때려. 백 번 정도면 되려나?”“예?”놈의 두 눈에 짙은 공포가 서렸다.‘그럼 형님처럼 얼굴이 묵사발이 될 텐데?’“혀… 형님, 열 번이면 안 되겠습니까?”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한지훈은 정색하며 고개를 저었다.“안 돼. 할인은 없어. 너무 많으면 내가 도와줘?”“아… 아닙니다! 할게요!”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양아치는 손을 쳐들고 스스로 귀뺨을 때렸다.짝!짝!한지훈은 리듬감 있는 소리를 들으며 골목 입구를 지키는 두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조금 전 상황을 멀리서 지켜본 그들은 이미 바지에 오줌을 지린 상태로 오도가도 못하고 있었다.한지훈이 슬금슬금 그들에게 다가가자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걸음아 나 살려라
그들이 차에 오르자 놀란 승객들은 슬금슬금 길을 비켰다.“형님, 저놈입니다. 저놈이 들개 형님 얼굴을 반죽으로 만들었어요!”빡빡이들 중에 유난히 눈에 띄는 놈이 맨 뒤쪽에 앉은 한지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한지훈은 그들을 힐끗 보고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도망가는 게 하도 불쌍해서 내버려뒀더니 지원병을 불러왔어?”큰형님으로 보이는 빡빡이는 180은 족히 넘어 보이는 키에 배가 불룩 나온 근육돼지였다.그는 한지훈을 아래위로 훑더니 옆에 있는 부하에게 말했다.“쟤야? 들개 그 녀석 요즘 운동을 너무 게을리한 거 아니야? 저런 놈 하나 해결하지 못해서 나까지 동원하게 만들어? 딱 봐도 비실비실해 보이는구만, 너희는 대체 뭐 하는 놈들이야?”부하 녀석이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형님, 그게 아니라… 저놈 겉모습에 속으면 안 됩니다. 비실비실하게 생겨서 몸놀림이 심상치 않아요!”형님이라는 녀석은 짜증스럽게 부하를 밀치더니 한지훈의 옆으로 가서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았다.“친구, 내 동생을 때렸다는 얘기 들었어. 동생이 맞았는데 형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겠나. 앞으로 내가 이 도시에서 얼굴을 어떻게 들고 다니라고. 딱 봐도 비실해 보이는데 차라리 이건 어때? 지금 내 앞에 무릎 꿇고 잘못했다고 빌고 현금 2천만 원을 내놓으면 없던 일로 해주지.”한지훈은 멍청이를 보는 눈으로 그를 빤히 바라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 제안 별로인데? 차라리 이렇게 하자. 너희가 나한테 2천만 원 주면 내가 그냥 넘어가 줄게. 어때?”“이 자식이 지금 뭐라고….”양아친은 제 귀를 의심했다.건방진 자식!그의 뒤를 따라온 부하들이 발끈하며 소리쳤다.“형님, 이 자식이 우릴 무시하는 것 같은데 본때를 보여줍시다!”“건방진 자식, 지금 누구한테 감히 헛소리를 지껄여!”이 일대의 왕을 자처하며 괴롭힘을 일삼핬던 그들 일당에게 이는 커다란 수치심을 안겨주었다.형님이라는 작자는 그 자리에서 한지훈의 허리를 향해 발길을 날렸다.이걸 제대로 맞는다면 허리가
부하 녀석들은 서로 눈치만 보다가 씩씩거리며 다시 주먹을 다잡고 한지훈에게 달려들었다.한지훈은 피식 웃고는 맨 앞에 다가오는 놈의 볼에 주먹을 날려버렸다.퍽! 퍽퍽!동작이 너무 빨라서 그들은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고개가 돌아가고 입가가 터져 피가 흘러나왔다.일부는 이미 의자에 주저앉았고 일부는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쳇, 약골들이네.”한지훈은 팔목을 우드득 꺾으며 혼비백산한 우두머리에게로 천천히 다가가 차갑게 물었다.“어때? 이제는 좀 고민해 봐야 하지 않겠어?”우두머리는 이마에 흐른 땀을 닦으며 다급히 말했다.“알았어요! 목숨만 살려주시면 뭐든 하겠습니다!”그는 상대의 실력이 자신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빡빡이가 부하들에게 눈짓하자 겁에 질린 부하들은 저마다 호주머니를 털어 겨우 백만 원 정도를 내놓았다.그 모습을 본 빡빡이의 손에 땀이 고였다. 그는 두 손으로 돈을 한지훈에게 내밀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저희가 가진 현금은 이것뿐이에요. 이 정도로 어떻게 안 될까요?”솔직히 그는 두려웠다. 심기가 뒤틀린 한지훈이 자신의 남은 다리마저 부러뜨릴 것 같았다.안타까운 시선으로 한지훈을 바라봤던 승객들은 상황이 역전된 것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부릅떴다.한지훈은 꾸깃꾸깃한 현금뭉치를 보고 싸늘하게 말했다.“이 자식들이 누굴 거지로 보나!”그 말을 들은 빡빡이 우두머리는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고 눈물 콧물 쥐여짜며 말했다.“형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도 집에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있단 말입니다.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그의 부하 녀석들도 덩달아 무릎을 꿇고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평소에 약한 시민을 괴롭히며 이 일대에서 온갖 횡포를 일삼던 놈들은 이 순간이 수치스럽고 억울했다.그들은 마치 자신들이 피해자라도 된 것처럼 눈물을 흘렸다.한지훈은 잠시 고민하는 척하다가 고개를 저었다.“안 되겠는데?”이런 녀석들에게 숨겨둔 금고가 존재하지 않을 리 없었다.결국 빡빡
“결혼식 날에 북양 30만 대군과 8대 용장, 천성전 인원들을 본식에 초대할 거야. 다른 4대 전쟁부에도 초대장을 보내고 총사령관을 초대하도록. 용각과 천자각은 내가 직접 초대장을 들고 방문할 생각이야.”한지훈의 두 눈이 생기로 반짝였다.“알겠습니다, 사령관님.”용일이 격앙된 표정으로 대답했다.총사령관의 결혼식, 그리고 용국을 뒤흔들 성대한 국혼이 이 작은 도시에서 열릴 것이다.5대 주국의 수령들이 축하인사를 하러 몰려들 것이며 전국적으로 생중계될 것이다.용일은 이 성대한 파티의 일원으로서 자부감을 느꼈다.다음 날 아침, 한지훈은 낯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한지훈이 물었다.“한지훈 씨 맞아요? 저 소예민이에요. 시간 괜찮으면 한번 만나뵙고 싶은데요.”수화기 너머로 차분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한지훈은 한참을 생각해서야 그날 케빈 호텔에서 만났던 여자 의사를 기억해냈다.그런데 연락처는 어떻게 알았을까?한지훈은 경계심 가득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소 선생님이셨군요.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저 지금 출근하러 나가는 길인데요.”소예민은 청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그럼 저녁에는 시간 어떠세요?”한지훈은 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여자가 밤중에 외간남자를 불러내서 뭐 하자는 거지?“시간 괜찮습니다.”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러자 소예민은 확연히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저녁에 모시러 갈게요. 어디 출근해요?”“도영그룹이요.”통화를 끝낸 한지훈은 고운이를 유치원에 데려가고 도영그룹으로 출근했다.안내데스크 직원은 그를 보자마자 고개를 홱 돌리더니 인사도 받지 않고 다급히 자리를 떠버렸다.한지훈은 어리둥절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안으로 들어갔다.마케팅부서로 가자 직원들이 연말 보너스 이야기를 나누며 하하호호 떠들고 있었다. 그런 그들도 한지훈을 보자마자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각자 자리로 돌아가서 입을 꾹 닫았다.분위기는 삭막하다는 말로도 표현이 안 될 정도로 가라앉았다.한지훈
“이사님, 그게 아니라….”장신혁은 당황한 얼굴로 급기야 해명하려고 했지만 이한명이 그의 말을 잘랐다.“아니긴 뭐가 아니야! 장신혁 씨 일하기 싫은 거 티나.”이한명은 음침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비난을 퍼부었다.“일할 시간에 일을 열심히 하지는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잡담이나 할 거면 회사 그만둬! 두 사람 다 해고야!”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한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이 이사님, 저 하나 때문에 다른 사람한테까지 화풀이하실 건 없잖아요. 저를 회사에서 내치고 싶으신 거 아닙니까? 장신혁 씨랑은 아무 상관없어요.”“지훈 씨….”장신혁이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분노한 이한명이 빽 하고 소리 질렀다.한지훈은 장신혁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이고 앞으로 나섰다.“이 이사님은 저를 자그로 싶은 거잖아요. 그런데 이걸 어쩌죠? 저는 나갈 생각이 없는데요? 도 대표님은 이사님 생각 아세요?”현장에 있던 마케팅부 직원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감히 이한명 이사를 상대로 저런 발언을 하다니!정말 회사 다니기 실은 건가?이한명 이사와 도 대표의 관계를 몰라서 저런 말을 하는건가?이한명도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버럭 소리를 질렀다.“지금 뭐라는 거야? 나 이 회사 이사야! 너 같은 평사원 자르는 건 일도 아니라고!”한지훈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이사가 대표는 아니잖아요. 저는 도 대표님께서 친히 선택하신 경호원입니다.”“이 자식이!”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이한명이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무례한 녀석! 윗사람 공경할 줄도 모르는 직원 뒀다 뭐해? 회사 위계 질서만 망칠 뿐이지! 도 대표가 너 같이 건방진 녀석을 계속 옆에 둘 것 같아?”소란은 끝끝내 대표 사무실까지 전해졌다.“시끄럽게 뭣들 하는 거야!”도설현이 인상을 확 찌푸리고 마케팅부로 들어왔다.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본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한지훈의 주먹이
그녀는 지금 머리가 아팠다.리양제약의 송천우를 건드린 탓에 오늘 아침부터 협력 제안은 없던 걸로 하자는 통보를 받았다.오후에 리양제약을 찾아 송천우와 다시 협력에 관한 사안을 재논의해야 했다.한지훈은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마냥 순하고 만만할 줄 알았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은 여자였다.10분 뒤, 몸매를 강조한 정장 원피스를 입은 대표실 비서 이안영이 마케팅부로 왔다. 허벅지만 살짝 가린 베이지톤의 원피스는 그녀의 길고 쭉 뻗은 다리를 강조했다.안으로 들어선 그녀는 입구에서 빈둥거리는 한지훈을 보자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그러고는 재빨리 한지훈을 지나쳐 사무실로 달려갔다.여자의 마음이란 참 종잡을 수 없는 것이었다.대체 저럴 거면 얼굴은 왜 붉히는 걸까.잠시 후, 마케팅 부장 사무실에서 두 여자가 나왔다.한 명은 이안영이고 다른 한 명은 한지훈도 모르는 얼굴이었다.하지만 한눈에 봐도 존재감이 확실한 여자였다.균형잡힌 몸매에 화려한 이목구비를 가진 굉장한 미인이었다.저 여자는 누구지?도영그룹에 도설현을 제외하고도 대단한 미인이 있다는 사실이 한지훈은 놀라왔다.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그 여자에게 시선이 갔다. 그녀는 이안영을 따라 밖으로 향하고 있었다.이안영이 청순미인이었다면 저 여자는 성숙한 여자의 매력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주변 남자 직원들을 돌아보니 이미 홀린 듯, 그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마케팅부 부장 조민아가 돌아왔다. 높은 하이힐에 차가운 도시 미녀 이미지를 풀풀 풍기며 지나가는 모습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시선이 갔다.물론 그에게는 강우연뿐이었다.그냥 정말 단순히 예뻐서 잠깐 쳐다봤을 뿐이었다.“지훈 씨, 뭘 그렇게 봐요?”옆에 있던 장신혁이 그의 옆구리를 찌르며 물었다.“마케팅 부장님이랑 친해요?”한지훈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굉장한 미인이네.’그의 시선을 따라가본 장신혁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설마, 우리 부장님한테 마음 있는
하정혜는 팔짱을 끼고 거만한 얼굴로 다가오더니 한지훈을 벌레 보듯이 내려다보며 물었다.“당신이 한지훈이야?”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여자를 바라보았다.진한 화장을 한 것부터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저 화장을 벗기면 어떤 얼굴이 나올지 딱 봐도 알 것 같았다.몸매는 조금 괜찮은 편이었지만 이한명의 사람 보는 눈이 너무 형편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그런데요. 무슨 일이시죠?”한지훈이 담담히 물었다.하정혜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더니 시비를 걸어왔다.“고작 경호원 주제에 우리 이 이사님한테 말대꾸나 하고 말이야! 이사님 한마디면 당장 짐 싸서 떠나야 하는 주제에! 신세가 안타까워서 충고하는데 당장 회사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이 이사님께 사과해! 안 그러면 당신 내 손에 죽을 줄 알아!”마케팅부 직원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멀찌감치 물러났다.일부는 몰래 핸드폰을 꺼내 영상을 녹화해서 회사 커뮤니티에 뿌렸다.장신혁도 자리를 피하고 싶었으나 용기를 내서 다가와 공손한 얼굴로 말했다.“하 부장님, 지훈 씨가 신입이라 아직 회사 생활이 익숙치 않아서 그래요. 이 이사님이랑 뭔가 오해가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도 대표님 사람인데 공개 사과는 좀 그렇지 않나요?”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하정혜는 손을 번쩍 들어 장신혁의 귀뺨을 때렸다.“장신혁, 네가 뭔데 끼어들어? 마케팅부 평사원 주제에 네가 뭐라도 된 줄 알아? 언제부터 부장이 하는 일에 평사원 따위가 잔소리나 늘어놓고 있어? 당장 안 꺼져?”싸늘한 경고에 겁에 질린 장신혁이 볼을 붙잡고 한지훈의 뒤로 물러섰다.평사원에 불과한 그가 이번 일로 직장까지 잃으면 앞날이 깜깜했다.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날카롭게 하정혜를 쏘아보았다.그리고 천천히 손가락을 들어 장신혁을 가리키며 말했다.“당장 장신혁 씨한테 사과하세요!”“헉!”그 한마디에 사무실 직원들 전부가 놀란 숨을 들이켰다.지금 뭘 들은 거지?부장인 하정혜에게 당당히 사과를 요구하다니!미친 거 아닌가?아니면 하정혜의 신분에 대해 정말
곧이어 하드레이의 몸에서는, 전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다시 한번 한지훈을 덮쳐들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칼을 휘둘렀다. 이내 수많은 칼빛이 두 사람을 겹겹이 에워쌌다. 한편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일일이 망원경까지 들고는 공중을 바라보았다. 공중에서는 두 사람에게서 나오는 눈부신 빛만 보아낼 수 있었고 격렬하게 교전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지만 전혀 사람의 그림자는 찾아낼 수 없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은 공중에서만 수백 차례의 공격을 퍼부었다. 한지훈은 천신계를 돌파한 이래, 처음으로 누군가와 오래된 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 사실로만 보아도, 하드레이는 그야말로 유럽 최강의 실력자로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맹렬하게 싸우던 두 사람의 거리는 잠시 벌어졌고, 다시 한번 공중에서 맞붙게 되는 순간 하드레이는 저도 모르게 약간 비웃는 듯한 기색을 드러냈다. “보아하니, 넌 내가 듣던 소문과는 달리 실력 차이가 좀 있네. 네가 고작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앞으로 이 세상에 더 이상 한지훈이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아. 더욱이는 용국도 사라지게 될 거고!”방금 한바탕 싸움을 거친 하드레이는 이미 대충 실력이 파악되었다. 그가 보기에 지금의 한지훈은, 진법에 대한 이해가 아직 매우 부족했다. 전에 그가 줄곧 천신계 고수들을 참살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좋은 운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행운은 영원히 한 사람만을 도와주진 않는다. 오늘, 하드레이는 한지훈에게 주어진 그 행운을 끝낼 작정이었다. “번개야!”그 순간, 하드레이는 한 손으로 검을 든 채 하늘을 가리켰다. 쾅! 천지를 뒤흔드는 큰 소리와 함께, 보라색의 번개가 그의 검을 감쌌다. 이내 보라색 번개는 구름 위로 이어졌고, 한편으로는 하드레의 손에 들린 장검에 스며들게 됐다. 그 모습을 아래에서 지켜보던 영륜 사람들은 모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영륜 강자는 남달랐어! 이것이야말로 천신과 같은 위세지! 이 정도 위세 앞에서, 한지훈은 그
하드레이의 온몸에서는, 보라색 전기가 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었다. 전광은 그의 몸을 거의 투명하게 비추었다. 그는 이미 한지훈에게 도망갈 기회를 주었지만, 한지훈이 여전히 고집을 피우려 하니 아예 한판 붙으려는 것이었다. 그가 보기에는, 용국의 한지훈은 10여 명의 2성 현급 천신계 강자와 맞붙을 만큼 강한 실력을 가진 것에 놀랍긴 하지만 자신과도 같은 구 세대에 비하면 격차가 크다고 생각했다. 오랜 세월을 거쳐온 하드레이는, 진법의 차원에서만 봐도 한지훈과는 한두 단계의 격차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한 번도 맞붙어본 적이 없었기에, 하드레이는 당연히 한지훈은 그저 우주 자기장을 소환하는 낮은 차원에만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런 수준 낮은 상대는, 아무리 천신계라 하더라도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마주한 하드레이는 일단 주먹을 날려 대항하였고, 그 와중에도 하드레이의 자신감은 넘쳤다. 순간 하늘에서는 천둥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게다가 강한 기운이 갑자기 하늘로 치솟았다. “쿵쾅쿵쾅!” 마치 영륜 상공의 하늘 전체가 폭발하는 것 같았다. 이내 한 줄기 거대한 번개가 밤하늘을 갈라버렸다. “설마 천신이 내려온 건가?”“영륜이 침몰하는 건 아니겠지?”“해일이 일어난 것 같은데, 다들 저 바닷물 좀 봐!”해변가 사람들은 밀려오는 바닷물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기운과 힘은 그야말로 무서웠다. 엄청난 기운에, 인간들 뿐만 아니라 숲 속 동물들까지 모두 도망쳐 나왔다. 그래도 일반 천신계 강자들은 손을 쓰더라도, 모두 어느 정도 선을 지키고 모든 기운을 완전히 밖으로 내보내진 않았으며 더욱이는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았다. 일단 어기게 되면 세계 무도 협회 사람들로부터 책임을 추궁당할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한지훈은 이미 그렇게나 많은 나라들을 휩쓸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무도 협회는 여전히 묵과하고 있었다. 이는, 세계 무도 협회가 이미
용국의 천생서문 역시 마찬가지로, 수천 년 심지어는 만 년 전의 비신까지 기록한 고서이다. 역사적으로 비교하자면, 영륜은 용국과는 전혀 비교할 수도 없었다. 용인들은 멋대로 수법을 연마하며 상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반면, 영륜 사람들은 그에 비해 항상 조마조마하게 목숨을 지켜야 했다. 이것이 바로 용국와 영륜의 차이였다. “할아버님, 저 정말 궁금해요. 대체 왜 그렇게 한지훈을 높게 평가하는 거예요?”빌리는 여전히 납득 못한 채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담담하게 웃으며 짧은 영화 한 편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바로 호천 창세가 모습을 드러낸 그 순간이었다. 호천 창세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평범한 자일 수가 있을까? “자고로 호천 창세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뜻밖에도 한지훈을 위해 직접 모습을 드러냈어. 이건 뭘 설명하는 것 같아?”노인은 담담하게 물었다. 그러자 빌리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어쩐지 한지훈이 역외 강자들을 휩쓸 수 있었더라니, 그 뒤에는 아마도 호천 창세의 그림자가 있을 거라 믿었다. 적어도 호천 창세는 반드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너 호천 창세가 어떤 인물인지 알기는 해? 수많은 역외 강자들조차도 그를 만나면 사정하고 빌어야 해. 소문대로라면, 그는 현재 이 세상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이 소문들이 전부는 진짜가 아니더라도, 이 중에는 반드시 사실인 부분이 있을 거라고 믿어!”“그리고 용족 유적 말이야, 한지훈이야말로 용족 유적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설령 이번에 그가 패한다 하더라도 호천 창세는 결코 그가 하드레이의 손에 죽게 놔두지는 않을 거야!” 노인의 표정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그가 몇 년 동안 이 세계의 인심에 대해 터득한 바에 따르면, 호천이 한 번 모습을 드러낸 이상 반드시 두 번째도 있을 거라는 것이다. 적어도 용족 유적의 비밀이 밝혀지기 전까진 한지훈이 죽는 걸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할아버님,
그 무렵, 영륜 타워팰리스 주위는 큰 흰빛으로 뒤덮여 있었고, 비할 데 없이 강한 기운이 고대의 나라를 수호하고 있었다. 비육의 모든 역사는 위조된 것이고, 유럽의 르네상스 역시 용국에서 유래한 수천 년의 문화 결정체이긴 하지만, 영륜이 유럽 대륙의 발원지라는 것은 전혀 부인할 수 없었다. 이곳에는 너무나도 많은 비밀이 잠재되어 있었고, 게다가 많은 오래된 전설과 일부 오래된 진법도 있었다. 하드레이가 100세 이전에 삼성 천신계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바로 이러한 오래된 비신에 의지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감이 넘쳤고, 호천창세가 직접 찾아오지 않는 한 자신만의 실력으로 얼마든지 영륜을 지킬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나저나 그저 1성 천신계에 불과한 한지훈이 뜻밖에도 그렇게나 많은 세계 최고의 대국을 휩쓸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다. 이 사실은 어떻게 보면, 그 나라의 강자들이 모두 역외로 숨어들었다는 것 정도로만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일성 준 천신계가 어떻게 천하를 휩쓸 수 있을까? 이때 미육의 한 빌딩에 있던 한 젊은 남자는, 옆에 있는 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할아버님, 한지훈이 과연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그는 바로 로저스 가문의 미래 후계자 중 한 명이었다. 이 가문은 줄곧 미육의 절반이 넘는 땅을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1 가문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제1 가문은, 이번에 줄을 잘못 서게 되어 한지훈에 의해 전멸되었다. 그렇기에 이제 미육에서는 로저스 가문이 빛을 발할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과연 로저스 가문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그들이 서게 될 라인에 달려 있었다. 때로는 순간적인 선택이 노력보다도 훨씬 중요하다. 이 젊은 남자의 이름은 빌리였다. 비록 그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지만, 자신과 한지훈의 차이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라는 것을 깊이 느끼고 있었다.
안드레는 항쟁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는 한지훈과는 전혀 승산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끝까지 완강하게 반항한다면, 한지훈은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유럽 전체는 슬픔에 빠지게 됐고, 수많은 사람들은 안드레의 안쓰러운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유럽을 지킬 사람도 없게 됐다. “한 선생님, 안드레 님께서는 이미 자결을 통하여 사죄하셨으니 이제라도 제발...”쿠러는 검을 찔려 죽은 안드레의 마지막 모습에,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안돼! 적어도 4분의 3의 목숨은 내놔야 돼!”이내 한지훈이 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곧바로 별빛이 쏟아졌다. 은빛 별빛에 비친 모든 무도 사람들은 순간 잿더미로 변한 채 공기 속에서 흩어지게 됐다. 마치 그들은 이 세상에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는 것처럼. 곧이어 한지훈은 한 손을 짊어진 채, 곧장 북쪽으로 향하여 영륜으로 향했다. 지금 이 순간 전 세계는 고요해졌다. 안드레가 자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재앙을 면하지 못했다. “아이고! 한때 2차 대전 정세까지 좌우하던 안드레가 한지훈 앞에서 자결까지 하며 사죄했는데도 용서를 받지 못했다니!”“한지훈 이 놈, 이번 기회에, 전 세계로 하여금 용국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끔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이번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사상자만 해도, 이미 수만 명이 넘어!”“그게 뭐 어때서? 그러게 누가 그들로 하여금 다른 나라들을 멸망시킬 의도를 보이라고 했어!”인터넷에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특히 역외에 세력이 전혀 없는 일부 작은 나라들은, 이번 사건을 더욱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나라에 역외 강자가 없어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한숨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 상황이, 자신들의 나라를 보호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이젠 한지훈이 영륜으로 가려 할 거야!”“영륜은 비록 작은
안드레는 생각했다. 지난번에 공해상에서 한지훈으로부터 미움을 사거나 용국 묘당으로부터 미움을 산 상황에 한지훈은 그저 무릎을 꿇고 절하는 것만을 요구했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스스로 무릎을 꿇으면 한지훈이 더 이상 추궁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일단 유럽 다른 역외 강자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그는 오늘의 모든 것을 되찾을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 저 멀리서 무릎을 꿇고 절하는 안드레의 모습에 한지훈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안드레, 그때랑 지금의 상황은 정말 달라. 그날, 너희들이 저지른 과실은 단지 용국의 명예만을 손상시켰을 뿐이야!” “하지만 오늘의 너희들은 감히 우리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하고 있지!”“내 눈에는, 네가 아무리 절을 해도 우리 용국 백성들의 목숨과는 비교할 수 없어!”한지훈의 차가운 목소리에, 유럽 전역 백성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 안드레는 완전히 멍해졌다. 사실 그와 한지훈은 같은 일성 준 천신계 강자였다. 자신이 방금 보인 절은, 한지훈의 수원을 적어도 5년은 증가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한지훈에게 있어서 좋은 점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절이, 한 푼의 가치도 없다니? “한지훈! 너 사람을 그렇게 너무 업신여기지 마! 이번에 너에게 패배한 것은 단지 이곳에 처음으로 돌아온 역외 강자들일뿐이고, 앞으로 다른 역외 강자들도 계속해서 돌아올 거라는 거 명심해!”“안드레 선생님께서는 우리 유럽의 대표로서, 이미 매우 성실하고 정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는데 넌 대체 뭘 또 어떻게 하려는 거야!”“어떻게 하냐고?”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 유럽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전부 죽이려 하는데, 고작 절 한번 하는 거로 본인 마음 편안하게 하려는 거면 그게 맞는 것 같아?”“이 세상에 그렇게 쉬운 도리가 어디 있어! 차라리 내가 너희 유럽에 500개의 핵무기를 던지고 나중에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할까?”한지훈은 비웃음을 띤 얼굴로 아래쪽에 있는 쿠러를 바라보았
당시 미육과 연합하여 용국을 지원하자는 제안을 건넸을 때, 아무도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어주지 않았다. 그러니 이 상황에 그는 절대 나서며 말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안드레의 단호한 거절에 유럽 전체는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됐다. “용국이랑 연락 닿았어? 뭐라고 해?”고위층 간부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다른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 “저희가 줄곧 최선을 다해 연락하고 있긴 한데, 용국 측은 그저 용각이 용국 국왕에게 보고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만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용각 측은 줄곧 응답이 없습니다!”중년 남자는 겨우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뭐라고!”그 얘기에 고위층 간부는 책상 위를 탁하고 세게 내리쳤다. “그 놈들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우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인종이라는 걸 모르고 있는 거 아니야? 국왕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감히 한지훈이 유럽에서 우리를 학살하게끔 방임한 건지!”“용서 못해! 절대 용서할 수 없어!”그는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화가 나도 이 상황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쿠로, 이젠 너의 그 잘못된 선택의 대가를 치를 때가 됐어. 당초 한지훈이 유럽을 찾아왔을 때, 내가 너희들더러 더 이상 용국을 건드리지 말라고 충고했었지!”“적어도 태세가 조금이라도 좋아진 후에 다시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았겠건만, 너희들은 기어코 내 말을 듣지도 않았어! 결국 한지훈은 지금 유럽으로 달려가고 있고!”“너희들이 그렇게 자랑하던 역외 강자들은 뭐 하고 있어? 그렇게 입버릇처럼 떠벌리던 그 동맹국들은?”바로 그때 안드레가 들이닥쳤다. 안드레를 보자마자 쿠러의 표정은 마침내 좀 가라앉았다. “안드레, 지금 오직 너만이 세계 무도 연맹에 연락을 나눌 수 있어. 우리나라는 이젠 완전히 위기의 상황에 놓이게 됐는데 더 이상 좌시할 수는 없잖아.”쿠러는 급히 반갑게 맞이하며 본론부터 꺼냈다. 그러나 안드레는 쓴웃음만 보였다. “사실 이미 세 시간 전에 연락하긴 했어. 그들의 뜻은, 이번
유 씨 어르신과 양 씨 어르신의 침착함에 비해, 상황은 계속하여 들끓었다. 사실 천신급 강자가 이렇게 강한 다른 나라들에 침투해 마구 살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인구가 천만 명이 넘는 몇 개 대도시까지 전부 도살되었다. 이 소식에 전 세계는 크게 놀랐다. 그제야 사람들은, 용국이 수천 년 동안 세계 정상에 우뚝 선 것만큼 더 이상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특히나 용국에 정복된 많은 나라들은 더욱 깊이 새기게 됐다. 감히 자신보다 강한 자를 공격하려는 자는, 언젠다는 반드시 죽임을 당할 거라고. 현재 수많은 나라 원수들은, 모두 세계 무도 연맹이 한지훈을 제재해 줄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이 방법이야말로 그들의 나라를 보전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세계 무도 연맹도 유독 평온한 태도를 보이며 모든 일을 묵인하고 있었다. 게다가 미육과 부상 천신계 강자들이 잇달아 참사하고 난 후, 세계 무도 연맹은 더 이상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이 상황에 전 세계는 침묵에 빠지게 됐다. 필경 세계 무도 연맹은, 천도 맹약이 세속에 파견한 하나의 꼭두각시일 뿐이었다. 그러나 천도맹약이 역외 강자들을 돌아오게끔 만들어, 용국 백성들을 도살하려 한 의도는 이미 드러나게 됐다. 이 상황에 세계 무도 연맹이 소리를 내어 한지훈을 경고하게 되면, 정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겠는가? 지금 이 순간, 용국의 해체를 꿈꾸던 국가 원수들은 하나같이 깊은 후회에 빠졌다. 만약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결코 용국 해체 계획에 가담하지 않았을 것이다.곧이어, 한지훈이 부상 강자와 미육 강자들을 잇달아 참살하는 영상은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미친 듯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을 목격한 네티즌들은 그저 말문이 막혔다. 자신들의 나라가 이젠 완전히 끝났다는 생각에. 적지 않은 부상 젊은이들은 이 뉴스를 통해, 교토에서 발생한 모든 것을 알게 된 후 바로 스크린을 껐다. 그들 역시 이 모
그러나 노인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하늘에는 순간 괴상한 빛줄기가 나타났다. “안돼!”노인은 큰 소리를 내며 어떻게든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빛이 지나치는 곳마다, 사람이고 가축이고 모두 사라지게 됐고 땅 위에는 피만 흐를 뿐이었다. 노인은 더 이상 망설일 겨를도 없이, 급히 손을 들어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가 막아내기도 전에, 한지훈은 차가운 웃음을 보임과 동시에 번쩍하여 노인의 등 뒤를 노렸다. 이내 금빛이 반짝이는 장총 한 자루가 노인을 찔렀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노인이 미처 반응하지도 못한 채 적색 사냥용 장총에 맞는 순간을 목격하게 됐다. 그렇게 노인은 시체가 되어 바로 쓰러졌다. 방금 한지훈이 보인 일격은 매우 간단해 보이긴 하지만, 그 안에는 원의 오의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는 노인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이었다. 결국 노인은 반항할 기회조차 없이 총에 찔려 죽게 됐다. 뒤이어 한지훈이 손을 살짝 들자, 하늘에는 황금 노을이 뒤덮였고 무수한 살기가 이집트의 수도를 뒤덮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집트의 수도 전체는 온통 불바다가 되었다. 무종 고수든 일반 백성이든 무차별적으로 말살되었다. “너... 대체 왜 백성들까지 학살하는 거야!”한지훈이 한창 손을 쓰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한지훈에게로 날아왔다. “너희 이집트 강자들이 우리 용국 백성들을 학살하려고 한 이상, 나야 당연히 용국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공정한 도리를 따져야지!”이내 한지훈이 다시 손을 흔들자, 몇 개의 도시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잿더미가 되었다. 그리고 방금 나타난 노인은, 몇 리 밖으로 도망가기도 전에 눈썹이 뚫리게 되었다. 그렇게 또 한 명의 천신계 강자가 죽게 되었다. 이 상황에 중년 남자는 그저 주먹을 꽉 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무리 화가 난다 하더라도 한지훈이 멀리 떠날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여러 나라들이 도살되면서 전 세계는 깜짝 놀랐다. 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