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날에 북양 30만 대군과 8대 용장, 천성전 인원들을 본식에 초대할 거야. 다른 4대 전쟁부에도 초대장을 보내고 총사령관을 초대하도록. 용각과 천자각은 내가 직접 초대장을 들고 방문할 생각이야.”한지훈의 두 눈이 생기로 반짝였다.“알겠습니다, 사령관님.”용일이 격앙된 표정으로 대답했다.총사령관의 결혼식, 그리고 용국을 뒤흔들 성대한 국혼이 이 작은 도시에서 열릴 것이다.5대 주국의 수령들이 축하인사를 하러 몰려들 것이며 전국적으로 생중계될 것이다.용일은 이 성대한 파티의 일원으로서 자부감을 느꼈다.다음 날 아침, 한지훈은 낯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한지훈이 물었다.“한지훈 씨 맞아요? 저 소예민이에요. 시간 괜찮으면 한번 만나뵙고 싶은데요.”수화기 너머로 차분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한지훈은 한참을 생각해서야 그날 케빈 호텔에서 만났던 여자 의사를 기억해냈다.그런데 연락처는 어떻게 알았을까?한지훈은 경계심 가득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소 선생님이셨군요.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저 지금 출근하러 나가는 길인데요.”소예민은 청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그럼 저녁에는 시간 어떠세요?”한지훈은 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여자가 밤중에 외간남자를 불러내서 뭐 하자는 거지?“시간 괜찮습니다.”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러자 소예민은 확연히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저녁에 모시러 갈게요. 어디 출근해요?”“도영그룹이요.”통화를 끝낸 한지훈은 고운이를 유치원에 데려가고 도영그룹으로 출근했다.안내데스크 직원은 그를 보자마자 고개를 홱 돌리더니 인사도 받지 않고 다급히 자리를 떠버렸다.한지훈은 어리둥절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안으로 들어갔다.마케팅부서로 가자 직원들이 연말 보너스 이야기를 나누며 하하호호 떠들고 있었다. 그런 그들도 한지훈을 보자마자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각자 자리로 돌아가서 입을 꾹 닫았다.분위기는 삭막하다는 말로도 표현이 안 될 정도로 가라앉았다.한지훈
“이사님, 그게 아니라….”장신혁은 당황한 얼굴로 급기야 해명하려고 했지만 이한명이 그의 말을 잘랐다.“아니긴 뭐가 아니야! 장신혁 씨 일하기 싫은 거 티나.”이한명은 음침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비난을 퍼부었다.“일할 시간에 일을 열심히 하지는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잡담이나 할 거면 회사 그만둬! 두 사람 다 해고야!”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한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이 이사님, 저 하나 때문에 다른 사람한테까지 화풀이하실 건 없잖아요. 저를 회사에서 내치고 싶으신 거 아닙니까? 장신혁 씨랑은 아무 상관없어요.”“지훈 씨….”장신혁이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분노한 이한명이 빽 하고 소리 질렀다.한지훈은 장신혁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이고 앞으로 나섰다.“이 이사님은 저를 자그로 싶은 거잖아요. 그런데 이걸 어쩌죠? 저는 나갈 생각이 없는데요? 도 대표님은 이사님 생각 아세요?”현장에 있던 마케팅부 직원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감히 이한명 이사를 상대로 저런 발언을 하다니!정말 회사 다니기 실은 건가?이한명 이사와 도 대표의 관계를 몰라서 저런 말을 하는건가?이한명도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버럭 소리를 질렀다.“지금 뭐라는 거야? 나 이 회사 이사야! 너 같은 평사원 자르는 건 일도 아니라고!”한지훈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이사가 대표는 아니잖아요. 저는 도 대표님께서 친히 선택하신 경호원입니다.”“이 자식이!”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이한명이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무례한 녀석! 윗사람 공경할 줄도 모르는 직원 뒀다 뭐해? 회사 위계 질서만 망칠 뿐이지! 도 대표가 너 같이 건방진 녀석을 계속 옆에 둘 것 같아?”소란은 끝끝내 대표 사무실까지 전해졌다.“시끄럽게 뭣들 하는 거야!”도설현이 인상을 확 찌푸리고 마케팅부로 들어왔다.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본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한지훈의 주먹이
그녀는 지금 머리가 아팠다.리양제약의 송천우를 건드린 탓에 오늘 아침부터 협력 제안은 없던 걸로 하자는 통보를 받았다.오후에 리양제약을 찾아 송천우와 다시 협력에 관한 사안을 재논의해야 했다.한지훈은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마냥 순하고 만만할 줄 알았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은 여자였다.10분 뒤, 몸매를 강조한 정장 원피스를 입은 대표실 비서 이안영이 마케팅부로 왔다. 허벅지만 살짝 가린 베이지톤의 원피스는 그녀의 길고 쭉 뻗은 다리를 강조했다.안으로 들어선 그녀는 입구에서 빈둥거리는 한지훈을 보자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그러고는 재빨리 한지훈을 지나쳐 사무실로 달려갔다.여자의 마음이란 참 종잡을 수 없는 것이었다.대체 저럴 거면 얼굴은 왜 붉히는 걸까.잠시 후, 마케팅 부장 사무실에서 두 여자가 나왔다.한 명은 이안영이고 다른 한 명은 한지훈도 모르는 얼굴이었다.하지만 한눈에 봐도 존재감이 확실한 여자였다.균형잡힌 몸매에 화려한 이목구비를 가진 굉장한 미인이었다.저 여자는 누구지?도영그룹에 도설현을 제외하고도 대단한 미인이 있다는 사실이 한지훈은 놀라왔다.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그 여자에게 시선이 갔다. 그녀는 이안영을 따라 밖으로 향하고 있었다.이안영이 청순미인이었다면 저 여자는 성숙한 여자의 매력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주변 남자 직원들을 돌아보니 이미 홀린 듯, 그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마케팅부 부장 조민아가 돌아왔다. 높은 하이힐에 차가운 도시 미녀 이미지를 풀풀 풍기며 지나가는 모습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시선이 갔다.물론 그에게는 강우연뿐이었다.그냥 정말 단순히 예뻐서 잠깐 쳐다봤을 뿐이었다.“지훈 씨, 뭘 그렇게 봐요?”옆에 있던 장신혁이 그의 옆구리를 찌르며 물었다.“마케팅 부장님이랑 친해요?”한지훈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굉장한 미인이네.’그의 시선을 따라가본 장신혁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설마, 우리 부장님한테 마음 있는
하정혜는 팔짱을 끼고 거만한 얼굴로 다가오더니 한지훈을 벌레 보듯이 내려다보며 물었다.“당신이 한지훈이야?”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여자를 바라보았다.진한 화장을 한 것부터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저 화장을 벗기면 어떤 얼굴이 나올지 딱 봐도 알 것 같았다.몸매는 조금 괜찮은 편이었지만 이한명의 사람 보는 눈이 너무 형편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그런데요. 무슨 일이시죠?”한지훈이 담담히 물었다.하정혜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더니 시비를 걸어왔다.“고작 경호원 주제에 우리 이 이사님한테 말대꾸나 하고 말이야! 이사님 한마디면 당장 짐 싸서 떠나야 하는 주제에! 신세가 안타까워서 충고하는데 당장 회사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이 이사님께 사과해! 안 그러면 당신 내 손에 죽을 줄 알아!”마케팅부 직원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멀찌감치 물러났다.일부는 몰래 핸드폰을 꺼내 영상을 녹화해서 회사 커뮤니티에 뿌렸다.장신혁도 자리를 피하고 싶었으나 용기를 내서 다가와 공손한 얼굴로 말했다.“하 부장님, 지훈 씨가 신입이라 아직 회사 생활이 익숙치 않아서 그래요. 이 이사님이랑 뭔가 오해가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도 대표님 사람인데 공개 사과는 좀 그렇지 않나요?”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하정혜는 손을 번쩍 들어 장신혁의 귀뺨을 때렸다.“장신혁, 네가 뭔데 끼어들어? 마케팅부 평사원 주제에 네가 뭐라도 된 줄 알아? 언제부터 부장이 하는 일에 평사원 따위가 잔소리나 늘어놓고 있어? 당장 안 꺼져?”싸늘한 경고에 겁에 질린 장신혁이 볼을 붙잡고 한지훈의 뒤로 물러섰다.평사원에 불과한 그가 이번 일로 직장까지 잃으면 앞날이 깜깜했다.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날카롭게 하정혜를 쏘아보았다.그리고 천천히 손가락을 들어 장신혁을 가리키며 말했다.“당장 장신혁 씨한테 사과하세요!”“헉!”그 한마디에 사무실 직원들 전부가 놀란 숨을 들이켰다.지금 뭘 들은 거지?부장인 하정혜에게 당당히 사과를 요구하다니!미친 거 아닌가?아니면 하정혜의 신분에 대해 정말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하정혜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한지훈, 들었지? 장신혁은 다 아는 당연한 이치를 넌 모르네? 나 홍보부 부장이야. 너 같은 일개 경호원 나부랭이가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내가 고작 말단 사원한테 사과를 해? 꿈도 야무지지!”“내가 사과하면 장신혁 씨는 받을 용기는 있고? 그거 받으면 당장 내일 짐 싸서 회사를 떠나야 하는데?”잘못을 하고도 뻔뻔한 하정혜의 태도에 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렸다.그는 다 안다는 듯이 장신혁의 어깨를 다독였다.“나한테 처음으로 다가와준 동료인데 괴롭힘 당하게 둘 수는 없죠.”말을 마친 그는 담담한 얼굴로 뒤돌아서더니 갑자기 손을 들어 하정혜의 뺨을 때렸다.순간 주변에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모두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한지훈을 바라보았다.하정혜를 쳤어?세상에!하정혜도 당황했는지 한참 멍하니 있다가 생각이 돌아온 뒤에야 얼굴을 감싸며 성난 사자처럼 포효했다.“너… 감히 날 쳤어?”“못할 게 뭐가 있어?”한지훈이 싸늘하게 말했다.“신혁 씨가 맞은 거 그대로 돌려준 거 뿐인데?”“회사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일개 청소부라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어. 한 부서의 부장으로서 사람을 존중할 줄 알았어야지! 당신보다 직위가 낮더라도 그 사람들이 있어서 회사가 돌아가는 거야! 사람을 존중할 줄 모르는 인간은 맞아야지!”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직원들의 동공이 흔들렸다.그랬다.평사원도 회사의 일원이었다.매일 되도 않는 갑질과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그들의 비위를 맞춰줄 필요가 없었다.평소에 하정혜의 갑질에 시달렸던 직원들은 눈에 불을 켜고 하정혜를 놓아주었다.한지훈의 귀뺨이 그들을 깨운 것이다.장신혁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이 정도로 자신을 위해 나서줄 줄이야!하정혜가 울분을 터뜨리려는 순간, 한지훈이 다시 손을 들어올렸다.짝!순식간에 하정혜의 볼은 시뻘겋게 부어올랐다.그녀는 분을 참지 못하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포효했다.“너… 두고 봐!”한지훈이 담담히 말했다.
하정혜는 무시무시한 기에 눌려 잠깐 얼굴이 창백해졌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존심이 상할대로 상한 그녀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소리질렀다.“아니! 난 저런 폐급한테 사과할 이유 없어!”“그래?”한지훈은 싸늘한 말을 내뱉으며 그녀에게 성큼 다가섰다.그 모습을 본 하정혜는 겁에 질린 얼굴로 연신 뒷걸음질쳤다.“너… 왜 이래? 뭘 하려는 거야?”한지훈이 차갑게 말했다.“조금전 했던 행동에 대해 사과하라고!”정신이 나가버린 하정혜가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한지훈! 너 미쳤어? 나 홍보부 부장이야! 관리직이 평사원한테 사과하는 게 말이 돼? 정말 끝까지 이럴 거야?”“그래서 뭐? 난 팩트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야. 당장 사과해!”한지훈은 코너로 몰린 하정혜를 끝까지 몰아세웠다.구석까지 밀려난 하정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벌벌 떨었다.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이를 꾹 악물더니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한지훈을 힐끗 노려보고는 장신혁에게 말했다.“미안했어.”그 한마디에 상황을 지켜보던 직원들은 얼이 빠졌다.하정혜가 장신혁한테 사과를?비록 태도도 껄렁하고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었지만 그녀가 평사원한테 머리 숙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장신혁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한지훈에게 고마웠지만 그 후에 있을 폭풍 때문에 걱정이 더 컸다.‘지훈 씨가 날 위해 이렇게까지 해주다니.’그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다가가서 한지훈을 말렸다.“지훈 씨, 이제 그만하고 보내줘요.”한지훈은 그제야 살기를 거두고 담담한 얼굴로 자리에 가서 앉았다.하정혜는 이를 으드득 갈며 둘을 힘껏 노려보고는 말했다.“한지훈, 장신혁, 딱 기다려! 오늘 일 절대 쉽게 넘기지 않을 거야. 이 회사에 있는 동안 지옥이 뭔지 똑똑히 보여주지!”“헉!”지켜보던 직원들이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켰다. 이로써 한지훈과 장신혁은 하정혜에게 제대로 찍힌 것이다.일부는 동정의 눈길을 보냈지만 깨고소하는 직원들도 몇 있었다.“건드릴 사람이 없어서 하필이면 하 부장을 건드
그제야 장신혁의 얼굴이 조금 편해졌다.한지훈은 눈썹을 찡긋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장신혁의 인성을 높게 평가했다. 도영에 그가 설 자리가 없다면 고운그룹이 채용할 수도 있었다.그 시각, 대표실 비서 이안영이 마케팅부에 나타났다. 순식간에 뭇 남성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참으로 청순하고 예쁜 미인이었다.그녀는 회사 뭇 남직원들의 선망의 대상이었고 뭇 여직원들의 질투와 시기의 대상이기도 했다.그 시각, 이안영은 새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한지훈에게 다가오더니 작은 소리로 말했다.“한지훈 씨, 사무실로 오라는 대표님 호출이십니다.”한지훈이 고개를 들고 시선을 마주하자 그녀는 안 그래도 빨간 볼이 더 새빨개지며 시선을 피했다.“좋아요. 바로 갈게요.”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에서 일어서서 도설현의 사무실로 향했다.한지훈이 자리를 뜨자 사무실 구역이 술렁이기 시작했다.“한지훈 씨랑 대표님 무슨 관계야?”“잘 모르겠어. 비밀 리에 사귀는 사이인 건가? 그게 아니라면 한지훈 씨만 각별히 챙길 이유가 없잖아.”“맞아! 지난번에 보니까 한지훈 씨가 대표님 차를 타고 가더라고.”모두가 부러운 얼굴이었다.그 시각, 한지훈은 사무실로 들어서자마자 창가에서 커피를 들고 사색에 잠겨 있는 도설현을 보았다.“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그는 차분한 걸음걸이로 안으로 들어가며 물었다.뒤돌아선 도설현은 원망 섞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아까 하혜정 부장이랑 다툼이 있다고 들었어요.”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하혜정이 달려와서 고자질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하지만 두려울 건 없었기에 어깨를 으쓱하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다툼까지는 아니고 사람을 존중할 줄 모르길래 좀 가르쳤습니다.”도설현은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지훈 씨는 내가 직접 임명한 경호원이긴 하지만 하혜정은 이한명 이사 사람이에요. 둘이 다툼이 생기면서 중간에서 내가 곤란해졌어요.”한지훈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대표님은 이 회사의 최고 결정권자
그 말을 들은 도설현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한지훈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괜한 농담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마치… 진짜 그럴 힘이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혼란스러운 표정을 감추려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알았으니까 이제 나가봐요.”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인 뒤, 조용히 사무실을 나갔다.그가 떠난 뒤, 도설현은 그가 머물렀던 자리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조금 전 보여준 그의 말투와 눈빛에서 강력한 살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그는 자신이 마치 한손으로 하늘이라도 가릴 것처럼 이야기했다.도설현은 긴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괜한 생각이길….리양 제약 본사, 대표 사무실.송천우는 책상을 두드리고 서류를 바닥에 던지며 온갖 진상을 부리고 있었다.그래도 직성이 풀리지 않는지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부하직원에게 화풀이를 했다.“멍청한 것들! 사람 하나 잡아오라는 게 그렇게 어려워? 너희는 대체 돈 받고 하는 게 뭐야!”“월급만 축내는 버러지 같은 것들!”분을 참지 못한 송천우는 직원을 걷어차기까지 했다.이때, 다급한 벨소리가 울리고 그는 드디어 폭력을 멈추었다. 곁눈질로 발신자를 확인한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숨을 가다듬은 뒤, 전화를 받았다.“이 이사가 이 시간에 어쩐 일입니까?”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로 날벼락 같은 불호령이 들려왔다.“송천우, 당신 뭐 하는 사람이야? 어제 도설현 그 계집애 처리한다고 약속했잖아! 그런데 왜 아직도 소식이 없지? 어디 변명이라도 좀 해봐!”소리를 들어보니 이한명은 극도로 화가 난 상태였다.송천우는 짜증을 꾹 참고 공손히 말했다.“이 이사님, 걱정 마시죠. 어제는 과정에서 약간의 차질이 있었는데 오늘은 다를 겁니다. 제가 직접 전두지휘할 거예요.”“그 차질이라는 게 대체 뭐야!”이한명이 소리쳤다.“어제 도설현을 꼬드겨서 미팅 자리까지 불러내는데는 성공했어요. 술자리에서 술을 먹여서 처리할 생각이었는데 그 여자가 데려온